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설명한’ 구글의 페이지 랭크 알고리즘

네이버 검색엔진의 문제점을 처음 지적한 글을 썼던 2년 전부터 이 블로그에 언젠가 한 번 써보고 싶었던 주제가 하나 있었다. 구글의 PageRank 알고리즘을 설명하는 것이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알고리즘을 설명하려고 하면 말이 길어질 것 같고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싶어 블로그에 쓸까 말까 망설였는데, 그냥 한 번 시작해보려고 한다. “Google”이라는 230조원짜리 회사가 처음 시작된 곳이 바로 이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쓴 논문(The Anatomy of a Large-Scale Hypertextual Web Search Engine)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한 번 시간을 들여 배워볼 만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이 논문은 1998년에 쓰여졌으나, 논문에서 소개된 PageRank 알고리즘은 14년이 지난 지금에도 구글 검색 엔진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오늘날의 구글을 만든, 페이지랭크(PageRank) 알고리즘을 소개한 논문에 포함되어 있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의 사진. 참 앳된 두 대학원생의 모습이다.

논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Our main goal is to improve the quality of web search engines. In 1994, some people believed that a complete search index would make it possible to find anything easily. (우리의 주요 목표는 검색 엔진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1994년 당시, 사람들은 검색 인덱스를 완성하고 나면 무엇이든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However, the Web of 1997 is quite different. Anyone who has used a search engine recently, can readily testify that the completeness of the index is not the only factor in the quality of search results. “Junk results” often wash out any results that a user is interested in. (하지만, 1997년의 웹은 사뭇 다릅니다. 최근에 검색 엔진을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덱스를 완성하는 것만으로는 좋은 품질의 검색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쓰레기 정보’가 종종 사용자들이 진정 관심있어하는 정보를 가려버립니다.)

One of the main causes of this problem is that the number of documents in the indices has been increasing by many orders of magnitude, but the user’s ability to look at documents has not. People are still only willing to look at the first few tens of results. (그러한 이유 중 하나는, 인덱스되는 문서의 숫자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그 문서들을 볼 수 있는 능력은 같은 속도로 성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검색 결과중 처음 몇십 개 정도만 살펴볼 뿐입니다.)

Because of this, as the collection size grows, we need tools that have very high precision. Indeed, we want our notion of “relevant” to only include the very best documents since there may be tens of thousands of slightly relevant documents.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이 성장할수록, 우리에게 더 정밀한 도구가 필요합니다. 사실, 우리는 ‘관련 있는 페이지’가 수만 개라도, 그 중 최고의 웹 페이지만을 정확하게 찾아주기를 원합니다.)

There is quite a bit of recent optimism that the use of more hypertextual information can help improve search and other applications. In particular, link structure and link text provide a lot of information for making relevance judgments and quality filtering. Google makes use of both link structure and anchor text. (하이퍼텍스트 정보를 이용하면 검색 결과를 많이 향상할 수 있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특히, 웹 페이지 사이의 연결 관계가 상당히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습니다. 구글은 바로 이러한 링크 구조와 링크 달린 텍스트를 이용합니다.)

그리고, 페이지랭크 알고리즘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Academic citation literature has been applied to the web, largely by counting citations or backlinks to a given page. This gives some approximation of a page’s importance or quality. PageRank extends this idea by not counting links from all pages equally, and by normalizing by the number of links on a page. (학술지 인용 방식은 그동안 웹에 적용되어 왔습니다. 특히, 특정 페이지를 인용하는 다른 페이지가 얼마나 많이 있느냐를 세는 방식으로요. 이렇게 하면 특정 페이지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스니다. PageRank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연장하는데, 즉, 다른 페이지에서 오는 링크를 같은 비중으로 세는 대신에, 그 페이지에 걸린 링크 숫자를 ‘정규화(normalize)’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말이 좀 어려운데, 아래 수식을 한 번 보자.

PR(A) = (1-d) + d (PR(T1)/C(T1) + … + PR(Tn)/C(Tn))

PR은 PageRank의 줄임말이고, PR(A)는 ‘A’라는 웹페이지의 페이지 랭크를 의미한다. T1, T2, … Tn은 그 페이지를 가리키는 다른 페이지들을 의미한다. 그리고  PR(T1)는 당연히 T1이라는 페이지의 페이지 랭크값이다. d는 ‘Damping Factor’라고 하는데, 설명이 길어질 수 있으니 조금 후 설명하겠다. C(T1)는 T1이라는 페이지가 가지고 있는 링크의 총 갯수를 의미한다.

d에 연연하지 않고(즉 d=1이라고 가정하고) 위 수식을 가만히 보면 사실 매우 간단하다. ‘어떤 페이지 A의 페이지 랭크는 그 페이지를 인용하고 있는 다른 페이지 T1, T2, T3, .. 가 가진 페이지 랭크를 정규화시킨 값의 합‘이다. 다시 말해 페이지 A의 페이지 랭크는 A라는 페이지를 가리키고 있는 다른 페이지의 페이지 랭크값이 높을수록 (즉, 더 중요할수록) 더 높아진다. 여기서 ‘정규화시킨 값의 합‘이라는 말을 굳이 쓴 이유는, 페이지 랭크의 단순 합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T1의 페이지 랭크가 높다고 하더라도, 그 페이지에서 링크를 수천 개 달아놓았다면(즉, C(T1)값이 높다면) 그 페이지가 기여하는 비중은 낮아진다.

이 수식을 그림으로 한 번 표현해보겠다.

PageRank 알고리즘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 Dampen Factor가 있기 때문에 이것과 똑같지는 않지만, 간단하게 표현하면 위와 같다.

위 그림에서 웹 페이지 A를 가리키는 페이지는 T1, T2, T3, T4, T5의 다섯 개가 있고, 이들을 정규화해서 합한 값이 0.34이므로, A의 ‘페이지 랭크’는 0.34가 된다. 이 페이지랭크 값은 A가 가리키는 또 다른 페이지의 PageRank를 계산하는 데 쓰일 것이다. 그럼 T1의 페이지 랭크는 어떻게 구했나? 마찬가지로 T1을 가리키는 다른 페이지들의 PageRank값으로부터 구한다. 이렇게 해서 파고 내려가면 무한히 가게 될 것 같은데, ‘제한 조건’을 걸면 언젠가는 계산이 끝이 난다. 이러한 방법으로 계산하는 것을 컴퓨터 과학에서는 ‘recursive(재귀적)‘이라고 한다. 즉, PageRank는 재귀 호출 알고리즘이다.

이제 d, 즉 Damping Factor에 대해 생각해 보자. 위 수식을 다시 한 번 보자.

PR(A) = (1-d) + d (PR(T1)/C(T1) + … + PR(Tn)/C(Tn))

d 값은 0과 1 사이에서 정해지는데, d값이 커져서 1이 되면 앞의 (1-d)는 0이 되고, 뒤 수식의 합이 그대로 A의 PageRank가 된다. 이것이 바로 위 그림에서 가정한 상황이다. 반대로 d값이 작아져서 0이 되면, 뒤 수식의 합은 0이 되고, A의 PageRank는 1이 된다. d가 0이면 모든 페이지의 PageRank는 1이 되므로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d는 실험을 통해 0과 1 사이의 어떤 값에서 정해지는데, 논문에서는 보통 0.85로 설정해놓았다고 되어 있다. 논문에 따르면 damping factor란 ‘어떤 마구잡이로 웹서핑을 하는 사람이 그 페이지에 만족을 못하고 다른 페이지로 가는 링크를 클릭할 확률‘이다. 즉, damping factor가 1이면, 무한히 링크를 클릭한다는 뜻이고, 0이면 처음 방문한 페이지에서 무조건 멈추고 더 이상 클릭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0.85이면, 85%의 확률로 다른 페이지를 클릭해볼 것이라는 뜻이다. 이 경우 15%의 확률에 걸리는 순간 클릭을 멈추고 그 페이지를 살펴본다.

논문에 따르면, 모든 웹페이지의 페이지랭크 값을 합산한 값은 1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수식을 보면 그렇게 되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d가 0이면 PR(A)는 1이 되고, 모든 웹페이지의 PageRank가 1이 되기 때문에 PageRank의 합산은 모든 페이지의 숫자(N)이 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세르게이와 래리가 논문을 쓸 때 실수한 것 같다며, 올바른 수식은 아래와 같다고 한다.

PR(A) = (1-d)/N + d (PR(T1)/C(T1) + … + PR(Tn)/C(Tn))

이렇게 하면 전체 페이지의 PageRank를 합산한 값이 1이 된다.

페이지랭크와 그 관계를 도식화한 그림. A, B, C 등은 페이지를 나타내고, 숫자는 PageRank를 의미한다. C의 경우 B에서 링크를 걸었다는 것만으로도 PageRank값이 높게 책정됨을 볼 수 있다. (출처: Wikipedia)

이게 다이다. 이렇게 해서 온 세상의 모든 페이지를 PageRank 등수에 따라서 미리 정렬을 해 두면, 누군가가 검색어를 입력하는 순간, 그 검색어가 포함된 페이지들을 순위별로 나열하기만 하면 끝이다. 구글의 검색 엔진팀에 있는 지인의 말에 따르면, 지금의 구글 검색 알고리즘은 엄청나게 많은 다른 요소를 고려하고, 튜닝을 했기 때문에 이것보다 훨씬 복잡하다고 한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 ‘영향력 있는 페이지가 인용할수록 페이지랭크가 올라간다‘는 근본적인 알고리즘은 그대로 남아 있다.

구체적 예를 들면 이와 같다. 내 블로그를 인용한 다른 블로그들이 있다. 그 중 아마 가장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고 인기 있는 블로그 중 하나가 ‘에스티마의 인터넷 이야기‘일 것이다. 또한 그 블로그를 상당수의 사람들이 인용했을 것이므로 구글 검색 순위가 높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에스티마의 인터넷 이야기’에서 내 블로그로의 링크를 거는 순간 내 블로그의 PageRank는 많이 올라갈 수 있다. 마찬가지 이유로 인기가 있는 다른 웹사이트에서 내 블로그로 링크를 걸면 PageRank가 올라간다. 그러나 만약 그 사이트에서 나 뿐만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블로그로 링크를 걸고 있다면 (예를 들어, 단순히 수만개의 블로그 주소를 나열한 경우), 그 사이트가 아무리 인기 있다 해도 내 블로그의 검색 순위는 크게 상승되지 않는다.

또 한가지 예로, Stanford.edu와 같은 사이트의 경우 조회수가 엄청나게 높다. 따라서 이 사이트에서 누군가에게 링크를 걸어주면, 구글 검색 순위가 바로 상승할 수 있다. 예전에 Stanford.edu를 관리하는 사람이 돈을 받고 특정 사이트에 링크를 걸어주는 사업을 한 적이 있다고 MBA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물론, 구글이 이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덧붙일 말이 있다. 이렇게 훌륭한 알고리즘이지만, 소위 ‘불펌’이 만연하는 곳에서는 이 알고리즘은 바보가 된다는 사실이다. 글을 ‘퍼가기’ 하면서 원문의 링크를 걸지 않는다면, 이 알고리즘에 따르면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퍼가도 웹사이트의 순위는 올라가지 않는다. 한국 인터넷에서는 싸이월드, 또는 그 이전 시절부터 출처 없이 ‘퍼가기’가 참 유행했다. 네이버 블로그가 생기고, 이렇게 글을 퍼가기 해서 많이 쌓아둘수록 블로그 순위가 올라가자 사람들은 더욱 정신없이 ‘퍼가기’를 했다. 그 결과 인터넷은 지저분해지고, ‘내리와 인성의 IT 이야기‘라는 인기 웹툰에서 밝혔듯 원본 문서는 찾기가 힘들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한국 시장에 진입했으니, 처음에 구글 검색 결과가 네이버에 비해 훨씬 뒤쳐져 있었던 것은 당연하다. 다행히 요즈음엔 이런식의 ‘펌 문화’가 많이 잦아들었고, 원본의 링크를 다는 ‘건전한 문화’가 많이 정착되면서 원글을 찾기도 쉬워졌고, 구글 검색의 품질도 좋아졌다.

PageRank, 구글이 야후보다 월등히 좋은 검색 결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이었고, 결국 야후를 꺾고 검색 엔진의 대명사로 등극한 출발점이었다.

고전하는 넷플릭스(Netflix)

이 블로그를 시작한 이래 세 번째로 많이 읽힌 글이 ‘넷플릭스 성공의 비결은 우수한 기업 문화‘였다. 포스팅한 지 무려 2년이 넘게 지난 글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에도 누군가가 트윗을 하거나 인용을 할 때마다 조회수가 크게 증가하는 것을 보면, 그들이 표방한 기업 문화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inspiration)을 주는 것 같다. 지난 7월 15일, 로티플의 공동창업자였고, 지금은 카카오에서 일하고 있는 김동주(@mynameisdjkim)씨가 넷플릭스 본사에서 근무하는 전강훈씨를 만나 했던 인터뷰를 정리한 글을 읽었다. 넷플릭스를 ‘프로야구 팀’에 비유해서 설명한 것이 재미있었다. 한편 넷플릭스의 ‘성과 위주’ 문화가 가진 단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는데, 내가 넷플릭스에서 일하는 다른 분을 만나 들었던 이야기와 맥락이 비슷했고, 그들이 2년 전에 표방했던 그 기업 문화는 지금도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다.

넷플릭스가 분명히 성공한 회사인 것은 맞다.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인해 한 시대를 호령했던 오프라인 비디오 대여점인 블록버스터는 패망의 길을 걸었고, 미국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무려 32.7%를 넷플릭스가 차지하고 있으며, Roku Box, Google TV, 삼성 Smart TV 등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기 치고 넷플릭스 앱이 깔리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관점은 냉정한 것 같다. 2011년 7월에 무려 300달러에 달하며 넷플릭스의 시가 총액을 무려 17조원까지 끌어올렸던 주가는 그 이후 곤두박질쳐 지금은 100달러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최근 80~90달러 근처를 멤돌던 주가는, 오늘 실적 발표 이후 무려 16.66%가 더 하락해서 장외 거래에서는 67달러까지 떨어져버렸다. 주가가 2010년 2월 수준으로 돌아가버린 것이다. 나도 한 때 넷플릭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작년에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모두 처분했다 (다행히 이익을 남기고 팔았다).

넷플릭스 주가 추이 (출처: Google Finance)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첫째, 주가 자체가 너무 높았다. 주가가 거의 최고점을 찍었던 2011년 당시 P/E Ratio(Price to Earnings Ratio)가 무려 80 이상이었다. 구글의 P/E Ratio가 20 근처임을 생각하면 지나치게 높은 수치였다. 2010년 여름부터 2011년 여름까지 무려 세 배가 오르며 애플을 비롯한 모든 고성장 기업의 주가를 초과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넷플릭스는, 어떻게 보면 ‘닷컴 버블’에 비교할 수 있는 투기성 투자로 인해 주가가 실제 회사 가치에 비해 빠르게 올라갔다. 사실 그 당시 기대치를 생각하면 그럴 만도 했다. DVD 대여 시장을 평정했고, 스트리밍 비디오 시장까지 빠르게 잠식해서 미국인들에게 ‘비디오 대여’의 대명사가 되었던 넷플릭스는 그야말로 시장의 승자였고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대장’이었다. 주가 분석에 관한 한 가장 많고 좋은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Seeking Alpha에서 2011년 2월 당시 240달러 정도였던 넷플릭스 주가는 너무 올랐으니 Short 포지션을 취할 때라고 주장했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을 비웃기라도 하듯 주가는 계속 상승했고, 2011년 7월 8일에는 300달러를 찍었다. 그 후, 주가가 약간 꺾여 7월 26일에 260달러 정도 되었을 때 쯤 또 읽은 글이 있다. Valuentum이라는 회사에서 제공한 자료였는데, DCF (Discounted Cash Flow) 모델을 이용해서 넷플릭스의 적정 주가를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당시 넷플릭스 주가는 말도 안되게 고평가되었으며, 190달러도 아주 낙관적인 주가일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 이후 몇 달간, 넷플릭스 주가는 순식간에 떨어졌고, 2011년 10월 말 경에는 100달러 미만까지 내려앉았다.

둘째, 영화와 드라마 판권을 가진 회사들이 가격을 일제히 올리면서 넷플릭스가 심한 재정적 부담을 안았다. 넷플릭스가 ‘너무’ 잘 나가던 2011년 상반기, 소니, 컬럼비아, 워더 브라더스, MTV, Starz, 디즈니 등 ‘컨텐트’를 소유한 회사들은 배가 아팠을 것이다. 넷플릭스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동안 미미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치게 싼 가격에’ 계약을 했었는데, 넷플릭스가 모든 사람들의 추앙을 받자, 자기들은 영화를 너무 싸게 내주었다며 후회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힘은 컨텐트를 소유한 쪽에 있다. 2년의 계약이 만기되어 2011년 7월에 재계약을 할 때가 되자 그들은 가격을 10배 가까이 크게 올렸다. 그 이전에 Starz는 넷플릭스와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었다. 넷플릭스가 물론 아주 많은 고객을 보유한 힘이 센 회사이기는 했지만, 컨텐트를 가진 입장에서 봤을 때는 아마존, 애플 등 스트리밍 비디오를 제공하는 많은 회사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들이 컨텐트를 주지 않겠다고 하면 넷플릭스의 입지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셋째, 경쟁이 너무 치열해졌다. 2010년 경, 넷플릭스가 먼저 치고 올라간 스트리밍 비디오 시장이 너무 뜨거워지고, 미국인들이 갑자기 컨텐트를 소비하는 행태를 바꾸는 것을 본 경쟁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큰 자본을 가진 아마존과 애플이 공격적으로 시장에 나섰고, 구글도 진출했다. 사람들의 시간 소비 행태를 바꾼, 혜성처럼 등장한 또 하나의 서비스는 Hulu였다. 넷플릭스가 영화광들을 위한 것이라면 Hulu는 드라마광들을 위한 것이었다. 넷플릭스를 통해 온라인으로 비디오를 보는 것의 편리함을 깨닫고 인터넷 망을 더 빠른 것으로 업그레이드해둔 미국인들에게, Hulu는 아주 빠른 속도로 침투해 들어갔다. 넷플릭스와 훌루, 제공하는 컨텐트는 달랐지만 둘은 ‘결국 TV 시청 시간’을 놓고 경쟁한 것이다.

훌루(Hulu) 유료 가입자 증가 추이 (출처: Worldtvpc.com)

이런 상황에서 2011년 2월에 등장한 아마존 프라임 인스턴트 비디오는 넷플릭스에게 큰 타격이었다. 갑자기 아마존이 소니 등의 회사와 계약을 맺은 후, 무려 5000개에 달하는 영화 타이틀을 프라임 멤버들 모두에게 공짜로 제공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나도 궁금해서 그 때 바로 들어가서 봤는데 넷플릭스만큼은 되지 않았지만 볼만한 영화가 꽤 있는데다, 어차피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이나 타이틀 대부분이 옛날 영화인 건 마찬가지라서 이대로 가면 넷플릭스 가입을 해지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다 (실제로 그 이후 몇달간 넷플릭스를 해지했었다). 매달 $15씩 내는 넷플릭스는 해지할 수 있지만, 일년에 $79달러인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은 ‘이틀 무료 배송’의 이점 때문에 절대 해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아마존은 Fox, MGM, 파라마운트 등과 잇달아 계약을 하면서 가공할만한 넷플릭스의 경쟁자가 되었다. 충성도 높은 방대한 고객을 이미 보유하고 있었던 아마존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편, Amazon은 옛날 영화 뿐 아니라 최신 영화도 함께 제공함으로써 (물론 이러한 영화들은 공짜가 아니다. 편당 $3.99 또는 $4.99를 내야 24시간동안 대여해서 볼 수 있다.) 넷플릭스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나은 서비스로 올라섰다. 최근엔 Verizon이 Walmart가 인수한 Vudu 등도 넷플릭스와 경쟁하고 있다.

연 $79.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의 혜택.

나는 케이블 TV 가입을 하지 않은 대신 넷플릭스, 아마존, 훌루 모두 유료 회원 가입을 해서 쓰고 있다. 그 중 하나를 끊는다면? 글쎄, 일단 앞서 이야기했듯 아마존은 프라임 멤버십때문에 끊을 수가 없다. 훌루는 드라마를 보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끊을 수 없다. 결국 하나를 끊는다면 넷플릭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넷째, 갑작스럽게 상승한 컨텐트 라이센스 비용에 당황했던 것일까? 넷플릭스가 2011년에 몇 번의 무리수를 두었다. 그 중 사람들의 가장 큰 원성을 샀던 결정은 2011년 7월 12일에 DVD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분리하면서 가격을 한번에 무려 60% 가까이 올린 것이다. 당시 무제한 DVD + 스트리밍이 월 $9.9였는데, 새로운 가격 정책에 따르면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무려 월 $15.98을 내야 했다. 월 $10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긴 것은 좀 무리가 아니었던가 싶다. 한 끼 점심식사 가격 정도인 $9.9는 별 것 아닌 돈으로 느껴지지만, $15.98이라고 하면 갑자기 저녁 식사 가격이 되면서 꽤 큰 돈으로 느껴진다. 그 때 사무실에서 점심 먹으며 동료들과 넷플릭스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 다들 갑작스러운 가격 인상에 화가 나서 넷플릭스 없어도 산다며, 어차피 괜찮은 영화는 많이 본 상태라 질리기 시작했는데 마침 잘 되었다며 넷플릭스 멤버십을 해지하겠다고 했었다.

넷플릭스의 가격 변화. (출처: www.ipadjailbreak.com / 2011. 7. 12)

두 번째 무리수는 2011년 9월 19일에 있었던, DVD와 스트리밍을 각각 다른 웹사이트로 완전히 분리하겠다고 했던 결정이었다. DVD 렌탈만 하는 웹사이트에는 Qwikster라는 아주 어색한 이름이 붙었다. 한 곳에서 쇼핑하며 최신 영화는 DVD로, 옛날 영화는 스트리밍으로 보던 것을 즐기던 사용자들에게는 너무나 혼란을 주는 결정이었다. 사실 난 당시의 결정을 지지했었다. 넷플릭스는 굴뚝 산업인 블록버스터를 대체했지만, 그 자신이 또 커다란 혁신을 하지 않으면, 스트리밍 비디오의 시대에서 자신이 굴뚝 산업으로 되어 버릴 위험이 다분했다. 이른바 이노베이터의 딜레마(Innovator’s Dilemma)이다. 스스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하지 않으면 경쟁자가 결국 파괴하는 것이 숙명이다. 넷플릭스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혁신의 딜레마를 어떻게든 해소하고 싶었을 것이다.

잠시 등장했다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브랜드, Qwikster.

그런 과감한 결정은 칭송할 만했으나,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너무 갑작스럽게 결정을 내린 것은, 넷플릭스, 그리고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의 자만이 아니었나 싶다. 당시에 넷플릭스에서 이따금씩 충격적(?) 이메일이 날아왔던 기억이 있다. 바로 다음 달부터 가격을 60% 올리겠다고 하는가 하면, 갑자기 DVD를 분리해서 Qwikster라고 이름붙이겠다고 하더니,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Qwikster의 분리는 완전 백지화하겠다는 이메일을 또 보냈었다. 넷플릭스에 대해 대단한 충성도를 가지고 있었던 고객들이었지만, 그들은 놀라울만큼 쉽게 등을 돌렸고 (나 역시도), 그 후 2011년 10월 25일엔 무려 80만명의 미국 가입자를 잃었다고 발표했다.

그렇게 해서 오늘에 이르렀다. 오늘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내 가입자 수는 2,460만에서 2380만으로 다시 80만명이 감소했고, Churn rate (고객 감소율)은 3개월 전 4.2%에서 6.3%로 크게 상승했다. 해외 시장 진출에 따른 비용 때문에 다음 분기 예상 실적도 그렇게 좋아 보이진 않는다. 그 결과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나는 아직 넷플릭스와 그들의 문화, 그리고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가진 비전을 믿는다. 지난 1년을 돌이켜봤을 때, 좀 더 신중했더라면 몇 가지 잘못된 결정을 막을 수는 있었겠지만, 그렇게 했더라도 결국은 지금의 상태에 오지 않았을까? 아마존과 구글, 애플이 끝없이 노리고 공략하는 시장에서 이정도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DVD 대여 시장의 빠른 쇠퇴를 예상하고 발빠르게 스트리밍 비디오 시장에서 선두가 된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 그건 감히 예측할 수 없다. 승자와 패자가 끝없이 오고 가는 실리콘밸리, 그 안에서 새로운 스토리가 쓰여지는 것을 흥미롭게 지켜볼 뿐이다.

Google+, 페이스북과 차별되는 점들

1년동안 구글이 야심차게 준비한 Google+가 엊그제 발표되어 이틀째 써봤다. 구글에게는 이 서비스의 성공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구글 매출의 97%가 광고에서 나오고 있는데(주: GigaOm), 얼마전 페이스북의 디스플레이 광고(배너 광고 등) 매출이 얼마 전에 야후를 앞지르고 1등이 되었고(주: CNET), 앞으로도 구글보다 월등히 자세하고 정확한 사용자 정보를 가진 페이스북이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점차 큰 역할을 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팬페이지를 사용하기 시작한 후 페이스북이 가진 정보의 힘을 실감하고 있다).

발표된 첫 날, 구글 직원 한 명당 10개씩의 초대장을 보낼 수 있었는데, 첫 날 초대를 받아 (Thanks! @mickeyk) 바로 사용해보기 시작했다. 여기 간략히 첫 인상을 정리해본다.

1. 유저 인터페이스(UI)가 깔끔하다.

깔끔한 Google+ 화면. 페이스북과 좀 비슷하다고 느끼지만, 사실 그 전에 나온 다른 소셜 네트워크들도 대부분 이렇게 생겼다.

혹자는 ‘구글 답지 않게’ 예쁜 UI라고들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깔끔함’을 추구하는 Google의 다른 디자인과 유사하지만, 상당히 다이내믹한 Circle 페이지는 구글의 다른 제품들과는 차별된다.

2. 빠르다.

아직은 월간 사용자 수가 7억 5천명에 이르는 페이스북과는 비교도 안되게 적은 수의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첫눈에 빠르고 쾌적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Ajax 기술은 참으로 놀랍다. 이게 HTML 맞나? 플래시 아닌가? 라고 생각할 정도로 애니메이션이 많이 들어가 있으면서도 속도가 빠르다.

친구 관리 화면. 친구 사진을 드래그해서 아래쪽 동그라미에 갖다 놓으면 그 그룹에 친구가 추가된다. 빠르고 쾌적하다.

3. 구글의 다른 서비스들과 잘 통합되어 있다.

안드로이드 OS를 쓰면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이번에도 구글이 가진 정보와 장점들을 잘 활용하고 있다.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었지만, 이미 많은 정보가 입력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 옮겨탈 때 생기는 스위칭 코스트(switching cost: 서비스를 교체할 때 들게 되는 시간적, 경제적 비용)를 최소화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1) 예를 들어, 내 gmail의 연락처 정보를 구글이 다 가지고 있는데다, 누구와 이메일을 많이 주고받는지, 누구와 최근에 이메일을 주고받았는지 등의 정보를 구글이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래와 같이 끊임 없이 친구 추천을 해준다.

2) 나같은 경우는 전부터 사진 관리를 피카사(Picasa)로 해오고 있었는데, Google+에  따로 사진을 올릴 필요가 없이 피카사 웹 앨범이 여기 그대로 표시되고 사람들이 덧글을 달 수 있다.

3) 구글이 전부터 ‘구글 프로필‘을 홍보하고 이를 검색 결과에 보여주기 시작하기에 나도 하나 만들어둔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Google+ 가입하고 나니 그 정보가 그대로 들어가서 굳이 내가 따로 입력해야 하는 정보가 많지 않았다.

구글 프로필(Google Profile)에서 자동으로 가져온 정보. 굳이 프로필을 건드릴 필요가 없다.

4. 페이스북의 불편함을 개선했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페이스북이지만, 불편한 점은 있게 마련이다. 사실 Google+를 쓰기 전까지는 그게 불편한 것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걸 써보고 나니 페이스북은 이런 점이 불편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시 써보고 비교해봐야 전에 쓰던 것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게 된다. 곧 페이스북이 이런 점들을 개선하게 되지 않을까? 아래 몇 가지 발견한 것들이다.

1) Notification(공지) 관리가 쉽다. 업데이트가 있었다는 사실이 브라우저 오른쪽 위에 뜨는데, 이를 클릭하면 아래와 같은 화면이 나온다.

여기서 해당 Notification을 클릭하면, 페이스북에서처럼 새로운 페이지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 창에서 그대로 아래와 같이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작은 차이이지만, 화면 전환이 없으므로 보다 쾌적하고 가벼운 느낌이 든다.

2) 새로운 내용을 올릴 때 어떤 어떤 그룹과 공유가 되게 할 지를 그 때마다 선택할 수 있다. 내가 보기에 페이스북과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점이다. 어떤 내용은 고등학교 친구들과만, 어떤 내용은 가족과만, 어떤 내용은 동네 친구들과만, 어떤 내용은 그 모두와 공유… 이렇게 하기가 참 쉽다.

Google+에서는 새로운 내용을 올릴 때 어떤 그룹들과 공유할 지 매번 결정할 수 있다.

아래, 페이스북의 업데이트 화면을 보면 차이를 알 수 있다. 페이스북에는 특정 그룹의 친구나, 예를 들어 ‘가족에게만 공유’하는 기능이 따로 없다. 그렇게 하고 싶으면 매번 설정(Customize)을 해줘야 한다.

페이스북에서는, 포스팅할 때 여섯 가지 옵션을 선택해서 어떤 범위로 공유할 지 결정할 수 있지만, Google+에 비해 제한적이다.

3) 원하는 그룹의 업데이트만 선택적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Friends’를 선택하면, 친구들의 업데이트만 보이고, ‘Family’만 선택하면 가족들이 올린 업데이트만 보인다. 역시 페이스북과 크게 차별화되는 점이다. 페이스북에서는 이런 설정을 할 수가 없어서 불편했었다. 물론, 페이스북에서는 보다 지능적인 방법을 써서, 나와 가깝고 내 친구들과 가까운 사람들이 더 위로 올라오긴 하지만.

Stream에서 Friends만 선택한 결과. 친구들의 소식만 따로 볼 수 있다.

한편, Google+에서 친구들 그룹 관리하는 기능이 너무 편리해서 페이스북에도 이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Google+가 발표되자마자 즉시 만들어진 사이트가 있다. CircleHack.com을 쓰면 똑같은 인터페이스로 페이스북 친구들을 관리할 수 있다. 이걸 보니, 처음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건 어려워도 이를 보고 그대로 따라만드는 건 참 쉽다는 걸 알게된다. 구글에서 오랫동안 고민해서 만든 인터페이스일텐데..

http://www.circlehack.com. 구글+를 보고 나서 한 페이스북 직원이 네시간만에 뚝딱 만들어냈다고 한다.

매일 매일 많은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Google+에 가입해서 나를 자신의 그룹에 추가하고 있다. 처음엔 거의 활동도 없더니 친구들이 업데이트를 하기 시작해서 이제 어느 정도 활동도 보인다. 처음 시작이 이 정도라면 나무랄 데 없이 잘 만든 서비스인데, 과연 성공할까? Google Buzz나 Google Wave에서도 처음엔 왕성한 활동을 보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직은 뭐라 예측할 수가 없다. 아직은 그저 사람들에게 ‘새로운 장난감’, ‘새로운 배울거리’가 생긴거고, 많은 사람들이 시도해보고 있는 단계이다. 페이스북을 이길 수는 없을지라도 일단 적어도 10%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다면 구글 입장에서는 선전한 게 아닐까? 어쨌든, 페이스북이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는 글로벌 소셜 네트워크 시장에서, 그와 충분히 대적할 만한 기능을 갖춘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가 생겨났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구글은 이제야 기능면에서 페이스북을 따라가고 있는 정도이지만, 2000명의 직원을 가진 페이스북이 가만히 멈춰 있지 않으리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깜신님의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블로그 트윗, 그리고 그 후

지난번 ‘한국 인터넷에서 잘못 끼워진 첫 단추, 그 이름은 네이버‘라는 글의 링크를 트윗에 올렸다가 순식간에 수많은 리트윗이 일어나면서 며칠만에 수만 명에게 글이 전달되어 깜짝 놀라 후기를 쓴 적이 있는데, 이번에 유사한 일이 또 있어 여기 정리해본다. 트위터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는 사건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트윗에서 우연히 ‘의사 깜신(@jinmedi)’님의 글을 하나 발견했다. 글의 제목은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이다. 지금까지 무려 350만명이 다녀간 그의 블로그를 친구가 찾을 수 없다고 하기에 본인이 직접 몇 개의 검색 엔진에서 비교 실험을 해 보고 네이버의 블로그 검색 품질이 얼마나 떨어지는가, 그리고 그것이 왜 문제인가를 지적한 글이다.

깜신님의 블로그에서 인용

나도 마침 이 문제로 답답해하고, 최근에 실험도 몇 번 해본 적이 있었다. 예를 들어 김현유님이 최근 블로그에 올린 글, “2년만에 돌아본 소셜웹“을 검색해 보았는데 구글에서는 원문이 첫 번째 링크에 정확히 뜨는데다, 나머지 링크들도 김현유님의 블로그 주소를 보여주는 반면에 네이버에서는 글을 아예 찾아내지 못했다.

구글 검색 결과 (직접 보세요)

'2년만에 돌아본 소셜웹'으로 구글에서 검색한 결과: 글의 원문이 담긴 링크와 원 저작자의 트위터 링크가 뜬다.

네이버 통합검색 결과 (직접 보세요)

'2년만에 돌아본 소셜웹'으로 네이버에서 검색한 결과: 아무 것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엉뚱한 결과만 나온다.

그러던 때에 발견한 글이라 공감이 많이 되어 아래와 같이 이 글의 링크를 트윗했다.

그리고 나서 회의가 있어 들어갔는데 계속 리트윗이 되면서 폰이 울려 무슨 일인가 했다.. 1시간 후 회의실에서 나와 확인해보니, 무서운 속도로 트윗이 퍼지고 있었다. 1시간만에 올라 온 100여개의 리트윗과 1600번의 클릭.

그로부터 10시간이 지나자 400번이 넘게 리트윗되었고 5336회 클릭이 일어났다.

'네이버 검색창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이라는 깜신님의 블로그 링크 클릭 횟수

리트윗과 트위터 reply를 다 읽어보았는데, 그 중 눈에 띄었던 것들을 이 글의 제일 아래에 소개한다. 전체 리스트는 Topsy에서 볼 수 있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반응, 구글이나 다음을 이용해야겠다는 반응, 원래 알고 있었지만 다시 보니 더 심각하다는 반응 등 다양했는데,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paro_c님의 트윗이었다.

심한말로 네이버는 장물애비인게죠. 불펌자료를 자랑스럽게 내놓고 파는

검색엔진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난 이게 정말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원본을 찾아주도록 애를 써야 하는데, 원본을 찾지는 못하고 그 대신 찾는다는게, 원 글을 퍼다가 나른 블로그나 카페들이라는 사실이다. 왜 이게 그렇게 문제가 될까? 나중에 따로 글로 설명하겠지만, 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원저작자에 대한 존중과 보호의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렇게 원본을 찾아내지 못하는 네이버를 우리나라 국민의 60%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좋은 글을 쓰고 좋은 컨텐츠를 생산하는 대신, 남이 만든 것을 가져다가 자기 것인양 블로그와 카페를 꾸미는 사람들이 오히려 트래픽을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네이버의 블로그 검색 엔진이 있다.

내 블로그도 역시 네이버에서는 검색이 안된다. 그 동안 제목으로 여러 번 검색해 보았으나 한 번도 제대로 잡힌 적이 없었다. 그냥 그러려니 하다가, 깜신님의 블로그를 읽고 나도 네이버에 블로그 등록을 해보기로 했다. 등록 후 하루가 지나서 아래와 같은 이메일을 받았다.

내 블로그를 등록한 후에 네이버에서 받은 이메일

그로부터 7시간이 지난 후 검색해 보았다. 여전히 검색 결과에 안나온다. 내 글을 인용한 다른 글이 첫 번째 링크로 뜨고 있다.

블로그 제목으로 검색한 결과

아직 12월 1일이 지나지는 않았으니 하루 더 기다려봐야겠지만, 이렇게 자기의 블로그를 일일이 등록해야 하고, 그 때마다 회사 고객 센터 직원이 수동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니 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국에 블로그가 수만, 수십만개인데, 이런 식으로 일일이 등록해야 한다는 뜻인가? 왜 이걸 알아서 찾아주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400여개의 리트윗 중 눈에 띄었던 것들을 아래에 정리했다.

@flycyj RT @leftwin: 네이버 짜증나서 안쓴다는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한 번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이 분이 해주셨네요. 다음 검색 품질이 좋은 듯. 앞으로 한글 검색 …
@paramita37 어제 네이버 검색 관련 트윗이 눈에 많이 띄던데 지금 확인해보니 네이버 정신 차려야겠더군요. 네이버 검색창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 해 황당 http://jinmedi.tistory.com/243
@armorcaptin 몰랐던사실하나 추가요. RT. “@PINGiDEA: 이 사실이 네이버에 닿기를~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한 번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이 분이 해주셨네요”
@bequette81 개이버가 괜히 개이버가 아님;;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한 번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이 분이 해주셨네요. 다음 검색 품질이 좋은 듯. 앞으로 한글 검색은 다음에서 해야겠어요.
@picsel100 퍼간글이 원본으로 뒤바뀌는 네이버의 행태는 예전부터 유명하지요.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다음 검색 품질이 좋은 듯. 앞으로 한글 검색은 다음에서 해야겠어요.
@outofbrain31 전에 블로터발 네이버 홍보 글도 어이가 없었는데, 핵심은 ‘반영 타이밍’이기 때문. 그걸 상쇄하지 못하는 알고리즘으로 그짓을 하니까 엉터리 랭킹, 펌글 조장인 거다. “@sungmoon: 네이버의 폐쇄성 http://goo.gl/UnG3C ” #fb
@whchoi83 문제가 크군. 이 정도일 줄은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한 번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이 분이 해주셨네요. 다음 검색 품질이 좋은 듯. 앞으로 한글 검색은 다음에서 해야겠어요.
@happygeo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색창 구글을 띄우면 다들 엄청 잰체한다는 눈 빛. RT @internetmap: RT @kimsanguine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n0lb00: 다음애용중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한 번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이 분이 해주셨네요. 다음 검색 품질이 좋은 듯. 앞으로 한글 검색은 다음에서 해 …
@mrtrendwatcher 사실 이게 현재 네이버의 경쟁력이자 향후 발목을 잡을 요인입니다. 네이버 검색알고리즘을 아는 전문업체들이 광고글을 블로그,지식인,카페검색 상단에 밀어올리고있죠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http://goo.gl/UnG3C
@engyunah RT @ohyeonho: 네이버 이 정도면 참 치졸 RT @PINGiDEA: 이 사실이 네이버에 닿기를~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한 번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이 분이 …
@cybernsi RT @PINGiDEA: 이 사실이 네이버에 닿기를~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한 번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이 분이 해주셨네요
@silverdotji 네이버 정말 폐쇄적이다 못해 양심이 없어 보이네요.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한 번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이 분이 해주셨네요.
@jhoongo 다시 한번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을 얘기한 블로그.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한 번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이 분이 해주셨네요. 다음 검색 품질이 좋은 듯.[…]
@hee5 뉴스는 몰라도 검색은 더 괜춘할줄 알았는데-_-;RT @jvix: 허접엔진+수동시스템인지라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한번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이분이 해주셨네요
@jvix 허접엔진+수동시스템인지라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한 번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이 분이 해주셨네요. 다음 검색 품질이 좋은 듯. 앞으로 한글 검색은 다음에서 해야겠어요.
@kangseokho 네이버 안간지 이미 오래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j.mp/gcQ7wZ 한 번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이 분이 해주셨네요. 다음 검색 품질이 좋은 듯. 앞으로 한글 검색은 다음에서 해야겠어요.
@m30023002 네이버 검색만 하던1인입니다! 할말이없다는;;; RT @Plan2F: 깜신의 작은 진료소 :: 네이버 검색창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 해 황당 http://2u.lc/xLZ
@sangriaz 전 항상 구글 🙂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한 번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이 분이 해주셨네요. 다음 검색 품질이 좋은 듯. 앞으로 한글 검색은 다음에서 해야겠어요.
@yunkimchoi 흥!!! NHN얄밉쟁이들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한 번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이 분이 해주셨네요. 다음 검색 품질이 좋은 듯. 앞으로 한글 검색은 다음에서 해야겠어요.
@dangsaja 이런걸 최후의 발악이라고들 하죠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한 번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이 분이 해주셨네요. 다음 검색 품질이 좋은 듯. 앞으로 한글 검색은 다음에서 해야겠어요.
@punker1998: 시작페이지 다음으로 바꿔야겠습니다.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chaecopy 오늘 아침 방가운 내용의 트윗이 알튀되고 있다! 편파적이고 멍청한 네이버 검색!! http://j.mp/gjGI9B 하긴 그런 사실을 알고 있던 난, 네이버 검색에 걸리기 싫어 워드프레스에 백업블로그를 만들었다능 ^^
@senjuny 네이버가 이정도 일줄이야 .. 1등이 언제까지 가나 ..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한 번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이 분이 해주셨네요”
@paro_c 심한말로 네이버는 장물애비인게죠. 불펌자료를 자랑스럽게 내놓고 파는 RT @murianwind: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한 번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이 분이 해주셨네요.
@beautiful_panda 생각한것보다 심각하다능/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한 번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이 분이 해주셨네요.
@kwongoon 시장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한 번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이 분이 해주셨네요. 다음 검색 품질이 좋은 듯. 앞으로 한글 검색은 다음에서 해야겠어요.
@labon58 괘씸해서 첫페이지 다른데로 바꿨음 RT @MyTableSheet: 흠. 안되겠네요 네이버.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한 번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이 분이 해주셨네요.
@dakcher 정책이라기보다 검색엔진의 한계라고 봅니다 기술차이죠@Fred_Y: 안타깝네요.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한 번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이 분이 해주셨네요. 다음 검색 품질이 좋
@choihocom 공감 100만배 RT @coreacom: 못보신분들 함 읽어보셔요.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한 번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이 분이 해..
@atomaths 사용자의 의도는 안중에도 없는 네이버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한 번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이 분이 해주셨네요. 다음 검색 품질이 좋은 듯. 앞으로 한글 검색은 다음 (줄임)
@coolo_kang 네이버도 과거의 성공에 안주해서 천천히 쇠락하고 있는 전형적인 기업 스타일임..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한 번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 http://dw.am/LFh8h
@sogma1 그래서 네이년 안쓴지 오래됐습니다. RT @coreacom: 못보신분들 함 읽어보셔요.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한 번 실험해보고 싶… http://dw.am/LFh2M
@yurika91 어쩐지 결과에 안뜨더니 이랬군요…RT @PINGiDEA: 이 사실이 네이버에 닿기를~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한 번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이 분이 해주셨네요
@qhtjs3316 그래서 별명이 네이년!! RT @ohyeonho 네이버 이 정도면 참 치졸 RT @PINGiDEA: 이 사실이 네이버에 닿기를~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한 번 실험해보
@minorblend 내부 컨텐츠-주로 지식인- 폐쇄성 갖고 말들 많지만 진짜 문젠 이런거 아닐까요. 물론 일례가 전체를 대변하진 못하나 예전에 다른분 사례도 있고.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leewonki83 구글쓰세요~제일 나아요ㅎ 포털은 지 입맛데로 검색이 나오니원ㅋ RT @PINGiDEA: 이 사실이 네이버에 닿기를~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한 번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royes 네이버검색을하다보면 뉴스빼고 네이버 안에서만 도는 느낌.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한 번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이 분이 해주셨네요. 다음 검색 품질이 좋은 듯. 앞으로…
@typ_master 오홋!! 주목할 만한 내용이네요. RT @PINGiDEA 이 사실이 네이버에 닿기를~ RT @sungmoon: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한 번 실험해보고 싶었는데 이 분이 해주셨네요
@winimage 이런 @sungmoon 님의 트윗하나가 구시대적 검색시장의 나비효과가 되기를 바라며 RT 네이버 검색의 폐쇄성, 지나치다 못해 황당 http://goo.gl/UnG3C 다음 검색 품질이 좋은 듯. 앞으로 한글 검색은 다음에서 해야겠어요.

고객(Customer)이 아닌 관객(Audience)을 모으는 것이 진짜 마케팅

미국은 인터넷이 느리기로 유명하다. 부유한 나라이지만 이런 데서는 뒤쳐져있다. 한국에서 “광랜” 같은 빠른 인터넷을 즐기다가 미국에 도착하면 오면 처음엔 기술 후진국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역시 한국이 최고구나, 미국은 선진국이라 뻐기지만 이런 데서는 한참 뒤져 있구나’ 하며 으쓱해하곤 했다. (하지만 그것이 가져오는 이점도 있다. 예를 들면 Gmail에서 쓰기 시작해서 유명해진 Ajax (Asynchronous Javascript and XML) 기술은 우리나라처럼 인터넷이 빨랐다면 굳이 연구에 연구를 해서 탄생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아직도 우리나라 웹사이트 중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즉, ‘환경의 제약’이 ‘기술의 혁신’을 불러 온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설명해 보겠다.)

구글이 약 한달 전 (2월 10일) 재미난 (그리고 조금은 생뚱맞은) 계획을 발표했었다. 즉, 인터넷 망 속도가 전체적으로 느린 미국에서 기존보다 100배 빠른 광통신을 깔아보겠다는 것이다. 기존 경쟁자와 비슷한 가격으로, 50,000명 정도에게 먼저 제공을 해보겠다는 아이디어였다. 얼핏 보면 구글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업이다. 소프트웨어 회사가 인터넷 망 사업에 진출하겠다니 생뚱맞지 않은가? 이런 일을 왜 하려고 할까? 그들이 밝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Next generation apps: We want to see what developers and users can do with ultra high-speeds, whether it’s creating new bandwidth-intensive “killer apps” and services, or other uses we can’t yet imagine.
* New deployment techniques: We’ll test new ways to build fiber networks, and to help inform and support deployments elsewhere, we’ll share key lessons learned with the world.
* Openness and choice: We’ll operate an “open access” network, giving users the choice of multiple service providers. And consistent with our past advocacy, we’ll manage our network in an open, non-discriminatory and transparent way.

간략히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요구하는 차세대 application을 개발하기 위한 기반 제공
* 광통신을 설치하는 새로운 기법 연구
* Open access: 현재 미국 인터넷 케이블망은 지역별로 할당되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사는 곳에서는 Comcast에서 제공하는 케이블 망과 AT&T에서 제공하는 ADSL 망이 유일한 두 가지 인터넷 연결 채널이라 가격이나 품질이 맘에 들지 않더라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구글이 이걸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구글이 다음 세대 킬러 앱(killer app)으로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어서인지, 앞으로 그런 게 탄생하려면 빠른 인터넷 속도가 도움이 되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걸 한 번 해보겠다고 하면서 관심 있는 지역 사회, 지역 정부 등은 연락을 달라고 했다.

그로부터 한달여가 지났다. 어제 (3월 26일)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600개의 지역 사회가 지원을 한 것을 비롯해서 총 190,000건의 요청이 들어왔다. 아래 도표는 어디서 응답이 왔는지 보여준다. 작은 원은 지역 정부의 요청이 들어온 곳을 표시하고, 큰 원은 1,000명 이상의 주민이 설치해 달라고 요청한 곳을 표시한다.

출처: http://www.google.com/appserve/fiberrfi

Google 광케이블을 자기 지역에 유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심지어 비디오를 만들어 Youtube에 올린 곳도 있는데, 너무 재미있으니 한 번 보시기 바란다. 노래까지 만들었는데 멜로디가 상당히 좋다.

위 동영상에서 가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Because of you there is no limit to all the things that i can do. Now that I find you thank you, Google fiber.” (당신 덕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제한이 없어요. 이제 당신이 고맙다는 걸 알겠어요. 고마워요, 구글 파이버)

또다른 Youtube 비디오가 있다. 이번엔 조금 우스꽝스러운데, 그래도 묘한 매력이 있다.

참 재미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듯이, 회사가 사람들에게 수천, 수억원의 광고비와 영업비를 써 사며 “우리 제품을 써주세요. 자, 우리 제품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이러이러한 기능을 갖추었으며 경쟁사 제품보다 값은 더 저렴할 뿐더러 브랜드 인지도도 높으며…”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잠재 고객이 “우리한테 와주세요. 플리즈. 우리는 더 재미있는 사람들이고 우리가 더 간절히 원하고 있으니 우리 동네에 설치해 주세요.”라고 이야기하는 식이니 말이다.

구글의 이번 성공을 요약하며 쓴 블로그에서 나는 다음 문장을 가장 인상깊게 읽었다.

Of course, we’re not going to be able to build in every interested community — our plan is to reach a total of at least 50,000 and potentially up to 500,000 people with this experiment. Wherever we decide to build, we hope to learn lessons that will help improve Internet access everywhere.

물론, 우리 계획에 관심을 보이는 모든 커뮤니티에 설치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계획은 적어도 50,000개의 커뮤니티에 설치해서 최대 500,000명에게 서비스를 해보는 것입니다. 어디다 짓게 되든지, 거기서 교훈을 배우게 될 것이고, 그것이 미국 전역의 인터넷 접속 품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곳 저곳에 일단 지은 후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여 고객을 늘려나가겠다는 접근법이 아니다. 실험적으로 몇 지역을 선정하여 설치하고 난 후, 거기서 교훈을 배운 후에 더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구글이 가진 돈이라면 (구글이 가진 현금성 자산은 2009년 9월 30일 기준으로 $22 billion, 약 25조였다. []), 먼저 거액의 돈을 들여 컨설팅 회사의 자문을 받고 여러가지 리서치를 통해 위치를 선정하고, 그 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수백억을 써서 TV광고를 하며 가입자를 늘려나가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게 대부분의 회사가 쓰는 방법이고 오랫동안 검증이 되어 온 방법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일단 블로그를 통해 그런 일을 하고자 하는 취지를 설명한 후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고객이 아닌, 관객을 모았다. 보통의 방법이라면 수십, 수백억이 들었을 일을 돈 한 푼 안들이고 이뤄낸 것이다. 들인 돈이라고는 블로그에 글 한 편 쓰기 위해 들인 시간 비용이 다라고 할 정도이다.

James Kelly, Product Manager at Google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구글’이라는 추상적인 회사가 아니다. 구글에 입사해서 일하고 있는 똑똑한 사람들이 얼마나 똑똑하게 일을 하는가이다. 그 중 한 명이 Google의 Product Manager인 James Kelly인데, 그의 프로필을 찾아보니 (이렇게 쉽게 프로필을 찾을 수 있어서 나는 LinkedIn을 자주 이용한다), 구글에 입사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사람이었다. (구글의 짧은 역사를 생각하면 이정도도 나름대로 오래된 것이기는 하지만)

LinkedIn에서, 그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Product manager, engineer and technologist experienced in optical, broadband, and internet technologies, access, core and cloud networks. A 14 year career in high tech spanning a global Telco carrier (BT), a start-up service provider (Adevia), international and domestic business at a silicon valley technology vendor (Terawave) and global internet service and search (Google).

즉, British Telecom이라는 글로벌 텔레콤회사, Adevia라는 벤처, Terawave라는 벤더에서 일하면서 이 분야에 14년 경력을 쌓아 온 후 Google의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앞으로 이 사람이 이 제품의 방향을 어느 쪽으로 이끌어나갈 지 기대가 된다.

많은 회사들이 고객에 초점을 맞추며 어떻게 하면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모을까 고민하면서 오늘도 마케팅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필요 없다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고객을 ‘고객’이 아닌 ‘관객’으로 보는 사고의 전환이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을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억지로 제품을 끼워 팔고, 제품을 한 번 사면 2년간 묶어 두고… 이것은 고객을 모으는 행위이다. 연주자 또는 성악가가 관객을 모을 때는 그런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진심으로 감동시키고, 그들에게 감성적 가치를 제공해야 관객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관객을 유지하기 위해서 연주자는 다음 공연을 정성으로 준비하면서 한편으로 방송 등에 출연하며 인간적인 면모를 알릴 것이다. 또한 그들과 1:1로 소통하기 위하여 순회 공연을 하고 팬 사인회 등을 할 것이다. 공연에 감동한 관객들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자기 친구들, 가족들에게 자신이 받은 감동을 나눈다. 그러면 또 새로운 관객이 생겨난다. 마치 트위터에서 RT를 받으면 그만큼 follower 수가 늘어나듯이 말이다.

고객(Customer)이 아닌 관객(Audience)을 모으는 것, 그것이 진짜 마케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