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책을 출간합니다

(업데이트: 출간 날짜가 잡혔습니다. 9월 5일 목요일입니다)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쓰네요. 제 블로그인데도 이 공간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말입니다.

지난 한 달동안 바쁜 일이 세 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은 것이었고, 또 하나는 이제 곧 출간 예정인 책의 마지막 작업을 마무리짓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집을 산 것입니다. 물론 이제 막 5개월을 지난 딸과 놀아주는 것은 항상 우선순위이지요. 그리고 참, 좋아하는 후배와 미뤘던 운동을 시작한 것도 있었네요.

곧 책을 출간합니다. 제 이름으로 된 책을 내는 것이 어린 시절부터의 꿈이었는데 그 꿈 중 하나를 이루게 되네요. 표지에 제 사진이 큼지막하게 들어가기는 하지만 자서전이 아니고, ‘실리콘밸리 이야기’를 확장해서 만든 것입니다. 작년 10월부터 작업을 시작했는데 이제야 마무리되었네요. 돌이켜보면 왜 그리 오래 걸렸나 싶은데, 어쨌든 이제 마무리가 되어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합니다.

제목은 ‘스핀 잇(Spin It): 세상을 빠르게 돌리는 자들의 비밀‘입니다. 제일기획에서 팀장으로 일하는 한 선배로부터 제목을 받았습니다. ‘스핀’이라는 단어가 영어로는 부정적인 어감이 있다는 피드백도 있어서 고민을 했습니다만, ‘돌리다’라는 어감에서 오는 느낌이 좋아서 그대로 밀어보기로 했습니다.

‘돌리다’라는 키워드를 선택한 이유는, 그 동사가 실리콘밸리의 모습을 참 잘 표현해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매출이 제로인 11명짜리 회사가 1조원에 팔리기도 하고, 기존의 강자들이 끝없이 무너지면서 새로운 회사들에게 길을 내어 주고, 큰 회사들이 작은 회사들을 계속해서 인수하며 성장하고, 작은 회사들이 큰 회사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들. 끝이 없이 실패를 하는 모습을 보고서도 또 다시 도전자들이 와서 싸우는 모습이 꼭 전투 장면을 보는 것 같습니다. ‘빠르게 돌리기(FF)’로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매일 많은 사람들이 실리콘밸리를 찾아옵니다. ‘창조경제’가 키워드인 요즘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실리콘밸리에 막상 와 보면 그냥 기후 좋은 캘리포니아, 그리고 유명한 IT 회사들이 있을 뿐입니다.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한 곳에 회사들이 다 모여 있는 것도 아닙니다. 무려 남북으로 100km에 달하는 지역에 회사들이 퍼져 있어서 차를 렌트하지 않으면 둘러볼 수도 없습니다. 겉으로만 봐서는 무엇이 실리콘밸리를 실리콘밸리답게 만드는지 다 알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끝없이 한국에서 사람들이 그 비결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고 있습니다.

최근 만난 분이 그러더군요. 왜 사람들이 실리콘밸리를 찾는다고 생각하냐고. 그 분은 ‘꿈’을 팔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이 슈퍼스타 K를 보며 감동을 느끼고, 같이 웃고, 같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꿈’을 향해 도전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감동적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나 꿈을 꾸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꿈을 이루어 주변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선물합니다.

실리콘밸리에는 그런 사람들이 유난히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꿈을 이루었을 때 만들어내는 가치의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주변에 하도 ‘조’단위 회사들이 많아 한국에서는 대기업의 지표가 되는 ‘매출 1조원’을 이룬 회사들을 봐도 그리 놀라지 않을 정도입니다. 제가 보기에 엘론 머스크(Elon Musk)는 스티브 잡스 이후로 가장 큰 꿈을 꾸는 사람입니다. 그가 만든 회사 페이팔(PayPal)은 미국 전 국민이 이용하는 서비스가 되었고 (저는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돈을 지불할 때 항상 페이팔을 사용합니다), 그가 만든 SpaceX는 민간 회사로서는 처음으로 유인 로켓을 우주에 발사했고, 그가 만든 SolarCity로 인해 미국에 태양광 패널을 갖춘 집이 늘어나고 있고(설치비가 공짜라서 저라도 굳이 안할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의 꿈을 이루어 만든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캘리포니아에서 포스셰, 볼보보다 더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이제 기존 자동차 회사들을 위협하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이제 그것도 부족해서, 총 거리 600km 이상의, 서울-부산보다 먼 샌프란시스코와 LA 사이를 30분만에 주파할 수 있는 ‘하이퍼루프’라는 아이디어를 내고, 자신과 함께 꿈을 꿀 사람들을 찾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꿈을 이룬 사람들은 막대한 부를 거머쥐며 영웅이 되고, 그 스토리는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집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의 CEO인 래리 앨리슨은, 항상 좋은 이미지로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30대에 회사를 시작해서 35년만에 직원 12만명, 연매출 40조원, 순이익 11조원에 달하는 회사를 만들어냈고, 그 자신은 개인 재산 5천 5백억원을 써서 하와이의 섬 하나를 통째로 살 만큼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의 현재 자산은 $43 billion, 즉 47조원으로, 공식 랭킹으로는 세계 5번째 부자입니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만을 만들었는데 이런 결과를 이루어냈습니다.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누구나 궁금해합니다. 그리고 대체 무엇 때문에 실리콘밸리에서만 이런 회사들이 탄생하는지, 왜 그렇게 회사와 개인이 큰 성공을 거두는지 궁금해합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실패를 해도 용인하는 문화 때문이다”, “우수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이 많기 때문이다”, “스탠포드 대학이 창업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우수한 엔지니어들이 많아서이다”, 그리고 “날씨가 좋기 때문이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모두 다 맞는 이야기입니다. 저 실리콘밸리에 정착하면서 그 점이 가장 궁금했고, 그것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제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일면’을 보여주는 이야기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블로그가 ‘조성문의 실리콘밸리 이야기‘입니다. ‘밸리인사이드‘도 만들어 인터뷰 기사도 실어보았습니다.

얼마 전, 조선일보 위클리비즈 칼럼에서도 밝혔지만, 실리콘밸리를 ‘꿈의 동네’로 만드는 것은 이 곳에 돈이 많기 때문이고, 그렇게 많은 돈이 모이는 것을 합리화해줄 만큼 돈을 잘 버는 회사들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단순하지요. 그래서, 이 동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특히 이 동네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모아 책을 만들었습니다. IT 업계에 있는 분들은 신문과 블로그를 통해 실리콘밸리 이야기를 접할 일이 이미 많기 때문에 책의 대상 독자는 사실 IT 분야에 계신 분들은 아닙니다. 글을 정리하고 책을 쓰면서 ‘한 사람’을 마음에 두었습니다.

인사동 미술관장.

그녀가 하는 일이 IT와 직접 연관성이 있지는 않지만, 신문을 통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페이스북, 구글, 애플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리고 그 회사들이 이룬 혁신과 가치를 보며 ‘실리콘밸리가 어떤 곳인가’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됩니다. 페이스북이 도대체 어떤 회사이길래 29살 청년이 한국에 방문해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는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실리콘밸리에 대해 더 배우게 되면서, 그 곳에서 일어나는 혁신의 비밀을 알게 되고, 세상이 흘러가는 방향에 대해 감을 갖게 됩니다. 앞으로는 세상의 모든 정보가 디지털화될 것이며, 어쩌면 미술관은 설 곳을 잃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앞으로 내려야 할 결정은 둘 중의 하나가 됩니다. 미술관을 디지털화하고 사람들이 컴퓨터와 휴대폰, 그리고 타블렛에서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거나, 미술관 사업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피부로 와 닿고 있지는 않을 지 몰라도,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정말로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세상을 ‘스핀(SPIN)’하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남들보다 앞서 접하고, 지금 하는 일과 어떤 관련을 가질 지 생각해보는 것은 가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전혀 관심이 없더라도, 실리콘밸리에서 꿈을 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슈스케에 버금가는 감동을 줄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적어도 ‘한 가지 영감’을 전달할 수 있기를.

책이 세상에 나오면 다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29 thoughts on “곧 책을 출간합니다

  1. 책으로도 글을 접할수 있다니 정말 반갑네요!!
    또 어떤 긍정적인 자극을 받을 지 기대됩니다^^
    고생하셨고 발간되면 잘 읽어보록 하겠습니다.

    1. 안녕하세요? 네이버 글 이후 조성문님의 통찰력에 반한 팬입니다.
      도쿄에 거주하는 중소기업 직장인입니다. 일본 여행회사에 종사하고 있습니다만 웹 프로그래머로 전향 예정으로, 독학으로 JAVA와 C, HTML과 CS를 공부하려고 한국에서 몇권의 책을 주문 예정으로
      미국사정과 IT라는 거대한 공룡을 이해하기 위해서 스핀 잇도 주문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질문이 있습니다만

      1. 1만 자 이상의 글을 작성하시곤 하는데 보통 처음부터 완성까지는 얼마나 걸리는지요?
      2. 글쓰기 할 때 어떤 식으로 뼈대를 잡으시는지요? 제가 IELTS 라이팅 공부중인데 ,
      글쓰기에 있어 조성문님에게 지금까지 도움된 서적이나 경험이 있으시면 조언 부탁드립니다.

  2. 와 첫번째 댓글이네요. 간만에 업데이트가 되어 뭔가 기대했는데… 나오면 꼭 사보겠습니다. 회사 독서모임때도 가서 소개해야쥐~ ㅎㅎㅎ 늘 좋은글 읽기만 했는데 빚 조금 갚을수 있겠네요. ^^
    기술과 인재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주고, 소비보다 투자를 과감히 하는 문화를 가진 기업들이 모여있는 곳. 정말 우리나라가 배울게 많은 곳인것 같습니다! (절대 저런 문화는 돈으로 투자해서 나올 수 있는게 아닌듯…) 스핀 잇 기대하겠습니다!

  3. 며칠 전 블로그를 알게 되어 여러가지 정보를 얻게 되서 좋았는데 책을 출간하신다니 더더욱 좋네요..! 저는 아직 대학교 1학년생이지만 실리콘밸리의 IT회사 중 한 곳에서 마케팅이나 영업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 미래에 대해서 더 자세한 해상도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네요ㅎㅎ 실리콘밸리에 개발자로 가고싶다는 남자친구에게 추천해 줘야겠어요

  4. 그동안 블로그를 통해서 전달 받은 내용들도 상당한데 책이 출간 된다고 하니 기대 됩니다!

    꼭 사서 보고 주변에도 추천하겠습니다 🙂

    1. 양준철님, 어이쿠 감사합니다. 블로그 내용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중복되는 내용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다시 편집했으니 신선함도 있을거에요. 편집된 책을 받아보니 블로그와는 또 다른 느낌이 있더라구요.

  5. 대단하십니다. Tweet에서 늘 구독만하는 저에게 그 빚을 갚을 기회를 주시는군요…
    Spin it!

  6. 드디어 출간되어 나오네요! 안그래도 곧 출간하실거라 생각했었는데요~ 서점에 나오면 바로 사봐야겠어요! 블로그와 트위터 팬으로서 IT 업계에 일도 하고 분야는 다르지만 많은 정보들이 좋은 자극이 되어 생활의 활력소가 되었습니다! 감사드리고 축하드립니다~ 항상 건강히 건승하시길…

  7. 우선 책이 나오게 됨을 축하축하…출간 포스트를 매일 기다리겠사와요.
    책이나오면 읽어보려고 대기중… 실리콘 이야기가 상당히 기대가 되고 있음 ^^ 빨리빨리빨리… yes24 매일 들어가서 확인 해봐야 할듯…

  8. 블로그 구독해서 보고 있었는데, 책으로 보면 또 다른 느낌이겠네요.
    출간 축하합니다.

  9. WOW~
    기대됩니다. 어서 책을 구매해 보고 싶습니다 🙂 제 페북 친구들에게도 소개할게요! 🙂

  10. 방금 다읽었습니다. 정말 좋고, 영감을 주는글로 가득하네요. 블로그에서 볼 수 없는 글도 보아서 좋았습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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