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한다는 것에 대하여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사업하니 어떻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자신도 언젠가 사업을 시작하고 싶은데 이미 시작해서 실행하고 있으니 부럽다는 이야기도 가끔 듣는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속으로 드는 생각이 참 많다.

오래 전부터 나만의 사업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특히 미국에서 미국과 유럽 고객들을 상대로 하는 사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심지어 회사를 나와 회사를 만들고 투자를 받은 이후에도 내가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헷갈릴 때도 있었고, 포기하고 다시 취직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사업이 진행되면서 내가 책임져야 하는 범위가 늘어나고, 또 비용이 함께 늘어가는 것을 보며 두려운 생각이 들 때도 많았다.

2016년은 그런 면에서 나에게 암흑기였다.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떠나는 아픔도 있었고, 우리가 하는 일이 과연 사회에 어떤 가치를 가져다줄 수 있을지, 그리고 과연 제품에 사람들이 돈을 내게 될 지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상태에서, 그리고 가정과 회사에서 들어오는 돈에 비해 나가는 돈이 많아 계속 마이너스가 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간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사람들을 만나는 일도 거의 줄이고, 오직 일에만 몰두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 특히 2016년 말, 미국과 유럽 모두에서 사람들이 연말 연초 휴가를 즐기고 있을때, 우리는 상관하지 않고 일만 했다. 2017년 초부터는 유료화를 시작해서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돈을 낼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했으므로 다른 옵션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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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메트릭 (http://chartmetric.io)

고객들에게 우리는 베타 서비스를 졸업하고 곧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2월부터는 무료 사용자들의 접근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월 사용료를 얼마로 할까 엄청나게 고민했는데, 일단은 비즈니스 모델을 입증한 후에 가격을 올려도 늦지 않겠다고 생각해서 프리미엄 멤버십을 월 95달러로 정했다. 처음으로 매출 950달러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이메일로 받았을 때의 그 기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말도 안돼! 도대체 누가 950달러를 낸다는 말이야? 혹시 실수한 것 아닐까?” 하며 사무실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만세를 외치며 웃었다. 그 고객에게 즉시 감사하다고 이메일을 보냈고, 다음날 전화 통화를 했다. 다행히도 실수가 아니었다. 그동안 차트메트릭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유료화 후에도 지속적으로 써야 해서 1년치를 한꺼번에 샀다고 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웹사이트를 찾아왔고, 이전 고객들이 되돌아와서 계속해서 사용했고, 조금씩 더 많은 사람들이 돈을 내기 시작했다. 스트라이프(Stripe)라는 서비스를 통해 신용카드 프로세싱을 하고, 결제가 될 때마다 나한테 푸시 알림이 오도록 해두었는데, 그 푸시 알림은 내가 받는 가장 달콤한 소식이 되었다. 우리와 같은 SaaS (Software as a Service)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지표는 Monthly Recurring Revenue (MRR) 인데, 이 숫자가 오르기 시작했다. 우리가 만든 제품이 ‘돈을 낼 가치’가 있다는 점이 증명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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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유료화 이후의 Monthly Recurring Revenue

물론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새로운 고객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고, 기존 고객들의 이탈은 없다시피한 상황이라 이대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 이제 우리는 전 세계 200만명의 가수 중 60만명의 정보를 수집해서 정리하고 있고, 스포티파이와 애플 뮤직 플레이리스트 1백만개를 트래킹하고 있으며, 음악 큐레이터 30만명의 활동을 추적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시스템은 자동화되어 있으며, 우리가 서버 비용(AWS)에 쓰는 돈은 월 140달러에 불과하다. 아래는 가수 Ed Sheeran(에드 시런)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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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반의 사업 경험을 통해 배우고 느낀 것이 참 많지만, 그 중 최근 가장 크게 느끼는 점은, 제품에 기여할 수 있는 내가 가진 강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처음 사업을 할 때는, 남들이 이미 만들고 개척해놓은 시장에서 그저 그런 복제품 정도를 내놓게 될까 두려웠다. ‘세상에 없는 혁신적인 제품’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존재하기 어려운데다, 또 너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면 고객이 없을 것이기 때문.

1년여동안 공들여 제품을 다듬어온 지금, 차트메트릭에 대해 고객들이 주로 주는 피드백은 한눈에 트렌드가 파악된다는 것, 그리고 사용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런 피드백을 들을 때마다 그동안 제품의 세세한 부분 하나까지 고민해서 결정했던 시간들이 보상받는 기분이 들어 정말 기쁘다. 게임빌에서 게임을 개발하면서 게임 성공의 핵심 요소라고 생각했던 것 두 가지는 유저가 스토리에 빠져들 수 있는 자연스러운 디자인과 반응성이었다. 그 중 반응성은 핵심 중의 핵심이다. 스토리, 게임성, 중독성, 그래픽 중 뭐 하나라도 빠지면 어색해지는 것이 게임이긴 하지만, 특히 반응성이 떨어지면 나머지 모든 것이 훌륭해도 인기를 얻기 힘들다. 그래서인지 차트메트릭을 만들며 이 부분을 특히 신경썼다. 어떤 페이지이든, 클릭하면 바로 떠야 한다는 것. 수많은 데이터베이스 테이블에 있는 정보를 하나로 모아서 보여준다는 것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고, 또 어떤 페이지에서는 수천개의 숫자를 정리하고 그래프로 그려야 하기 때문에 성능의 문제가 생기기 쉽다. 그래서 더 하나씩 신경 써서 최적화했고, 이제는 대부분의 페이지가 클릭한 후 즉시 뜬다.

데이터는 많다. 사실, 너무 많아서 탈이다. 더 중요한 것은 매일 업데이트되는 수많은 데이터를 어떻게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빠르게 가공하고 그 안에서 ‘실행 가능한’ 인사이트를 끌어내느냐이다. 차트메트릭이 음악 업계 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줄 수 있는 서비스가 되면 좋겠다.

사업을 해서 좋은 점은, 주변을 기웃거릴 필요 없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는 나만의 전쟁터가 있다는 것이고, 사업을 해서 힘든 점은, 그렇게 내 모든 것을 부었는데도 실패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그래도, 지금은 하루 하루가 소중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12 thoughts on “사업을 한다는 것에 대하여

  1. 와..형 너무 멋있는데요. 프로덕 자체도 엄청 바뀌었고 1년간 그 과정이 어떨지 감히 짐작이 안되네요. ‘페이지가 클릭한 후 즉시 뜬다’ 는게 이렇게 매력적인 경험일 줄은 몰랐네요.

  2. 희열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저도 제가 만든 서비스에 결제가 될 때 울리는 핸드폰 메시지 알람은 너무나 달콤했습니다. 이제는 얼마짜리 알람인가?를 더 신경쓰게 되었지만요..^^ 말씀해주신 부분에서 디자인과 반응성이라는 부분은 다시 받아서 저희도 곧 있을 개선에 활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응원합니다.

    1. 아직 자리 잡은 건 아니지만 ^^; 민승님이 처음 시작할 때 용기와 도움을 준 덕분이죠. 정말 그 때가 아련하네요. 산마테오에서 햄버거 먹으며 처음 이 이야기를 나눴을 때.

  3. 저희 앞자리에서 매일 아침 인사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빠르네요. 소식 궁금하였는데 이렇게 멋진 스토리가 만들어 지고 있었다니..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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