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일. 25세의 한 청년이 3년여에 걸쳐 만든 소프트웨어가 Intuit(NASDAQ: INTU, 시가총액 약 15조원의 금융/회계 소프트웨어 전문 회사)이라는 회사에 $170 million (약 1900억 원)에 매각되었다[주]. 6살 때부터 컴퓨터를 만지며 자랐고, 대학 때 전자공학을 전공한 이 청년은, 처음엔 웹 소프트웨어를 만들 줄 몰랐다. 하지만 순수히 필요에 의해 웹 프로그래밍을 배운 후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시작했고, 회원 수가 150만명에 이를 때까지도 사무실 비용, 광고비, 또는 변호사에게 줄 돈도 마땅히 없었다고 한다. 실리콘 밸리가 아니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고, 실리콘 밸리를 자랑스러워한다는 그의 이름은 애런 팻저(Aaron Patzer)이다[주].
한국에서도 유명한 다른 서비스와는 달리 Mint는 미국에 금융 계좌가 있어야 쓸 수 있는 서비스이므로 한국에서는 이용할 일이 없다. 사실 미국에서조차도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한마디로 설명하면 개인 자산을 관리해주는 서비스인데, 은행 계좌 정보, 증권 계좌 정보, 대출 계좌 정보, 기타 자산 정보 등을 입력하면 그 모든 걸 통합해서 아주 깔끔하게 보여준다. 어떤 항목에 얼마 썼고, 지난달에 비해 이번달엔 얼마 썼고, 지난달보다 올해 자산이 얼마나 증가/감소했고, 등등등.. 굳이 일일이 가계부를 기록할 필요가 없다. 때로는 그냥 보고만 있어도 재미있다.

이런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항상 있었다. 그래서 내가 전에 썼던 방법은 은행에서 계좌 정보와 신용 카드 사용 정보를 엑셀로 다운로드하고, 또 다른 계좌에서도 엑셀로 받은 후 이를 통합하고, 분류하고, 그래프로 표시하고… 하는 것이었다. 한 번 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잘 해서 모델을 만들어놨다 해도 매번 여기 저기 접속해서 엑셀 데이터를 받아와서 입력하는 게 보통 귀찮은 게 아니다. 결국 한 두번 하다가 포기하곤 했다. Bank of America 에서 매달 명세서를 보내기는 하지만, 모두 숫자 위주의 데이터여서 가만히 쳐다봐도 내가 그래서 결국 어디에 얼마를 쓰고 있고 수익이 어디서 얼마만큼 들어오고 있는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더 어려운 것은 거래 내역에 문제가 없는지 이따금씩 확인해 보는 일이다. 처음 미국에 왔는데 한 미국 친구가 신용 카드 명세서가 올 때마다 일일이 확인해보고 나서야 입금하는 것을 보고, “한국에서는 이런 걸 모두 자동 이체로 처리하고 마는데, 매번 명세서 확인하고 입금하려면 귀찮겠다”했더니, 정색을 하며 신용카드를 갚기 전에 꼭 한 번 확인해봐야 한다고 했다. 가끔씩 자기가 레스트랑에서 낸 팁 이상으로 청구되기도 하고 때론 중복으로 청구되기도 하기 때문에 한 번씩 확인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나도 종종 자동 이체를 쓰지 않고 매번 명세서를 확인한 후 입금하곤 했는데, 신용카드가 여러 개 생기고 나니까 일일이 확인하기 귀찮아져서, 이를 모두 모아 한 곳에서 다 볼 수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다.

이런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한 것이 민트(Mint)이다. 이제 내가 할 일은 가끔씩 민트에 들어가서 거래 내역을 쭉 보고 이상 없는지 확인하고, 내가 예산 잡은 것보다 많이 지출된 항목이 뭔지 확인하고, 대출 계좌를 통한 각 계좌 지불이 잘 되고 있는지 보고, 증권 계좌를 포함한 모든 자산을 통합했을 때 내 현재 자산 가치가 얼마인지 한 번씩 보면 끝이다. 전에는 몇 시간 걸렸을 일이 이제 겨우 몇 분으로 줄어든 것이다. 아래에 상세 정보 페이지를 몇 개 더 캡쳐해 봤다.




이렇게 좋은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하면, 과연 민트의 수익 모델은 뭘까? 아래에 그 비밀이 있다.

즉, 내가 현재 쓰는 신용 카드 및 증권 계좌 대신 다른 것을 쓰면 돈을 얼마나 아낄 수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다른 서비스를 광고하는 것이다. 구매자와 판매자를 모두 만족시키니 정말 뛰어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인터뷰에 따르면, 애런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또한, 집 주소를 입력하면 집의 현재 가치가 자동으로 반영되어 입력된다. 그래서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것을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함께 확인할 수 있다. 그 밖에 내가 가진 자산 중 값어치가 있는 것 (차, 그림, 골동품 등등)도 모두 입력해서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다.


제품 자체도 우수하지만, 이 회사를 창업해서 Intuit에 매각한 뒷 이야기가 사실은 더 재미있다. 28세에 포춘지에서 선정한 최고의 기업가 40인(Top 40 business person) 중 한 명으로 등극한 [주] 애런 팻저(Aaron Patzer)는 듀크(Duke)와 프린스턴(Princeton)에서 컴퓨터 공학, 전자공학을 전공한 기크(Geek)인데, IBM과 스타트업에서 일하다가 민트 아이디어를 갖게 되어 회사를 그만 두고 6개월간 하루에 14시간씩 일해서 제품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 전에 웹 프로그래밍을 해본 적이 없었다고 했으니, 배우면서 부딪치면서 이 서비스를 만들어낸 것이다. [주]
당시 테크크런치(TechCrunch)에서 민트의 성공을 유투브의 성공과 비교해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사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원래 매각 제시 가격은 $130 million (약 1500억)이었다고 한다. 창업자 Aaron은 이것이 저평가되었다고 생각하고 팔지 않았고, 몇 달 후 가격은 $170 million (약 1900억)으로 올라갔다. 겨우 몇 달 사이에 $40 million, 즉 450억원에 가까운 돈을 번 셈이다. 더 재미있는 건, 혼자 기술 개발을 다 한 것이 아니라는 점. 서비스의 근간을 이루는 기술인, 각 금융기관으로부터 안전하게 거래내역 Yodlee라는 회사가 가지고 있었고, 이 회사에는 연간 기술사용료로 평균 $2 million정도만을 지불했다. 그러나 Mint.com이라는 도메인을 소유한 Hite Capital과는 지분 계약을 했고 (즉, 돈 대신 Mint의 주식을 주었고), 그 결과 Hite Capital은 수천만 달러(수백억원)를 벌었다. 아마도 도메인으로부터 번 수입으로는 거의 최고치가 아닌가 싶다. 한편 Yodlee는 기술 다 만들어놓고 남 좋은 일 시킨 셈이다. 계약 내용의 차이가 나중에 얼마나 큰 수익의 차이를 가져오는 지 보여주는 한 예이다.
또 한가지 이 사례에서 배울 점. 근본적인 기술을 만들어야만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이미 기술이 존재하더라도, 좋은 유저 인터페이스를 통해 그 기술을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고, 그것으로 성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창업자 애런이 민트를 매각한 후에 테크크런치에 기고한 글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문구를 인용한다.
So that’s the Mint story. $0 to $170m in three years flat. While everyone else was doing social media, music, video or the startup de jour, we tried to ground ourselves in what any business should be doing: solve a real problem for people. Make something that is faster, more efficient, cheaper (in this case free), and innovate on technology or business model to make a healthy revenue stream doing it. (이것이 바로 민트 이야기입니다. 3년만에 0원에서 1900억원으로. 모든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 음악, 비디오 스타트업을 하고 있을 때 우리는 근본에 집중했습니다. 사람들을 위한 진짜 문제를 해결하자.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이고, 더 싸게 (이 경우에는 공짜로) 만들고, 기술과 사업 모델을 혁신해서 건강한 매출이 들어오게 하자는 것입니다.)
참 와닿는 이야기이다. 가치를 창출하고 사람들의 시간과 돈을 아끼면 그 대가를 보상받는다.
그보다 더 전의 일이지만,
SK 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 인수도 내가 보기엔 성공적이다. 네이트온과 싸이월드를 통합하는 건 기가 막힌 아이디어였고, 그 덕에 MSN 메신저를 쓰던 수많은 사람들이 네이트온으로 옮겨 탔고, 싸이월드의 수명은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재미난 가정을 해 봤다. 삼성전자가 아이리버를 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아이리버는 제품을 잘 만들어 시장을 선두하고 있었고 삼성은 자원이 많고 강력한 글로벌 마케팅 팀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리버는 내가 대학 다닐 때 히트를 쳤는데, 그 때 서울대에 방문했던 양덕준 사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대단한 사람이고, 존경할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특히 직접 디자인을 하려 하지 않고 이노 디자인과의 합작을 통해 감탄할 만한 디자인의 제품을 내놓은 것을 보고 앞으로 크게 되겠구나 생각했고, 1, 2년이 지나자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좋은 리뷰를 받고 시장 점유율을 높여서 뿌듯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오래 가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가만히 있다가 돈이 된다고 시작했는지 갑자기 ‘옙(Yepp)’이라는 브랜드로 MP3 플레이어 시장에 진출했고, 곧이어 아이리버를 눌러버렸다. 2005년과 2008년 국내 MP3 시장 점유율은 다음과 같다.
구글의 유투브 인수 사건은 삼성이 아이리버에 대해 대응한 것과 완전히 대조된다. 유투브가 인기를 얻어가던 시절 구글 역시 구글 비디오(Google Video)라는 서비를 하고 있었다. 당시에 유투브, 구글 비디오 모두 써봤는데 둘 다 인터페이스, 기능, 성능 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어떤 면에서는 구글 비디오가 더 우수한 점도 있다. 그러나 구글은 2006년에 유투브를 $1.65 billion (약 1.8조원)이라는 어마어마어마한 가격에 인수했다. 유투브를 구글이 똑같이 만들고, 마케팅하고, 회원 수를 늘렸다면 얼마의 돈이 들었을까? 아무리 많이 들어도 1.8조원이 들 수는 없다. 많이 잡아도 1000억원이면 충분히 하고도 남지 않을까? 그랬으면 유투브는 2등이 되고 지금 사람들이 구글 비디오를 쓰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