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Netflix) 성공의 비결은 우수한 기업 문화

전에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두 회사, 블록버스터와 넷플릭스“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신생 회사인 넷플릭스가 어떻게 전통적 대기업인 블록버스터를 무너뜨리게 되었는가에 대해 설명한 글이다. 그 글을 쓴 이후에 넷플릭스는 계속해서 혁신적인 내용을 발표했고, 나는 이 회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 지 궁금해서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오늘 TechCrunch에서 넷플릭스의 사업 전략을 설명한 글을 읽다가 우연히 귀한 자료를 발견했다. 넷플릭스의 문화, 그리고 넷플릭스가 지향하는 가치를 128장의 슬라이드에 정리한 것인데, TechCrunch 기사를 쓴 MG Siegler의 표현대로, 읽고 나면 넷플릭스에서 일하고 싶어진다. (솔직히 이걸 읽고 나서 넷플릭스에서 어떤 자리에 사람들을 채용하고 있는지 찾아보았다. 그만큼 매력적이었다.) 전에는 겉으로 보이는 넷플릭스의 우수함을 예를 들어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을 분석했었다. 하지만 이 자료를 보면 성공의 근본적인 원인은 뛰어난 기업 문화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넷플릭스 기업 문화의 7가지 측면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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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서는 어떤 내용인지 알기 힘들다. 인상깊었던 슬라이드를 위주로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를 여기에 소개해 보겠다. 슬라이드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시작한다.

Values are what we Value (우리가 가치있게 여기는 것이 우리의 가치)

미국에서 가장 비도덕적인 회사중 하나로 비난받는 엔론(Enron)의 네 가지 가치: 도덕성, 커뮤니케이션, 존중, 뛰어난 성과(능력). 이것은 회사 로비의 대리석에 새겨져 있다. 하지만 그 조직이 진짜로 가치있게 여기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
미국에서 가장 비도덕적인 회사중 하나로 비난받는 엔론(Enron)의 네 가지 가치: 도덕성, 커뮤니케이션, 존중, 뛰어난 성과(능력). 이것은 회사 로비의 대리석에 새겨져 있다. 하지만 그 조직이 진짜로 가치있게 여기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

그러나,

귀에 듣기 좋은 말들이 아닌, 회사가 진짜로 가치있게 여기는 것들은, 누가 보상받고, 승진되고, 해고되는지에 반영된다.
귀에 듣기 좋은 말들이 아닌, 회사가 진짜로 가치있게 여기는 것들은, 누가 보상받고, 승진되고, 해고되는지에 반영된다.

난 이 말이 정말 가슴에 와닿았다. 많은 회사들이 그야말로 듣기 좋은 몇 가지 가치를 이야기하고, 실제로는 그와 다른 방향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내가 있는 회사에서도 그런 모습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가 내세우는 가치 중 하나는 ‘용기’이다. 옳지 않은 방향으로 갈 때 바른 말을 할 수 있는 용기.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 모습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런 사람이 오히려 보상을 받거나, 승진된다면? 겉으로 내세우는 가치관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오히려 더 좌절하게 만들고, ‘차라리 그런 말을 하질 말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회사에서 누가 승진해서 윗자리로 올라가는지는 정말, 정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위에서 볼 때 자기 말을 잘 듣거나 친분관계가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승진시킨다면, 아래에서 보기에 정말 황당한 경우가 생기고, 많은 사람들에게, ‘아 이 회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도덕성, 전문성, 팀워크가 아니라 상사에게 얼마나 잘 보이느냐이구나’라는 잘못된 인식을 주게 되고, 그 어떤 화려한 말로도 이를 바꿀 수 없다. 결국 회사라는 조직 내의 사람들은 자기 위에 있는 사람들을 가장 주의 깊게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Judgment, Communication, Impact, Curiosity, Innovation, Courage, Passion, Honesty, Selflessness라는 9가지 회사의 가치에 대해 나열한다.

여기까지 읽고 나서는 별 기대할 것이 없는 싱거운 자료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음 슬라이드를 보기 전까지는…

High Performance (높은 성과)

"멋진 일터는 끝내주는 동료들이다." 데이케어, 에스프레소 기계, 건강 보험, 일식 점심, 멋진 사무실이나 높은 연봉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최고의 동료들을 끌어오는데 효과적인 일들만 한다.
“멋진 일터는 끝내주는 동료들이다.” 데이케어, 에스프레소 기계, 건강 보험, 일식 점심, 멋진 사무실이나 높은 연봉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최고의 동료들을 끌어오는데 효과적인 일들만 한다.

넷플릭스의 채용 기준과 문화를 단적으로 설명하는 한 마디 말이다. 그리고 또한 내가 아주 깊이 공감하는 말이다. 회사에 자신에게 inspiration(영감)을 주고, 함께 있으면 기분 좋은 사람들이 많지 않다면 곧 그 조직을 떠나고 싶어진다. 즉, “끝내주는 사람들”이 회사에 많은 것은 특히 나에게는 정말 중요하다. 끝내주는 사람들이 많다면 그 사람들은 또 다른 끝내주는 사람들을 데려오고, 그 사람들은 다른 끝내주는 사람들 때문에 조직에 남는다. 회사 규모가 커지게 되면, 갑자기 할 일이 엄청나게 많아지는데 사람이 부족해진다. 그러면 평범한 사람들을 채용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괜찮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하면 회사 분위기는 이상하게 흘러간다. 끝내주는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좌절감을 느낀다. 결국 회사를 떠난다. 끝내주는 사람 한 명이 떠나면 그런 정도의 다른 사람도 회사를 떠난다. 결국 평범한 사람들만 남은 회사는 내리막길을 걷는다…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다음으로 내 눈을 멈추게 한 말은 이것이다.

"적절한 정도의 성과(adequate performance)를 내는 사람은 해고된다는 것이 우리와 다른 회사와의 차이점입니다."
“적절한 정도의 성과(adequate performance)를 내는 사람은 해고된다는 것이 우리와 다른 회사와의 차이점입니다.”

이것이 무슨 말일까? 다음 슬라이드에 답이 있다.

지키기 테스트 (Keeper Test): 내 부하직원들 중 누군가가 두 달 이내에 경쟁사로 떠나겠다고 이야기하면, 내가 누구를 진짜 노력해서 잡을 것인가?
지키기 테스트 (Keeper Test): 내 부하직원들 중 누군가가 두 달 이내에 경쟁사로 떠나겠다고 이야기하면, 내가 누구를 진짜 노력해서 잡을 것인가?

그리고 나서 말한다.

그 테스트를 통화하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은 좋은 보상을 받고 지금 즉시 회사를 떠나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그 자리를 스타로 채울 수 있으니까요.
그 테스트를 통화하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은 좋은 보상을 받고 지금 즉시 회사를 떠나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그 자리를 스타로 채울 수 있으니까요.

즉, “평범한 사람은 회사를 떠나라”인데, 가혹하게 들릴 지 모르지만, 그것만이 회사의 문화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끝없는 경쟁자의 도전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일 지도 모르겠다.

Freedom & Responsibility (자유와 책임)

다음으로 자유와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아래와 한 마디가 인상적이다.

책임감있는 사람은 자유가 있을 때 더 큰 성과를 발휘하고, 그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책임감있는 사람은 자유가 있을 때 더 큰 성과를 발휘하고, 그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이것이 무슨 말일까? 다음 슬라이드를 보면 알 수 있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규모가 커질수록 자유를 제약한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규모가 커질수록 자유를 제약한다

정말 그렇다. 이건 어떤 회사에서나 공통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사실이다. 회사가 커짐에 따라 자유를 제약하는 이유는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회사가 커질수록 일이 복잡해지고, 그만큼 실수할 가능성이 커지며 실수로 인한 피해 규모가 커진다. 결국, 아래 그림처럼 성과가 좋은 (high performance) 직원들의 비율이 점점 낮아지고, 결국은 시장 상황이 바뀌면서 회사는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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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런 실수를 막기 위해서 회사를 키우지 말아야 할까? 아니면, 반대로 회사가 커져도 그냥 놔두어서 회사를 혼돈 상태에 둘까? 넷플릭스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시한다.

중요한 점은 이것: 복잡성이 증가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인재의 비율을 높여나갈 것.
중요한 점은 이것: 복잡성이 증가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인재의 비율을 높여나갈 것.

즉, 사업의 복잡성이 높아짐에 따라 그보다 빠른 속도로 우수한 직원의 비율을 늘려나가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업계 최고의 보상을 해주고, 가치가 높은 사람들을 끌어오고, 높은 성과를 내는 문화를 계속해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다. 또한 자유도가 높아야 그런 사람들이 많이 올 것이다. 그렇다면 무조건 자유가 좋은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좋은 프로세스는 창의성을 높인다. 그러나 실수를 방지하자는 명목으로 자꾸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내면 안된다. 단적인 예로, 넷플릭스의 휴가 정책은 다음과 같다.

넷플릭스에는 휴가 정책이 따로 없다. 휴가를 기록하지도 않는다. 넷플릭스에 어떤 옷을 입고 출근해야 하느냐는 규정이 없지만 그렇다고 나체로 회사에 오는 사람은 없다. 결국 모든 것에 하나하나 자세한 정책을 만들 필요는 없는 것이다.
넷플릭스에는 휴가 정책이 따로 없다. 휴가를 기록하지도 않는다. 넷플릭스에 어떤 옷을 입고 출근해야 하느냐는 규정이 없지만 그렇다고 나체로 회사에 오는 사람은 없다. 결국 모든 것에 하나하나 자세한 정책을 만들 필요는 없는 것이다.

즉, 정책이 없는 것이 넷플릭스의 휴가 정책이다. 누구든 휴가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쉬면 되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일하면 된다. 또 다른 예로, 많은 회사들은 출장 비용, 어떤 선물을 받아도 괜찮은지에 대해 자세한 규정을 만들고, 이를 규제하고 검사하기 위한 부서가 따로 존재하는데, 이에 대한 넷플릭스의 정책은 다음과 같다.

비용 지출, 선물, 출장에 관한 넷플릭스의 정책: "넷플릭스에게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할 것" (다섯 단어의 말)
비용 지출, 선물, 출장에 관한 넷플릭스의 정책: “넷플릭스에게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할 것” (다섯 단어의 말)

마치 그게 자기의 돈인 것처럼 쓰기. 이렇게 이상적인 정책이 또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렇게 이상적이지도 않다. 아주 간단한 말이지만,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이게 무슨 뜻인지 이해한다. 근데 과연 그게 통할까? 누군가가 제도를 남용해서 회사 돈을 펑펑 써대면 어떡하지? 하고 생각할 수 있다. 간단하다. 도덕성이 부족한 그런 사람은 해고하면 그만이다. 이 말의 뜻을 이해하고 거기에 따라 행동하는 뛰어난 사람들이 회사에 있으면 된다. 정말 단순하지만 명쾌한 정책이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결과 넷플릭스는 회사가 성장하면서 거기에 따라 정말 뛰어난 사람들을 더 많이 채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LinkedIn에서 내 인맥과 연결되어 있는 넷플릭스 직원들을 찾아보았다. 한 명 한 명 클릭해서 프로필을 살펴봤다. 그리고 그 말을 믿을 수 있었다. 스탠포드대 등 명문대학 졸업자들이 수두룩한데다, 다른 회사에서 많은 좋은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 정말 많이 있었다. 경영진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있을지 몰라도 직원들은 단순히 DVD를 포장하는 일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겠거니 했었는데 내 생각이 틀렸다. 같이 일하고 싶은 뛰어난 사람들이 참 많았다.

Context, not Control (통제가 아니라 문맥)

다음으로 넷플릭스에서 가치있게 여기는 회사의 문화는 “Context, not Control”이다. 다음 슬라이드를 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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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CEO인 Reed Hastings는 매니저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매니저들에게: 당신의 부하직원 중 한 명이 멍청한 일을 하면 그들을 비난하지 말 것. 대신, 그들에게 문맥(context)을 제대로 제공했는지를 생각해볼 것
매니저들에게: 당신의 부하직원 중 한 명이 멍청한 일을 하면 그들을 비난하지 말 것. 대신, 그들에게 문맥(context)을 제대로 제공했는지를 생각해볼 것

Pay Top of Market (시장에서 가장 높은 보상을 지불한다)

다음은 넷플릭스의 보상 체계에 관한 설명이다. 모든 회사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 중 하나인데, 이것에 대해 넷플릭스는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목표는, 각 직원들에게 "그 시장에서 그 사람이 가지는 최고의 가치"에 맞게 보상해주는 것이다.
목표는, 각 직원들에게 “그 시장에서 그 사람이 가지는 최고의 가치”에 맞게 보상해주는 것이다.

한마디로 시장 가치에 맡기는 것이다. 회사 내에서 뛰어나더라도 시장에서 수요가 작으면 그 사람의 가치는 내려가는 것이고, 반대로 그 사람의 시장 가치가 높아지면 회사에서도 그에 맞게 높은 대우를 해 주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Promotions and Development (승진과 능력 계발)

마지막으로, 승진과 능력 계발에 관한 원칙이다.

이것이 전통적인 모델과 다른 점이다. 전통적인 방법은, 그 사람의 시장 가치와는 상관 없이 이전 연도의 실적을 바탕으로 연봉을 올려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너무 많이 보상해주거나 너무 적게 보상해주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것이 전통적인 모델과 다른 점이다. 전통적인 방법은, 그 사람의 시장 가치와는 상관 없이 이전 연도의 실적을 바탕으로 연봉을 올려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너무 많이 보상해주거나 너무 적게 보상해주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1. 맡게되는 역할이 충분히 커야 함. 매니저 직책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에 굳이 이사급을 데려와 앉힐 필요는 없다는 말. 2. 그 사람이 현재 역할에서 매우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어야 함.
1. 맡게되는 역할이 충분히 커야 함. 매니저 직책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에 굳이 이사급을 데려와 앉힐 필요는 없다는 말. 2. 그 사람이 현재 역할에서 매우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어야 함.
수업, 멘토링 등의 형식적인 프로그램은 거의 효과가 없다. 높은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경험, 관찰, 성찰, 독서, 토론을 통해 스스로 성장한다. 그들이 뛰어난 사람들과 큰 도전에 둘러싸여 있는 한.
수업, 멘토링 등의 형식적인 프로그램은 거의 효과가 없다. 높은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경험, 관찰, 성찰, 독서, 토론을 통해 스스로 성장한다. 그들이 뛰어난 사람들과 큰 도전에 둘러싸여 있는 한.

수업, 멘토링… 많은 기업들에서 많은 비용을 들이는 일이고, 나도 매니저로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었다. 결과는? 그것으로 도움을 받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큰 도움이 안된다. 육체노동을 필요로 하거나 단순 반복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면 도움이 되겠지만 창의적인 일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형식화된 교육은 큰 도움이 안된다. 여기서 말했듯, 우수한 인재들은 회사에서 배우지 말고 성장하지 말라고 돈을 줘도 스스로 배우고 성장한다. 그것이 그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성장하고 배울 기회가 없다고 느껴지면, 그들은 곧 떠날 것이다. 전체 슬라이드는 여기에서 볼 수 있다. 내용이 많아 시간이 걸리지만 꼭 읽어볼 가치가 있다. 회사를 운영하는 위치에 있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더불어, “Netflix Business Opportunity (넷플릭스의 사업 기회)“라는 제목의, 넷플릭스 전략을 소개한 슬라이드도 강력하게 추천한다.


업데이트 (7/15): ‘Netflix의 한국인 엔지니어 전강훈님과의 인터뷰‘도 같이 읽어보세요.

업데이트: 황석인님이 슬라이드 전체를 한글로 번역했습니다.

한국 인터넷에서 잘못 끼워진 첫 단추, 그 이름은 네이버 (NAVER)

필자 주: 이 글은 2010년 3월 21일에 처음 작성되었습니다. 최근에도 많은 분들이 공감하며 회자되고 있어 2015년 4월 기준으로 누적 조회수가 200만을 넘었습니다. 그만큼 지금도 네이버의 검색 품질에 대해 아쉬움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만, 그 이후 네이버가 검색 결과를 개선해왔으므로 현재의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있음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2013년 4월에 쓴, ‘갑자기 다시 주목을 받는 3년 전의 네이버 글‘도 함께 읽어보세요.

지난번 한국 방문 중에 많은 친구, 선배, 후배들을 만났다.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했는데, 그 중에 내가 가장 열을 올리며 했던 이야기는 “네이버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가”였다. 많은 사람들은 전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반응을 보였고, 또 다른 사람들은 네이버가 한국에서는 정말 잘 하고 있는 회사라며 반박했다.

민감한 주제라 다루기가 조심스럽지만, 블로그를 통해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예를 들어서 말이다. 물론 내가 든 예들은 검색엔진을 통해 얻는 정보 중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어느 쪽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10년동안 네이버를 사용했고, 지난 2년 반동안 구글을 사용해 온 지금,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똑같은 주제를 네이버에서 한글로 검색하는 대신 구글에서 영어로 검색하면 대부분의 경우 훨씬 품질이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내가 영어를 읽을 수 있기 때문에 구글 검색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특혜로 여길 정도이다.

나는 네이버가 엠파스를 이기면서 검색 엔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던 시기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 계기는 2000년 7월에 일어난 한게임과의 합병과 KOSDAQ 상장이었다. 얼핏 보기엔 어색한, 그러나 훌륭한 결정을 통해 네이버는 크게 도약했다. 당시에 사실 ‘자연어 검색’ 기술로 20억의 VC 투자를 받으며 화려하게 출발한 엠파스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네이버에 밀린 후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고 2008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네이버에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네이버는 계속해서 혁신을 했고, “네이버에서 검색해보세요”라는 참신한 마케팅, 그리고 특히 지식인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점차 사람들의 머리속에 자리잡았다. 무엇이든지 네이버에 가면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모든 정보가 네이버 카페, 네이버 블로그, 그리고 네이버 지식인에 몰려들었다. 나중에 구글이 등장해서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네이버가 자신의 정보가 구글에서 검색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바람에, 구글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은 네이버에 있는 양과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나도 구글을 써보면서 영어는 어떨지 몰라도 한국어 검색은 참 못한다고 생각했다. 네이버는 그야말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최고의 검색 엔진이었다.

정말 그런 줄 알았다. 적어도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는…

미국에서 학교 생활을 하고, 졸업 후 회사에서 일하면서 한글로 검색할 일은 거의 없어졌다. 영어로 검색을 하기 시작하니 구글과 네이버의 품질의 차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차 네이버를 방문하지 않게 되었다. 아주 가끔 네이버에 들어가서 정보를 찾아보기도 하는데, 지나치게 선정적인, 소위 “낚기 기사”에 몇 번 걸린 이후로는 짜증이 나서 거의 방문하지 않고 있다.

Mickey Kim님이 웹 검색의 진화와 미래라는 블로그에서 두 검색엔진의 차이에 대해 언급했는데, 단적으로 비교해보면, 네이버는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에 초점. 구글은 정보를 ‘찾아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임정욱 님도 “Mammogram 검색 결과로 보는 한미검색의 차이“라는 글을 통해 두 검색엔진을 비교한 바가 있다. 여기서는 두 가지 예를 들어 그 차이점을 설명해보고자 한다.

1. 투명 교정 (Invisalign) 가격

얼마 전에 아는 사람이 ‘투명 교정 (invisalign)‘을 알아보길래 가격이 궁금해서 검색을 해본 적이 있다. 한국에서는 얼마나 하는지 궁금해서 먼저 네이버에서 “투명 교정 가격”이라는 검색어로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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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투명 교정 가격’으로 검색한 결과. 정보가 아닌 광고가 한 화면 전체를 차지한다.

첫 화면 전체가 광고로 가득 차 있다. 나는 투명 교정이 얼마인지 알고 싶었던 것이지 강남의 병원 이름이 궁금했던 것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아무튼, 나에게 전혀 의미 없는 정보를 거쳐서 아래로 내려가면 가장 먼저 뜨는 것은 지식인 검색 결과이다. 이제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를 헤멜 차례이다.

Screen Shot 2015-01-27 at 9.02.41 PM
수준이 낮은 광고성 지식이 모인 곳, 네이버 지식인.

클릭해서 들어가보면 가격 얘긴 안하고 딴 얘기만 자꾸 한다. 광고성 답변이 섞여 있는 것도 당연하다. 지식이 극도로 단편적인데다가, 이미 시기가 지난 정보가 많고, 무엇보다도 그 글을 쓴 사람이 얼마나 전문성을 가졌는지, 이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지 알 방법이 없다.
다음으로, 구글에서 똑같은 내용을 찾아보았다. 검색어는 “Invisalign Cost”이다.

구글에도 광고가 있다. 단, 3줄을 넘는 적이 없다. 게다가 광고 중 첫 번째 링크는 Invisalign이라는 기법을 개발한 회사의 공식 웹사이트이다. 이런 광고라면 나에게 도움이 된다.

Screen Shot 2015-01-27 at 9.03.58 PM
구글 검색 결과의 최상단 광고 세 개.

그 아래 검색 결과가 나온다. 내가 찾는 주제와 관련이 깊은 웹사이트들이 나와 있다.

Screen Shot 2015-01-27 at 9.04.05 PM
Invisalign Cost 검색 결과. 모두 내가 찾는 정보와 연관이 깊은 내용들이다.

두 번째 검색 결과가 눈에 띈다. 클릭해서 들어가보자. (클릭해서 직접 보시기를 권한다.)

검색 결과 중 두 번째로 뜬 realself.com. 투명 교정 가격이 지역별로 표시되어 있다.
검색 결과 중 두 번째로 뜬 realself.com. 투명 교정 가격이 지역별로 표시되어 있다.

미국 각 도시별로 사람들이 Invisalign에 얼마의 비용을 썼는지 알 수 있다. $2,700부터 $5,617까지. 빨간 색은 좀 더 비싼 곳, 그리고 노란 색이나 녹색은 좀 더 싼 곳이다. 그 아래에는 아래와 같은 338개의 댓글이 달려 있다. 대충 얼마 정도 비용이 드는지 한 번에 감이 온다.

# $2,400 Glendale, CA: 1 month in, great so far! But be sure you are a good candidate
# $5,250 New York City, NY: Expensive lesson in Invisalign
# $4,300 Chicago: Invisalign: What they don’t tell you
# $6,400 California: Wish I’d done braces
# $5,000 Bristol, CT: Invisalign Review, my pros and cons (w/video)
# $3,000 Huntington Beach, California: One Invisalign Experience
# $5,000 Winnipeg, Manitoba, Canada: Second round of orthodontics with Invisalign
# $6,200 Woodbury, MN: Invisalign for severe case (24 months) – it’s so worth it!
# $5,000 Philadelphia, PA: Still working on it, with good results!…Now, some details you should know….
# $6,000 Maryland: Yes, Invisalign Works Even on REALLY Bad Teeth
[…]

다시 검색 결과로 돌아와 두 번째 링크를 클릭하면 Invisalign을 개발한 회사의 공식 페이지로 간다. 조금만 내려가보면 세 번째 문단에 가격에 대한 정보가 있다. 전국 평균은 약 $5000이나, 경우에 따라 $3500에도 가능하다고 쓰여 있다.

여기서 궁금증이 들 것이다. 이렇게 멋진 웹사이트를 만드는 사람들의 동기는 무엇일까? 시간이 남아서일까? 남을 위해 헌신적인 봉사를 하고 싶어서일까? 구글 애드워드 (Google Adwords)에 그 해답이 있다. 아래와 같이 웹페이지 왼편에 구글 광고가 달려 있다. 이것이 구글이 만든 건강한 생태계이다.

myreal

즉,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도록 정보를 잘 가공해서 올려 놓으면 자연스럽게 구글에서 검색 결과 랭킹이 올라가고,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면 광고 수입이 증가하는 선순환 고리이다. 이게 과연 돈이 될까 싶겠지만, 돈이 꽤 된다. 한 인기있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지인은 구글 광고를 달자마자 월 수천만원의 수입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당신이라면 공을 들여 이런 사이트를 만들겠는가? 물론이다.

두 번째 예를 들어보겠다. 당신이 경제학과 대학원생이고, 이번에 쓰는 논문에서 프랑스의 인구에 대한 최신 정보를 넣고 싶다고 하자. 두 검색 결과를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프랑스 인구” (네이버) vs. “Population of France” (구글)

먼저, 네이버 검색 결과를 보자.

프랑스 인구, 네이버 검색 결과.
프랑스 인구, 네이버 검색 결과.

제일 첫 줄에 프랑스 인구가 나온 것까지는 좋다. 출처가 백과사전이라는데, 백과사전이 어떻게 출처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클릭해서 들어가보면 두산대백과사전이 출처라고 되어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논문을 쓰는 사람이 사전을 출처로 달지는 않을 것 같다. 그 정보를 처음 수집한 곳이 출처가 되어야 하는데 (인구 센서스 등) 그런 정보는 찾을 수가 없다.

어쩄든, 더 아래로 내려가보면 여지없이 지식인 검색이 있다. 클릭해서 들어가보면 가관이다. 쥬니버Q&A라고, 초등학생들이 숙제하면서 주고 받은 내용인 것 같은데, 2009년에 질문/답변한 첫 번째 링크를 클릭하면 네이버에서 이미 제공하는 “출처 불분명하고 2년이 지난 정보”를 그대로 복사해서 답변해 놓았다. 심지어 2005년에 질문/답변한 정보도 있다. 클릭 몇 번 해보면 거의 새로울 게 없고 좋은 정보가 없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출처“를 찾을 길이 없어 논문에는 사용할 수 없다.

네이버의 '프랑스 인구' 검색 결과. 지식인.
네이버의 ‘프랑스 인구’ 검색 결과. 지식인.

다음으로 구글 검색 결과를 보자.

Population of France. 구글 검색 결과
Population of France. 구글 검색 결과

일단 인구 성장 그래프가 눈에 띈다. 네이버와 같은 숫자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번에는 출처가 있다. 출처는 World Bank이다. 이정도면 신뢰해도 되는 정보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 검색 결과인 Wikipedia를 클릭해보자. 직접 들어가보면 놀랄 것이다. 2013년의 프랑스 인구가 “프랑스 정부”를 출처로 해서 달려 있다. 출처 링크도 있고 당연히 신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영토 내에 사는 프랑스인 뿐 아니라 대평양의 프랑스 소유 섬 등에 사는 사람들의 인구도 같이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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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검색 결과인 위키피디아 페이지에서 찾은 대목. 2013년 1월 기준으로 프랑스 인구는 63,702,200명이다.

일단 내가 원하는,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10여초만에 얻었다. 그 아래로 조금 내려가면 또 한 번 놀란다. 프랑스 인구가 연도별로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official French censuses”라는 출처 정보가 명시되어 있다.

첫 번째 검색 결과인 위키피디아 페이지에서 찾은 대목. 2010년 1월 기준으로 프랑스 인구는 65,447,374명이며, 그 중 62,793,432명이 도시에 살고 있다.
연도별 프랑스 인구 변동 추이

그 아래로 더 내려가보면 “프랑스 인구”에 대해 알고 싶을 만한 내용이 전부 들어있다.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했는지, 세계대전 전후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이민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현재 출산율은 얼마인지 등이 모두 출처와 함께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사람들에게 이러한 검색 결과 품질 차이 얘기를 하면 듣는 반응 중에 한 가지는, “한국에는 좋은 정보를 가진 웹사이트가 없다. 그래서 네이버에서 그런 웹사이트를 먼저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좋은 정보를 가진 웹사이트가 있더라도 네이버에서 이를 보여주지 않아서는 아닐까?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3월 15일에 이정환님이 쓴 글을 보니 네이버 검색 결과의 72.3%가 지식in,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카페 등의 네이버 자체 사이트로 유입된다고 한다. 이러니 한국 사람들의 생활은 네이버에서 시작해서 네이버로 끝나는 것이다. 다른 사이트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아주 작다.

기억을 조금 더듬어보았다. 네이버가 나타나기 전의 한국의 인터넷은 어떤 모습이었던가? 심마니라는 파일 다운로드 사이트가 따로 있었고, “디비딕“이라는 질문 답변 사이트가 따로 있었다. 엠파스, 네이버에서 이러한 사이트를 검색해 주었고, 그 사이트들은 해당 정보를 이용하기 가장 편리하도록 사이트를 가꿔나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네이버가 이런 정보를 직접 정리하거나 회사를 사서 사이트에 붙이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생활 자체는 편리해졌다. 마치 One Stop 쇼핑처럼 한 곳에서 필요한 일들을 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행기 티켓은 네이버 여행에서, 부동산 정보는 네이버 부동산에서, 그리고 뉴스는 네이버 뉴스에서 보면 된다. 그러나, 네이버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소유, 가공해서 사람들에게 “떠먹여”주기 시작하면서 모든 게 변질되고 말았다. 네이버는 한국의 인재가 모인 회사다. 이런 회사가 정보를 소유, 가공할 줄을 모른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네이버가 제공하는 사이트가 다른 사이트보다 더 품질이 높은 경우도 많다. 문제는, 이것이 “네이버가 가장 잘 하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검색에 집중하지 않고 온갖 정보를 수동으로 가공하는 일을 하기 시작하면 즉시 인력이 부족해지고, 비효율성이 발생한다. 이건 사람을 채용해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해당 정보를 훨씬 더 잘 가공해서 제공할 수 있는 사이트가 생겨나더라도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네이버가 검색 결과에서 자신의 서비스보다 위에 올려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네이버가 이미 제공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만든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 되어버렸다.

여기에 진짜 문제가 있고, 이 글을 쓴 목적이 있다. 즉, 바로 앞 블로그에 소개되었던 넷플릭스와 같은 파괴적 기술이 등장할 기회가 차단되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인터넷은 10년동안 정체되었다고 하는데, 나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변화를 싫어해서가 아니다. 새로운 사이트가 등장해도 순위에서 자연스럽게 올라갈 기회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네이버 검색을 하면 제일 먼저 보는 건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지식인, 네이버 음악, 네이버 동영상이고, 맨 아래에 초라하게 자리잡고 있을 뿐인 웹 검색 결과에까지 도달하는 일은 거의 없다.

구글에서는 시나리오가 어떻게 다른지 한 가지만 예를 들어보겠다. “미국판 싸이월드”였던 마이스페이스 Myspace.com이라는 서비스가 있다. 싸이월드가 한국에서 먼저 뜬 후인 2003년에 생겨났고, 아마 싸이월드를 벤치마킹해서 만들었을 것이다. 당시 마이스페이스의 인기는 대단했다. 미국에서 젊은 사람 중에 마이스페이스 계정 하나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니 말이다. 미국 친구들이 마이스페이스를 쓰기 시작하고 점차 그 안의 네트워크가 강화되는 것을 보면서 나는 마이스페이스를 이길 회사는 절대 없겠거니 했다.

내 생각이 틀렸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2009년에 미국에서 페이스북은 마이스페이스를 따라잡았고, 이겼다.[] 이미 세계 트래픽에서 마이스페이스를 앞지른 후였다.

페이스북과 마이스페이스 트래픽 비교. 페이스북이 따라잡다가 추월하는 모습이다.

페이스북이 마이스페이스를 이긴 사건이 구글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나는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 대해 알고 싶으면 대개 구글에 이름을 친다. 그러면 그 사람의 Myspace, Facebook, LinkedIn, Twitter 등의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예를 들어 구글에서 내 이름(Sungmoon Cho)을 치면 아래와 같은 검색 결과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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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Sungmoon Cho로 검색한 결과

지금은 LinkedIn과 Facebook 링크가 가장 먼저 등장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Myspace 링크가 상위에 나왔었다. Facebook이 인기를 얻어가기 시작하면서 등수가 조금씩 올라갔을 거고, Facebook을 모르던 사람들이 “이게 뭐지?” 하고 클릭해보고 나서 Myspace보다 깔끔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배웠을 거고, 관심이 생겨서 자기도 가입을 했을 거고, 그 결과 Facebook의 검색 순위는 더 상승했을 것이다. 새로운 서비스가 생겨서 기존 서비스보다 더 좋은 정보를, 더 좋은 인터페이스로 제공한 것이고, 그 결과 승리한 것이다. 이러한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지난 2년 반동안 미국에 있으면서 그 짧은 기간동안 관찰한 것만 해도 많이 있으니 말이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사건. 나도 바로 이전 블로그에서 그렇게 얘기했고, 임정욱 님도 Netflix vs. Blockbuster에서 똑같은 비유를 들었는데, 미국에서는 이런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 그래서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거대 회사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회사를 창업하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서 고객을 모으기 시작하면 언젠가는 이기는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기지 못하더라도 상관 없다. 골리앗은 나중에 다윗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서 그 회사를 살 것이다. 그러면 창업자는 갑부가 된다 (매우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고, 구글이 애드맙(Admob)을 인수한 사건도 이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서는 “내가 느끼는 한국과 미국의 M&A 문화 차이” 참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데, 네이버가 만들어놓은 낡은 부대에 새 술이 자꾸 담기면서 한국은 그만큼 혁신 속도에서 뒤쳐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까? 네이버가 독점하고 있는 한, 그리고 네이버가 계속해서 수익을 내고 있는 한(네이버 공시자료에 따르면 2010년 첫 쿼터 매출액이 3300억원이었고, 그 중 30%에 달하는 무려 1130억원이 당기순이익이었다. 그리고 지금 현금 보유액이 약 2000억원이다. []), 답은 없어 보인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돈을 잘 벌고 있는 사업 모델을 바꿀 동기도 없고 그래야할 이유도 없다. 그래서 잘못 끼워진 첫 단추가 무서운 것이다.


업데이트 (2010/3/23): 구글과 네이버를 공정하게 비교하기 위해서는 같은 키워드로 검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러 번 있었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다음 두 개의 링크를 클릭해서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동일한 키워드로 검색했습니다. 검색어는 이 블로그의 제목입니다. 네이버는 글의 원문조차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 글을 퍼가서 올린 네이버 블로그와 제 글에 반박하는 글들이 제일 위에 뜨네요 (신기하네요.. 꼭 일부러 그런 것처럼.). 게다가 검색 의도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뉴스 기사가 버젓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http://bit.ly/bfK4Lk (네이버) vs http://bit.ly/93BIcT (구글)

업데이트 (2010/3/25): 제 포스팅에 이어 메사추세츠 주립 대학에서 정보 검색을 연구중이신 김진영님이 “네이버가 구글과 싸우는 법 – 검색 연구자의 관점“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주셨습니다. 네이버가 앞으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으려면 검색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해주셨네요.

출처: http://www.flickr.com/photos/steebp/2193769710/

업데이트 (2010/3/29): 몇몇 분들이 영어로 된 정보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한글 검색끼리 비교해야 공정한 것이라고 반론을 제기하며 그 근거로 한국어 검색 비교를 해주셨습니다 [참고글]. 그 주장도 일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왜 그런지, 그게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글을 쓰기 전에 한글 검색 비교를 예로 드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 봤습니다만, 저는 오히려 그것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네이버의 데이터베이스가 막힌 상태에서 구글 등 다른 검색엔진이 수집할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2)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포털들은, “포털 바깥에는 쓸만한 정보가 없다”는 가정하에 모든 정보를 자신의 데이터베이스에 담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검색 결과에서 자신의 포털 안에 들어있는 정보를 가장 먼저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좋은 정보가 생생하게 살아 숨쉬어야 할 인터넷 생태계가 파괴되었고, 좋은 정보를 가공해서 올리는 사이트가 많이 생겨나지 못했습니다. 구글, Bing 등의 다른 검색엔진이 한글로 된 페이지들을 아무리 열심히 찾아 헤메면 뭐하겠습니까, 이미 그렇게 되어버린 상태라면 말이죠. 그래서 제가 ‘잘못 끼워진 첫 단추’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입니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는 바람에 인터넷 생태계가 망가져가고 있는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했다고 할까요… 오른쪽 그림처럼 말입니다.

업데이트(2010/3/30): 이 글을 쓰고 나서 네이버 김상헌 사장님이 의견을 주셨네요. 블로그 후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업데이트(2010/12/1): 깜신님이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에 대해 글을 써서 한동안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여기에서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업데이트(2013/4/3): 이 글을 쓴 지 만 3년이 되었는데, 여전히 제 블로그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글 중의 하나입니다. 얼마 전에는 갑자기 페이스북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며 3만명이 넘는 분들이 다녀갔습니다. 새로 쓴 “갑자기 다시 주목을 받는 3년 전의 네이버“도 함께 읽어보세요.

업데이트 (2014/2/3): 위에서 ‘구글에서 영어로 검색하면 품질이 훨씬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했는데, 지난 4년간 구글에서 한글 검색을 해본 결과 한글로 된 정보 역시 구글에서 찾으면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업데이트 (2014/12/19): 최근 표창원, 김준민, Hyung R Lee 님 등이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이 글의 조회수가 40만이 추가됐습니다. 링크를 따라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도 의견을 읽어보세요.

업데이트 (2015/1/27): 이 글을 처음 쓸 때 이미지를 업로드하기 위해 사용하던 서비스가 사라져버리는 바람에 몇몇 이미지가 손실되었습니다. 그래서 네이버와 구글에서 다시 캡쳐해서 올렸는데, 다행히도(?) 아주 큰 차이는 없네요.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두 회사, 블록버스터와 넷플릭스

오늘은 재미난 회사 비교를 한 번 해보려 한다 – 블록버스터(Blockbuster)넷플릭스(Netflix). 이 두 회사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공통점은 뭘까? 영화를 대여해서 돈을 버는 회사라는 것. 차이점은 뭘까? 하나는 전통적인 모델을 고수하다가 파산 직전에 이르렀고, 다른 회사는 혁신을 일으키며 연일 주가를 상승시켜가고 있다는 것.

아래 주가 변동 그래프를 보자 (주: Google Finance). 2005년 중반부터 넷플릭스 주가가 200%상승하는 동안 블록버스터 주가는 95%가 하락했다. 오늘 (2010년 3월 19일) 기준으로 넷플릭스 주가는 70.7달러 (시가 총액: $3.8B, 약 4조원), 블록버스터는 며칠 전 무려 30% 이상 주식이 하락한 걸 포함해서 끝없이 주가가 추락해서 현재 주가는 0.32달러 (시가 총액: $61.6M, 약 700억원) 이다. 블록버스터는 작년 4분기에만 무려 $435M의 손실을 내었고, 지금 파산을 앞두고 있다. 그나마 블록버스터 회사가치가 700억원을 버티는 건, 블록버스터가 소유한 부동산과 수많은 영화와 게임 DVD 때문이라고 봐도 된다. 2008년 비즈니스 스쿨에 있을 당시 이 두 회사에 대해 조사하면서 블록버스터가 망하는 건 시간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 당시 1달러이던 블록버스터 주식을 쇼트 short (주: 주식이 내리면 돈을 버는 것)하면 어떨까 하다 너무 위험해서 안했는데 (short했다가 주가가 오르면 엄청난 돈을 잃을 수 있다), 돌이켜 보면 만약 short를 했다면 거의 70%의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거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회사 아이템? 본사 위치? CEO의 자질? 브랜드 로열티?

이런 케이스를 보면 항상 생각나는 단어가 있다. Disruptive Technology (파괴적 혁신). Innovator’s Dilemma (이노베이터의 딜레마 에 나오는 “Disruptive Technology“라는 단어 만큼 신생 회사의 눈분신 성장을 더 잘 표현해주는 것은 없는 것 같다. 파괴적 혁신이란 여러 가지로 정의될 수 있는데, 저비용/저가격으로 눈에 안띄게 등장했지만 주류 기술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을 극복함으로써 기존 기술을 이기고 결국 승자가 되는 기술을 의미한다.

두 회사를 분석하기 전에 두 회사에 대해 조금만 소개를 해 보자. 먼저 블록버스터는 쉽게 생각하면 ‘비디오 대여점’이다. 1985년에 창업되었으며, 현재 25개의 나라에 9000개 (미국에 3750개)의 대여점을 가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비디오 대여로 사업을 시작해서 지금은 DVD, 게임 CD, 게임 DVD등을 대여해주며 돈을 받고 있는데, 대여기간에 따라 돈을 내고, 나중에 약속한 기한이 지나서 반납하면 꽤 큰 연체료를 물게 되는 시스템이다. 집에서 걸어가서, 혹은 시장 보고 돌아오다가 비디오를 빌려 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미국 전역 구석구석에 매장을 개설했다. 거의 맥도널드 보듯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매장도 깔끔하고 초대형인데다 말그대로 “블록버스터”급 비디오는 대량 보유하고 있어 새로운 영화가 DVD로 출시되면 블록버스터에서 거의 항상 대여할 수 있다. 미국 시장을 거의 독식하면서 정말 잘 나가던 회사였다. 1997년에 넷플릭스라는 작은 회사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호주의 한 블록버스터 매장

보스턴 출신의 리드 헤이스팅스 Reed Hastings는 퓨어 소프트웨어(Pure Software)라는 회사를 세워 직원이 640명에 달하는 회사로 키웠으나 인수 합병과 관련한 골치 아픈 문제를 겪은 후, 여전히 인터넷 초창기 시절이던 1998년에 “온라인 비디오 대여”라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넷플릭스라는 회사를 세웠다. 지금 넷플릭스는 10만개의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으며, 천만명의 유료 회원을 가지고 있다 (나도 그 중 한 명이다). 퓨어 소프트웨어를 매각한 후 비디오를 하나 빌려 봤는데, 하나를 연체하는 바람에 무려 40달러를 연체료로 냈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 “차라리 한 달에 30~40달러를 내고 회원 가입하면 비디오를 집으로 배달해주는 사업을 하자” 했는데 그 아이디어를 좋아할 사람이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던 거다. 창업자 자신도 이게 성공할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단다. 비디오는 빌리는 건당 돈을 내는 것이 너무 강하게 인식이 되어 있기 때문에 월정액을 내면서 비디오를 배송받는 생소한 개념이 사람들에게 쉽게 먹힐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No Late Fee (연체료 없음)”

이것이 바로 넷플릭스 초기의 강력한 성공을 불러 온 개념이었다. 어떤 형태로든 연체료를 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이게 얼마나 짜증나는 일인지. 특히 미국에서는 봐주는 게 없다. 연체 한 번으로 DVD를 하나 살 만큼의 돈을 낸 사람은 아마 평생 그 고통을 잊지 못하지 않을까? 그러나 블록버스터같은 대여점은 연체를 봐줄 수가 없다. 비디오 하나를 65 달러를 내고 사거나 스튜디오와 수익을 나누는데, 특히 블록버스터급 비디오가 빨리 돌지 않으면 큰 손실을 면할 수 없다. 지역별로 차이가 심해 한 도시에서는 비디오가 남아도는데 다른 도시에서는 없어서 대여를 못 해주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넷플릭스는 중앙에서 물류 관리를 하는데다 월 사용료를 받으므로 이런 문제에 대해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오래 보유하고 있는게 사용자에게 공짜는 아니다. 비디오를 돌려주지 않으면 새로운 비디오를 빌릴 수가 없으므로 (한 번에 몇 개씩 빌릴 수 있는지는 월정액 액수에 따라 다르다) 여전히 넷플릭스에 돈은 내고 있는거다. 게다가 중앙에서 물류 관리를 하니까 수요 변화에 훨씬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비디오 하나가 한 집에서 오랫동안 있더라도 블록버스터에 비해 덜 손해를 보게 된다. 참고로, 지금 집에 있는 넷플릭스 비디오는 도착한 지 무려 3주가 넘는다. 그동안 시간이 안나서 못보고 있다가 오늘 밤에서야 봤다 (David Foster & Friends라는 공연 DVD인데 큰 감명을 받았다). 3주나 갖고 있었지만 내가 보는 손해는 없다. 내가 월 사용료로 내는 돈은 고작 $5이다.

사업이 성공하기 시작한 후 넷플릭스는 혁신을 멈추지 않았다. 첫째는 포장과 배송의 혁신이다. DVD가 등장해서 좋은 점은 부피가 작다는 거다. 소포가 아니라 우체통 안에 쉽게 들어가는데다 무게도 가볍고 파손 위험도 적다. 넷플릭스에서 비디오를 빌리면 DVD가 든 작은 봉투가 하나 도착한다. 이게 동시에 DVD를 반납하는 봉투가 된다. 비디오를 다 본 후에는 여기다 넣어서 집 근처 우체통 아무 곳에나 넣으면 그만이다. 넷플릭스는 우체국과 딜을 해서 배송료를 혁신적으로 낮추어서 비용을 절감했고, 또한 배송 속도를 높여 사용자 만족을 높였다. 예를 들어 내가 오늘 우체통에 넣으면 그 날 또는 다음 날이면 비디오가 도착했다는 이메일이 날아오고, 하루가 더 지나면 내가 큐에 넣어 둔 새 DVD가 집에 도착한다. 겨우 이틀만 기다리면 다음 비디오가 오니까 기다리는 게 지루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어차피 영화를 매일 볼 수도 없는 거니까 말이다. 그리고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은 앞서 설명했듯이 3개를 한꺼번에 빌리는 회원으로 가입하면 된다 (월 15불). 그러면 하나 끝날 때마다 우체통에 넣으면 항상 집에 3개의 DVD가 존재하게 된다.

넷플릭스 포장 봉투

둘째는 물류의 혁신. 지역마다 넷플릭스 물류 센터가 있다. 이 물류 센터의 주소는 봉투에 새겨져 있다. 우체국에서는 알아서 가장 가까운 시설로 배송한다. 이곳에서는 비디오가 도착하면 바코드를 통해 자동으로 도착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동시에 회원에게 도착을 알리는 이메일을 보내고, 즉시 다음 큐에 있는 비디오를 찾아서 배송한다. 보통 인기 있는 DVD는 미처 창고에 다시 돌아가기 전에 한 회원에서 즉시 다음 회원으로 옮겨지도록 되어 있다. 만약 해당 물류 센터에 해당 DVD가 없으면 가장 가까운 물류 센터에 연락이 되서 그 곳에서 발송이 된다.

캘리포니아의 로스 가토스(Los Gatos)에 위치한 넷플릭스 본사

셋째, 넷플릭스에는 ‘무제한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가 있다. 넷플릭스 회원이라면 약 7000개(계속 늘어나고 있다)의 다소 오래된 타이틀은 언제든지 컴퓨터로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점차 DVD 대여가 줄어들고 온라인으로 비디오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그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으므로 항상 넷플릭스를 그 사람들 마음속에 심어줄 수 있게 된다. 옛날 영화이고 화질이나 음질이 다소 안좋아도 괜찮다면 스트리밍으로 보는 거고, 더 좋은 화질을 원한다면 DVD를 대여하면 되는 거다. 두 가지 옵션이 다 존재하니 굳이 멤버십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추천 시스템”이다. 넷플릭스 회원에 가입하면 다음과 같은 메뉴를 볼 수 있다.

주로 유명한 영화들을 위주로 타이틀이 보이고, 내가 별점을 매긴다. 재미있었던 영화는 별 다섯 개. 영 꽝인 영화는 별 0개. 이런 식으로 별점을 매기면 넷플릭스 는 나의 취향을 파악할 수 있다. 그걸 토대로 내가 어떤 영화를 재미있어할 지 추천할 수 있다. 아래는 넷플릭스가 나를 위해 추천해준 영화 목록이다.

내가 무슨 영화를 좋아할 지 어떻게 알까? 비슷한 장르의 영화를 고르는 걸까? 넷플릭스 의 추천 알고리즘은 그것보다는 복잡하다. 비즈니스 스쿨에 있을 때 수업시간에 이것을 계산하는 알고리즘을 배웠는데, 워낙 재미있는 개념이므로 아주 간단한 예를 들어 잠시 설명을 해 보겠다. Brian 과 Chris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Brian은 A, B, C, D 영화에 별 다섯 개를 주었고, E, F 영화에는 별을 한 개 주었다.
Chris는 A, C, D 영화에 별 다섯 개를 주었고 F에 별을 두 개 주었다.

자, 이제 Chris를 위해서는 어떤 영화를 추천해주면 좋을까? 일단 B가 유력하다. Brian이 비슷한 비디오를 보고 비숫하게 평점을 매긴 걸 봐서 Brian과 Chris는 영화에 대한 취향이 유사할 가능성이 크다. Chris에게 B를 추천해주면 Chris가 보고 좋아할까? 좋아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Chris가 영화를 보고 B에 대해 평점을 매기면 넷플릭스는 그로부터 또 배우게 된다. Chris가 B를 싫어했다면, 또 그런 패턴을 가진 사람을 새로 찾아내면 된다. 회원이 천만 명이니 비슷한 취향의 사람은 또 나오게 마련이다. 기발하지 않은가?

이것이 넷플릭스의 중요한 네 가지 성공 비결이다. 넷플릭스가 이렇게 성공을 이루는 동안 블록버스터는 뭘 했을까? 바보가 아닌 이상 넷플릭스가 자신의 시장을 잠식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거다.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블록버스터는 신작 DVD를 대량으로 보유하기 시작했고, 게임 대여 사업을 했다. 그러나 트렌드는 이미 바뀌어가고 있었다.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면서 사람들은 점차 온라인 video를 보기 시작했고, 게임은 Xbox Live 등에서 직접 다운로드할 수 있게 되었다.

블록버스터는 2004년에서야 ‘블록버스터 온라인‘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넷플릭스와 비슷하게 온라인으로 비디오를 대여해주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남의 것을 따라한다고 자기도 성공할 리가 없다. 넷플릭스는 특허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걸었고 블록버스터는 $4.1M의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넷플릭스보다 차별화를 하고 싶었던 블록버스터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하나 넣었다. 즉, 온라인으로 빌린 영화를 대여점에 갖다 주면 뭐든 원하는 영화로 교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은 좋은데 실행력이 받쳐 주질 못했다.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옛날 영화를 빌린 후에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최신 영화로 바꿔오고… 이런 게 누적되면서 오프라인매장은 최신 영화를 끝없이 사야 했고… 넷플릭스만큼 훌륭한 물류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은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를 따라해보려 하다가 결국 돈만 날렸다.

설상가상으로 2003년부터는 레드박스(Redbox)라는 회사가 등장했다. 편의점에에 자동 DVD 대여기를 설치해서 사업하는 회사인데 개념이 재미있어서 나도 몇 번 써봤다. 매장도 필요없고 사람도 필요없는 low cost 사업모델이므로 DVD 한 편 대여료는 고작 $1밖에 안된다. 참고로 블록버스터에서 대여하려면 약 $5가 든다. 블록버스터는 이에 대항하기 위해 블록버스터 익스프레스라는 비슷한 개념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9년 12월에. 이미 편의점에는 레드박스의 기계가 다 깔려 있는데 블록버스터가 과연 얼마나 시장을 차지할 수 있을까.

마지막 발악이랄까… 블록버스터 는 2005년에 “연체료 무료”라는 광고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은 무료가 아니었다. 비디오를 반납하지 않고 가지고 있다보면 연체료가 쌓이고, 연체료가 DVD 구매가격보다 높아지면 DVD를 소유하게 해주겠다는 거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이 정책은 미국 전역에서 반대를 샀고, 무려 48개 주에서 소송을 당했다. 여기 저기서 깨지면서 결국 블록버스터는 변호사 비용으로 $9.25M (100억)을 지출했고, 연체료를 환급금으로 약 $100M (천억여원)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

미국에 3000여개의 매장을 가지고 한때 랜드마크가 되었던 회사인데, 블록버스터는 지난 10년간 다른 방도가 없었을까? 이렇게 망하는 건 필연적이었을까? 물론 기회는 있었을 거다. 기회는 있었는데 잘못된 결정을 자꾸 내리면서 회사가 내리막을 걸었고, 그 과정에서 우수한 사람들이 많이 회사에서 빠져나갔을 거고, 결과적으로 파산 직전에 이르게 된 거다. 다른 한편으로 필연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것이 바로 Innovator’s Dilemma (이노베이터의 딜레마) 에서 클레이튼(Clayton)이 주장하는 것이다. 블록버스터는 기존 모델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 고객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비디오 대여로 돈을 버는 회사가 굳이 온라인 회사로 전향할 이유도 없고, 그렇게 하게 되면 기존 고객에게 잘 서비스하지 못하게 되므로 블록버스터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항상 일어나는 일: 구글이 야후를 이기고, 페이스북이 마이스페이스를 이기고, 또 안드로이드가 아이폰의 강력한 맞수로 등장하고… 다윗처럼 작은 신생 회사가 골리앗같은 기존 거대 회사를 이기는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진진하고 그만큼 많은 배울 거리를 남긴다.

업데이트: 라이코스 임정욱 사장(@estima7)님이 블록버스터 vs 넷플릭스에 관한 내용을 블로그로 정리해주셨는데 뉴스 자료 및 Vint Cerf의 의견 등 좋은 내용이 많이 있습니다. 방문하시길 권장합니다.

정말 잘 만든 개인 금융 관리 서비스, 민트(Mint)

2009년 11월 2일. 25세의 한 청년이 3년여에 걸쳐 만든 소프트웨어가 Intuit(NASDAQ: INTU, 시가총액 약 15조원의 금융/회계 소프트웨어 전문 회사)이라는 회사에 $170 million (약 1900억 원)에 매각되었다[]. 6살 때부터 컴퓨터를 만지며 자랐고, 대학 때 전자공학을 전공한 이 청년은, 처음엔 웹 소프트웨어를 만들 줄 몰랐다. 하지만 순수히 필요에 의해 웹 프로그래밍을 배운 후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시작했고, 회원 수가 150만명에 이를 때까지도 사무실 비용, 광고비, 또는 변호사에게 줄 돈도 마땅히 없었다고 한다. 실리콘 밸리가 아니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고, 실리콘 밸리를 자랑스러워한다는 그의 이름은 애런 팻저(Aaron Patzer)이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다른 서비스와는 달리 Mint는 미국에 금융 계좌가 있어야 쓸 수 있는 서비스이므로 한국에서는 이용할 일이 없다. 사실 미국에서조차도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한마디로 설명하면 개인 자산을 관리해주는 서비스인데, 은행 계좌 정보, 증권 계좌 정보, 대출 계좌 정보, 기타 자산 정보 등을 입력하면 그 모든 걸 통합해서 아주 깔끔하게 보여준다. 어떤 항목에 얼마 썼고, 지난달에 비해 이번달엔 얼마 썼고, 지난달보다 올해 자산이 얼마나 증가/감소했고, 등등등.. 굳이 일일이 가계부를 기록할 필요가 없다. 때로는 그냥 보고만 있어도 재미있다.

Mint.com 초기화면

이런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항상 있었다. 그래서 내가 전에 썼던 방법은 은행에서 계좌 정보와 신용 카드 사용 정보를 엑셀로 다운로드하고, 또 다른 계좌에서도 엑셀로 받은 후 이를 통합하고, 분류하고, 그래프로 표시하고… 하는 것이었다. 한 번 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잘 해서 모델을 만들어놨다 해도 매번 여기 저기 접속해서 엑셀 데이터를 받아와서 입력하는 게 보통 귀찮은 게 아니다. 결국 한 두번 하다가 포기하곤 했다. Bank of America 에서 매달 명세서를 보내기는 하지만, 모두 숫자 위주의 데이터여서 가만히 쳐다봐도 내가 그래서 결국 어디에 얼마를 쓰고 있고 수익이 어디서 얼마만큼 들어오고 있는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더 어려운 것은 거래 내역에 문제가 없는지 이따금씩 확인해 보는 일이다. 처음 미국에 왔는데 한 미국 친구가 신용 카드 명세서가 올 때마다 일일이 확인해보고 나서야 입금하는 것을 보고, “한국에서는 이런 걸 모두 자동 이체로 처리하고 마는데, 매번 명세서 확인하고 입금하려면 귀찮겠다”했더니, 정색을 하며 신용카드를 갚기 전에 꼭 한 번 확인해봐야 한다고 했다. 가끔씩 자기가 레스트랑에서 낸 팁 이상으로 청구되기도 하고 때론 중복으로 청구되기도 하기 때문에 한 번씩 확인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나도 종종 자동 이체를 쓰지 않고 매번 명세서를 확인한 후 입금하곤 했는데, 신용카드가 여러 개 생기고 나니까 일일이 확인하기 귀찮아져서, 이를 모두 모아 한 곳에서 다 볼 수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다.

오버뷰(Overview) 페이지: 이번 달엔 차 수리, 학교에 기부, 가족 선물 구입 등으로 예산을 크게 초과하고 말았다... 😦

이런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한 것이 민트(Mint)이다. 이제 내가 할 일은 가끔씩 민트에 들어가서 거래 내역을 쭉 보고 이상 없는지 확인하고, 내가 예산 잡은 것보다 많이 지출된 항목이 뭔지 확인하고, 대출 계좌를 통한 각 계좌 지불이 잘 되고 있는지 보고, 증권 계좌를 포함한 모든 자산을 통합했을 때 내 현재 자산 가치가 얼마인지 한 번씩 보면 끝이다. 전에는 몇 시간 걸렸을 일이 이제 겨우 몇 분으로 줄어든 것이다. 아래에 상세 정보 페이지를 몇 개 더 캡쳐해 봤다.

거래 내역 정보 페이지. 어떤 은행, 어떤 신용카드의 정보인지는 신경쓸 필요가 없다. 모든 것이 한 페이지에 통합되어 있다. 카테고리는 내가 직접 입력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레스토랑, 쇼핑몰, 바 등의 이름을 정확히 인식해서 알아서 분류한다.
이렇게 각 분야별로 얼마가 지출되었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너무 편리하다.
이렇게 월별 추이도 깔끔하게 볼 수 있다. 8월에는 이사하느라 돈이 많이 깨졌고, 10월 11월엔 쇼핑하느라.. 음.. -_-
증권 계좌 정보를 입력하면 내 포트폴리오가 S&P 500에 비해서 얼마만큼 잘 하고 있는지 이렇게 보여준다. 구글과 애플 주식 덕분에 보기 좋게 나가고 있다. 🙂

이렇게 좋은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하면, 과연 민트의 수익 모델은 뭘까? 아래에 그 비밀이 있다.

즉, 내가 현재 쓰는 신용 카드 및 증권 계좌 대신 다른 것을 쓰면 돈을 얼마나 아낄 수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다른 서비스를 광고하는 것이다. 구매자와 판매자를 모두 만족시키니 정말 뛰어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인터뷰에 따르면, 애런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또한, 집 주소를 입력하면 집의 현재 가치가 자동으로 반영되어 입력된다. 그래서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것을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함께 확인할 수 있다. 그 밖에 내가 가진 자산 중 값어치가 있는 것 (차, 그림, 골동품 등등)도 모두 입력해서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다.

집 주소를 입력하면 Cyberhomes로부터 현재 시세 정보를 가져와서 자동으로 업데이트한다.
민트의 창업자, 애런 팻저(Aaron Patzer)

제품 자체도 우수하지만, 이 회사를 창업해서 Intuit에 매각한 뒷 이야기가 사실은 더 재미있다.  28세에 포춘지에서 선정한 최고의 기업가 40인(Top 40 business person) 중 한 명으로 등극한 [] 애런 팻저(Aaron Patzer)는 듀크(Duke)와 프린스턴(Princeton)에서 컴퓨터 공학, 전자공학을 전공한 기크(Geek)인데, IBM과 스타트업에서 일하다가 민트 아이디어를 갖게 되어 회사를 그만 두고 6개월간 하루에 14시간씩 일해서 제품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 전에 웹 프로그래밍을 해본 적이 없었다고 했으니, 배우면서 부딪치면서 이 서비스를 만들어낸 것이다. []

당시 테크크런치(TechCrunch)에서 민트의 성공을 유투브의 성공과 비교해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사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원래 매각 제시 가격은 $130 million (약 1500억)이었다고 한다. 창업자 Aaron은 이것이 저평가되었다고 생각하고 팔지 않았고, 몇 달 후 가격은 $170 million (약 1900억)으로 올라갔다. 겨우 몇 달 사이에 $40 million, 즉 450억원에 가까운 돈을 번 셈이다. 더 재미있는 건, 혼자 기술 개발을 다 한 것이 아니라는 점. 서비스의 근간을 이루는 기술인, 각 금융기관으로부터 안전하게 거래내역  Yodlee라는 회사가 가지고 있었고, 이 회사에는 연간 기술사용료로 평균 $2 million정도만을 지불했다. 그러나 Mint.com이라는 도메인을 소유한 Hite Capital과는 지분 계약을 했고 (즉, 돈 대신 Mint의 주식을 주었고), 그 결과 Hite Capital은 수천만 달러(수백억원)를 벌었다. 아마도 도메인으로부터 번 수입으로는 거의 최고치가 아닌가 싶다. 한편 Yodlee는 기술 다 만들어놓고 남 좋은 일 시킨 셈이다. 계약 내용의 차이가 나중에 얼마나 큰 수익의 차이를 가져오는 지 보여주는 한 예이다.

또 한가지 이 사례에서 배울 점. 근본적인 기술을 만들어야만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이미 기술이 존재하더라도, 좋은 유저 인터페이스를 통해 그 기술을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고, 그것으로 성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창업자 애런이 민트를 매각한 후에 테크크런치에 기고한 글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문구를 인용한다.

So that’s the Mint story. $0 to $170m in three years flat. While everyone else was doing social media, music, video or the startup de jour, we tried to ground ourselves in what any business should be doing: solve a real problem for people. Make something that is faster, more efficient, cheaper (in this case free), and innovate on technology or business model to make a healthy revenue stream doing it. (이것이 바로 민트 이야기입니다. 3년만에 0원에서 1900억원으로. 모든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 음악, 비디오 스타트업을 하고 있을 때 우리는 근본에 집중했습니다. 사람들을 위한 진짜 문제를 해결하자.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이고, 더 싸게 (이 경우에는 공짜로) 만들고, 기술과 사업 모델을 혁신해서 건강한 매출이 들어오게 하자는 것입니다.)

참 와닿는 이야기이다. 가치를 창출하고 사람들의 시간과 돈을 아끼면 그 대가를 보상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