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롭박스에게 미래가 있을까?

좀 도발적인 제목으로 시작해봤다. 어제, 구글 드라이브에 접속했다가 “Get Drive for Mac”이라는 새로운 아이콘을 발견했다.

구글에서 이런 제품을 만들었다는 소식도 못들었는데, 어쨌든 옛날부터 유용하게 쓰던 구글 드라이브를 맥에 설치해서 쓸 수 있으면 편리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클릭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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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드라이브

예상했던대로, 구글 드라이브를 마치 드롭박스처럼 쓸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었다. 설치했더니 아래와 같이 Google Drive 아이콘이 생겼고, 동기화가 시작되었다. 동기화를 마치고 나자, 6년 전에 만든 문서를 포함해서 그동안 구글 독스(Google Docs)에서 작업했던 모든 문서가 내 컴퓨터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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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총 저장 공간은 36GB. 이걸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앞으로 드롭박스 쓸 일은 없어지겠구나’였다. 드롭박스와 모든 기능이 사실상 동일하고, 구글의 안정성과 보안성은 이미 검증되었고, 게다가 드롭박스보다 용량도 훨씬 많이 주는데, 그냥 구글로 갈아타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최근, 알렉스 단코(Alex Danco)가 쓴 “드롭박스, 첫 번째로 죽을 데카콘 (Dropbox: the first dead decacorn)“이라는 글이 크게 화제가 되었다. 워낙 분석적이고 설득력있게 잘 쓰여져 크게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여기서 ‘데카콘(Decacorn)’이라는 말은 ‘유니콘(Unicorn)’을 변형한 말인데, 유니콘(Unicorn)은 기업 가치가 1조원($1 billion)이 넘는 스타트업들을 지칭하고, 데카(Deca)는 라틴어로 10을 의미하므로 데카콘은 기업 가치가 10조원이 넘는 스타트업을 뜻한다. 드롭박스는 지난 2014년 1월에 약 2700억원($270M)의 투자를 받으며 기업가치 10조원($10 billion)을 인정받았고, 그래서 ‘데카콘 스타트업’ 중의 하나로 추앙받고 있던 터였다.

알렉스는, 올해 첫 번째로 죽게 될 데카콘은 드롭박스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며, 그 이유는 구글 드라이브도, 마이크로소프트 스카이드라이브도 아닌, 슬랙(Slack)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사랑하는 제품 슬랙에서 대해서는 지난번 블로그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Dropbox will die at the hands of Slack.

그러면서 아래와 같은 이미지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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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랙(Slack), 드롭박스(Dropbox), 아마존 AWS 각각의 핵심 가치들(Value Proposition)

슬랙은 기업용 메신저이다. 그런데, 그렇게만 이야기하기는 힘든게, 요즘 나는 슬랙을 일과 관련된 모든 용도로 쓰고 있다. 모든 파일 공유를 슬랙에서 하고, 심지어 문서도 슬랙에서 직접 작성한다. MS 워드나 텍스트 문서를 만들어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슬랙에서 직접 마크다운(Markdown) 문법을 이용해서 블로그 포스팅하듯이 글을 쓸 수가 있다. 슬랙에서 작성해서 공유한 문서는 그 채널 안에서만 공유가 되고, 외부 사람에게 공유하기도 쉽지 않으므로 보안이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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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랙에서 문서를 작성하는 장면

보다 긴 문서를 만들어야 하거나 스프레드시트를 만들어야 할 경우에는 구글 독스를 쓴다. 어차피 맥 용 오피스 앱은 후져서 쓸 수가 없는데다, 그정도의 정교한 기능이 필요하지도 않고, 구글 독스에서 문서를 만들어 공유하면 상대방에게 전용 프로그램이 필요하지도 않고 실시간으로 편집하거나 코멘트를 다는 것도 가능하므로 MS 오피스를 쓸 이유는 거의 없다.

이렇게 되니, 파일로 작업하고 파일을 공유할 때 유용했던 드롭박스는 용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러니, 알렉스가 ‘드롭박스의 가장 큰 위협은 슬랙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아래 그림은 더욱 공감이 된다. 드롭박스는 파일 시스템에 기반을 둔 툴이지만, 모바일 앱들이 우리 생활의 중심을 차지하는 요즘에는 점차 파일의 개념 자체가 희미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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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롭박스: “내가 파일 관리에는 최고지!” 슬랙: “파일? 그게 뭐야?” (출처: Alex Danco)

The problem for Dropbox is that our work habits are evolving to make better use of what’s available; specifically, the awesome power of the internet. And on the internet, the concept of a ‘file’ is a little weird if you stop and think about it. Files seem woefully old-fashioned when you consider organization tools like Evernote, task management tools like Trello, and communication channels like Slack. Files are discrete objects that exist in a physical place; the internet is … pretty much the opposite of that. (드롭박스에게 당면한 문제는, 우리의 일하는 방식이 점차 인터넷을 더 의존하도록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파일’이라는 개념이 큰 의미가 없다. 정보를 에버노트에 정리하고, 일거리를 트렐로에 싣고, 슬랙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시작하면 파일 구조는 더 이상 신경쓸 필요가 없다. 파일은 물리적 공간에 존재하는 독립적인 개체를 연상시키는데, 인터넷은 사실상 그 반대의 개념이나 다름 없다.)

파일 관리 자체가 낡은 개념이 된다는 것에도 동의하지만, 내가 보기에 드롭박스의 더 큰 문제는 지난 2년간 느껴진 제품 혁신이 없었다는 것이다. 드롭박스의 UI도 똑같고, 나에게 필요한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 것도 없고, 속도가 특별히 빨리진 것도 아니었다 (사실, 원래 빨랐다). 모바일 앱이든 데스크톱 앱이든 바뀐 게 없었다. 어쩌면 이미 완성된 제품인데다가 ‘한 가지를 아주 잘하는’ 위대한 제품이 되기 위해 겉으로 보이는 면에서는 바꾸지 않고 서버를 바꾸고 성능을 향상시키고 안정성을 높이는데 시간을 썼는지도 모르겠다. 지난달 기준으로 4억 사용자를 넘긴 드롭박스로서는 안정성과 성능이 아주 큰 골치거리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비즈니스 유저들도 많이 있다고 하는데 수익은 거기서 주로 나고 있을테니 대부분의 시간을 거기에 썼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게 또 문제인게 그 쪽 공간에는 박스(Box.com)가 버티고 있다. 드롭박스가 소비자용 제품을 개선하는데 자원을 쓰는 동안 박스는 기업용 스토리지로서 자신의 영역을 공고히 하고 있었다. 드롭박스가 박스와의 싸움에서 이길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낮아보인다.

여기에 더불어, 기술적 장벽을 끊임없이 높이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나 한다. 수천만명의 사람들이 가진 수십, 수백억개의 파일들을 실수 없이 관리하는 것은 물론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핵심 기술에 해당하는 ‘파일을 비교하고 변경된 부분만 추가하는 기능’, 즉 Rsync는 이미 20년 전에 완성된 기술이고 모두에게 공개되어 있다. 드롭박스는 이 기술을 이용하고 있으며 거기서 파생된 librsync라는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가격 정책(pricing)이다. 지난번 쓴 ‘소프트웨어에 돈을 내는 것이 좋은 이유‘라는 글에서도 이에 대해 한 번 불평했었는데, 드롭박스 애용자로서 돈을 내고 싶어도 낼 수가 없게 해놨다. 드롭박스는 아주 심플한 가격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데, 개인 사용자는 2GB까지 무료이고, 그보다 많은 공간을 사용하려면 친구 추천 등의 프로모션을 이용하든지 돈을 내야 하는데 이게 월 10달러나 한다. 일년에 120달러. 그 돈을 내면 1 테라바이트의 공간을 준다고 하는데 그게 황당하다. 누가 드롭박스에 그렇게 많은 파일을 저장하는가? 내 맥북의 하드디스크 용량이 다 합쳐야 256GB밖에 안되는데다, 요즘처럼 대부분의 정보가 클라우드에 있을 때는 그 공간으로 이미 충분한데 1TB나 되는 양을 드롭박스에 저장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많은 공간이 필요하면 3TB 짜리 외장 하드 하나 사서 쓰면 끝이다. 게다가 드롭박스에 500기가나 되는 파일을 저장한 후에 새로운 맥북을 사서 동기화를 시작한다고 해보자. 어차피 하드디스크 용량은 많아야 512GB일텐데 500기가나 되는 파일은 동기화하는데만 (미국에서는) 3일이 걸리고, 결국 다 동기화가 되기도 전에 하드디스크가 다 차버리고 말 것이다. 그런 용도로 드롭박스를 쓰지는 않는다. 도대체 누가 드롭박스에서 1TB의 공간을 필요로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차라리 ’10GB 추가에 월 1달러’같은 가격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월 1달러는 별로 부담도 안되는 가격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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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드라이브는 예전부터 아래와 같은 가격 정책을 제공하고 있었다. 월 2달러에 100GB 저장 공간. 이정도면 말이 된다. 게다가 이렇게 얻은 100GB는 구글 드라이브 뿐 아니라 지메일 등 모든 구글 서비스에서 활용할 수 있다. 나는 오래 전부터 연 5달러에 20GB를 제공하는 플랜에 가입해서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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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소프트웨어가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돈을 내야 충성심이 생긴다. 그래야 오히려 다른 더 좋은 서비스가 나오더라도 쉽게 옮겨타지 않는다. 그리고, 개인 고객들이 돈을 내야 회사 입장에서도 그들에게 더 신경쓰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더 많이 제공하게 되고, 그들을 지킬 수 있다.

드롭박스는 내 중요한 파일을 관리해주는 서비스이므로 스위칭 코스트(Switching Cost)가 높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살펴보니 스위칭 코스트가 매우 낮다. 드롭박스와 연동해서 쓰는 서비스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드롭박스에서 내 모든 업무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드롭박스 안에 든 모든 파일을 선택해서 Google Drive로 옮기면 몇 분만에 스위칭이 끝난다.

드롭박스에서 구글 드라이브로 갈아타는 건 10초의 액션밖에 필요하지 않은 일.
드롭박스에서 구글 드라이브로 갈아타는 건 10초의 액션밖에 필요하지 않은 일.

아직은 구글 드라이브의 안정성이 더 검증되길 기다리겠지만, 내가 유료로 쓰던 서비스인 구글 드라이브로 옮겨타며 무료로 쓰던 드롭박스를 버리게 될 날은 멀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수억명이 쓰는 서비스가 쉽게 지는 일은 없겠지만, 드롭박스가 과연 10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증명해낼 수 있을 것인가에는 의문이 든다.


업데이트(10/23): 구글 드라이브를 처음 써보고 흥미로워서 이 글을 올렸는데, 며칠간 써보고 나니 구글 드라이브의 안정성은 아직 더 검증이 필요한 것 같다. 한동안은 드롭박스에 계속 의존하게 될 듯. 다만, 어서 돈을 낼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이커머스 시장을 향한 새로운 도전, Jet.com

Jet.com이 얼마전 $140M (약 1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이 투자와 함께 기업 가치는 $600M(약 6600억원)에 달했다. 2014년 9월에 받은 $80M의 투자금까지 합치면 아직 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무려 $220M(약 24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것이다.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시드 투자(Seed Investemtn)가 아닐까 싶다. Jet.com은, 부피가 큰 물건을 주로 다루는 쇼핑몰인 Diapers.com을 아마존에 $540M에 매각해서 유명해진 마크 로어(Marc Lore)가 만든 새로운 개념의 온라인 쇼핑몰이다. 때문에 출시도 하기 전에 기대를 한껏 모으고 있으며, 이미 35만명 이상이 베타 유저가 되기 위해 가입했다. 블룸버그에서는 지난 1월 7일, ‘아마존이 이 사람의 회사를 샀다. 이제 그가 아마존을 겨냥한 회사를 만들고 있다 Amazon Bought This Man’s Company. Now He’s Coming for Them‘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기사에서 워낙 상세히 잘 설명을 해놓았으므로 그 글을 참고하면 가장 좋은데, 여기서 그림을 통해 간단히 개념만 설명해보겠다. Jet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통해 아마존보다도 더 싸게 (대신 조금 더 불편하겠지만) 물건을 팔 수 있다고 한다.

Jet.com 개념 소개 (출처: Bloomberg Businessweek)
Jet.com 개념 소개 (출처: Bloomberg Businessweek)

위 그림을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1. 소비자는 연 49달러를 내고 회원으로 가입한다. (이것이 회사의 유일한 수익원이 된다.)
  2. 원하는 물건을 바로 구매하는 대신, 살 물건들을 장바구니에 넣는다.
  3. 장바구니 안에 있는 물건의 구성에 따라 물건들을 모두 팔 수 있는 리테일러가 달라진다. 만약 한 회사가 그 물건을 모두 제공할 수 있다면, 배송료가 절감될 것이다. 따라서 회사가 장바구니의 물건 구성을 보고 즉시 할인을 제공할 수도 있다.
  4. 만약 ‘천천히 받아도 된다’는 옵션을 선택하면 그만큼 더 배송료가 싸지거나 무료가 된다.
  5. 소비자는 모든 옵션을 고려한 후 값을 지불한다.

Buzzfeed에 올라온 아래 이미지를 보면 더 쉽게 이해가 된다. ‘회원 가격’은 다른 온라인 몰에서 제공하는 가격보다 이미 낮은데, 배송을 늦추거나 반품을 안하겠다고 결정하면 각 결정마다 1~2달러씩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를 모두 합치면 가격이 꽤 많이 떨어진다.

Jet.com의 유저 인터페이스
Jet.com의 유저 인터페이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Inc.com이 창업자와 한 인터뷰의 일부를 보면 조금 더 이해가 된다.

If we compare Amazon to Walmart, and you’re building the Costco of online shopping, how can you actually make prices lower than those found on Amazon? (당신은 온라인 쇼핑의 코스트코를 만드려고 하는데, 어떻게 아마존보다 가격을 낮출 수 있는거죠?)
Costco created a $60 million market-cap business, 21 years after the founding of Walmart. Coincidentally, here we are 21 years post-Amazon’s founding, and we believe we’ve found a way to pull costs out of the system to bring dramatically lower prices to consumers. (코스코는 월마트가 생긴 지 21년이나 지나서 커다란 회사를 만들어냈습니다. 우연히도, 아마존이 만들어진 지 21년이 지났습니다. 우리는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시스템을 찾은 것 같습니다)
But the way we pull costs out of the system is very different than Costco. We make all of the costs of shipping and supply-chain and payment processing very transparent to consumers. It lets you shop smarter, create a more economically efficient basket, and pull costs out of the system. You can also pull your credit-payment card out of the system by changing your credit card to save money. You can buy something non-returnable to save money. You can slow ship speeds down to pull costs out of the system. But primarily what you pull out of the supply chain is fulfillment costs. (그렇지만 Costco와는 아주 다른 방식입니다. 우리는 물류의 전 과정을 아주 투명하게 함으로써 가격을 낮춥니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고, 배송 시간을 느리게 하면 가격이 달라지죠)

아래는 이러한 개념이 소비자에게 어떻게 보여지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How will this slate of options be presented to shoppers? (이런 다양한 옵션들이 쇼핑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요?)
We try to make it incredibly simple for consumers. Here’s how it works: Every product has a starting price. That will be, on average, 5 to 6 percent below the lowest price online. That member-price never changes. Then you have something called the smart-cart bonus. It starts at zero, but as you start building your basket, that smart-cart bonus can increase. It makes the price [for an individual item] get lower. (아주 간단하게 만들거에요. 일단 기존보다 5~6% 싼 가격으로 보여지고, ‘스마트 카트 보너스’라는 게 있는데 이게 할인을 제공해요)
If you as the consumer see some big bonuses on items, you’ll know it’s more efficient to ship that item with your other items in “My Basket.” That’s it. You never have to pick the retailer, you just shop on price. We have one common shipping policy across all merchants. One return policy. And one customer service center number. It’s very clean. (소매상을 절대 고를 필요가 없고, 가격만 보고 결정하면 됩니다. 그리고 배송 기준과 반품 기준은 오직 하나로 할 겁니다)

이해는 되지만 과연 가능할까 기우뚱하게 된다. 이 아이디어로 아마존을 위협할만한 회사를 세운다는 것이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일단 몇 가지 드는 의문은 아래와 같다.

  1. 소비자는 장바구니에 물건을 채우기만 하면 되고, 판매자들이 장바구니의 물건 구성에 따라 실시간으로 할인을 제공한다고 하면 마법처럼 들리지만, 이게 사실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고, 또한 추가 할인을 구현하기가 간단치가 않다. 예를 들어, 여성용 속옷을 사고자 하는 사람은 굳이 Target 이나 Macy’s,  또는 Banana Republic을 뒤질 필요 없이 Victory’s Secret에서 한꺼번에 사면 된다. 마찬가지 이유로, 가구를 사고자 하는 사람은 Overstock.com에서 쇼핑하면 되고, 자전거를 사고자 하는 사람은 Performance Bike에서 쇼핑하며 된다. 이미 특정 품목마다 그 분야에서 가장 강한 리테일러들이 정해져 있다. 그러면, 여성 속옷과 가구, 그리고 자전거를 한꺼번에 사고자 하는 사람에겐 어떤 회사가 할인을 제공해줄 수 있을까? 아마존을 제외하면 Target, Walmart, Macy’s 같은 대형 리테일러들밖에 남지 않는다. 게다가 내가 원하는 브랜드를 그들 회사가 제공해줄 수 있을지는 또 다른 이야기다.
  2. 위에서 예로 든 Target이나 Walmart 같은 회사는 고객 로열티를 확보하기 위해 수십년간 마케팅과 서비스에 돈을 써 왔다. 이런 회사가 Jet.com의 뒤에서만 존재하는 색깔 없는 회사(White-lable)가 되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다. 즉, Jet.com 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인지도가 없는 소매점들을 주된 파트너로 삼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소매점들이 Jet.com 이 원하는 가격과 구색을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
  3. 높은 품질의 소비자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워진다. 반품을 생각해보자. 이전 블로그에 썼듯, 쉬운 반품은 내가 아마존의 ‘가장 충실한’ 고객이 된 이유 중의 하나다. 나에게 이런 경이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물류를 아마존이 직접 관리하기 때문이다. 제 3자가 제 3자에게 발송한 제품에 하자가 생겼을 때, ‘플랫폼’ 역할을 하는 회사가 묻지도 않고 반품을 해준다든지, 고객의 말을 100% 신뢰하고 반품 사유가 판매자에게 있으면 왕복 배송비를 받지 않는다든지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렵다. 특히 49달러라는 연 회원비가 수익의 전부이고, 나머지 모든 절약을 소비자에게 돌려준다는 정책을 취한다면 그런 서비스에 충부한 투자를 할 수 있을까?
  4. 결국 Jet.com 의 모델은 일종의 지마켓, 11번가와 같은 ‘오픈 마켓’형태로 가겠다는 것인데, 난 한국의 오픈 마켓 시스템을 정말 불편하게 여긴다. 아마존에서 쇼핑하다가 그런 오픈 마켓에 가면 난잡한 상해 남경로 한복판에 간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완전히 동일한 제품을 파는 판매자가 수십 개나 되기도 하고, 비슷하면서 약간 다른 상품들이 가격이 제각각이면, ‘최적의 옵션’을 찾기 위해 일일이 들여다보고 조사를 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아마존에서는 2분이면 내릴 수 있는 결정을 오픈 마켓에서는 20분이나 걸려야 내릴 수 있는 경우가 많다.
  5. 마지막으로 고객의 품질이 낮을 수 있다. Jet.com의 이미지가 ‘모든 것을 갖춘 곳’, ‘신기한 물건들이 많은 곳’이 아닌 ‘싸다’는 것이 전부라면 가장 가격에 민감한 질이 낮은 소비자들을 대거 끌어모으게 될 것이고, 이런 소비자들은 기업의 장기적 목표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어쨌거나, 2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들고 시작하는 회사가 실패하기도 쉽지 않은 일. 게다가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도 받으며 시작하는 서비스이니 아마존에게 흠집을 낼 정도의 회사로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이 이커머스의 미래가 된다든지, 오늘날의 코스트코만큼이나 대중적인 서비스가 될 수 있을 것인가를 묻는다면 지금으로서는 노(No)라고 하겠다.

LendingClub과 Box, IPO까지의 여정

오랜만에 쓰는 포스팅. 그동안 공유하고 싶은 게 많았지만, 개인적 변화를 겪는 시기 동안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어 블로그에 손을 놓고 있었는데, 내가 배운 것을 기록하고, 또 좋은 정보를 나누고 싶은 생각에 다시 조금씩 써 보기로 한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머리 속의 생각을 끄집어내어 공개적인 자리에 올려놓는다는 것은 부담되는 일. 오늘 공유하고 싶은 내용은 LendingClub과 Box가 IPO에 가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인포그래픽 두 개. EquityZen에서 만들었다.

1. LendingClub (Lendingclub.com)

개인간(P2P) 대출을 중개해주는 회사. 2007년에 세워졌고, 약 7년이 지난 2014년 12월 11월에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상장 당시 기업 가치는 $5.42B (약 6조원). 참고로 현재 기업 가치는 $7.62B. 시리즈 A, B에 투자했던 회사들은 50배에서 80배에 달하는 수익을 남겼으니 그 이전 엔젤 투자자들은 100배 이상의 이익을 남겼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마지막까지 주식을 안팔았다는 가정하에. 2013년에 구글이 $133M어치의 주식을 기존 투자자들로부터 사들였다고 하는데, 직원들과 초기 투자자들은 이 때 팔아서 수익 실현을 했을 수도 있다. 맨 아래에는 각 주체가 현재 얼마만큼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지 나오는데, 이런 긴 여정 후에 창업자에게 남겨진 지분은 4.7%에 불과. 그렇다 해도 환산한 가치가 2000억원이 넘으니 나쁘지는 않다. 모건 스탠리의 전 CEO인 John. J. Mack과 전 재무장관인 래리 서머스에게 보드에 앉는 대가로 각각 0.77%, 0.32%의 지분을 주었는데, 150억~400억원의 가치에 해당. 래리 서머스는 2012년부터 보드 멤버가 되었다고 하는데, 참 대단하다 싶다.

LendingClub, IPO 까지의 여정. (출처: equityzen.com)
LendingClub, IPO 까지의 여정. (출처: equityzen.com)

2. Box (Box.com)

이제 서른을 넘긴 젊은 창업자 애런 래비(Aaron Levie)가 대학교 만든 프로젝트가 계기가 되어 시작된 회사. 작년에 IPO 하겠다고 했다가 중단하면서 이슈가 됐는데, 다시 준비해서 그 때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올해 1월 23일에 상장했다. 계속 돈을 잃고 있어 위태위태해보였는데 막상 상장한 당일에는 주가가 66%나 크게 뛰었었다. 하지만 그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IPO 때보다 가치가 내려가 있다. LendingClub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상장 시점에 창업자가 보유한 지분은 3.4%뿐. 2006년부터 그를 믿고 투자를 시작한 DFJ는 이후 라운드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서 20%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 회사의 진짜 경쟁력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란이 많다는 것. 간단하게 보면 그냥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보안과 기업용 협업 솔루션을 더한 상품인데, 경쟁이 이미 치열한데다 기술이 다른 회사에 의해 복제되거나 대체되기 쉬워서, 과연 위대한 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다. 게다가 3년 전부터는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내는 중. 101 프리웨이 운전할 때 Box 광고가 항상 크게 보이는 것으로 봐서는 광고비 지출이 꽤 클 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SEC에 제출한 문서를 들여다보니 2013년 한 해동안 지출된 세일즈와 마케팅 비용이 $171 million (약 1900억원)으로 전체 운영 지출인 $257 million (약 2800억원)의 67%나 차지한다.

Box, IPO까지의 여정 (출처: equityzen.com)
Box, IPO까지의 여정 (출처: equityzen.com)

한편, Altos Ventures의 Ho Nam 파트너가 2014년 4월에 Box를 분석해서 쓴 글에 따르면, ‘Annualized Magic Number (연간 마법 숫자)’라는 공식((금년 매출 – 전년 매출) / (전년 세일즈 & 마케팅 비용))에 대입해서 다른 SaaS 회사와 비교하면 Box 는 31 percentile이니, 아주 나쁜 편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돈을 잃으면서 성장하는 SaaS 회사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는 글이므로 추천.

매트리스를 만드는 스타트업, Tuft & Needle

오늘 아침에 우연히 발견한 글을 읽고 감동해서 회사와 제품 정보를 좀 찾아보다가 블로그에 메모. 매트리스를 만드는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다. 미국에서 매트리스를 사본 경험이 있다면 십분 공감할 스토리. 나도 매트리스 살 때 참 답답함을 느꼈고, 사고 나서 며칠 후 후회해도 소용 없게 되자 그 큰 매트리스를 처분하기도 힘들어서 고통을 겪어본 적이 있다. 좋은 걸 사자니 수천달러 이상이고, 값을 절약하자니 너무 안좋아보이고.

다음은 How Tuft & Needle Disrupted a Tired Mattress Marketplace (Tuft & Needle이 어떻게 해서 지겨운 매트리스 시장을 Disrupt시켰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인데 몇 가지 대목을 정리해본다.

창업자 중 한 명인 JT는 원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엔지니어.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온라인에서 매트리스 사려고 알아봤는데 분석적 방법이 먹히지 않았다고. 엉터리 정보들만.

In 2011, newlywed John-Thomas (“JT”) Marino ran headfirst into the mattress-buying morass. An engineer at a Silicon Valley startup, Marino took an analytical approach, intending to dissect the process of making his purchase before ever entering a mattress store. Things didn’t go well.

그래서 가게에 방문해서 알아봤는데 똑같은 매트리스에 브랜드만 달리해서 팔고, 똑같아 보이는 매트리스가 500달러 가격 차이.

When he visited mattress stores, things only got murkier, as commissioned salespeople appeared to be putting up smoke screens. “My objective was to learn the brands and compare features and models,” Marino says. Instead, he found that the same mattresses were often rebranded for different stores, or small tweaks were made to differentiate them. Some seemed to be identical, but one cost $500 more than the other. There was no real way to compare and contrast.

결국 3000달러를 들여 매트리스를 샀는데, 몇 주 써보고 나서 후회. 반납하려니 너무 비싸서 결국 쓰게 됐는데, 밤마다 자신이 실수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고.

In the end, Marino spent more than $3,000 on a mattress. After a couple of weeks, he was ready to return it, but shipping costs were prohibitive. “I settled on this thing, and every night it just reminded me of my mistake,” he says.

그래서 같은 회사에서 일하던 Daehee Park (박대희)를 만나 6000달러 투자해서 창업하기로 결심.

Armed with that knowledge, Marino and Park left their jobs in June 2012 to work on their new venture full time, investing $6,000 and renting work space in Tempe, Ariz. They launched Tuft & Needle in December that year.

아마존에서 팔았는데 처음엔 반품이 많다가 지금은 반품이 1% 미만. 고객이 매우 만족.

“We had a much higher return rate then, but we hustled to continuously iterate on our mattress like it was software. Now our return rate is under 1 percent, our customers are super-satisfied, and they’re sharing with friends. That’s how we started to grow. We’re as viral as a mattress company can be.”

2013년 한 해 매출 10억. 2014년 첫 세 달 매출 10억. 이 추세라면 기사가 나가고 난 지금은 매달 매출 10억씩 올리고 있을 듯.

Today, Tuft & Needle’s mattresses, which are made of 1.9-pound density foam–similar to more expensive foam mattresses–are the top-rated product in Amazon’s furniture category. Marino and Park are not sharing unit sales numbers, but they report that overall sales in 2013 hit $1 million. The company, which now employs 13 staffers, reached $1 million in sales in the first three months of 2014 alone.

먼저 회사 홈페이지를 살펴봤다. 좋은 느낌의 첫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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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ft & Needle 홈페이지

그리고 들어가면 자신들이 어떻게 해서 비용을 절감하는지 설명하고, 그리고 매트리스를 미국에서 만든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30일 이내에는 이유 불문하고 반품 가능. 반품 비용은 전액 회사 부담.

Tuft & Needle 홈페이지
Tuft & Needle 홈페이지

아마존 판매 페이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별 다섯 개 만점. 그동안 아마존에서 수백 개의 제품을 사봤지만 이렇게 별 다섯 개가 꽉 차 있는 건 처음 봤다. 그정도로 만족도가 높다는 뜻. 이런 정도 리뷰면 의심할 여지가 없다. 가격도 착해서, 트윈 사이즈는 배송비 포함해서 200달러. 다음번 매트리스는 여기서 사야겠다.

Tuft & Needle 아마존 상품 페이지
Tuft & Needle 아마존 상품 페이지

이 회사를 보니 전에 내가 좋아했던 또 하나의 회사 Harry’s가 떠오른다. 100년 묵은 면도기 시장을 개혁해 보겠다며 나타난 스타트업. 너무나 예쁘게 디자인된 면도기 세트가 20달러. 면도기 날은 독일에 있는 1920년부터 운영했던 공장에서 만든다. 이 회사의 창업자는 그 유명한 워비 파커의 공동창업자 중 한 명.

Harry's 면도기 세트. 20달러.
Harry’s 면도기 세트. 20달러.

이렇게 전통적인 산업 분야에서 혁신을 통해 기분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주는 회사들이 좋다. 진심으로 이들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리프트(Lyft) 드라이버 체험

지난 토요일 아침, 리프트(Lyft) 드라이버가 되어 샌프란시스코에서 반나절동안 운전을 해봤다. 꽤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지난번 우버에 대해 썼던 블로그에 언급했듯, 운전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예전에 운전자로 신청을 했었는데, 택시 운전사가 되어 제한 시간 내에 손님을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크레이지 택시‘ 라는 게임 생각도 났고, 날씨 좋은 아침에 샌프란시스코 구석구석을 운전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어서 나가봤다. 일단 운전자로 등록이 되면, 리프트 운전을 시작하는 건 너무나 간단하다. 그냥 앱을 열고 드라이버 모드를 켜면 된다. 그러면 즉시 예약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리프트 앱 실행화면
리프트 앱 실행화면 (승객 모드)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시간은 약 오전 8시. 미처 프리웨이에서 빠져나가기도 전에 “딩동”하고 리프트 신청이 들어왔다. 이런 신청이 들어오면 15초 이내에 수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바로 수락 버튼을 누르고 목적지로 갔다. 샌프란시스코 남쪽의 미션(Mission)이라고 불리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였다.

나를 부른 첫 고객은 카스트로 구역(Castro District)으로 일하러 가는 남자였다. 카스트로 지역은 샌프란시스코 내에서 게이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간드러지는 친절한 목소리가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게이였다. 긴 연휴인데 주말 계획이 따로 없느냐 묻자 주말에는 일을 하지만 다음주에 일주일동안 휴가를 갈 계획이라고 한다. 목적지는 팜 스프링스(Palm Springs). 팜 스프링스는 LA 근처에 위치한 도시인데, 한국인에게는 초대형 아웃렛 몰(Outlet Mall)로 유명한 곳이고, 각종 골프장과 리조트들이 몰려 있어 LA 사람들이 휴가를 즐기러 가는 곳이다. 그런 곳에 왜 가느냐 물었더니 거기 게이 리조트(Gay Resort)가 무척 많다고 했다 (지금 찾아보니, 세계에서 가장 게이 리조트가 많은 도시라고). 가면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게이 리조트 내에서는 복장 제한이 없다고(often clothing-optional), 즉 옷을 입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그게 어떤 광경일까. 별로 상상하고 싶지는 않다. 😉

흥미로웠던 첫 고객을 내려주고, 좋은 하루 보내라고 인사하고 나서 리프트 앱을 열어 Drop Off(내려주기) 버튼을 누른 후 별 다섯 개 리뷰를 주었다. 채 1분이 지나지 않아 새로운 요청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스타벅스에 커피 마시러 가는 한 젊은 남자. 차로 8분 정도 떨어진 가까운 거리였다. 몇 마디 주고 받고 인사하고 나니 벌써 목적지 도착. 내려주고 나서 1분쯤 지나니 또 리프트 신청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운동을 하기 위해 가는 남자였다. 크로스핏(Crossfit)을 하러 가는데, 전에 퍼스널 트레이너로 일도 했었다고 한다. 크로스핏이 얼마나 몸에 좋고 운동이 많이 되는지 이야기를 들으며 10여분을 운전해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 다음 손님은, 요가를 하러 가는 젊은 남녀. 전 손님을 태웠던 그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코스였다. ‘운동을 하러 가기 위해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아이러니컬하지 않느냐고 말하며 스스로 웃는다.

내려주고 나서 좀 쉴까 했더니 곧 예약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좀 외진 곳이었다. 도착하니 체격 좋은 남자가 큰 배낭을 들고 차에 탄다. 그가 입력한 목적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30km나 떨어진 리치몬드(Richmond)였다. 허걱…했지만 승차 거부를 할 수도 없고… 일단 태워서 출발했다. 미국 해군(US Navy)에서 6년간 일하고 나왔단다. 형을 만나러 새크라멘토(Sacramento)로 가야 하는데 전철을 타고 나서 기차로 갈아타려니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아 일단 기차역에 데려다달라는 요청이었다. 40여분동안 차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도착했고, 그는 무사히 기차에 탈 수 있었다.

길이 7km의 베이 브릿지(Bay Bridge)를 건너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오니 바로 ‘띵동’소리가 났다. 나를 부른 위치는 한 고급 호텔 앞. 백인 커플이 뒷자리에 탔다 (Lyft에서는 혼자 타는 손님의 경우 항상 앞자리에 탄다. 그게 관습이고, 우버 손님과 다른 점이다). 플로리다에 사는데 샌프란시스코 놀러왔다고 한다. 날씨가 좋다며 감탄했다.

그 다음에는 페이스북에 다니는 한 젊은 엔지니어와 아이오와(Iowa)에서 그를 방문하러 온 이모들, 그 다음은 다음주 일본으로 순회 공연 예정인 페인티드 팜즈(Painted Palms)라는 밴드의 보컬리스트 등..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대부분 샌프란시스코에 이사온 지 3년이 안된 사람들이었고, 스타트업/테크놀러지 업계에 일하는 젋은 사람들이었다.

여기서 한 가지, 특이하게도 리프트 운전을 하는 동안에는 얼마를 벌었는지 알 수가 없게 되어 있다. 팁을 얼마나 받았는지도 모른다. 그 날 번 돈은 다음날 한꺼번에 정리가 되어 리포트 형태로 도착한다. 왜 이렇게 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마 시간과 장소에 따라 요금이 비싸지기도 하고, 손님쪽에서 클레임(Claim)이 들어오지 않을 때까지 기다려서 최종 정산을 하기 위해 그러지 않았나 싶다. 다음날 점심쯤에 아래와 같은 보고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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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트 드라이버에게 다음날 보내주는 보고서

5시간동안 80km를 운전한 노동의 대가는 131.60달러. 기름값과 차의 감가 상각을 빼고 나면 순이익은 많아야 100달러. 시간당 인건비로 따지면 20달러가 되지 않아 돈벌이 수단으로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토요일 아침에 상쾌한 샌프란시스코를 운전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수다를 떨며 돈도 한 100달러 벌었으니 나쁘지 않았다.

리프트에 대해 알게 된 것 몇 가지를 추가해보겠다. 첫째로, 매주 운전자에게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정보를 보내준다. 아침 저녁으로 리프트 운전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유용한 정보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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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손님들이 많은 시간대

아래 그래프도 재미있다. 아침에는 주거지인 샌프란시스코 북쪽과 남쪽에서 많이 요청을 하며, 저녁에는 회사들이 밀집한 다운타운과 소마(SOMA) 지역에서 많이 요청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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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아침과 저녁, 사람들이 어디서 주로 리프트 요청을 하는지 보여주는 히트맵

한편, 운전자 모드 상태에서는 실시간으로 ‘프라임 타임’ 지도가 표시되는데, 이 시간 동안에 빨갛게 표시된 곳에서 손님을 태우면 최소 25%, 많게는 200%까지 할증이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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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트 운전자 모드에서만 보이는 프라임 타임(Prime Time) 지도

리프트(Lyft)는 우버(Uber)에 밀려 항상 2순위로 언급되지만, ‘차량 공유’의 개념은 우버보다 먼저 실험하고 시도했던 회사이다. 리프트의 전신이 짐라이드(Zimride)이기 때문이다.

짐라이드는 처음 미국에 왔던 2007년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던 회사이다. 원래 카풀을 중개해주는 플랫폼을 만든 회사였는데, 당시 UCLA와 계약을 맺고, UCLA 학생들 간의 카풀(carpool)을 중개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UCLA 학생들에게는 버스 요금 할인이 되고, LA에서 차 없이 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과연 잘 될까 의구심이 들었다. 얼마 전에는 오라클(Oracle)과도 계약을 해서 오라클 직원들간 카풀 중개도 하고 있는데, 이용량이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이러한 짐라이드가 리프트로 바뀌고, 마침내 오늘의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긴 역사를 테크크런치에서 아주 상세하게 실었는데, 긴 글이지만 시간 내어 읽어볼 만하다. 처음 카풀 서비스 아이디어를 생각한 로건 그린(Logan Green)은 맷 반 혼(Matt Van Horn)이라는 친구와 함께 했던 짐바브웨(Zimbabwe) 여행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사람들의 의식이 크게 바뀌지 않는한, 대중 교통은 50년 후에도 지금과 똑같거나, 어쩌면 더 악화될 수도 있겠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걸 알고 나자 낙담했어요. “We realized that unless public opinion at some large scale changes, public transit is going to look the same or even worse 50 years from now,” Logan says. “And it’s always disappointing to feel like you have a glimpse into the future and it’s worse, or at least not improving, in any way.”

(짐바브웨에서는) 거리가 조용했어요. 정부는 대중 교통을 제공할 엄두를 못냈죠. 대신, 사람들이 미니밴으로 카풀해서 다녔어요.  “The streets were quiet because nobody was driving, and the government was too busy ruining the country to think about providing services like public transportation,” Logan says. So instead, people piled into shared minivans as a way to get around.

제품을 만들고 나자 리만 브라더스(Lehman Brothers)에 근무하던 존 짐머(John Zimmer)가 관심을 보이며 찾아왔고, 후에 로건과 존은 공동 대표(Co-CEO)가 된다. Sean Aggarwal이라는 이베이(eBay)의 임원이 첫 엔젤 투자를 했고, 그들은 그 돈으로 30달러짜리 코스튬(Costume)을 샀다.

리프트 코스튬
리프트 코스튬

그리고 이 옷을 입고 코넬 대학에 가서 홍보를 했는데 꽤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 후 페이스북으로부터 25만달러의 그랜트(grant) 상금을 받았고, 회사를 본격적으로 경영하기 시작한다. 2008년의 일이다.

시간이 한참 지나, 짐라이드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어느날 온마이웨이(On My Way)라는 이름으로, 실시간으로 드라이버와 라이더(Rider)를 연결해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고, 그것이 지금의 리프트(Lyft)의 전신이 되었다. 짐라이드 서비스를 엔터프라이즈 홀딩스(Enterprise Holidngs)에 매각하며, 그들은 리프트에 온전히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우버(Uber)와는 차별되는, 리프트 서비스만이 가져야 할 문화를 만들었다. 분홍색 콧수염(Pink Moustache)는 그 중 하나이다.

리프트 초기에 운전자들에게 지급했던 분홍색 코수염
리프트 초기에 운전자들에게 지급했던 분홍색 코수염

리프트가 집중하는 차별화된 문화는 ‘카 쉐어링’이다. 우버는 처음에 전문 운전사들과 계약을 맺으며 서비스를 시작한 데 반해, 리프트는 ‘쉐어링(sharing)’을 강조했다. 처음에 리프트를 이용할 때 평소에 택시 타던 대로 뒷자리에 타려고 했더니 리프트 운전자가 그러지 말고 앞자리에 타라고 해서 재미있었던 경험이 있다. 내가 드라이버가 되어 운전해보니 한 명의 예외 없이 앞자리에 탔다. 그리고 악수를 하는 대신 주먹을 서로 맞대며 인사를 하고, 운전하는 동안 간단한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엔 문화 차이가 있었지만, 우버도 우버X(UberX)라는 리프트와 유사한 차량 공유 서비스를 내놓은데다, 리프트 운전자들에게 500달러에 달하는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를 지급하는거나 우버 직원들에게 손님으로 리프트 차에 타서 등록을 권유하는 등 지나치게 공격적인 방법으로 리프트 운전자들을 채어가고 있어서, UberX의 Lyft의 차이는 거의 없어졌다. 이런 현상에 대해 ‘우버와 리프트는 구별하기 어려운 Commidity가 되어가고 있다‘는 글이 뉴욕타임즈에 실리기도 했다.

우버가 리프트 운전자에게 제공하는 리워드
우버가 리프트 운전자에게 제공하는 리워드

우버와 리프트, 물론 우버가 더 먼저 이 시장에 진입했기 때문에 더 유명한데다 더 많은 도시에서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이 더 크겠지만, 그 차이는 얼마나 될까? 마침 오늘자 포춘(Fortune)지에 이 분석이 실렸다. 380만건의 신용카드 정보를 분석해서 얻은 결과라고 한다. 아래에서 보듯, 2013년 6월에서 2014년 5월 사이, 사람들이 우버에 쓴 돈이 10배 이상이었다. 그리고 무려 120만여명이 우버를 이용했다. 물론, Lyft는 Uber 전체와의 경쟁이 아닌 UberX 서비스와 경쟁하는 것이므로 딱 맞는 비교는 아니다.

우버와 리프트
우버와 리프트

지난 7월에 서울시가 우버를 불법 택시로 규정하는 등 세계 각 도시에서 우버와 리프트, 그리고 그들을 막으려는 택시 회사들과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데, 나는 이미 대세가 기울었다고 본다. 순수하게 소비자 입장에서만 생각했을 때, 택시보다 이용하기 편리하고, 서비스 품질도 훨씬 좋은데다, 미국에서는 UberX나 Lyft 요금이 택시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승자는 명확하다. 특히 큰 차이 중 하나가 결재의 용이성이다. 티머니(T-money)가 보편화된 한국과 달리 미국의 경우 택시들이 신용카드를 안받거나 받더라도 신용카드를 일일이 종이에 스캔하는 경우가 많아 목적지에 도착한 후 결제를 마치기까지 시간이 한참 걸린다. 게다가 택시 이용료에 팁(tip)까지 계산해서 얹어야 하는 경우에는, 팁을 얼마를 주는 게 좋을 지 고민하고 팁을 적느라 또 1분이 걸린다(그 때 운전자가 팁을 얼마 주는지 보고 있으면 좀 짜증이 나기까지 한다). 우버나 리프트를 이용할 경우,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그냥 내리면 그만이다. 이미 차에서 내렸으니 팁은 줘도 그만 안줘도 그만이다.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단일 회사가 제공하는 일관되고 월등한 사용자 경험과 편리함, 그리고 낮은 비용을 기존 택시 회사들은 결코 따라갈 수 없을 것이며, 그런 면에서 우버의 18조원 기업 가치는 언젠가 충분히 정당화될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