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의 18조원 기업 가치, 거품일까?

이틀 전, 우버가 $18.2 billion (18.2조원) 의 기업 가치로 $1.2 billion(1.2조원)의 펀딩을 받았다는 소식이 미국을 뜨겁게 달궜다. 덕분에 부자가 된 행복한 사람들의 얼굴도 공개됐다. 아주 초기 투자한 엔젤 투자자의 경우 2,000배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소액인 2천만원을 투자했을 경우 그 주식의 현재 가치가 400억원에 달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18.2 billion이라는 가치가 합리적인가에 대한 논란도 많았다. 일단 $18.2 billion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부터 살펴보자. 포브스 지가 다른 전통적인 회사들과 우버의 기업 가치를 비교했다.

우버와의 기업 가치 비교
우버와 다른 회사들의 기업 가치 비교 (출처: Forbes)

그래프에서 위에서 세 번째가 우버이다. 가만히 보면 믿기 힘든 숫자이다. 5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국민 항공’,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보다 살짝 아래에 있다.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은 보잉 737기를 550대 가지고 있고, 이 비행기의 대당 가격은 약 $50 million (500억원)이다. 비행기를 모두 전액 지불하고 사지는 않았겠지만 비행기 가격의 합만 $27.5 billion (약 28조원)이다. 또한 세계적 호텔 체인인 매리어트는 4000개의 건물을 가지고 있다. 세계 최대 렌트카 회사인 허르츠는 한참 아래에 있다. 아무리 우버가 새로운 모델과 경제를 창조했다고 해도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버는 차도 소유하고 있지 않고, 비행기도 가지고 있지 않다. 공장도 소유하고 있지 않고, 총 직원 수는 1000명이다. 지난 5월에 우버의 기업 가치를 가정을 통해 간단하게 계산해본 사람이 있다. 그에 따르면, 2018년까지 매년 5%씩 시장이 커지고, 우버의 수익률이 30%로 좋아지고, 전 세계 시장을 50% 차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얻게 되는 기업 가치가 $16.85 billion (약 17조원)이다.

우버 기업 가치 예측
우버 기업 가치 예측 (출처: iterativepath.wordpress.com)

워낙 간단한 모델이라 참고만 할 일이지만, 어쨌든 그렇게 낙관적으로 보더라도 $18.2 billion이라는 기업 가치를 정당화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Uber 앱 실행 화면
Uber 앱 실행 화면

한편, 지난 4월에는 범죄 기록을 가졌거나 음주 운전 경력이 있거나, 심지어 승객의 물건을 훔치기까지 한 우버 운전사들이 있다며 NBC 뉴스가 폭로하기도 했다.

또한, 버지니아 주에서는 우버와 같은 서비스 운영은 합법적이지 않다며 서비스를 중단할 것을 명령했지만 우버는 법적 하자가 없다며 운영을 계속 하고 있어 갈등이 고조되고 있기도 하다.

숫자를 다시 보자. 우버의 매출은 지난 12월, 내부 자료가 흘러 나오면서 세상에 공개된 적이 있다. 당시 숫자로는 10~11월 동안 일주일에 $22 million (22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이는 승객이 지불한 금액의 총 합이며, 이 중 우버가 수수료로 20%를 가져가는데,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연매출은 2천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그리고 우버의 창업자이자 CEO인 트래비스(Travis)의 말에 따르면 운전자 수, 승객 수, 사용 빈도, 매출 모두 아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아래 몇 마디 인용.

상장하게 되면 기업가치가 더 올라갈 것이잖아요. 그런 것을 생각하면 현재 기업가치는 아직도 한참 아래입니다. (And so I would just say we are at or below the multiples that you see public companies are getting on their revenue and forward looking revenue. Especially given our growth, we would be way off the charts.)

다시 말하지만, 현재의 성장 속도는 전례가 없는 것입니다. 작년에 비해 올해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Again, it comes down to, the size we’re at, and the fact that we’re growing faster this year than last year at this size, is mostly unprecedented. It’s incredibly rare.)

문제는 수익률이다. 우버의 수익률은 내가 아는 한에서는 아직 밝혀진 적이 없다. 직원 수가 300명이던 2013년 8월 기준으로는 수익을 내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이후 Lyft가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했고, 현재 빠른 성장 단계에 있는 회사인 만큼 높은 인건비와 공격적인 마케팅 비용을 쓰고 있을 것이므로 수익률은 제로에 가깝거나 마이너스가 아닐까 한다. 게다가 이번에 1조원이 넘는 큰 돈을 투자받았으니, 우버는 수익률 걱정 없이 한동안 돈을 더 쓸 수 있게 되었다.

Lyft 실행 화면
Lyft 앱 실행 화면

운전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지난번 샌프란시스코 갔을 때 택시를 타는 대신 Lyft를 써서 돌아다녔는데, 만난 운전자마다 재미있고 친절하길래, 나도 한 번 시간될 때 운전자가 되어 사람을 태워보면 재미있겠다 싶어 운전자 신청을 해본 적이 있다. 신청하면 바로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아래와 같이 몇 단계를 거쳐야 한다.

  1. Apply to be a Lyft driver
  2. Download the Lyft app and log in with Facebook
  3. Open the app and complete your driver information
  4. Watch the Lyft welcome videos
  5. Provide your shipping address
  6. Take a test drive with a Lyft mentor (멘토와 테스트 드라이브하기)
  7. Pass background check
  8. Final application review
  9. Give your first

그 중 재미있는 것이 여섯 번째 단계인 멘토를 만나는 절차이다. 이미 리프트(Lyft)로 운전을 하고 있는 사람을 직접 만나도록 되어 있는데, 몇 달을 미루다가 지난 주말에 시간을 내어서 한 번 만나보았다. 내 차를 자세히 검사하고, 운전면허증과 보험 증서, 차량등록증을 확인하더니 옆에 타서 내가 운전하는 모습도 확인했다. 1년동안 리프트로 운전을 했다는데, 도대체 얼마를 버느냐고 물어보니 하나씩 대답을 해주었는데, 흥미로운 점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아래 요약.

  • 벌이가 상당히 괜찮다. 하루 일하면 300달러 번다. 다른 직업도 있었는데 그것보다 이 일이 더 벌이가 좋아 이제 아예 운전기사가 되었다.
  • 시간이나 요일에 따라 요금제가 탄력적으로 변하는데, 특히 공휴일에는 다들 일을 안하는 날이라 요금이 크게 오르기 때문에 벌이가 더 좋다.
  • 가끔 장거리 가는 손님도 있어 돈이 더 된다. 얼마 전 1시간 거리를 운전해서 데려다 주었는데 요금이 130달러가 나왔다 (한국과 비교하면 높은 가격이지만, 사실 미국에서 택시를 타면 이보다 더 나온다)
  • 우버와 리프트를 동시에 하고 있다.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리프트는 현재 수수료가 공짜이지만 우버는 20%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리프트를 선호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버가 유리한 점이 있다. 사실 비밀인데, 리프트에서 운전하다가 우버 운전사로 등록할 때 프로모션으로 500달러를 준 적이 있다 (이 대목에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공휴일 같은 때 우버가 요금을 크게 올려준다. 어떤 때는 시간당 60달러까지. 그럴 때는 우버가 유리하다.
  • 게다가 우버 드라이버가 되면 아이폰 4를 공짜로 보내준다. 그래서 난 항상 휴대폰 두 대에 리프트와 우버를 같이 켜 놓고 다닌다.

듣고 나니 우버와 리프트의 출혈 경쟁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버 운전자가 되는 것만으로 500달러를 주다니. 그것도 리프트를 버리라는 것도 아니고 리프트와 우버를 같이 사용해서 운전하는 대가로 말이다.

한편, 크리스토퍼 밈스(Christopher Mims)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을 통해 우버의 이번 밸류에이션이 우려스럽고, 그루폰을 많이 연상시킨다며 운전자들이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없음을 그 이유로 들었다.

(우버 운전자들에게 물어보니) 그들은 오로지 돈, 그러니까 가격에 의해서만 움직이더군요. 우버에 대한 충성심이 없습니다 (Drivers are completely mercenary and driven by price; they have no specific loyalty to Uber.)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한 운전자는 개인 택시로 우버를 하고 있었는데, 전화기가 네 대였습니다. 하나는 우버용, 또 하나는 리프트용, 또 하나는 플라이휠용. 그리고 또 한대는 택시용. 신용카드로 계산을 할 시점에 그는 다섯 개의 화면을 동시에 보고 있더군요. (One San Francisco driver  drove a cab for a private taxi company. He also had one phone for Uber, one for its primary competitor, Lyft, one for cab-specific Uber clone Flywheel, and a fourth for receiving dispatch orders from the cab company itself. at any given moment he was staring at 5 screens.)

이것이 바로 곧 벌어질 일들입니다. 결코 우버가 바라는 미래가 아니지요. (I’m convinced this man is the future, and it’s not one that’s favorable for Uber.)

결국, 우버는 그루폰을 연상시킵니다. 그 회사가 어떻게 되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지요. (In both respects, Uber’s growth is reminiscent of Groupon, and we know what happened to them.)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이번 투자 라운드에 참여한 회사들은 주로 뮤추얼 펀드들이며, 피델리티가 $425 million, 웰링턴 매니지먼트가 $209 million, 블랙락이 $175 million을 투자했다. 이전에 투자한 바 있던 서밋 파트너스와 클라이너 퍼킨스, 구글 벤처스, 멘로 벤처스 등도 참여했다. 이전에 투자했던 회사들은 그렇다 치고, 뮤추얼 펀드들은 벤처캐피털과는 다른 논리로 움직이는 회사들이다. 그들은 리스크가 너무 크지 않으면서 원하는 수익률도 너무 높지 않은 회사들에 투자한다. 그들이 투자자로 들어왔다는 건, 우버의 다음 수순이 기업 공개(IPO)가 될 것이라는 것도 암시한다.

IPO 이후 수익성과 주가를 잘 지킨다면 우버는 세상을 바꾼 회사 중 하나가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면 시장 전체에 커다란 타격을 주면서 주가 붕괴의 시발점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샌프란시스코와 팔로 알토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솟고 있는 것과 더불어, 버블 붕괴가 가까워오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아마존에 대항하는 리테일러들의 힘겨운 싸움

아마존이 끝없이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아마존이 온라인 책 서점으로 시작해서 성장하다보니 지금처럼 모든 것을 파는 회사가 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아마존의 초기 이야기를 담은 The Everything Store를 읽어보면, 지금의 모습은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이라는 회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비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아마존은 소비자들의 삶을 정말 편리하게 해주었다. 이제 더 이상 물건을 살 때마다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할 필요가 없어졌고, 전자제품과 아기옷을 각각 다른 곳에서 살 필요가 없어졌고, 물건을 사면서 나중에 반품이 가능할까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고, 금방 필요한 물건인데 배송이 느려 걱정할 필요도 없어졌다. 아마존은 미국인들의 삶에 아주 깊숙하게 침투했고, 아마존 로고가 그려진 박스를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구글 못지 않게 브랜드 파워가 높지 않을까 싶다. 이를 반영하듯이, 아마존의 주가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고, 최근의 나스닥 시장 폭락에도 불구하고 건실히 유지되고 있다. 지난번 블로그에서 아마존에 대해 썼을 때가 2011년 5월이었고, 그 때 주식이 220달러였는데, 지금은 거기서 50% 가까이 더 오른 3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아마존이 잘 나가는 건 좋은데, 문제는 기존의 강자들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전역에 567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던 전자제품 매장 써킷시티(Circuit City)가 파산한 건 옛날이고, 미국 최대의 가전 리테일러인 베스트바이(Best Buy)는 2012년에 휴버트 졸리(Hubert Joly)를 CEO로 영입한 후 작년에 주가가 크게 오르며 턴어라운드(Turnaround)를 하는가 싶더니 2014년 들어서는 실적이 받쳐주지 않아 주가가 35%나 떨어지며 다시 난관에 빠졌다. 베스트바이의 기업가치는 $8.5B(약 9조원)으로 아마존 기업가치의 16분의 1에 불과하다.

베스트 바이 (출처: Google Finance)
베스트 바이 주가 추이. 현재 기업 가치 8.5B, P/E 비율 12.52. (출처: Google Finance)

UCLA 앤더슨 스쿨에 다닐 때 학교 바로 앞에 베스트 바이 매장이 있었다. 처음에는 온갖 가전 제품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이 재미있어서 종종 구경하러 갔었는데 물건을 하나 사고 나서 나중에 알고 보니 너무 비싸게 샀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간 적이 없다. 1) 가격이 더 비싸고, 2) 물건 사기 위해 그 넓은 매장을 헤메며 돌아다녀야 하고, 3) 계산하기 위해 줄에 서서 몇 분간 기다려야 하고, 4) 반품할 때 아무리 무거워도 다시 들고 와야 하고, 더 나아가 5) 캘리포니아에서 구입할 경우 3~5달러나 하는 가전 제품 재활용 요금(Electronic Waste Recycling Fee)이라는 것을 내야 하니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면 베스트 바이에서 살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요즘 베스트 바이 뿐 아니라 오피스맥스(OfficeMax), 스테이플즈(Staples), 시어즈(Sears) 등 대형 리테일러들을 방문해보면 미안할 만큼 한가하다.

베스트 바이 매장 내부
베스트 바이 매장 내부

그 와중에서도 잘 하는 곳이 있는데 월마트(Walmart)와 타겟(Target)이다. 월마트는 미국 중소 도시에 많이 있는데다, 워낙 가격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어떤 온라인 쇼핑몰보다도 싸다) 잘 하는 것 같고, 타겟(Target)은 배달시키기 부담스러운 부피가 큰 물건들 및 스포츠 용품, 집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많이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잘 되는 것 같다.

타겟
타겟(Target Corporation)의 분기별 실적. 분기마다 1조원($1B)에 가까운 영업 이익을 내며 적자 없이 운영하고 있다. (출처: Google Finance)

그럼에도 대부분의 리테일러들은 온라인 커머스로 옮겨가는 것을 힘들어하고 있다. 월마트의 2013년 총 매출은 $476B(출처: 10-K)으로 아마존의 상품 판매 부문 매출인 $60B(출처: 10-K)의 8배에 달하지만, 온라인 부문 매출은 2013년 기준으로 $10B (그 전 해에 비해 30% 증가한 수치이기는 함)으로 아마존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어쩌면 아마존 덕분에(?) 게을러진 고객들을 위해 기존 회사들은 온라인 판매 채널을 강화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그 중 눈에 띄는 세 가지는 아래와 같다.

1. 광고 리타게팅(Ad Retargeting)

지난번 블로그, 주목할만한 실리콘밸리의 빅데이터 스타트업 7개에서 설명했었는데, 웹사이트에 방문했던 고객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보내는 방식이다. 텔어파트(TellApart)라는 회사는 니만 마커스(Neiman Marcus), 서 라 테이블(Sur La Table), 브룩스톤(Brookstone) 등의 리테일러들을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애드 리타게팅 후 고객들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리타게팅을 통해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면 수수료로 10~30%를 지불한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으로 남는 것을 보면 그렇게라도 해서 아마존으로부터 고객을 빼앗아올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보노보스(Bonobos)의 리타게팅 광고: "진짜로, 우리는 당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보노보스(Bonobos)의 타게팅 광고: “진짜로, 우리는 당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2. 어필리에이트(Affiliate) 마케팅

다른 웹사이트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방법이다. 광고주와 어필리에이트 네트워크 (Affliate Network), 그리고 퍼블리셔(Publisher)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퍼블리셔는 어필리에이트 네트워크로부터 광고주들이 올린 링크를 가져와서 달고, 이러한 링크를 통해 제품의 구매가 이루어지면 퍼블리셔가 보상을 받는다. 적게는 1%에서 많게는 20%까지 제품 가격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간략하게 도표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흔히 보는 ‘광고 모델’이다.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아래는 가장 큰 어필리에이트 네트워크 중 하나인 CJ (Commision Junction)에서 캡쳐한 스크린샷이다. GILT의 경우 판매가의 4%를 퍼블리셔에게 지급하며, Garmin은 최대 10%까지 지급함을 볼 수 있다. EPC는 Earnings Per hundred Click의 약자인데, GILT의 경우, 100번 클릭당 퍼블리셔가 3개월 평균 32.41달러, 그리고 지난 7일간 18.62달러를 벌었음을 알 수 있다.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사실 이는 광고를 통해 고객을 유치하고자 하는 수많은 회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전통적인 방식이지만, 아마존에 대항하는 많은 회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많은 회사들이 ‘고객만을 위한’ 명목으로 5%~10%씩 할인을 해주고, 타겟(Target)의 경우 타겟 레드 카드를 만들면 무조건 5% 할인을 해주는데, 이런 할인은 이미 다른 회사들을 통해 물건을 구매할 경우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와 사실상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니까, “다른 웹사이트에서 타겟의 물건을 사는 대신 타겟에 직접 와서 사라, 그러면 그 쪽에 줄 5%를 고객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리테일러들은 5% 정도 할인을 해줘도 수익이 남도록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3. 이베이 나우(eBay Now), 구글 쇼핑 익스프레스(Google Shopping Express)

한 번 써보고 나니 편리함을 알게되어 종종 사용하고 있다. 웹에서 주문하면 당일 또는 익일 아침에 배송해주는 서비스이다. 배송비는 따로 5달러가 드는데, 물건 사러 운전해서 갔다가 고르고 계산하고 나서 운전해서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5달러의 값어치가 충분히 있다. 구글 쇼핑 익스프레스는 한동안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번주부터 뉴욕과 LA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입하면 10달러를 주며 첫 6개월간은 배송료가 면제된다. 한 친구는 진짜인가 싶어서 99센트짜리 캔디 하나를 사 봤는데 집에 배달해줬다고 했다. 자주 쓰게 되는 타겟(Target), 홀푸드(Whole Foods), 월그린(Walgreen) 등의 물건을 살 수 있는데, 특히 코스트코(Costco)가 포함되어 있어 매우 유용하다. 내일 여기서 산 디시워셔 세제와 키친 타올 등이 도착할 예정이다. 사람이 직접 매장에 가서 물건을 골라 집까지 배달해주는 대가로 5달러는 미국 인건비를 생각했을 때 너무 낮다. 아마도 이베이, 구글과 리테일러들 사이에 계약 관계가 있어서, 매출의 일부를 이베이, 구글에게 돌려주는 게 아닐까 싶은데 아직 증거는 찾지 못했다.

구글 쇼핑 익스프레스
구글 쇼핑 익스프레스로 주문하고 나니 당일 저녁에 도착한 쇼핑백

아마존 역시 이런 서비스를 그 전부터 해왔지만 배송료가 비싼데다 조금만 기다리면 배송료 없이 살 수 있다는 옵션이 바로 옆에 있고, 또 당일 배송이 가능한 물건과 아닌 물건 사이 구별이 쉽지 않아 아무래도 불편하고 사용하지 않게 된다. 애초에 아마존에서 검색할 때는 이틀 후에 물건을 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이런 옵션에 더 관심이 없기도 하다.

아마존
아마존 웹사이트. 당일 배송이 가능한 물건인 경우 ‘Today’ 옵션이 켜진다. 점심 이전에 주문하면 당일에 배달해주는데 배송료가 5.99달러이다.

4. 샵러너(ShopRunner)

나를 포함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매년 99달러를 내고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을 이용하고 있는 이유는 이틀 무료 배송의 달콤함 때문인데, 중국의 리테일 자이언트인 알리바바(Alibaba)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가 투자한 회사인 샵러너에 가입해서 연 79달러를 내면 니만 마커스(Neiman Marcus), 토미 힐피거(Tommy Hilfiger), 콜 한(Cole Haan), 토아즈아러스(Toys R Us), 팀버랜드(Timberland), 테일러메이드(TalyorMade) 등의 제품을 이틀 무료 배송으로 구매할 수 있다. 또, 아메리칸 익프레스 카드가 있으면 이 연회비가 면제된다. 아마존에서 상대적으로 구하기 어렵거나 검색이 편리하지 않은 패션 브랜드들이 참여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는 듯하다. 앞서 99센트에 구글 쇼핑 익스프레스에서 배송을 시켜봤다는 친구가 이번에 이 회사의 관리자로 들어가게 되어 회사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샵러너(ShopRunner) 홈페이지. 연 79달러의 회비를 내고
샵러너(ShopRunner) 홈페이지. 연 79달러의 회비를 내고 가입하면 이틀 무료 배송을 해준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카드 회원은 무료

물론 야심 만만한 아마존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존은 신선 상품을 배송해주는 아마존 프레시(Amazon Fresh)를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 LA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들이 또다시 리테일러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소비 패턴이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고 리테일러들도 힘을 합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므로 힘의 균형이 쉽사리 깨질 것 같지는 않다.

얼마 전, 아내와 아이와 함께 집 근처 반즈 앤 노블(Barnes & Noble) 서점에 가서 한참 시간을 보냈다. 다른 서점 체인인 보더스(Borders)는 망했지만, 그래도 이 체인은 아직 살아 있어서 책을 직접 만져보고 서점 안을 돌아다니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마운 마음에 책과 퍼즐 등을 잔뜩 구매했다.

힐스데일 보더스
힐스데일 쇼핑몰 근처의 반즈 앤 노블 매장

매장의 규모에 비해 사람 수가 적어 과연 수익을 내고 있는지는 의심스럽지만, 그래도 망하지 말고 잘 버텨서 가끔씩 가서 휴식할 수 있는 장소로 남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주목할만한 실리콘밸리의 ‘빅 데이터’ 스타트업 7개

얼마 전에 스탠포드 SEED라는 모임의 초대로 스탠포드 석사, 박사과정중에 있는 학생들, 교환학생들, 그리고 실리콘밸리에 사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다. 이 행사를 주최하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냥 책 이야기나 내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니라, ‘실리콘밸리’를 주제로 강연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특히 ‘주목할만한 스타트업들’을 이야기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그동안 관심 있었던 회사 뿐 아니라 새로운 회사들을 좀 발굴하고 싶어서 조사를 해 봤다. 실리콘밸리에 워낙 실력 있는 스타트업이 많아 몇 가지만 골라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는데, 그 중 가장 흥미를 자극한 것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들이었다. 내가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회사들이 유독 눈에 띄는 면도 있다. 스타트업 정보를 가장 잘 모아 놓은 웹사이트 중 하나인 엔젤리스트(Angelist)에서 ‘Big Data Analytics Startups’로 검색하면 무려 558개가 나온다. 그 중 몇몇 회사들로부터는 링크드인(LinkedIn)을 통해 연락이 와서 인터뷰를 하면서 더 자세히 알게 되기도 했기에, 내가 직접 써봤거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회사들 위주로 소개를 해보겠다.

글의 제목에 ‘빅 데이터(Big Data)’라는 단어를 넣은 것은 눈길을 끌기 위함이고, 사실 많은 경우 ‘빅데이터’는 마케팅 유행어(Buzz Word)로 쓰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단어는 아니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데이터를 통해 인사이트를 얻는 것은 옛날에도 했던 일이고 그 자체가 새로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 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기는 하다. 그리고 ‘빅데이터’를 표방하는 스타트업 대부분이 맵-리듀스(Map-Reduce) 알고리즘과 함께 한 하둡(Hadoop) 기술을 사용하고 있기에 빅데이터 회사라고 부르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1. 텔어파트(TellApart)

텔어파트 창업자, 조쉬 맥파랜드(Josh McFarland)
텔어파트 창업자, 조쉬 맥파랜드(Josh McFarland)

텔어파트애드 리타게팅(Ad Retargeting) 회사이다. 몇달 전 빅 데이터 회사를 조사하다가 이 회사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마침 얼마 전에 리크루터에게 연락이 온 덕에 회사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스탠포드 경제학, 구글 프로덕트 매니저 출신인 조쉬 맥파랜드(Josh McFarland)가 만들었다. 그가 창업하게 된 이야기를 인터뷰를 통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2009년, 실리콘밸리의 저명한 VC인 그레이락 파트너스(GreyLock Partners)의 제임스 슬라벳(James Slavet)이 회사에 새로 영입할 파트너를 찾고 있었고, 조쉬를 영입하기로 했다. 이야기가 잘 진행된 후, 최종 합의를 하기 위해 만난 저녁 식사 자리에서 그는 파트너 자리를 수락하는 대신, 사실 창업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당시에 아이템이 정해져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자 제임스는 그에게 EIR (Entrepreneur in Residence: 벤처 투자사에서 직접 지원을 받는 창업가) 자리를 제안했고, 그는 받아들였다. 8개월간 거기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시제품을 만들었고, 2010년 4월에 그레이락 파트너스, SV 엔젤스, 딕 코스톨로(Dick Costolo), 리드 호프만(Reid Hoffman)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VC와 투자자들이 $4.75M (약 50억원)을 투자하면서 본격적으로 회사가 시작되었다. 그 이후 $11M (약 120억원)의 추가 투자를 받았으며, 지금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멀지 않은 벌링게임(Burlingame)에 사무실을 두고 약 50명이 일하고 있으며, 지난 12월에 연 매출(run rate)이 $100M (1,100억원)을 넘었으며 흑자를 내고 있다고 발표했다. 직원 일인당 2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니, 그야말로 로켓쉽(Rocketship)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명품 백화점 체인인 니만 마커스(Neiman Marcus), 안경과 선글래스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워비 파커(Warby Parker), 주방 용품 프렌차이즈인 서 라 테이블(Sur La Table) 등을 고객으로 가지고 있다.

여기서 애드 리타게팅(Ad Retargeting)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해보자. 말 그대로 ‘광고를 다시 보낸다’는 뜻인데, 어떤 사람이 쇼핑 사이트에 방문해서 구매를 하지는 않고 구경만 하고 떠나는 경우 (98%의 경우 그냥 떠난다고 한다), 나중에 그 사람이 페이스북이나 지메일 등 다른 서비스를 이용할 때 브랜드와 상품을 보내서 재방문과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아래 그림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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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트위터 타임라인에 뜬 AdRoll 이라는 회사가 보낸 광고. “우리가 당신을 리타게팅하고 있습니다!”

애드롤(AdRoll)이라는 광고 리타게팅 회사 홈페이지를 들어가본 후부터, 내 트위터 타임라인에 종종 이런 광고가 뜨고 있다. 마찬가지로, TellApart의 고객사인 헤이니들(Hayneedle.com)을 방문한 후부터는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줄기차게 Hayneedle 광고가 뜨고 있다.

이렇게 나한테 광고를 보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광고를 보낼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나에게 광고를 보낼 때마다 돈이 들기 때문이다. 나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모으지 않고는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얼마나 빠른 속도로 얼마나 정확히 나에 대해 파악하느냐가 애드 리타게팅 회사의 경쟁 우위이고, 그 분석은 ‘빅 데이터’의 영역에 속한다.

한편, 내가 방문했던 사이트에 대한 정보를 이미 가지고 있고, 그걸을 이용해서 광고를 보낸다는 사실이 좀 꺼림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민감한 정보를 이용해서 광고를 보낸다면 개인 정보 침해 소지가 있다. 캐나다에서는 이를 보다 엄격히 적용하는 것 같다. 한 캐나다인이 수면 곤란(Sleep Apnea) 치료기를 판매하는 웹사이트를 방문한 후부터 구글에서 계속 관련된고 광고가 뜨고 있다고 신고했고, 이것이 캐나다 정부는 개인 정보 보호법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구글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2. 클라이밋 코퍼레이션(The Climate Corporation)

클라이밋 코퍼레이션(The Climate Corporation) 웹사이트
클라이밋 코퍼레이션(The Climate Corporation) 웹사이트

2년 전쯤, 이 회사의 창업자인 데이빗 프리드버그(David Friedberg)가 2011년에 스탠포드에서 했던 강연을 듣고 이 회사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고, 그 후 회사의 리크루터에게 연락이 와서 회사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후, 몇달 전 여기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어 회사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오직 ‘데이터’로 만들어진 회사인데, 이 회사가 하는 일이 참 재미있다. 창업 스토리는 데이빗의 강연에서 가장 자세히 들을 수 있는데, 그가 구글에서 일하던 시절, 어느 비가 오는 날 자전거 대여점을 지나치면서 생각했다고 한다.

이런 비가 오는 날 과연 누가 자전거를 빌릴까? 저 사람에게 날씨는 곧 매출과 직결되는 일인데, 누구보다도 정확한 날씨 정보를 수집해서 이를 팔면 돈이 되지 않을까?

사업이 되겠다는 확신이 들자, 구글을 나와 회사를 만들었고, 날씨 정보를 수집한 후 자전거 대여점과 같이 날씨가 사업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곳들을 찾아다니며 제품을 팔기 시작했다. 건축 회사, 스키 리조트, 여행사, 농부 등등… 평소에 일정액의 돈을 내다가, 매상에 큰 영향을 주는 안좋은 날씨가 닥치면 (너무 춥거나, 비가 오거나) 즉시 돈을 지급받게 된다는 아이디어였다. 일종의 보험 상품이다.

결과는 저조했다. 날씨에 관심이 많은 것과 돈을 주고 보험과 비슷한 상품을 가입한다는 것 사이엔 간극이 있었다. 고생 끝에 그는 시장을 발견한다. 바로 아이오와(Iowa) 주의 농부들이다. 작은 기후 변화에도 그들의 농작물은 큰 영향을 받았고, 그들은 이미 보험에 가입해 있었으므로 이 상품을 곧바로 이해했다. 회사는 오직 농부들만 대상으로 하기로 하고 상품을 더욱 특화시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보험 상품과 비슷하다고 했는데, 한 가지 큰 차이점은, 이 회사는 보험과 달리 ‘보험금 신청’의 과정이 없다는 것이다. 회사가 미국 전역의 모든 기후 변화를 모니터링하다가, 이상 기후가 발견되면(일정 온도 이하로 내려가거나, 일정 습도 이상으로 올라가거나) 자동으로 가입자 통장으로 돈을 입금한다. 이 편리함이 많은 고객들의 공감을 샀다.

몇달 전인 2013년 10월에 Monsanto에 $1.1B (1.2조원)의 매우 높은 가격에 인수되었고, 창업자 데이빗은 물론 갑부가 되었다.

3. 스마트집(SmartZip)

스마트집
스마트집 홈페이지

미국에서 부동산 거래를 할 때 대부분 리얼터(realtor) 또는 브로커(broker)라고 하는 사람의 도움을 받는다. 그 역할은 나두(nadoo)에 포스팅된, ‘미국에서 집 사는 과정 한 눈에 보기‘라는 글에서 그 과정을 자세히 볼 수 있는데, 한국에서의 중개업자와는 좀 다른 면이 있다.

첫째, 집을 사거나 팔게 되기까지 시간을 훨씬 많이 쓴다. ‘삼성래미안 24평 6억 8천. 내년 3월 입주 가능합니다’ 이런 식이 아니다. 집마다 생긴 모양이 다 다르고 스타일이 다 달라, 고객이 원하는 집을 찾기까지 훨씬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 집을 팔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냥 사는 집을 그대로 보여주고 파는 일은 거의 없고, 리얼터가 사람을 고용해서 집을 그럴 듯하게 꾸민 후 ‘오픈 하우스’라는 것을 한다. 관심 있는 사람들이 와서 집을 보고 질문을 하는 시간이다.

둘째, 수수료가 훨씬 높다. 사는 쪽, 파는 쪽 중개인 각각 3%씩 가져간다. 관행상 집을 파는 쪽에서 6%를 지급하고, 이를 리얼터 둘이 3%씩 나누어 갖는다. 캘리포니아에서 웬만한 집은 가격이 $1M (약 11억원) 이상이고 샌프란시스코, 팔로 알토, 쿠퍼티노 지역에서는 $3M짜리 집도 흔히 볼 수 있는데, $3M 짜리 팔면 부동산 중개업자가 각각 $9K, 즉 거의 1억 원을 가져간다. 집 하나 팔고 1억을 버는 것이니 나쁘지 않은 셈이다.

집을 사는 사람을 대표하는 것보다 파는 사람을 대표하는 것이 훨씬 시간이 적게 들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리얼터들이 집을 파는 사람을 위해 일하고 싶어한다. 문제는 매물로 나오는 집의 숫자가 리얼터 숫자보다 훨씬 적다는 것. 그래서 집을 파는 사람을 잡기 위해 리얼터들은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갖가지 마케팅 활동을 벌인다.

스마트집(Smartzip)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 그들은 집과,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관한 모든 정보를 다 모은다. 언제 얼마에 구입했는지, 방은 몇 개인지, 고속도로에서 얼마나 가까운지, 마당은 얼마만한지, 집 주인은 몇 식구인지, 가구 소득은 얼마인지 등등이 그러한 정보이다. 집마다 최고 2000개까지의 속성을 모았다고 한다. 이 모든 정보를 이용해서 그들이 하는 일은 ‘예상 분석(Predictive Analytics)’이다. 즉, 향후 6~12개월 이내에 매물로 나올 것 같은 집을 미리 찾아내는 것이 알고리즘의 핵심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은 아래와 같다. 사실은 아주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방법이다.

  1. 평소에 집과 가구에 관한 정보를 모아둔다.
  2. 집이 매물로 나오면 매물로 나온 집의 절반을 이용해서 6~12개월 전에 그 집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이용해 알고리즘을 ‘학습’ 시킨다.
  3. 학습된 알고리즘을 다른 절반의 집들에 대입해서 알고리즘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아본다.
  4. 학습된 결과가 꽝이면 알고리즘을 수정해서 다시 대입한다. 알고리즘이 품질이 최고가 될 때까지 반복한다.
  5. 정확도가 어느 정도 나오면, 아직 매물로 나오지 않은 집의 정보를 알고리즘에 대입한다.
  6. ‘조만간 팔릴 가능성이 높은’ 정도를 점수로 계산한 후 순위를 매긴다.

그들의 리스트가 얼마나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순서에서 상위 20%에 해당하는 집들은 1년 내에 40~50%의 확률로 매물로 나온다고 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황금의 값어치를 가진 리스트가 되는 것이다. 리얼터들이 기꺼이 돈을 주고 살 것이다. 실제로 많은 리얼터들이 돈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큰 효과를 보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빅데이터 회사들은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이라는 기법을 사용한다. 내가 MBA에서 가장 흥미롭게 들었던 과목이며, 더 알고 싶어서 코세라(Coursera)에서 숙제까지 하면서 배웠던 내용이기도 하다. ‘머신 러닝’이라는 단어에서 추측할 수 있듯, 대량의 데이터를 통해 알고리즘을 ‘훈련(training)’시킨 후,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유추를 하도록 만드는 것인데, 때로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깜짝 놀랄만큼 정확도가 높아 점차 많은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4. C9

C9 홈페이지
C9 홈페이지

이 회사가 하는 일은 설명이 쉽지 않은데, 그들은 자신을 매출 퍼포먼스 회사(Revenue Performance Company)라고 부르고 있다. 여러 가지 제품을 만들었는데, 그 중 핵심은 ‘매출 예측‘이다. 앞서 소개한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을 이용해서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진행중인 딜(deal)들이 가진 속성들을 이용해서 그 딜이 완결(closing)될 확률이 몇 퍼센트인지를 계산한 후, 이를 이용해서 분기 또는 연 매출을 추정하는 것이다. 분기 매출을 정확히 추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 영역에 속하며, 이를 얼마나 정확히 할 수 있느냐가 회사의 수준을 말해줄 만큼 중요한 일이다.

회사에 100명의 판매 사원들이 있다고 하자. 이들이 진행중인 딜(deal)이 수백개에 달한다고 하자. 딜마다 진행 상태가 모두 다를 것이다. 어떤 딜의 경우 이제 막 구매 담당자를 만났을 수도 있고, 어떤 딜은 이야기가 잘 진행되어 계약 직전인 경우도 있으며, 어떤 딜은 몇 년 전부터 구워삶았으나 진행이 잘 안되고 있을 수 있다. 어떤 경우엔 전화 한 통으로 거래가 성사되기도 하며, 어떤 경우엔 한참 정성을 들여야만 거래가 성사되기도 한다. 과거의 모든 거래에서 발생했던 역사적(historical) 정보를 모아서, 이를 분석해서 알고리즘을 만든 후, 현재 진행중인 거래에 대입시켜 미래의 매출을 추정하는 것이다.

이미 링크드인(LinkedIn), 판도라(Pandora)와 같은 회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지속적인 성장성이 보이는 회사이다.

5. 캐글(Kaggle)

캐글(Kaggle.com) 홈페이지
캐글(Kaggle.com) 홈페이지

구글(Google)과 철자와 발음이 비슷해서 외우기 쉬운 회사 캐글(Kaggle). 이 회사가 하는 일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Data Scientist)와 그들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회사들을 연결시켜주는 것이다. 웹사이트에 흥미로운 과제들이 많이 올라와 있는데, 몇몇 과제들엔 큰 상금이 걸려 있다.

GE와 알래스카 항공(Alaska Airlines)은 가장 큰 고객 중의 하나인데, 그들이 만든 총 상금 25만 달러가 걸려 있었던 비행 퀘스트(Flight Quest) 1이 작년에 종료되었고, 총 상금 22만 달러가 걸린 두 번째 과제는 조만간 제출 마감을 앞두고 있다. 알래스카 항공이 가진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서, 항공기 조종사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연착 없이 운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과제의 목표이다. 데이터 안에는 날씨를 비롯한 수많은 변수들과, 각 상황에서 비행기가 얼마의 시간이 걸려 도착했는지, 연착이 되지는 않았는지 등의 정보가 들어 있다. 첫 번째 과제에서는 173개 팀, 236명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이 경쟁을 했고, 상금 5만 달러를 차지한 2등 우승자들이 등장한 비디오에 따르면, 둘이 한 팀을 이루어 총 300시간 이상을 썼다고 한다.

현재에도 다양한 재미있는 과제들이 올라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런던 왕립 대학(Imprial College London)에서 올린 ‘대출금 부도(loan default)’를 추정하는 과제이다. 20만 명의 고객 데이터가 제공되며, 데이터 안에는 그 고객들이 대출을 받을 때 상황이 어땠는지, 나중에 대출금을 잘 갚았는지, 아니면 부도(default)를 냈는지, 그 경우 손실액은 얼마나 컸는지 등의 정보가 들어 있다. 가장 추정을 잘 하는 알고리즘을 만든 팀이 이기며, 상금 1만 달러를 가져간다.

창업자인 안소니 골드블룸(Anthony Goldbloom)은 호주 출신으로 1983년생이며, 2010년에 캐글을 만들어 $11.25M(약 12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투자자들이 이익을 볼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둘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전 세계 데이터 사이언티스들이 모여 실력을 뽑내는 흥미 있는 장터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6. 매터마크(Mattermark)

매터마크 서비스 화면
매터마크(Mattermark.com) 서비스 화면. 비상장 회사에 관한 모든 정보를 모아두었으며, 핫(hot)한 정도에 따라 점수가 매겨져 있다.

이 회사는 ‘빅데이터 회사’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지만, 어쨌든 데이터를 모아서 가공해서 파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가 하는 일은, 상장 전 회사들의 정보를 최대한 모으고(직원 수, VC 투자 정보, 웹사이트/모바일 앱 인기 순위, 소셜 네트워크 지수 등), 이를 이용해서 ‘핫(hot)한 회사들’ 순위를 메기는 것이다. 아는 사람이 이 회사의 첫 번째 직원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회사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고, 유료 회원으로 가입해서 얼마간 써보기도 했다. 비상장 회사들, 즉 스타트업들에 대해 놀랄만큼 많은 정보를 모아두어서 아주 유용했다. 그들의 주 고객은 VC(벤처캐피털)들이며, 비용은 1인당 월 500달러인데, 이미 많은 VC들을 고객으로 확보한 상태이다.

VC들이라면 이런 회사 분석은 이미 하고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그건 규모가 큰 VC들이 할 수 있는 일이고, 많은 작은 규모의 회사들은 엄두를 내기 힘들다. 그 틈을 매터마크가 채워준다. 꼭 VC들만 고객이 되라는 법은 없다. 인수할 회사들을 찾는 프라이빗 에쿼티(Private Equity) 회사들, 또는 대기업에서 인수 합병을 담당하는 부서들이 고객이 될 수 있다.

이 회사가 서비스를 개시하자마자 유료 고객을 확보하게 된 데에는 창업자인 다니엘 모릴(Danielle Morrill)의 역할이 크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 프로필에 따르면 고등학교가 최종 학력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링크드인 프로필에 고등학교 졸업 연도가 2003년으로 되어 있으니 꽤 젊은 창업자인 셈이다. 실리콘밸리에서 활발한 활동을 통해 널리 알려진 사람이며, 특히 그녀의 블로그가 유명하다. 글을 참 잘 쓴다. 지금 회사를 창업하기 전에 리퍼리(Referly)라는 회사를 만들었었는데, 회사를 운영하다가 성장이 더뎌 사업을 접기로 결정하면서 쓴 블로그 글이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그녀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 같다. 매터마크 홈페이지에서 뉴스 레터를 구독하면 그녀가 읽고 나서 정리한 글들을 매주 받아볼 수 있는데, 내가 빼놓지 않고 꼭 확인하는 글 중 하나이다.

샌프란시스코 고층 빌딩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팀 소개 페이지가 꽤 멋지게 꾸며져 있다. 정보를 모으고 가공하는 것으로 한 고객당 월 500달러를 꾸준히 받고 있고, 이미 고객도 많이 확보한 상태라고 하니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가 된다.

7. 루모써티(Lumosity)

역시 같은 범주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마찬가지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모델이다. 일정 나이가 되면 뇌의 신경망이 굳어져버려 더 이상 머리가 좋아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과거의 이론과 달리, 뇌는 유연(malleable)하며 바뀔 수 있다(plastic)는 뉴로플라스티시티(Neuroplasticity) 이론을 바탕으로, 뇌를 ‘훈련’하는 것을 도와주는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에 대해 최근에서야 알게 되어 돈을 내며 한 달간 써봤는데, 처음엔 무척 시시하더니 난이도가 점점 올라가서 요즘엔 꽤 흥미가 있다. 더 써봐야 알겠지만, 두뇌 훈련에 도움도 좀 되는 것 같다.

속도(Speed), 기억력(Memory), 집중력(Attention), 유연성(Flexibility), 문제 해결력(Problem Solving)의 다섯 가지 분야로 나누어, 각 분야마다 다양한 게임들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억력 게임 중 하나가 핀볼 게임인데, 아래 화면처럼, 핀들이 여러 개 화면에 나타난 후에 완전히 사라진다. 그리고 모서리 중 한 곳에서 공을 쏘게 될 것이라는 표시가 나온다. 이제 핀들이 어디 있었는지를 기억해내어서, 공이 여러 번 튄 후 최종 어디에 도착하는지를 맞추는 것이 목표이다. 핀 수가 많아지고, 튀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꽤 맞추기가 어려워진다.

핀볼 게임
루모써티 게임 중 하나인 핀볼 게임

테크크런치에 실린 인터뷰 비디오에 따르면, 창업자인 마이크 스캔론(Mike Scanlon)은, 어렸을 적 할아버지가 알츠하이머 병에 걸려 돌아가신 것을 보았던 것이 창업의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어떻게 하면 그런 일을 방지할 수 있을까에 관심을 가지던 그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뇌 과학(Neuroscience)을 공부하면서 뇌 훈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론들이 연구되어 있었지만 그것들을 이용해서 실질적으로 사람들을 돕는 서비스를 만든 사람이 없었기에 자신이 만들었다고 한다.

가족이 알츠하이머를 통해 고생하는 것을 목격한 스탠포드 출신 뇌 과학자가 만든 서비스라는 점 덕분인지 몰라도, 2007년에 시작된 이 서비스는 2013년 4월 기준으로 4천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서비스 사용료가 월 12달러에 달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매출이 상당할 것 같다.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회사이다.

빅 데이터의 미래

며칠 전 아마존(Amazon)이 예측 배송(Anticipatory Shipping)이라는 제목의 특허를 등록한 것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었다. 고객이 주문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주문을 할 지 안할 지를 예측해서 고객 근처의 물류 센터로 배송을 시작하는 기술이라고 한다. 주문을 하는 시점에는 이미 가까이 물건이 와 있으므로 훨씬 빠르게 배송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 취향을 알아내는 것도 모자라 구매 예측까지 한다니, 아마존이 정말 세계를 지배할 모양이다. 등록된 특허를 여기에서 볼 수 있는데, 대강 읽어보니, 최종 배송 주소를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근처까지 물건을 보내고, 물건이 배달되는 과정에서 주소가 정해지면 그 때 정확한 주소로 물건을 배송하는 것이 주된 내용으로 되어 있다. 만약 근처 물류 센터까지 보냈는데 결국 고객이 주문을 안 한 경우, 그 물건을 중앙 물류 센터로 다시 가져오는 비용과, 그냥 고객에게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을 비교해서 후자가 더 쌀 경우엔 고객에게 공짜로 배송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주문도 안했는데 아마존이 예측해서 마침 필요한 걸 보내준다면 소름이 돋을 것 같다.

미래에는, 스타벅스 가는 길에 자기가 주문하려고 생각했던 커피가 만들어져 있고, 백화점 가는 길에 자기가 살 옷이 마련되어 있고, 식당에 가는 길에 자기가 시킬 메뉴가 만들어져 있지는 않을까? 그건 좀 과장이지만, 어쨌거나, 인간의 신성한 자유 의지를 자꾸 알아내어서 예측하려 하고 있다는 게 꼭 달갑지만은 않다.

핀란드 게임 회사 수퍼셀(Supercell)의 준비된 성공

핀란드 게임 회사 Supercell
하루 25억원을 버는 직원 100명의 핀란드 게임 회사 Supercell

수퍼셀(Supercell)이라는 핀란드 게임 회사가 지난 4월 18일에 인덱스 벤처 등으로부터 $130MM (약 14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밸류에이션이 무려 $770MM (8000억원)에 달하는데, 투자 결정을 내린 인덱스 벤처의 닐 라이머(Neil Rimer)는 수퍼셀이 곧 수조원의 가치를 지닌 회사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 놀라운 건 이 회사가 출시한 게임이 딱 두 개 뿐이라는 것이다. 종족의 충돌(Clash of Clans)헤이 데이(Hay Day). 전체 직원이 100명에 불과한 이 회사는 지난 쿼터에만 매출 $179MM (1900억원)을 냈으며, 애플에 30%를 떼어주고 난 후의 순이익이 $100MM (1000억원)에 달한다. 직원 숫자를 유지한 채로 연 매출 6000억원을 달성한다고 가정하면 직원 일인당 연 60억원을 버는 셈이다. 이 정도로 일인당 매출이 높은 회사가 전 세계에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한 애널리스트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1인당 매출이 가장 높은 인터넷 회사는 페이스북으로 평균 연 10억원 정도 된다고 하니, 페이스북의 무려 6배에 달하는 셈이다. 한편, 현재 매출은 하루에 $2.4MM(26억원)이라고 한다. 즉, 직원 일인당 하루 2600만원의 매출이다. 얼마 전에 포브스 지에는 ‘역사상 가장 빨리 성장하는 게임 회사’라는 제목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Clash of Clans와 Hay Day 모두 내가 중독될 만큼 즐겼던 게임이다. 사실 나에게 이런 경우는 이례적이다. 지난번 ‘게임 중독에 빠졌던 내 어린 시절‘에서 썼듯, 게임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하게 되면서 게임을 어떻게 만드는지 훤히 알게 되고 나니 게임이 만든 세계에 빠질 수가 없게 됐고, 어떤 게임이든 좀 해보고 나면 시시해져 곧 흥미를 잃곤 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다양한 게임을 받아서 해봤는데 대부분 너무 단순하거나 이전에 해봤던 게임과 너무 비슷해서 더 이상 게임을 즐길 수는 없겠거니 했다. 하지만 Clash of Clans와 Hay Day를 하면서는 게임에 중독된 게 아닌가 걱정을 할 만큼 시간을 많이 썼다.

Clash of Clans와 Hay Day 모두 자원을 채취하고, 자원을 이용해서 뭔가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서 더 큰 일을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두 게임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Clash of Clans에서는 자원을 이용해서 무기와 병사를 만들고 고블린 나라를 침략하거나 다른 플레이어가 만든 제국을 침략한다. 스타크래프트랑 약간 비슷한 형식인데, 이 게임이 중독성이 강한 이유는 내가 게임을 하지 않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일이 일어난다는 점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클랜(Clan)이라는 요소가 있어, 클랜에 가입하면 클랜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자기도 다른 멤버들에게 기여할 수 있다. 우승하는 클랜에게는 어마어마한 상금이 기다린다. 클랜들끼리 서로 친해져 오프라인 모임을 갖기도 한다고 한다.

Clash of Clans
Clash of Clans

Hay Day에서는 자원을 이용해서 곡식을 만들고, 곡식을 이용해서 닭, 소, 돼지, 양 등을 키우고, 여기에서 나오는 유제품을 가공해서 빵, 버터, 피자 등 3차 제품을 만들고, 이를 팔아서 돈을 번다. 발전할수록 재배할 수 있는 곡식의 종류와 키울 수 있는 동물의 종류가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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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y Day. 돼지들이 너무 귀엽다.

지금까지 말한 요소는 징가(Zynga)의 게임들에서도 비슷하게 발견되지만, 그 게임들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이유는, 정교하게 잘 만들어져서이다. 캐릭터 디자인이 좋고, 건물 디자인도 매우 정교하다. 아이패드에서 최대한 확대하면 그 정교한 그래픽과 움직임, 나무가 흔들리는 모습 등을 볼 수 있는데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전에 게임에 한참 빠져 있을 때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런 걸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조사를 해본 적이 있다. 그랬다가 아주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창업자인 일카 파나넨(Ilkka Paananen)의 이야기였다. 그는 2000년에 핀란드에서 수미아(Sumea)라는 모바일 게임 회사를 만들었는데, 생각해보니 기억이 난다. 마침 게임빌도 2000년에 창업한 회사였고, 2002년에 모바일 게임 전시회에 갔을 때 Sumea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게임을 구경하며 정교함에 감탄했었다. ‘유럽 사람들은 우리보다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일까?’했는데 지금 알고 보니 당시 CEO였던 일카의 꼼꼼함이었던 것이다.

수미아(Sumea)가 2003년에 출시한 게임, 산타의 러시 아워 (Santa's Rush Hour)
수미아(Sumea)가 2003년에 출시한 게임, 산타의 러시 아워 (Santa’s Rush Hour)
수퍼셀(Supercell)의 창업자 일카 파나넨(Ilkka Paananen)
수퍼셀(Supercell)의 창업자 일카 파나넨(Ilkka Paananen)

이 회사를 2004년에 EA출신 중역인 트립 호킨스(Trip Hawkins)가 만든 디지털 초콜렛(Digital Chocolate)이라는 미국 회사에 $18MM(약 200억원)에 매각한 후에 거기서 한동안 일했다. 거기서 President 자리까지 올라갔으나 게임보다는 사업에 치중하는 회사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회사를 나와 2011년에 수퍼셀을 창업했다. 그런 그가 회사를 새로 만들면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팀이였다. 팀 멤버들 모두 업계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었고, 5명의 창업자는 지금까지 165개의 게임을 12개의 다른 플랫폼에 출시했던 경험이 있었다. 이런 인상적인 창업 멤버 덕분이었는지 첫 제품을 내놓기도 전에 앵그리버드를 만든 로비오에 투자한 경력이 있던 엑셀 파트너스(Accel Partners)로부터 $12MM(13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훌륭한 회사의 조사를 하다 보면 이런 사례가 참 많다. 창업자가 회사를 만들고, 회사에 매각한 후, 좋은 경험을 쌓고 탄탄한 자금을 기반으로 한 훌륭한 회사를 만든다. 이런 면에서 나는 기업 인수가 경제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고 믿는다.) 이런 배경이 있으니, 게임의 품질이 놀랍도록 뛰어난 것이 우연이 아니다.

이 회사의 성공 방정식은 포브스 지의 기사에 아주 잘 설명되어 있다. 여기에 한 단락만 인용한다.

Most game studios have an autocratic executive producer green-lighting the work of designers and programmers. Supercell’s developers work in autonomous groups of five to seven people. Each cell comes up with its own game ideas. They run their ideas by Paananen (he can’t remember ever nixing a proposal), then develop those into a game. If the team likes it, the rest of the employees get to play. If they like it, the game gets tested in Canada‘s iTunes App store. If it’s a hit there it will be deemed ready for global release. This staged approach has killed off four games so far, with each dead project a cause for celebration. Employees crack open champagne to toast their failure. “We really want to celebrate maybe not the failure itself but the learning that comes out of the failure,” says Paananen.

대부분의 게임 스튜디오들은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이 만들면 프로듀서가 승인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수퍼셀의 개발자들은 5명에서 7명의 셀(cell,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셀들이 자신의 게임 아이디어를 내고 게임을 만든다. 게임이 재미있으면 팀 전체가 게임을 같이 해본다. 팀 전체가 좋아하면, 캐나다의 앱 스토에 올려본다. 여기서 성공하면 전 세계 앱스토에 올린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네 개의 게임을 시장에 내놓기 전에 없앴는데, 그럴 때면 직원들은 실패를 축하하는 샴페인을 터뜨린다. “실패 자쳬를 축하한다기 보다는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을 축하하는 것이지요”라고 일카 파나넨은 설명한다.

수퍼셀(Supercell)의 직원들 (출처: www.supercell.net)
수퍼셀(Supercell)의 직원들 (출처: http://www.supercell.net)

그래서 회사의 이름이 수퍼셀이다. ‘수퍼’ 파워를 지닌 각각의 세포들이 모여 만들어진 회사라는 뜻이다. 지금의 철학을 잃지 않는다면 몇년 내에 수조원짜리 회사가 되는 것은 결코 달성하기 어려운 꿈으로 보이지 않는다.

넷플릭스의 사례도 그렇고, 코스트코의 사례도 그렇고, 이렇게 위대한 회사를 만드는 사람들은 해당 업계에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사람들인 경우가 많고, 특히 창업자에게 엑싯(exit)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서는 김창원씨도 블로그에서 간략히 언급한 적이 있다. 한국의 다양한 기관에서 ‘제 2의 마크 저커버그’를 만든다고 청년 창업을 비롯하여 대학생 창업에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고, 중기청에서는 ‘아이돌 창업 스타 발굴‘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돈을 지원하고 있는데, 취지와 의도는 좋지만 사실 좀 우려스려운 면이 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사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사례이다. 한국에서 정부가 지원 정책을 쏟아붇는다고 한국에서 멀쩡한 명문대생이 학교를 중퇴하고 제 2의 마크 저커버그가 될 확률은 낮다. 특히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명문대 진학만을 꿈꾸며 영어 수학 과학 지리 역사 공부하느라 사회 생활을 접해볼 기회가 없는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사실, 그 동안 한국에서 샌프란시스코에 방문하는 창업가들을 만날 기회가 참 많았는데, 대학생/대학원생, 또는 인더스트리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만든 제품들을 보면 그다지 마음이 끌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1) 너무 사소한(trivial) 문제를 해결하고 있거나, 2) 아이디어는 재미있지만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었거나, 또는 3) 기술의 난이도가 너무 낮아서 사업적 가치가 낮았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가끔 ‘진짜 문제’를 ‘좋은 팀’과 ‘확실한 기술’로 해결하려는 회사를 보면 눈이 반짝인다. 오픈서베이(OpenSurvey)를 만든 아이디인큐(ID Incu)는 그런 회사 중 하나였고, 그래서 쉽게 투자를 결정했다. 그런 진지한 회사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업데이트 (4/24): 이 글을 쓰고 나서 나서 바이킹 워즈라는 카카오 게임에 대해 알게 됐는데 캐릭터 느낌, 로고, 게임 방식, 그래픽, UI까지 클래쉬 오브 클랜을 너무 그대로 베꼈네요. 수퍼셀이 이 게임을 보면 뭐라 생각할까요. 이런 표절 게임을 카카오에서 선정한 것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바이킹 워즈 제작사 이름은 스케인 글로브. 이슬기 대표를 비롯해 넥슨 출신의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 뭉쳐서 만든 회사라고 하는데 어떻게 남의 게임을 적나라하게 베끼는지 잘 이해가 안됩니다.

갑자기 다시 주목을 받는 3년 전의 네이버(NAVER) 글

어제 오늘 좀 어리둥절한 일을 경험하고 있다. 블로그에 새로 글을 올린 것도 아닌데 갑자기 블로그 방문자 수가 늘기 시작하더니, 통계를 보니 3일이 채 지나지 않아 3만명4만명 이상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렇게 갑자기 조회수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한국 인터넷에서 잘못 끼워진 첫 단추, 그 이름은 네이버‘라는, 만 3년 전에 썼던 글 때문이다.

naver

처음 이 글을 썼을 때는 주로 트위터를 통해 트래픽이 많이 유입되었는데, 이번에는 대부분의 유입 경로가 페이스북인 것을 보니, 한국에서 그 사이에 페이스북의 영향력이 정말 커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카카오톡을 통해 유입되는 경우도 꽤 있을 것 같은데 워드프레스에서 따로 집계를 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페이스북에서 누군가 영향력 있는 사람 한 명이 글을 올린 때문인가 싶어서 댓글 올린 분들에게 따로 여쭤봤는데 글을 접하게 된 경로가 다들 다른 것으로 봐서 누구 한 사람의 영향력이라기보다는 페이스북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가 되면서 일파만파 퍼진 것 같다.

이 글은 워드프레스 블로그를 시작한 이후 얼마 안되어 썼던 것인데, 당시에 하루만에 만 명 이상이 다녀가고, 일주일 누적 방문 수가 5만을 넘은데다 NHN 김상헌 대표가 미투데이를 통해 반응하기까지 해서 깜짝 놀랐었다. 그 이후로 네이버과 관련된 글을 몇 개 더 썼다.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고 싶어 네이버에 들어갔다가 엉뚱한 가십 기사에 낚여 시간을 낭비하는 것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얼마인가 계산한 것과, 블로거 ‘깜신’님이 ‘네이버의 폐쇄성’이라는 주제로 썼던 글을 리트윗했다가 큰 반응을 얻었던 경험, 그리고 작년 여름에 썼던 ‘네이버 뉴스캐스트의 문제점‘이라는 글이었다. 구글은 어떤 알고리즘으로 검색 엔진을 만들었길래 훨씬 좋은 품질의 결과를 제공하는지 알리기 위해 구글의 페이지 랭크 알고리즘을 설명한 글을 쓴 적도 있다. 그 이후로는 더 이상 네이버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하고 싶었던 말은 ‘잘못 끼워진 첫 단추’글에 올라온 200여개의 댓글에 대해 답글을 달면서 대부분 다 한 상태인데다, 그 이후 계속 지켜봐도 변화도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에 비해 네이버 첫 화면이 많이 간소화되고 깔끔해지기는 했다. 뉴스캐스트가 뉴스스탠드로 바뀐 것도 정말 의미 있는 변화이다. 적어도 네이버를 처음 방문했을 때 화면 정가운데 뜨는 “…충격!”, “… 무슨 일이?”, “… 깜짝”, “… 경악”, “…아찔” 과 같은 저급스러운 뉴스 기사 제목에 낚이는 일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유저 인터페이스도 좋아지고 깔끔해졌고, 트위터 실시간 검색 결과도 추가되었고, 폰트도 예뻐졌다.

하지만, 웹 문서 검색 수준은 여전히 현저히 떨어진다. 몇 가지 단어로 검색해보고 구글과 비교해보면 누구나 쉽게 차이를 볼 수 있다. 요즘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위협으로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시끌시끌한데, ‘김정은’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봤다. 결과는 정말 어이가 없다. 직접 한 번 보시기를 권한다. 첫 검색 결과로 인물 검색이 나온 것은 좋다고 치자. 그 바로 아래는 뉴스와 트위터 검색 결과가 나온다. 여기까지도 괜찮다. 그러나 아래로 더 스크롤해보면 가관이다. 아래는 ‘이미지’ 섹션 검색 결과이다. 첫 번째 이미지는 김정은카톡이라고 되어 있는데, 클릭해보면 별로 의미도 없는 유머이다. 두 번째 이미지는 뭔지 모르겠는데 클릭해보니 김정은이 여군 가슴을 만지는 장면이라고 한다. 근데 사진을 보면 그냥 남자 군인의 얼굴을 여자로 조악하게 합성해놓은 것일 뿐이다. 그 다음 사진들도 다 의미가 없다.

네이버에서 '김정은'으로 검색 결과.
네이버에서 ‘김정은’으로 검색 결과. 이미지 섹션.

그 아래 카페 검색와 블로그 검색 결과에도 수준 낮은 내용들만 있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그 중 하이라이트는 지난번에도 지적했듯이 “초등학생들의 놀이터로 알려져 있는” 지식인이다. “나이는 몇 살인가요?”, “김정은 사령관님과 결혼하고 싶어요”, “군대 가서 김정은 목을 따온다면 휴가 받을까요?”등의 유치한 대화가 오가고 있다.

'김정은' 검색 결과: 지식인 섹션
‘김정은’ 검색 결과: 지식인 섹션

그러나 내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웹 검색 결과이다. 웹 문서 검색 결과가 너무 아래에 있어 눈에 띄지 않는 것만 해도 문제인데, 검색된 결과는 더 큰 문제다. ‘일베저장소’, ‘구리의 중국 여행 오지 여행’, ‘해금강유람선 포토갤러리’ 등이 검색된 문서의 출처이다. 과연 김정은에 대한 이야기는 일베 저장소같은 유머 사이트에밖에 없는 것인가? 김정은이 어디에서 어떻게 태어나서, 어떤 교육을 받으며 자랐는지, 그의 가족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권력 승계 과정에서 마찰은 없었는지, 그가 핵심적으로 기용하는 인재들은 누구인지 등에 대한 정보는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김정은' 검색 결과: 웹 문서
‘김정은’ 검색 결과: 웹 문서

이번에는 구글에서 ‘김정은’으로 검색을 해봤다. 품질의 차이가 확연하다. 오른쪽에 김정은에 대한 간략한 정보가 박스 안에 나오고, 검색 결과의 첫 번째로는 김정은의 위키백과 사전 결과가 나온다. 클릭해서 보면 김정은의 출생과 성장 과정, 가족 관계에서 권력 승계에 이르기까지 궁금해했던 내용이 아주 잘 정리되어 있다. 그 아래에는 배우 김정은의 위키백과 정보, 그리고 더 아래로 내려가면 이미지와 뉴스가 나온다. 김정은이 여군 가슴을 만진다든지 하는 우스운 내용은 두 번째, 세 번째 페이지에 가서도 등장하지 않는다.

구글에서 '김정은'으로 검색한 결과
구글에서 ‘김정은’으로 검색한 결과

결국은 한국에 정보가 없는 게 아니라 네이버가 못 찾아주는 것이다. 위키백과와 같은 중요한 페이지는 찾아주지 못하고 엉뚱한 결과만 보여주니, 정보를 정성껏 가공해서 정리한 웹사이트들은 여전히 빛을 받지 못한 채 초라하게 자리잡고 있다.

바로 이 점이, 3년 전에 내가 글을 쓸 때 지적했던 핵심적인 문제인데, 3년이 지난 지금에도 거의 나아진 게 없다. 이렇게 품질이 떨어지는데 한국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한편, 갑자기 블로그 조회수가 늘면서 댓글도 많이 달렸다. 내가 글을 쓰며 배운 것보다 댓글을 통해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더 많이 배우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답변을 일일이 하는 편인데, 오늘 답변을 달다가 보다 널리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몇 가지를 여기에 옮겨 본다.

박준완: 딱 한가지만 저의 의견을 덧붙여 본다면 제가 생각하는 문제의 핵심은 Openness와 건강한 경쟁입니다. 네이버가 국내에 대단히 의미있는 포털사이트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독점적 정책과 대항할 수 없을 만큼 확고한 아성 속에서 국내 검색 또는 포털시장에서 다른 형태의 발전 가능성, 또는 disruptive innovation, 고객의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검색가치를 향유할 가능성 자체가 근본적으로 막혀 있다는 점 말입니다. ^^

박준완님, 정말 좋은 지적을 해주셨는데요, 좀 더 파고들어가보면 가능성이 막혀있다기보다는 시장의 크기가 작고 취향의 다양성이 부족해서 그런 것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에 댓글 남겨주시는 많은 분들은 문제점을 알고 있고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할 의향이 있는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의 수가 전체의 5%라고 하면, 총 200만명입니다. 200만명을 대상으로 어떤 검색 엔진을 만들어서는 회사 운영이 어렵습니다. 구글 코리아도 투자한 것에 비해서는 한국 광고 시장에서 가져가는 액수가 너무 작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반면, 영어권 국가를 대상으로 검색 엔진을 만들면, 미국 인구 3억명에 더해서, 기타 영어권 국가 10억명이 더 붙습니다. 13억명의 5%는 6천 5백만명이지요. 남한 시장 전체보다 큽니다. 게다가 영어권 국가 사람들의 구매력이 한국의 두 배 정도 된다고 하면 (단순히 GDP 차이를 넘어, 그들의 소비문화가 구매력 향상에 한 몫 합니다) 1억 3천만명짜리 시장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렇다보니 전체의 1%, 0.5%, 심지어 0.1%의 사람들만 쓸만한 서비스라도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면 회사가 유지될 수 있고, 투자를 받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 구글처럼 성장해서 야후를 무너뜨릴 기회가 생기지요.

한편, 지리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보통 말하는 ‘한국 시장 크기’는 사실 ‘서울 경기권 시장 크기’에 가깝습니다. 인구는 2천만으로 전체의 반이 안되지만, 구매력으로 따지면 80%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울 경기 사람들은 지리적으로 서로 가깝기 때문에, 같은 광고를 보며, 같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가능성이 큽니다. 거기에 더해서, 조중동 3사와 KBS/MBC/SBS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얻는 사람들이 전체의 80%가 넘지요. 그렇다보니 임창정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임창정 파경’ 소식을 접하게 되고, 그 소식을 모르는 사람은 ‘뒤떨어진’ 사람이지요. 반면, 미국에 살아 보니 각 주마다 사람들이 정말 다릅니다. 관심이 다르고, 삶의 방식이 다르고, 소비하는 문화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릅니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확연하지요. 뉴욕은 금융과 패션 중심의 도시이므로 사람들이 소비하는 뉴스와 영화, 잡지, 그리고 서비스가 그 쪽에 맞춰져 있습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실리콘밸리의 경우 기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가장 관심이 많고, 그렇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서비스가 더 많이 소비됩니다. 그러다가 정치와 법률의 도시인 워싱턴 DC에 가면 또 다른 나라에 왔다고 느낄 겁니다.

단시간 내에 시장 크기를 늘리거나 시장의 특성을 바꿀 수는 없다고 가정한다면, 해결책은 다른데서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임정현: 정말 공감합니다. 9년 경력 중 대부분 영어자료 검색을 주로 했지만, 국문자료 검색 시에도 네이버는 사용을 최대한 자제했습니다. 네이버를 멀리한지 10년이 되어 가네요. 구글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국내뉴스 컨텐츠는 다음에서, 간혹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네이버 검색결과 목록만 넘겨봅니다. 실생활에서 네이버가 없다고 불편할 일이 없습니다. 네이버에 길들여지면 1) 정보간의 구조와 관계 파악, 2) 다각도로 사고/추론/결론 도출하는 능력을 기르기 어려워지고, 3) ‘검색결과 노출=돈’ 이라는 쉬운 구조때문에 단순 검색광고 모델을 매력적이라고 받아들여 창의력을 제한하게 됩니다. 전 경력 초기에 영어 중심으로 정보를 검색해야 했던 업무환경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색 시 구글부터 쓰는 습관을 들이라’는 말은 ‘정보검색/사고/결론 도출의 조기교육’과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임정현님, 얼마 전에 또 다른 사람도 저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하며 네이버라는 한 가지 서비스가 시장을 장악한 탓에 ‘다각도로 사고하는 능력’이 제한을 받지 않을까 우려를 표하더군요. 사람들이 정보를 습득하는 채널은 네이버만이 아니기 때문에 네이버 때문에 창의력이 제한된다고 하면 지나친 논리 비약이겠지만, 그런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요.

권무혁: 한국어 위키피디어가 발전이 더딘 것도 네이버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위키피디어라는 집단지성을 발휘할 기회를 네이버가 막고 있지요. 사람들은 네이버 지식인에서 그때그때에 필요한 단편적인 정보를 얻고 그에 만족할 수 있지만, 정작 위키피디아와 같은 거대한 지식의 城은 쌓을 기회는 얻을 수가 없지요.

한국어 위키피디아를 생각할 때마다 참 아쉽습니다. 영어권 국가에서 지식을 제공하는 소스로 위키피디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마어마하게 크거든요. 네이버가 위키피디아를 일부러 배척했다기보다는, 카페나 지식인을 통해 사람들이 정보를 얻는 것에 익숙해져있고, 네이버도 그 취향에 맞추어 카페와 지식인의 정보를 우선적으로 보여주다보니 위키피디아까지 트래픽이 갈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마찬가지로 구글이 일부러 위키피디아를 상위에 노출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검색 엔진’으로서의 본질에 충실하다보니 위키피디아와 같은 웹사이트가 자연스럽게 트래픽을 얻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지금처럼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Sean: 저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살고 있는데 200% 공감하는 글 입니다. 한때는 네이버로도 검색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2000년 이후 10여년이 지나니 결국 검색 가능한 것은 연애/정치 잡담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특히 검색 엔진 외 저는 버지니아 택 총기사건 이나 북한 뉴스등을 볼 때 첫 사건 부터 항상 두 나라의 1,2,3위 미디어를 동시에 경청하는데, 네이버등 인터넷에 뜨는 기사는 아주 가관 입니다. 한국에선 speculation = the truth 인듯 합니다.
제가 여러 fact들을 중심으로 비교해본 결과, 현재 우리나라에서 많이 아쉬운 점 들은, 그 이유가 단순히 인구가 부족해서 시장 형태가 needs base 로 형성될 기회가 적어서 그런거 같습니다.

Sean님, 말씀하신 부분은 사실 네이버의 문제라기보다 영세한 한국 언론사들의 문제에 더 가깝고, 궁극적으로는 그런 가십성 기사를 소비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소비자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기업은 소비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 뿐이니까요. 물론, 기업이 앞장서서 단기의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가치에 초점을 두고, 고통스럽더라도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면 가장 좋겠지요. 그런데 만약 네이버가 그런 정책을 택했다가는 기업 가치가 50%로 깎이면서 다음/네이트가 확 치고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주주들이 가만 놔두지 않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