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잘 만든 개인 금융 관리 서비스, 민트(Mint)

2009년 11월 2일. 25세의 한 청년이 3년여에 걸쳐 만든 소프트웨어가 Intuit(NASDAQ: INTU, 시가총액 약 15조원의 금융/회계 소프트웨어 전문 회사)이라는 회사에 $170 million (약 1900억 원)에 매각되었다[]. 6살 때부터 컴퓨터를 만지며 자랐고, 대학 때 전자공학을 전공한 이 청년은, 처음엔 웹 소프트웨어를 만들 줄 몰랐다. 하지만 순수히 필요에 의해 웹 프로그래밍을 배운 후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시작했고, 회원 수가 150만명에 이를 때까지도 사무실 비용, 광고비, 또는 변호사에게 줄 돈도 마땅히 없었다고 한다. 실리콘 밸리가 아니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고, 실리콘 밸리를 자랑스러워한다는 그의 이름은 애런 팻저(Aaron Patzer)이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다른 서비스와는 달리 Mint는 미국에 금융 계좌가 있어야 쓸 수 있는 서비스이므로 한국에서는 이용할 일이 없다. 사실 미국에서조차도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한마디로 설명하면 개인 자산을 관리해주는 서비스인데, 은행 계좌 정보, 증권 계좌 정보, 대출 계좌 정보, 기타 자산 정보 등을 입력하면 그 모든 걸 통합해서 아주 깔끔하게 보여준다. 어떤 항목에 얼마 썼고, 지난달에 비해 이번달엔 얼마 썼고, 지난달보다 올해 자산이 얼마나 증가/감소했고, 등등등.. 굳이 일일이 가계부를 기록할 필요가 없다. 때로는 그냥 보고만 있어도 재미있다.

Mint.com 초기화면

이런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항상 있었다. 그래서 내가 전에 썼던 방법은 은행에서 계좌 정보와 신용 카드 사용 정보를 엑셀로 다운로드하고, 또 다른 계좌에서도 엑셀로 받은 후 이를 통합하고, 분류하고, 그래프로 표시하고… 하는 것이었다. 한 번 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잘 해서 모델을 만들어놨다 해도 매번 여기 저기 접속해서 엑셀 데이터를 받아와서 입력하는 게 보통 귀찮은 게 아니다. 결국 한 두번 하다가 포기하곤 했다. Bank of America 에서 매달 명세서를 보내기는 하지만, 모두 숫자 위주의 데이터여서 가만히 쳐다봐도 내가 그래서 결국 어디에 얼마를 쓰고 있고 수익이 어디서 얼마만큼 들어오고 있는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더 어려운 것은 거래 내역에 문제가 없는지 이따금씩 확인해 보는 일이다. 처음 미국에 왔는데 한 미국 친구가 신용 카드 명세서가 올 때마다 일일이 확인해보고 나서야 입금하는 것을 보고, “한국에서는 이런 걸 모두 자동 이체로 처리하고 마는데, 매번 명세서 확인하고 입금하려면 귀찮겠다”했더니, 정색을 하며 신용카드를 갚기 전에 꼭 한 번 확인해봐야 한다고 했다. 가끔씩 자기가 레스트랑에서 낸 팁 이상으로 청구되기도 하고 때론 중복으로 청구되기도 하기 때문에 한 번씩 확인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나도 종종 자동 이체를 쓰지 않고 매번 명세서를 확인한 후 입금하곤 했는데, 신용카드가 여러 개 생기고 나니까 일일이 확인하기 귀찮아져서, 이를 모두 모아 한 곳에서 다 볼 수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다.

오버뷰(Overview) 페이지: 이번 달엔 차 수리, 학교에 기부, 가족 선물 구입 등으로 예산을 크게 초과하고 말았다... 😦

이런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한 것이 민트(Mint)이다. 이제 내가 할 일은 가끔씩 민트에 들어가서 거래 내역을 쭉 보고 이상 없는지 확인하고, 내가 예산 잡은 것보다 많이 지출된 항목이 뭔지 확인하고, 대출 계좌를 통한 각 계좌 지불이 잘 되고 있는지 보고, 증권 계좌를 포함한 모든 자산을 통합했을 때 내 현재 자산 가치가 얼마인지 한 번씩 보면 끝이다. 전에는 몇 시간 걸렸을 일이 이제 겨우 몇 분으로 줄어든 것이다. 아래에 상세 정보 페이지를 몇 개 더 캡쳐해 봤다.

거래 내역 정보 페이지. 어떤 은행, 어떤 신용카드의 정보인지는 신경쓸 필요가 없다. 모든 것이 한 페이지에 통합되어 있다. 카테고리는 내가 직접 입력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레스토랑, 쇼핑몰, 바 등의 이름을 정확히 인식해서 알아서 분류한다.
이렇게 각 분야별로 얼마가 지출되었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너무 편리하다.
이렇게 월별 추이도 깔끔하게 볼 수 있다. 8월에는 이사하느라 돈이 많이 깨졌고, 10월 11월엔 쇼핑하느라.. 음.. -_-
증권 계좌 정보를 입력하면 내 포트폴리오가 S&P 500에 비해서 얼마만큼 잘 하고 있는지 이렇게 보여준다. 구글과 애플 주식 덕분에 보기 좋게 나가고 있다. 🙂

이렇게 좋은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하면, 과연 민트의 수익 모델은 뭘까? 아래에 그 비밀이 있다.

즉, 내가 현재 쓰는 신용 카드 및 증권 계좌 대신 다른 것을 쓰면 돈을 얼마나 아낄 수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다른 서비스를 광고하는 것이다. 구매자와 판매자를 모두 만족시키니 정말 뛰어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인터뷰에 따르면, 애런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또한, 집 주소를 입력하면 집의 현재 가치가 자동으로 반영되어 입력된다. 그래서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것을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함께 확인할 수 있다. 그 밖에 내가 가진 자산 중 값어치가 있는 것 (차, 그림, 골동품 등등)도 모두 입력해서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다.

집 주소를 입력하면 Cyberhomes로부터 현재 시세 정보를 가져와서 자동으로 업데이트한다.
민트의 창업자, 애런 팻저(Aaron Patzer)

제품 자체도 우수하지만, 이 회사를 창업해서 Intuit에 매각한 뒷 이야기가 사실은 더 재미있다.  28세에 포춘지에서 선정한 최고의 기업가 40인(Top 40 business person) 중 한 명으로 등극한 [] 애런 팻저(Aaron Patzer)는 듀크(Duke)와 프린스턴(Princeton)에서 컴퓨터 공학, 전자공학을 전공한 기크(Geek)인데, IBM과 스타트업에서 일하다가 민트 아이디어를 갖게 되어 회사를 그만 두고 6개월간 하루에 14시간씩 일해서 제품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 전에 웹 프로그래밍을 해본 적이 없었다고 했으니, 배우면서 부딪치면서 이 서비스를 만들어낸 것이다. []

당시 테크크런치(TechCrunch)에서 민트의 성공을 유투브의 성공과 비교해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사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원래 매각 제시 가격은 $130 million (약 1500억)이었다고 한다. 창업자 Aaron은 이것이 저평가되었다고 생각하고 팔지 않았고, 몇 달 후 가격은 $170 million (약 1900억)으로 올라갔다. 겨우 몇 달 사이에 $40 million, 즉 450억원에 가까운 돈을 번 셈이다. 더 재미있는 건, 혼자 기술 개발을 다 한 것이 아니라는 점. 서비스의 근간을 이루는 기술인, 각 금융기관으로부터 안전하게 거래내역  Yodlee라는 회사가 가지고 있었고, 이 회사에는 연간 기술사용료로 평균 $2 million정도만을 지불했다. 그러나 Mint.com이라는 도메인을 소유한 Hite Capital과는 지분 계약을 했고 (즉, 돈 대신 Mint의 주식을 주었고), 그 결과 Hite Capital은 수천만 달러(수백억원)를 벌었다. 아마도 도메인으로부터 번 수입으로는 거의 최고치가 아닌가 싶다. 한편 Yodlee는 기술 다 만들어놓고 남 좋은 일 시킨 셈이다. 계약 내용의 차이가 나중에 얼마나 큰 수익의 차이를 가져오는 지 보여주는 한 예이다.

또 한가지 이 사례에서 배울 점. 근본적인 기술을 만들어야만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이미 기술이 존재하더라도, 좋은 유저 인터페이스를 통해 그 기술을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고, 그것으로 성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창업자 애런이 민트를 매각한 후에 테크크런치에 기고한 글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문구를 인용한다.

So that’s the Mint story. $0 to $170m in three years flat. While everyone else was doing social media, music, video or the startup de jour, we tried to ground ourselves in what any business should be doing: solve a real problem for people. Make something that is faster, more efficient, cheaper (in this case free), and innovate on technology or business model to make a healthy revenue stream doing it. (이것이 바로 민트 이야기입니다. 3년만에 0원에서 1900억원으로. 모든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 음악, 비디오 스타트업을 하고 있을 때 우리는 근본에 집중했습니다. 사람들을 위한 진짜 문제를 해결하자.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이고, 더 싸게 (이 경우에는 공짜로) 만들고, 기술과 사업 모델을 혁신해서 건강한 매출이 들어오게 하자는 것입니다.)

참 와닿는 이야기이다. 가치를 창출하고 사람들의 시간과 돈을 아끼면 그 대가를 보상받는다.

내가 느끼는 미국과 한국의 M&A 문화 차이

미국에서 다시 M&A(기업인수합병)가 되살아나고 있다. 경기 회복의 신호인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구글이 모바일 광고 회사인 애드맙(Admob)을 $750 million (약 8300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구글은 앞으로 한 달에 한 개 꼴로 회사를 인수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Admob은 내가 괜찮은 회사라고 생각해서 관심 있게 보고 있었던 차였길래 이 인수 소식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보다 더 전의 일이지만, IntuitMint.com $170 million (약 1900억 원) 규모의 인수도 매우 흥미로웠다. Mint.com은 내가 따로 소개해 보고 싶은 웹사이트인데, 개인 자산 관리를 아주 편하게 해 주는 서비스이다 (블로그 글: 정말 잘 만든 개인 금융 관리 서비스, Mint.com). Intuit은 이미 Quicken이라는 Mint와 비슷한 서비스를 가지고 있었지만, Mint.com의 품질이 우수한 것을 보고 무려 1900억원이라는 돈을 주고 구입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주 현명한 M&A였다고 평가했다.

자고 일어나면 한 건씩 터지는 미국 기업들의 M&A 소식. 하지만 한국의 대기업이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을 인수했다는 소식은 듣기 힘들다. 왜일까 궁금했다. 미국에서는 회사를 창업할 때 IPO(기업 공개 및 상장)를 해야만 엑싯(exit: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시스코 등 대기업에 매각하는 걸 더 가능성 있는 전략으로 생각하고, 투자자들에게도 그렇게 설명한다. 한편, 한국에서는 투자를 받을 때 회사 매각을 전제로 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물론 없지야 않겠지만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그게 투자자들에게 좋게 보일 지는 잘 모르겠다.

얼마 전 IDG 벤처스에서 일하는 Henry (@ohohehenry)와 팔로 알토에서 만나 이런 얘기를 풀어놓았다. 한국에는 왜 M&A가 많지 않을까? 있다 하더라도 왜 M&A를 통해 성공적으로 시장에서 성공한 케이스가 많지 않을까? 같이 이야기를 하다보니 생각이 정리되어 글로 남겨볼까 한다.

내가 기억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IT분야 M&A 성공 사례는 네이버와 한게임의 합병이다. 내 기억에 의하면 네이버는 당시 별로 존재감이 없는 검색 엔진이었다. 더 좋은 인터페이스와 검색 품질, 그리고 더 큰 마케팅 파워를 가진 엠파스가 잘 나가고 있었고, 네이버는 엠파스, 야후 등과 경쟁하며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수많은 검색엔진 중 하나였다. 그 판도가 한 번에 뒤바뀐 사건이 네이버와 한게임의 합병이다. 한게임은 이미 돈을 벌고 있었다. 한게임의 유료화를 통해 지속적인 현금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걸 네이버 브랜드를 알리는 데 사용하고.. 검색엔진과 인터넷 게임의 결합이 직접적인 시너지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네이버와 한게임은 이렇게 합병을 통해 화려하게 성장했다.

SK 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 인수도 내가 보기엔 성공적이다. 네이트온과 싸이월드를 통합하는 건 기가 막힌 아이디어였고, 그 덕에 MSN 메신저를 쓰던 수많은 사람들이 네이트온으로 옮겨 탔고, 싸이월드의 수명은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 외 어떤 사례가 또 있을까 궁금해서 중소기업청에서 발간한 “2007년 벤처기업 M&A 성공사례집” 이라는 글을 찾았다. 다양한 사례가 있었지만 성공 사례는 거의 없었다. 물론 크고 작은 성공적인 M&A 사례는 있겠지만, 별로 기억에 남을 만한 성공적인 사례는 별로 없다. 실패 사례가 대부분이다. 왜 그런걸까? 왜 한국에서는 M&A가 많지 않을까? 있더라도 왜 성공 사례가 많지 않을까? 특히 CISCO, Oracle, Google, Apple, Microsoft같은 미국 대기업들은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면 예외 없이 공격적인 M&A를 통해 혁신을 일으키고 시장을 확장해 나가는데 왜 삼성, 현대, LG가 다른 기업을 인수했다는 소식은 거의 듣기 힘들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면서 재미난 가정을 해 봤다. 삼성전자가 아이리버를 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아이리버는 제품을 잘 만들어 시장을 선두하고 있었고 삼성은 자원이 많고 강력한 글로벌 마케팅 팀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리버는 내가 대학 다닐 때 히트를 쳤는데, 그 때 서울대에 방문했던 양덕준 사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대단한 사람이고, 존경할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특히 직접 디자인을 하려 하지 않고 이노 디자인과의 합작을 통해 감탄할 만한 디자인의 제품을 내놓은 것을 보고 앞으로 크게 되겠구나 생각했고, 1, 2년이 지나자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좋은 리뷰를 받고 시장 점유율을 높여서 뿌듯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오래 가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가만히 있다가 돈이 된다고 시작했는지 갑자기 ‘옙(Yepp)’이라는 브랜드로 MP3 플레이어 시장에 진출했고, 곧이어 아이리버를 눌러버렸다. 2005년과 2008년 국내 MP3 시장 점유율은 다음과 같다.

2005년 MP3 시장 점유율: 아이리버 41%, 아이오디오 20%, 삼성 11%, 애플 9%, 아이옵스 5%, 모비블루 5% []
2008년 MP3 시장 점유율: 삼성전자 40%, 아이리버 10%, 애플 10%, 코원 5% []

지금은 삼성전자가 국내 MP3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이 자체는 별로 문제가 안될 지 모른다. 중소기업이 먼저 시장을 발굴한 후 대기업이 경쟁을 하기 시작했고, 결국 싸움에서 이긴 것이다. 그러나 뭐가 문제일까?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이 문제이다. MP3 플레이어를 처음 시작해서 시장을 선두한 것은 애플이 아니라 바로 아이리버였다. 아이리버가 삼성과 싸우느라 에너지를 소진하는 동안 애플이 놀라운 제품을 내놓았고, 결국 지금 미국에서 아이리버나 옙은 절대 찾아볼 수가 없다. 미국 뿐 아니라 유럽, 호주 등의 국가에서도 당연히 같은 상황이다. 비즈니스 위크에서 발표한 2009년 6월 기준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 점유율은 다음과 같다.

2009년 6월, MP3 시장 점유율 (출처: 비즈니스 위크)

탑 10에 삼성도 없고 아이리버도 없다. 샌디스크(Sandisk)가 놀랍게도 6위를 차지했다. 만약 삼성이 아이리버와 경쟁하는 대신 그 가치를 기꺼이 지불한 후 같이 힘을 합쳐서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봤으면 어땠을까? 아이팟이 워낙 강력해서 결국은 애플에 밀렸을 지 몰라도 적어도 탑 10에 삼성 이름 몇 개는 넣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약간의 조사를 해 봤다. 아이리버가 왜 결국 패했는지를 잘 정리한 블로그에서 다음과 같은 댓글을 보았다.

  1. 루키페르 2008/01/09 14:38 아이리버 한창 잘나갈때 삼성전자에서 애플에 메모리를 대량의 가격할인을 통해 팔았죠. 그때 이미 레인콤을 노린 전략이라는 소리가 많았습니다. 결국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아이팟이 국내시장을 잠식하고 레인콤이 휘청거리게 되면서 삼성 역시 자사 MP3P의 시장점유율을 높입니다. 직접 공격하면 욕먹을것 같으니 뒤통수 친거죠.
  2. 전상규 2008/01/09 14:42 삼성에서 메모리를 헐갑에 애플한테 공급하면서 아이리버가 가격에서 경쟁이 안됐죠.
    전형적인 국내 중소업체 죽이기 전략이었습니다.
    공고하게 다져진 국내 1위 업체의 아성을 애플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흔든후 그 틈새시장을 삼성에서도 어느정도 차지했습니다.

사실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위 말을 100% 신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이 사건에 대해 갖게 되는 생각은 중소기업이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았을 때 대기업이 리소스를 투입해서 기술을 복제하고 돈으로 밀어붙여서 중소기업을 죽이는 대신, 그 가치를 인정하고 돈을 지불한 후 힘을 합쳐서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보는 것이 더 맞는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구글의 유투브 인수 사건은 삼성이 아이리버에 대해 대응한 것과 완전히 대조된다. 유투브가 인기를 얻어가던 시절 구글 역시 구글 비디오(Google Video)라는 서비를 하고 있었다. 당시에 유투브, 구글 비디오 모두 써봤는데 둘 다 인터페이스, 기능, 성능 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어떤 면에서는 구글 비디오가 더 우수한 점도 있다. 그러나 구글은 2006년에 유투브를 $1.65 billion (약 1.8조원)이라는 어마어마어마한 가격에 인수했다. 유투브를 구글이 똑같이 만들고, 마케팅하고, 회원 수를 늘렸다면 얼마의 돈이 들었을까? 아무리 많이 들어도 1.8조원이 들 수는 없다. 많이 잡아도 1000억원이면 충분히 하고도 남지 않을까? 그랬으면 유투브는 2등이 되고 지금 사람들이 구글 비디오를 쓰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구글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유투브가 만든 기술을 사서 죽여버리는 대신, 그 가치에 대해 충분한 돈을 지불한 후 유투브 엔지니어들과 힘을 합치고 구글의 서비스에 유투브를 통합해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물론 1.8조원이라는 거액의 돈을 회수하는데 까지 시간이 걸리고, 그렇게 되면 이 인수합병이 과연 옳았는가 하는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봐서는 나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 (2011년 5월 18일 업데이트: 광고 단가가 오르고 비용이 줄면서 유투브가 마침내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인수 합병이 훨씬 활발하고 문화가 발전해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업데이트: 2011년 5월 18일 현재 구글이 인수한 회사 목록. 2001년부터 시작해서 거의 100개의 회사를 인수했고, 대부분의 기술이 구글의 제품에 잘 통합되어 구글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왜 이렇게 다를까? 왜 미국에서는 한국에 비해 인구 합병에 대해 훨씬 적극적일까? 이유는 수없이 많겠지만, 나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크다고 생각한다.

1. 표절(plagiarism)을 엄단하고 다른 사람이 가진 지적 재산을 인정하는 문화

한국에서 교육받고, 한국에서 회사 생활하다가 미국 학교에 와서 제일 크게 다르게 느꼈던 부분 중 하나이다. 미국 학교 및 기관에서 표절에 대해 가진 기준은 한국의 그 어떤 곳에서 느꼈던 것보다도 엄격하다. 표절이 발각되면 퇴학이고, 학위를 받은 경우에는 학위 취소가 될 수도 있다. 경영대학원에서는 케이스를 굉장히 많이 쓴다. 이게 근데 상당히 비싸다. 하버드 케이스 하나당 7불 가까이 하는데, 어떤 케이스는 겨우 5장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5장짜리 종이에 담긴 내용에 한국돈으로 만원 가까이를 지불하는 거다. 사실 나는 좀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냥 복사해서 쓰면 안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렇게 복사해서 쓰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복사한 케이스를 가지고 있다가 친구한테 들켰다가는 “윤리적이지 못한”으로 낙인되는 거다. 한마디로 범죄인 취급이다. 미국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표절에 대해 워낙 철저하게 교육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대가를 치루고 사서 쓰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는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이야기를 왜 하는가 하면, 아마 그렇게 교육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른 회사에서 개발한 기술을 복제해서 쓰려고 하기 보다는 대가를 치르고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깝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섣불리 복제했다가 나중에 소송이라도 당해서 지게 되면 천문학적인 명예, 금전적 손해를 입기 때문이기도 하다.

2. 비싼 인건비

미국 엔지니어들 비싸다. 실리콘밸리의 웬만한 엔지니어는 10만불 (1억 2천만원)을 받는다. 고급기술을 가진 엔지니어는 훨씬 더 비싸다. 그리고 연봉이 다가 아니다. 의료보험이 비싸고 세금이 비싸기 때문에 고급 엔지니어를 고용하면 일년에 20만불 (2억 4천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 10명의 고급 엔지니어가 1년동안 일해야 한다면 무려 200만불(22억원)의 비용이 든다. 그렇게 계산하면 10명의 엔지니어가 3년을 노력해서 만든 제품은, 비슷한 제품을 만들려면 600만불(66억원)이 든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그래서 밑바닥부터 새로 만드는 것보다 회사를 사서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3. 발전된 금융 시스템 – 벤처 캐피털, 프라이빗 에쿼티, 투자 은행

이건 어떻게 생각하면 간접적인 영향인데, 미국의 금융 시스템이 발전되어 있어서 기업 인수 합병이 활발하게 일어난다고 볼 수도 있다. 벤처 캐피털들은 기술력 있는 회사에 투자하고 나면 그 회사를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 회사를 연락하기 시작한다. 증시에 상장되는 것으로도 투자 자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그건 너무 오래 걸리는 일이다. 10년씩이나 기다리고 있을만큼 참을성 있는 벤처 캐피털들은 많지 않다. 빨리 회수해야 또 새로운 회사에 투자할 수 있다. 프라이빗 에쿼티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의 주요 목적은 레버지리를 통해 (즉, 은행 융자를 이용해서) 회사를 사서, 구조와 모양을 좋게 만든 다음에 되팔아서 차익을 남기는 것이다. 되팔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회사를 사야 하는데, 주로 현금을 많이 가진 대기업들이 그 주체가 된다.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엄청나게 발달되어 있는 투자 은행들의 역할도 있다. 이들에게는 상장 (IPO)과 기업 매각이 아주 좋은 수익원이다. 기업 매각이 자꾸 일어나야 좋다. 그래서 투자은행가(investment banker)의 큰 일 중의 하나가 기업 매각 및 매입을 부추기는 것이다. 한쪽에 가서는 매각할 때가 되었다고,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하고 다른 쪽에 가서는 정말 좋은 가격에 나왔으니 다른 기업에서 선수치기 전에 매입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양쪽에서 필요를 느껴 인수결정이 내려지면 그 사이에서 투자 은행가들은 상당한 수수료를 벌 수 있다.

한국에서 기업을 둘러싼 금융 시스템이 선진화될수록 기업 인수가 활발해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남이 만든 무형자산의 가치를 진정으로 이해해주고 그 대가를 지불하는 문화가 먼저 정착되어야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