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 페이스북과 차별되는 점들

1년동안 구글이 야심차게 준비한 Google+가 엊그제 발표되어 이틀째 써봤다. 구글에게는 이 서비스의 성공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구글 매출의 97%가 광고에서 나오고 있는데(주: GigaOm), 얼마전 페이스북의 디스플레이 광고(배너 광고 등) 매출이 얼마 전에 야후를 앞지르고 1등이 되었고(주: CNET), 앞으로도 구글보다 월등히 자세하고 정확한 사용자 정보를 가진 페이스북이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점차 큰 역할을 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팬페이지를 사용하기 시작한 후 페이스북이 가진 정보의 힘을 실감하고 있다).

발표된 첫 날, 구글 직원 한 명당 10개씩의 초대장을 보낼 수 있었는데, 첫 날 초대를 받아 (Thanks! @mickeyk) 바로 사용해보기 시작했다. 여기 간략히 첫 인상을 정리해본다.

1. 유저 인터페이스(UI)가 깔끔하다.

깔끔한 Google+ 화면. 페이스북과 좀 비슷하다고 느끼지만, 사실 그 전에 나온 다른 소셜 네트워크들도 대부분 이렇게 생겼다.

혹자는 ‘구글 답지 않게’ 예쁜 UI라고들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깔끔함’을 추구하는 Google의 다른 디자인과 유사하지만, 상당히 다이내믹한 Circle 페이지는 구글의 다른 제품들과는 차별된다.

2. 빠르다.

아직은 월간 사용자 수가 7억 5천명에 이르는 페이스북과는 비교도 안되게 적은 수의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첫눈에 빠르고 쾌적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Ajax 기술은 참으로 놀랍다. 이게 HTML 맞나? 플래시 아닌가? 라고 생각할 정도로 애니메이션이 많이 들어가 있으면서도 속도가 빠르다.

친구 관리 화면. 친구 사진을 드래그해서 아래쪽 동그라미에 갖다 놓으면 그 그룹에 친구가 추가된다. 빠르고 쾌적하다.

3. 구글의 다른 서비스들과 잘 통합되어 있다.

안드로이드 OS를 쓰면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이번에도 구글이 가진 정보와 장점들을 잘 활용하고 있다.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었지만, 이미 많은 정보가 입력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 옮겨탈 때 생기는 스위칭 코스트(switching cost: 서비스를 교체할 때 들게 되는 시간적, 경제적 비용)를 최소화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1) 예를 들어, 내 gmail의 연락처 정보를 구글이 다 가지고 있는데다, 누구와 이메일을 많이 주고받는지, 누구와 최근에 이메일을 주고받았는지 등의 정보를 구글이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래와 같이 끊임 없이 친구 추천을 해준다.

2) 나같은 경우는 전부터 사진 관리를 피카사(Picasa)로 해오고 있었는데, Google+에  따로 사진을 올릴 필요가 없이 피카사 웹 앨범이 여기 그대로 표시되고 사람들이 덧글을 달 수 있다.

3) 구글이 전부터 ‘구글 프로필‘을 홍보하고 이를 검색 결과에 보여주기 시작하기에 나도 하나 만들어둔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Google+ 가입하고 나니 그 정보가 그대로 들어가서 굳이 내가 따로 입력해야 하는 정보가 많지 않았다.

구글 프로필(Google Profile)에서 자동으로 가져온 정보. 굳이 프로필을 건드릴 필요가 없다.

4. 페이스북의 불편함을 개선했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페이스북이지만, 불편한 점은 있게 마련이다. 사실 Google+를 쓰기 전까지는 그게 불편한 것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걸 써보고 나니 페이스북은 이런 점이 불편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시 써보고 비교해봐야 전에 쓰던 것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게 된다. 곧 페이스북이 이런 점들을 개선하게 되지 않을까? 아래 몇 가지 발견한 것들이다.

1) Notification(공지) 관리가 쉽다. 업데이트가 있었다는 사실이 브라우저 오른쪽 위에 뜨는데, 이를 클릭하면 아래와 같은 화면이 나온다.

여기서 해당 Notification을 클릭하면, 페이스북에서처럼 새로운 페이지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 창에서 그대로 아래와 같이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작은 차이이지만, 화면 전환이 없으므로 보다 쾌적하고 가벼운 느낌이 든다.

2) 새로운 내용을 올릴 때 어떤 어떤 그룹과 공유가 되게 할 지를 그 때마다 선택할 수 있다. 내가 보기에 페이스북과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점이다. 어떤 내용은 고등학교 친구들과만, 어떤 내용은 가족과만, 어떤 내용은 동네 친구들과만, 어떤 내용은 그 모두와 공유… 이렇게 하기가 참 쉽다.

Google+에서는 새로운 내용을 올릴 때 어떤 그룹들과 공유할 지 매번 결정할 수 있다.

아래, 페이스북의 업데이트 화면을 보면 차이를 알 수 있다. 페이스북에는 특정 그룹의 친구나, 예를 들어 ‘가족에게만 공유’하는 기능이 따로 없다. 그렇게 하고 싶으면 매번 설정(Customize)을 해줘야 한다.

페이스북에서는, 포스팅할 때 여섯 가지 옵션을 선택해서 어떤 범위로 공유할 지 결정할 수 있지만, Google+에 비해 제한적이다.

3) 원하는 그룹의 업데이트만 선택적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Friends’를 선택하면, 친구들의 업데이트만 보이고, ‘Family’만 선택하면 가족들이 올린 업데이트만 보인다. 역시 페이스북과 크게 차별화되는 점이다. 페이스북에서는 이런 설정을 할 수가 없어서 불편했었다. 물론, 페이스북에서는 보다 지능적인 방법을 써서, 나와 가깝고 내 친구들과 가까운 사람들이 더 위로 올라오긴 하지만.

Stream에서 Friends만 선택한 결과. 친구들의 소식만 따로 볼 수 있다.

한편, Google+에서 친구들 그룹 관리하는 기능이 너무 편리해서 페이스북에도 이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Google+가 발표되자마자 즉시 만들어진 사이트가 있다. CircleHack.com을 쓰면 똑같은 인터페이스로 페이스북 친구들을 관리할 수 있다. 이걸 보니, 처음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건 어려워도 이를 보고 그대로 따라만드는 건 참 쉽다는 걸 알게된다. 구글에서 오랫동안 고민해서 만든 인터페이스일텐데..

http://www.circlehack.com. 구글+를 보고 나서 한 페이스북 직원이 네시간만에 뚝딱 만들어냈다고 한다.

매일 매일 많은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Google+에 가입해서 나를 자신의 그룹에 추가하고 있다. 처음엔 거의 활동도 없더니 친구들이 업데이트를 하기 시작해서 이제 어느 정도 활동도 보인다. 처음 시작이 이 정도라면 나무랄 데 없이 잘 만든 서비스인데, 과연 성공할까? Google Buzz나 Google Wave에서도 처음엔 왕성한 활동을 보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직은 뭐라 예측할 수가 없다. 아직은 그저 사람들에게 ‘새로운 장난감’, ‘새로운 배울거리’가 생긴거고, 많은 사람들이 시도해보고 있는 단계이다. 페이스북을 이길 수는 없을지라도 일단 적어도 10%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다면 구글 입장에서는 선전한 게 아닐까? 어쨌든, 페이스북이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는 글로벌 소셜 네트워크 시장에서, 그와 충분히 대적할 만한 기능을 갖춘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가 생겨났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구글은 이제야 기능면에서 페이스북을 따라가고 있는 정도이지만, 2000명의 직원을 가진 페이스북이 가만히 멈춰 있지 않으리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 인터넷에서 잘못 끼워진 첫 단추, 그 이름은 네이버 (NAVER)

필자 주: 이 글은 2010년 3월 21일에 처음 작성되었습니다. 최근에도 많은 분들이 공감하며 회자되고 있어 2015년 4월 기준으로 누적 조회수가 200만을 넘었습니다. 그만큼 지금도 네이버의 검색 품질에 대해 아쉬움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만, 그 이후 네이버가 검색 결과를 개선해왔으므로 현재의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있음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2013년 4월에 쓴, ‘갑자기 다시 주목을 받는 3년 전의 네이버 글‘도 함께 읽어보세요.

지난번 한국 방문 중에 많은 친구, 선배, 후배들을 만났다.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했는데, 그 중에 내가 가장 열을 올리며 했던 이야기는 “네이버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가”였다. 많은 사람들은 전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반응을 보였고, 또 다른 사람들은 네이버가 한국에서는 정말 잘 하고 있는 회사라며 반박했다.

민감한 주제라 다루기가 조심스럽지만, 블로그를 통해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예를 들어서 말이다. 물론 내가 든 예들은 검색엔진을 통해 얻는 정보 중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어느 쪽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10년동안 네이버를 사용했고, 지난 2년 반동안 구글을 사용해 온 지금,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똑같은 주제를 네이버에서 한글로 검색하는 대신 구글에서 영어로 검색하면 대부분의 경우 훨씬 품질이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내가 영어를 읽을 수 있기 때문에 구글 검색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특혜로 여길 정도이다.

나는 네이버가 엠파스를 이기면서 검색 엔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던 시기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 계기는 2000년 7월에 일어난 한게임과의 합병과 KOSDAQ 상장이었다. 얼핏 보기엔 어색한, 그러나 훌륭한 결정을 통해 네이버는 크게 도약했다. 당시에 사실 ‘자연어 검색’ 기술로 20억의 VC 투자를 받으며 화려하게 출발한 엠파스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네이버에 밀린 후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고 2008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네이버에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네이버는 계속해서 혁신을 했고, “네이버에서 검색해보세요”라는 참신한 마케팅, 그리고 특히 지식인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점차 사람들의 머리속에 자리잡았다. 무엇이든지 네이버에 가면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모든 정보가 네이버 카페, 네이버 블로그, 그리고 네이버 지식인에 몰려들었다. 나중에 구글이 등장해서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네이버가 자신의 정보가 구글에서 검색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바람에, 구글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은 네이버에 있는 양과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나도 구글을 써보면서 영어는 어떨지 몰라도 한국어 검색은 참 못한다고 생각했다. 네이버는 그야말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최고의 검색 엔진이었다.

정말 그런 줄 알았다. 적어도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는…

미국에서 학교 생활을 하고, 졸업 후 회사에서 일하면서 한글로 검색할 일은 거의 없어졌다. 영어로 검색을 하기 시작하니 구글과 네이버의 품질의 차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차 네이버를 방문하지 않게 되었다. 아주 가끔 네이버에 들어가서 정보를 찾아보기도 하는데, 지나치게 선정적인, 소위 “낚기 기사”에 몇 번 걸린 이후로는 짜증이 나서 거의 방문하지 않고 있다.

Mickey Kim님이 웹 검색의 진화와 미래라는 블로그에서 두 검색엔진의 차이에 대해 언급했는데, 단적으로 비교해보면, 네이버는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에 초점. 구글은 정보를 ‘찾아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임정욱 님도 “Mammogram 검색 결과로 보는 한미검색의 차이“라는 글을 통해 두 검색엔진을 비교한 바가 있다. 여기서는 두 가지 예를 들어 그 차이점을 설명해보고자 한다.

1. 투명 교정 (Invisalign) 가격

얼마 전에 아는 사람이 ‘투명 교정 (invisalign)‘을 알아보길래 가격이 궁금해서 검색을 해본 적이 있다. 한국에서는 얼마나 하는지 궁금해서 먼저 네이버에서 “투명 교정 가격”이라는 검색어로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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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투명 교정 가격’으로 검색한 결과. 정보가 아닌 광고가 한 화면 전체를 차지한다.

첫 화면 전체가 광고로 가득 차 있다. 나는 투명 교정이 얼마인지 알고 싶었던 것이지 강남의 병원 이름이 궁금했던 것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아무튼, 나에게 전혀 의미 없는 정보를 거쳐서 아래로 내려가면 가장 먼저 뜨는 것은 지식인 검색 결과이다. 이제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를 헤멜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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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이 낮은 광고성 지식이 모인 곳, 네이버 지식인.

클릭해서 들어가보면 가격 얘긴 안하고 딴 얘기만 자꾸 한다. 광고성 답변이 섞여 있는 것도 당연하다. 지식이 극도로 단편적인데다가, 이미 시기가 지난 정보가 많고, 무엇보다도 그 글을 쓴 사람이 얼마나 전문성을 가졌는지, 이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지 알 방법이 없다.
다음으로, 구글에서 똑같은 내용을 찾아보았다. 검색어는 “Invisalign Cost”이다.

구글에도 광고가 있다. 단, 3줄을 넘는 적이 없다. 게다가 광고 중 첫 번째 링크는 Invisalign이라는 기법을 개발한 회사의 공식 웹사이트이다. 이런 광고라면 나에게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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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검색 결과의 최상단 광고 세 개.

그 아래 검색 결과가 나온다. 내가 찾는 주제와 관련이 깊은 웹사이트들이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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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isalign Cost 검색 결과. 모두 내가 찾는 정보와 연관이 깊은 내용들이다.

두 번째 검색 결과가 눈에 띈다. 클릭해서 들어가보자. (클릭해서 직접 보시기를 권한다.)

검색 결과 중 두 번째로 뜬 realself.com. 투명 교정 가격이 지역별로 표시되어 있다.
검색 결과 중 두 번째로 뜬 realself.com. 투명 교정 가격이 지역별로 표시되어 있다.

미국 각 도시별로 사람들이 Invisalign에 얼마의 비용을 썼는지 알 수 있다. $2,700부터 $5,617까지. 빨간 색은 좀 더 비싼 곳, 그리고 노란 색이나 녹색은 좀 더 싼 곳이다. 그 아래에는 아래와 같은 338개의 댓글이 달려 있다. 대충 얼마 정도 비용이 드는지 한 번에 감이 온다.

# $2,400 Glendale, CA: 1 month in, great so far! But be sure you are a good candidate
# $5,250 New York City, NY: Expensive lesson in Invisalign
# $4,300 Chicago: Invisalign: What they don’t tell you
# $6,400 California: Wish I’d done braces
# $5,000 Bristol, CT: Invisalign Review, my pros and cons (w/video)
# $3,000 Huntington Beach, California: One Invisalign Experience
# $5,000 Winnipeg, Manitoba, Canada: Second round of orthodontics with Invisalign
# $6,200 Woodbury, MN: Invisalign for severe case (24 months) – it’s so worth it!
# $5,000 Philadelphia, PA: Still working on it, with good results!…Now, some details you should know….
# $6,000 Maryland: Yes, Invisalign Works Even on REALLY Bad Teeth
[…]

다시 검색 결과로 돌아와 두 번째 링크를 클릭하면 Invisalign을 개발한 회사의 공식 페이지로 간다. 조금만 내려가보면 세 번째 문단에 가격에 대한 정보가 있다. 전국 평균은 약 $5000이나, 경우에 따라 $3500에도 가능하다고 쓰여 있다.

여기서 궁금증이 들 것이다. 이렇게 멋진 웹사이트를 만드는 사람들의 동기는 무엇일까? 시간이 남아서일까? 남을 위해 헌신적인 봉사를 하고 싶어서일까? 구글 애드워드 (Google Adwords)에 그 해답이 있다. 아래와 같이 웹페이지 왼편에 구글 광고가 달려 있다. 이것이 구글이 만든 건강한 생태계이다.

myreal

즉,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도록 정보를 잘 가공해서 올려 놓으면 자연스럽게 구글에서 검색 결과 랭킹이 올라가고,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면 광고 수입이 증가하는 선순환 고리이다. 이게 과연 돈이 될까 싶겠지만, 돈이 꽤 된다. 한 인기있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지인은 구글 광고를 달자마자 월 수천만원의 수입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당신이라면 공을 들여 이런 사이트를 만들겠는가? 물론이다.

두 번째 예를 들어보겠다. 당신이 경제학과 대학원생이고, 이번에 쓰는 논문에서 프랑스의 인구에 대한 최신 정보를 넣고 싶다고 하자. 두 검색 결과를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프랑스 인구” (네이버) vs. “Population of France” (구글)

먼저, 네이버 검색 결과를 보자.

프랑스 인구, 네이버 검색 결과.
프랑스 인구, 네이버 검색 결과.

제일 첫 줄에 프랑스 인구가 나온 것까지는 좋다. 출처가 백과사전이라는데, 백과사전이 어떻게 출처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클릭해서 들어가보면 두산대백과사전이 출처라고 되어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논문을 쓰는 사람이 사전을 출처로 달지는 않을 것 같다. 그 정보를 처음 수집한 곳이 출처가 되어야 하는데 (인구 센서스 등) 그런 정보는 찾을 수가 없다.

어쩄든, 더 아래로 내려가보면 여지없이 지식인 검색이 있다. 클릭해서 들어가보면 가관이다. 쥬니버Q&A라고, 초등학생들이 숙제하면서 주고 받은 내용인 것 같은데, 2009년에 질문/답변한 첫 번째 링크를 클릭하면 네이버에서 이미 제공하는 “출처 불분명하고 2년이 지난 정보”를 그대로 복사해서 답변해 놓았다. 심지어 2005년에 질문/답변한 정보도 있다. 클릭 몇 번 해보면 거의 새로울 게 없고 좋은 정보가 없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출처“를 찾을 길이 없어 논문에는 사용할 수 없다.

네이버의 '프랑스 인구' 검색 결과. 지식인.
네이버의 ‘프랑스 인구’ 검색 결과. 지식인.

다음으로 구글 검색 결과를 보자.

Population of France. 구글 검색 결과
Population of France. 구글 검색 결과

일단 인구 성장 그래프가 눈에 띈다. 네이버와 같은 숫자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번에는 출처가 있다. 출처는 World Bank이다. 이정도면 신뢰해도 되는 정보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 검색 결과인 Wikipedia를 클릭해보자. 직접 들어가보면 놀랄 것이다. 2013년의 프랑스 인구가 “프랑스 정부”를 출처로 해서 달려 있다. 출처 링크도 있고 당연히 신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영토 내에 사는 프랑스인 뿐 아니라 대평양의 프랑스 소유 섬 등에 사는 사람들의 인구도 같이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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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검색 결과인 위키피디아 페이지에서 찾은 대목. 2013년 1월 기준으로 프랑스 인구는 63,702,200명이다.

일단 내가 원하는,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10여초만에 얻었다. 그 아래로 조금 내려가면 또 한 번 놀란다. 프랑스 인구가 연도별로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official French censuses”라는 출처 정보가 명시되어 있다.

첫 번째 검색 결과인 위키피디아 페이지에서 찾은 대목. 2010년 1월 기준으로 프랑스 인구는 65,447,374명이며, 그 중 62,793,432명이 도시에 살고 있다.
연도별 프랑스 인구 변동 추이

그 아래로 더 내려가보면 “프랑스 인구”에 대해 알고 싶을 만한 내용이 전부 들어있다.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했는지, 세계대전 전후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이민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현재 출산율은 얼마인지 등이 모두 출처와 함께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사람들에게 이러한 검색 결과 품질 차이 얘기를 하면 듣는 반응 중에 한 가지는, “한국에는 좋은 정보를 가진 웹사이트가 없다. 그래서 네이버에서 그런 웹사이트를 먼저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좋은 정보를 가진 웹사이트가 있더라도 네이버에서 이를 보여주지 않아서는 아닐까?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3월 15일에 이정환님이 쓴 글을 보니 네이버 검색 결과의 72.3%가 지식in,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카페 등의 네이버 자체 사이트로 유입된다고 한다. 이러니 한국 사람들의 생활은 네이버에서 시작해서 네이버로 끝나는 것이다. 다른 사이트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아주 작다.

기억을 조금 더듬어보았다. 네이버가 나타나기 전의 한국의 인터넷은 어떤 모습이었던가? 심마니라는 파일 다운로드 사이트가 따로 있었고, “디비딕“이라는 질문 답변 사이트가 따로 있었다. 엠파스, 네이버에서 이러한 사이트를 검색해 주었고, 그 사이트들은 해당 정보를 이용하기 가장 편리하도록 사이트를 가꿔나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네이버가 이런 정보를 직접 정리하거나 회사를 사서 사이트에 붙이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생활 자체는 편리해졌다. 마치 One Stop 쇼핑처럼 한 곳에서 필요한 일들을 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행기 티켓은 네이버 여행에서, 부동산 정보는 네이버 부동산에서, 그리고 뉴스는 네이버 뉴스에서 보면 된다. 그러나, 네이버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소유, 가공해서 사람들에게 “떠먹여”주기 시작하면서 모든 게 변질되고 말았다. 네이버는 한국의 인재가 모인 회사다. 이런 회사가 정보를 소유, 가공할 줄을 모른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네이버가 제공하는 사이트가 다른 사이트보다 더 품질이 높은 경우도 많다. 문제는, 이것이 “네이버가 가장 잘 하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검색에 집중하지 않고 온갖 정보를 수동으로 가공하는 일을 하기 시작하면 즉시 인력이 부족해지고, 비효율성이 발생한다. 이건 사람을 채용해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해당 정보를 훨씬 더 잘 가공해서 제공할 수 있는 사이트가 생겨나더라도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네이버가 검색 결과에서 자신의 서비스보다 위에 올려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네이버가 이미 제공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만든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 되어버렸다.

여기에 진짜 문제가 있고, 이 글을 쓴 목적이 있다. 즉, 바로 앞 블로그에 소개되었던 넷플릭스와 같은 파괴적 기술이 등장할 기회가 차단되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인터넷은 10년동안 정체되었다고 하는데, 나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변화를 싫어해서가 아니다. 새로운 사이트가 등장해도 순위에서 자연스럽게 올라갈 기회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네이버 검색을 하면 제일 먼저 보는 건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지식인, 네이버 음악, 네이버 동영상이고, 맨 아래에 초라하게 자리잡고 있을 뿐인 웹 검색 결과에까지 도달하는 일은 거의 없다.

구글에서는 시나리오가 어떻게 다른지 한 가지만 예를 들어보겠다. “미국판 싸이월드”였던 마이스페이스 Myspace.com이라는 서비스가 있다. 싸이월드가 한국에서 먼저 뜬 후인 2003년에 생겨났고, 아마 싸이월드를 벤치마킹해서 만들었을 것이다. 당시 마이스페이스의 인기는 대단했다. 미국에서 젊은 사람 중에 마이스페이스 계정 하나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니 말이다. 미국 친구들이 마이스페이스를 쓰기 시작하고 점차 그 안의 네트워크가 강화되는 것을 보면서 나는 마이스페이스를 이길 회사는 절대 없겠거니 했다.

내 생각이 틀렸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2009년에 미국에서 페이스북은 마이스페이스를 따라잡았고, 이겼다.[] 이미 세계 트래픽에서 마이스페이스를 앞지른 후였다.

페이스북과 마이스페이스 트래픽 비교. 페이스북이 따라잡다가 추월하는 모습이다.

페이스북이 마이스페이스를 이긴 사건이 구글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나는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 대해 알고 싶으면 대개 구글에 이름을 친다. 그러면 그 사람의 Myspace, Facebook, LinkedIn, Twitter 등의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예를 들어 구글에서 내 이름(Sungmoon Cho)을 치면 아래와 같은 검색 결과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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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Sungmoon Cho로 검색한 결과

지금은 LinkedIn과 Facebook 링크가 가장 먼저 등장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Myspace 링크가 상위에 나왔었다. Facebook이 인기를 얻어가기 시작하면서 등수가 조금씩 올라갔을 거고, Facebook을 모르던 사람들이 “이게 뭐지?” 하고 클릭해보고 나서 Myspace보다 깔끔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배웠을 거고, 관심이 생겨서 자기도 가입을 했을 거고, 그 결과 Facebook의 검색 순위는 더 상승했을 것이다. 새로운 서비스가 생겨서 기존 서비스보다 더 좋은 정보를, 더 좋은 인터페이스로 제공한 것이고, 그 결과 승리한 것이다. 이러한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지난 2년 반동안 미국에 있으면서 그 짧은 기간동안 관찰한 것만 해도 많이 있으니 말이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사건. 나도 바로 이전 블로그에서 그렇게 얘기했고, 임정욱 님도 Netflix vs. Blockbuster에서 똑같은 비유를 들었는데, 미국에서는 이런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 그래서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거대 회사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회사를 창업하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서 고객을 모으기 시작하면 언젠가는 이기는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기지 못하더라도 상관 없다. 골리앗은 나중에 다윗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서 그 회사를 살 것이다. 그러면 창업자는 갑부가 된다 (매우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고, 구글이 애드맙(Admob)을 인수한 사건도 이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서는 “내가 느끼는 한국과 미국의 M&A 문화 차이” 참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데, 네이버가 만들어놓은 낡은 부대에 새 술이 자꾸 담기면서 한국은 그만큼 혁신 속도에서 뒤쳐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까? 네이버가 독점하고 있는 한, 그리고 네이버가 계속해서 수익을 내고 있는 한(네이버 공시자료에 따르면 2010년 첫 쿼터 매출액이 3300억원이었고, 그 중 30%에 달하는 무려 1130억원이 당기순이익이었다. 그리고 지금 현금 보유액이 약 2000억원이다. []), 답은 없어 보인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돈을 잘 벌고 있는 사업 모델을 바꿀 동기도 없고 그래야할 이유도 없다. 그래서 잘못 끼워진 첫 단추가 무서운 것이다.


업데이트 (2010/3/23): 구글과 네이버를 공정하게 비교하기 위해서는 같은 키워드로 검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러 번 있었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다음 두 개의 링크를 클릭해서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동일한 키워드로 검색했습니다. 검색어는 이 블로그의 제목입니다. 네이버는 글의 원문조차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 글을 퍼가서 올린 네이버 블로그와 제 글에 반박하는 글들이 제일 위에 뜨네요 (신기하네요.. 꼭 일부러 그런 것처럼.). 게다가 검색 의도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뉴스 기사가 버젓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http://bit.ly/bfK4Lk (네이버) vs http://bit.ly/93BIcT (구글)

업데이트 (2010/3/25): 제 포스팅에 이어 메사추세츠 주립 대학에서 정보 검색을 연구중이신 김진영님이 “네이버가 구글과 싸우는 법 – 검색 연구자의 관점“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주셨습니다. 네이버가 앞으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으려면 검색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해주셨네요.

출처: http://www.flickr.com/photos/steebp/2193769710/

업데이트 (2010/3/29): 몇몇 분들이 영어로 된 정보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한글 검색끼리 비교해야 공정한 것이라고 반론을 제기하며 그 근거로 한국어 검색 비교를 해주셨습니다 [참고글]. 그 주장도 일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왜 그런지, 그게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글을 쓰기 전에 한글 검색 비교를 예로 드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 봤습니다만, 저는 오히려 그것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네이버의 데이터베이스가 막힌 상태에서 구글 등 다른 검색엔진이 수집할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2)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포털들은, “포털 바깥에는 쓸만한 정보가 없다”는 가정하에 모든 정보를 자신의 데이터베이스에 담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검색 결과에서 자신의 포털 안에 들어있는 정보를 가장 먼저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좋은 정보가 생생하게 살아 숨쉬어야 할 인터넷 생태계가 파괴되었고, 좋은 정보를 가공해서 올리는 사이트가 많이 생겨나지 못했습니다. 구글, Bing 등의 다른 검색엔진이 한글로 된 페이지들을 아무리 열심히 찾아 헤메면 뭐하겠습니까, 이미 그렇게 되어버린 상태라면 말이죠. 그래서 제가 ‘잘못 끼워진 첫 단추’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입니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는 바람에 인터넷 생태계가 망가져가고 있는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했다고 할까요… 오른쪽 그림처럼 말입니다.

업데이트(2010/3/30): 이 글을 쓰고 나서 네이버 김상헌 사장님이 의견을 주셨네요. 블로그 후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업데이트(2010/12/1): 깜신님이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에 대해 글을 써서 한동안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여기에서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업데이트(2013/4/3): 이 글을 쓴 지 만 3년이 되었는데, 여전히 제 블로그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글 중의 하나입니다. 얼마 전에는 갑자기 페이스북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며 3만명이 넘는 분들이 다녀갔습니다. 새로 쓴 “갑자기 다시 주목을 받는 3년 전의 네이버“도 함께 읽어보세요.

업데이트 (2014/2/3): 위에서 ‘구글에서 영어로 검색하면 품질이 훨씬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했는데, 지난 4년간 구글에서 한글 검색을 해본 결과 한글로 된 정보 역시 구글에서 찾으면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업데이트 (2014/12/19): 최근 표창원, 김준민, Hyung R Lee 님 등이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이 글의 조회수가 40만이 추가됐습니다. 링크를 따라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도 의견을 읽어보세요.

업데이트 (2015/1/27): 이 글을 처음 쓸 때 이미지를 업로드하기 위해 사용하던 서비스가 사라져버리는 바람에 몇몇 이미지가 손실되었습니다. 그래서 네이버와 구글에서 다시 캡쳐해서 올렸는데, 다행히도(?) 아주 큰 차이는 없네요.

내가 느끼는 미국과 한국의 M&A 문화 차이

미국에서 다시 M&A(기업인수합병)가 되살아나고 있다. 경기 회복의 신호인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구글이 모바일 광고 회사인 애드맙(Admob)을 $750 million (약 8300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구글은 앞으로 한 달에 한 개 꼴로 회사를 인수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Admob은 내가 괜찮은 회사라고 생각해서 관심 있게 보고 있었던 차였길래 이 인수 소식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보다 더 전의 일이지만, IntuitMint.com $170 million (약 1900억 원) 규모의 인수도 매우 흥미로웠다. Mint.com은 내가 따로 소개해 보고 싶은 웹사이트인데, 개인 자산 관리를 아주 편하게 해 주는 서비스이다 (블로그 글: 정말 잘 만든 개인 금융 관리 서비스, Mint.com). Intuit은 이미 Quicken이라는 Mint와 비슷한 서비스를 가지고 있었지만, Mint.com의 품질이 우수한 것을 보고 무려 1900억원이라는 돈을 주고 구입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주 현명한 M&A였다고 평가했다.

자고 일어나면 한 건씩 터지는 미국 기업들의 M&A 소식. 하지만 한국의 대기업이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을 인수했다는 소식은 듣기 힘들다. 왜일까 궁금했다. 미국에서는 회사를 창업할 때 IPO(기업 공개 및 상장)를 해야만 엑싯(exit: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시스코 등 대기업에 매각하는 걸 더 가능성 있는 전략으로 생각하고, 투자자들에게도 그렇게 설명한다. 한편, 한국에서는 투자를 받을 때 회사 매각을 전제로 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물론 없지야 않겠지만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그게 투자자들에게 좋게 보일 지는 잘 모르겠다.

얼마 전 IDG 벤처스에서 일하는 Henry (@ohohehenry)와 팔로 알토에서 만나 이런 얘기를 풀어놓았다. 한국에는 왜 M&A가 많지 않을까? 있다 하더라도 왜 M&A를 통해 성공적으로 시장에서 성공한 케이스가 많지 않을까? 같이 이야기를 하다보니 생각이 정리되어 글로 남겨볼까 한다.

내가 기억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IT분야 M&A 성공 사례는 네이버와 한게임의 합병이다. 내 기억에 의하면 네이버는 당시 별로 존재감이 없는 검색 엔진이었다. 더 좋은 인터페이스와 검색 품질, 그리고 더 큰 마케팅 파워를 가진 엠파스가 잘 나가고 있었고, 네이버는 엠파스, 야후 등과 경쟁하며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수많은 검색엔진 중 하나였다. 그 판도가 한 번에 뒤바뀐 사건이 네이버와 한게임의 합병이다. 한게임은 이미 돈을 벌고 있었다. 한게임의 유료화를 통해 지속적인 현금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걸 네이버 브랜드를 알리는 데 사용하고.. 검색엔진과 인터넷 게임의 결합이 직접적인 시너지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네이버와 한게임은 이렇게 합병을 통해 화려하게 성장했다.

SK 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 인수도 내가 보기엔 성공적이다. 네이트온과 싸이월드를 통합하는 건 기가 막힌 아이디어였고, 그 덕에 MSN 메신저를 쓰던 수많은 사람들이 네이트온으로 옮겨 탔고, 싸이월드의 수명은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 외 어떤 사례가 또 있을까 궁금해서 중소기업청에서 발간한 “2007년 벤처기업 M&A 성공사례집” 이라는 글을 찾았다. 다양한 사례가 있었지만 성공 사례는 거의 없었다. 물론 크고 작은 성공적인 M&A 사례는 있겠지만, 별로 기억에 남을 만한 성공적인 사례는 별로 없다. 실패 사례가 대부분이다. 왜 그런걸까? 왜 한국에서는 M&A가 많지 않을까? 있더라도 왜 성공 사례가 많지 않을까? 특히 CISCO, Oracle, Google, Apple, Microsoft같은 미국 대기업들은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면 예외 없이 공격적인 M&A를 통해 혁신을 일으키고 시장을 확장해 나가는데 왜 삼성, 현대, LG가 다른 기업을 인수했다는 소식은 거의 듣기 힘들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면서 재미난 가정을 해 봤다. 삼성전자가 아이리버를 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아이리버는 제품을 잘 만들어 시장을 선두하고 있었고 삼성은 자원이 많고 강력한 글로벌 마케팅 팀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리버는 내가 대학 다닐 때 히트를 쳤는데, 그 때 서울대에 방문했던 양덕준 사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대단한 사람이고, 존경할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특히 직접 디자인을 하려 하지 않고 이노 디자인과의 합작을 통해 감탄할 만한 디자인의 제품을 내놓은 것을 보고 앞으로 크게 되겠구나 생각했고, 1, 2년이 지나자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좋은 리뷰를 받고 시장 점유율을 높여서 뿌듯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오래 가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가만히 있다가 돈이 된다고 시작했는지 갑자기 ‘옙(Yepp)’이라는 브랜드로 MP3 플레이어 시장에 진출했고, 곧이어 아이리버를 눌러버렸다. 2005년과 2008년 국내 MP3 시장 점유율은 다음과 같다.

2005년 MP3 시장 점유율: 아이리버 41%, 아이오디오 20%, 삼성 11%, 애플 9%, 아이옵스 5%, 모비블루 5% []
2008년 MP3 시장 점유율: 삼성전자 40%, 아이리버 10%, 애플 10%, 코원 5% []

지금은 삼성전자가 국내 MP3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이 자체는 별로 문제가 안될 지 모른다. 중소기업이 먼저 시장을 발굴한 후 대기업이 경쟁을 하기 시작했고, 결국 싸움에서 이긴 것이다. 그러나 뭐가 문제일까?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이 문제이다. MP3 플레이어를 처음 시작해서 시장을 선두한 것은 애플이 아니라 바로 아이리버였다. 아이리버가 삼성과 싸우느라 에너지를 소진하는 동안 애플이 놀라운 제품을 내놓았고, 결국 지금 미국에서 아이리버나 옙은 절대 찾아볼 수가 없다. 미국 뿐 아니라 유럽, 호주 등의 국가에서도 당연히 같은 상황이다. 비즈니스 위크에서 발표한 2009년 6월 기준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 점유율은 다음과 같다.

2009년 6월, MP3 시장 점유율 (출처: 비즈니스 위크)

탑 10에 삼성도 없고 아이리버도 없다. 샌디스크(Sandisk)가 놀랍게도 6위를 차지했다. 만약 삼성이 아이리버와 경쟁하는 대신 그 가치를 기꺼이 지불한 후 같이 힘을 합쳐서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봤으면 어땠을까? 아이팟이 워낙 강력해서 결국은 애플에 밀렸을 지 몰라도 적어도 탑 10에 삼성 이름 몇 개는 넣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약간의 조사를 해 봤다. 아이리버가 왜 결국 패했는지를 잘 정리한 블로그에서 다음과 같은 댓글을 보았다.

  1. 루키페르 2008/01/09 14:38 아이리버 한창 잘나갈때 삼성전자에서 애플에 메모리를 대량의 가격할인을 통해 팔았죠. 그때 이미 레인콤을 노린 전략이라는 소리가 많았습니다. 결국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아이팟이 국내시장을 잠식하고 레인콤이 휘청거리게 되면서 삼성 역시 자사 MP3P의 시장점유율을 높입니다. 직접 공격하면 욕먹을것 같으니 뒤통수 친거죠.
  2. 전상규 2008/01/09 14:42 삼성에서 메모리를 헐갑에 애플한테 공급하면서 아이리버가 가격에서 경쟁이 안됐죠.
    전형적인 국내 중소업체 죽이기 전략이었습니다.
    공고하게 다져진 국내 1위 업체의 아성을 애플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흔든후 그 틈새시장을 삼성에서도 어느정도 차지했습니다.

사실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위 말을 100% 신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이 사건에 대해 갖게 되는 생각은 중소기업이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았을 때 대기업이 리소스를 투입해서 기술을 복제하고 돈으로 밀어붙여서 중소기업을 죽이는 대신, 그 가치를 인정하고 돈을 지불한 후 힘을 합쳐서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보는 것이 더 맞는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구글의 유투브 인수 사건은 삼성이 아이리버에 대해 대응한 것과 완전히 대조된다. 유투브가 인기를 얻어가던 시절 구글 역시 구글 비디오(Google Video)라는 서비를 하고 있었다. 당시에 유투브, 구글 비디오 모두 써봤는데 둘 다 인터페이스, 기능, 성능 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어떤 면에서는 구글 비디오가 더 우수한 점도 있다. 그러나 구글은 2006년에 유투브를 $1.65 billion (약 1.8조원)이라는 어마어마어마한 가격에 인수했다. 유투브를 구글이 똑같이 만들고, 마케팅하고, 회원 수를 늘렸다면 얼마의 돈이 들었을까? 아무리 많이 들어도 1.8조원이 들 수는 없다. 많이 잡아도 1000억원이면 충분히 하고도 남지 않을까? 그랬으면 유투브는 2등이 되고 지금 사람들이 구글 비디오를 쓰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구글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유투브가 만든 기술을 사서 죽여버리는 대신, 그 가치에 대해 충분한 돈을 지불한 후 유투브 엔지니어들과 힘을 합치고 구글의 서비스에 유투브를 통합해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물론 1.8조원이라는 거액의 돈을 회수하는데 까지 시간이 걸리고, 그렇게 되면 이 인수합병이 과연 옳았는가 하는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봐서는 나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 (2011년 5월 18일 업데이트: 광고 단가가 오르고 비용이 줄면서 유투브가 마침내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인수 합병이 훨씬 활발하고 문화가 발전해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업데이트: 2011년 5월 18일 현재 구글이 인수한 회사 목록. 2001년부터 시작해서 거의 100개의 회사를 인수했고, 대부분의 기술이 구글의 제품에 잘 통합되어 구글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왜 이렇게 다를까? 왜 미국에서는 한국에 비해 인구 합병에 대해 훨씬 적극적일까? 이유는 수없이 많겠지만, 나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크다고 생각한다.

1. 표절(plagiarism)을 엄단하고 다른 사람이 가진 지적 재산을 인정하는 문화

한국에서 교육받고, 한국에서 회사 생활하다가 미국 학교에 와서 제일 크게 다르게 느꼈던 부분 중 하나이다. 미국 학교 및 기관에서 표절에 대해 가진 기준은 한국의 그 어떤 곳에서 느꼈던 것보다도 엄격하다. 표절이 발각되면 퇴학이고, 학위를 받은 경우에는 학위 취소가 될 수도 있다. 경영대학원에서는 케이스를 굉장히 많이 쓴다. 이게 근데 상당히 비싸다. 하버드 케이스 하나당 7불 가까이 하는데, 어떤 케이스는 겨우 5장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5장짜리 종이에 담긴 내용에 한국돈으로 만원 가까이를 지불하는 거다. 사실 나는 좀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냥 복사해서 쓰면 안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렇게 복사해서 쓰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복사한 케이스를 가지고 있다가 친구한테 들켰다가는 “윤리적이지 못한”으로 낙인되는 거다. 한마디로 범죄인 취급이다. 미국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표절에 대해 워낙 철저하게 교육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대가를 치루고 사서 쓰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는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이야기를 왜 하는가 하면, 아마 그렇게 교육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른 회사에서 개발한 기술을 복제해서 쓰려고 하기 보다는 대가를 치르고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깝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섣불리 복제했다가 나중에 소송이라도 당해서 지게 되면 천문학적인 명예, 금전적 손해를 입기 때문이기도 하다.

2. 비싼 인건비

미국 엔지니어들 비싸다. 실리콘밸리의 웬만한 엔지니어는 10만불 (1억 2천만원)을 받는다. 고급기술을 가진 엔지니어는 훨씬 더 비싸다. 그리고 연봉이 다가 아니다. 의료보험이 비싸고 세금이 비싸기 때문에 고급 엔지니어를 고용하면 일년에 20만불 (2억 4천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 10명의 고급 엔지니어가 1년동안 일해야 한다면 무려 200만불(22억원)의 비용이 든다. 그렇게 계산하면 10명의 엔지니어가 3년을 노력해서 만든 제품은, 비슷한 제품을 만들려면 600만불(66억원)이 든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그래서 밑바닥부터 새로 만드는 것보다 회사를 사서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3. 발전된 금융 시스템 – 벤처 캐피털, 프라이빗 에쿼티, 투자 은행

이건 어떻게 생각하면 간접적인 영향인데, 미국의 금융 시스템이 발전되어 있어서 기업 인수 합병이 활발하게 일어난다고 볼 수도 있다. 벤처 캐피털들은 기술력 있는 회사에 투자하고 나면 그 회사를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 회사를 연락하기 시작한다. 증시에 상장되는 것으로도 투자 자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그건 너무 오래 걸리는 일이다. 10년씩이나 기다리고 있을만큼 참을성 있는 벤처 캐피털들은 많지 않다. 빨리 회수해야 또 새로운 회사에 투자할 수 있다. 프라이빗 에쿼티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의 주요 목적은 레버지리를 통해 (즉, 은행 융자를 이용해서) 회사를 사서, 구조와 모양을 좋게 만든 다음에 되팔아서 차익을 남기는 것이다. 되팔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회사를 사야 하는데, 주로 현금을 많이 가진 대기업들이 그 주체가 된다.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엄청나게 발달되어 있는 투자 은행들의 역할도 있다. 이들에게는 상장 (IPO)과 기업 매각이 아주 좋은 수익원이다. 기업 매각이 자꾸 일어나야 좋다. 그래서 투자은행가(investment banker)의 큰 일 중의 하나가 기업 매각 및 매입을 부추기는 것이다. 한쪽에 가서는 매각할 때가 되었다고,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하고 다른 쪽에 가서는 정말 좋은 가격에 나왔으니 다른 기업에서 선수치기 전에 매입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양쪽에서 필요를 느껴 인수결정이 내려지면 그 사이에서 투자 은행가들은 상당한 수수료를 벌 수 있다.

한국에서 기업을 둘러싼 금융 시스템이 선진화될수록 기업 인수가 활발해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남이 만든 무형자산의 가치를 진정으로 이해해주고 그 대가를 지불하는 문화가 먼저 정착되어야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