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는 것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말의 의미

최근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먼저 몇 주 전 감동적으로 봤던 동영상을 하나 소개한다. 찰리 로즈가 TED 컨퍼런스에서 래리 페이지와 함께 나누었던 대담이다. 대화의 주제는 “구글의 다음 움직임은 무엇인가?”였다.

동영상을 끝까지 보기가 부담스럽다면 TED 페이지에서 전문을 글로 읽을 수 있다.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매출 60조원, 직원 5만명을 가진 소프트웨어 회사의 CEO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소름끼치기까지 한다. 어눌한 말투와 어색한 목소리 뒤에, 그가 가진 큰 비전과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는 열망이 강하게 느껴진다. 몇 가지 인용해보면 아래와 같다.

구글이 현재 어떤 단계에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검색에 대해 생각해보죠. 사람들이 무엇을 찾고 싶어하는지와 세상의 모든 정보를 연결하는 것. 그것을 생각하면 우린 아직도 정말 초기 단계에 있습니다. 어찌 생각해보면 황당한 일이죠. 15년동안 연구해왔는데 아직도 멀었다니. (But actually, when I think about search, it’s such a deep thing for all of us, to really understand what you want, to understand the world’s information, and we’re still very much in the early stages of that, which is totally crazy. We’ve been at it for 15 years already, but it’s not at all done.)

딥 마인드(Deep Mind)를 왜 인수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컴퓨터가 정말 배우고 이해를 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로 했죠. 유투브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머신 러닝을 유투브에 적용해봤더니, 스스로 고양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내더라구요. 이건 아주 중요한 개념입니다. 딥 마인드가 끝내주는 건, 컴퓨터가 사람의 도움 없이(unsupervised) 스스로 개념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지요. (Can we understand YouTube? But we actually ran machine learning on YouTube and it discovered cats, just by itself. Now, that’s an important concept. And we realized there’s really something here. If we can learn what cats are, that must be really important. what’s really amazing about Deep Mind is that it can actually — they’re learning things in this unsupervised way.)

무인 자동차 프로젝트를 왜 시작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냥, 현재의 교통 시스템이 마음에 안들었어요. 버스를 타야 하고 기다려야 하고. 미시건에서 대학을 다녔는데 눈이 오고 정말 추웠지요. 그 때 조사를 좀 해봤는데 그 때부터 교통 시스템에 매료됐어요. 18년 전에, 사람들이 무인 자동차를 연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아주 흥미로웠어요. 생각해보세요. 1년에 교통 사고로 2천만명 이상이 부상을 당해요. 그리고 가장 주된 사망 원인 중 하나지요. 사람을 살리는 것도 하나지만,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어요. LA를 보세요. 도시의 절반이 주차장과 도로입니다. 다른 곳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Yeah. I guess I was just frustrated with this when I was at college in Michigan. I had to get on the bus and take it and wait for it. And it was cold and snowing. I did some research on how much it cost,and I just became a bit obsessed with transportation systems. About 18 years ago I learned about people working on automated cars, and I became fascinated by that, and it takes a while to get these projects going, but I’m super excited about the possibilities of that improving the world. There’s 20 million people or more injured per year. It’s the leading cause of death for people under 34 in the U.S. Yeah, and also saving space and making life better. Los Angeles is half parking lots and roads, half of the area, and most cities are not far behind, actually. It’s just crazy that that’s what we use our space for.)

철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기술에 대해 알게 될수록 제가 아는 것이 적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왜냐하면 기술로 할 수 있는 것을 알게 될수록 그것으로 해낼 수 있는 더 많은 것들이 있음을 알게 되기 때문이죠. (the more I learn about technology, the more I realize I don’t know, and that’s because this technological horizon, the thing that you can see to do next, the more you learn about technology, the more you learn what’s possible.)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신(state of mind, quality of mind)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항상 미래에 대해 생각합니다. 미래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우리가 어떻게 그 미래를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거기에 집중하고 빠른 속도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인가? 궁금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고 실행하지 않는 것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겠죠. 리스크를 지고 말이죠. (I just try to focus on that and say, what is that future really going to be and how do we create it, and how do we cause our organization, to really focus on that and drive that at a really high rate? And so that’s been curiosity, it’s been looking at things people might not think about, working on things that no one else is working on, because that’s where the additionality really is,and be willing to do that, to take that risk.)

이 비디오를 보고 감동에 젖어 있을 무렵, 래리 페이지에 대한 또 하나의 글을 보았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실린, ‘래리 페이지의 컴백에 관해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 (The Untold Story of Larry Page’s Incredible Comeback)’라는 글이다. 아주 긴 글인데, 주말을 이용해서 정독해볼 가치가 있다. 흔히 구글의 창업자를 이야기할 때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을 이야기하는데, 이 글을 보면, 실질적인 리더는 줄곧 래리 페이지였음을 알 수 있다. 하루 아침에 프로그램 매니저를 모두 해고하는 등 돌발적인 행동을 보인 탓에 (그 이유는, 엔지니어는 절대 비 엔지니어로부터 이래라 저래라 지시를 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에릭 슈미츠를 CEO로 영입하는 것에 동의해야 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관리 권한도 잃었다.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한직으로 밀려난 것이다.

구글은 가장 뛰어난 엔지니어들만을 고용했기 때문에, 래리는 그들을 감독하는 것이 불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그는, 프로젝트 매니저들 때문에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에 엔지니어들이 전념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생각했다. (Since Google hired only the most talented engineers, he thought that extra layer of supervision was not just unnecessary but also an impediment. He also suspected that Google’s project managers were steering engineers away from working on projects that were personally important to him.)

래리 페이지는 구글의 스티브 잡스였다. (Larry Page is the Steve Jobs of Google.)

그리고 스티브 잡스처럼, 그는 큰 야망과 새로운 결심을 가지고 돌아왔다. (Then, like Jobs, Page came back with wild ambitions and a new resolve.)

아래는 그의 경영 원칙. 참 마음에 드는 원칙들이다: 1) 다른 사람에게 일을 위임하지 말 것, 2) 도움이 되고 있지 않으면 다른 사람 일하는 것 방해하지 말 것, 3) 관료주의에 젖지 말 것, 4) 나이보다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5) 최악은 다른 사람이 하고 있는 일에 대고 ‘그건 안돼’라고 말하는 것임. 그렇게 말하는 대신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 나서서 도와줄 것.

  • Don’t delegate: Do everything you can yourself to make things go faster.
  • Don’t get in the way if you’re not adding value. Let the people actually doing the work talk to each other while you go do something else.
  • Don’t be a bureaucrat.
  • Ideas are more important than age. Just because someone is junior doesn’t mean they don’t deserve respect and cooperation.
  • The worst thing you can do is stop someone from doing something by saying, “No. Period.” If you say no, you have to help them find a better way to get it done.

그리고 래리 페이지가 CEO로 복귀하기 직전에 있었던 일. 제품 리뷰 회의에서 한 임원이 ‘사람들이 가게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을 발표하고 있는데 래리가 갑자기 끼어들더니 한마디 “우리는 이런 거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정말 큰 문제를 해결해서 수백만명에게 도움을 주는 제품을 만듭니다. 안드로이드를 보세요, 지메일을 보세요, 구글 지도를 보세요. 그게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In the fall of 2010, Page’s frustrations flared out into the open during a product-review meeting. Eric Schmidt, Brin, Page, and Google’s top product executives were there along with their respective senior staffs. Page, as usual, sat quietly at the table looking at his phone. Up front, an executive pitched a new product that helped users find the right offline store to do their shopping.

The executive was well into his pitch when, suddenly, Page interrupted him.

“No,” Page said emphatically. “We don’t do this.”

The room grew quiet.

“We build products that leverage technology to solve huge problems for hundreds of millions of people.”

He went on. “Look at Android. Look at Gmail. Look at Google Maps. Look at Google Search. That’s what we do. We build products you can’t live without.”

내가 구글 PM 인터뷰를 할 때 받았던 질문 중 하나가 두고 두고 기억에 남는다. 인터뷰어가 물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엔지니어 5명이 당신에게 있다면 무엇을 만들고 싶습니까?” 생각지 못했던 질문이었는데, 마침 교회에서 만났던 방사선과 의사가 수백 수천 장이나 되는 CT 촬영 결과를 일일이 확인하고 판독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이야기했던 것이 생각나서, CT 촬영 판독 알고리즘을 만들어서, 적어도 의사가 주의 깊게 봐야 하는 부위를 표시해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 좋겠다고 대답했는데, 그 이후 탈락한 것을 보면 내 대답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나보다.

구글이 자동차, 온도 조절기, 로봇, 텔레비전 등의 사업에 진출한 것이 랜덤하게 보일 수는 있지만, 거기에는 공통된 목적이 있다. 우리가 이용하는 모든 것이 인공 지능 컴퓨터와 연결되어서 그 컴퓨터가 우리의 행동 패턴을 인식해서 우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도 전에 결과를 갖다주는 것. 래리 페이지가 여러 번 이야기했듯, 언젠가 이 인공 지능은 우리 뇌에 직접 심어져서 연결될 지도 모르겠다. (So while it may seem random for Google to get into businesses as diverse as cars, thermostats, robotics, and TV production, there is an overriding objective behind it all: Page is envisioning a world where everything we touch is connected with and understood by an artificially intelligent computer that can discern patterns from our activity and learn to anticipate our needs before we even know we have them. Someday, Page has said several times, this AI will be hooked directly to our brains — perhaps through an implant.)

래리 페이지는 2012년에 구글 투자자들에게 이야기했다.

당신이 상상하는 것은 무엇이든 아마 만들어낼 수 있을겁니다. 그저 상상해보고 만들기 시작하면 됩니다” (“Anything you can imagine probably is doable,” Page told Google investors in 2012. “You just have to imagine it and work on it.”)

한편, 애플 CEO 팀 쿡도 얼마전 비츠를 인수한 이유를 설명하며 비슷한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우리는 사실 상상할 수 있는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We could build just about anything that you could dream of)

애플은 뭐든지 만들 수 있는 회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츠를 인수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 정말로, 수만 명의 우수한 엔지니어들을 고용하고 있고 그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수십조원의 돈이 있다면, 상상하는 건 뭐든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이 허풍만은 아닐 지 모르겠다.

11 thoughts on “상상하는 것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말의 의미

  1. 좋은글 정말 감사합니다! ‘래리 페이지의 컴백에 관해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 링크 주신것도 매우 인상깊네요. 스티브 잡스 일화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래리 페이지에 대한 이야기도 너무나도 흥미롭네요.

  2. 2) 도움이 되고 있지 않으면 다른 사람 일하는 것 방해하지 말 것, 5) 최악은 다른 사람이 하고 있는 일에 대고 ‘그건 안돼’라고 말하는 것임. 그렇게 말하는 대신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 나서서 도와줄 것. —
    그리고 래리 페이지가 CEO로 복귀하기 직전에 있었던 일. 제품 리뷰 회의에서 한 임원이 ‘사람들이 가게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을 발표하고 있는데 래리가 갑자기 끼어들더니 한마디 “우리는 이런 거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정말 큰 문제를 해결해서 수백만명에게 도움을 주는 제품을 만듭니다. 안드로이드를 보세요, 지메일을 보세요, 구글 지도를 보세요. 그게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

      1. 하하 예리한 지적이네요. 전 미처 생각 못했는데. 시간 순서를 고려하면 될 것 같습니다. 원문을 보면, 이 경영 원칙은 사실 회사 아주 초기에 만든거에요. 구글이 아직 규모가 작을 때, 즉 툴바를 처음 발표한 직후에 만든 것. 그 이후 회사가 커지고 다양한 방향으로 가면서 바뀌었겠지요. 저는 원칙 하나하나보다는 그 원칙 안에 든 생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Thinker”나 “Arguer”보다는 “Doer”를 권장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3. 다섯 가지 경영 원칙 중에 첫 번째 것에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위임을 잘 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고, 스스로 모든 일을 다 하려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신뢰하고 그들이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하는데, 위임을 해야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는 어떻게 다를까요?

    1. 경영 원칙은 절대적으로 생각할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구글 초기에 만든 거니까요. 지금의 구글은 위임을 엄청 많이 하고 아주 잘 합니다. 회사가 커졌는데 위임을 안한다는 건 말이 안되는거지요. 그냥 원칙 속에 담겨 있는 “행동”을 중시하는 철학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4. 잘 읽었어요~
    상상하는 것 중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고 해낼지 =ㅇ=;;;
    참신한 스타트업들의 결과물도 궁금하지만, 이런 대기업들의 시도, 결과물들도 기대되네요ㅋ.

  5.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오늘 시간을 내서 찬찬히 읽어보았는데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업무를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것이 미래에 대해 “구체적인 상상력”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최초의 모호한 아이디어를 미래의 환경, 다른 기술 등과 접목해서 구체화 시킬 수 있는 그런 것 말이죠. 비단, IT 기술 뿐아니라 유명한 소설가/작가(베르나르 베르베르, 건담을 만든작가 등)의 작품을 접하면서도 그것을 느낍니다. 작품에 생명력이 있다고 할까요? 상상속의 산출물이지만 뜬 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그런 느낌입니다.

  6. I do trust all of the ideas you have introduced on y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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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ill, the posts are very quick for beginners. Could you please prolong them a
    little from subsequent time? Thank you for the post.

  7. Reblogged this on Like Olaf and commented:
    5) 최악은 다른 사람이 하고 있는 일에 대고 ‘그건 안돼’라고 말하는 것임. 그렇게 말하는 대신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 나서서 도와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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