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동안 구글이 야심차게 준비한 Google+가 엊그제 발표되어 이틀째 써봤다. 구글에게는 이 서비스의 성공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구글 매출의 97%가 광고에서 나오고 있는데(주: GigaOm), 얼마전 페이스북의 디스플레이 광고(배너 광고 등) 매출이 얼마 전에 야후를 앞지르고 1등이 되었고(주: CNET), 앞으로도 구글보다 월등히 자세하고 정확한 사용자 정보를 가진 페이스북이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점차 큰 역할을 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팬페이지를 사용하기 시작한 후 페이스북이 가진 정보의 힘을 실감하고 있다).
발표된 첫 날, 구글 직원 한 명당 10개씩의 초대장을 보낼 수 있었는데, 첫 날 초대를 받아 (Thanks! @mickeyk) 바로 사용해보기 시작했다. 여기 간략히 첫 인상을 정리해본다.
1. 유저 인터페이스(UI)가 깔끔하다.
깔끔한 Google+ 화면. 페이스북과 좀 비슷하다고 느끼지만, 사실 그 전에 나온 다른 소셜 네트워크들도 대부분 이렇게 생겼다.
혹자는 ‘구글 답지 않게’ 예쁜 UI라고들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깔끔함’을 추구하는 Google의 다른 디자인과 유사하지만, 상당히 다이내믹한 Circle 페이지는 구글의 다른 제품들과는 차별된다.
2. 빠르다.
아직은 월간 사용자 수가 7억 5천명에 이르는 페이스북과는 비교도 안되게 적은 수의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첫눈에 빠르고 쾌적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Ajax 기술은 참으로 놀랍다. 이게 HTML 맞나? 플래시 아닌가? 라고 생각할 정도로 애니메이션이 많이 들어가 있으면서도 속도가 빠르다.
친구 관리 화면. 친구 사진을 드래그해서 아래쪽 동그라미에 갖다 놓으면 그 그룹에 친구가 추가된다. 빠르고 쾌적하다.
3. 구글의 다른 서비스들과 잘 통합되어 있다.
안드로이드 OS를 쓰면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이번에도 구글이 가진 정보와 장점들을 잘 활용하고 있다.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었지만, 이미 많은 정보가 입력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 옮겨탈 때 생기는 스위칭 코스트(switching cost: 서비스를 교체할 때 들게 되는 시간적, 경제적 비용)를 최소화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1) 예를 들어, 내 gmail의 연락처 정보를 구글이 다 가지고 있는데다, 누구와 이메일을 많이 주고받는지, 누구와 최근에 이메일을 주고받았는지 등의 정보를 구글이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래와 같이 끊임 없이 친구 추천을 해준다.
2) 나같은 경우는 전부터 사진 관리를 피카사(Picasa)로 해오고 있었는데, Google+에 따로 사진을 올릴 필요가 없이 피카사 웹 앨범이 여기 그대로 표시되고 사람들이 덧글을 달 수 있다.
3) 구글이 전부터 ‘구글 프로필‘을 홍보하고 이를 검색 결과에 보여주기 시작하기에 나도 하나 만들어둔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Google+ 가입하고 나니 그 정보가 그대로 들어가서 굳이 내가 따로 입력해야 하는 정보가 많지 않았다.
구글 프로필(Google Profile)에서 자동으로 가져온 정보. 굳이 프로필을 건드릴 필요가 없다.
4. 페이스북의 불편함을 개선했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페이스북이지만, 불편한 점은 있게 마련이다. 사실 Google+를 쓰기 전까지는 그게 불편한 것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걸 써보고 나니 페이스북은 이런 점이 불편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시 써보고 비교해봐야 전에 쓰던 것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게 된다. 곧 페이스북이 이런 점들을 개선하게 되지 않을까? 아래 몇 가지 발견한 것들이다.
1) Notification(공지) 관리가 쉽다. 업데이트가 있었다는 사실이 브라우저 오른쪽 위에 뜨는데, 이를 클릭하면 아래와 같은 화면이 나온다.
여기서 해당 Notification을 클릭하면, 페이스북에서처럼 새로운 페이지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 창에서 그대로 아래와 같이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작은 차이이지만, 화면 전환이 없으므로 보다 쾌적하고 가벼운 느낌이 든다.
2) 새로운 내용을 올릴 때 어떤 어떤 그룹과 공유가 되게 할 지를 그 때마다 선택할 수 있다. 내가 보기에 페이스북과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점이다. 어떤 내용은 고등학교 친구들과만, 어떤 내용은 가족과만, 어떤 내용은 동네 친구들과만, 어떤 내용은 그 모두와 공유… 이렇게 하기가 참 쉽다.
Google+에서는 새로운 내용을 올릴 때 어떤 그룹들과 공유할 지 매번 결정할 수 있다.
아래, 페이스북의 업데이트 화면을 보면 차이를 알 수 있다. 페이스북에는 특정 그룹의 친구나, 예를 들어 ‘가족에게만 공유’하는 기능이 따로 없다. 그렇게 하고 싶으면 매번 설정(Customize)을 해줘야 한다.
페이스북에서는, 포스팅할 때 여섯 가지 옵션을 선택해서 어떤 범위로 공유할 지 결정할 수 있지만, Google+에 비해 제한적이다.
3) 원하는 그룹의 업데이트만 선택적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Friends’를 선택하면, 친구들의 업데이트만 보이고, ‘Family’만 선택하면 가족들이 올린 업데이트만 보인다. 역시 페이스북과 크게 차별화되는 점이다. 페이스북에서는 이런 설정을 할 수가 없어서 불편했었다. 물론, 페이스북에서는 보다 지능적인 방법을 써서, 나와 가깝고 내 친구들과 가까운 사람들이 더 위로 올라오긴 하지만.
Stream에서 Friends만 선택한 결과. 친구들의 소식만 따로 볼 수 있다.
한편, Google+에서 친구들 그룹 관리하는 기능이 너무 편리해서 페이스북에도 이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Google+가 발표되자마자 즉시 만들어진 사이트가 있다. CircleHack.com을 쓰면 똑같은 인터페이스로 페이스북 친구들을 관리할 수 있다. 이걸 보니, 처음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건 어려워도 이를 보고 그대로 따라만드는 건 참 쉽다는 걸 알게된다. 구글에서 오랫동안 고민해서 만든 인터페이스일텐데..
매일 매일 많은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Google+에 가입해서 나를 자신의 그룹에 추가하고 있다. 처음엔 거의 활동도 없더니 친구들이 업데이트를 하기 시작해서 이제 어느 정도 활동도 보인다. 처음 시작이 이 정도라면 나무랄 데 없이 잘 만든 서비스인데, 과연 성공할까? Google Buzz나 Google Wave에서도 처음엔 왕성한 활동을 보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직은 뭐라 예측할 수가 없다. 아직은 그저 사람들에게 ‘새로운 장난감’, ‘새로운 배울거리’가 생긴거고, 많은 사람들이 시도해보고 있는 단계이다. 페이스북을 이길 수는 없을지라도 일단 적어도 10%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다면 구글 입장에서는 선전한 게 아닐까? 어쨌든, 페이스북이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는 글로벌 소셜 네트워크 시장에서, 그와 충분히 대적할 만한 기능을 갖춘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가 생겨났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구글은 이제야 기능면에서 페이스북을 따라가고 있는 정도이지만, 2000명의 직원을 가진 페이스북이 가만히 멈춰 있지 않으리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미국에서 다시 M&A(기업인수합병)가 되살아나고 있다. 경기 회복의 신호인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구글이 모바일 광고 회사인 애드맙(Admob)을 $750 million (약 8300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구글은 앞으로 한 달에 한 개 꼴로 회사를 인수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Admob은 내가 괜찮은 회사라고 생각해서 관심 있게 보고 있었던 차였길래 이 인수 소식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보다 더 전의 일이지만, Intuit의 Mint.com $170 million (약 1900억 원) 규모의 인수도 매우 흥미로웠다. Mint.com은 내가 따로 소개해 보고 싶은 웹사이트인데, 개인 자산 관리를 아주 편하게 해 주는 서비스이다 (블로그 글: 정말 잘 만든 개인 금융 관리 서비스, Mint.com). Intuit은 이미 Quicken이라는 Mint와 비슷한 서비스를 가지고 있었지만, Mint.com의 품질이 우수한 것을 보고 무려 1900억원이라는 돈을 주고 구입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주 현명한 M&A였다고 평가했다.
자고 일어나면 한 건씩 터지는 미국 기업들의 M&A 소식. 하지만 한국의 대기업이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을 인수했다는 소식은 듣기 힘들다. 왜일까 궁금했다. 미국에서는 회사를 창업할 때 IPO(기업 공개 및 상장)를 해야만 엑싯(exit: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시스코 등 대기업에 매각하는 걸 더 가능성 있는 전략으로 생각하고, 투자자들에게도 그렇게 설명한다. 한편, 한국에서는 투자를 받을 때 회사 매각을 전제로 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물론 없지야 않겠지만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그게 투자자들에게 좋게 보일 지는 잘 모르겠다.
얼마 전 IDG 벤처스에서 일하는 Henry (@ohohehenry)와 팔로 알토에서 만나 이런 얘기를 풀어놓았다. 한국에는 왜 M&A가 많지 않을까? 있다 하더라도 왜 M&A를 통해 성공적으로 시장에서 성공한 케이스가 많지 않을까? 같이 이야기를 하다보니 생각이 정리되어 글로 남겨볼까 한다.
내가 기억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IT분야 M&A 성공 사례는 네이버와 한게임의 합병이다. 내 기억에 의하면 네이버는 당시 별로 존재감이 없는 검색 엔진이었다. 더 좋은 인터페이스와 검색 품질, 그리고 더 큰 마케팅 파워를 가진 엠파스가 잘 나가고 있었고, 네이버는 엠파스, 야후 등과 경쟁하며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수많은 검색엔진 중 하나였다. 그 판도가 한 번에 뒤바뀐 사건이 네이버와 한게임의 합병이다. 한게임은 이미 돈을 벌고 있었다. 한게임의 유료화를 통해 지속적인 현금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걸 네이버 브랜드를 알리는 데 사용하고.. 검색엔진과 인터넷 게임의 결합이 직접적인 시너지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네이버와 한게임은 이렇게 합병을 통해 화려하게 성장했다.
SK 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 인수도 내가 보기엔 성공적이다. 네이트온과 싸이월드를 통합하는 건 기가 막힌 아이디어였고, 그 덕에 MSN 메신저를 쓰던 수많은 사람들이 네이트온으로 옮겨 탔고, 싸이월드의 수명은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 외 어떤 사례가 또 있을까 궁금해서 중소기업청에서 발간한 “2007년 벤처기업 M&A 성공사례집” 이라는 글을 찾았다. 다양한 사례가 있었지만 성공 사례는 거의 없었다. 물론 크고 작은 성공적인 M&A 사례는 있겠지만, 별로 기억에 남을 만한 성공적인 사례는 별로 없다. 실패 사례가 대부분이다. 왜 그런걸까? 왜 한국에서는 M&A가 많지 않을까? 있더라도 왜 성공 사례가 많지 않을까? 특히 CISCO, Oracle, Google, Apple, Microsoft같은 미국 대기업들은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면 예외 없이 공격적인 M&A를 통해 혁신을 일으키고 시장을 확장해 나가는데 왜 삼성, 현대, LG가 다른 기업을 인수했다는 소식은 거의 듣기 힘들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면서 재미난 가정을 해 봤다. 삼성전자가 아이리버를 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아이리버는 제품을 잘 만들어 시장을 선두하고 있었고 삼성은 자원이 많고 강력한 글로벌 마케팅 팀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리버는 내가 대학 다닐 때 히트를 쳤는데, 그 때 서울대에 방문했던 양덕준 사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대단한 사람이고, 존경할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특히 직접 디자인을 하려 하지 않고 이노 디자인과의 합작을 통해 감탄할 만한 디자인의 제품을 내놓은 것을 보고 앞으로 크게 되겠구나 생각했고, 1, 2년이 지나자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좋은 리뷰를 받고 시장 점유율을 높여서 뿌듯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오래 가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가만히 있다가 돈이 된다고 시작했는지 갑자기 ‘옙(Yepp)’이라는 브랜드로 MP3 플레이어 시장에 진출했고, 곧이어 아이리버를 눌러버렸다. 2005년과 2008년 국내 MP3 시장 점유율은 다음과 같다.
2005년 MP3 시장 점유율: 아이리버 41%, 아이오디오 20%, 삼성 11%, 애플 9%, 아이옵스 5%, 모비블루 5% [주]
2008년 MP3 시장 점유율: 삼성전자 40%, 아이리버 10%, 애플 10%, 코원 5% [주]
지금은 삼성전자가 국내 MP3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이 자체는 별로 문제가 안될 지 모른다. 중소기업이 먼저 시장을 발굴한 후 대기업이 경쟁을 하기 시작했고, 결국 싸움에서 이긴 것이다. 그러나 뭐가 문제일까?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이 문제이다. MP3 플레이어를 처음 시작해서 시장을 선두한 것은 애플이 아니라 바로 아이리버였다. 아이리버가 삼성과 싸우느라 에너지를 소진하는 동안 애플이 놀라운 제품을 내놓았고, 결국 지금 미국에서 아이리버나 옙은 절대 찾아볼 수가 없다. 미국 뿐 아니라 유럽, 호주 등의 국가에서도 당연히 같은 상황이다. 비즈니스 위크에서 발표한 2009년 6월 기준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 점유율은 다음과 같다.
2009년 6월, MP3 시장 점유율 (출처: 비즈니스 위크)
탑 10에 삼성도 없고 아이리버도 없다. 샌디스크(Sandisk)가 놀랍게도 6위를 차지했다. 만약 삼성이 아이리버와 경쟁하는 대신 그 가치를 기꺼이 지불한 후 같이 힘을 합쳐서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봤으면 어땠을까? 아이팟이 워낙 강력해서 결국은 애플에 밀렸을 지 몰라도 적어도 탑 10에 삼성 이름 몇 개는 넣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약간의 조사를 해 봤다. 아이리버가 왜 결국 패했는지를 잘 정리한 블로그에서 다음과 같은 댓글을 보았다.
루키페르 2008/01/09 14:38 아이리버 한창 잘나갈때 삼성전자에서 애플에 메모리를 대량의 가격할인을 통해 팔았죠. 그때 이미 레인콤을 노린 전략이라는 소리가 많았습니다. 결국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아이팟이 국내시장을 잠식하고 레인콤이 휘청거리게 되면서 삼성 역시 자사 MP3P의 시장점유율을 높입니다. 직접 공격하면 욕먹을것 같으니 뒤통수 친거죠.
전상규 2008/01/09 14:42 삼성에서 메모리를 헐갑에 애플한테 공급하면서 아이리버가 가격에서 경쟁이 안됐죠.
전형적인 국내 중소업체 죽이기 전략이었습니다.
공고하게 다져진 국내 1위 업체의 아성을 애플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흔든후 그 틈새시장을 삼성에서도 어느정도 차지했습니다.
사실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위 말을 100% 신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이 사건에 대해 갖게 되는 생각은 중소기업이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았을 때 대기업이 리소스를 투입해서 기술을 복제하고 돈으로 밀어붙여서 중소기업을 죽이는 대신, 그 가치를 인정하고 돈을 지불한 후 힘을 합쳐서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보는 것이 더 맞는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구글의 유투브 인수 사건은 삼성이 아이리버에 대해 대응한 것과 완전히 대조된다. 유투브가 인기를 얻어가던 시절 구글 역시 구글 비디오(Google Video)라는 서비를 하고 있었다. 당시에 유투브, 구글 비디오 모두 써봤는데 둘 다 인터페이스, 기능, 성능 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어떤 면에서는 구글 비디오가 더 우수한 점도 있다. 그러나 구글은 2006년에 유투브를 $1.65 billion (약 1.8조원)이라는 어마어마어마한 가격에 인수했다. 유투브를 구글이 똑같이 만들고, 마케팅하고, 회원 수를 늘렸다면 얼마의 돈이 들었을까? 아무리 많이 들어도 1.8조원이 들 수는 없다. 많이 잡아도 1000억원이면 충분히 하고도 남지 않을까? 그랬으면 유투브는 2등이 되고 지금 사람들이 구글 비디오를 쓰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구글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유투브가 만든 기술을 사서 죽여버리는 대신, 그 가치에 대해 충분한 돈을 지불한 후 유투브 엔지니어들과 힘을 합치고 구글의 서비스에 유투브를 통합해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물론 1.8조원이라는 거액의 돈을 회수하는데 까지 시간이 걸리고, 그렇게 되면 이 인수합병이 과연 옳았는가 하는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봐서는 나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 (2011년 5월 18일 업데이트: 광고 단가가 오르고 비용이 줄면서 유투브가 마침내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인수 합병이 훨씬 활발하고 문화가 발전해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업데이트: 2011년 5월 18일 현재 구글이 인수한 회사 목록. 2001년부터 시작해서 거의 100개의 회사를 인수했고, 대부분의 기술이 구글의 제품에 잘 통합되어 구글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왜 이렇게 다를까? 왜 미국에서는 한국에 비해 인구 합병에 대해 훨씬 적극적일까? 이유는 수없이 많겠지만, 나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크다고 생각한다.
1. 표절(plagiarism)을 엄단하고 다른 사람이 가진 지적 재산을 인정하는 문화
한국에서 교육받고, 한국에서 회사 생활하다가 미국 학교에 와서 제일 크게 다르게 느꼈던 부분 중 하나이다. 미국 학교 및 기관에서 표절에 대해 가진 기준은 한국의 그 어떤 곳에서 느꼈던 것보다도 엄격하다. 표절이 발각되면 퇴학이고, 학위를 받은 경우에는 학위 취소가 될 수도 있다. 경영대학원에서는 케이스를 굉장히 많이 쓴다. 이게 근데 상당히 비싸다. 하버드 케이스 하나당 7불 가까이 하는데, 어떤 케이스는 겨우 5장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5장짜리 종이에 담긴 내용에 한국돈으로 만원 가까이를 지불하는 거다. 사실 나는 좀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냥 복사해서 쓰면 안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렇게 복사해서 쓰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복사한 케이스를 가지고 있다가 친구한테 들켰다가는 “윤리적이지 못한”으로 낙인되는 거다. 한마디로 범죄인 취급이다. 미국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표절에 대해 워낙 철저하게 교육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대가를 치루고 사서 쓰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는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이야기를 왜 하는가 하면, 아마 그렇게 교육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른 회사에서 개발한 기술을 복제해서 쓰려고 하기 보다는 대가를 치르고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깝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섣불리 복제했다가 나중에 소송이라도 당해서 지게 되면 천문학적인 명예, 금전적 손해를 입기 때문이기도 하다.
2. 비싼 인건비
미국 엔지니어들 비싸다. 실리콘밸리의 웬만한 엔지니어는 10만불 (1억 2천만원)을 받는다. 고급기술을 가진 엔지니어는 훨씬 더 비싸다. 그리고 연봉이 다가 아니다. 의료보험이 비싸고 세금이 비싸기 때문에 고급 엔지니어를 고용하면 일년에 20만불 (2억 4천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 10명의 고급 엔지니어가 1년동안 일해야 한다면 무려 200만불(22억원)의 비용이 든다. 그렇게 계산하면 10명의 엔지니어가 3년을 노력해서 만든 제품은, 비슷한 제품을 만들려면 600만불(66억원)이 든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그래서 밑바닥부터 새로 만드는 것보다 회사를 사서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3. 발전된 금융 시스템 – 벤처 캐피털, 프라이빗 에쿼티, 투자 은행
이건 어떻게 생각하면 간접적인 영향인데, 미국의 금융 시스템이 발전되어 있어서 기업 인수 합병이 활발하게 일어난다고 볼 수도 있다. 벤처 캐피털들은 기술력 있는 회사에 투자하고 나면 그 회사를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 회사를 연락하기 시작한다. 증시에 상장되는 것으로도 투자 자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그건 너무 오래 걸리는 일이다. 10년씩이나 기다리고 있을만큼 참을성 있는 벤처 캐피털들은 많지 않다. 빨리 회수해야 또 새로운 회사에 투자할 수 있다. 프라이빗 에쿼티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의 주요 목적은 레버지리를 통해 (즉, 은행 융자를 이용해서) 회사를 사서, 구조와 모양을 좋게 만든 다음에 되팔아서 차익을 남기는 것이다. 되팔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회사를 사야 하는데, 주로 현금을 많이 가진 대기업들이 그 주체가 된다.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엄청나게 발달되어 있는 투자 은행들의 역할도 있다. 이들에게는 상장 (IPO)과 기업 매각이 아주 좋은 수익원이다. 기업 매각이 자꾸 일어나야 좋다. 그래서 투자은행가(investment banker)의 큰 일 중의 하나가 기업 매각 및 매입을 부추기는 것이다. 한쪽에 가서는 매각할 때가 되었다고,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하고 다른 쪽에 가서는 정말 좋은 가격에 나왔으니 다른 기업에서 선수치기 전에 매입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양쪽에서 필요를 느껴 인수결정이 내려지면 그 사이에서 투자 은행가들은 상당한 수수료를 벌 수 있다.
한국에서 기업을 둘러싼 금융 시스템이 선진화될수록 기업 인수가 활발해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남이 만든 무형자산의 가치를 진정으로 이해해주고 그 대가를 지불하는 문화가 먼저 정착되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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