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모든 게 달라졌다. 캘리포니아가 공식적으로 락다운(lockdown)을 선언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 사이 미국에서의 확진자 수는 2만명에서 80만명으로 늘었고 사망자 수는 264명에서 4만 3천명으로 늘었다. 각각 40배, 160배 늘어난 수치이다. 그나마 다행히도, 지난 1주일간은 신규 확진자 수가 늘지 않고 있지만, 한 번 올라간 신규 확진자 수는 쉽사리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아래는 Coronaboard.com 이라는 한국인 개발자가 만든 사이트인데, 미국의 질병관리본부에서 만든 대시보드를 비롯해, 내가 본 그 어떤 것보다도 잘 만들었다. 이런 좋은 사이트를 개발해준 것이 고마워 방금 50달러를 기부했다.

나라별 확진자 수 추이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이란, 한국). 출처: https://coronaboard.com
지난 8일간 미국의 신규 확진자(Confirmed) 및 사망자(Death), 회복자(Recovered) 수. 출처: https://coronaboard.com

요즘 종종 Zoom을 통해, UCLA 앤더슨 스쿨 출신 사업가들과 주변의 지인들/친구들과 만나서 소식을 듣고 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영향은 정말 다양하다. 다행히도 회사에 일하는 사람들, 특히 소프트웨어가 주요 제품인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거의 영향이 없고, 오히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고 하지만, 사업가들, 특히 소프트웨어가 아닌 분야의 사업을 하는 사람들, 아니면 소프트웨어라 하더라도 정기 구독(subscription)형태가 아닌 영업을 바탕으로 사업을 키워 오던 사람들은 아주 큰 영향을 받았다. 무엇보다, 펀딩을 기다리고 있던 초기 기업들의 타격이 컸다. 투자와 관련한 모든 대화가 순식간에 날아갔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차트메트릭에는 아직까지는 큰 영향이 미치지 않았다. 물론 오랫동안 서비스를 이용하던 몇몇 고객들이 더 이상 사업이 지속되고 있지 않다며 구독을 끊었고, 또 어떤 고객들은 몇 달간 결제를 유예하거나 할인을 해달라고 요청해서 ARR (연간 구독 매출 annual recurring revenue) 성장세가 줄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큰 영향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10월에 연간 구독 매출이 2백만 달러를 넘었다고 이 블로그를 통해 공유했는데, 그 이후 꾸준히 성장하여 2백 5십만 달러를 향해 가다가 지난 한달간 성장세가 주춤해졌다.

차트메트릭의 연간 구독 매출 (Annual Recurring Revenue) 추이 (2017-2020)

우리에게 영향이 그나마 적었던 것은, 음악 산업 중 우리의 주요 고객들이 위치한 ‘음반 산업’이 입은 타격이 상대적으로 덜했기 때문이다.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어 음악 스트리밍 수치가 10% 줄어든 것은 사실이고, 또 아마존이 CD와 LP 등 디지털이 아닌 레코드 판매를 거의 중단하면서 거기에서도 타격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음악을 소비하고 있고, 음악 소비를 위해 시작한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 등의 정기 구독을 끊지 않고 있다. 게다가 10대, 20대들의 비디오 플랫폼인 틱톡(TikTok)은 소비량이 크게 늘었고, 이에 영향을 받았는지 틱톡 CEO인 Alex Zhu(알렉스 추)는 코로나 바이러스 퇴치 및 예방을 위해 무려 $250M (약 3천억원)을 통 크게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그 중 CDC(미국 질병 관리 본부)로 가는 돈만 $15M (약 180억원)이고, WHO(세계 보건 기구)로 가는 돈이 $10M (약 120억원)이다. 참고로 틱톡은 주요 음반사들과 이미 라이센스 계약을 맺었고, 앱에서 나오는 광고 매출을 그들과 공유하고 있다. Datareportal에 따르면, 지난 1월 틱톡의 활성 유저 숫자는 무려 8억 명에 달한다. 틱톡의 전신인 뮤지컬리(Muscial.ly)의 공동 창업자이자 공동 대표였고, 현재 틱톡의 ‘디자이너’라고 링크드인을 통해 자신을 소개하는 틱톡의 CEO는 96년에 대학을 입학했으니 77년생으로 보인다. 대단한 아우라.

아래는 Visual Capitalist(비주얼 캐피탈리스트)에서 한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만든 자료인데, 바이러스 기간동안 가장 많이 증가한 활동은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뉴스를 읽는 것이고, 두 번째로 늘어난 활동은 음악을 듣는 것이다.

쿼런틴 기간 동안 분야별 인터넷 서비스 소비 추이 (출처: https://www.visualcapitalist.com). 음악 소비는 세대별로 40~70% 증가한 것으로 나온다.

또한, 전에는 가입하지 않았지만 가입 예정인 정기 구독 서비스로 넷플릭스(Netflix)가 물론 최상위를 차지하고, 그 후 디즈니 플러스, 스포티파이, 아마존 뮤직 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락다운 기간동안 새로 가입하려고 계획중인 구독 서비스들 – 음악 및 비디오 서비스가 상위를 차지.

다행히 사업에 큰 영향은 없지만, 일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고, 사용하는 툴이 달라졌다. 전에는 같은 장소에 앉아 화이트 보드에 그리며 바로 의사 결정을 내리며 일을 했었는데, 요즘엔 조금 더 장기적이고,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태스크 관리 툴인 트렐로(Trello)를 전에는 가볍게만 사용했었는데, 이제는 모든 일들을 여기에 기록하고, 이를 통해 직원들간 의사 소통을 한다.

차트메트릭 트렐로 대시보드

요즘 내가 가장 열광하는 서비스는 탠덤(https://tandem.chat)이다. 슬랙과 태스크 관리 툴, 그리고 줌(Zoom) 화상 회의를 통해 원격 근무의 단점을 대부분 보완할 수 있지만, 그래도 해소되지 않는 것이 함께 일하는 느낌, 그리고 즉석 회의이다. 원격으로 근무하면서 자꾸 전화를 거는 것도 귀찮고, 전화 걸기도 때로는 미안한데, 탠덤을 사용하면 클릭 한 번으로 즉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따르릉 따르릉 하면서 전화를 거는 느낌이 아니라, 내가 이름을 클릭하면 상대방이 즉시 대화방에 들어온다. 그리고, 상대방이 음소거(mute)를 해제하면 대화가 시작된다. 음소거를 하지 않더라도 내가 하는 말은 바로 들을 수 있다.

더 강력한 기능은 마우스 커서를 함께 보면서 화면을 공유하는 것인데, 미세한 차이지만 생산성에서는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줌(Zoom) 등 다른 비디오 컨퍼런스 툴에는 없는 기능이다. 상대방이 줌으로 화면 공유하는 동안에 내가 “화면 위 오른쪽에 이 버튼 클릭해봐요”라고 말하거나, 화면에 나온 장면을 묘사할 필요가 없다. 마치 손가락으로 모니터를 가리키듯 내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서 표현하면 된다. 어떤 면에서는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것보다도 더 효과적이다.

또 하나 ‘더더’ 강력한 기능. 내가 누군가와 이야기하다가 다른 사람을 대화로 참여시키고 싶을 때, 초대 메시지를 따로 보낸 후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이름 옆에 Talk 을 클릭하면 즉시 그 사람이 대화에 초대된다. 그리고 그 사람과의 주제가 끝나면 떠나라고 하고 계속 이야기를 진행하면 된다. 사람들이 대화에 참여하고 떠나는 과정이 매우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탠덤(https://tandem.chat) – 원격 근무를 위한 필수 툴

여전히 사무실에서 매일 만나 아침에 인사하고, 함께 웃고 떠들며 일하고, 같이 식사하던 시절이 그립지만, 다행히 원격 근무에 도움이 되는 수많은 툴들이 지난 10년에 걸쳐 개발된 덕분에 동료들과 계속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을 절약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 또한 감사한 일이다. 지난 주말에는 Shelter-in-place 명령을 어기고(?), 돌이 지나 묵직한 막내 아이를 등에 업고 2시간을 걸어 집 근처 산 정상에 올랐는데 넓게 트인 시야를 보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사소한 것 하나 하나도 특별하게 여겨지는 요즘이다.

나와 함께 산 정상에 오르고도 전혀 지치지 않은 두 딸 (만 7살, 5살)

3 thoughts on “COVID-19

  1. 조성문님 블로그 종종 보던 애독자였는데 coronaboard.kr / coronaboard.com 소개를 해주셔서 깜작 놀랬네요. 감사합니다! 미국 사이트 쪽은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와 함께 만들었습니다 ㅎㅎ

  2. 안녕하세요, 조성문 작가님!
    모비인사이드 이재원 에디터입니다. 평소 작가님의 콘텐츠를 흥미롭게 읽고 있습니다. 실리콘 밸리의 이야기를 보며 많은 인사이트를 얻고, 배우고 있습니다. 외부 필진 섭외 건으로 연락드리고 싶은데, 혹시 연락 가능하신 메일 주소 여쭈어도 될까요? 혹은 아래 주소로 메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jwlee@mobiday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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