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창성 대표 무죄 판결

호창성 대표에 대해 법원이 어제 무죄를 선고했다. 다음은 한마디 한마디 공감이 되는 이번 판결문의 일부.

팁스 총괄 운영지침에 따르면 운용사에게는 창업팀이 팁스 지원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추천하고 멘토링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 호씨 등이 창업팀들에 반드시 팁스에 선정될 것을 약속했다거나 선정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다는 증거가 없으니 이는 직무 범위 내에서 적법한 것. 초기 기업은 정당한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고, 자본금 외 유무형의 지원 서비스 등 다양한 요소가 투자계약 체결에서 고려된다. 이 때문에 해당 벤처 가치를 더 낮게 잡고 적은 액수의 투자금으로 더 많은 지분을 인정받고자 하는 투자자와도 계약체결이 가능하며 팁스 운용지침에도 운용사가 창업팀에 지원하게 될 보육서비스를 고려해 투자 지분을 획득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사건 창업팀들이 대등하게 투자 지분 협상을 진행할 수 있었는지는 의구심이 든다. 그러나 피고인들에게 협상이 유리했다 하더라도 이는 민간 투자주도형 기술투자를 효율적으로 하려는 팁스의 목적을 위해 제도적으로 허용되는 인센티브를 이용한 것이니 허위 계약서를 토대로 중소기업청을 기망했다고 볼 수 없다. 투자계약서상에 피고인들이 제공한 서비스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혀있지 않은 것은 맞으나 관계자들이 당연히 아는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다고 해서 고려되지 않았다고 보기 힘들다. 창업팀 또한 법정에서 피고인들로부터 여러 지원을 받고 있고 만족한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을 통해 지급받을 자격이 없는 창업팀이 지원 범위를 초과한 보조금을 지급받은 근거도 없다.

판사는 맞는 말을 했지만, 이를 보도한 연합신문과 한국일보의 기사에 쓰인 표현들은 여전히 불만이다. 처음 이 사건이 벌어졌을 때 한국일보가 쓴 ‘엔젤 탈을 쓴 늑대’와 같은 부정적 표현도 너무 황당했는데, 분명 법원에서 모든 증거를 확인한 후에 고심 끝에 무죄 판결을 내렸는데도 기사에는 왜 여전히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해야 하는 것일까. 자신의 귀한 재산을 사용해서 성공할 지 실패할 지도 모르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두 회사의 합의 하에 합당한 지분을 획득하는 것은 당연한 법적 권리인데다, 이미 판사가 무죄 선언을 한 후인데도 ‘지분을 받아 챙긴’다든지, ‘받아내다’라는 이상한 표현을 굳이 왜 사용하는지 모르겠다(언론에 분명히 문제가 있다).

호씨 등은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팁스(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 지원사업) 보조금을 받아주겠다며, 5개 스타트업으로부터 29억원 상당의 회사 지분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자신이 투자한 만큼의 지분만을 챙겨야 하지만, 팁스로부터 받을 보조금을 자신의 투자금액에 포함해 지분을 과다하게 챙긴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호씨 등이 이를 토대로 허위 투자계약서를 중소기업청에 제출해 팁스 지원금 총 22억7천183만원을 받아낸 부분도 중소기업청을 기망한 것으로 봤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호창성 대표에게 7년 징역과 29억원의 추징금을 구형했지만, 판사는 그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무죄 판결이 난 후에 중앙일보는 이번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사설을 올렸다 (다행히 여기에는 ‘받아 챙기다’는 등의 표현이 보이지 않는다).

법원의 이번 판결로 유죄를 자신했던 검찰은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이 수사를 본격화했을 때 벤처업계와 학계에서는 “실적을 올리기 위해 스타트업계의 현실을 도외시한 막무가내식 법 적용”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엔젤투자협회와 대학교수들까지 나서 호 대표에 대한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청의 주도로 만들어진 팁스(TIPS)를 홍보하고 활성화하려는 명분으로 호 대표를 끌어들였다가 봉변만 당하게 했다는 것이다.

또한 아래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엔젤투자협회 고영하 회장이 법원에 제출했던 탄원서의 일부. 감동적인 글이다.

TIPS 는 성공한 창업가 등 우수한 투자자들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이러한 선진국형 창업 선순환 생태계를 부흥시키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호창성 대표에게 투자를 받은 피투자사의 대표들은 하나같이 호창성 대표의 도움에 큰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 사건에는 피해자가 없습니다. 오히려, 피해자가 없는 이 사건에서 호대표가 처벌 받게 된다면, 그것이야 말로 우수한 선배들을 창업 생태계에 끌어들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던, 그리고 앞으로도 우수한 민간 자원의 창업 생태계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해야 하는 대한민국 정부, 즉 국가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내가 호창성 선배를 처음 알게 된 건 2006년 여름, MBA 준비를 할 때였다. 대학 동문 선배가 마침 스탠포드 MBA에 막 합격한 직후에 학원에서 특강을 한다길래 찾아갔고, 그 때 이메일 주소를 받아 연락했다. 당시 나는 서울대 글로벌 MBA 프로그램에 합격한 상태였는데, 내가 원하는 진로를 고려했을 때 그걸 포기하고 미국 대학 MBA를 가는 것이 좋을 지를 하는지를 물었다. 호선배는 입학 준비로 중에도 이메일로, 그리고 시간을 내어 만나서 나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만약 졸업 후 미국에서 일할 생각이라면 미국 대학 MBA를 가는 것을 추천한다”는 것. 그 이야기를 듣고 부랴부랴 GMAT 공부를 시작했고, 이듬해 초 UCLA에서 합격 통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2007년 가을 추수감사절(Thanksgiving) 연휴에, 실리콘밸리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템은 전 세계 사람들이 짧은 동영상을 언어의 장벽 없이 볼 수 있게 하는 서비스였다. 남들은 월에 천만원 이상을 받고 인턴십을 할 시간에 하버드대학 석사 과정 재학중이던 아내 지원씨와 함께 학교에서 제품을 만들고 있었다. 2009년, 실리콘밸리에 자리를 잡게 되면서 두 부부를 다시 만났을 때는, 제품이 어느 정도 사람들로부터 반응을 얻고 있었지만 아직 방송사와 정식 계약을 맺기 이전이었고, 수익 모델 또한 확실하지 않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요즘 무슨 일을 하며 지내냐는 내 질문에, ‘번역가들이 보내는 질문에 대답하며, 그리고 그들의 불만 사항에 대해 해명하느라 하루 종일 이메일을 쓰고 있다’고 대답했다. 스탠포드 MBA, 하버드 석사를 졸업하면 즉시 억대 연봉을 받고 취직할 수 있는데, 자신의 옳다고 생각되는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어려운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것.

수년의 고생 끝에, 라쿠텐으로부터 2000억원이라는 높은 가치를 인정 받고 회사를 매각함으로써 이 회사를 초기부터 믿고 투자한 엔젤 투자자들, 그리고 한국과 실리콘밸리의 벤처 캐피털들에게 큰 수익을 안겨줬다. 또한 직원들에게는 재정적 보상에 더해 ‘성공적으로 엑싯한 스타트업’이라는 자랑스러운 기록을 남겨주었다. (MBA 친구 중 한 명이 이 회사에 초기에 입사했었는데, 지금은 회사를 옮겨 상해에서 매우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다) 더 이상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또 원하는 곳은 어디에 가서든 살 수 있게 되었을 때, 두 사람은 한국을 택했다. 빙글(Vingle)이라는 서비스를 새로이 만들었고, 또한 더 벤처스(The Ventures)라는 투자 회사를 설립해서 뛰어난 후배 스타트업들을 도와주는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TIPS 는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연계 투자 프로그램이다.

TIPS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처음 생길 때부터 알고 있었고 주변에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재정 지원을 받은 훌륭한 스타트업들이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내가 아는 TIPS 운영사들은 모두 정직하고 실력 있는 인재들로 구성되어 있다. 때문에 지금까지 정부가 했던 창업 지원 사업 중에 가장 의미 있고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TIPS를 통해 지원 받은 회사 중에는 내가 함께 투자한 회사도 있었기에 양쪽의 상황을 자세히 알고 있었는데, 호창성 대표를 구속하게 된 사유인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여 실제 투자액보다 더 많은 지분을 취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지난주 한국에서 두 사람을 잠깐 만났다. 법원에 갔다가 갑자기 내린 구속 영장 발부로 인해 구치소에 들어갔다가 110일 후에야 나온 호창성 대표, 그리고 남편의 무고함을 증명하기 위해 사업적,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감당하며 마음 졸이는 생활을 해온 문지원 대표. 그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었고, 들으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아무 죄가 없다는 사실이 판결을 통해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랬다.

한국 경제가 지난 60년간 빠르게 발전하는 과정에서, 힘 없고 선량한 사람들로부터 이익을 취해 자기 배를 불린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고, 그 과정에서 검찰이 기득권 눈치를 보기보다는 소신 있는 수사를 통해 다른 사람의 재산을 편취한 사람들이 죄의 대가를 치르게 해서 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고소를 한 것도 아닌데다 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가를 갑자기 잡아서 구치소에 넣고 재산을 가압류한 후 110일 동안이나 가둬놓은 것은 정말 지나쳤다는 생각이 든다. 영문도 모르고 100여일간 아빠를 잃어버린 어린 아들에게는 또 얼마나 황당한 일이었을까. 그리고 무죄 판결이 나기까지 그 가족이 감내한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 고통은 어떤 형태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작년에 어머니가 겪었던 일이 생각났다.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잘못된 의도를 가진 사람을 만나 심한 마음 고생을 하고 계셨다. 그쪽에서 어머니에게 거래 과정에 죄가 있다면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들어주지 않으면 법대로 하겠다고 협박하고 있었다. 자세한 상황을 들은 후에, 판사로 일하는 친구에게 전화해서 사정을 물어봤더니 그런 것은 죄로 성립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법적으로 하자가 없으니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했더니 즉시 꼬리를 내렸다.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법’의 이름을 등에 업고 마음 약한 사람을 상대로 재정적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최근 법학대학원을 통해 변호사의 숫자가 늘어나고, 또 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젊은 변호사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정말 다행한 일이다. 법률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들이 합리적인 금액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잘못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소신 있게 처벌할 수 있고, 또 언론에서 이런 문제점들을 고발하고 비판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겠지만, 그 못지 않게 죄가 없는 사람들의 권리 또한 잘 보호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지금의 한국의 활발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다음 세대를 위해 얼마나 큰 기여를 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청년들을 행복하게 하고 있는지 모두가 알고 공감하게 될 수 있기를.

서울시와 경찰의 우버(Uber) 규제 유감

한국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사적인 대화 외에서는 언급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일은 보고 있자니 많이 답답한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 우버 서비스를 오래 전부터 편리하게 이용해온 사람으로서 책임감이 들어 몇마디 써본다. 오늘 임정욱(@estima7)님 트윗을 통해 연합신문의 기사를 봤다.

마치 사기범이나 절도범을 체포한 내용을 보도하는 듯한 기사다. 우버에 대해 배경 지식이 없는 사람이 이 기사를 본다면 미국에서 서비스를 들여와 국민을 상대로 사기치다가 걸려서 체포된 것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연합뉴스의 윤보람 기자는 왜 이렇게 감정적인 단어를 사용해서 기사를 써야 했을까. 아니면 정말로 경찰이 보내준 보도자료를 그대로 복사해서 붙이기한 것일까. 기사에 사용된 표현들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는 우버코리아 지사장 강모(32)씨와 총괄팀장 이모(27)씨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일단, 왜 이런 기사에서 실명을 밝히지 않는지 좀 의아하다. 게다가 나이를 왜 옆에 쓰는지도 잘 모르겠고. 강모씨, 이모씨라고 표현하니 마치 성 범죄자라도 된 듯한 분위기가 풍기는데, 정환희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불구속 입건이란 “형사소송법상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라고 해도 피고인의 주거가 일정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없거나,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없는 경우에 구속하는 대신 행해지게” 된다. 즉,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것이지 죄를 범했다고 확정된 것이 아닌데 기자가 이미 그들을 범죄자로 낙인찍은 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지사장 자격이 있는 사람을 “~씨”로 격하시킨 것도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아래와 같이 쓰면 어땠을까.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는 강경훈 우버코리아 지사장과 이OO 총괄팀장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살펴보자.

경찰은 미국에 있는 칼라닉씨를 소환 조사할 예정이며, 이에 불응하면 체포영장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위 문장도 지나치게 감정적이다. ‘불사’라니, 순순히 따르지 않으면 총을 들고 쳐들어가기라도 하겠다는 듯한 분위기다.아래와 같이 바꿔보자.

경찰은 우버테크놀로지 설립자인 트래비스 칼라닉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 영장을 발부하겠다고 밝혔다.

또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우버코리아 설립 직후인 2013년 8월부터 최근까지 스마트폰 ‘우버앱’을 통해 모집한 자가용·렌터카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수수료를 ‘챙긴’ 혐의라니, 왜 이렇게 부정적인 단어를 써서 묘사를 해야만 할까. 수수료 자체가 문제가 된 듯한 분위기다. 이 수수료는 우버 서비스를 운영하고 운전자들을 검증하고 단말기를 지급하는데 드는 비용에 대한 대가로 정당하게 부과한 것이다. 운전자와 승객 모두 그 수수료에 대해 사전에 동의를 했으니 그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또, ‘모집’이라는 단어에서도 부정적 느낌이 풍긴다. 전문 사기단 활동을 묘사하는 듯하다. 조금 바꿔서 써보자.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경찰이 무조건 옳은 것이 아니니 경찰의 판단 역시 객관적인 입장에서 서술해야 한다.

우버코리아는 2013년 8월부터 최근까지 스마트폰 ‘우버앱’을 통해 자가용·렌터카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사업을 했는데, 경찰은 이것이 불법 유상운송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어색한 부분이 있다.

한 렌터카 업체는 3개월간 우버 서비스를 제공하고 9천600만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버코리아가 챙긴 수수료는 계좌추적이 어려운 미국 은행을 통해 송금돼 정확한 규모가 파악되지 않았다.

‘벌어들인’이라는 단어가 일단 마음에 안들고, 여기에 ‘수수료를 챙기다’라는 구절이 또 등장한다. 그리고 계좌 추적이 어려운 미국 은행을 통해 송금되었다고 하니 정말 사기범 같은 분위기가 풍기는데, 미국에 본사를 둔 서비스가 미국 은행을 통해 거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지? 또한,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을 마치 전문 사기단의 우두머리처럼 묘사하고 있는 것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작년 말에 샌프란시스코의 데이비스 심포니 홀(Davies Symphony Hall)에서 열린 크런치 어워드(Crunch Award)에 참여해서 트래비스 칼라닉을 봤는데, 사람들은 그를 연예인 대하듯 했다. 모두가 그가 만들어낸 혁신적인 서비스를 칭찬했고, 거기 온 사람 중 우버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만큼 인기 있는 서비스였다. 한편, 위 기사에서 이미 ‘범죄자’로 규정한 우버 코리아 강경훈 지사장은, 슬로우뉴스의 인터뷰에서는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열두 살 때 미국 텍사스주의 휴스턴으로 유학을 떠났고 다시 캘리포니아 벤츄라로 이사를 했다. 대학 졸업 후 홍콩에서 일했고 결혼 후 아이를 낳고는 싱가포르로 옮겨 인시아드(INSEAD)에서 MBA 과정을 공부했다

그를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인터뷰를 보면 MBA 졸업 후 안정적인 길을 택하는 대신 싱가포르에서 한국 음식 식당을 운영하기도 하는 등 도전정신이 강한 사업가인 듯하다. 그리고 아래는 그의 말이다.

전 로또에 당첨되거나 해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의무가 없다면 미얀마 같은 곳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문명이 덜 발달해서 조금 힘들게 살아야 하는 곳에서 살면 ‘삶의 에너지’를 더 소중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우버는 그에게 또 하나의 도전이었고, 그만큼 그동안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서비스를 전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였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트위터의 엔젤 투자자로 시작해서 상장 당시 15%의 지분을 확보했고, 이제는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엔젤 투자자가 된 크리스 사카(Chris Sacca), 아래는 그가 어제(3월 16일) 뱅쿠버에서 날린 트윗이다. 참고로, 뱅쿠버에서는 우버가 택시 운전사 조합으로부터 고소를 당해 영업을 중지한 상태이다.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뱅쿠버씨, 지금 택시에 타고 있는데, 이 사람 자기가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고 GPS도 없고 차 상태는 안좋아요. 게다가 불친절하고. 우버를 허용해줄 때가 됐어요.” 그가 서울을 방문한다면 우버가 경찰과 정부에 의해 ‘사기범’으로 몰려 있는 상황에 대해 무엇이라 트윗할까 싶다. 또한, Y Combinator 설립자이자 Airbnb, Dropbox 등 실리콘밸리 가장 혁신적인 서비스들에 투자한 폴 그래험(Paul Graham)은 2012년 7월에 트윗을 통해 아래와 같이 이야기한 바 있다.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우버는 너무 명확하게도 좋은 서비스이기 때문에, 이를 시에서 얼마나 규제하고 싶어하느냐가 곧 그 시가 얼마나 부패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라고 할 수 있지요.” 지난번 블로그에서 밝혔듯 주말에 리프트 운전자가 되어 샌프란시스코 도시를 돌아다니며 테크 업계 종사자들과 여행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며 그들이 얼마나 이런 서비스를 사랑하고 좋게 평가하고 있는지 들었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우버와 리프트가 택시보다도 많은 것 같다고 느낄 정도로 서비스가 활성화되어 있고, 실제로 지난 1월에 우버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택시 매출이 연간 $140 million인 반면 우버 매출은 $500 million(약 5천 5백억원)에 달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주변 모든 사람들이 우버를 칭찬하고 우버 덕분에 높아진 삶의 질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런 서비스가 한국에서는 ‘사기단’ 취급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겨울에 서울을 방문했을 때 추운 겨울에 버스나 택시 기다리느라 떨면서 정말 불편하게 느꼈던것 중 하나가 우버X 가 서울에 없다는 것이었는데, 앞으로 우버를 쓰기 더 어려워졌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작년 파리에 갔다가 우버X 서비스 쓰며 그 편리함에 감동하고 감탄하며 파리 여행을 더욱 즐겁게 했던 생각을 하니 더 속이 상한다.

우버가 없는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말도 안통하는 택시 운전사들에게 일일이 주소를 손으로 적어 보여주며 혹시 엉뚱한 곳으로 가거나 바가지를 씌우면 어쩌나 불안해할 것을 생각하면 좀 우울해진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 그리고 세모 그룹 유병언

진도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지 일주일이 넘게 지났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에 이어 머리와 가슴 속에 두고 두고 아프게 기억될 사고가 하나 더 늘었다.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생 수백명이 희생되었다는 점에서 더 비극적이고, 더 슬픈 사건이다.

선장의 말을 듣고 끝까지 배 안에 남아 있다가 죽음을 맞은 고등학생들이 너무 불쌍하고, 5살난 여동생을 살리기 위해 구명 조끼를 준 6살 권혁규 군의 이야기를 들으니 눈물이 난다. 자신의 아들과 딸이 결국 죽어 돌아온 것을 보고 오열하는 가족들을 보면서 그 슬픔이 전해졌다.

처음에는 비겁한 선장을 비난했다. 과연 인간이 그럴 수 있나 싶을 만큼 이해할 수가 없는 행동이었다. 그가 무기 징역을 받아도 싸다고 생각했고, 승객들을 내버려둔 채 자기 몸만 빠져나온 선장과 승무원들이 너무나 야속하고 얄미웠다. 사진을 보면 화가 치밀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특히 많은 언론들이 정부를 비난했다. 그런 배를 제대로 검사도 안하고 승인해주었다는 것, 사고 발생 후 신속한 대응을 못해 살릴 수 있었을 사람들을 죽게 했다는 것, 탐승자 수를 제대로 파악 못했다는 것, 일본과 미국이 도와주겠다는데 막았다는 것 등..

많은 젊은 기자들의 취재 수첩을 읽어보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해경 등 정부와 군대가 잘못한 부분이 있고 비난받아 마땅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그 점에서 관련자들은 분명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선장에게 집중하는 동안, 진짜 ‘악마’가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요시노 타이치로 기자가 오늘 허핑턴 포스트에 기고한 “선장 한 명 탓인가, 그래서 세상은 좋아질까” 라는 제목의 글에 공감이 갔다. 일본에서 2005년에 비극적 열차 사고가 있었는데, 23세의 운전자를 욕하고 탓하는 대신, 왜 그 운전자가 그런 상황에 몰렸을까에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운전자도 사망했기 때문에 욕할 수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너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선장과 정부에 쏠려 있는 것 같다.

선장, 선원, 해운사만이 아니라 법규와 정부기관의 책임을 검증하려는 보도가 점점 나오기 시작한다. 늙은 현장 책임자 한 명을 악마로 만든 사이, 정말 나쁜 악마는 숨어서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대통령이 선장의 행위를 “살인 같은 행태”라 비판했다는데 선장을 화풀이 틀로만 소비하지 말고 정말 악마와 오래 시간을 걸쳐 싸워야 할 것이다. (허핑턴포스트 일본판 에디터, 요시노 타이치로)

정부를 탓하는 것의 가장 큰 맹점은, 책임 소재와 책임자를 명확히 구별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가 ‘정부’라고 부른 것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가. 항만청일까, 해군일까, 해양수산부일까, 박근혜 대통령 자신일까.. 아니면 세금으로 보상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 전체일까. 슬프고 화가 나 있는 실종자의 가족들이 ‘대한민국이 나를 위해 해준 게 뭐냐’며 화를 내는 것은 십분 이해하지만, 그들은 누구에게 그 화를 돌릴 지 명확치 않아서 정부에게 화를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한국에서 자라면서 정부 탓, 정부 욕하기에 참 익숙해 있었다. 한국 정권이 도덕적으로 깨끗했던 적이 없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역할에 대해 알게 되면서, 그리고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일을 정부 탓으로만 돌리는 것에는 별 해답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 관해 지금까지 본 중 가장 잘 정리해놓은 엔하위키의 글을 보면, 세월호가 중심을 잃고 쓰러진 것은 과속과 급격한 방향 선회가 1차 원인이고, 무리하게 적재한 화물이 2차 원인이다.

당초 600명 정도가 타는 배였는데 300여명 정도를 더 태우기 위해 배 뒤쪽을 개조했다는 전직 세월호 기관사의 증언이 나왔다고 한다. 또한 객실을 증축하면서 세월호의 무게는 퇴역하기 직전보다 239톤이 증가했다. 또한 이게 첫 개조가 아니였는데 일본에서도 이미 1994년 건조한 지 불과 한달만에 589톤이 증가했었다. 결국 맨 처음 개수했을 당시 5,997톤이였던 선박은 총합 838톤이 늘어서 사고 당시 순수 선박의 무게가 6,835톤에 달했다.

급변침 과정에서 선박이 좌현으로 기울고, 결박이 풀림과 함께 균등하게 배치되어 있던 차량과 화물이 관성에 의해 좌현 쪽으로 쏠리며 무게중심이 급격하게 붕괴되어 배가 서서히 기울다가 사고 신고가 접수된 직후의 시간에 완전히 균형을 잃고 전복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세월호의 차량 결박이 평소에도 허술 했다는 증언까지 나와 급변침이 원인이 되었음을 뒷받침 하고 있다.

문제는 차량과 화물만 제대로 고정시켰더라도 이런 일이 없었다는 점이다. 세월호 측이 화물을 고정시키는 데에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화물을 고정시키지 않은 채 그냥 적재해서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는 관측이 있다. 이로서 세월호 침몰은 인재(人災)가 확정된 상황이다.

이 모든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번 사고는 이미 예정되어 있던 셈이다. 물살이 세고, 물이 혼탁한데다, 선장의 도덕성이 결여되고, 구조가 늦어지면서 모든 일이 더 악화된 것이다.

애초에 이런 일들이 왜 일어났을까. 세월호를 통해 사업하던 청해진해운과 그 소유주의 모습을 가만히 보면 해답이 있다. 청해진해운은 세모 그룹의 전 회장인 유병언씨의 두 아들이 실 소유주로 되어 있는 회사이다. 세모그룹은 전두환 대통령으로부터 특혜를 받아 성장했고, 수많은 ‘뻘짓’을 하며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으나 2000억원에 달하는 담보 대출로 근근히 막은 것 같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된 세월호 역시 은행에 담보물로 잡혀 있었다. 유병언씨는 ‘구원파’라는 이상한 종교 집단을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었고, 수많은 회사들을 세운 후 ‘재벌 회장’ 행세를 하며 회사 사장들에게 자신의 사진을 장당 수천만원에 강제로 사게 했다고 한다. 자신이 만든 종교 단체에서 200억원을 대출하고, 계열사를 만들어 126억에 작품을 사게 한 후 손실 처리했다. 그렇게 해서 유병언 회장과 두 아들, 그리고 친척들이 축적한 재산이 5600억원에 이른다. 회사는 적자에 시달리게 해 놓고, 본인들은 미국에 수백만달러짜리 부동산을 사들이며 인생을 즐긴 것이다. 게다가 회사를 부실하게 경영하면서도 20년간이나 인천-제주 운항 독점권을 보유하며 국내 최대 선박 여객 회사 중 하나가 된 것으로 보아,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돈으로 매수한 것 같다.

그리고 사고가 나자 그들은 모두 사라졌다. 유족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도 없고, 구조 작업에 도움이 되도록 돈을 기부하겠다는 말도 없다. 사무실과 카페 문을 모두 닫고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이런 사람들이 조직의 최상단에 있는 회사의 직원들로부터 무슨 도덕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은 낮은 급여를 받으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고, 무리하게 배를 증축한 것이 불안해 원래 배를 몰던 선장은 휴가를 내고 빠져버렸고, 그 자리를 채운 사람은 선장으로서 힘도 발휘할 수 없는 ‘대타’였는데, 그가 무슨 도덕적,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문제는 한국에 이런 회사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자격이 없는 많은 사람들이 기업의 정상에 올라가버렸다. 그들은 회사라는 것이 뭔지, 주주라는 것이 뭔지, Board of Director의 역할이 뭔지에 대한 개념도 없는 것 같다. 회사를 개인 자산을 불리는 목적으로만 운영하고 있다. 그런 회사들이 만들고 운영하는 수많은 상품 때문에, 이번과 같은 사고는 언제 또 발생할 지 모른다.

미국에 살면서 불편한 것 중 하나는, 때로 지나칠 만큼 안전을 강조해 사회적 비용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고치러 가 보면 느끼는데, 차에 안전에 관한 문제가 하나만 있어도 수천 달러를 메기며 전체를 다 갈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번에는 바퀴에 바람이 좀 빠져 정비소에 가져갔더니 바퀴를 갈아야 한다고 했다. 타이어가 새 것이었고 내가 보기엔 정말 문제가 없어 보여 그냥 좀 고쳐서 써도 될 것 같다고 했더니, 라이어빌리티(liability) 문제가 있어 날 그냥 보낼 수 없단다. 하는 수 없이 바퀴를 새 것으로 갈았다.

이들이 도덕성이 높고 진정으로 내 안전을 걱정해서 이렇게 행동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회사가 져야 할 책임이 워낙 크니 애초에 조심을 하는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소송이 쏟아지는 나라인지라, 뭐라도 잘못해서 책 잡히면 천문학적인 액수의 보상을 해야 하니, 회사의 자산을 책임질 수 있는 직원들을 채용하고, 그들을 철저히 교육하게 될 수밖에 없다.

세모 그룹 유병언 회장 및 그 일가는 정부에게 쏟아지는 비판 뒤에 숨어서, 이번 사건이 잘 마무리되고 선장과 공무원들이 무거운 처벌을 받음과 함께 이번 사고가 사람들에게서 잊혀질 순간을 기대하며 씨익 웃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업데이트(4/23): “학부모의 절규” 기사를 보니 구조를 한다고 말해놓고 실제로는 구조를 제대로 안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 급박한 상황에서 남의 일 대하듯 태연했던 사람들도 있었던 듯. 이해가 안되는 일들이 너무 많군요.

업데이트(4/24): 아래 Iaridae님이 댓글에 남겨주셨는데, 구조를 제대로 안하고 있었다는 주장에 왜곡이 있다고 합니다. 해상 구조 작업에 직접 참여해본 적이 많이 있는데 이번은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던 것이며, 잠수부가 많다고 한꺼번에 투입할 수도 없는 것이라구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 안타까운 상황에, 누구인들 몸을 던져 생명 하나라도 건져내고 싶지 않았을까요.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실적인 이야기이니 한 번 읽어보세요.

업데이트(4/25): 구조대원들의 힘든 상황을 묘사한 국민일보 기사“초대형 태풍을 뚫고 40층 건물의 34층 화장실을 찾아가시오. 제한 시간은 20분” 이들에게 떨어지는 미션은 이것과 맞먹는다.

업데이트(4/26): 페이스북에서 본 장영준 후배의 글이 많이 공감되어서 여기에 추가: “물론 정부의 대응이나 태도에는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부정하자는 것은 아니야. 그러나 이러한 인재를 통해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기 위한 본질적 문제를 찾으려는 사회 구성원들과 언론의 자세가 좀 아쉽다. 조직도 정부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사람을 만드는 것은 문화이고, 문화는 일반사람들이 만들지. 우리가 보기에 정말 어처구니 없는 안행부장관이나 모 공무원들이 어떤 특별한 제도아래 자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고 일반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문화를 배우며 또는 타협하며 휩쓸려온, 그런 우리 모두와 다를 바 없는 일반 사람들이거든. 더 책임감있고 유능한 정부를 원한다면 그 구성원들을 지배하는 집단지성과 문화를 바꾸어야 하는데, 그건 탓하고 욕한다고 나아지는 것들이 아니야. 만약 단순한 분노표출이 아닌 우리 정부를 더 나은 정부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SNS를 통해 누군가를 욕하고 탓하기 보다(물론 이런 것도 필요하지만), 이 사회의 문화를 만드는 주체인 나부터 스스로에게 “나(우리)는 한배를 탄 사람들을 위해 어떠한 자세로 살고 있나? 나(우리)는 보여주기식 얼렁뚱땅으로 내 책임을 미룬적이 없나? 나(우리)는 자식들에게 리더로서의 권리보다 책임감을 먼저 철저히 가르치고 있나? 나는 책임을 다했을때 더 자랑스러운가, 경쟁에서 이겼을때 더 자랑스러운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여러사람과 공유함으로써 집단지성과 문화의 수준을 높이는데 일조해야 한다고 봐. 그래야 더 나은 일반사람들이 많아지고, 그 일반사람들이 정치인이 되는 것이고, 그러면 현 정치권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것이라고 본다. 살인/절도와 같은 범죄는 비교적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벌어지는것과 달리, 돈이나 권력만 쥐었다 하면 90% 이상이 타락해버리는 정치권을 보면.. 그것은 “그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것이 아닐까.

업데이트(4/27): 중앙일보 이철호 수석논설위원이 대형 선박 선장 출신 두 사람을 인터뷰한 내용 중 일부: “진짜 살인범은 배 위가 아니라 육지에 숨어 있다. 인천항에서 화물을 과적하고, 만재흘수선을 눈속임하기 위해 평형수에 손을 댄 인물이다. 세월호는 규정보다 화물을 2000t 더 실어 운송비 8000만원을 추가로 챙겼다. 배는 모르면서 돈만 밝힌 인물이 진짜 살인범이다. (중략) 총리나 장관은 바다를 모른다. 현장 보고를 학습하기도 벅찰 것이다. 현장 전문가에게 사령탑을 맡겨야 한다. 9·11 테러엔 뉴욕소방서장이 현장을 장악했고, 빈 라덴 제거 작전에는 대통령·국무·국방장관을 제치고 미 합동특수전 공군준장이 상황을 지휘했다”

업데이트(4/28):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에서 잘못된 리더십의 전형을 여실히 보여준 것 같습니다. 박성미 다큐멘터리 감독이 쓴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되는 이유” 라는 글에 공감이 많이 되네요.

업데이트(4/28): “왜 기업은 옳은 일을 하는데 실패하는가 Why Corporations Fail to Do the Right Thing” 도 같이 읽어보세요. 이 글을 쓴 Christine Bader는 BP (British Petroleum)에서 사회적 책임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를 11년간 담당했던 사람.

한국인의 영어 이름 사용에 대한 생각

아래는 이틀전에 했던 트윗.

오늘 했던 트윗
기억하기 무척 어렵지만 그대로 쓰는 인도 이름들

91번의 리트윗에 더해, 많은 분들이 트위터에서 의견을 주셨다. 한국 이름을 어디서나 그대로 밀고 나가야 한다는 분들도 있었고, 한국 이름을 주변 사람들이 발음하기 어려워해서 어쩔 수 없이 결국 영어 이름을 선택했다는 분들도 있었다. 아래에 몇 개 인용해본다 (이해가 쉽게 약간 수정하고, 트위터 프로필을 옆에 썼음).

 (월스트리트저널 한국어판 에디터)

받침 때문이 아닐까요? 한글 이름에 저처럼 받침이 많으면 다들 발음하기 힘들어하더군요. 정.연. 대신 JY라고 묻지도 않고 부르기도 합니다^^

 (씨디네트웍스 CTO)

저걸 다 발음해 주나요? 🙂 보통 인도인도 이름이 너무 길면 줄여서 불러 줍니다만. 물론 그건 줄여서 부르는 거지 완전히 미국식 이름으로 바꾸어 부르는 거는 아니라는 차이는 있지만요.

 (퀄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저는 (정말 외국에서 자라지 않은 이상) 이름이 설사 범석이라도 특별한 이유가 아닌 이상 한국이름 쓰는게 좋다고 봅니다. 말씀대로 인도친구들은 여기서 태어나는 아이들 조차 다 자국이름 쓰게 하더군요.

(LookAllure CEO/Founder)

개인적으로는 한국 이름을 사용하는것이 좋은것 같아 그렇게 하는데, 미국에서 자라지 않았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영어 이름을 사용하더라구요. 최근 몇년간 보면 한국에서도 미국 이름 쓰는 사람들 많던데요. 트윗에서도 그렇고.

경험상 인도 사람들은 이름을 줄여서 많이 쓰고 줄이면 발음이 쉽죠. 우리나라 사람도 발음이 쉬운 사람들은 거의 그대로 쓰는 편이고요. 일본이나 대만, 중국도 마찬가지더라구요. 사상의 문제도 있겠지만 발음 문제가 훨씬 크다고 봅니다.

 (삼성 모바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처음엔 한국이름을 쓰다 비지니스용으론 상대에게 발음 및 내 이름을 기억시키는 것도 어렵단 결론을 얻고 영어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만족합니다. 인도친구들과 일할때 그들의 긴 이름때문에 불편하더군요. 그래서 약어로 보통 부릅니다.

 (후지쯔 글로벌 비즈니스 매니저)

참고로 싱가폴과 일부 말레이시아의 중국계들은 일부는 영어이름을 일부는 그냥 중국식 이름을 부르는듯 해요. 그밖에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는 본래이름을 이용하고요. 필리핀은 본인이름과는 별도로 애칭을 가집니다.

동감! 영어이름보다 한국어 이름을 부르는게 더 재미있다는 외국친구들의 이야기도 있었어요! 굳이 영어 이름을 만들 필요는 없는 듯 합니더… 요즘 어린 아이들한테 영어이름을 만들어주는 풍습(?)도 생겨나고 있다던걸요.

미국에 와서 이름 문제로 고민을 정말 오래 했다. 나의 영어 이름은 ‘브라이언(Brian)’이었다. 게임빌에 있을 때 영어 강사를 불러 영어 회화 연습을 같이 하곤 했는데, 첫 시간에 각자 영어 이름을 하나 지어보라 하길래 문득 떠오른 이름이 브라이언이라 그걸로 정했다. 내 맘대로 정한 거지만 어감도 마음에 들었고, 사람들이 나를 브라이언이라고 불러주는 것도 좋았다. 나중에 미국, 유럽 회사와 일하게 되면서 나를 브라이언이라고 소개했고, 모두들 그 이름을 불러주었다. 7년간 이 이름을 쓰자 그냥 내 원래 이름처럼 자연스러워졌다.

MBA에 입학하면서, 법적 이름 외에 닉네임(nickname)이 있느냐고 묻길래 Brian이라고 썼고, 학교에 입학했더니 네임 텐트(name tent: 수업 시간에 책상에 올려두어 교수가 이름을 바로 부를 수 있게 하는 것)를 주었는데, 한 면에는 Sungmoon Cho, 다른 면에는 Brian Cho라고 써 있었다. 나는 Brian Cho가 잘 보이게 항상 놓아두었다. 주변을 보니 보니 중국이나 대만에서 온 경우에는 80%가 영어 이름을, 한국에서 온 경우는 절반 정도가 영어 이름을 쓰고 있었다. 흥미롭게도, 일본인 중에서는 영어 이름을 쓰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미국에서 6년 이상 살면서 지금까지, 영어 이름을 가진 일본인은 거의 보지 못했다. 그들은 미국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에게도 일본 이름을 지어주는 경우가 많다.)

비즈니스스쿨에서 쓰던 네임 텐트. 이 때는 Sungmoon  Cho가 뒷면에 있다.
비즈니스스쿨에서 쓰던 네임 텐트. 이 때는 Sungmoon Cho가 뒷면에 있었다.

학교 초기에 새로운 친구들을 엄청나게 많이 만났다. 그들 모두에게 ‘브라이언’이라고 소개했더니 즉시 알아듣고, 내 이름도 쉽게 기억해서 참 편했다. 그렇게 6개월간 ‘브라이언 조’로 지냈다.

그러던 중, 한 가지 관찰된 변화가 있었다. Rex라는 이름을 쓰던 중국에서 온 친구가 어느 날부터 Qingbai (칭빠이) 라는 중국 이름이 달린 이름판을 내걸기 시작한 것이다. 쉬는 시간에 가서 물었다.

너 렉스라는 이름을 잘 쓰고 있었잖아. 왜 칭빠이로 쓰기로 결심했어?

칭빠이가 원래 내 이름이야. 나는 그냥 이걸 쓰기로 결정했어.

‘칭빠이’라는 이름이 부르기 어렵고 기억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내 우려와는 달리, 교수와 친구들은 곧 그의 이름을 바꾸어 부르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그 친구가 ‘콜드 콜(cold call: 수업 시간에 교수가 갑자기 질문하는 것)’ 을 적게 당하고 싶어서인가 생각도 해봤지만, 이름이 칭빠이라 해서 덜 불리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이 나서서 대답을 많이 했다. 남들이야 어떻든 중국식 이름에 자부심을 가지는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브라이언? 성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름이라는 게, 한 번 정하면 바꾸기 참 힘든 건데, 앞으로 미국에서 살면서 나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할 지 생각해봐야 했다. 그러던 중 나와 가깝게 지내던 친구 마이클이 한 마디 했다.

난 ‘성문’이란 이름이 좋더라. 부르기 쉽고 어감도 좋아. 난 그냥 ‘성문’으로 부를래.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친구가 편하게 느낀다고 하니 그렇다면 문제가 없는 것 아닐까. 그래도 난 모든 사람들에게 브라이언으로 이미 알려져 있기 때문에 쉽사리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장단점을 적어 보았다.

미국식 이름 한국식 이름
장점 다른 사람들이 외우고 부르기 쉽다. 나만 가지고 있는 내 이름이다.미국에서 Sungmoon Cho라는 철자를 가진 사람은 거의 내가 유일하다.
단점 부모님이 주신 이름이 아닌데 좀 어색하다.’브라이언’은 흔한 이름이라, 나랑 같은 이름과 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상대적으로 외우고 부르기 어렵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가 생겼다. 친구들과 함께 딜로이트에서 주최하는 ‘비즈니스 플랜 컴퍼티션(business plan competition)’에 나갔는데, 각자 나누어 일을 한 후에, 나중에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신이 맡은 슬라이드를 발표했다. 영어로 발표한다는 것도 긴장되는데, 1등 자리를 놓고 다른 팀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팀의 다른 멤버에게 누가 되면 안된다는 생각에 더 긴장을 했다. 슬라이드에는 Brian Cho라고 내 이름이 선명히 적혀 있었다. 아마 미국에서 태어난 아시아인이라고 나를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내가 발표할 내용을 완벽히 외우지를 못해 결국 할 말을 메모에 적은 후, 발표 시간에 메모를 슬쩍 보면서 이야기했다. 더듬기도 했고, 할 말도 다 못했던 것 같다. 발표가 끝나고 나자 심사를 맡은 2학년 학생과 딜로이트 컨설턴트들이 우리 각자에게 피드백을 주었다. 내 차례가 되었다.

브라이언은.. 내용은 괜찮았는데 종이를 보고 읽는 바람에 집중도가 떨어졌네요. 다음부터는 발표할 때 내용을 다 숙지하고 대화하는 식으로 이야기하면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인 이름을 가진 미국인 ‘브라이언’은, 결국 영어로 유창하게 말을 하지도 못하고 발표할 때 말을 더듬은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생각해 보았다.

앞으로 미국에 살면서 사람들 앞에서 영어로 이야기할 일이 많을텐데, 어느 쪽이 나은걸까? ‘브라이언’이라는 미국 이름을 가지고 말을 시작했는데 듣고 보니 미국인이 아니더라는게 좋은 걸까, 아니면 ‘성문’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듣고 보니 발음이 좋더라고 생각하는게 좋은 걸까.

결론이 분명해졌다. 그래, 나는 영어보다 한국어가 익숙한, ‘성문’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국인이다.

그 때부터 네임 텐트를 바꿔 달았다. Sungmoon Cho. 그리고 나를 브라이언이라고 부르던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줬다. 나는 ‘성문’이라는 이름을 쓰기로 결정했다고. 다들 금방 적응했다.

가만히 보니 내 이름 Sungmoon을 Sun (해) 과 g, 그리고 Moon (달)으로 분리할 수 있었다. 그래서 ‘Sun and the Moon in the sky (하늘의 해와 달)’라고 소개하면 다들 바로 기억했다.

그 이후로 미국에서의 내 이름은 줄곧 Sungmoon Cho이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시키거나 물건을 살 때는 줄여서 ‘Sung’이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캘리포니아에 살면서, 그리고 오라클에서 일하면서 정말 많은 나라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일단 유럽에서 온 사람들은 모두 자기 이름을 그대로 쓴다. 헨릭(Henrik), 니콜라스(Nicholas), 밀코(Milko) 등. 장-프랑소아(Jean-Francois) 처럼 이름이 길 경우에는 J.F. 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름을 바꾸지는 않는다. 러시아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세르게이(Sergei), 알렉산더(Alexander), 바딤(Vadim), 카테리나(Katerina), 올가(Olga) 등 그대로 써도 큰 무리가 없는 이름이 대부분이다. 이스라엘이나 중동, 이집트에서 온 사람들도 이름을 바꾸지 않는다. 무하메드(Muhammad), 자말(Jamal), 오페르(Offer) 등의 이름을 쓰고 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일본 사람들도 거의 일본식 이름을 쓰는 편이다.

인도의 경우가 흥미롭다. 인도 이름은 대부분 길고 발음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영어 이름을 지어 쓰는 경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예를 들어, ‘스티브 바타차야라(Steve Batachayara)’ 같은 이름은 볼 수가 없다. 이름을 줄여서 쓰거나 약간 변형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MBA 때 전략 과목을 가르치던 교수님 이름이 수부라마니암 라마나라야난 (Subramaniam Ramanarayanan) 이었는데, 첫 시간에 들어와서 자신의 이름을 칠판에 쓰면서, 자기보다 ‘n’자가 성과 이름에 더 많이 들어가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해서 모두 웃었다. 그는 앞 세글자를 딴 후 부르기 쉽게 만든 수부(Subbu)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불러달라고 했다. 아무 문제 없이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렀다. 이름이 자이프라카시(Jaiprakash)인 이전 동료는 앞 세글자들 따서 Jai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사람들은 제이라는 발음으로 불렀다.

여기서 예로 나라들이 다 영어 알파벳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을 제외하면, 최초로 알파벳을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는 페니키아의 문자에서 유래된 알파벳을 쓰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자신이 원래 쓰던 이름 스펠링이 1:1로 영어 알파벳으로 대응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원래 이름을 뒤로 하고 미국식 이름을 지어 쓰는 곳은 거의 세 나라로 좁혀진다. 중국, 대만, 그리고 한국이다. 특히 중국인들의 미국식 이름 사랑은 각별하다. 내가 미국에서 만나는 중국인들의 거의 90%가 미국식 이름을 사용한다. 남자중에서는 알렉스(Alex)가 가장 흔하고, 여자중에서는 제니퍼(Jennifer)가 흔하다. 릴리(Lily)와 같이 일반 명사를 이름으로 쓰는 독특한 경우도 봤다. 가끔 이런 재미난 일도 생긴다.

Mickey Kim 트윗. (2013년 2월 18일)
미키 김의 트윗. (2013년 2월 18일)

이들에게 영어 이름을 쓰는 이유를 물어보면, 원래 이름이 발음하고 기억하기 어려워서라고 한다. 과연 쉽지 않은 이름들을 가졌다. 펑리, 후아구오, 바오동, 웨이리아 등.. 게다가 원래 알파벳 형식으로 쓰였던 발음들이 아니기 때문에 알파벳으로 옮겨놓고 나면 한 눈에 잘 안들어오고 기억하기 어렵다.

한국 이름은 그래도 나은 편이지만, 발음이나 철자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희’, ‘혜’, ‘현’, ‘혁’ 과 같이 ‘ㅎ’으로 시작하는 발음이 어렵고, ‘승’ 과 같이 ‘ㅡ’ 모음이 들어가면 역시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닌데 영어 이름을 굳이 쓸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예를 들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기문(Ki-moon)’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쓴 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자리에 있으면서 ‘마이클 반’과 같은 이름을 쓰고 있었다면 느낌이 어땠을까? 지난번 블로그에서 소개했던 강석희 어바인 시장도 한국 이름을 그대로 쓴다. 다만 철자가 ‘Sukhee’라서 사람들이 ‘수키’라고 부른다고 한다.

꼭 발음 때문이 아니더라도, 영어 이름을 지어서 부르면 서로 호칭을 부를 때 직함을 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영어 이름이 편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과 외국인이 섞여 있는 자리에서 외국인에게는 ‘샘’이라고 부르면서 옆에 있는 한국인에게는 ‘김부장님’이라고 부르면 불편할 것이다. 이런 때는 둘 다 샘, 제임스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 편하긴 하다.

또한 다양한 나라 사람들과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경우에도, 영어로 된 닉네임이 있으면 남들이 기억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이름이 미국 뿐 아니라 온 나라에서 더 널리 알려지고, 그래서 다른 이들이 한국 이름을 기억하고 익숙해지면 좋겠다. 인도 이름이 그렇게 어려워도, 인도 사람들이 하도 많으니 사람들이 이제 인도 이름에 참 익숙해진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름만 들어도 ‘아 한국 사람이구나’하고 알 수 있게 되면 좋겠다. 한편,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나중에 외국에서 이름 문제로 고민하지 않도록 ‘상민, 수민, 지아, 유나’처럼 조금 쉬운 발음으로 된 이름을 주는 것은 어떨까도 생각해 본다.


 

업데이트 (4/7): 몇달 전 미국에서 만난 한 일본계 미국인 가족. 그들은 자신을 ‘타’ 패밀리라고 소개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남편의 이름은 타다시, 아내의 이름은 타미카, 첫째는 타키코, 둘째는 타로. 그들은 부모님 세대에 미국에 이민왔으므로 자신은 이민 2세, 그리고 자녀는 이민 3세가 된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랐으므로 일본어는 거의 익숙하지 않고 일본에 가본 적도 몇 번 없다. 그래도 그들이 미국에서 태어난 3세 자녀들에게 일본 이름을 지어주고, 일본인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며 미국에서 즐겁게 살고 있는 것을 보니 좋아보였다.

업데이트 (4/7): 트위터에서 @ellerybrandon 님이 소개해주신 웹툰, ‘뿌와짜짜의 영어 이야기 – 내 이름은 김삼순 편‘ 정말 재미있고 공감되네요. ‘호’자가 들어가는 이름은 사실 조금 쉽지 않죠.

업데이트 (4/8): 위에서 놓친 나라가 있는데, 홍콩은 90% 이상이 영어 이름을 쓰고 있다고 많은 분들이 알려주셨습니다. 영국 식민 통치의 영향이라고 하네요.

업데이트 (4/8): 2012년에 다니엘 튜더 이코노미스트 특파원이 ‘진짜 이름을 부르고 싶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중앙일보에 기고했었네요.’한국: 불가능한 나라‘ 책의 저자이지요. 자기가 한국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브래드, 제니퍼 등으로 불러달라고 하는데, 자기는 그렇게 부르기 싫다고. 남들이 자기를 철수라고 부르기를 원하지 않듯, 자기도 한국 친구를 브래드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고. 진짜 이름을 부르고 싶다고.

한국의 개발자 처우 개선, 과연 개발 환경 혁신이 먼저일까?

지난번 포스팅했던 우리나라가 소프트웨어 강국이 되려면에 이어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해 느낀 점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아래는 ‘치킨집 사장과 백발의 개발자‘라는 동아 일보 뉴스룸 기사의 일부:

실리콘밸리의 개발 환경은 촉박한 시한에 쫓겨 밤낮없이 일하고 햄버거나 컵라면으로 3분 안에 끼니를 때운 뒤 믹스커피와 박카스를 페트병 용량으로 들이켜는 국내 개발 환경과 너무 달랐다. 그곳에는 개발자를 존중하는 문화가 있었고, 더 나은 아이디어를 위해 ‘여유’가 필요하다는 이해가 있었다. 국내에서 개발자 하면 불쌍한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과 달리 실리콘밸리의 개발자는 창조적 자아실현이 가능한 멋진 직업으로 느껴졌다.

개발자가 다수였던 이날의 청중은 ‘어떻게 하면 실리콘밸리에서 일할 수 있냐’고 앞다퉈 질문했다. 실리콘밸리 기업에 취직하는 노하우부터 체류 비자 및 영주권을 취득하는 루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얘기들이 오갔다. 한국을 떠나 실리콘밸리로 갈 방법을 묻는 열기(?)를 보며 복잡 미묘한 마음이 들었다. IT 개발자를 치킨집 사장으로 내모는 이 후진적 개발 환경을 혁신하지 않고서는 ‘소프트웨어 강국 한국’이나 ‘창조경제 실현’은 모두 구호에 불과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분당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250명이 참석하고 900명이 온라인으로 시청했던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컨퍼런스를 본 임우선 기자가 쓴 글이다. 한국의 현실을 암담하게 느껴 실리콘밸리로 가고 싶어 하는 젊은 사람들을 보며 느꼈던 진심어린 애정과 안타까움이 묻어 있다.

이런 많은 글들이 ‘개발 환경 혁신’으로 결론을 짓는다. 물론 맞는 말이고 꼭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출발점일까? 그 혁신을 누가 해야 하는걸까? 정부가 ‘개발자 처우 개선법’을 만들어 규제를 강화해야 할까? 아니면 지금의 고용주들이 비용을 크게 증가시키고 수익성을 악화시켜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각오하고 개발자들에게 높은 연봉을 주고 근무 시간을 낮추어줘야 할까?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이 엔지니어들에게 ‘창조적 자아 실현’까지 해준다고 하는 건 좀 지나치게 거창한 말이지만, 많은 회사들이 왜 엔지니어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주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돈이 되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창업자들이 사회 사업가도 아니고, 딱히 고귀한 성품을 지닌 것도 아니다.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창업가가 많기는 하지만 결국 회사는 ‘주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주주의 이익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회사는 성장하기도 힘들 뿐더러 성장한 후에도 자금난을 겪게 되기 쉽다. 개발자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주는 이유는, 그렇게 좋은 대우를 해주어 훌륭한 제품을 만들면 그만큼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소프트웨에 회사들은 소위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한다. 일본 시계가 3백 달러에 팔릴 때, 똑같이 생긴 스위스 시계가 1만 달러에 팔리듯이, ‘메이드 인 실리콘밸리’이면 똑같은 제품이라도 더 비싸게 팔 수 있고, 영어권 국가를 대상으로 하므로 더 큰 시장에 팔 수 있다. 그러려면 품질이 월등해야 한다. 결국 개발자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품질이 월등한 제품을 만들기 쉽지 않다.

둘째, 그렇게 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경쟁이 없는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은 매일 인재 전쟁을 겪고 있다. 소위 Top 20을 제외하면 (이미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회사, 또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회사), 나머지 대부분의 회사들은 엔지니어 모셔오기에 안간힘을 쓴다. 연간 500달러를 내고 링크드인(LinkedIn) 프리미엄 회원에 가입해서 사람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엔젤리스트(Angel.co)에서는 연봉에 더해 회사 지분을 주겠다며 인재들을 유혹한다.

엔젤리스트(angel.co)에 올라온 Symphony라는 회사의 채용 공고
엔젤리스트(angel.co)에 올라온 Symphony라는 회사의 개발자/디자이너 채용 공고

셋째, 자본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앞서 든 두 가지 요소와 중복되는 면이 있는데 성장성이 있는 회사라면 투자를 받을 수 있고, 투자를 받으면 잘 나가는 회사만큼은 아니지만, 꽤 괜찮게는 대우해줄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에서 사기업 투자가 가장 활발한 곳이 실리콘밸리이고, 이렇게 많은 돈의 주 사용처는 ‘개발자 월급’이다 (아래 그래프). 근데, 여기서 간과하면 안되는 것은, 돈이 몰리니까 대우가 좋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래에 설명하겠다. 그리고 애초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죽, 실리콘밸리 회사들이 워낙 많이 다른 기업에 높은 가격에 인수되고, IPO 가서도 가치가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으니까 돈이 몰리는 것이다. 결국,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모두 가능한 일이다.

2013년, 미국 지역별 투자 금액 (출처: MoneyTree)
2013년, 미국 지역별 투자 금액 (출처: PWC/MoneyTree)

한국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속해 있는 직군은 다음 몇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전체 경제 규모 중 차지하는 비중을 추정해 보았다.

  1. 중, 대기업 핵심 제품 개발 부서 (10%)
  2. 중, 대기업 IT 부서 (15%)
  3. 하청 업체 / 에이전시 (20%)
  4. 기업, 국가 연구소 (5%)
  5. 온라인/모바일 게임 개발사 (25%)
  6. 고성장 스타트업 (5%)
  7. 기타 (20%)

중/대기업 핵심 제품 개발 부서의 경우, 고급 인재가 많이 있는 곳이고, 근무 시간이 길 수 있지만 대우는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내 생각에 ‘치킨집’ 이야기가 나오는 곳은 IT 부서와 하청 업체, 그리고 일부 게임 개발사가 아닐까 한다. 기업의 ‘IT 부서’는 핵심 부서라기보다는 기업의 전산을 책임지는 부서인 경우가 많아 예산이 충분치 않다. 또한 소위 ‘하청 업체’는 처음부터 품질보다는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시작되는 곳이므로 엔지니어 뿐 아니라 누구도 좋은 대우를 받기 쉽지 않다. 기업/국가 연구소의 경우 인재의 질이 높고, 업무 강도가 높지는 않지만 그만큼 보수가 낮을 것 같다. 온라인/모바일 게임 개발사의 경우 경력직은 좋은 대우를 받겠지만, 주니어급 (대학 졸업 후 1~3년차) 엔지니어들의 비율이 높은 많큼 평균 보수가 높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에서도 고급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한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대우가 좋다. 꼭 연봉 이야기가 아니라, 개발자들이 기분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한다는 뜻이다. 이 분야에 해당하는 비트윈, 핸드 스튜디오, 노리(KnowRe), 리디북스(Ridibooks), 아이디인큐(ID Incu) 모두 사무실 방문했을 때 분위기가 참 좋았다.

실리콘밸리를 살펴보면, 한국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2번, 3번, 그리고 5번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2, 3번 같은 IT/인프라 관리는 단가가 낮은 인도나 중국에 아웃소싱하거나 클라우드 서비를 이용한다 (대신 확장성 높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실리콘밸리에 많다). 한편, 1번과 6번에 해당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 많이 발전해 있기 때문에, 대우는 좋을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경제에서 분야별로 차지하는 비중을 추정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중, 대기업 핵심 제품 개발 부서 (20%)
  2. 중, 대기업 IT 부서 (5%)
  3. 하청 업체 / 에이전시 (5%)
  4. 기업, 국가 연구소 (5%)
  5. 온라인/모바일 게임 개발사 (10%)
  6. 고성장 스타트업 (35%)
  7. 기타 (20%)
한국 vs 실리콘밸리 개발자 직군 분포
한국 vs 실리콘밸리 개발자 직군 분포

결론적으로, 한국에서 개발자 대우를 잘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옮겨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는 것이 맞다. 정부 지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두 가지 길이 있다.

  1. 한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소프트웨어가 해결하는 문제의 난이도가 올라가고, 따라서 부가가치가 올라가는 것
  2. 고부가가치 시장만 대상으로 해도 충분히 수익이 날 수 있도록 더 넓은 시장을 대상으로 제품을 파는 것

1번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 경제가 지금보다 더 발전할 것이고, 그러면 점차 내수 시장이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옮겨갈 것은 분명하다.

2번의 경우 항상 이야기하는 ‘해외 진출’인데, 사실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에 판다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왜 쉽지 않은지에 대해서는 소프트뱅크 벤처스 문규학 대표님이 2009년에 썼던 블로그, ‘한국벤처해외진출잔혹사‘에서 아주 잘 설명해 주셨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의 전유물이었던 패션/화장품 분야에서 일본이 선전하고 있는데, 소프트웨어 분야라고 해서 못할 것은 없다고 본다. 조금씩 벽을 깨며 세상을 놀라게 하다보면 언젠가 인식이 바뀌고, 장벽이 무너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