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스타일 소고(小考)

싸이 강남 스타일로 한국과 미국이 난리다. 전에 제레미 린 센세이션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번엔 중국계 미국인이 아닌 한국인이 미국을 흔들었다.

지난 8월 28일,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강남 스타일을 배우고 싶다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남긴 것을 계기로 미국의 인기 토크쇼인 Ellen 쇼에 싸이가 등장해서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춤을 직접 가르쳐주었고(이 비디오는 하루만에 100만명 이상이 시청했으며 지금은 뷰가 천만이 넘었다), 오늘은 무려 6백만명이 보는 Today 쇼에 등장하면서 완전히 상승세를 탔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트윗: “이 비디오 너무 좋아요. 정말 재미있네요. 이 춤을 배워야 할 것 같은데요, 누가 가르쳐줄 수 있나요? 하하”

그 결과는 iTunes 전체 싱글 차트 1위. iTunes 뮤직 비디오에서 1위를 한 지는 꽤 지났지만, iTunes 싱글 차트 1위는 오늘이 처음이다. 미국에서 접속했는데 1위에 뜨는 것을 봐서 국가와 상관 없이 전체 1위를 한 것이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 오늘 아이튠스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놀랍다고밖에 할 수 없다. 이제 회사 동료들도 이 노래를 알고, MBA를 같이 다녔던 미국 친구들이 이 춤을 알고 있다.

혹자는 그 전에 엄청난 돈을 들여 미국 진출을 시도하던 K팝 스타들이 실패한 것을, 싸이가 마침내 돈 한푼 안쓰고 미국에서의 성공을 보여줬다고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내가 보기에 JYP의 원더 걸스는 아시아는 물론 미국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SM 엔터테인먼트의 소녀 시대및 슈퍼 주니어 역시 성공했다. 지난번 마운틴 뷰에서 구글 유투브와 MBC가 함께 기획했던 K팝 콘서트에 가서 엄청난 인기를 실감했었다. 그 큰 Shoreline Amphitheater 공연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며 K팝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처럼 CNN, WSJ에 등장할 만큼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K팝은 오랜 기간 동안 미국 사람들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특히 지난번 ValleyInside에 썼던 ‘한국 문화 전도사’ 스테파니 파커와의 인터뷰에서 볼 수 있듯 미국에 한국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 도움이 되었다. 주변 한국 친구들의 권유로 한국 노래와 드라마를 접하게 되고, 거기에 빠지고, 그래서 지금은 K팝 전도사가 되었다는 스토리이다.

이러한 K팝 인기에 한 몫을 더한 것은 한국 드라마이다. 얼마 전 회사 식당에 갔더니 Korean Rice Bowl이라는 메뉴가 새로 생겼길래 셰프에게 물어봤더니 자기가 만든 메뉴라고 했다. 웬일인가 하면, 와이프가 한국 드라마를 워낙 좋아해서 옆에서 같이 보다가 한국 음식 및 문화에 관심이 생겼고, 그래서 나름대로 메뉴를 만들어봤다고 한다. (미국에 있으면서 ‘와이프가 한국 드라마의 열렬한 팬이다.’는 말을 참 많이 듣는다.) 비빔밥 같기도 하면서 아닌 것이 좀 독특한 맛을 내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 “Korean Rice Bowl” 앞에는 매번 사람들이 줄을 서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K팝과 한국 드라마의 인기에 큰 도움을 주고 팬들이 한 곳에 모일 수 있게 해준 것은 커뮤니티 사이트들이다. 그 중 한국계 미국인 Susan Kang이 만든, 2011년에 엔써즈에 인수된 Soompi.com이 대표적이다. 무려 1998년에 처음 생긴 웹사이트이며, K팝을 좋아하는 전 세계 팬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140만명의 팬이 있다. AllKPop도 엄청난 인기다. 페이스북 페이지의 팬이 155만명이나 된다. 한국 드라마를 자신의 언어로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호창성 대표가 만든 Viki가 있다. Viki 페이스북 페이지의 팬은 무려 460만명이다.

K팝 커뮤니티, Soompi.com의 첫 화면

크로싱 더 캐즘(Crossing the chasm)등에도 등장하듯이, 이노베이터(Innovator)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가 대중에게 파고들려면 팔로워(Follower)들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K팝은 그동안 이러한 팔로워들을 엄청나게 모아둔 상태였다.

캐즘 이론

그 때 싸이가 등장했다. 자신의 노래가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 것이라는 것은 예상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은 채.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매우 잘 만든 뮤직 비디오이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요소를 갖추었기에 이렇게 전 세계 사람들의 인기를 끌고 빠르게 미국의 메인 스트림에 침투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투자하고 구축해놓은 인프라와 팬 베이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2000년에는 믿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당연하게 된 사실들

“2000년에는 믿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당연하게 된 사실들은 무엇일까?”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Quora. 페이스북의 초기 멤버이자 CTO였던 Adam D’Angela가 2009년에 만든 ‘지식인’ 사이트이다. 아담은 당시 Quora를 만들게 된 계기를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We thought that Q & A is one of those areas on the internet where there are a lot of sites, but no one had come along and built something that was really good yet. (Q&A 사이트는 인터넷에 정말 많지만, 그 누구도 정말 제대로 된 걸 만든 적이 없어요.)

그가 말한대로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한 Q&A 사이트는 정말로 많았다. 각 분야별로 특화된 웹사이트들이 있었고 사람들은 특별한 불만 없이 쓰고 있었다.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화된 지식은 Wikipedia가 채워주고 있었다. 게다가, 그 전에 구글이 Knol이라는 Q&A 사이트를 만들었다가 보기 좋게 실패한 사례가 있었다 (이 서비스는 결국 2012년 5월에 문을 닫았다). 한편 야후가 만든 Q&A 사이트인 Yahoo! Answers는 그럭저럭 운영되고 있지만 수준 낮은 정보들로 점차 채워지면서 사람들에게 외면당한 상태였다.

그래도, 그는 Quora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랍다. 벤치마크 캐피털, 피터 띠엘 등으로부터 지금까지 $61 million (약 700억원)의 펀딩을 받았으며, 창업한 지 2년만인 2012년 5월에 $400 million (4,400억원)의 회사 가치가 메겨졌다. 포브스지는 Quora에 올라온 질문/답변을 추려서 보여주는데 몇몇 글들은 상당히 인기가 있다. Quora에 몇 명의 회원이 등록되어 있고, 현재 active user 수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KISSmetrics에 올라온 인포그래픽에 따르면 첫 1년동안 무려 37,000% 성장을 했고, 2011년 1월 기준으로 회원 수는 50만명이 넘었다.

Quora 회원 수 성장 곡선 (출처: KISSmetrics)

단순 회원수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안에 얼마나 유용한 정보가 들어있는가이다. Quora에 일부러 들어가진 않지만, 가끔 Quora에서 보내주는 뉴스레터에서 흥미로운 질문이 있으면 들어가서 읽어보곤 하는데, 정말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이 많다. 누군가의 질문에 그토록 정성을 들여 답하는 사람도 대단하고, 그런 사람들이 기꺼이 시간을 쓰도록 동기 부여(incentivize)를 하는 Quora 투표 시스템의 위력도 놀랍다. 그동안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몇 가지 글은 아래와 같다.

1. Gilt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 그들은 어떻게 돈을 벌고 얼마나 이윤을 내는가?

Quora에서 내가 가장 처음 읽었던 글인 것 같다. 이걸 보고 깜짝 놀랐다. 들어가서 보면 놀랄 것이다. 누군가가 엄청난 정성을 들여 그래프까지 그리면서 Gilt의 사업 모델을 설명했고, 이를 읽어보면 겉보기에 이해가 안되는 그들의 사업 모델을 이해할 수 있다. 지금까지 그 답변은 1157개의 표를 얻었다.

2. 구글, 페이스북, 애플, MS의 프로덕트 매니저의 역할은 어떻게 다른가?

이 질문에 대해 Quora의 창업자인 Adam D’Angello가 직접 답변을 달았다. 애플의 PM은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에 집중하는 반면, 구글의 PM은 와이어프레임(Wireframe)을 그려준다고 들었다고 한다.

3. 상위 1%의 프로덕트 매니저가 상위 10%의 프로덕트 매니저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1693개의 투표를 얻은 한 아마존 프로덕트 매니저가 쓴 글은 나한테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3. 좋은 Conversion Optimization (웹사이트 방문자를 고객으로 만드는 것) 전략은 무엇인가?

Andy Johns의 답변이 도움이 많이 되었는데, conversion optimization에 대해 이렇게 잘 정리한 글은 다른 전문 블로그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4. 항공기 조종석에 있는 온갖 장치들은 어디에 쓰는 것인가?

이건 사실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누군가 시뮬레이터의 사진까지 포함시켜 보잉 737 항공기 조종석에 있는 온갖 장치들을 엄청나게 상세하게 답한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개인 항공기 조종사(Private Pilot)인 Tim Morgan의 답변은 아래와 같이 시작한다.

All of them?  If you’re talking about a commercial airliner, then there’s hundreds and hundreds.  There are big, fat manuals describing what they all do.  But, since you asked, buckle up. (전부 다 말입니까? 상업용 항공기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수백가지입니다. 그걸 일일이 설명한 두껍고 뚱뚱한 매뉴얼이 있죠. 어쨌든 물어보셨으니 안전 벨트를 메세요.)

그리고 나서 각 장치를 설명하는 ‘엄청나게’ 긴 글이 시작된다.

5. 사람들이 평소에 잘 듣지 못하는 인생의 중요한 교훈은 무엇인가?

다양한 사람들이 이 질문에 대해 대답했는데, 몇 가지 내 눈에 들어왔던 건 아래와 같다.

  • Marry your best friend 가장 친한 친구와 결혼하라
  • Don’t try to be a “grown up” 어른이 되려 하지 말고 항상 재미를 누려라
  • Don’t stop learning: 배우지 않는다면 남에게 질 것이다
  • If you’re not failing, you’re doing it wrong. 실패하지 않는다면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 Time passes by a lot faster than you’d think 시간은 당신 생각보다 빨리 지나간다
  • The key to happiness is BUILDING stuff, not GETTING stuff. 행복의 비결은 얻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에 있다
  • Flossing teeth is very important. 치실을 이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 Always take action on things. People regret inaction more than action. 항상 행동을 해라. 사람들은 행동해서 후회하기 보다는 행동하지 않아서 후회한다.

6. 에버노트 CEO인 필 리빈(Phil Libin)은 어떻게 그의 에버노트를 정리하는가?

재미난 질문인데, 이 질문에 대해 필 리빈이 직접 상세하게 답변을 달았다. 물론, 그의 답변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7. 지금 회사를 그만두고 옮겨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구글과 Ooyala를 거쳐 현재 Quora에서 일하고 있는 한 엔지니어가 답변을 달았는데,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엔지니어의 시각이긴 하지만 이 질문이 관심이 간다면 한 번 읽어보시길

8. 항공기 조종사들이 말하지 않는 비밀은 무엇인가?

이것도 재미있다. 지역 항공사에 소속된 조종사들은 피자 배달부만큼 정도밖에 못번다는 것, 커피에 화학 물질이 있으므로 마시지 않는다는 것, 현재 위치를 항상 알지는 않는다는 것, 가끔 안전벨트 사인 끄는 것을 있는다는 것, 그리고 총을 소지하기도 한다는 것.

9. 멍청한 사람들이 똑똑하게 보이고 싶을 때 이용하는 트릭은 무엇인가?

답변 중 포브스지의 한 기사를 따온 것이 있는데, 재미있는 비즈니스 영어 표현이 많이 등장하므로 한 번 읽어보면 도움이 된다.

10. 2000년에는 믿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미국에서 당연하게 된 사실들은 무엇일까?

서론이 길었는데,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들이 너무 재미있어 이 글을 시작했다. 이 질문 역시 다양한 사람들이 답을 달았는데, 아래는 그 중 재미있었던 10가지이다. 미국의 상황에 한정된 답변이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1. The US would elect a black president. 미국이 흑인을 대통령으로 선출하게 된다는 것 것
  2. We put a nuclear robot on mars, and it’s shooting lasers at things. 우리가 화성에 핵 로봇을 착륙시켰고, 그 로봇이 레이저를 쏘고 있다는 것
  3. The most pressing social issue in 2012 will be fought mostly over chicken sandwiches: ‘Chick-fil-A’라는 미국 레스토랑 체인의 COO가 동성 결혼을 반대한다고 해서 지난 여름동안 동성간 결혼을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성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사며 2012년의 가장 큰 사회적 이슈가 되리라는 것
  4. Smartphones: half the US carries the freakin’ Internet in their pocket. Back in 2000, this was the coolest in mobile tech: (Nokia flip phone) 미국 사람들의 절반이 주머니 속에 인터넷을 넣고 다닌다는 것. 2000년에는 노키아 플립폰이 가장 쿨했다.
  5. The most successful golfer would become a black guy (Tiger), the most successful rapper a white guy (Eminem). Albeit not for long. 가장 성공적인 골퍼가 흑인이 되고(타이거 우즈), 가장 성공적인 래퍼(rapper)가 백인(에미넴)이 되리라는 것
  6. Google would turn from a 40 employee startup [2] to a global verb. 당시 직원 40명짜리 회사(구글)가 전 세계 사람들의 브랜드가 되리라는 것
  7. The US would come within hours of defaulting on their 14 trillion dollar national debt. In 2000 the US was running a record surplus. 미국이 무려 14조 달러의 빚을 진 나라가 되리라는 것
  8. Apple would recover from near bankruptcy to become the most valued company on Earth; ultimately over twice that of Microsoft. 애플이 파산 직전에서 지구상 가장 가치 있는 회사로 성장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두 배 가치로 올라서리라는 것
  9. Microsoft Windows and Internet Explorer would be losing their format wars.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즈와 인터넷 익스플로러 표준화 전쟁에서 지리라는 것
  10. Michael Jackson and Steve Jobs would be taken from us far too soon. 마이클 잭슨과 스티브 잡스가 그렇게 빨리 우리 곁을 떠나리라리라는 것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지만, 10년 전에 당신에게 물어봤으면 믿기 힘들었을 사실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