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을 높이는 방법에 대하여

얼마전에 두 살된 딸과 함께 Barnes and Noble 서점에 갔다가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다. 나의 눈길을 끌었던 제목은 Steal Like an Artist (예술가처럼 훔쳐라).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한 10가지 원칙’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크리스 앤더슨 Chris Anderson 이 추천을 했다기에 집어들었는데,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는 구절들이 참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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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장 인용해본다. 책은 “아티스트처럼 세상을 보는 방법”이라는 문구로 시작한다.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느냐는 질문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훔친다”. 그리고 그 시각으로 보게 되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훔칠만한 것’ 아니면 ‘훔칠 가치가 없는 것’ 두 가지중 하나에 속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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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가정은 이 세상에 진정한 ‘오리지널’은 없다는 것. 성경에 나와 있듯이, “해 아래에는 새 것이 없나니 There is nothing new under the sun.” (전도서 1:9). 진정한 아티스트는 이것을 이해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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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 조금 우울해지는데, 앙드레 지드(Andre Gide)가 한 말을 생각해보면 좋다. “해야할 말은 이미 누군가가 다 했다. 하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으므로, 모든 말을 다시 해야 한다. Everything that needs to be said has already been said. But, since no one was listening, everything must be said again.” 이렇게 생각하면, 뭔가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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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Here)을 정하고 그대로 따라해봐라. 인간이 가진 약점 중 하나는 완벽하게 따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터치를 입혀라 (Add something to the world that only you can a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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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래는 크게 공감했고, 책을 읽은 후에 실천하고 있는 내용인데,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또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컴퓨터 화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요즘엔 우리가 창조하는 많은 것이 컴퓨터 소프트웨어 위에서 (워드, 파워포인트, 엑셀, 포토샵, Xcode) 이루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컴퓨터가 강력하기는 하지만, 키보드를 두드리고 마우스를 클릭하는 느낌은 ‘창조’하는 느낌에서 우리를 멀어지게 한다는 것. 모니터 위에 등장하는 선과 글자들은 모두 완벽해보여서, 그리고 뭔가를 쓰거나 그렸다가 지우기가 너무나 쉬워서 그 위에 나만의 아이디어를 추가하거나 그림을 그리려면 처음부터 완벽해보이도록 해야 하는 압박이 있다는 것 (공감한다). 저자는 그래서 방에 두 개의 책상을 유지한다. 책상 하나에는 종이와 펜 등 손으로 이용하는 것들만 있고, 다른 책상에는 컴퓨터와 프린터가 있다. 모든 창의적인 작업은 첫 번째 책상에서 하고 그것을 완성하는 일을 두 번째 책상에서 한다 (좋은 것 같다). 그러고보면 지금까지 내가 쓴 블로그 글의 대부분은 컴퓨터 없이 머리 속에서 한동안 생각하고 누군가와 그 내용에 대해 토론하는 것에서 시작했고, 컴퓨터 앞에서는 그 생각을 정리하고 완성하는 일을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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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아마존 또는 iTunes에서 구매할 수 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가 창의적인 사람이라고는 생각 안했다. 다른 사람들이 만든 것을 배우거나(학교 공부), 이미 존재하는 자연 현상을 발견하거나(연구), 기존 자료를 정리하거나 어느 정도 만들어져있는 것에 뭔가를 더하는 것(관리)은 잘 한다고 생각했지만 ‘창의성’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거리가 있는 것으로 느껴졌었다. 하지만 뭔가를 창조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보람과 행복을 가져다주는가를 생각하면, 창조가 빠진 인생은 그만큼 인생이 주는 즐거움의 큰 한가지를 놓치는 것이 아닐까.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을 보고 감동받고 다른 사람이 발견한 위대한 법칙들을 배우는 것은 물론 의미가 있고 흥미로운 과정이다. 하지만 창조가 빠진 배움은 언젠가 한계에 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꼭 미술 작품을 만들거나 음악을 작곡해야만 ‘창조’를 하는 것은 아니다. 글을 쓰는 것도 창조적인 과정이고, 이벤트를 기획하는 것, 훌륭한 알고리즘을 가진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 음식을 만드는 것 모두가 창의적인 과정이다. 인류 역사 초기부터 사람들은 뭔가를 계속 만들어왔고 우리가 그것을 보고 감동을 받고 있음을 생각하면 창조는 인간의 본성이라고 생각된다.

어제는 필즈 커피(Philz Coffee)에서 일하고 있는데 노트북 배터리가 다 닳아서 랩탑을 잠시 덮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매장 안을 걸어다니며 사람들을 관찰했다. 연필을 들고 종이에 글자 N을 입체적으로 그리는 한 여자가 눈에 띄었다. 흥미로워서 말을 걸었다. “무얼 그리나요? 학생인가요? 아니면 일하고 있는 건가요?” 그랬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디자인 스튜디오를 가지고 있는데, 감을 잃지 않기 위해 이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 손으로 그림을 그려요.”

오늘날 세상을 바꾼 제품 중의 하나가 된 트위터가 아래의 손그림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은 유명하다. 그리고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종이에 그린 트위터 프로토타입
잭 도시(Jack Dorsey)가 2000년에 종이에 그린 트위터 프로토타입

요즘 나는 손으로 하는 일을 늘리고 있다. 그리고 놀랍도록 기분 좋은 경험들을 하고 있다.

8 thoughts on “창의성을 높이는 방법에 대하여

  1. 이 역시 모두가 알고 있지만 누구도 실천하지 않는 것들 중 하나네요.
    아날로그 감성 회복하기…
    잘 보고 갑니다.

    PS. 혹시나 노파심에 드리는 말씀인데, 책을 그대로 찍어서 올리시는 건 저작권 위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1. 네 감사합니다. 책 찍어 올리는 것에 대해 사실 좀 고민을 했었는데, 아마존에서도 책 일부 미리보기 기능을 제공하고 있고, 제가 찍어올린 것이 연속되는 부분이 아니라 단편적인 페이지들이라 큰 문제 안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이 덕분에 책이 몇 권 더 팔린다면 저자가 고맙게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요. 🙂

  2.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저도 컨퍼런스 정리나 아이디어 정리는 항상 펜과 종이를 가지고 하려고 노력하는데, 덕분에 좀 더 자신을 가지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도 꼭 사서 읽어봐야겠네요. 개인적으로는 더 나은 아날로그적인 정리를 위해서 “타이포그래피”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그것보다 더 부러운 이야기가 2살 딸아이와 함께 서점에 가신것이 더 부럽네요. ^^ 글을 두괄식으로 보면 이 글의 주제는 이게 아닐까… 저도 빨리 딸을 낳아서 함께 서점에 가서 나란히 앉아서 책도 읽고 맘에 드는 책을 사주고 싶어지네요!

  3. 좋은 글입니다. 저도 이런 점을 느낀게 갤럭시 노트3 사고 나서 S펜을 자주 쓰는데 확실히 폰이나 컴퓨터로 마우스나 키보드로 작업할 때랑 뭔가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바트 타고 출퇴근 하면서 생각나는 것들 끄적거리기에 매우 좋고요. 그냥 타자 치는 것과 느낌이 많이 다르면서 종이처럼 어디 잃어버릴 위험도 없어서 애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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