얼마전 일본 회사 라쿠텐(Rakuten)이 바이버(Viber)를 $900M (약 1조원)에 인수했다는 소식에 이어, 어제는 페이스북이 왓츠앱 인수에 $19B (약 20조원)을 썼다는 소식이 하루를 뜨겁게 달궜다. 처음 숫자를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인스타그램 $1B도 크다고 생각했는데(돌이켜보면 오히려 싼 가격이었지만), 별다른 매출이 없는 회사에 $19B의 기업 가치를 매기다니?

한국에서는 카카오톡의 빛에 가려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왓츠앱(Whatsapp)은 메시징 앱의 선구자이다. ‘어떻게 창업하셨습니까‘라는 책에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가 캘리포니아에서 사업 구상을 하다가 아이폰을 처음 만졌을 때 충격을 받고 한국에서 사업할 아이템을 결정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아마도 이 앱을 사용해보고 나서 영감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처음 이 앱을 썼을 때의 느낌이 아직 기억이 난다. 2008년인가, 아이폰을 구입한지 얼마 되지 않아 처음 받은 앱 중의 하나였는데 한 번 써보고 나서는 ‘노 브레이너(no brainer)’, 즉 앞으로는 이것만 쓰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아이폰에 담긴 기본 메시징 앱(iMessage)도 많이 좋아졌지만, 당시에 어떤 통신사가 만든 메시징 앱보다도 뛰어난 기능을 담고 있었다. 그 전에도 제조사와 통신사들이 메시징 앱들을 끝없이 만들어왔고 그 중 많은 앱들을 사용해봤지만, 왓츠앱만큼 모든 기능을 뛰어난 UI와 함께 쾌적하게 결합한 제품은 없었다. 그리고 그 초기 UI는 지금까지도 거의 변함 없이 지켜지고 있다.
그 후, 아내와 나는 오직 왓츠앱만을 사용해서 메시지와 사진, 비디오를 주고 받았다. 카카오톡도 가끔 사용하기는 했지만 사진과 동영상 전송 속도가 훨씬 느려서 (특히 동영상이 많이 느렸는데, 아마 미국에 서버가 없거나 있더라도 멀리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동영상을 보내기 전에 압축에 걸리는 시간도 더 길었고, 전송이 실패할 때가 많았다.) 한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연락할 때만 카카오톡을 사용했다. 왓츠앱을 사용할 때는 항상 빠르고 쾌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 달에 무려 4500만명의 사람들이 왓츠앱을 사용하며, 하루에 500억개 이상의 메시지가 오가는데도 그 속도를 유지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19B의 가격표는 좀 너무 높은 것 같다. 왓츠앱의 액티브(active) 유저 수가 450 million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활성 유저 한 명당 무려 42.2달러의 가치를 메긴 것이기 때문이다(중국의 메신저 앱인 위챗의 유저 한명당 가치는 이보다도 높다고 한다). 왓츠앱에 광고도 없고 게임도 없고, 앱 사용료가 1년에 1달러뿐임 생각하면, 지금의 모든 유저들이 마케팅에 한 푼도 사용하지 않은 채 얻은 사람들이고, 그 중 한 명도 달아나지 않고 평생 돈을 내며 앱을 사용한다는 극단적인 가정을 해도 1인당 고객 생애 가치(Customer Lifetime Value)가 16달러에 불과하다 (이전에 올렸던 ‘고객 생애 가치 이해하기‘ 참고).
고객 생애 가치 = (유저 1인당 연간 매출 – 유저 획득 비용) / (1 + 연간 이자율 – 고객 유지 비율) = (1 – 0) / (1 + 0.06 – 1) = $16.7
$19B이라는 엄청난 인수가를 스펙트럼상에 놓기 위해 최근 놀랄만한 가격에 인수된 몇 개 회사들을 비교해 보았다.
이름 | 매출 (million) | 순익 (million) | 인수 가격 (million) | 직원 수 | 직원 1인당 창조한 가치 총액 (million) |
---|---|---|---|---|---|
인스타그램(Instagram) | $0 | $-2.4 | $1,000 | 12 | $83 |
바이버(Viber) | $1.5 | $-29.5 | $900 | 50 | $18 |
왓츠앱(Whatsapp) | $20 | $9 | $19,000 | 55 | $345 |
(1) 인스타그램 자료 출처는 WSJ. 순익은 직원 1인당 비용을 20만달러로 계산해서 추정한 것. (2) 바이버 매출과 순익 출처는 WSJ, 직원 수 출처는 CrunchBase (3) 왓츠앱 매출 출처는 Business Insider, 순익은 직원 1인당 비용을 20만달러로 계산해서 추정한 것.
단순 계산으로 따져, 왓츠앱 직원 일인당 무려 $345 million, 즉 3600억원이 넘는 가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인스타그램 인수 당시, 창업자들은 대박 중의 대박을 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서 너무 일찍 팔았다며 참 억울해하고 있지 않을까?
페이스북은 도대체 왜 그렇게 높은 가격을 지불했을까? 훗날,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 건처럼 ‘돈 날린 딜’로 기억될까, 구글의 유투브 인수처럼 ’10년 후를 내다 본 현자의 딜’로 기억될까?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헨리 블로젯(Henry Blodget)은 이를 ‘과감한 행동’이라고 표현했는데, 과연 그럴까?
왓츠앱 투자를 주도했던 시콰이어 캐피털(Sequioa Capital)의 파트너 짐 괴츠(Jim Goetz)는 블로그를 통해 왓츠앱을 4개의 숫자로 깔끔하게 요약했다.
- 450: 450 million(4억 5천만명)의 액티브 유저. 그리고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이 숫자를 달성했음. 그리고 매일 100만 명 이상이 앱을 다운로드하고 사용.
- 32: 32명의 엔지니어. 그들이 하루 500억개의 메시지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함. 엔지니어 한 명당 1,400만명의 유저를 담당.
- 1: 1년에 1달러의 사용료. 게임이나 광고는 없음. 수십개의 다른 경쟁자들은 광고를 통해 돈을 벌고 있었지만 그들은 초기의 사업 모델을 그대로 지켰음.
- 0: 마케팅비 제로. 회사에 마케팅이나 PR 담당자가 없음. 그래서 유저 획득에 쓴 돈도 0원.
믿기 힘든 숫자들이다. 정말로 기능의 핵심에만 집중해서 제품을 만들었고, 그러한 철학을 굳게 믿은 시콰이어 캐피털의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서비스가 또 있을까? 아마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블로깅 엔진인 워드프레스(WordPress)가 그 모델에 가장 근접하지 않을까 싶다 (비슷한 이유로, 난 워드프레스의 기업 가치가 천문학적 액수에 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왓츠앱을 처음부터 믿고 지지해준 것에 대한 보상으로, 시콰이어 캐피털은 그야말로 돈 벼락을 맞았다. 지금까지 왓츠앱에 투자한 돈이 2011년에 ‘겨우’ $8M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총 $60M (약 640억원) 정도이며, 그것으로 10~20% 정도의 회사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인수로 가져가게 되는 돈이 현재 가치로 $3B (3조원)이 넘는다. 몇 년만에 50배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 한편, 시콰이어 캐피털은 인스타그램에도 투자를 했었으니, 페이스북에 투자는 하지 못했지만 페이스북 덕분에 최근 두 번의 대박을 맞은 셈이다.
짐(Jim)은 블로그에서 또 한가지 사실을 강조했는데, 왓츠앱이 미국이나 실리콘밸리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다른 나라에서 무척 인기 있는 서비스라는 것이다. 실제로 주변 미국 친구들은 왓츠앱을 거의 쓰지 않는다. 왓츠앱 뿐 아니라 다른 메시징 앱도 스냅챗(SnapChat)을 제외하고는 미국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는 것 같다. 하나 든다면 페이스북 메신저 정도일까.. 그래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페이스북에게 왓츠앱이 더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왜 미국에서 메시징 앱이 인기가 없는지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한 생각이 있는데 다음 기회에 설명해 보기로 하고, 아래는 구글 트렌드에서 왓츠앱을 검색한 결과이다.

1등이 짐바브웨이며, 2등은 스와질란드이다. 지도에서 보면 아프리카에서 많이 검색하고 있고, 인도와 중동, 필리핀과 중남미가 진하게 표시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왓츠앱이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뿐 아니라 블랙베리와 노키아 S40, 심비안, 윈도우즈 폰 등을 모두 지원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2년 전쯤, 왓츠앱처럼 진보된 애플리케션이 정말 노키아의 피쳐폰인 S40에서 제대로 되는지 궁금해서 폰을 구해서 테스트를 해본 적이 있다. 동영상 전송부터 위치 전송까지 모든 기능이 완벽하게 작동하길래 재미있어서 테스트 과정을 비디오로 담아 유투브에 올렸는데, 지금까지 총 15만의 조회수가 나와, 지금까지 내가 유투브에 올린 비디오 중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왓츠앱 인수가격이 높도 낮고를 떠나서, 이번 사건을 통해 창업자들과 투자자들은 또 하나의 중요한 영감을 얻었고, 제 2, 제 3의 왓츠앱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계속해서 혁신적인 서비스들이 탄생할 것이다. 한편, 직접 회사에 투자했던 시콰이어 캐피털 뿐 아니라 시콰이어 캐피털에 돈을 댄 투자자들, 즉 LP(Limited Partners)들에게도 대박이 났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LP가 누구인지는 밝혀져 있지 않지만,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많은 벤처 캐피털들의 돈의 출처는 학교 재단, 대기업, 펜션 펀드(Pension Fund), 싱가폴 정부 등이다.
스핀 잇을 출간하고 나서 강연을 통해 줄곧 이야기했던 주제가 실리콘밸리가 지금의 실리콘밸리가 된 이유는 돈을 가진 기업들이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었는데, 결국 생태계의 가장 끝에 있는 회사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그 생태계의 모습을 결정하는 것 같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_^ 안그래도 오늘 뉴스 보고 깜짝놀랐는데, 저도 기사글이 오타가 아닌가 싶었는데… 점점 실리콘밸리의 M&A의 딜들이 커지는듯 싶은데, 이게 약이 될지 독이될지는 정말 10년 뒤에나 알 수 있을듯..
3시간 만에 이런 좋은 글을!! 감사합니다. ^^
글 올린지 10분만에 코멘트를… Thanks!
좋은글 감사 드려요!!!
네이버가 왓츠앱 인수 뉴스 이후 8% 폭락했습니다. 엔터테인먼트와 분할 이후 최대의 하락이었는데요. 아마도 라인의 가치가 부풀려져 있다는 인식이 퍼진 것같고, 메신저앱에서 페이스북이라는 거인과 경쟁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언제나 깔끔하게 정리해내고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시는 능력은 늘 부럽군요.
페이스북의 왓츠앱관련 뉴스를 여럿 봤지만, 다른 매체에서는 볼수 없는 가장 신뢰가 가는 전문가의 글이네요~ 항상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왓츠앱 이름도 몰랐다가 갑자기 뉴스피드를 장식하여 알게 됐습니다.
애플의 아이폰만큼 심플하게 디자인 되고, 운영되는 훌륭한 메신저 서비스인것,현재 45,000만 사용자에게 년 1$로 훌륭한 서비스 이용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페이스북에게 20조의 가치가 있을거라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메신저 서비스도 커뮤니티처럼 관계 기반의 서비스라 검색이나 전자상거래에 비해서는 전환비용이 높은 편에 속하지만 스마트폰 주소록 기반의 관계 재구성이 기본이 된 환경에서는 20조원의 수준의 요인은 아니고, 페이스북 자체적인 메신저가 있는 상황에서 시너지가 발생 할 수 있는 조합이 있을 수 있을까 싶습니다.
현금 4조+주식16조에 플러스 알파로 인수한 것이 역사에 탁월하거나 훌륭한 사례로 기록되긴 쉽지 않겠다 싶습니다.무엇보다 ‘무엇이든 그것을 담을 그릇이 안 될 때’는 담아 낼 수 없는건데
페이스북 자신이 싸이월드가 넘지 못한 SNS의 여러 한계를 극복해내지 못한다면 인수합병은 돈질로 기록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모바일 분야의 성과란 새로운 채널에 대한 적응의 성과이지 SNS한계 극복은 아닙니다.
좋은글 감사히 잘 읽고 있습니다.
고객 생애 가치에 관해 찾아보다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전의 블로그 글에서 소개해주신 (가정을 단순화하여 무한급수를 이용하여 산출한 공식) 간단 공식에 따르면,
(1인 매출 – 1인 비용) / (1 + 연이자율 – 고객유지비율) – 고객획득 비율
이렇게 나와있는데, 이 블로그에서 계산을
(1인 매출 – 획득비용) / (1+연이자율 – 고객유지비율)
이렇게 계산하신것 같습니다,
어떤게 맞나요? ^^
둘은 다르지 않습니다. 여기에서는 WhatsApp이 마케팅에 돈을 전혀 쓰지 않았다고 하기에 고객 획득 비용(User Acquisition Cost)을 0으로 가정한 것입니다.
요새 앱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프리카에서 많이 쓰는걸 보고 좀 놀랐네요.
세계어디서든 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고있나보네요.
아프리카에서도 도시에서는 스마트폰 많이 쓰겠죠. 그리고 또한 스마트폰이 아닌 노키아 폰을 이용해서 Whatsapp을 쓰고 있지 않을까요?
좋은 분석 글 감사합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 가지, ‘하루 50조개의 메시지’는 50억개를 잘못 적으신 것 같습니다.
이참솔님, thanks! 50 billion이니까 500억개네요. 50조개는 좀 심하죠. 😉
성문아 잘 지내지? 나 도원이야 ㅎㅎ 글 잘 봤다
네이버 라인이나 카카오톡 가치는 혹시 어떻게 보남?
왓츠앱 중동/아프리카에 많이들 씁니다. 네트웍이 좋지 않아서 저희 나라처럼 실시간 채팅으로 쓴다기 보다는 와이파이 망에서 사진도 공유하고 안부를 묻는 식으로 더 쓰지요. 사실 중동/아프리카에 3G 보급이 안된곳도 많고 땅도 넓고 종파도 다양해서 국가내 지방별 교류가 쉬운 편이 아니지요. 저도 왓츠앱으로 중동 국가 모바일 샵내 핸드폰이 진열되어 있던 사진을 한국에서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도 있었습니다.
아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보고 담아갑니다. 저도 와츠앱만 애용했었는데 갤로 바꾸고 난 뒤 좀 뜸해졌어요.
유익한 정보와 내용에 대하여 많은 참고가 되고 그 노고에 감사 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중요한 질문과 조언을 듣고 싶네요.
흥미로운 글입니다. 현재 왓츠앱 메신저는 대한민국에서 점유율이 낮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한민국에서만 평생무료회원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버가 외국에 있다 보니 작가님과는 반대로 느리고 간혹, 단순 메시지 조차 안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면, 국내 메신저는 전송속도가 매우 빠르답니다.
그렇군요. 저는 반대로 왓츠앱은 무지 빠르고 한국 메신저들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느껴진답니다. 특히 동영상 전송이 아주 느리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