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의 녹색 말풍선이 부정적 인상을 주는 이유

윤지만(@jiman_yoon)님의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녹색 말풍선이란“이라는 블로그 포스팅을 읽어 보니 재미있고 공감되서 나도 몇 마디 적어본다. 이 블로그에서 인용된 원문은 Paul Ford가 쓴 “It’s Kind of Cheesy Beeing Green”이라는 글인데 요약하면 트위터에서 ‘녹색 말풍선(green bubble)’로 검색을 해보니 부정적인 표현들이 많았다는 것. 무슨 말인가 하면, 아이폰에서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상대방도 아이폰을 사용하면 iMessage임을 표현하기 위해 파란색 말풍선을 보여주고, 아니면 녹색 말풍선을 보여주는데, 아이폰 사용자들은 자연스럽게 ‘푸른 색 = 좋은 것’, ‘녹색 = 열등한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아래는 글에서 인용된 두 그림이다. 왼쪽은 애플 기기 사용자와의 문자 메시지, 오른쪽은 안드로이드 기기 사용자와의 문자 메시지.

아래와 같은 누군가의 재미난 트윗도 있다. 문자 메시지가 녹색 말풍선으로 뜨는 남자와는 절대 데이트를 하지 않겠다는 것 (아마 농담으로 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 욕을 많이 먹고 있다)

그러면서 이렇게 녹색을 즉시 부정적인 것과 연관짓게 만드는 현상은 미묘한 제품 결정이 어떻게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한다.

This spontaneous anti-green-bubble brigade is an interesting example of how sometimes very subtle product decisions in technology influence the way culture works. Apple uses a soothing, on-brand blue for messages in its own texting platform, and a green akin to that of the Android robot logo for people texting from outside its ecosystem (as people have pointed out on Twitter, iPhone texts were default green in days before iMessage—but it was shaded and more pleasant to the eye; somewhere along the line things got flat and mean).

그리고 애플이 왜이렇게 짜게 구냐며, 이왕이면 녹색 풍선 말고 좀 예쁜 색깔로 해주지 그러냐고 한 마디 하며 결론을 맺는다. 자신은 여전히 안드로이드를 쓸 것이라고.

I mean, why not let the people who can’t afford your products have a nice shade of green—fern or pear, pickle or pistachio, maybe even sea-foam, instead of something that looks like glow-stick at a rave? They’ll still feel poor, I promise. It’s probably one line of code to change the color, to reduce the tension between the blues and the greens, to make it possible for a broke dude stuck on Android 4.1 Jelly Bean to mack on a rich girl with an iPhone 6 without her knowing that he’s not in the same ecosystem. Why be so petty, Apple? In any case, I’m sticking with Android.

사실, 아이폰에서 문자메시지 색은 원래 모두 녹색이었다. 그러다가 iMessage를 발표하면서 아이폰끼리의 메시지는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그냥 둘을 구별해주기 위해 그랬으려니 했는데, 이 글을 읽고 생각해보니 나 역시 녹색 말풍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어 놀랐다.

상대방이 아이폰이 아닌 경우, 즉, 말풍선이 녹색인 경우에는 문자를 보내기 전부터 타이핑하는 창에 iMessage라고 쓰이는 대신 그냥 Text 라고 표기되고, 보내고 받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분명 문자 메시지 무제한 요금제를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웬지 ‘유료’ 서비스라는 느낌이 들고, 그 느낌이 싫다. iMessage가 뜨면 카톡이나 왓츠앱, 텔레그램, 또는 페이스북 메신저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듯 마음이 가벼운데 녹색 말풍선은 뜨는 순간 무겁고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게다가 iOS 7에서 디자인을 개선하면서 전체적인 UI가 통일되어 파란색이 많이 등장하는데 일반 문자메시지는 여전히 녹색으로 뜨고 있으니 더욱이나 ‘녹색 = 오래되고 낡음’이라는 공식이 생기는 것 같다.

애플이 계획적으로 그랬던 것은 아니었겠지만, 파란색 vs 녹색 말풍선에 대해 생겨난 인식을 애플 홈페이지에서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SMS로 텍스트를 하는 사람들이(즉,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이) 부러워할 것이라며. 경쟁사에 대해 우위 느낌을 주려는 전략으로서는 잘 먹힌 것 같다.

애플의 iMessage 설명 페이지
애플의 iMessage 설명 페이지

여기에서 더불어, ‘어차피 요즘 다 카톡이나 왓츠앱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는 세상인데 문자메시지 색이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 것 같은데, 미국에서는 여전히 문자 메시지가 자주 사용된다. 친구들끼리도 그렇고, 회사 동료나 고객과 같은 공적인 관계에서는 더더욱 이메일 또는 문자메시지로만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iMessage 사용자 수도 매우 많고, 그렇기 때문에 메신저 앱이 점유율을 높이기 힘든 시장이 되는 것 같다는 여담을 덧붙인다.

업데이트(2/23): 이 현상에 대해 Eli Schiff가 한 마디 덧붙여 쓴 글을 같이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이렇게 우월주위와 차별을 일으키는 생각을 경계하고 방어해야 한다는 논지.

이커머스 시장을 향한 새로운 도전, Jet.com

Jet.com이 얼마전 $140M (약 1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이 투자와 함께 기업 가치는 $600M(약 6600억원)에 달했다. 2014년 9월에 받은 $80M의 투자금까지 합치면 아직 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무려 $220M(약 24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것이다.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시드 투자(Seed Investemtn)가 아닐까 싶다. Jet.com은, 부피가 큰 물건을 주로 다루는 쇼핑몰인 Diapers.com을 아마존에 $540M에 매각해서 유명해진 마크 로어(Marc Lore)가 만든 새로운 개념의 온라인 쇼핑몰이다. 때문에 출시도 하기 전에 기대를 한껏 모으고 있으며, 이미 35만명 이상이 베타 유저가 되기 위해 가입했다. 블룸버그에서는 지난 1월 7일, ‘아마존이 이 사람의 회사를 샀다. 이제 그가 아마존을 겨냥한 회사를 만들고 있다 Amazon Bought This Man’s Company. Now He’s Coming for Them‘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기사에서 워낙 상세히 잘 설명을 해놓았으므로 그 글을 참고하면 가장 좋은데, 여기서 그림을 통해 간단히 개념만 설명해보겠다. Jet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통해 아마존보다도 더 싸게 (대신 조금 더 불편하겠지만) 물건을 팔 수 있다고 한다.

Jet.com 개념 소개 (출처: Bloomberg Businessweek)
Jet.com 개념 소개 (출처: Bloomberg Businessweek)

위 그림을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1. 소비자는 연 49달러를 내고 회원으로 가입한다. (이것이 회사의 유일한 수익원이 된다.)
  2. 원하는 물건을 바로 구매하는 대신, 살 물건들을 장바구니에 넣는다.
  3. 장바구니 안에 있는 물건의 구성에 따라 물건들을 모두 팔 수 있는 리테일러가 달라진다. 만약 한 회사가 그 물건을 모두 제공할 수 있다면, 배송료가 절감될 것이다. 따라서 회사가 장바구니의 물건 구성을 보고 즉시 할인을 제공할 수도 있다.
  4. 만약 ‘천천히 받아도 된다’는 옵션을 선택하면 그만큼 더 배송료가 싸지거나 무료가 된다.
  5. 소비자는 모든 옵션을 고려한 후 값을 지불한다.

Buzzfeed에 올라온 아래 이미지를 보면 더 쉽게 이해가 된다. ‘회원 가격’은 다른 온라인 몰에서 제공하는 가격보다 이미 낮은데, 배송을 늦추거나 반품을 안하겠다고 결정하면 각 결정마다 1~2달러씩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를 모두 합치면 가격이 꽤 많이 떨어진다.

Jet.com의 유저 인터페이스
Jet.com의 유저 인터페이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Inc.com이 창업자와 한 인터뷰의 일부를 보면 조금 더 이해가 된다.

If we compare Amazon to Walmart, and you’re building the Costco of online shopping, how can you actually make prices lower than those found on Amazon? (당신은 온라인 쇼핑의 코스트코를 만드려고 하는데, 어떻게 아마존보다 가격을 낮출 수 있는거죠?)
Costco created a $60 million market-cap business, 21 years after the founding of Walmart. Coincidentally, here we are 21 years post-Amazon’s founding, and we believe we’ve found a way to pull costs out of the system to bring dramatically lower prices to consumers. (코스코는 월마트가 생긴 지 21년이나 지나서 커다란 회사를 만들어냈습니다. 우연히도, 아마존이 만들어진 지 21년이 지났습니다. 우리는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시스템을 찾은 것 같습니다)
But the way we pull costs out of the system is very different than Costco. We make all of the costs of shipping and supply-chain and payment processing very transparent to consumers. It lets you shop smarter, create a more economically efficient basket, and pull costs out of the system. You can also pull your credit-payment card out of the system by changing your credit card to save money. You can buy something non-returnable to save money. You can slow ship speeds down to pull costs out of the system. But primarily what you pull out of the supply chain is fulfillment costs. (그렇지만 Costco와는 아주 다른 방식입니다. 우리는 물류의 전 과정을 아주 투명하게 함으로써 가격을 낮춥니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고, 배송 시간을 느리게 하면 가격이 달라지죠)

아래는 이러한 개념이 소비자에게 어떻게 보여지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How will this slate of options be presented to shoppers? (이런 다양한 옵션들이 쇼핑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요?)
We try to make it incredibly simple for consumers. Here’s how it works: Every product has a starting price. That will be, on average, 5 to 6 percent below the lowest price online. That member-price never changes. Then you have something called the smart-cart bonus. It starts at zero, but as you start building your basket, that smart-cart bonus can increase. It makes the price [for an individual item] get lower. (아주 간단하게 만들거에요. 일단 기존보다 5~6% 싼 가격으로 보여지고, ‘스마트 카트 보너스’라는 게 있는데 이게 할인을 제공해요)
If you as the consumer see some big bonuses on items, you’ll know it’s more efficient to ship that item with your other items in “My Basket.” That’s it. You never have to pick the retailer, you just shop on price. We have one common shipping policy across all merchants. One return policy. And one customer service center number. It’s very clean. (소매상을 절대 고를 필요가 없고, 가격만 보고 결정하면 됩니다. 그리고 배송 기준과 반품 기준은 오직 하나로 할 겁니다)

이해는 되지만 과연 가능할까 기우뚱하게 된다. 이 아이디어로 아마존을 위협할만한 회사를 세운다는 것이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일단 몇 가지 드는 의문은 아래와 같다.

  1. 소비자는 장바구니에 물건을 채우기만 하면 되고, 판매자들이 장바구니의 물건 구성에 따라 실시간으로 할인을 제공한다고 하면 마법처럼 들리지만, 이게 사실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고, 또한 추가 할인을 구현하기가 간단치가 않다. 예를 들어, 여성용 속옷을 사고자 하는 사람은 굳이 Target 이나 Macy’s,  또는 Banana Republic을 뒤질 필요 없이 Victory’s Secret에서 한꺼번에 사면 된다. 마찬가지 이유로, 가구를 사고자 하는 사람은 Overstock.com에서 쇼핑하면 되고, 자전거를 사고자 하는 사람은 Performance Bike에서 쇼핑하며 된다. 이미 특정 품목마다 그 분야에서 가장 강한 리테일러들이 정해져 있다. 그러면, 여성 속옷과 가구, 그리고 자전거를 한꺼번에 사고자 하는 사람에겐 어떤 회사가 할인을 제공해줄 수 있을까? 아마존을 제외하면 Target, Walmart, Macy’s 같은 대형 리테일러들밖에 남지 않는다. 게다가 내가 원하는 브랜드를 그들 회사가 제공해줄 수 있을지는 또 다른 이야기다.
  2. 위에서 예로 든 Target이나 Walmart 같은 회사는 고객 로열티를 확보하기 위해 수십년간 마케팅과 서비스에 돈을 써 왔다. 이런 회사가 Jet.com의 뒤에서만 존재하는 색깔 없는 회사(White-lable)가 되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다. 즉, Jet.com 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인지도가 없는 소매점들을 주된 파트너로 삼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소매점들이 Jet.com 이 원하는 가격과 구색을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
  3. 높은 품질의 소비자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워진다. 반품을 생각해보자. 이전 블로그에 썼듯, 쉬운 반품은 내가 아마존의 ‘가장 충실한’ 고객이 된 이유 중의 하나다. 나에게 이런 경이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물류를 아마존이 직접 관리하기 때문이다. 제 3자가 제 3자에게 발송한 제품에 하자가 생겼을 때, ‘플랫폼’ 역할을 하는 회사가 묻지도 않고 반품을 해준다든지, 고객의 말을 100% 신뢰하고 반품 사유가 판매자에게 있으면 왕복 배송비를 받지 않는다든지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렵다. 특히 49달러라는 연 회원비가 수익의 전부이고, 나머지 모든 절약을 소비자에게 돌려준다는 정책을 취한다면 그런 서비스에 충부한 투자를 할 수 있을까?
  4. 결국 Jet.com 의 모델은 일종의 지마켓, 11번가와 같은 ‘오픈 마켓’형태로 가겠다는 것인데, 난 한국의 오픈 마켓 시스템을 정말 불편하게 여긴다. 아마존에서 쇼핑하다가 그런 오픈 마켓에 가면 난잡한 상해 남경로 한복판에 간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완전히 동일한 제품을 파는 판매자가 수십 개나 되기도 하고, 비슷하면서 약간 다른 상품들이 가격이 제각각이면, ‘최적의 옵션’을 찾기 위해 일일이 들여다보고 조사를 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아마존에서는 2분이면 내릴 수 있는 결정을 오픈 마켓에서는 20분이나 걸려야 내릴 수 있는 경우가 많다.
  5. 마지막으로 고객의 품질이 낮을 수 있다. Jet.com의 이미지가 ‘모든 것을 갖춘 곳’, ‘신기한 물건들이 많은 곳’이 아닌 ‘싸다’는 것이 전부라면 가장 가격에 민감한 질이 낮은 소비자들을 대거 끌어모으게 될 것이고, 이런 소비자들은 기업의 장기적 목표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어쨌거나, 2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들고 시작하는 회사가 실패하기도 쉽지 않은 일. 게다가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도 받으며 시작하는 서비스이니 아마존에게 흠집을 낼 정도의 회사로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이 이커머스의 미래가 된다든지, 오늘날의 코스트코만큼이나 대중적인 서비스가 될 수 있을 것인가를 묻는다면 지금으로서는 노(No)라고 하겠다.

LendingClub과 Box, IPO까지의 여정

오랜만에 쓰는 포스팅. 그동안 공유하고 싶은 게 많았지만, 개인적 변화를 겪는 시기 동안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어 블로그에 손을 놓고 있었는데, 내가 배운 것을 기록하고, 또 좋은 정보를 나누고 싶은 생각에 다시 조금씩 써 보기로 한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머리 속의 생각을 끄집어내어 공개적인 자리에 올려놓는다는 것은 부담되는 일. 오늘 공유하고 싶은 내용은 LendingClub과 Box가 IPO에 가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인포그래픽 두 개. EquityZen에서 만들었다.

1. LendingClub (Lendingclub.com)

개인간(P2P) 대출을 중개해주는 회사. 2007년에 세워졌고, 약 7년이 지난 2014년 12월 11월에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상장 당시 기업 가치는 $5.42B (약 6조원). 참고로 현재 기업 가치는 $7.62B. 시리즈 A, B에 투자했던 회사들은 50배에서 80배에 달하는 수익을 남겼으니 그 이전 엔젤 투자자들은 100배 이상의 이익을 남겼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마지막까지 주식을 안팔았다는 가정하에. 2013년에 구글이 $133M어치의 주식을 기존 투자자들로부터 사들였다고 하는데, 직원들과 초기 투자자들은 이 때 팔아서 수익 실현을 했을 수도 있다. 맨 아래에는 각 주체가 현재 얼마만큼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지 나오는데, 이런 긴 여정 후에 창업자에게 남겨진 지분은 4.7%에 불과. 그렇다 해도 환산한 가치가 2000억원이 넘으니 나쁘지는 않다. 모건 스탠리의 전 CEO인 John. J. Mack과 전 재무장관인 래리 서머스에게 보드에 앉는 대가로 각각 0.77%, 0.32%의 지분을 주었는데, 150억~400억원의 가치에 해당. 래리 서머스는 2012년부터 보드 멤버가 되었다고 하는데, 참 대단하다 싶다.

LendingClub, IPO 까지의 여정. (출처: equityzen.com)
LendingClub, IPO 까지의 여정. (출처: equityzen.com)

2. Box (Box.com)

이제 서른을 넘긴 젊은 창업자 애런 래비(Aaron Levie)가 대학교 만든 프로젝트가 계기가 되어 시작된 회사. 작년에 IPO 하겠다고 했다가 중단하면서 이슈가 됐는데, 다시 준비해서 그 때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올해 1월 23일에 상장했다. 계속 돈을 잃고 있어 위태위태해보였는데 막상 상장한 당일에는 주가가 66%나 크게 뛰었었다. 하지만 그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IPO 때보다 가치가 내려가 있다. LendingClub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상장 시점에 창업자가 보유한 지분은 3.4%뿐. 2006년부터 그를 믿고 투자를 시작한 DFJ는 이후 라운드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서 20%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 회사의 진짜 경쟁력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란이 많다는 것. 간단하게 보면 그냥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보안과 기업용 협업 솔루션을 더한 상품인데, 경쟁이 이미 치열한데다 기술이 다른 회사에 의해 복제되거나 대체되기 쉬워서, 과연 위대한 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다. 게다가 3년 전부터는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내는 중. 101 프리웨이 운전할 때 Box 광고가 항상 크게 보이는 것으로 봐서는 광고비 지출이 꽤 클 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SEC에 제출한 문서를 들여다보니 2013년 한 해동안 지출된 세일즈와 마케팅 비용이 $171 million (약 1900억원)으로 전체 운영 지출인 $257 million (약 2800억원)의 67%나 차지한다.

Box, IPO까지의 여정 (출처: equityzen.com)
Box, IPO까지의 여정 (출처: equityzen.com)

한편, Altos Ventures의 Ho Nam 파트너가 2014년 4월에 Box를 분석해서 쓴 글에 따르면, ‘Annualized Magic Number (연간 마법 숫자)’라는 공식((금년 매출 – 전년 매출) / (전년 세일즈 & 마케팅 비용))에 대입해서 다른 SaaS 회사와 비교하면 Box 는 31 percentile이니, 아주 나쁜 편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돈을 잃으면서 성장하는 SaaS 회사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는 글이므로 추천.

내가 좋아하는 CEO, 제프 베조스

그동안 블로그를 통해 아마존 이야기를, 그리고 제프 베조스 이야기를 많이 했다. 2010년에 처음 아마존 유저 인터페이스 분석이라는 글을 통해 아마존이 나에게 준 긍정적인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를 설명했고, 이듬해에 아마존(Amazon) 성공의 비결은 소비자 경험 개선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라는 글을 통해 회사의 문화와 제프 베조스의 스타일을 소개했다. 올해에는 아마존에 대항하는 리테일러들의 힘겨운 싸움이라는 글을 통해 아마존이 궁극의 승자로 굳혀져가는 상황에서 다른 리테일러들이 어떻게 대항하고 있는가에 대해 설명했다. 2010년에 150달러이던 아마존 주가는 이제 300달러가 되었고, 직원은 16만명으로 늘었으며, 회사 가치는 150조원이 됐다. 어제는 아마존 프라임 회원 수가 끝없이 증가해 이제 5800만에 이른다는 소식도 들었다. 말이 5800만이지, 매년 90달러를 지불하며 온라인 쇼핑을 주로 아마존에서 하는 ‘충성 회원’의 수가 남한 인구의 합보다 많다는 건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나는 2008년에 가입해서 6년째 쓰고 있는데, 프라임 회원으로서 아마존을 더 쓰기 편한 서비스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오늘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올라온 제프 베조스와의 인터뷰를 참 재미있게 읽었다. 오랫동안 그를 개인적으로 알아온 Henry Blodget이 한 인터뷰였는데, 아는 사이인 덕인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만한 것들을 거침없이 물었고, 그만큼 솔직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최근 큰 실패를 경험한 킨들 파이어 폰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회사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사람들이 대담한 실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킨들도 그랬고, 프라임 회원 서비스도 그랬고 모두 대담한 실험이었지만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 파이어 폰도 그런 실험의 일부라고.

I think it takes more time to analyze something like that. Again, one of my jobs is to encourage people to be bold. It’s incredibly hard.  Experiments are, by their very nature, prone to failure. A few big successes compensate for dozens and dozens of things that didn’t work. Bold bets — Amazon Web Services, Kindle, Amazon Prime, our third-party seller business — all of those things are examples of bold bets that did work, and they pay for a lot of experiments.

What really matters is, companies that don’t continue to experiment, companies that don’t embrace failure, they eventually get in a desperate position where the only thing they can do is a Hail Mary bet at the very end of their corporate existence. Whereas companies that are making bets all along, even big bets, but not bet-the-company bets, prevail. I don’t believe in bet-the-company bets. That’s when you’re desperate. That’s the last thing you can do.

책에 대해 가질 가장 중요한 시각은, ‘책은 다른 책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책은 블로그, 뉴스, TV, 게임, 영화 등과 경쟁하고 있는 제품. 그런 면에서 자신은 책이 여전히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며, 그 가격을 내리는 데 공을 들여왔다고. 실제로 킨들 출시 후에 책 가격이 낮아졌고, 책을 사는 과정도 너무 쉬워진 덕에 책을 쉽게 소비하고 있다.

The most important thing to observe is that books don’t just compete against books. Books compete against people reading blogs and news articles and playing video games and watching TV and going to see movies.
Books are the competitive set for leisure time. It takes many hours to read a book. It’s a big commitment. If you narrow your field of view and only think about books competing against books, you make really bad decisions. What we really have to do, if we want a healthy culture of long-form reading, is to make books more accessible.

Part of that is making them less expensive. Books, in my view, are too expensive. Thirty dollars for a book is too expensive. If I’m only competing against other $30 books, then you don’t get there. If you realize that you’re really competing against Candy Crush and everything else, then you start to say, “Gosh, maybe we should really work on reducing friction on long-form reading.” That’s what Kindle has been about from the very beginning.

이제 나이 50이 되었는데, 뭔가 바뀐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인상적이다. “별로 바뀐 게 없어요. 여전히 즐겁게 사무실에 가고, 내 삶을 사랑하죠. 네 명의 아이가 있고, 아내는 여전히 나를 사랑한다고 해요. 사실인지 따지지는 않습니다. 매일 밤에 제가 설겆이를 하는데, 그것 때문에 저를 좋아하는 것 같거든요.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근데요, 그게 제가 하는 일 중 아내가 가장 섹시하게 느끼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웃음).” 그의 여유로운 태도가 보기 좋다.

HB: You turned 50 recently.

JB: Yes.

HB: Any changed outlook on life?

JB: No, not really. I’m still dancing into the office. I love my life. I have four kids. My wife still claims to still like me. I don’t question her aggressively on that. I do the dishes every night, and I can see that actually makes her like me. It’s a very odd thing.

HB: I do that, too.

JB: I’m pretty convinced. It’s like the sexiest thing I do. [Laughter]

그와의 1시간 인터뷰 전체를 비디오로 보면 더 좋다. 요즘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부끄러운 행동으로 떠들석한데, 경영자들의 태도만 문제를 삼을 것이 아니라, 그런 태도를 인정하고 강화하는 분위기도 고쳐야 하지 않나 싶다. 재벌 2세를 미화하는 드라마와, 제왕적 권력을 상기시키는 사극들이 일조를 하는 것은 아닐까.

매트리스를 만드는 스타트업, Tuft & Needle

오늘 아침에 우연히 발견한 글을 읽고 감동해서 회사와 제품 정보를 좀 찾아보다가 블로그에 메모. 매트리스를 만드는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다. 미국에서 매트리스를 사본 경험이 있다면 십분 공감할 스토리. 나도 매트리스 살 때 참 답답함을 느꼈고, 사고 나서 며칠 후 후회해도 소용 없게 되자 그 큰 매트리스를 처분하기도 힘들어서 고통을 겪어본 적이 있다. 좋은 걸 사자니 수천달러 이상이고, 값을 절약하자니 너무 안좋아보이고.

다음은 How Tuft & Needle Disrupted a Tired Mattress Marketplace (Tuft & Needle이 어떻게 해서 지겨운 매트리스 시장을 Disrupt시켰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인데 몇 가지 대목을 정리해본다.

창업자 중 한 명인 JT는 원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엔지니어.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온라인에서 매트리스 사려고 알아봤는데 분석적 방법이 먹히지 않았다고. 엉터리 정보들만.

In 2011, newlywed John-Thomas (“JT”) Marino ran headfirst into the mattress-buying morass. An engineer at a Silicon Valley startup, Marino took an analytical approach, intending to dissect the process of making his purchase before ever entering a mattress store. Things didn’t go well.

그래서 가게에 방문해서 알아봤는데 똑같은 매트리스에 브랜드만 달리해서 팔고, 똑같아 보이는 매트리스가 500달러 가격 차이.

When he visited mattress stores, things only got murkier, as commissioned salespeople appeared to be putting up smoke screens. “My objective was to learn the brands and compare features and models,” Marino says. Instead, he found that the same mattresses were often rebranded for different stores, or small tweaks were made to differentiate them. Some seemed to be identical, but one cost $500 more than the other. There was no real way to compare and contrast.

결국 3000달러를 들여 매트리스를 샀는데, 몇 주 써보고 나서 후회. 반납하려니 너무 비싸서 결국 쓰게 됐는데, 밤마다 자신이 실수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고.

In the end, Marino spent more than $3,000 on a mattress. After a couple of weeks, he was ready to return it, but shipping costs were prohibitive. “I settled on this thing, and every night it just reminded me of my mistake,” he says.

그래서 같은 회사에서 일하던 Daehee Park (박대희)를 만나 6000달러 투자해서 창업하기로 결심.

Armed with that knowledge, Marino and Park left their jobs in June 2012 to work on their new venture full time, investing $6,000 and renting work space in Tempe, Ariz. They launched Tuft & Needle in December that year.

아마존에서 팔았는데 처음엔 반품이 많다가 지금은 반품이 1% 미만. 고객이 매우 만족.

“We had a much higher return rate then, but we hustled to continuously iterate on our mattress like it was software. Now our return rate is under 1 percent, our customers are super-satisfied, and they’re sharing with friends. That’s how we started to grow. We’re as viral as a mattress company can be.”

2013년 한 해 매출 10억. 2014년 첫 세 달 매출 10억. 이 추세라면 기사가 나가고 난 지금은 매달 매출 10억씩 올리고 있을 듯.

Today, Tuft & Needle’s mattresses, which are made of 1.9-pound density foam–similar to more expensive foam mattresses–are the top-rated product in Amazon’s furniture category. Marino and Park are not sharing unit sales numbers, but they report that overall sales in 2013 hit $1 million. The company, which now employs 13 staffers, reached $1 million in sales in the first three months of 2014 alone.

먼저 회사 홈페이지를 살펴봤다. 좋은 느낌의 첫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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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ft & Needle 홈페이지

그리고 들어가면 자신들이 어떻게 해서 비용을 절감하는지 설명하고, 그리고 매트리스를 미국에서 만든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30일 이내에는 이유 불문하고 반품 가능. 반품 비용은 전액 회사 부담.

Tuft & Needle 홈페이지
Tuft & Needle 홈페이지

아마존 판매 페이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별 다섯 개 만점. 그동안 아마존에서 수백 개의 제품을 사봤지만 이렇게 별 다섯 개가 꽉 차 있는 건 처음 봤다. 그정도로 만족도가 높다는 뜻. 이런 정도 리뷰면 의심할 여지가 없다. 가격도 착해서, 트윈 사이즈는 배송비 포함해서 200달러. 다음번 매트리스는 여기서 사야겠다.

Tuft & Needle 아마존 상품 페이지
Tuft & Needle 아마존 상품 페이지

이 회사를 보니 전에 내가 좋아했던 또 하나의 회사 Harry’s가 떠오른다. 100년 묵은 면도기 시장을 개혁해 보겠다며 나타난 스타트업. 너무나 예쁘게 디자인된 면도기 세트가 20달러. 면도기 날은 독일에 있는 1920년부터 운영했던 공장에서 만든다. 이 회사의 창업자는 그 유명한 워비 파커의 공동창업자 중 한 명.

Harry's 면도기 세트. 20달러.
Harry’s 면도기 세트. 20달러.

이렇게 전통적인 산업 분야에서 혁신을 통해 기분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주는 회사들이 좋다. 진심으로 이들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