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보다는 주도성

OpenAI 의 초기 멤버이자, 테슬라에서 AI 팀을 이끌었던 안드레이 카르파시(Andrej Karpathy)어제 트위터에 올린 글이 하루만에 백만 뷰를 넘기며 화제가 되고 있는데, 공감이 많이 되어 여기에 옮겨 본다. (ChatGPT 번역)

나는 수십 년 동안 이 문제를 직관적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아마도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지능(Intelligence)에 대한 찬양, 각종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의 영향, IQ에 대한 집착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도성(Agency)은 훨씬 더 강력하고, 훨씬 더 희소한 특질이다.

당신은 채용할 때 주도성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가? 우리는 교육을 통해 주도성을 키우고 있는가? 당신은 마치 10배 더 강한 주도성을 가진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는가?

Grok(일론 머스크가 만든 AI 툴)의 설명이 꽤 근접한데, 다음과 같다:

“*주도성(Agency)*이란 성격적 특성으로서, 개인이 스스로 주도적으로 행동하고, 결정을 내리며, 자신의 삶과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태도를 뜻한다. 주도성이 높은 사람은 삶이 자신에게 일어나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직접 만들어 간다. 이는 자기 효능감, 결단력,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 대한 책임감을 결합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주도성이 강한 사람은 목표를 세우고, 장애물이 있어도 자신감을 갖고 밀고 나간다. 이들은 ‘어떻게든 해결할 거야’라고 말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해결해낸다. 반면, 주도성이 낮은 사람은 자신의 삶에서 주도권을 쥐기보다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며, 운이나 타인, 외부 환경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짓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주도성은 단순한 자기 주장(assertiveness)이나 야망(ambition)과는 다르지만,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보다 내면적인 특성으로, ‘내가 행동할 수 있다’는 믿음과 ‘실제로 행동하는 의지’가 결합된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통제 위치(locus of control)’ 개념과 연관 짓기도 한다. 주도성이 높은 사람은 내적 통제감을 가지며,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한다고 느낀다. 반면, 주도성이 낮은 사람은 외부 통제적인 경향을 보이며, 삶이 자신에게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즉, 지능보다는 주도성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주장인데, 와이 컴비네이터의 CEO인 게리 탄(Garry Tan)트위터에서 언급하며 화제가 되었었다.

Intelligence is on tap now so agency is even more important
“이제 지능은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되었으므로, 주도성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

즉, 이제 AI 가 모든 자료 조사를 대신해줄 수 있고, 심지어 창의적인 일들도 하고, 이제는 말로 설명만 웬만한 코딩까지 다 해내는 시대에 인간이 가지는 중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정말 주도성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주도성마저도 AI가 더 큰 능력을 발휘할 날도 오래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대체하기 더 어려운 자질이 아닐까.

그동안 회사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채용하면서, 물론 지능과 가진 능력을 중요하게 여겼지만, ‘주도성’이 있는 사람인가를 항상 주의 깊게 보곤 했다. 그 덕분인지, 회사의 주요 임원, 그리고 중간 관리자들은 엄청나게 강한 주도성을 가지고 일을 추진하고 있고, 주니어 직원들도 자기 삶에서 주도성을 가지고 스스로 길을 개척해나가는 것을 자주 본다. 덕분에 나는 ‘관리’에 시간을 훨씬 적게 쓰고 훨씬 덜 걱정할 수 있다.

이 주도성은 배워서 터득한다기보다는 어떤 사람이 가진 보다 본질적인 성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회사에서 주도성을 발휘하느냐 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아무리 주도성이 강한 사람이라도 일이 성향에 맞지 않거나, 동기 부여가 되어 있지 않으면 그 주도성을 발휘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을 채용할 때, 항상 그 사람의 동기(motive)를 본다. 회사에 왜 지원하는지, 그 일이 왜 재미있는지는 당연하지만, 더 나아가, 그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길을 봤을 때 (어떤 학교를 다녔고, 어떤 일을 했고, 어떤 것을 재미있어하는지 등)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어하는지를 유추해 본다. 그렇게 가고 싶어하는 방향이 우리 회사에서 하는 일과 일치하거나, 비슷하게 맞출 수 있다면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 주도성을 발휘할 것이지만 이것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항상 억지로 일을 하고 억지로 사람을 끌어야 해서 서로가 힘들어지고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주도성을 이미 보유하고 있으며,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나 그 주도성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다면 최고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회사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기를.

8 thoughts on “지능보다는 주도성

  1. 대표님, 다른 글들도 그렇지만 이번 글도 정말 좋은 글인 것 같습니다. 한 문단도 버릴 부분이 없네요.

    첫 문단에 “공감”에 오타가 있네요. (맥OS 문제가 아니라면…)

    1. 감동적인 피드백이네요. 고맙습니당. 첫 문단 다시 봤는데 문제 없는 것 같아요. “공감이 많이 되어 여기에 옮겨 본다.” 라고 썼어요.

  2. 안녕하세요. 최근에 읽은 글 중에 가장 놀랍고 공감되는 글이라 처음으로 댓글을 남겨봅니다. ChatGPT와 같은 LLM의 발전으로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발전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상황에서 좋은 지표를 제시해주신 것 같습니다.

    대표님은 주도성(Agency)를 단순히 성격적 특성으로 보시는 지, 혹은 지능과 비슷하게 발전할 수 있는 특성으로 보시는 지 궁금합니다. 이어서 되돌아보셨을 때 스스로 주도성을 키우시려고 노력하신 방법이 있으셨는지 혹은 다른 누군가에게 자극을 받거나 자극을 주시려고 하신 경험이 있으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1. 피드백 감사합니다. 주도성은 성격적 특성이라고 썼는데, 물론 개발될 수 있지요. 회사에 들어왔는데 주도성이 상대적으로 약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먼저 무엇이 원인인지 살펴보고 주도성을 더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같이 찾아보기도 해요. 주도성을 가진다는 것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용기가 필요하거든요. 그렇게 해서 작은 성공을 거두고 나면, 거기서부터 조금씩 더 큰 일을 맡아 발전하는 것을 봅니다.

      미국에서 사람들을 채용해보면, 주도성이 강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한국에서는 적게 발견되는 것 같아요. 교육 환경, 문화와 물론 관련이 있구요. 어릴 때부터 스스로 결정하고 자신의 결정에 책임지는 연습을 더 했느냐 덜 했느냐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일찍부터 이 연습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요!

      1. 우선 좋은 답변 감사합니다. 특히 말씀해주신 “스스로 결정하고 자신의 결정에 책임지는 연습의 차이”에서 많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제 경험을 되돌아보았고 앞으로의 제 의사 결정을 검토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현재 진학중인 박사과정이 과거의 학부 시절보다 즐겁고 보람찬 이유가 강의실에 앉아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관심있고 필요한 주제를 직접 찾아보고 고민하는 과정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대표님 시선에서 주도성 관련해 다양한 사람들의 과정과 경험을 지켜보고 것은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네요.

        마지막으로 최근 “대치동 맘” 같은 이슈와 선생님 혹은 부모가 결정한 커리큘럼에 의존하는 교육 문화 등을 돌아보면 한국 학생들에게 주도성 키울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 것 같아 아쉬움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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