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본 한 권의 책과 두 편의 영화

오늘은 메모리얼 위켄드(Memorial Weekend, 미국의 현충일에 해당하는 공휴일)의 마지막 날이다. 주말동안 읽었던 책 한 권과 봤던 다큐멘터리 두 편에서 받은 교훈과 감동을 글로 나누고자 한다.

1. Tell to Win (텔 투 윈)

피터 구버의 텔 투 윈 (이기기 위해 이야기하라)

전 소니 픽쳐스 CEO였고, 현재 만달레이 엔터테인먼트 그룹의 CEO인 피터 구버 (Peter Guber)가 쓴 책이다. 영화 레인맨, 배트맨 등을 연출하기도 했던 사람이다. 얼마 전에 Fast Company의 기사를 보다가, “Why Storytelling Is The Ultimate Weapon (왜 스토리텔링이 최고의 무기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인상 깊게 읽었는데 거기서 자세하게 소개되었길래 알게 된 책이다. 워낙 유명한 사람이 쓴 책이기도 하고, 아마존 리뷰가 정말 좋은데다, 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이 추천했고, 무엇보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스토리텔러 사업가이자 ‘딜리버링 해피니스’의 저자 Tony Hsieh가 추천서를 썼길래 이번 주말을 투자해서 읽기로 했었다. 사람은 데이터에 의해 설득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에 의해 설득되고, 움직인다는 것이 책의 골자이다. 피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많은 예와 함께 소개되고 있어,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그것이 왜 중요하고,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블로그를 통해 내가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사실’이 아닌 ‘스토리’였고, 사실 전달보다는 스토리 전달이 훨씬 파급 효과가 크고 강력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에 책 내용에 더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책을 통해 깨달은 점에 대해서는 다음 블로그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려고 한다.

인터넷 서점에서 찾아봤는데 한국어 번역은 안나와있는 것 같다. 2011년 3월 9일자 전자신문에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이라는 제목으로 요약된 기사가 있다. 그리고 매일 경제 독서 클럽에도 내용이 간략히 정리되어 있다.

2. Out of the Wild: The Alaska Experiment (아웃 오브 더 와일드: 알래스카 실험)

아웃 오브 더 와일드: 알래스카 실험

넷플릭스에서 검색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총 8편의 리얼리티 티비 쇼이다. 디스커버리 채널을 통해 2009년에 방영되었다. 원래 픽션보다는 논픽션을 좋아해서 ‘디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같은 쇼를 좋아했었지만, 이런 서바이벌 쇼는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었다. 미국에서 9명이 선발된다. 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알래스카에서 살아나와서 문명을 찾는 것이다. 비행기가 이들을 싣고 알래스카 깊은 산 속에 떨어뜨린다. 먹을 것은 제공되지 않으며 하이킹과 캠핑에 필요한 도구들 및 불을 피우는 도구 등이 제공된다. 그리고 밤을 지낼 수 있는 오두막집의 위치 등이 표시되어 있는 지도가 제공되는데, 보통 그 사이가 서로 10~20km씩 떨어져 있는데다, 엄청나게 무거운 짐을 들고 가야 하고, 영하 10~20도의 추위를 견디며 산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아주 혹독한 환경이다. 무엇보다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최종 목표점’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매번 캠프에 도착되면 ‘다음 목적지’까지의 지도만 있을 뿐이다. 최종 목적은 문명에 도달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어디에 있고, 얼마나 더 가야, 며칠을 더 견뎌야 만날 수 있는지는 표시되어 있지 않다.

이들에게 ‘엑싯 exit 버튼’이 제공된다. 정 힘들고 참기 힘들면 언제든지 GPS 단말기의 버튼을 누를 수 있다. 그러면 구조 헬리콥터가 날아오고, 집에 갈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누르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한 번 누르면 되돌릴 수 없기에 누르는 것은 옵션이 아니다. 여행을 마치면 100만 달러의 상금이 이들을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전진한다.

아웃 오브 더 와일드 참가자들 (참가자 전체 프로필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

먹을 것이 제공되지 않기에 직접 먹을 것을 구해야 한다. 사냥용 총과 낚시대 등이 있지만, 눈이 내리는 겨울에 사냥감을 찾는 것 자체가 원래 어렵고, 원래 사냥을 하는 사람들도 아닌지라 이들은 항상 배고픔에 시달린다. 3일을 굶고 나서 쥐를 한 마리 잡아서 9명이서 나누어 먹는다. 그 다음엔 다람쥐, 새, 물고기.. 생전 먹어본 적 없는 음식들이지만 단백질을 섭취해야 하는 그들에게 맛있고 맛없고는 상관이 없다.

가끔 싸우기도 한다. 극한의 상황에 처하면 감정적이 되기도 하는 법이다. 9명 중 3명은 초기 단계에서 쉽게 포기하고, 나머지 두 명은 좀 더 진행되다 포기해서, 최종 목적지엔 4명만 도달하게 된다. 그들이 마침내 문명을 찾은 순간의 감격과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감격이 화면으로 보고 있는 나에게도 그대로 전달되었다.

문명이 없다면 오직 ‘생존’만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이 드는지가 경이롭다. 그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오직 ‘생존’을 위해 사용한다. 얼어 죽지 않기 위해 불을 만들고, 불을 피우고, 나무를 베고,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사냥하고, 그 곳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앞으로 걷는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배운 가장 큰 점은, 똑똑한사람, 경험 많은 사람, 체력 좋은 사람이 마지막까지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험이 가장 많았던 페니 존슨은 자신이 사냥을 나가 있는 동안 자신을 위해 먹을 것을 남겨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크게 화나서 초반에 포기했고, 체력이 가장 좋고 튼튼했던 24세 뉴저지의 경찰 댄은 자신의 체력을 과신한 나머지 힘을 너무 쓰다가 완전히 지쳐버려 탈락할 수밖에 없었다. 캐롤린은 똑똑하고 강했고,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끈기도 있었지만, 후반부에 가서 정신력이 약해졌고, 상황이 더 어려워지고 절망적이 되자 최종 목적지를 겨우 하루 남기고 결국 포기했다 (물론 그녀는 목적지가 가까웠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마짐막까지 성공한 네 명은 ‘긍정적인 사람들’이었다. 중간 중간 그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계속해서 인터뷰해서 보여주는데, 마지막 살아남은 사람들은 대개 이렇게 이야기했다. “정말 힘들고 배고픕니다. 집에 가고 싶고, 가족들도 그리워요. 하지만…”. 반면, 중간에 포기한 사람들은 “힘들고 배고픕니다. 이러다가는 포기해야 할 지도 몰라요.”라고 말한다. 그 차이이다. 상황이 어려운 점은 동일하지만,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은 상황을 설명한 뒤에 “그러나”라고 이야기한다그것이 성공과 실패를 가른 가장 큰 차이였다.

아이튠스에서 $14.99에 시리즈 전 편을 살 수 있다. 검색을 좀 해보니 누군가가 유투브에 모두 올려놓은 듯하다. 아래가 첫 편이다.

3. Turtle: The Incredible Journey (바다 거북의 경이로운 여행)

바다 거북의 경이로운 여행

이것도 넷플릭스에서 찾았다. 위 쇼에 별점 다섯을 주었더니 넷플릭스가 나에게 추천해준 다큐멘터리이다. 그동안 동물을 다룬 다큐멘터리는 많이 봤지만 이것은 특별했다. 무엇보다도 난 바다 거북이 이렇게 엄청난 거리의 여행을 하는 지는 전혀 몰랐다. 태어난 곳에서 일생을 사는 줄 알았는데, 이 거북은 무려 10,000km를 여행한다. 지구 둘레의 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엄청난 거리이다. 플로리다 해변에서 태어나, 게한테 먹힐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로 돌진해 이틀을 쉬지 않고 헤엄친다. 그리고 나서 거대한 해류에 도달한다. 이를 ‘바다 고속도로’라고도 하는데, 그 안에 상어, 고래를 비롯해서 수많은 물고기들이 함께 여행한다. 그 해류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는 동안 수많은 위험에 처한다. 거대한 화물선을 만나는 바람에 보금자리가 산산조각나기도 하고, 폭풍을 만나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한다. 모든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북쪽으로 간 후엔, 다시 남쪽으로 내려 온다. 그리고 아름다운 카리브해에 도착한다. 태어날 때 4.5cm이던 몸이 무려 1m 가까이 커진다. 거기서 15년을 지낸 후에 다시 플로리다로 돌아온다. 메이팅(mating)을 한 후 해변에 알을 낳는다. 그 엄청난 여행을 하고 돌아온 거북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고, 감격스러웠다.

미국과 유럽 사이의 대서양. 15년이 넘는 시간동안 이 거대한 바다를 왕복 여행한다. 겨우 시간당 8km의 속도로.

더 놀라운 것은 도대체 이를 어떻게 촬영했는가이다. 수 년간 거북을 따라다니며 촬영했는데, 마치 내가 거북이 된 것처럼 느끼게 해 준다. 경이로운 바다 속 모습도 나오고, 오로라와 은하수의 모습도 담았다. 작은 거북 한 마리가 그 거대한 바다 속에서 방향을 찾아 가는 것도 놀랍다. 어디서 배운 것도 아닌데, 머리 속에 이미 모든 것이 프로그램된 것처럼, 그리고 바다 전체 지도를 머리 속에 담고 있는 것처럼 움직이다. 폭풍에 휩쓸려서 원래 경로에서 벗어날지라도 결국 다시 해류를 찾아간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헤엄쳐 간다. 말 그대로 ‘놀라운 incredible’ 생명체이다.

작년에 몰디브에서 야생 거북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 거북 역시 엄청나게 먼 길을 헤엄쳐 왔을 것이라 생각하니 경외심마저 든다. 그리고 멸종되어가는 동식물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중국 사람들은 거북을 먹는다고 하는데,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싶다. 네이버에 소개 페이지가 있는 것을 보니 한국에서 방영된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이튠스에서 $5.99에 사거나 $2.99에 렌트할 수 있다. 아래에서 트레일러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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