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하는 넷플릭스(Netflix)

이 블로그를 시작한 이래 세 번째로 많이 읽힌 글이 ‘넷플릭스 성공의 비결은 우수한 기업 문화‘였다. 포스팅한 지 무려 2년이 넘게 지난 글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에도 누군가가 트윗을 하거나 인용을 할 때마다 조회수가 크게 증가하는 것을 보면, 그들이 표방한 기업 문화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inspiration)을 주는 것 같다. 지난 7월 15일, 로티플의 공동창업자였고, 지금은 카카오에서 일하고 있는 김동주(@mynameisdjkim)씨가 넷플릭스 본사에서 근무하는 전강훈씨를 만나 했던 인터뷰를 정리한 글을 읽었다. 넷플릭스를 ‘프로야구 팀’에 비유해서 설명한 것이 재미있었다. 한편 넷플릭스의 ‘성과 위주’ 문화가 가진 단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는데, 내가 넷플릭스에서 일하는 다른 분을 만나 들었던 이야기와 맥락이 비슷했고, 그들이 2년 전에 표방했던 그 기업 문화는 지금도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다.

넷플릭스가 분명히 성공한 회사인 것은 맞다.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인해 한 시대를 호령했던 오프라인 비디오 대여점인 블록버스터는 패망의 길을 걸었고, 미국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무려 32.7%를 넷플릭스가 차지하고 있으며, Roku Box, Google TV, 삼성 Smart TV 등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기 치고 넷플릭스 앱이 깔리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관점은 냉정한 것 같다. 2011년 7월에 무려 300달러에 달하며 넷플릭스의 시가 총액을 무려 17조원까지 끌어올렸던 주가는 그 이후 곤두박질쳐 지금은 100달러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최근 80~90달러 근처를 멤돌던 주가는, 오늘 실적 발표 이후 무려 16.66%가 더 하락해서 장외 거래에서는 67달러까지 떨어져버렸다. 주가가 2010년 2월 수준으로 돌아가버린 것이다. 나도 한 때 넷플릭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작년에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모두 처분했다 (다행히 이익을 남기고 팔았다).

넷플릭스 주가 추이 (출처: Google Finance)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첫째, 주가 자체가 너무 높았다. 주가가 거의 최고점을 찍었던 2011년 당시 P/E Ratio(Price to Earnings Ratio)가 무려 80 이상이었다. 구글의 P/E Ratio가 20 근처임을 생각하면 지나치게 높은 수치였다. 2010년 여름부터 2011년 여름까지 무려 세 배가 오르며 애플을 비롯한 모든 고성장 기업의 주가를 초과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넷플릭스는, 어떻게 보면 ‘닷컴 버블’에 비교할 수 있는 투기성 투자로 인해 주가가 실제 회사 가치에 비해 빠르게 올라갔다. 사실 그 당시 기대치를 생각하면 그럴 만도 했다. DVD 대여 시장을 평정했고, 스트리밍 비디오 시장까지 빠르게 잠식해서 미국인들에게 ‘비디오 대여’의 대명사가 되었던 넷플릭스는 그야말로 시장의 승자였고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대장’이었다. 주가 분석에 관한 한 가장 많고 좋은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Seeking Alpha에서 2011년 2월 당시 240달러 정도였던 넷플릭스 주가는 너무 올랐으니 Short 포지션을 취할 때라고 주장했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을 비웃기라도 하듯 주가는 계속 상승했고, 2011년 7월 8일에는 300달러를 찍었다. 그 후, 주가가 약간 꺾여 7월 26일에 260달러 정도 되었을 때 쯤 또 읽은 글이 있다. Valuentum이라는 회사에서 제공한 자료였는데, DCF (Discounted Cash Flow) 모델을 이용해서 넷플릭스의 적정 주가를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당시 넷플릭스 주가는 말도 안되게 고평가되었으며, 190달러도 아주 낙관적인 주가일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 이후 몇 달간, 넷플릭스 주가는 순식간에 떨어졌고, 2011년 10월 말 경에는 100달러 미만까지 내려앉았다.

둘째, 영화와 드라마 판권을 가진 회사들이 가격을 일제히 올리면서 넷플릭스가 심한 재정적 부담을 안았다. 넷플릭스가 ‘너무’ 잘 나가던 2011년 상반기, 소니, 컬럼비아, 워더 브라더스, MTV, Starz, 디즈니 등 ‘컨텐트’를 소유한 회사들은 배가 아팠을 것이다. 넷플릭스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동안 미미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치게 싼 가격에’ 계약을 했었는데, 넷플릭스가 모든 사람들의 추앙을 받자, 자기들은 영화를 너무 싸게 내주었다며 후회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힘은 컨텐트를 소유한 쪽에 있다. 2년의 계약이 만기되어 2011년 7월에 재계약을 할 때가 되자 그들은 가격을 10배 가까이 크게 올렸다. 그 이전에 Starz는 넷플릭스와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었다. 넷플릭스가 물론 아주 많은 고객을 보유한 힘이 센 회사이기는 했지만, 컨텐트를 가진 입장에서 봤을 때는 아마존, 애플 등 스트리밍 비디오를 제공하는 많은 회사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들이 컨텐트를 주지 않겠다고 하면 넷플릭스의 입지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셋째, 경쟁이 너무 치열해졌다. 2010년 경, 넷플릭스가 먼저 치고 올라간 스트리밍 비디오 시장이 너무 뜨거워지고, 미국인들이 갑자기 컨텐트를 소비하는 행태를 바꾸는 것을 본 경쟁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큰 자본을 가진 아마존과 애플이 공격적으로 시장에 나섰고, 구글도 진출했다. 사람들의 시간 소비 행태를 바꾼, 혜성처럼 등장한 또 하나의 서비스는 Hulu였다. 넷플릭스가 영화광들을 위한 것이라면 Hulu는 드라마광들을 위한 것이었다. 넷플릭스를 통해 온라인으로 비디오를 보는 것의 편리함을 깨닫고 인터넷 망을 더 빠른 것으로 업그레이드해둔 미국인들에게, Hulu는 아주 빠른 속도로 침투해 들어갔다. 넷플릭스와 훌루, 제공하는 컨텐트는 달랐지만 둘은 ‘결국 TV 시청 시간’을 놓고 경쟁한 것이다.

훌루(Hulu) 유료 가입자 증가 추이 (출처: Worldtvpc.com)

이런 상황에서 2011년 2월에 등장한 아마존 프라임 인스턴트 비디오는 넷플릭스에게 큰 타격이었다. 갑자기 아마존이 소니 등의 회사와 계약을 맺은 후, 무려 5000개에 달하는 영화 타이틀을 프라임 멤버들 모두에게 공짜로 제공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나도 궁금해서 그 때 바로 들어가서 봤는데 넷플릭스만큼은 되지 않았지만 볼만한 영화가 꽤 있는데다, 어차피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이나 타이틀 대부분이 옛날 영화인 건 마찬가지라서 이대로 가면 넷플릭스 가입을 해지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다 (실제로 그 이후 몇달간 넷플릭스를 해지했었다). 매달 $15씩 내는 넷플릭스는 해지할 수 있지만, 일년에 $79달러인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은 ‘이틀 무료 배송’의 이점 때문에 절대 해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아마존은 Fox, MGM, 파라마운트 등과 잇달아 계약을 하면서 가공할만한 넷플릭스의 경쟁자가 되었다. 충성도 높은 방대한 고객을 이미 보유하고 있었던 아마존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편, Amazon은 옛날 영화 뿐 아니라 최신 영화도 함께 제공함으로써 (물론 이러한 영화들은 공짜가 아니다. 편당 $3.99 또는 $4.99를 내야 24시간동안 대여해서 볼 수 있다.) 넷플릭스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나은 서비스로 올라섰다. 최근엔 Verizon이 Walmart가 인수한 Vudu 등도 넷플릭스와 경쟁하고 있다.

연 $79.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의 혜택.

나는 케이블 TV 가입을 하지 않은 대신 넷플릭스, 아마존, 훌루 모두 유료 회원 가입을 해서 쓰고 있다. 그 중 하나를 끊는다면? 글쎄, 일단 앞서 이야기했듯 아마존은 프라임 멤버십때문에 끊을 수가 없다. 훌루는 드라마를 보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끊을 수 없다. 결국 하나를 끊는다면 넷플릭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넷째, 갑작스럽게 상승한 컨텐트 라이센스 비용에 당황했던 것일까? 넷플릭스가 2011년에 몇 번의 무리수를 두었다. 그 중 사람들의 가장 큰 원성을 샀던 결정은 2011년 7월 12일에 DVD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분리하면서 가격을 한번에 무려 60% 가까이 올린 것이다. 당시 무제한 DVD + 스트리밍이 월 $9.9였는데, 새로운 가격 정책에 따르면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무려 월 $15.98을 내야 했다. 월 $10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긴 것은 좀 무리가 아니었던가 싶다. 한 끼 점심식사 가격 정도인 $9.9는 별 것 아닌 돈으로 느껴지지만, $15.98이라고 하면 갑자기 저녁 식사 가격이 되면서 꽤 큰 돈으로 느껴진다. 그 때 사무실에서 점심 먹으며 동료들과 넷플릭스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 다들 갑작스러운 가격 인상에 화가 나서 넷플릭스 없어도 산다며, 어차피 괜찮은 영화는 많이 본 상태라 질리기 시작했는데 마침 잘 되었다며 넷플릭스 멤버십을 해지하겠다고 했었다.

넷플릭스의 가격 변화. (출처: www.ipadjailbreak.com / 2011. 7. 12)

두 번째 무리수는 2011년 9월 19일에 있었던, DVD와 스트리밍을 각각 다른 웹사이트로 완전히 분리하겠다고 했던 결정이었다. DVD 렌탈만 하는 웹사이트에는 Qwikster라는 아주 어색한 이름이 붙었다. 한 곳에서 쇼핑하며 최신 영화는 DVD로, 옛날 영화는 스트리밍으로 보던 것을 즐기던 사용자들에게는 너무나 혼란을 주는 결정이었다. 사실 난 당시의 결정을 지지했었다. 넷플릭스는 굴뚝 산업인 블록버스터를 대체했지만, 그 자신이 또 커다란 혁신을 하지 않으면, 스트리밍 비디오의 시대에서 자신이 굴뚝 산업으로 되어 버릴 위험이 다분했다. 이른바 이노베이터의 딜레마(Innovator’s Dilemma)이다. 스스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하지 않으면 경쟁자가 결국 파괴하는 것이 숙명이다. 넷플릭스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혁신의 딜레마를 어떻게든 해소하고 싶었을 것이다.

잠시 등장했다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브랜드, Qwikster.

그런 과감한 결정은 칭송할 만했으나,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너무 갑작스럽게 결정을 내린 것은, 넷플릭스, 그리고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의 자만이 아니었나 싶다. 당시에 넷플릭스에서 이따금씩 충격적(?) 이메일이 날아왔던 기억이 있다. 바로 다음 달부터 가격을 60% 올리겠다고 하는가 하면, 갑자기 DVD를 분리해서 Qwikster라고 이름붙이겠다고 하더니,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Qwikster의 분리는 완전 백지화하겠다는 이메일을 또 보냈었다. 넷플릭스에 대해 대단한 충성도를 가지고 있었던 고객들이었지만, 그들은 놀라울만큼 쉽게 등을 돌렸고 (나 역시도), 그 후 2011년 10월 25일엔 무려 80만명의 미국 가입자를 잃었다고 발표했다.

그렇게 해서 오늘에 이르렀다. 오늘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내 가입자 수는 2,460만에서 2380만으로 다시 80만명이 감소했고, Churn rate (고객 감소율)은 3개월 전 4.2%에서 6.3%로 크게 상승했다. 해외 시장 진출에 따른 비용 때문에 다음 분기 예상 실적도 그렇게 좋아 보이진 않는다. 그 결과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나는 아직 넷플릭스와 그들의 문화, 그리고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가진 비전을 믿는다. 지난 1년을 돌이켜봤을 때, 좀 더 신중했더라면 몇 가지 잘못된 결정을 막을 수는 있었겠지만, 그렇게 했더라도 결국은 지금의 상태에 오지 않았을까? 아마존과 구글, 애플이 끝없이 노리고 공략하는 시장에서 이정도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DVD 대여 시장의 빠른 쇠퇴를 예상하고 발빠르게 스트리밍 비디오 시장에서 선두가 된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 그건 감히 예측할 수 없다. 승자와 패자가 끝없이 오고 가는 실리콘밸리, 그 안에서 새로운 스토리가 쓰여지는 것을 흥미롭게 지켜볼 뿐이다.

13 thoughts on “고전하는 넷플릭스(Netflix)

  1. 넷플릭스 저도 큰 관심이 있었던 회사인데, 떨어지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네요. 서비스 가격의 갑작스런 상승이 회사를 이렇게 만든 큰 요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비스 회사들은 혁신적이지만, 수익구조에 있어서 고민이 많이 필요한것 같습니다.

    1. 위에서 가격 상승 후 사용자들이 많이 이탈해나간 것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넷플릭스 입장에서 보면 사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결정이었습니다. 라이센스 비용, 즉 원가가 크게 상승한 상태에서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살짝만 올렸다가는 회사의 존재가 위험해질 수도 있었겠지요. 나름대로 시나리오를 돌려 보았을 것입니다. 가격이 올라가면 고객이 얼마나 떨어져나갈 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을 따라오는 고객들의 도움으로 회사의 매출이나 순익은 얼마나 더 좋아질 지 말입니다. 몇 가지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등을 돌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까지 위험해진 것은 아닙니다. 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모인 조직이니 어떻게든 돌파해 나가겠지요.

    1. 오랜만이네 한솔! 지난 한 해동안 넷플릭스를 지켜보면서 나름대로 드는 생각이 있더라구. 어제 마침 실적발표를 했길래 한 번 정리해 봤어.

  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Netflix를 끊었는데,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컨텐츠 부족이었어요. 어느정도 보다보니까 saturation이 일어나더군요. 오히려 hulu는 못 끊겠더군요. 저는 저 혼자만 netflix에 등을 돌린줄 알았는데, 요즘 netflix가 많이 힘들군요 ^^

  3. 넷플릭스의 핵심은 [풍부한] 컨텐츠를 [싸게] 공급받는 편리한 유통망이었는데…결국 저 두 가치가 공급자와 기존경쟁자들의 태클로 인해… 결국 고객이 변심하게 되는 상황이 됐군요. 예전에 쓰셨던 넷플릭스의 가치, 우수한 기업문화라는 글을 보고 이 회사의 팬이 되었는데… 저도 궁금하군요. 어떻게 또 시장이 바뀔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4.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일전에 읽었던 ‘디멘드’ 라는 책에서 Netflix의 혁신 과정과 어떻게 블록버스터를 침몰 시켰는지 등을 읽으면서 헤이스팅스 에 대해서 상당히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세상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그에 따라 기업들, 소비자들도 더욱 기민해 지는것 같습니다. 안그래도 최근 CNBC에서 Netflix의 실적 발표 및 주가 동향을 보도하며, 헤이스팅스의 ‘성급한’ 결정들에 대해서 아쉬움을 표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마도, 헤이스팅스의 이런 ‘성급한’ 결정들의 배후에는, 거대기업 (아마존, 구글 등)의 같은 시장진출에 더욱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Market share를 지키고자 한 의욕이 많이 반영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견으로는 성문님이 하신 말씀처럼 최초의 Netflix가 창출했던 value가 절대로 우연한 것이었거나, 근시안 적인 관점에서 접근 한 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하기에, 또 한번 저력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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