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작은 이야기

이야기 하나. 혼자 애 보느라 고생하는 와이프도 도울 겸 해서 오늘부터 3일간 본딩 타임(bonding time) 휴가를 쓰기로 했다. 지난번 글에서도 설명했지만, 일에 중대한 지장이 있지 않는 한 쉽게 보장되는 휴가이다. 매니저에게 이야기하고, Family Leave를 처리해주는 회사에 전화해서 3일동안 휴가 쓸 거라고 이야기하면 끝이다. 미국의 모든 회사나 상황에서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실리콘밸리에서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는 tech 회사들은 대부분 분위기가 이런 것 같다.

이야기 둘. 아침 회의 시간에 항상 보이던 동료 한 명이 안보여서 어디 갔느냐고 물었더니, 고양이를 입양해서 회사에 못 왔다고 한다. 며칠 전 집 근처에서 길을 잃고 배고픈 채 불쌍하게 앉아 있는 고양이를 발견해서 집에 데려가서 목욕을 시켰는데, 그러고 나니 너무 예뻐서 키우기로 했다는 거다. 이제 8주밖에 안 된 애기 고양이였다. 남편과 아내 둘 중 한 명은 집에서 고양이를 돌봐야 하니까 첫 날은 남편이 집에 있었고, 그 다음엔 아내가 집에 있기로 했다고 했다. 그 일을 이야기하면서 매니저가 이야기했다.

So, I got a call from her and heard about the kitten story. I said, “Oracle is pretty hard noses, but as far as I know, Oracle doesn’t kill kittens.”  (전화를 받고 고양이에 대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얘기했죠. “오라클이 꽤 엄격한 회사이긴 하지만, 내가 아는 한 고양이를 죽이지는 않습니다“)

그 말을 듣고 다 같이 웃었다. 어린 고양이가 새로운 집에서 잘 적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야기 셋. 오늘 Quora에서 재미있는 이야기 두 가지를 발견해서 공유하고 싶다. ‘당신이 봤던 가장 뛰어난 사업 수완(smartest maneuver) 사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누군가 답변을 올린 것인데, 다우 케미컬(Dow Chemical)의 창업 초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허버트 다우(Herbert Dow)가 회사를 세워 브롬(Bromine)을 미국에서 파운드당 36센트에 팔기 시작했는데, 이 때 유럽에서는 독일계 카르텔이 파운드당 49센트에 팔고 있었다. 그렇지만 카르텔의 힘이 세서 유럽에 진출하지는 못했다. 시간이 지나 유럽 진출을 해야만 했고, 유럽에서 36센트에 팔기 시작했다. 당연히 독일계 카르텔은 기분이 좋지 않았고, 다우 케미컬 본사에 찾아와 위협을 했다. 허버트 다우는 계속해서 브롬을 싼 가격에 유럽에 공급했고, 급기야 독일계 카르텔은 미국에서 파운드에 15센트로 덤핑(dumping)을 하기 시작했다. 가격으로 승부해서 다우를 망하게 하자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다우(Dow)는 더 똑똑한 전략을 짜 냈다. 파운드당 15센트에 브롬을 사서, 다우 제품으로 재포장해서, 유럽에 파운드당 27센트에 판 것이다. 독일계 카르텔은 저가로 미국에서 승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우가 망하지 않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가격을 12센트로, 그리고 급기야 10센트로 더 낮추었다. 다우는 그것을 몽땅 사들여서 유럽에 더 많이 팔았다. 결국 독일계 카르텔이 항복했고, 소비자들은 브롬을 더 싼 가격에, 더 많은 공급자들을 통해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카르텔을 만들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려는 기업들을 보기 좋게 한 방 먹인, 속 시원한 사례이다.

두 번째로 Quora에서 본 이야기는 ‘스티브 잡스를 우연히 마주쳤던 재미난 에피소드‘에 대한 것이었는데, 상황도 재미있고 글도 참 잘 써서 읽다 보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주인공인 팀 스미스(Tim Smith)는 스티브 잡스 집 근처에 사는 여자와 데이트를 했는데, 어느 날 차를 몰고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차가 고장나서 스티브 잡스의 집 바로 앞에 차를 세우고 고치려고 애쓰던 와중에, 스티브 잡스의 아내인 로렌(Laurene) 잡스가 와서 무슨 일인지 묻고, 맥주 한 병을 주며 차 수리하는 친구에게 전화해서 그 친구가 나타나서 차를 고치는 동안, 스티브 잡스가 아이들과 함께 나와서 차에 타서 시동 거는 걸 도와준 이야기이다. 차를 고치러 나타난 ‘로렌의 친구’는 턱시도를 입고 길고 검은 차를 입고 나타났고, 차를 결국 수리 못하자 로렌이 집으로 들어오라고 해서 전화를 쓰게 해 주었다.

스티브 잡스와 그의 가족이, 결국은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하는 지극히 평범한 미국의 한 가정이었음을 보여주는 일화이다. 꼭 원문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7 thoughts on “세 가지 작은 이야기

  1. 출근길에 글 올리신거 보고 반가운 마음에 살포시 댓글 남깁니다. 팬입니다! ^^

    스티브 잡스를 만난 일화 보면서 완전 감정이입해서 “으으.. 어떡하지.. 맥주 마셔야 하나..” 이러면서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도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남편이자 누군가의 친구였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주는 일화였습니다. 감사합니다^^

  2. 저도 김해령님 처럼 감정 이입 하면서 링크걸어 주신 원문 읽었습니다. 맥주 마시면서 한쪽 주머니에 손 넣고 평소처럼 행동해야하나 어찌해야 하나 ㅎㅎ
    마지막에 맥주 가져다 놓은 건 정말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3. 가슴따뜻한 이야기네요ㅎㅎ 원문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미디어에서 만든 이미지가 아닌, 평범하고 인간적인 그들의 모습이 오히려 놀랍게 다가오네요ㅎㅎㅎ

  4. 제가 처음 이민 왔을 때 일이 생각나네요. 구입한 침대가 도착할 때까지 카펫 바닥에서 자고 있다는 말을 듣고, 같은 과의 Director 가 자기 승용차 뒤에 리어카 같이 생긴 것을 붙여 (집에서 쓰고 남는) 매트릭스를 싣고 청바지 차림으로 우리 집 앞에 나타났던… 그때만 해도 참 신선하게 느껴졌답니다. ^^

  5. We just can’t kill kittens, can we? 😉 눈팅만 하다 처음으로 코멘트 남겨봅니다. 다우의 전략이 흥미롭군요.

  6. 안녕하세요. 게임빌 초창기에 공동사업을 진행했던 Geto에 있던 장준석입니다.
    게임빌 초기멤버들은 별로 안 남아 계신 거 같던데..
    미국에 가 계시는군요.
    실콘에서 좋은 일 많이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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