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자드 웍스, 그리고 표철민 대표

위자드웍스의 표철민 대표가 오늘 논산훈련소에 입소했다. “1막을 마치며“라는 감동적인 글을 블로그에 올려둔 채. 그리고 그 직전에, “위자드웍스 주주님께 인사올립니다”라는 이메일을 통해 이번 IGAWorks의 위자드웍스 지분 54% 인수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자신이 자리를 비운 동안 회사가 어떻게 운영될 지에 대해 이야기한 후에.

그리고 그 사이에 잠깐 통화했다. 한국 시간으로 새벽 4시 25분이었다. 마지막까지 사람들에게 이메일 보내고 회사 일하느라 잠을 못 자다가 아침까지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려는 중이라고 했다. 통화를 마치고 눈을 붙이는 대신, 그는 글을 썼다. 자신이 달려온 길을 돌아보며, 얼마나 힘든 과정이었는지, 그리고 테마키보드 앱을 통해 어떻게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었는지, 그것이 계기가 되어 어떻게 IGAWorks 에 지분의 일부를 매각하고 개인 빚을 청산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해 설명했고, 후배 창업자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남겼다. 2012년 1월부터 꾸준히 써 온 그의 블로그는 영감을 주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나처럼 남의 이야기나 주워 듣고 쓰는 글이 아닌, 철저히 자신의 고민과 고뇌, 그리고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들을 쓰며 자신의 배움을 아낌없이 전달했고, 그를 통해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배움을 주었다.

그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건 2010년 5월의 일이다. 이미 ‘비즈니스위크 아시아 대표 젊은 기업가 25인중 한 명‘으로 선정되어 각종 언론을 통해 ‘미래의 빌게이츠를 꿈꾸는’ 25세의 청년 CEO로 한국에 화려하게 알려진 후였다. 김현유 선배(@mickeyk)를 통해 그가 샌프란시스코에 방문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나는 반가운 마음에 당시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과 함께 저녁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아래는 그에게 처음 받은 이메일.

선배님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찾아뵙고 인사 올리게 된 위자드웍스의 표철민입니다.

우선 이렇게 좋은 자리 마련해 주신 성문 선배님께 감사드리고요,
평소에 뵙고 싶던 분들을 한 자리에서 뵐 수 있어서 벌써부터 너무나 설레네요. ^^

저희 일행은 저를 포함해 열심히 견문(?)을 넓히고자 동행하고 있는 저희 회사
이사 두 분이 함께 인사드리고자 합니다. 부디 선배님들의 탁월한 경험과 식견을
많이 나눠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선배님들 금요일에 뵙고 정식으로 인사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표철민 올림

2010년 5월 8일, 샌프란시스코의 Sens 레스토랑에서 그를 만났다. 겸손한 말투와 깍듯한 예의로 사람들을 대했고, 그 날 사람들이 많아 깊은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지만 좋은 인상을 가진 채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그 후 한국을 방문할 때면 연락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듬해 2월에는 책을 한 권 받았다. 그의 사진이 표지에 크게 실린 책의 제목은 ‘제발 그대로 살아도 괜찮아‘. 추석 연휴를 어떻게 하면 가장 보람있게 쓸 수 있을까를 궁리하다가 책을 쓰기로 결심했고, 그 기간동안 집중해서 쓴 것이라고 했다. 너무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찬 책을 단숨에 읽었고 큰 감동을 얻었다. 그가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생각하고 있고,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2010년 11월, 서울에서 만났을 때.
2010년 11월, 서울에서.

아래는 책을 읽고 나서 그에게 보낸 이메일.

책을 단숨에 읽었어. 너무 흥미진진한데다가 공감이 많이 되서. 학생들에게 공부가 아닌 다른 것 시도해보라고 말하는 내용이 과연 인기를 얻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단순히 그런 이야기가 아니네. 진지한 이야기이고, 또 왜 관심분야를 다양하게 가지는게 중요한지를 이야기하고 있네.

글 참 잘 쓰더라. 그리고 버스정류장에서 손익 계산하는거 하며, 이대에 중국인들 보면서 바로 사업 구상을 하는 거하며, 대학교 때 다방면에 관심 많았던 것과, 뒤에서 뭔가 기획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 등, 나랑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도 들었어.

중학교 때 도메인을 대행 등록해주는 일을 하겠다고 구상했던 것도 대단하구. 세금계산서 떼어주려다보니 사업이라는 걸 시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딜리버링 해피니스’의 저자 토니를 생각나게 하는걸?

내가 제일 좋아하고 존경하는 CEO들이 제프 베조스, 토니 셰이, 리드 헤이스팅스 등이야. 왜 그런지 알아? 네가 책에서 이야기한대로, ‘자신으로 하여금 세상이 어제보다 좋아지도록 만드는 데’ 인생을 건 사람들이거든. 실제로 그들 덕분에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되었고. 소위 ‘사회적 기여’를 한 거지.

한국에는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회사가 아직 많지 않은 것 같아. 정말 좋은 문화를 가진 회사 말이야. 네가 지금 만들고 있는 회사가 그런 회사의 표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게 한국과 미국에서 만나며 연을 이어가다가 위자드웍스가 솜노트를 출시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던 2012년 말, 한 가지 제안을 받았다. 위자드 웍스의 투자 유치에 참여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나는 위자드 웍스의 주주가 되었다. 회사나 제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그냥, 표철민 대표를 믿고 작은 액수나마 투자했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

하지만 그 후 사업은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고, 한국에서 유틸리티 앱을 만들어 돈을 번다는 자체가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졌다. 분명히 사용자 수도 많고 사용량도 높은데, 돈이 들어오질 않았다. 솜노트와 솜투두에 올인했는데 거기서 돈이 안들어오니 힘든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주주간담회 때마다 솜노트와 솜투두의 지표를 자세히 봤는데, 공짜로 쓰기만 원하고 대가를 지불하라고 하면 도망쳐버리는 유저들이 얄미웠다. 아래는 그의 블로그 내용 중 일부.

어려운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처음엔 사람이 가장 어려웠고 나중엔 제 능력 부족을 깨달았고 최근엔 돈이 없으면 사람이 많이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돈을 제대로 못주거나 잘 못마련해오는 대표는 사업을 하면 안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 그들의 가족들을 힘들게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최근 2년간 그랬습니다. 좋은 서비스 만들겠다는 naive한 생각으로 생활의 기본이 되는 돈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제가 고생하는건 괜찮았는데 직원들을 좀 힘들게 했습니다.

작년 초부터 제가 겪어본적 없는 정도의 극심한 자금난을 겪었습니다. 서비스하겠다고 외주 안하고 잘하는 일 안하고 하고싶은 일 하다보니 그리 되었습니다. 여기저기 돈 꿔오고 다행히 예전에 만들어 두었던 앱이 팔려 또 연명하고 하면서 버텼습니다. 작년 가을쯤에는 드디어 제가 등록된 채무자가 되었습니다. 신용불량자로 가기 직전의 상태라고 들었습니다. 아무튼 카드 한도가 80만원 정도로 줄었고 회사나 개인 계좌 모두 잔고 제로에 카드는 다 연체였습니다.

그 고뇌를 조금씩 엿보기는 했지만, 그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겪었는지 내가 다 아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그러던 2014년 가을, ‘테마키보드’를 인수하기로 했고, 그것으로 다시 한 번 일격을 해보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키보드에 광고를 붙인다는 아이디어에 나는 사실 회의적이었다. 사용자 경험을 최고로 높이고 사용자들이 고마운 마음에 기꺼이 돈을 내도록 하는 제품을 선호했던 나로서는, 사용자 경험을 해치며 광고를 통해 수익을 낸다는 것이 달갑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국의 유틸리티 앱 시장은, 광고가 아니면 돈을 벌기가 어려운 시장으로 굳혀져 있었다.

그는 이 새로운 사업에 온 힘을 집중했다. 그리고 작년 12월, 테마키보드가 출시되었다.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홍대 근처의 한 카페에서 다시 만났다. 테마키보드 출시 후, “평생 먹을 욕을 다 먹었다”고 했다. 그만큼 광고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감은 높았다. 어떻게 하면 반감을 줄이고, 사용자 경험을 너무 해치지 않으면서도 광고 수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 정말로 쉽지 않은 문제였다. 다만 어느 한 쪽으로도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지금, 테마키보드는 안정을 찾았고, 솜노트는 유료화에 성공했고, 회사는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그를 대신해서 회사를 맡아 줄 신임 대표도 선임했다. 그는 이제야 미뤘던 군에 입대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 순간, 논산훈련소에서의 첫 저녁을 보내고 있다. 아마도 훈련소에서 보내는 앞으로의 한 달은 그가 10여년만에 처음 누리는 완전한 휴식이 아닐까 생각된다. 최종 결정자로서의 외로움과 부담감을 잠시 잊고, 창의성과 에너지가 온전히 충전되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One thought on “위자드 웍스, 그리고 표철민 대표

  1. 예전에 테스크래빗 관련 포스팅 보고 한 번 댓글 남기고 싶었는데 못 남기고 어제 네이버에서 방송된 강연 보고 다시 와봤습니다 🙂
    댓글을 어디에다가 다는지 찾다가 제목 밑에 있는것을 이제 발견했네요 ^^;;
    UX 적으로는 댓글은 아래에 있는게 조금은 소통하기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조심스럽게 드려봅니다 ㅋ
    실리콘벨리에 로망이 있는 저로써는 한 번 더 꿈을 꾸고 마음을 다지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좋은 활동 많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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