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몬스터의 사례에서 배울 점들 – “티몬이 간다”를 읽고

티켓몬스터의 탄생과 성장을 이야기해주는 책, 티몬이 간다

티켓 몬스터. 처음 탄생할 때부터 주목하고 있었던 회사이다. 이미 미국에서 그루폰이 인기를 끌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비슷한 사업모델로 한국에서 런칭한다고 했을 때, 누군가 아이템을 제대로 짚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나중에 그루폰이 인수하고 싶은 회사가 되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약 1년이 지나, 티켓 몬스터가 리빙소셜에 인수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투자자과 창업자가 짧은 시간 안에 가치를 창출해서 엑싯(exit)할 수 있었다니 좋은 소식이었다. 엑싯(exit)을 통해 초기에 투자했던 엔젤 투자자들이나 벤처 캐피털이 이익을 남기는 사례가 많이 생겨야 벤처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먹튀’ 논란도 있었다. 미국에서 갑자기 들어와서 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를 팔아 자기 이익만 챙기고 튀었다는 주장 같은데, 그 입장이 이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생각하면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은데 너무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면만 보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던 차에 티켓 몬스터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트위터를 통해 접했다. 친절하게도 저자 유민주씨가 집으로 책을 보내주었다. 어느 금요일 저녁, 한 번 읽어볼까 하고 책을 폈다가 단숨에 끝까지 읽어버렸다. ‘딜리버링 해피니스’를 읽었을 때와 비슷한 감동을 받았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티켓 몬스터의 사례에서 내가 주목한 특징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초기에, 기사를 통해 효과적으로 회사를 세상에 알렸다.

자본도 없고 한국 내 인맥도 없던 시절, 신현성 대표가 썼던 방법은 자신의 이야기를 기사화하는 것이었다. 언론사에 이메일을 잔뜩 보낸 후에 답장이 온 곳은 코리아 헤럴드였다. 일단 기사가 나가자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고, 소식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나도 그 때 티켓 몬스터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2. 첫 자본금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창업 초기에 배웠고, 그 자본금을 훗날 유용하게 사용했다.

책에, 창업자들과 노정석 대표와의 첫 만남을 묘사하는 장면이 있다. 티몬 창업자들은 창업 베테랑인 노정석 대표에게 조언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그 당시 노정석 대표가 해 준 두 가지 조언은, 1) 창업자들이 돈을 기여한 만큼 지분을 가져가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는 것과, 2) 초기 자본금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듣고 창업자들이 돈을 모아 2억 5천만원을 확보했고, 노정석 대표가 추가로 5천만원을 투자해 3억원의 자본금으로 회사를 시작하게 된다. 이 돈은 나중에 매우 유용하게 쓰이는 장면이 나온다. 지나치게 많은 쿠폰을 팔아 고객 불만이 쌓였을 때, 무려 6천만원어치를 환불해줌으로서 불만을 충성도로 바꾸었다. 초기에 자본금을 확보하지 않았다면 내릴 수 없었던 대담한 결정이었다.

3. 인재 확보를 위한 기업 인수를 통해 회사 성장을 가속시켰다.

윙버스 출신의 베테랑들이 모여 창업한 회사 ‘데일리픽’이 있었다. 맛집 위주의 반값 할인을 시작한 이 회사는, 가공할 만한 티켓몬스터의 경쟁상대였다. 그들과 맞서 싸우는 대신 티켓몬스터가 선택한 전략은 회사를 인수하는 것. 마침 그루폰에서도 이 회사를 인수하려고 제안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더 치열한 경쟁이었다. 결국, 창업한 지 1년도 안된 회사가 96억원을 들여 회사를 인수하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 돈이 어디에서 나왔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스톤브릿지와 IVP 벤처캐피털에서 나왔다. 이 둘은 초기에 티몬에 투자했던 VC들이고, 데일리픽 인수 결정을 지지하며 인수 금액을 투자형태로 지급했다. 결정은 신현성 대표가 내렸지만, 이 두 벤처캐피털 회사들의 지지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4. 미국과 한국 양쪽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티켓몬스터에 투자했던 두 VC는 스톤브릿지캐피털과 인사이트벤처파트너스(IVP)였다. 스톤브릿지 캐피털은 한국의 회사이고 IVP는 미국의 회사이다. 신현성 대표는 이 두 회사를 잘 레버리지(leverage)한 것 같다. 책의 내용만으로는 알 수 없지만, 미국 VC로부터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밸류에이션(valuation)과 회사 매각에서 유리한 점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미국의 VC가 한국 회사에 투자한 사례가 많이 있다. 내가 알고 있는 회사만해도 꽤 된다. 한국 시장에서 기억 매각 또는 IPO를 통한 엑싯이 많아질수록 이러한 투자는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 2011년,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알토스 벤처스는 한국 VC인 슈프리마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이음’에 26억원을 투자했다.[]
  • 2005년 실리콘밸리의 월든 인터네셔널(Walden International)과 스톰 벤처스(Storm Ventures)은 컴투스에 각각 400만불씩, 총 800만불 (약 90억원)을 투자했다.[]
  • 메버릭캐피털과 DCM은 카카오톡에 투자했다. []
  • 매버릭캐피털과 알토스벤처스는 2011년 3월에 쿠팡에 200억원을 투자했다. []

5. 기업 문화를 고려해서 M&A를 했다. 이에 대해 깊이 고민한 흔적을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다음은, 신현성 대표가 동아일보 이남희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이야기이다.[]

신현성: 그루폰과 일했다면, (일하는 방식이) 무척 딱딱해졌을 거예요. 우리가 존중하고 배워야 할 점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 싶었거든요.

이남희: 어떤 점이 마음에 안 들었나요?

신현성: ‘100% 환불해준다’고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그렇게 안 해주는 것이 대표적이에요. 소비자가 환불을 위해 전화를 걸어도 업체가 잘 받지 않고, 설사 통화가 이뤄져도 환불 조건이 까다롭거든요. 또 그루폰은 일본에서 굉장히 많은 사람을 계약직으로 뽑았다가 소수만 정직원으로 전환했어요. 저는 ‘가족 같은 회사’를 원하거든요. 그루폰에 한국은 50개 마켓 중 하나일 뿐인데, 저는 우리만의 회사와 문화, 사람을 키우고 싶었어요.

티켓몬스터가 과연 좋은 선례가 되었는가에 대해 아직도 논란이 많지만, 나는 적어도 그들이 사업을 꿈꾸는 젊은 청년들에게 하나의 좋은 모델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요즘 한국에서 스타트업이 아주 활발하게 생겨나고 있고, 그 중 많은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보았는데, 곧 제 2, 제 3의 티몬 스토리가 계속 생겨날 것 같다.

15 thoughts on “티켓몬스터의 사례에서 배울 점들 – “티몬이 간다”를 읽고

  1. 안녕하세요, 스톤브릿지캐피탈 박지웅입니다. 항상 좋은 글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

    본문에서 참고로 Insight Venture Partners는 LivingSocial에 직접 투자한 적은 없구요,
    LivingSocial에 투자한 회사는 Institutional Venture Partners입니다.

    그리고 Nexon에도 직접 투자를 한건 아니고, Insight가 투자한 6 waves에 넥슨이 투자하면서
    일련의 거래를 통해 Insight가 넥슨의 주식을 취득하게 된 것 같습니다.

    보통 한국인 또는 한국계 파트너가 있는 외국계 VC가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한 케이스는 좀 있지만,
    Insight 처럼 한국말 할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회사가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한 케이스는 거의 없던 것 같습니다. 신현성 대표님의 네트웍과 비전이 이런 케이스를 만들어냈다고 생각됩니다.

    참고가 되셨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1. 책 읽으면서 아는 이름이 나와서 반가웠었습니다. ^^ 정말 멋진 일을 하셨더군요.
      Insight Venture Partners의 홈페이지에 LivingSocial 포트폴리오가 있는데, 이것도 아마 티켓몬스터 주식이 전환되면서 취득한 것을 포트폴리오에 넣었나보네요. 지금 수정해야겠네요. 감사합니다.

    1. 엇 한솔씨도 있네요!! ㅎㅎ
      반가워요~
      저도 매형 추천으로 지금 이책읽고 있는데
      순간적으로 몸이 훅~하고 더워지는걸 느낍니다.

  2. 티몬이 간다 집어들고는 저도.. 한숨에 그자리에서 다 읽었습니다..^^

    경험의 깊이야 비교할 수 없겠지만..꼭 티몬의 지금껏 시간을
    짧은 순간이나마 책을 통해 함께한 기분이었고..
    진정 마음속 깊이 응원하게 되었죠 ㅎㅎ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신 글
    제가 읽으면서 생각했던 점들과 비교해보면서.. 배우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3. 1의 내용이 진실인가요? 한국내 인맥이 없었다구요? 초기에 중앙일보에서 많이 띄워줬었고, 티켓몬스터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는데, 신현성 대표가 중앙일보 오너와 가족관계에 있지 않나요? 어찌보면 가장 무시못할 요인은 뺀것 같아 책 내용의 사실성에 살짝 의심을 품게 되는 결과가 되었네요.

    1. http://heejj.tistory.com/133 에 보니 신현성 대표가 가족 관계 도표가 있군요. 중앙일보 전 회장이 고모부이구요. 이런 것이 티켓몬스터를 초기에 띄워주는 데 도움이 되었을 수 있고, 티몬의 성장에 보이지 않는 도움도 주었을 수는 있지만(책에는 이런 내용은 없군요), 실행력과 판단력이 없었으면 회사를 그렇게 키울 수는 없었다고 생각해요. 언론에서 집중 조명해줘서 처음에 반짝 떴다가 결국 실행 제대로 못해서 져버린 회사가 많이 있거든요. 어쨌든 좋은 참고가 되는 댓글 감사합니다.

  4. 티켓몬스터, 소셜마켓이라는 시장을 키웠지만 지나치게 시스템적인 접근만해서 그런지…. 생태계를 엄청 파괴시켜버렸습니다. 판매하는 항목에 따라서 틀리겠지만 실제 주변에 티몬같은 소셜사이트때문에 성공한 사람들보다 망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훨씬 많습니다. 외국의 성공적인 케이스가 한국에 들어와 변질되는 경우가 많은데…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끈건지 먹튀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지 싶습니다. 토니쉐이랑 비교할정도의 케이스는 아니라고 봅니다. 더군다난 소셜업체로 빠져나간 관계회사의 직원들이 전직회사의 노하우를 무기로 엄청…난 협상력을 발휘하는것을 보면서 실망을 감출수가 없습니다.
    하루 한개의 상품으로 고객에게 가치를 부여해주겠다는…그들이 이제는 상품별 지역별…등등.

    1. 이런 반값 할인 서비스의 부정적인 면에 대해서는 전에 ‘그루폰 생각’이라는 블로그에서 저도 쓴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IPO에 성공한 그루폰 주가가 계속 빠지고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구요. 저는 티몬이라는 아이템이 좋느냐 나쁘냐를 떠나서 회사를 성장시키는 과정, 그리고 순간순간의 결정에서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써봤습니다.

  5. 휴, 시험기간인데 조성문님의 블로그는 발길을 끊을 수가 없네요.. 벨리인사이드도 그렇고… 저 시험 망치면 책임지세요!! 농담이구요. ^^ 저번에 추천해주신 페이스북 이펙트라는 책 정말 잘 봤습니다! 읽다보니까 페이스북이라는 회사 상상이상으로 엄청난 회사더라구요. 하나하나 정교하게 설계된 기능부터 개인보호서비스까지.. . 이런 기업이 왜 우리나라에서 나오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ㅎㅎ 이 아쉬움 꼭 잊지않고 뛰어난 VC가 되어 페이스북같은 회사가 우리나라에서 나올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어요~

    아! 벨리인사이드 왜 새글이 안올라오나요…. 재미있게 보고있는데….. ㅎㅎ

  6. 4번과 5번 항목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4번 같은 경우는, 사실 인맥의 영향이 좀 컸다고 제 자신이 판단됩니다만, 혹여 잘못된 생각일 수 있겠지요.

    회사의 가치를 그만큼 잘 밸류에이션 했다고 보여집니다.
    엔젤투자자가 되려면 역시 big picture를 가져야 겠군요.

    5번 항목은, 최근의 m&a를 보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신현성 대표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인거 같습니다.
    (얼마전 외환은행을 하나은행이 인수했는데, 인수 후에는 모든 부문에서 1~2위가 되지만
    조직문화 융합이 제대로 이루어질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7. 안녕하세요? 처음 남기는 글입니다.
    티몬이 데일리픽 인수 후 데일리픽은 아예 사라진건가요?

    요새 티몬은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고 있어요.
    티몬이 간다.. 이 책 한번 읽어봐야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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