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세라(Coursera), 온라인 교육의 혁명

Coursera (코세라)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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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업을 하나 들었다. 스탠포드 대학의 앤드류 Andrew Ng 교수가 강의하는 Machine Learning (머신 러닝)이라는 수업이다. 퀴즈도 풀고 숙제도 제출했다. 손으로 쓴 숫자를 감별해내는 알고리즘도 만들어서 테스트해봤다. 보통 이런 건 처음에만 의욕을 가지고 하다가 그만두게 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Machine Learning은 Coursera라는 온라인 대학 강의 사이트에서 가장 있는 수업 중 하나이다. 수업을 듣고 나자 머신 러닝이 이미 얼마나 널리 사용되고 있는지, 왜 그 비중이 앞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말 그대로 ‘기계가 스스로 배우도록’하는 방법인데, 이러한 기계에 많은 양의 데이터와 결과를 입력하면, 새로운 데이터에 정확히 반응할 수 있도록 기계가 ‘훈련’된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기계는 더 똑똑해진다. 예를 들어, 사진 관리 애플리케이션인 피카사(Picasa)에서 제공하는 얼굴 인식 기술은 머신 러닝을 응용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감탄하는 구글 번역기(Google Translate)도 마찬가지이다. 구글 번역기가 어떻게 전 세계의 수많은 언어를 다른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글이 만든 “Inside Google Translate (구글 번역기의 내부)” 라는 짧은 비디오에 잘 설명되어 있다. 단어별, 또는 문장별로 직접 번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문서와, 그 문서를 사람이 번역한 것을 구글 번역기에 집어 넣어 ‘교육’시키면, 컴퓨터가 언어의 패턴을 직접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새로운 표현을 입력했을 때 최대한 사람이 하는 것과 가깝게 번역한다. 이 뿐 아니라, 구글이 가진 기술의 전방위에 Machine Learning이 적용되어 있다. 나한테 이렇게 큰 도움을 준 스탠포드 교수의 수업을, 나는 Coursera에서 돈을 전혀 내지 않고 수강했다. Coursera는, Andrew Ng 교수가 만든, 온라인 교육에서 가장 큰 혁신을 가져 온 서비스 중 하나이다.

지난 달, 뉴욕타임즈는 “The Year of MOOC (MOOC의 해)“라는 제목으로 비중 있는 기사를 실었다. MOOC는 Massive Open Online Course(수많은 사용자를 위한 오픈 온라인 코스)의 약자인데, 소위 말하는 ‘온라인 강의’를 모두 일컬어서 지칭하는 단어이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사용되었던 말이지만, Coursera의 대성공과 함께 올해의 유행어가 되었다. 지난 2012년 1월에 Coursera를 공동 창업한 앤드류 교수의 말에 따르면, 1년이 채 지나기 전에 유저 수가 170만명으로 늘어 ‘페이스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강의했던 Machine Learning의 경우, 무려 13,000명이 퀴즈와 숙제를 끝까지 마치고 그에게서 ‘수료증’을 받았다.

‘Non-profit(비영리)’ 회사 Coursera는 클라이너 퍼킨스 등으로부터 지금까지 무려 $22 million (240억원)의 펀딩을 받았으며, 수많은 대학의 ‘스타 강사들’이 만드는 새로운 수업을 계속해서 추가하며 공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지난 달에는 빌 & 멀린다 게이츠 파운데이션으로부터 입문 수준의 온라인 코스를 개발하는 조건으로 $3 million (33억원)을 기부받았다. 2012년 9월 기준으로 33개 대학의 200개 강의가 올라와 있는데, 아래는, 오늘 아침에 이메일로 도착한, 새로 개설한 과목들 중 일부이다. Coursera의 모든 강좌는 명성이 있는 대학의 교수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 다음으로는 2013년 1월 28일부터 시작하는 스탠포드 대학의 ‘컴퓨터 비전’ 수업을 들을 예정이다.

Coursera에서 새로 개설한 과목들.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이 눈에 띈다.
Coursera에서 새로 개설한 과목들.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이 눈에 띈다.

스탠포드 대학의 2012년 한 학기 등록금은 $13,350 달러(1500만원), 즉, 1년에 약 4만 달러이다(가을, 겨울, 봄 학기로 구성되어 있다). 한 학기당 20학점 정도를 수강한다고 하면, 학점당 670달러이고, 한 과목이 보통 3학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한 과목당 약 2000달러이다. 세계 최고의 명성을 가진 대학의 2000달러짜리 수업들이, Coursera에 모두 무료로 올라가 있다. 누가 관심을 보이지 않겠는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강의들이 단순히 수업 시간에 하는 강의를 뒤에서 비디오로 찍어서 올려둔 수준이 아니라, Coursera를 통해 수강하는 사람들의 위해 따로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강의 중간에 퀴즈도 나오고, 약 1시간 정도의 강의 후에는 숙제가 있다. 이 숙제는 채점이 되고, 자신의 프로필에 점수가 기록된다. 이 정도이니, 이 수업 하나당 100달러씩 받는다고 해도 나는 기꺼이 돈을 낼 준비가 되어 있다.

이러한 온라인 강의를 Coursera가 처음 시작한 것은 물론 아니다. 그 전에도 대학가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교육 웹사이트들이 많이 있었다. MIT Open Courseware, Berkeley Webcast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OpenCulture라는 곳에 가면 무려 550개의 대학 강의들이 주제별로 정리되어 있다. 나는 끊임 없이 뭔가를 배우는 것을 좋아해서, 이런 웹사이트가 생길 때마다 관심 있게 관찰하고, 그 중 몇 개 수업을 골라 들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Coursera에서 수업을 들을 때만큼 끈기 있게 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했지만 비디오를 보다가 지루해져서 중단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무엇이 달랐을까?

첫째, 앞서 이야기했듯, Coursera의 강의들은 효과적인 온라인 교육을 위해 따로 제작되었다. 단순히 수업 시간에 카메라 하나 놓고 촬영하거나, 1시간이 넘는 강의를 덩그러니 올려놓았는데, Coursera에서는 교수의 얼굴과 슬라이드, 그리고 슬라이드 위의 노트가 효과적으로 표시되고, 강의 비디오 하나가 15분을 넘는 일이 없다. 비디오를 잘라놓은 덕분에 심리적 부담감이 적고, 비디오를 다시 보고싶을 때 쉽게 원하는 비디오를 찾을 수 있다. 한편, 비디오 재생 속도도 쉽게 조절할 수 있다. 잘 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2배 속도로 지나가면 된다. 앤드류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이 모든 것이 의도적인 설계라고 설명했다. 사소하지만 훌륭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컨텐츠가 홍수를 이루는 때에, 비디오 하나가 1시간이 넘으면 누가 그걸 가만히 앉아 끝까지 볼 수 있겠는가.

둘째, 비디오 중간에 퀴즈가 나온다. 그리고 매 강의가 끝날 때마다 짧은 퀴즈가 있다. 수업을 하나 들어보면 이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가를 알게 된다. 퀴즈가 갑자기 튀어나오니, 비디오를 멍하니 보고 있다가도 긴장을 하게 된다. 자신이 강의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매 1시간 강의 후에 있는 퀴즈를 풀어보면서 이해를 더 깊이 할 수 있다. 이렇게 이해를 하면 숙제를 할 수 있게 된다.

셋째, 숙제가 있고, 채점이 된다. 그리고 숙제마다 기한이 있다. 숙제를 늦게 제출하면 감점된다. 이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는데, 숙제가 ‘자동 채점’이 된다. 그렇다고 자동 채점을 하기 위해 객관식 문제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Machine Learning의 경우, 대부분의 숙제는 알고리즘을 프로그래밍하는 것인데, 구현이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채점기’가 다른 숫자를 알고리즘에 대입해본다. 그리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점수를 받고, 그렇지 않으면 점수를 받지 못하게 되어 있다. The Chronicle (크로니클) 지와의 인터뷰에서, 앤드류 교수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I actually enjoy working through problems with students. What I don’t enjoy is grading 400 homeworks. And so our thinking was to automate some of the grading so it frees up more faculty time for the interactions. (저는 학생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 즐거워요. 제가 즐기지 않는 것은 400개의 숙제를 채점하는 것이죠. 그래서 채점하는 과정을 자동화하면 교수들이 학생들과 같이 일하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 생각했어요. 단순히 객관식 문제 뿐 아니라 보다 복잡한 문제도 자동으로 채점하게 할 수 있어요.)

넷째, 강의마다 스케줄이 있고, 그 스케줄에 맞게 새로운 강의가 업데이트된다. 다른 대부분의 온라인 강의 사이트의 경우, 그냥 강의 수백 개가 올라와 있고, 그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해서 시작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자신의 스케줄에 맞게’ 시작하고 진행하면 된다. 편리하니 좋다. 그런데 그게 문제이다. 수업 스케줄이 따로 없으니 시간이 날 때 하나씩 듣다 보면 수업 하나 끝내는 데 1년이 걸린다. 아니, 1년만에 끝내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Coursera의 강의들은 모두 스케줄이 있고, 그래서 어떤 강의는 원하더라도 시작할 수가 없다. 그리고 스케줄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 수업을 듣고 있는 다른 학생들과의 상호 작용이 가능해진다. 같은 시기에 같은 강의를 듣고, 같은 숙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웹사이트를 깔끔하게 참 ‘잘 만들었다‘. 이는 Coursera의 두 공동창업자 – Andrew Ng과 Daphne Koller – 가 컴퓨터과학과 교수라는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둘은 소프트웨어를 매우 잘 이해하고 있었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를 잘 만드는 똑똑한 학생들을 주변에 많이 두고 있었다.

결국, Coursera가 가진 이 모든 장점은 ‘오프라인 교육의 경험’을 최대한 온라인으로 가져오려는 노력의 결과이다. 그래서 Coursera가 다른 모든 웹사이트를 누르고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앤드류 교수에 대해 잠깐 설명해보자. 그는 1976년에 영국에서 태어났으며, 홍콩과 싱가폴에서 교육을 받았다. 카네기 멜론 대학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하고 MIT에서 석사 학위, 버클리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2002년부터 스탠포드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다. 인공 지능과 머신 러닝이 전공 분야이며, 이 분야에서 100 개 이상의 논문을 썼다. 2008년에는 MIT 테크놀러지 리뷰에서 매년 발표하는 TR35에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사람 35세 미만 35명 중 한 명에 포함되기도 했다 (출처: Wikipedia). 그는 전부터 교육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2008년에는 Stanford Engineering Everywhere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는데, 그는 여기에도 Machine Learning 강의를 올려두었었다. 그가 수업시간에 했던 강의를 비디오로 찍어 올려둔 것에 불과했지만, 그의 첫 강의 비디오의 조회수는 38만이 넘는다. 이러한 성공에 고무되어 스탠포드에서 인공지능을 가르치는 다프네 교수와 함께 Coursera라는 회사를 만들기로 결심한 것이 아닌가 싶다.

코세라를 공동창업한 앤드류와 다프네 스탠포드 교수
코세라를 공동창업한 앤드류와 다프네 스탠포드 교수
칸 아카데미를 만든 살만 칸(Salman Khan)
칸 아카데미를 만든 살만 칸(Salman Khan)

온라인 교육의 혁명을 이야기하면서, 칸 아카데미(Khan Academy)를 빼놓을 수 없다. Coursera가 탄생하기 전, 2011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웹사이트이다. 설립자 살만 칸(Salman Khan)은, 방글라데시 출신의 어머니와 인도 출신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MIT에서 학사, 석사를 받고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은 후 헷지펀드 매니저로 일하던 중, 인도에 있는 사촌 동생에게 온라인으로 수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왕 만드는 거 다른 학생들도 보면 좋겠다 싶어서 유투브에 강의를 올려놓았더니 조회수가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얼마 후, 그는 일을 그만두고 하루 종일 방에서 강의를 만드는 일에 집중했으며, 그가 만든 강의는 수백 개에 달한다. 처음엔 초등학생 수준의 수학 설명 비디오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온 분야를 망라하는 다양한 주제의 강의가 올라와 있는데, 그의 해박하고 광범위한 지식이 놀랍다. 이러한 과정을 2011년 3월에 TED에 나와서 설명했는데, 참 재미있게 들었다. 이 비디오는 거의 2백만명이 시청했다. 예전에 ‘스토리가 중요한 이유‘에서도 썼지만, 이렇게 개인의 스토리가 담겨 제품이 나오니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사고 큰 인기를 끈 것 같다. 가끔 웹사이트에 가서 짧은 강의 하나씩 들어보면 재미있다.

한편 Coursera와 비슷하게 대학 교수들의 강의 위주로 만든 Udacity도 관심있게 지켜볼 만하다. MIT와 하버드 대학에서 각각 무려 $30 million (약 330억원)을 출자해서 만든 edX도 있다. 대학 강의는 아니지만,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한 주제에 대해 온라인 및 오프라인 강의를 모아둔 Udemy 또는 SkillShare도 인기가 있다.

마지막으로, 스탠포드 대학에서 HCI로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MIT에서 박사 과정에 있는 김주호씨(@imjuhokim)가 TEDy Boston에서 강연한 1시간 반짜리 비디오, “MIT, 하버드, 스탠포드 학생 백만명 시대 – 학교가 필요 없어진다?” 를 소개한다. MOOC의 역사와 현재 인기 있는 서비스들을 자세히 분석해서 설명했다.

고전하는 넷플릭스(Netflix)

이 블로그를 시작한 이래 세 번째로 많이 읽힌 글이 ‘넷플릭스 성공의 비결은 우수한 기업 문화‘였다. 포스팅한 지 무려 2년이 넘게 지난 글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에도 누군가가 트윗을 하거나 인용을 할 때마다 조회수가 크게 증가하는 것을 보면, 그들이 표방한 기업 문화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inspiration)을 주는 것 같다. 지난 7월 15일, 로티플의 공동창업자였고, 지금은 카카오에서 일하고 있는 김동주(@mynameisdjkim)씨가 넷플릭스 본사에서 근무하는 전강훈씨를 만나 했던 인터뷰를 정리한 글을 읽었다. 넷플릭스를 ‘프로야구 팀’에 비유해서 설명한 것이 재미있었다. 한편 넷플릭스의 ‘성과 위주’ 문화가 가진 단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는데, 내가 넷플릭스에서 일하는 다른 분을 만나 들었던 이야기와 맥락이 비슷했고, 그들이 2년 전에 표방했던 그 기업 문화는 지금도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다.

넷플릭스가 분명히 성공한 회사인 것은 맞다.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인해 한 시대를 호령했던 오프라인 비디오 대여점인 블록버스터는 패망의 길을 걸었고, 미국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무려 32.7%를 넷플릭스가 차지하고 있으며, Roku Box, Google TV, 삼성 Smart TV 등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기 치고 넷플릭스 앱이 깔리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관점은 냉정한 것 같다. 2011년 7월에 무려 300달러에 달하며 넷플릭스의 시가 총액을 무려 17조원까지 끌어올렸던 주가는 그 이후 곤두박질쳐 지금은 100달러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최근 80~90달러 근처를 멤돌던 주가는, 오늘 실적 발표 이후 무려 16.66%가 더 하락해서 장외 거래에서는 67달러까지 떨어져버렸다. 주가가 2010년 2월 수준으로 돌아가버린 것이다. 나도 한 때 넷플릭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작년에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모두 처분했다 (다행히 이익을 남기고 팔았다).

넷플릭스 주가 추이 (출처: Google Finance)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첫째, 주가 자체가 너무 높았다. 주가가 거의 최고점을 찍었던 2011년 당시 P/E Ratio(Price to Earnings Ratio)가 무려 80 이상이었다. 구글의 P/E Ratio가 20 근처임을 생각하면 지나치게 높은 수치였다. 2010년 여름부터 2011년 여름까지 무려 세 배가 오르며 애플을 비롯한 모든 고성장 기업의 주가를 초과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넷플릭스는, 어떻게 보면 ‘닷컴 버블’에 비교할 수 있는 투기성 투자로 인해 주가가 실제 회사 가치에 비해 빠르게 올라갔다. 사실 그 당시 기대치를 생각하면 그럴 만도 했다. DVD 대여 시장을 평정했고, 스트리밍 비디오 시장까지 빠르게 잠식해서 미국인들에게 ‘비디오 대여’의 대명사가 되었던 넷플릭스는 그야말로 시장의 승자였고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대장’이었다. 주가 분석에 관한 한 가장 많고 좋은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Seeking Alpha에서 2011년 2월 당시 240달러 정도였던 넷플릭스 주가는 너무 올랐으니 Short 포지션을 취할 때라고 주장했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을 비웃기라도 하듯 주가는 계속 상승했고, 2011년 7월 8일에는 300달러를 찍었다. 그 후, 주가가 약간 꺾여 7월 26일에 260달러 정도 되었을 때 쯤 또 읽은 글이 있다. Valuentum이라는 회사에서 제공한 자료였는데, DCF (Discounted Cash Flow) 모델을 이용해서 넷플릭스의 적정 주가를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당시 넷플릭스 주가는 말도 안되게 고평가되었으며, 190달러도 아주 낙관적인 주가일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 이후 몇 달간, 넷플릭스 주가는 순식간에 떨어졌고, 2011년 10월 말 경에는 100달러 미만까지 내려앉았다.

둘째, 영화와 드라마 판권을 가진 회사들이 가격을 일제히 올리면서 넷플릭스가 심한 재정적 부담을 안았다. 넷플릭스가 ‘너무’ 잘 나가던 2011년 상반기, 소니, 컬럼비아, 워더 브라더스, MTV, Starz, 디즈니 등 ‘컨텐트’를 소유한 회사들은 배가 아팠을 것이다. 넷플릭스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동안 미미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치게 싼 가격에’ 계약을 했었는데, 넷플릭스가 모든 사람들의 추앙을 받자, 자기들은 영화를 너무 싸게 내주었다며 후회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힘은 컨텐트를 소유한 쪽에 있다. 2년의 계약이 만기되어 2011년 7월에 재계약을 할 때가 되자 그들은 가격을 10배 가까이 크게 올렸다. 그 이전에 Starz는 넷플릭스와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었다. 넷플릭스가 물론 아주 많은 고객을 보유한 힘이 센 회사이기는 했지만, 컨텐트를 가진 입장에서 봤을 때는 아마존, 애플 등 스트리밍 비디오를 제공하는 많은 회사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들이 컨텐트를 주지 않겠다고 하면 넷플릭스의 입지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셋째, 경쟁이 너무 치열해졌다. 2010년 경, 넷플릭스가 먼저 치고 올라간 스트리밍 비디오 시장이 너무 뜨거워지고, 미국인들이 갑자기 컨텐트를 소비하는 행태를 바꾸는 것을 본 경쟁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큰 자본을 가진 아마존과 애플이 공격적으로 시장에 나섰고, 구글도 진출했다. 사람들의 시간 소비 행태를 바꾼, 혜성처럼 등장한 또 하나의 서비스는 Hulu였다. 넷플릭스가 영화광들을 위한 것이라면 Hulu는 드라마광들을 위한 것이었다. 넷플릭스를 통해 온라인으로 비디오를 보는 것의 편리함을 깨닫고 인터넷 망을 더 빠른 것으로 업그레이드해둔 미국인들에게, Hulu는 아주 빠른 속도로 침투해 들어갔다. 넷플릭스와 훌루, 제공하는 컨텐트는 달랐지만 둘은 ‘결국 TV 시청 시간’을 놓고 경쟁한 것이다.

훌루(Hulu) 유료 가입자 증가 추이 (출처: Worldtvpc.com)

이런 상황에서 2011년 2월에 등장한 아마존 프라임 인스턴트 비디오는 넷플릭스에게 큰 타격이었다. 갑자기 아마존이 소니 등의 회사와 계약을 맺은 후, 무려 5000개에 달하는 영화 타이틀을 프라임 멤버들 모두에게 공짜로 제공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나도 궁금해서 그 때 바로 들어가서 봤는데 넷플릭스만큼은 되지 않았지만 볼만한 영화가 꽤 있는데다, 어차피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이나 타이틀 대부분이 옛날 영화인 건 마찬가지라서 이대로 가면 넷플릭스 가입을 해지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다 (실제로 그 이후 몇달간 넷플릭스를 해지했었다). 매달 $15씩 내는 넷플릭스는 해지할 수 있지만, 일년에 $79달러인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은 ‘이틀 무료 배송’의 이점 때문에 절대 해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아마존은 Fox, MGM, 파라마운트 등과 잇달아 계약을 하면서 가공할만한 넷플릭스의 경쟁자가 되었다. 충성도 높은 방대한 고객을 이미 보유하고 있었던 아마존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편, Amazon은 옛날 영화 뿐 아니라 최신 영화도 함께 제공함으로써 (물론 이러한 영화들은 공짜가 아니다. 편당 $3.99 또는 $4.99를 내야 24시간동안 대여해서 볼 수 있다.) 넷플릭스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나은 서비스로 올라섰다. 최근엔 Verizon이 Walmart가 인수한 Vudu 등도 넷플릭스와 경쟁하고 있다.

연 $79.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의 혜택.

나는 케이블 TV 가입을 하지 않은 대신 넷플릭스, 아마존, 훌루 모두 유료 회원 가입을 해서 쓰고 있다. 그 중 하나를 끊는다면? 글쎄, 일단 앞서 이야기했듯 아마존은 프라임 멤버십때문에 끊을 수가 없다. 훌루는 드라마를 보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끊을 수 없다. 결국 하나를 끊는다면 넷플릭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넷째, 갑작스럽게 상승한 컨텐트 라이센스 비용에 당황했던 것일까? 넷플릭스가 2011년에 몇 번의 무리수를 두었다. 그 중 사람들의 가장 큰 원성을 샀던 결정은 2011년 7월 12일에 DVD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분리하면서 가격을 한번에 무려 60% 가까이 올린 것이다. 당시 무제한 DVD + 스트리밍이 월 $9.9였는데, 새로운 가격 정책에 따르면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무려 월 $15.98을 내야 했다. 월 $10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긴 것은 좀 무리가 아니었던가 싶다. 한 끼 점심식사 가격 정도인 $9.9는 별 것 아닌 돈으로 느껴지지만, $15.98이라고 하면 갑자기 저녁 식사 가격이 되면서 꽤 큰 돈으로 느껴진다. 그 때 사무실에서 점심 먹으며 동료들과 넷플릭스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 다들 갑작스러운 가격 인상에 화가 나서 넷플릭스 없어도 산다며, 어차피 괜찮은 영화는 많이 본 상태라 질리기 시작했는데 마침 잘 되었다며 넷플릭스 멤버십을 해지하겠다고 했었다.

넷플릭스의 가격 변화. (출처: www.ipadjailbreak.com / 2011. 7. 12)

두 번째 무리수는 2011년 9월 19일에 있었던, DVD와 스트리밍을 각각 다른 웹사이트로 완전히 분리하겠다고 했던 결정이었다. DVD 렌탈만 하는 웹사이트에는 Qwikster라는 아주 어색한 이름이 붙었다. 한 곳에서 쇼핑하며 최신 영화는 DVD로, 옛날 영화는 스트리밍으로 보던 것을 즐기던 사용자들에게는 너무나 혼란을 주는 결정이었다. 사실 난 당시의 결정을 지지했었다. 넷플릭스는 굴뚝 산업인 블록버스터를 대체했지만, 그 자신이 또 커다란 혁신을 하지 않으면, 스트리밍 비디오의 시대에서 자신이 굴뚝 산업으로 되어 버릴 위험이 다분했다. 이른바 이노베이터의 딜레마(Innovator’s Dilemma)이다. 스스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하지 않으면 경쟁자가 결국 파괴하는 것이 숙명이다. 넷플릭스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혁신의 딜레마를 어떻게든 해소하고 싶었을 것이다.

잠시 등장했다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브랜드, Qwikster.

그런 과감한 결정은 칭송할 만했으나,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너무 갑작스럽게 결정을 내린 것은, 넷플릭스, 그리고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의 자만이 아니었나 싶다. 당시에 넷플릭스에서 이따금씩 충격적(?) 이메일이 날아왔던 기억이 있다. 바로 다음 달부터 가격을 60% 올리겠다고 하는가 하면, 갑자기 DVD를 분리해서 Qwikster라고 이름붙이겠다고 하더니,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Qwikster의 분리는 완전 백지화하겠다는 이메일을 또 보냈었다. 넷플릭스에 대해 대단한 충성도를 가지고 있었던 고객들이었지만, 그들은 놀라울만큼 쉽게 등을 돌렸고 (나 역시도), 그 후 2011년 10월 25일엔 무려 80만명의 미국 가입자를 잃었다고 발표했다.

그렇게 해서 오늘에 이르렀다. 오늘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내 가입자 수는 2,460만에서 2380만으로 다시 80만명이 감소했고, Churn rate (고객 감소율)은 3개월 전 4.2%에서 6.3%로 크게 상승했다. 해외 시장 진출에 따른 비용 때문에 다음 분기 예상 실적도 그렇게 좋아 보이진 않는다. 그 결과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나는 아직 넷플릭스와 그들의 문화, 그리고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가진 비전을 믿는다. 지난 1년을 돌이켜봤을 때, 좀 더 신중했더라면 몇 가지 잘못된 결정을 막을 수는 있었겠지만, 그렇게 했더라도 결국은 지금의 상태에 오지 않았을까? 아마존과 구글, 애플이 끝없이 노리고 공략하는 시장에서 이정도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DVD 대여 시장의 빠른 쇠퇴를 예상하고 발빠르게 스트리밍 비디오 시장에서 선두가 된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 그건 감히 예측할 수 없다. 승자와 패자가 끝없이 오고 가는 실리콘밸리, 그 안에서 새로운 스토리가 쓰여지는 것을 흥미롭게 지켜볼 뿐이다.

페이스북이 기업 공개(IPO)를 한 날

오늘은 실리콘밸리, 그리고 세계 IT 역사에서 오래 기억될 날이다. 페이스북이 거래 등록 기준상, 미국 증시 역사상 가장 높은 기업 가치로 나스닥(NASDAQ)에 데뷔한 날이기 때문이다. 창업 이래 계속된 투자를 통해 끝없이 오르던 기업 가치는, IPO 직전에 무려 $100B (110조원) 이상으로 올라갔으며, 기업 공개 첫 날인 오늘, 그 가치를 지켰다. 38달러로 상장한 주식은, 미국 동부 시간으로 오전 11시경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 본사에서 버튼을 누름으로서 거래를 시작하자마자 10%가 뛰었으나, 오후에 하락하며 38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오늘 구글 주가가 무려 3.64퍼센트 하락하는 등 나스닥 주식 대부분이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플러스로 마감한 것만으로도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 장 마감 이후 현재 회사 가치는 무려 $108.92B (약 120조원)이다. 한편, 오늘 하루 거래된 주식의 수가 무려 4.6억에 달해, 기업 가치 뿐 아니라 거래량으로도 최고 기록을 세웠다.

페이스북 오늘 하루동안의 주가 변동과 거래량 (출처: Google Finance)

거래 시작 버튼을 누르기 전 카운트다운을 하는 순간의 비디오는 유투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페이스북 직원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멘로 파크 본사에 모여 카운트다운을 누르는 순간을 기다리며 서로 기뻐하는 모습이 감격적이다. 그 버튼을 누르는 순간, 수많은 투자자와 직원들이 백만 장자가 되었으며 마크 저커버그의 바로 옆에서 돕던 셰릴 샌드버그 역시 billionaire가 되었다.

페이스북 거래 시작 버튼을 누른 후 환호하는 장면. 마크 저커버그 바로 왼쪽, 쉐릴 샌드버그의 행복한 표정이 눈에 띈다.

한편, 2011년 1월 10일에 테크크런치에 소개되었던 아래 인포그래픽은(클릭하면 크게 보인다), 골드만삭스에서 $50B의 가치로 $500M을 투자하기까지 투자가들이 페이스북의 기업 가치를 얼마로 메겼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 당시에는 골드만삭스도 너무 비싸게 주고 사는 게 아닌가 했는데, 오늘 상장으로 인해 그 때보다 기업 가치가 두 배로 상승했으니 골드만삭스는 약 1년여 만에 무려 $500M (약 5천 5백억원)의 차익을 남긴 것이다. 2004년에 피터 씨엘(Peter Thiel)이 가장 먼저 $500K를 투자해서 지분의 10%를 소유한 것(그 당시 그가 샀던 6억원어치 주식의 가치는 현재 수 조원에 달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15B 기업 가치로 $240M을 투자하면서 페이스북 회사 가치가 크게 올라갔던 것과(당시에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지불했다고 생각했다), 야후가 2006년에 $1B에 사겠다는 제안을 거절했던 것, 그리고 홍콩 재벌 리카싱이 2007년 말 경에 $15B 기업 가치로 $60M을 투자한 것 등이 눈에 띈다.

페이스북 기업 가치 변동 그래프 (주: TechCrunch)

마크 저커버그 자신은 오늘 $1.2B 어치를 팔아 28살의 나이에 무려 1.4조원이라는 거액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포브스에 따르면, 120 million 개에 해당하는 옵션을 주당 6센트에 행사하게 되면 $1~$2B의 세금을 내야 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세금을 커버하기 위해 주식을 파는 듯하다). 그리고도 아직 남은 주식의 가치가 20조원이 넘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중 한 명이 되었다. 게다가 마크 저커버그를 제외한 페이스북 직원들의 주식 가치 평균액이 무려 $4.9M (약 55억원)이라고 한다.

오늘이 페이스북 주식을 소유한 모든 사람들에게 축제의 날이지만, 페이스북에 투자할 기회를 놓친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우울한 날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정리한 월스트리트 저널의 한 기사에 따르면, 팔로 알토의 사무실 건물을 소유한 Pejman Nozad가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션 파커(Sean Parker)가 2005년에 그에게 접근해서, 그의 사무실을 빌리는 대신 페이스북 주식 5만 달러어치를 살 기회를 주겠다고 제안했으나 거절했다. 만약 받아들였더라면 그 가치는 현재 $50M(550억원) 이상이 되었을 것이다.

한편 과연 그 높은 기업 가치를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도 많다. 페이스북의 현재 매출로는 이 가격을 정당화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업 공개 후에 더 많은 매출을 낼 것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100B이라는 엄청난 가치를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주식 가격의 적정성을 가늠하게 해주는 P/E Ratio (Price to earnings ratio)가 무려 100:1이다. 참고로 Google 은 20:1이고, 이 시대의 가장 수익률이 높은 애플도 16:1인데 말이다. 게다가 세계 70억 인구 중 무려 9억명이 이미 이용하고 있는 있는데, 과연 얼마나 가입자가 더 증가할 수 있을까도 의문이다. 인터넷은 꿈도 못꾸는, 하루 1.25 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절대 빈곤 인구가 2008년 기준으로 무려 13억명에 달한다는 것과, 아이와 노인층의 페이스북 사용 인구가 적다는 것 등을 고려하면 회원 수 증가는 얼마 가지 않아 한계에 부딪치지 않을까?

한편, 제네럴 모터스(GM)는 지난 5월 16일, 페이스북 광고를 해봤는데 별로 효과 없었다고 발표해서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의 매출 성장률에 대해 의문점을 가지기도 했다. 내가 보기에는 GM이라는 브랜드가 페이스북 디스플레이 광고를 통해 큰 효과를 보기 어려워서 그렇지 않았나 싶지만.

어쨌든, 마크 저커버그는 무려 9억 명의 삶을 바꿔 놓았으며 세상을 보다 투명한 곳으로 만든 ‘위인’이다. 내가 어렸을 때 봤던 위인전에는 주로 전쟁 영웅이나 대통령이 주로 등장했다. 그러고 보면, 왜 위대한 사업가는 위인전에 없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어떻게 보면 전쟁 영웅이나 대통령보다도 세상에 더 크고 지속적인 영향을 끼친 사람들인데 말이다. 앞으로 자라나게 될 아이들은 마크 저커버그의 이야기를 위인전에서 찾게 되지 않을까?

참고 글

인스타그램(Instagram), 2년만에 1조원의 회사 가치를 만들어내다

이번 한 주 내내 각종 언론에서 인스타그램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극적인 이야기인가보다. 분명 인기가 있는 앱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현재 4천만명) 이용하고 있었지만, 돈을 전혀 벌지 못하고 있는 회사였는데 2012년 4월 9일, $1 billion (1.1조원)에 페이스북에 팔린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가 전화하고 48시간만에 합의에 달했다고 하니 그 또한 극적이다. 구글이나 트위터, 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알게 되는 것을 우려했을 것이다. 마크의 인수 시도는 처음이 아니었다. 2011년 초에 한 번 인수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주: NYT] 하지만 창업자 케빈 스트롬(Kevin Strom)은 회사를 팔 생각이 없고 회사 확장에 주력하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1년이 지난 2012년, 마크는 그 때보다 몇 배의 값을 지불하고서라도 인스타그램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 바로 전날 Baseline Ventures, Benchmark Capital 등이 $50M을 투자하고 회사 가치를 $500M (5천 5백억원)으로 책정하게 되자 인스타그램이 모바일에서 페이스북을 위협할 만큼 성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던 것 같다.

인스타그램 창업자, Kevin Systrom. 출처: http://bits.blogs.nytimes.com/

인스타그램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Kevin Systrom)은 보스턴 교외에서 자랐지만 2003년에 스탠포드에 진학하면서 실리콘밸리로 이사했다. 대학교 2학년 때 대용량 사진을 사람들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인 Photobox를 만들었고, 이것이 마크 저커버그의 눈에 띄어 페이스북 입사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하고 공부를 마치기로 했다.

학교에 있는 동안 트위터의 전신인 Odeo에서 인턴을 했고, 2006년에 학교를 졸업한 후 구글에서 3년을 근무했으며, 구글 출신들이 만들었고 나중에 페이스북에 인수된 Nextstop에서 일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회사를 만들려는 꿈이 있었고, 사진 공유 서비스인 Burbn을 만들었다. (인스타그램이란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것은 제품명이고 회사 이름은 지금도 Burbn이다.)  2010년 1월에 한 스타트업이 주최한 파티에서 Baseline Ventures의 스티브 앤더슨을 만나 Burbn을 보여주었는데, 그가 투자에 관심을 보이자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창업을 한다. 스티브는 곧 25만 달러를 입금했고, 이어서 그 유명한 마크 안드리센(Mark Andreesseen)도 25만달러 투자했다. 브라질 출신의, 스탠포드에서 ‘신호 체계(symbolic systems)’를 전공한 마이크 크리거(Mike Krieger)가 공동 창업자로 합류했다.

둘은 사진 공유 서비스 Burbn을 개선하는 일을 하다가 기능이 너무 복잡하다고 생각되어 꼭 필요한 것을 제외하고 아주 단순화시켜 인스타그램 (Instant + Telegram)이라는 제품을 2010년 10월 6일 아이폰 앱스토어에 올렸다. 3주만에 30만 번 다운로드되었고, 곧 저스틴 비버 등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수천만 명의 사용자가 생겼다.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2012년 4월 초, 마크 저커버그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그 뒤는 역사가 되었다. 트위터 창업자이자 Square CEO인 잭 도시도 이 회사를 사고 싶어했는데 마크의 전화 한 통에 빼앗겨 기분이 안좋다고 한다. 그래도 그가 아주 초기에 투자했기 때문에 수십 배 금전적 이익을 남긴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아래는 저스틴 비버가 인스타그램을 이용해서 올린 첫 사진이다. 이 때를 기점으로 유저 수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 같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무려 130만명이나 된다. 2천만명이나 되는 트위터 팔로워 숫자에 비하면 적은 수이긴 하지만.

저스틴 비버가 인스타그랩을 이용해서 올린 첫 사진. “LA 트래픽 최악이야!” 출처: http://instagr.am/p/IMhuj

하루 아침에 성공한 신데렐라 스토리로 보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앵그리버드나 Draw Something처럼 성공 전에 수십 번의 실패를 했던 것 까지는 아니지만, 인스타그램이 갑자기 탄생한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인스타그램이 나오기 전과 나온 후에, 구글이나 페이스북에서 제공하는 사진 업로드/공유 서비스는 물론이고 이와 비슷한 류의 사진 필터링/공유 서비스가 엄청나게 많이 있었다. PicPiz, Burstn, Path, Flickr, Shutterfly, Lockerz, PhotoAccess, Pixamid 등 뿐 아니라 Hipstamatic도  인스타그램과 아주 유사한, 인기가 많았던 앱이었다. 왜 유독 인스타그램이 다른 모든 서비스를 제치고 영광의 자리에 오른 것일까?

인스타그램 실행 화면

첫째, 심플한 유저 인터페이스이다. 모든 것을 다 빼고 오직 사진을 찍고, 필터를 입히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공유하는 것을 쉽게 하는데만 집중했다.

둘째, 창업자 케빈의 지도교수인 Clifford Nass가 이야기한대로, “디자인과 심리학의 승리“였다. 공동창업자인 마이크 크리거가 심리학과 언어학, 철학의 종합 학문인 신호 체계를 전공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아이콘 디자인에서 UI 디자인, 그리고 각 필터에 붙인 감각적인 이름들까지 세세하게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셋째, 사진이 멋있게 나오게 하는 필터 효과, 그리고 그것을 받춰 준 타이밍이다. 아이폰 3 카메라도 좋았지만, 아이폰 4가 출시되면서 아이폰에서 찍은 사진 품질이 월등히 좋아했고, 이를 인스타그램의 필터를 적용해서 올리면 전문 사진가가 비싼 카메라로 찍은 것과 나란히 놓아도 지지 않을만큼 그럴 듯한 느낌을 준다.

얼마 전, 집 근처 카페에 갔다가 인스타그램으로 찍어 페이스북에서 공유했던 사진

핵심적인 성공 요소는 아닐 지 몰라도, 사진을 한 쪽으로 길게 나오게 하는 대신 정사각형으로 나오게 한 것도 정말 뛰어난 아이디어였다. 아이폰을 들고 사진을 찍으면 보통 옆으로 돌려서 찍게 된다. 사진이 세로로 길게 나오면 나중에 공유해서 컴퓨터에서 봤을 때 느낌이 이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매번 아이폰을 가로로 돌려 찍는 게 좀 귀찮은 것도 사실이다.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면 이런 불편이 없다. 가로로 돌리든 똑바로 세워 찍든 사진은 정사각형으로 나온다. 그래서 폰을 돌리기 귀찮은 사람들에게 어필했는지도 모르겠다.

안드로이드 버전이 출시되고 페이스북 인수 소식이 퍼져나가면서 인스타그램의 유저 수는 10일 만에 3천만명에서 4천만명이 되었다. 하루에 무려 백만 명씩 가입한 것이다. 그리고 직원 11명짜리 회사에 회사 가치 1.1조원이 책정되었으니, 1년 반만에 한 명당 약 1000억원의 가치를 만들어낸 셈이다. 인스타그램의 이야기는 곧 집약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성공 스토리이다. 이런 신데렐라 스토리가 더욱 더 많은 돈과 인재들을 실리콘밸리로 끌어들인다. 미국 경기가 아무리 휘청대고 유럽 경제가 암흑 속을 걸어도, 이 곳은 호황이다.

참고

Behind Instagram’s Success, Networking the Old Way, New York Times

코스트코(Costco)와 그 창업자 제임스 시네갈(James Sinegal)이야기

오늘 코스트코의 공동 창업자 제임스 시네갈(James Sinegal)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CEO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그의 나이 76세. 코스트코와 같이 경이로운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 76세였다는 것도 놀라웠고, 현재 회사 가치가 38조원에 가까운 ($35.4B) 회사인 코스트코를  처음 창업하던 때에 그의 나이가 47세였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약 30년만에 세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회사 중 하나를 만든 것이다. 다음은 인터뷰에서 몇 가지 재미있게 봤던 내용이다.

  • 시애틀에서 처음 창업한 이유: 캘리포니아와 같은 시간대에 있었고, 캘리포니아에서 사람들을 많이 고용하고 싶었으므로. 또한 그로서리(grocery) 가격이 가장 높은 곳이었으므로. 투자자들로부터 $7.5M 정도를 받아서 시작.
  • 마음에 드는 위치를 찾아 오픈을 준비했는데, 오픈하려던 바로 전 주에 시에서 오더니 그 건물로 들어가는 길을 18개월간 막겠다고 이야기. 말을 잘 했더니 10일을 연장해주었고 그 후 다른 문제가 생겨서 4, 5주를 추가로 연장. (만약 그 때 시에서 강제로 길을 막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코스트코가 태어나지 못했을 수도.)
  • 세계에서 가장 물건이 많이 팔리는 지점은 서울 양재점. 팔리는 제품의 3분의 1이 미국 제품이라고
  • 코스트코는 시간급 직원의 보수가 높고 복지가 좋기로 유명. 업계 평균보다 훨씬 높은 시간당 20달러를 지급. 그러면서도 제품 가격이 다른 어느 곳보다도 낮음.
  • 비결은 낮은 숫자의 SKU (Stock Keeping Unit: 물품의 종류). 월마트가 14만가지의 상품을 취급하는 데 비해 코스트코는 단 4,000가지만을 취급. 그러므로 하나하나의 제품에 훨씬 잘 집중할 수 있음
  • 남들과 반대되는 생각: 보통, 다른 장사하는 사람들은 (디지털 레코더를) 49달러에 팔면서 어떻게 하면 이걸 52달러에 팔 수 있을까 고민하는 반면, 우리는 그걸 40달러에 (다른 곳보다 9달러나 낮게) 팔면서 어떻게 하면 가격을 38달러로 낮출 수 있을까를 고민
시애틀의 Costco 1호점. 시애틀 축구/야구 경기장 남쪽으로 약 2km 떨어진 지점에 있다. (출처: Google Maps)

아내와 나는 코스트코를 자주 이용한다. 가격이 다른 곳과는 비교도 안되게 싸서이기도 하지만 상품의 품질이 너무 좋아서이다. 특히, 코스트코 연어는 품질이 너무 좋아 그냥 회로 먹기도 한다. 가격이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약 20달러면 손질된 커다란 연어 한 마리를 통째로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약 7~8인분). 게다가 다들 크기가 커서 자주 쇼핑하러 갈 필요가 없다는 것도 나에게는 장점이다.

공동창업자인 제임스 시네갈이 누군지 궁금해져 조금 더 찾아봤다. 위키피디아에 자세한 내용이 있었다. 1936년에 출생. 어머니는 그를 키울 능력이 없어 고아원에 맡겼다가 그가 11살이 되던 해에 되찾았다 (왜 많은 뛰어난 사람들은 이런 불행한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있는 것일까?). 그를 다시 찾았을 때는 어머니가 재혼을 한 뒤였고 새로운 아버지는 이탈리아에서 온 사람이었다. 그래서 원래 성이 ‘Wright’가 되어야 했지만 새로운 아버지의 성을 따라 ‘Sinegal’이 되었다. 1954년, 리테일 사업에 관심이 생겨 FedMart에서 일을 시작했고, 1978년엔 프라이스 클럽(Price Club)의 고위 임원, EVP (Executive Vice President: 부사장급)가 되었다. 1983년에 그는 회사를 나와 코스트코를 창업했다. 2007년부터 2009년 사이 그의 보수는 보너스와 주식 등을 합해 평균 연 30억원 정도였다.

회사에 대해서도 조금 조사해보기로 했다. 난 회사의 전체적인 모습을 간략하게 보고 싶으면 비즈니스 위크(Business Week)의 기업 인사이트 센터(Company Insight Center)를 가장 즐겨 이용한다. 특히 비율(Ratio)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코스트의 Ratio는 다음과 같다.

1) 먼저, 이익성(Profitability)이다.

코스트코의 이익성 지표

자산 또는 자기 자본에 대한 리턴(return)이 업계에 비해 높음을 알 수 있다. ROA가 5.67%라는 것은 순수입이 자산 전체의 5.67%라는 뜻이다.

2) 다음은 마진(Margin) 분석이다.

코스트코 마진(Margin) 분석

매상 총이익(Gross Margin)은 업계에 비해 낮은 편이다. 그만큼 물건을 싸게 팔고 이익을 별로 안남긴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9.73%에 불과한 SG&A (Selling, General, and Administrative Expense: 직원 급여, 복지 비용, 세금, 임원 보수 등)등등을 빼고 나면 EBITDA 마진(법인세와 감가 상각 등을 제외한 순 이익)이 3.64%밖에 안된다 (그래도 우습게 볼 일은 아니다. 코스트코의 연간 순이익은 1.6조원이 넘는다). 이를 미국의 프리미엄 그로서리(Grocery) 스토어인 홀푸드와 비교하면 차이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홀푸드(Wholefood)의 마진 분석. 매출 총 이익이 35%에 달하고, SG&A에 많은 돈을 쓰며 (29.07%), EBITDA 마진이 8.35%로 업계에 비해 매우 높다.

이렇게 마진이 낮은데 어떻게 회사가 그렇게 성공적일까? 아래를 보면 어디에 강점이 있는지 알 수 있다.

3) 자산 회전율

자산 회전율(Asset Turnover) 분석

위에서 보면, 동종 업계에 비해 모든 회전율 지표가 높게 나타난다. 특히 재고자산 회전율(Inventory Turnover)이 높은데, 11.0x라는 것은 코스트코 재고 전체가 일년에 11번 회전한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 하면 33일(365일/11)만에 전 세계 코스트코 매장 안에 있는 모든 재고가 싹 사라질만큼의 금액이 팔린다는 뜻이다. 코스트코의 거대한 창고 규모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것이 얼마만큼의 양을 의미하는지 대략 감을 잡을 수 있다. 그만큼 회사는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물건을 신중하게 고르고, 사람들은 그 물건들을 신뢰를 가지고 잘 사가지고 가기 때문에 매장 안에서 오랫동안 기다리지 않고 없어진다는 뜻이고, 그만큼 코스트코에 물건을 공급하는 회사들은 빨리 빨리 물건을 팔 수 있다는 뜻이다.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대신 소비자와 직원들에게 최대한의 이익을 주는 것이 목표인 회사.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대상은 아닐 지 몰라도, 언젠가 좋은 기회가 되면 주식을 사서 오랫동안 보유하고 싶은 회사이다.

지난 5년간 코스트코 주가 추이. 57달러에서 시작해 지금은 약 87달러가 되었다. (출처: Google Fin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