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영어 공부한 방법 – Part II

제 블로그에 ‘스테디 셀러(steady seller)’가 몇 개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내가 영어 공부한 방법‘이라는 글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미국에 유학 오기까지 영어를 어떻게 익혔는지, 그리고 나름 잘 한다고 자부하고 미국에 와서 얼마나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미국 사람들로부터 ‘미국에 오래 살았던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었는지 등을 설명한 글이죠. 검색 엔진에서 ‘영어 공부’로 검색하는 사람이 참 많은지, 이 글 덕분에 검색 엔진을 통한 트래픽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어에 대한 글을 한 번 더 써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얼마전 2년 전에 같이 프로젝트를 했던 한 미국인 동료를 오랜만에 만나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식사가 끝날 때 즈음, 그가 저를 보며 진지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성문, 영어가 정말 좋아졌네요. 2년 전에 처음 만났을 때는 머리 속에서 프로세싱(processing), 즉 번역(translation)을 하고 있는 게 느껴졌는데, 이제 그런 간격이 안느껴져요. 200%쯤 좋아진 것 같은데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참 기분이 좋더군요. “I am flattered (우쭐해지는걸요).” 라고 대답하고 그런 피드백을 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얘기했죠. 지난 2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확실히, 2년 전보다 지금 영어 실력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때는 여전히 영어로 발표하거나 이야기할 때 약간의 부담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부담감이 거의 없어졌구요. 한국어처럼 편하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때로는 한국어보다 영어로 이야기하는 게 편할 때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지난번 썼던 글은 ‘한국에서 영어 공부했던 방법’에 대한 내용이었다면, 이번에는 ‘미국에서 영어 실력을 향상시켰던 방법’을 중심으로 설명해볼까 합니다.

첫째, 역시 발음이 중요했습니다.

지난번 글에서 ‘뜻만 통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발음도 좋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사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좀 마음에 걸렸습니다. 발음이 좋지 않아도 미국에서 성공한 분들이 참 많고, 발음은 일단 굳어지면 참 고치기가 어렵기 때문에, 발음을 너무 강조하면 행여나 발음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에게 반감을 살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정말 중요한 요소인가? 다시 생각해도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다는 아니지만, 제 주변에 영어 실력이 빨리 느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발음이 아주 좋습니다. 이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좋은 발음이 자신감에 큰 힘을 실어주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자, 미국 회사에서 일하고 있고 지금은 회의 시간이라고 하죠. 사람들이 심각하게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고, 거기에 기여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용기를 내어 말을 시작했는데, 말이 느리고 발음이 안좋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물론 귀담아 들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매번 말할 때마다 발음이 이상하고 말이 느리고 단어 선택이 이상하면 듣다가 집중이 잘 안되고, 그 사람 말을 한 귀로 흘리는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동료 중에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프랑스 사람이었는데, 미국에 산 지가 1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발음이 정말 안좋았습니다. 그 사람이 글로 쓰면 미국인인지 프랑스인인지 분간을 못할 정도로 훌륭했지만, 회의 시간에 말을 하면 듣고 있기가 참 답답했죠. 발음 때문만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 사람은 일한 경력에 비해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고, 몇 명 부하 직원들이 있었지만 다 잃고 지금은 혼자 남아 일하고 있습니다.

정말 솔직히 말하면, 저도 가끔 그런 사람들을 귀찮게 여길 때가 있습니다. 전에 러시아인 동료들과 같이 일했었는데, 말은 참 잘했지만 발음이 심각하게 안좋았어요. 같이 이야기를 하고 있자면 알아 듣기가 힘들어 짜증이 날 정도로요. 그만큼 제가 집중을 해야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저만 그런가 싶어 미국인 동료들에게 물어봤는데 그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더군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내가 발음이 안좋으면 나는 괜찮을 지 몰라도 듣는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이라고. 반면, 발음과 액센트가 좋은 사람들이 하는 말은 다른 일을 하면서 들어도 그냥 잘 들립니다.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하는 경우에는 예외입니다. 이 때는 유창한 발음보다 정확한 문법과 깔끔한 발음이 중요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미 상,하의원 합동 연설을 보면, 발음은 단순하고 말도 느린 편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한 마디라도 놓칠새라 고도로 집중해서 듣게 되고, 내용도 훌륭하기 때문에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북한을 탈출해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TED에서 강연했던 Joseph Kim 역시 발음은 간단하지만 그런 게 전혀 문제가 되지는 않구요. 반기문 사무총장의 수락 연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왁자지껄 이야기하는 상황이나, 빠르게 논의가 진전되는 회의에서는, 발음이 안좋은 사람이 등장할 때마다 논의의 맥이 끊기고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좀 방해가 됩니다. 자신이 그런 사람에 속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용기를 잃고 말하기가 싫어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성격과 경험 차이가 있지요. 성격이 대범한 사람은 그런 것과 상관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성격을 가진 게 아니라면 (저처럼…) 발음을 먼저 개선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둘째, 일을 하면서 영어를 썼기 때문입니다.

‘학원’이나 ‘개인 교습’과 같이 내가 돈 내고 영어를 ‘배우는’ 상황이 있고, ‘회사’와 같이 내가 돈을 벌기 위해 영어를 ‘사용하는’ 상황이 있다고 합시다. 어떤 상황에서 영어 실력이 더 빨리 향상될까요? 물론 항상 긴장해야만 하는 후자의 상황입니다. 회사에서는 일을 하기 위해 영어로 의사 소통을 하는 것이므로 잘 못알아듣거나 말을 잘 못하면 성과와 직접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처음 미국 회사에 취직했을 때 회의 때마다 정말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주로 전화로 하는 회의가 많았는데, 항상 반듯이 앉아서 노트 필기 준비를 하고 참여를 해야만 할 만큼 긴장이 되었습니다. 전화로는 알아듣기가 힘들기도 했고, 제가 언제 끼어들어 한 마디 할 지 그 ‘기회’를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 때마다 참 귀찮고, 한국어로 회의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를 몇 년 하고 나니 이제는 전화 회의가 아주 자연스러워졌고, 남이 말하는 중간에 끊고 내가 끼어들기도 하고, 운전하면서 회의에 참석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실력이 늘었다는 증거인 것 같아 뿌듯합니다.

셋째, 퍼블릭 스피킹(public speaking)을 통해 훈련을 했습니다.

토스트 마스터(toast master)라고,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연설을 연습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일단 여기에 참석하면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참석한 사람들이 ‘아..’, ‘음..’, ‘You know..’ 와 같은 안좋은 습관들을 사람들이 찾아서 지적해주고, 문법상 오류도 지적해줍니다. 종종 주제를 하나 주고 즉흥적으로 3분짜리 이야기를 하는 연습도 하는데, 그것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에게 더 직접적인 도움을 주었던 것은 회사에서 했던 ‘퍼블릭 스피킹(public speaking)’ 수업이었습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동료들과 함께 했는데, 구성이 참 좋았습니다. 세션마다 간단한 주제를 놓고 돌아가면서 발표를 합니다. 그리고 발표한 모든 내용은 강사가 비디오로 녹화했다가 그 다음 수업 전에 한 시간동안 만나서 비디오를 같이 보며 분석을 합니다. 사람들 앞에서 연설할 때 표정은 어떻게 하는지, 목소리 톤은 어떤지, 발음은 자연스러운지, 손 동작이 너무 부족하거나 많지는 않은지 등을 비디오를 통해 정확히 볼 수 있고, 강사가 옆에서 지적해주면 그 자리에서 고쳐서 연습하고 그 다음 수업에서 발표할 때 사용해보곤 했습니다. 특히, 저는 수업 전에 강사에게 ‘발음을 교정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제가 습관적으로 잘못 발음하던 것을 많이 고쳐주어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North America’를 발음할 때 앞 단어에 강세를 넣었고 ‘th’ 발음을 유성음처럼 발음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강사가 th를 꼭 ‘무성음’으로 발음하라는 것과, 강세가 뒤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여러 번 강조해서 결국 고칠 수 있었습니다. 또, “Already”와 같이 l과 r이 연이어 등장하는 경우에 ‘올레뒤’라고 발음했었는데, 그건 너무 ‘allady’처럼 들린다며, 거의 ‘오레뒤’로 들릴 만큼 ‘l’ 발음이 약해야 한다고 해서 그것도 고칠 수 있었습니다. 고치고 나서 다른 사람들 발음을 주의 깊게 들어보니 진짜 그렇게 발음하더군요. 이렇게 제가 연설하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면서 잘못된 제스처와 발음을 고치고, 제가 뭘 잘하고 못하는지를 자세히 보고 나니, 수업이 끝날 때 즈음에는 훨씬 자신감이 생겨 사람들 앞에서 영어로 발표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넷째, 사람들과 많이 어울렸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놀면서 배워야’ 확실하고 빨리 늡니다. 다양한 소셜 이벤트(social event)에 참여해서 사람들과 어울렸고, 그 덕분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같이 어울리며 영어 발음과 실력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경우엔 영어 실력을 검증하는 기회도 되지요.

다섯째, 직접 비즈니스를 해보았습니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중고차를 사고 팔고, 물건을 사고 팔고, 룸메이트를 구하고, 세입자를 찾는 과정에서 ‘생활 비즈니스’를 경험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상대방과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하기도 하지만, 내가 우월한 위치에서 미국인들을 상대로 협상을 하기도 합니다. 룸메이트를 구하기 위해 아주 잘 포장해서 Craigslist에 광고를 올리면, 하루에 5번씩 이메일이 날아오는데 그 중 마음에 드는 사람들을 찾아서 전화나 페이스타임 인터뷰를 하기도 했구요. 또, 부동산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부동산 에이전트와 모기지 대출 담당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러한 모든 일들은 영어에 직접 도움이 된다기보다 자신감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미국에서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남한테 부탁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틀 안에서 살기 보다는 이렇게 직접 비즈니스를 해보라고 꼭 권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전에 혼자 살 때, 방 하나짜리에 혼자 들어가서 살거나, 룸메이트를 찾는 다른 집에 들어가는 방법이 있었지만, 그렇게 하는 대신 제가 직접 방 두 개짜리 아파트를 구해서 원하는대로 꾸며놓은 후에 룸메이트를 찾았는데, 그렇게 하니 비용은 반반씩 내면서도 제가 집 주인 행세를 할 수 있어서 훨씬 편했습니다.

지금 생각나는 것은 일단 이 정도입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에 실력이 더 늘었다고 생각이 되면 또 한 번 블로그에 정리해 보겠습니다.

진정한 행복에 대하여 – 가족 중심 문화의 중요성

스파크랩(Sparklabs)에서 주최하는 넥스트 컨퍼런스(The Next Conference)에 참석하기 위해 잠시 서울에 다녀왔다. 스파크랩은 버나드 문(Bernard Moon), 이한주, 지미 김(Jimmy Kim) 세 명이 함께 만든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데, 마크 큐번(Mark Cuban)이나 빈트 서프(Vint Cerf)같은 유명인들을 멘토로 섭외했고, 그 외에 100여명의 멘토를 통해 한국의 스타트업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선정되면 2만 5천 달러의 투자와 함께 무료 사무 공간 및 호스팅 등을 지원하며, 노리(KnowRe), 미미박스(Memebox), 아블라 컴퍼니(Ablar Company) 등이 포트폴리오 회사이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도 좋았고 컨퍼런스 내용도 좋았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꼭 내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연사들 대부분이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 과정 중에 다양한 이벤트가 있었다. 원래 서울에 오래 살았었지만, 캘리포니아에 살다가 서울에 가면 몇 가지 대조적으로 느끼는 것들이 있다.

  1. 뿌연 하늘
  2. 친절하고 일처리가 빠른 직원들
  3. 세련된 도시 분위기
  4. 표정이 어두운 사람들

“표정이 어두운 사람들“. 택시를 타든, 지하철을 타든, 길거리를 걷든, 표정이 어두운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당신은 진정 행복하십니까?“라고 질문하면, “글쎄요. 그냥 사는 거죠.” 라고 대답할 것 같은 사람들. 점심 시간이 끝날 즈음이면 삼삼오오 모여서 회사 건물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더 어둡게 보였다. 삶의 모든 스트레스와 무게를 혼자 감당하느라 지친 사람들처럼.

택시 운전사들은 특히 더 심했다. 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택시를 탈 때마다 모든 운전사가 “어느 길로 갈까요?”를 물었다. 참 의아했다. 어떤 길로 가면 좋을지는 운전하는 사람이 더 잘 아는거고, 나는 어차피 길도 잘 몰라 택시를 탄 건데 왜 나한테 길을 물을까? 이유를 물었더니 그걸 안 물어보고 그냥 갔다가 차가 막히거나 요금이 조금이라도 더 나오면 손님들이 난리를 치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심지어 차선을 지정해주기까지 한다니 어이가 없었다. 운전사에게 스트레스를 주면 자신이 위험하지 않을까? 아들을 이미 장가보냈다는, 50이 넘은 한 운전사에게 그 분의 삶을 들었다. 새벽 4시부터 밤 10시까지, 점심시간을 포함해서 하루 18시간을 일하는데, 비싼 기름값을 제외하고 집에 가져가는 돈이 하루 10만원이란다. 워낙 고된 노동이기 때문에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데, 그렇게 한 달간 20일을 일하면 200만원이다. 거기서 보험료, 감가 상각, 차량 유지비 등을 제외하면 160만원이 남는다. 그런 중노동에 대한 대가가 월 160만원이라니. 6년 전에 정부에 의해 정해진 택시 요금은 지금은 너무 낮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릴 때 팁으로 천원을 드렸더니 ‘어, 이러시지 않아도 되는데..’ 하며 진심으로 기뻐하셨다. 그 주름진 눈가에 가득 번진 미소를 보자 눈물이 났다.

그런 분들을 보며,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돈이 많다고 행복한 건 물론 아니다. 시간이 많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다. 필요 조건들일 뿐이다. 미국에서 동료들이나 친구들을 보면 행복한 사람들이 참 많은데, 한국의 중견 기업이나 대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는 스스로를 행복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왜 상대적으로 적을까? 무엇이 다를까에 대해 생각해 봤다.

나는 그것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빼앗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캘리포니아에 살면 뭐가 좋느냐고’ 묻는다. 심심하지 않느냐고도 한다. 사실 6년간 미국에 살면서 심심하다고 느껴 본 적은 없다. 그러면 나는 날씨가 좋아서라고도 하고, 여행할 좋은 곳이 주변에 많이 있어서라고도 하고, 차가 안막혀서라고도 하고, 주말에 결혼식과 부고 등 의무적으로 참석할 경조사가 없어서라고도 하는데, 그 모든 것이 내가 캘리포니아에 사는 것을 즐기는 이유가 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이다.

처음 실리콘밸리에서 일을 시작했을 땐 일보다 가족을 중시하는 문화 때문에 놀라고 어이가 없었던 적이 많았다. 한 번은 목요일 오후 4시에 팀 전체가 모여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한 임원이 회사 상황에 대해 업데이트를 하다가 5시가 되자 갑자기 “어이쿠, 아들 픽업하러 갈 시간이 되었네요.”하며 급히 회의실을 나갔다. 좀 황당했다. 아이 픽업 때문에 말을 하다 끊고 회의실을 나가다니 가족의 중요성이 참 크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생기자 그런 문화가 더 피부로 느껴졌다. 아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리자, 스웨덴 출신의 내 전 매니저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I do not expect to see you for two weeks once your kid is born. Don’t even try to email me. If you are gone for two weeks, I would assume that your child was born.” (아이가 태어나면 2주 동안은 회사에 나올 생각 하지 마세요. 연락도 안해도 됩니다. 갑자기 소식이 끊기고 회사에서 사라지면 아이가 태어났다보다 할게요.)

그 말을 듣고 얼마나 큰 감동을 받았는지 모른다. 보스턴 출신인 지금의 매니저도 마찬가지이다. 아이가 태어난 후부터는 항상 “How is your baby? How is your wife? (아이는 어때요? 아내는 건강해요?)” 하며 아이와 아내에 대해 묻는 것으로 회의를 시작한다. 그에게는 아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아이 이야기를 하면 무척 재미있어 한다. 그래서 그와의 대화가 항상 즐겁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아이를 출산하거나 입양하면 아빠에게 향후 1년간 쓸 수 있는 7주의 휴가를 보장한다. 출산 휴가라기보다는 ‘아이와 친해지는 시간’이라는 의미에서 본딩 타임(bonding time)이라고 한다. 이게 재미있는게, 회사에서는 무급 휴가로 처리하므로 부담이 전혀 없고, 캘리포니아에서 월급의 55%를 지급한다. 나머지 45%는 회사에서 복지 차원으로 내주기도 하고, 남은 휴가 일수로 보충하는 방법도 있다. 나 역시 100일 전에 아이가 태어난 덕에 출산 휴가를 쓸 수 있게 되었고, 이번에 한국에 갈 때 그 7주 중 2주를 사용했다. 아래는 휴가를 사용하기 전에 매니저와 했던 대화이다.

“출산 휴가 7주 중 2주를 이번에 쓰려고 합니다.”

“아, 그래요? 왜 2주만 써요? 7주 다 쓰지 그래요?”

“그것도 좋은데, 한꺼번에 쓰는 것보다는 2주 정도씩 나눠서 쓰는게 일에 지장도 적고 저한테도 더 쓸모가 있어서요.”

“그래요? 좋습니다. 하지만, 그 7주를 꼭 다 쓰도록 하세요. 그걸 남겨서 당신에게 이득되는 것도 없고, 회사에도 득이 없으니 말이에요.”

그래서 아무 부담 없이 2주 휴가를 얻었고, 나머지 5주는 가족과 한국에 한 번 더 가거나 유럽 여행을 하는데 쓸까 하고 있다.

이렇게, 미국에 살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므로 나 역시 가족과 시간을 많이 쓸 수 있고, 그런 시간에는 진정으로 행복을 느낀다. 2년간의 신혼 생활을 캘리포니아에서 했다는 사실을 나는 축복으로 여기고 있다. 물론, 미국 사람들이라고 모두 그런 행복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전략 컨설턴트나 뉴욕의 뱅커들은 주당 120시간 이상을 일하므로 가족과의 시간을 희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러한 희생이 당연시되지는 않는다.

반면, 한국에서는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주중에는 거의 항상 야근이다 회식이다 뭐다 해서 저녁 약속이 있고, 주말에는 결혼식, 초상집 등 각종 경조사에 참석해야 한다. 나도 서울에 살 때 경조사에 참 많이 참석했는데, 정말 시간 낭비 돈 낭비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친하지도 않은 친구나 동료가 초대한 결혼식이나 돌잔치에 참석하는 건 고역이었다. 더구나 그런 결혼식이 지방에 있을 때면, 굳이 교통비 4만원을 써서 결혼식에 가서 5만원 부조하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번에 한국에 갔을 때 한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이전에 일하던 회사의 사장이 상을 당했다고 한다. 직원들이 경쟁하듯이 장례식장에 갔는데, 어떤 직원은 비행기를 타고 갔다고 한다. 나중에 일이 정리되고 나서 회식 자리에서 그 사장이 “아, 누구누구가 제일 일찍 왔는데 기억에 남더라구. 역시…” 라며 장례식장에 왔던 직원 한 명 한 명을 기억하고 이름을 언급했다고 한다. 참…

나도 한국에서 결혼을 했고, 결혼식에 600명이 넘는 하객들이 참석했지만, 내 결혼식에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왔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실 일부 손님들은 그냥 인사 치례로 온 분들이었다. 그런 분들은 결혼식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빨리 결혼식 끝나고 식사 하고 나가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보통 결혼식보다 조금 길었던 2시간의 식이 끝나고 나서 인사하러 가니 몇 테이블은 비어 있었다. 아마 토요일이라 다른 결혼식이 또 있어서 가야 했나보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인 소중한 휴일과 주말을 반납하고 그렇게 결혼식에 찾아다니는 것에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주중 저녁 약속이나 주말 경조사가 없어도 나는 아내와 딸과 보내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그런 일들로 시간을 다 빼앗기고 나서 주말을 잠 보충에 사용한다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대체 어디서 나올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곤히 잠든 아내와 딸의 모습을 보며 느끼는 행복보다 큰 게 없다. 가족과 하는 시간을 빼앗긴 채 친구나 동료들과 새벽 2시까지 술을 마시면 과연 행복할까? 그렇게 취한 상태로 집에 들어와서 아내가 늦게 들어온다고 스트레스를 주고, 아이가 술냄새난다며 아빠를 배척하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보통 미국은 ‘개인 주의’이고, 한국은 ‘집단 주의’라고 이야기한다. ‘개인 주의(individualism)’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조직의 이익을 희생한다는 부정적인 어감이 들어 있다. 나는 그 개인주의를 ‘가족 주의(familism)’라고 바꾸고 싶다. 미국에서 ‘개인주의적이다’라고 폄하되는 많은 일은, 사실 가족을 위한 일이다. 김현유씨도 블로그에서 한국과 미국의 문화 차이를 설명하며 ‘가족 중심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거기에는 개가 아프다고 해서 집에 일찍 가는 동료의 이야기가 나온다. 개가 아프다며 조퇴하다니, 지극히 개인주의적이라며 비판할 상황이다. 하지만, 개가 가족처럼 여겨지는 사회에서는, 가족이 아픈 것이고, 가족이 회사보다 우선시되는 문화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인간은 누구나 개인주의적이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산다. 조직을 위해 개인을 희생한다고 하지만, 따지고 들어가보면 개인의 성공을 위해 (회사에서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나는 이 정도로 가족을 희생할 만큼 회사를 위해 충성을 다한다’라는 이미지만큼 윗사람들에게 인정 받는 것이 있을까? 윗사람들에게 인정받은 결과로 승진을 한다면, 그것이 바로 개인주의가 아니고 무엇인가.

얼마 전에는 ‘창조경제는 저녁이 있는 삶에서 시작된다‘는 유병률 기자의 글을 읽고 공감이 되어 트위터에 올렸다. 여기에서는 스티브 워즈니악, 마크 저커버그, 래리 페이지 모두 아버지의 영향으로 위대한 인물이 되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나친 확대 해석이나 논리 비약이 아니라 정말 그렇다. 아이에게 아버지만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은 정말 크다. ‘남자는 밖에서 돈을 벌고 여자는 집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당연시되어서는 안된다.

안타깝게도, 이런 대부분의 주장은 일시적인 파장을 일으키는데 그친다. 작년 대선 때 손학규씨는 ‘저녁이 있는 삶’을 내세우며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4월 손 고문은 “그러나 이를 제도적으로 수용하기에는 우리사회의 준비, 특히 정치적 준비가 아직 덜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사실상 달성 불가능한 목표임을 인정한 셈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적 준비가 무엇을 말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나는 ‘부하 직원의 저녁 시간과 주말 시간을 빼앗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상사들의 생각’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한국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어서 이 분위기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사장부터, 임원부터 일찍 퇴근해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 자연스럽게 저녁이 있는 삶이 생길 것이고, 사회 전체의 행복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사는 많은 한국 사람들이, 그리고 훌륭한 인재들이, 바로 이 점때문에 한국에 돌아가는 것을 꺼린다. 나는 ‘베이 에어리어 K 그룹 (Bay Area K Group)‘ 이라는 실리콘밸리 한인 모임의 이사회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2천명이 넘는 회원들을 만나보면, 비록 나를 비롯해서 모두 이민자로서 미국에 살고 있지만, 행복한 분들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실리콘밸리에서 엔지니어들에 대한 대우가 좋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나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가족과의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고액 연봉을 제시하더라도 그 분들이 한국에 돌아갈 생각을 못하거나, 돌아가더라도 곧 미국으로 다시 나오게 되지 않을까.

누군가와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다 황산벌 전투로 유명한 백제의 계백 장군 이야기가 떠올랐다. 내가 어렸을 때 ‘전쟁 영웅’으로 추앙받던 위인이었고, 그의 이야기를 통해 깊은 감명을 받았기에 기억이 난다. 계백 장군의 일화에서 가장 크게 부각되는 것은, 전쟁을 나서기 전 아내와 아이를 자신의 칼로 죽였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처절하고 결연한 심정으로 전쟁에 임했고, 그 때문에 5천밖에 안되는 군사만으로 김유신이 이끄는 5만의 군사를 상대로 네 차례나 승리를 거두었다. 결국 숫자에 밀리고 기술에 밀려 싸움에 패하고 백제는 신라에 의해 짓밟히고 말았지만. ‘용맹한 싸움’만을 생각하면 가슴 뭉클한 이야기이고, 배울 점이 많은 위인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아무리 ‘대의’를 위해서라도 그렇지 아내와 아이를 죽인다는게 말이 되는가? 전쟁에서 이겨야 하는 이유는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인데, 가족을 지키기는 커녕 자신의 손으로 죽인다는 건 이해할 수 없고, 이런 행동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것은 정말로 위험한 일이다. 좀 찾아보니 지금도 ‘소년 한국일보‘ 등을 통해 이 이야기가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까지 죽이고 굳은 결심으로 백제를 구하기 위해 끝까지 싸우다 장렬하게 최후를 맞은 계백 장군. 장군의 큰 조국애와 충성심은 1300여 년이 지난 오늘도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라는 김남석 작가의 평가와 함께 어린 아이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끔찍한 일이다. 내가 보지는 않았지만, 영화 ‘황산벌’에서는 그 장면을 이렇게 묘사했다고 한다.

이 염병할 인간아. 니가 가장이라고 해준 것이 뭐가 있어? 평생 전장터로 싸돌아 다니고 자식새끼들 싸질러 놔놓기만 했지 해준것이 뭐가 있어? 호랑이는 가죽 때문에 뒈지는 것이고, 사람은 이름때문에 뒈지는 거야! 뒈질라면 너나 뒈져. 내 생때같은 자식들은 가만 놔두고!

표현이 좀 격하기는 한데, 나는 아내의 이 말에 틀린 점이 없다고 생각한다. 생때같은 자식들을 왜 죽이는가? 역사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계백 장군의 부인이 그 상황에서 ‘그래요, 당신을 위해, 그리고 당신의 조국을 위해 저와 아이는 희생하겠어요’라며 계백 장군의 칼에 스스로 목을 대었을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아마 울며 불며 자신은 죽이더라도 제발 아이들만큼 살려달라고 애원했을 것이다.

가족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지금의 한국의 문화, 혹시 계백 장군의 모습을 미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미국으로 돌아오기 직전, 사촌 동생과 통화를 했다. 이제 막 돌이 지난 아들을 두고 3개월간 사우디 아라비아의 오지로 출장을 가야 한다며 울상이었다. 일 자체의 속성상 출장이 잦고, 특히 중동 지역에 가야 할 일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막 돌을 지난 아이를 둔 아빠를 3개월이나 출장을 보내는 상사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정 그래야 한다면 아내와 아이의 비행기 티켓과 호텔 숙박비까지 함께 주면서 가족이 헤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사촌 동생은 ‘회사 생활을 하자면 그 정도의 희생은 각오해야 한다’라며 받아들이고 있는데, 상황이 이해가 되면서도 너무나 안타까웠다.

행복은 본능을 만족시키는 데서 오는 것이다. 먹고 싶은 욕구, 쉬고 싶은 욕구, 그리고 놀고 싶은 욕구들이 충족되면 행복하다. 여기에 더해, 사회적 성공을 거두고 남들이 인정해주면 행복하다. 그렇지만 가족이 빠진 행복은 반쪽짜리라고 생각한다. 특히, 아내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에서 오는 행복은,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사회적, 경제적 성공에서 오는 행복과 비교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행복의 요소를 빼앗긴 채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업데이트(6/24): 윤석찬님이 쓴 “나의 가족과 저녁이 있는 삶“도 같이 읽어보세요. 한국에서 가족 중심의 삶을 실천하는 방법입니다. 제일 마음에 드는 건 아이에게 아빠의 삶을 오픈한다는 것이네요. 한국에서 이게 얼마나 현실적인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있는 곳에서는 직원 개개인마다 모두 각자 사무실이 있어서, 사람들이 아이들을 회사에 자주 데려옵니다. 회의하는 동안 사무실에서 숙제하고, 점심 시간에 뛰어다니고 그러죠.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개도 회사에 데리고 와서 같이 일하는 마당에.. 주말에 캠핑하는 아이디어도 참 좋은 것 같구요. 술담배를 줄이거나 개인적인 취미 (TV 시청, 온라인 게임?) 시간을 줄이는 등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일도 많은 것 같습니다.

업데이트(6/27): 이 글을 쓰고 나서 4일만에 블로그에 6만 명이 다녀갔네요. 그 동안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후기를 써서 올렸습니다. 함께 읽어보세요.

핀란드 게임 회사 수퍼셀(Supercell)의 준비된 성공

핀란드 게임 회사 Supercell
하루 25억원을 버는 직원 100명의 핀란드 게임 회사 Supercell

수퍼셀(Supercell)이라는 핀란드 게임 회사가 지난 4월 18일에 인덱스 벤처 등으로부터 $130MM (약 14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밸류에이션이 무려 $770MM (8000억원)에 달하는데, 투자 결정을 내린 인덱스 벤처의 닐 라이머(Neil Rimer)는 수퍼셀이 곧 수조원의 가치를 지닌 회사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 놀라운 건 이 회사가 출시한 게임이 딱 두 개 뿐이라는 것이다. 종족의 충돌(Clash of Clans)과 헤이 데이(Hay Day). 전체 직원이 100명에 불과한 이 회사는 지난 쿼터에만 매출 $179MM (1900억원)을 냈으며, 애플에 30%를 떼어주고 난 후의 순이익이 $100MM (1000억원)에 달한다. 직원 숫자를 유지한 채로 연 매출 6000억원을 달성한다고 가정하면 직원 일인당 연 60억원을 버는 셈이다. 이 정도로 일인당 매출이 높은 회사가 전 세계에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한 애널리스트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1인당 매출이 가장 높은 인터넷 회사는 페이스북으로 평균 연 10억원 정도 된다고 하니, 페이스북의 무려 6배에 달하는 셈이다. 한편, 현재 매출은 하루에 $2.4MM(26억원)이라고 한다. 즉, 직원 일인당 하루 2600만원의 매출이다. 얼마 전에 포브스 지에는 ‘역사상 가장 빨리 성장하는 게임 회사’라는 제목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Clash of Clans와 Hay Day 모두 내가 중독될 만큼 즐겼던 게임이다. 사실 나에게 이런 경우는 이례적이다. 지난번 ‘게임 중독에 빠졌던 내 어린 시절‘에서 썼듯, 게임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하게 되면서 게임을 어떻게 만드는지 훤히 알게 되고 나니 게임이 만든 세계에 빠질 수가 없게 됐고, 어떤 게임이든 좀 해보고 나면 시시해져 곧 흥미를 잃곤 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다양한 게임을 받아서 해봤는데 대부분 너무 단순하거나 이전에 해봤던 게임과 너무 비슷해서 더 이상 게임을 즐길 수는 없겠거니 했다. 하지만 Clash of Clans와 Hay Day를 하면서는 게임에 중독된 게 아닌가 걱정을 할 만큼 시간을 많이 썼다.

Clash of Clans와 Hay Day 모두 자원을 채취하고, 자원을 이용해서 뭔가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서 더 큰 일을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두 게임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Clash of Clans에서는 자원을 이용해서 무기와 병사를 만들고 고블린 나라를 침략하거나 다른 플레이어가 만든 제국을 침략한다. 스타크래프트랑 약간 비슷한 형식인데, 이 게임이 중독성이 강한 이유는 내가 게임을 하지 않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일이 일어난다는 점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클랜(Clan)이라는 요소가 있어, 클랜에 가입하면 클랜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자기도 다른 멤버들에게 기여할 수 있다. 우승하는 클랜에게는 어마어마한 상금이 기다린다. 클랜들끼리 서로 친해져 오프라인 모임을 갖기도 한다고 한다.

Clash of Clans
Clash of Clans

Hay Day에서는 자원을 이용해서 곡식을 만들고, 곡식을 이용해서 닭, 소, 돼지, 양 등을 키우고, 여기에서 나오는 유제품을 가공해서 빵, 버터, 피자 등 3차 제품을 만들고, 이를 팔아서 돈을 번다. 발전할수록 재배할 수 있는 곡식의 종류와 키울 수 있는 동물의 종류가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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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y Day. 돼지들이 너무 귀엽다.

지금까지 말한 요소는 징가(Zynga)의 게임들에서도 비슷하게 발견되지만, 그 게임들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이유는, 정교하게 잘 만들어져서이다. 캐릭터 디자인이 좋고, 건물 디자인도 매우 정교하다. 아이패드에서 최대한 확대하면 그 정교한 그래픽과 움직임, 나무가 흔들리는 모습 등을 볼 수 있는데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전에 게임에 한참 빠져 있을 때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런 걸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조사를 해본 적이 있다. 그랬다가 아주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창업자인 일카 파나넨(Ilkka Paananen)의 이야기였다. 그는 2000년에 핀란드에서 수미아(Sumea)라는 모바일 게임 회사를 만들었는데, 생각해보니 기억이 난다. 마침 게임빌도 2000년에 창업한 회사였고, 2002년에 모바일 게임 전시회에 갔을 때 Sumea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게임을 구경하며 정교함에 감탄했었다. ‘유럽 사람들은 우리보다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일까?’했는데 지금 알고 보니 당시 CEO였던 일카의 꼼꼼함이었던 것이다.

수미아(Sumea)가 2003년에 출시한 게임, 산타의 러시 아워 (Santa's Rush Hour)
수미아(Sumea)가 2003년에 출시한 게임, 산타의 러시 아워 (Santa’s Rush Hour)
수퍼셀(Supercell)의 창업자 일카 파나넨(Ilkka Paananen)
수퍼셀(Supercell)의 창업자 일카 파나넨(Ilkka Paananen)

이 회사를 2004년에 EA출신 중역인 트립 호킨스(Trip Hawkins)가 만든 디지털 초콜렛(Digital Chocolate)이라는 미국 회사에 $18MM(약 200억원)에 매각한 후에 거기서 한동안 일했다. 거기서 President 자리까지 올라갔으나 게임보다는 사업에 치중하는 회사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회사를 나와 2011년에 수퍼셀을 창업했다. 그런 그가 회사를 새로 만들면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팀이였다. 팀 멤버들 모두 업계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었고, 5명의 창업자는 지금까지 165개의 게임을 12개의 다른 플랫폼에 출시했던 경험이 있었다. 이런 인상적인 창업 멤버 덕분이었는지 첫 제품을 내놓기도 전에 앵그리버드를 만든 로비오에 투자한 경력이 있던 엑셀 파트너스(Accel Partners)로부터 $12MM(13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훌륭한 회사의 조사를 하다 보면 이런 사례가 참 많다. 창업자가 회사를 만들고, 회사에 매각한 후, 좋은 경험을 쌓고 탄탄한 자금을 기반으로 한 훌륭한 회사를 만든다. 이런 면에서 나는 기업 인수가 경제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고 믿는다.) 이런 배경이 있으니, 게임의 품질이 놀랍도록 뛰어난 것이 우연이 아니다.

이 회사의 성공 방정식은 포브스 지의 기사에 아주 잘 설명되어 있다. 여기에 한 단락만 인용한다.

Most game studios have an autocratic executive producer green-lighting the work of designers and programmers. Supercell’s developers work in autonomous groups of five to seven people. Each cell comes up with its own game ideas. They run their ideas by Paananen (he can’t remember ever nixing a proposal), then develop those into a game. If the team likes it, the rest of the employees get to play. If they like it, the game gets tested in Canada‘s iTunes App store. If it’s a hit there it will be deemed ready for global release. This staged approach has killed off four games so far, with each dead project a cause for celebration. Employees crack open champagne to toast their failure. “We really want to celebrate maybe not the failure itself but the learning that comes out of the failure,” says Paananen.

대부분의 게임 스튜디오들은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이 만들면 프로듀서가 승인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수퍼셀의 개발자들은 5명에서 7명의 셀(cell,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셀들이 자신의 게임 아이디어를 내고 게임을 만든다. 게임이 재미있으면 팀 전체가 게임을 같이 해본다. 팀 전체가 좋아하면, 캐나다의 앱 스토에 올려본다. 여기서 성공하면 전 세계 앱스토에 올린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네 개의 게임을 시장에 내놓기 전에 없앴는데, 그럴 때면 직원들은 실패를 축하하는 샴페인을 터뜨린다. “실패 자쳬를 축하한다기 보다는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을 축하하는 것이지요”라고 일카 파나넨은 설명한다.

수퍼셀(Supercell)의 직원들 (출처: www.supercell.net)
수퍼셀(Supercell)의 직원들 (출처: http://www.supercell.net)

그래서 회사의 이름이 수퍼셀이다. ‘수퍼’ 파워를 지닌 각각의 세포들이 모여 만들어진 회사라는 뜻이다. 지금의 철학을 잃지 않는다면 몇년 내에 수조원짜리 회사가 되는 것은 결코 달성하기 어려운 꿈으로 보이지 않는다.

넷플릭스의 사례도 그렇고, 코스트코의 사례도 그렇고, 이렇게 위대한 회사를 만드는 사람들은 해당 업계에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사람들인 경우가 많고, 특히 창업자에게 엑싯(exit)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서는 김창원씨도 블로그에서 간략히 언급한 적이 있다. 한국의 다양한 기관에서 ‘제 2의 마크 저커버그’를 만든다고 청년 창업을 비롯하여 대학생 창업에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고, 중기청에서는 ‘아이돌 창업 스타 발굴‘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돈을 지원하고 있는데, 취지와 의도는 좋지만 사실 좀 우려스려운 면이 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사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사례이다. 한국에서 정부가 지원 정책을 쏟아붇는다고 한국에서 멀쩡한 명문대생이 학교를 중퇴하고 제 2의 마크 저커버그가 될 확률은 낮다. 특히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명문대 진학만을 꿈꾸며 영어 수학 과학 지리 역사 공부하느라 사회 생활을 접해볼 기회가 없는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사실, 그 동안 한국에서 샌프란시스코에 방문하는 창업가들을 만날 기회가 참 많았는데, 대학생/대학원생, 또는 인더스트리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만든 제품들을 보면 그다지 마음이 끌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1) 너무 사소한(trivial) 문제를 해결하고 있거나, 2) 아이디어는 재미있지만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었거나, 또는 3) 기술의 난이도가 너무 낮아서 사업적 가치가 낮았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가끔 ‘진짜 문제’를 ‘좋은 팀’과 ‘확실한 기술’로 해결하려는 회사를 보면 눈이 반짝인다. 오픈서베이(OpenSurvey)를 만든 아이디인큐(ID Incu)는 그런 회사 중 하나였고, 그래서 쉽게 투자를 결정했다. 그런 진지한 회사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업데이트 (4/24): 이 글을 쓰고 나서 나서 바이킹 워즈라는 카카오 게임에 대해 알게 됐는데 캐릭터 느낌, 로고, 게임 방식, 그래픽, UI까지 클래쉬 오브 클랜을 너무 그대로 베꼈네요. 수퍼셀이 이 게임을 보면 뭐라 생각할까요. 이런 표절 게임을 카카오에서 선정한 것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바이킹 워즈 제작사 이름은 스케인 글로브. 이슬기 대표를 비롯해 넥슨 출신의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 뭉쳐서 만든 회사라고 하는데 어떻게 남의 게임을 적나라하게 베끼는지 잘 이해가 안됩니다.

미국 대기업들이 기업 인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

며칠 전 구글이 메신저 앱의 원조격인 왓츠앱(WhatsApp)을 $1B에 인수하기 위해 협상중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왓츠앱은 AllThingsD를 통해 매각 계획이 없음을 밝혔지만, techNeedle의 분석대로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미디어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왓츠앱의 거둔 인상적인 성공을 생각하면 구글뿐 아니라 페이스북, 야후 등 많은 인터넷 회사들이 탐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

실리콘밸리의 기업 인수 문화

실리콘밸리에서 자리를 잡고 일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인상적으로 봤던 것 중 하나가 기업 인수 문화이다. 인수합병이 매일같이 일어나는데다, 7조~10조원 단위의 굉장히 굵직한 건도 많았고,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와 같이 충격적인(shocking) 건들도 많았다. 왜 이렇게 한국과 달리 활발할까 궁금해서 생각해봤고, 그래서 깨달은 것을 2009년 말에 블로그에 한 번 정리한 적이 있다. 당시에 미국에서 기업 인수가 활발한 이유를 1) 표절을 죄악시하는 문화, 2) 비싼 인건비, 3) 발전된 금융 시스템으로 설명했었다. 이 글을 쓴 지 3년이 넘었지만, 지금 생각도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라클
오라클은 지금까지 100개에 달하는 회사들을 인수했으며, 그 중에는 조단위 규모의 굵직한 건들도 많다.

HP, Microsoft, 시스코, 애플,  페이스북, 구글, .. 거의 예외 없이 미국의 대형 소프트웨어/하드웨어 회사들은 기업 인수를 통해 성장해 왔고, 지금도 끊임 없이 다른 기업을 사들이고 있다. 내가 속한 회사 오라클도 마찬가지이다. 2012년 한 해동안만 11개의 회사를 인수했으며 그 중에는 인수가가 $1.9B (약 2조원)에 달하는 것도 있다. 지난 2월에도 Acme Packet이라는 회사를 $1.7B라는 거액에 인수했다. 오라클이 지금까지 했던 인수 중 가장 규모가 컸던 것은 Peoplesoft로서, 액수가 무려 $10.3B(11조원)에 달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이다. 오라클은 이 회사 인수를 통해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함으로서 ‘데이터베이스 회사’에서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회사로 탈바꿈했고, 11조원이라는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 해당 시장에서 지금까지 큰 이익을 거두고 있다. 그 이후로도, Siebel Systems ($5.9B), BEA Systems ($8.5B), Sun Microsystems ($7.4B)와 같은 큰 회사들을 인수했고, 1994년부터 지금까지 인수한 회사는 총 100개에 이른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마찬가지이다. 작년에 $8.5B에 사들인 Skype를 포함해서 지금까지 150개가 넘는 회사들을 인수했다. 시스코의 인수 리스트 역시 150개가 족히 넘는다. 구글은 앞서 예로 든 회사들보다 역사가 짧지만 2001년부터 지금까지 124개의 회사를 인수했다. (이런 자료를 조사할 때 깔끔하게 정보가 정리된 위키피디아가 참 고맙다.)

오라클이 2012년부터 지금까지 인수한 회사 목록
오라클이 2012년부터 지금까지 인수한 회사 목록 (출처: 위키피디아)

대기업이 기업 인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

‘오라클’이라는 대기업이 계속해서 회사를 인수해서 흡수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니 왜 대기업이 기업 인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지 알 것 같다. 이전에 썼던 글에서 들었던 세 가지 이유도 있지만, 또 한가지 큰 이유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이다. 경쟁이 없는 회사는 없다. 오라클이 진출해 있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그리고 SAP라는 강력한 경쟁자들이 있다. 바로 이전 블로그에서 설명했던 대로 이러한 거대한 기업들이 싸우는 곳은 흡사 전쟁터와 같다. 내가 지금 속한 팀에서는 세일즈포스닷컴(Salesforce.com), 워크데이(Workday)와 같은 회사들과 경쟁하고 있는데, 세 회사 모두 강력한 세일즈 조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하다.

바로 이러한 경쟁 때문에 기업 인수가 끝없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상황을 전쟁 장면에 빗대에서 생각해봤다.

두 나라가 한창 전쟁중이라고 하자. 적은 매일 새로운 전략으로 공격을 하고, 그 때마다 병사들이 죽어간다. 본부에서는 상대방의 공격에 대처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공격을 해야 한다.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무기의 힘이 필요하다. 하지만 매일 군인들이 죽는 마당에 밑바닥부터 무기를 연구하고 개발하고 주조할 시간이 없다. 어떻게 해서든 강력한 무기를 사서 빨리 전쟁터로 배송해야 한다. 즉,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제품, 그리고 새로운 회사를 ‘인수’해야 한다.

이렇게 두 나라가 싸우고 있는 동안 먼 곳에 제 3의 국가가 등장했다. 처음엔 무시할만한 수준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강해져 이제 두 나라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전에는 본 적도 없는 현대적인 무기를 가지고 나타났다. 전쟁터가 바뀌자, 지형도 변형되었다. 기존에 잘 통했던 무기가 이제는 잘 통하지 않는다. 그런 경우엔 새로운 적이 가진 무기와 비슷한 것을 만들거나, 사 와야 한다. 앞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무기를 처음부터 주조할 시간이 없거나 비용이 너무 많이 들면 빨리 무기를 사 와서 병사들의 죽음을 막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앞서 예로 들었던, 구글의 왓츠앱 인수설이 이에 해당한다. 구글은 검색과 이메일, 그리고 모바일 OS를 장악했지만 메신저 분야에서는 영역이 거의 전무하다. 카카오톡의 성공도 인상적고, 라인이 2년만에 무려 1억 3천명의 유저를 확보한 사례를 보면, 누구나 이 시장이 매우 빠르게 커지고 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메일 대신 메신저로 대화를 주고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글은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의 정보를 이용해서 광고 수입을 올리는 회사이다. 사람들이 이메일과 웹 검색, 그리고 구글 플러스를 떠나 메신저에서 대화를 주고 받고, 메신저를 통해 공유하기 시작하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는 페이스북도 마찬가지이고, 야후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기존의 인터넷 회사들은 메신저를 직접 만들거나, 이미 인기를 끌고 있는 메신저를 인수해야만 한다.

구글, 페이스북 등으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는 스마트폰 메신저, 왓츠앱(Whatsapp)
구글, 페이스북 등으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는 스마트폰 메신저, 왓츠앱(Whatsapp)

한편으로, 자원을 먼저 차지해서 상대방의 자원을 고갈시키기 위한 인수도 있다. 스타크래프트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아무도 차지하지 않은 땅이 있는데, 이 자원을 누가 먼저 차지해서 방어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만큼 적절한 시기의 자원 확보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스타크래프트 2의 한 장면
스타크래프트에서는 자원의 선점과 확보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ValleyInside에서 언급했던 인스타그램(Instagram)이 그 예이다. 페이스북은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소셜 행위’에서 사진 공유가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특히 젊은 세대들이 페이스북이 아닌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스타그램의 규모가 커지자, 페이스북 뿐 아니라 구글과 트위터가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사실을 인스타그램 창업자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아주 현명하게 협상했고, 회사 가치를 일주일만에 5천억원에서 1조원으로 올렸다. 한 발 늦었다가는 구글이나 트위터에 빼앗길 것을 우려했는지, 마크 저커버그는 주말동안 모든 결정을 다 내리고 인수 협상을 맺은 후에 이사회에 이 사실을 알렸다.

기업 인수가 회사의 이미지를 크게 개선하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야후는 17세 소년이 만든 Summly라는 서비스를 $30 million이라는 거액에 인수했다. 매출도 없고, 사용자도 많지 않은 앱을, 그리고 무엇보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학생이 만든 앱을 인수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진짜 인수 이유는 아이폰의 시리(Siri)와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SRI International이라는 원천 기술을 가진 회사와 계약하는 과정에서 Summly를 같이 딸려온 것으로 밝혀졌는데,  어쨌거나, 임정욱님이 블로그에서 쓴 대로 야후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고, 기업 이미지도 크게 향상되었다.

Yahoo에 $30 million (약 300억원)에 인수된 회사, Summly
Yahoo에 $30 million (약 300억원)에 인수된 회사, Summly

한편, 어떤 회사를 인수할 것인가 자체가 회사의 성장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 세일즈포스닷컴이라는, 창업때부터 눈부신 성장을 반복해 클라우드 CRM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회사가 있는데, 아래는 세일즈포스닷컴이 했던 가장 최근의 Earnings Call (분기 투자 설명회)에서 노무라 증권의 Rick Sherlund와 Marc Benioff가 주고 받은 내용이다.

Rick Sherlund – Nomura Securities

Mark, just a follow-up on the Marketing Cloud. If we look at Oracle’s acquisition of Eloqua, I’m wondering if you could just touch on what the holes are you may see in your marketing strategy based on that and is this something that you can fill with just some small acquisitions or does it require something bigger? (마케팅 클라우드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해 보죠. 오라클이 Eloqua를 인수했습니다. 이를 고려했을 때, 세일즈포스닷컴이 구멍을 메우기 위해 크고 작은 인수를 할 계획이 있는지요?)

Marc Benioff – Chairman and Chief Executive Officer

Well, I really think that we’re going to buy small and big. We’re going to be aggressive. We need to look at everything and I think that we made some smart moves by buying the two leaders and we’ve bought other companies too. You probably saw we bought this incredible start up as well last year in this area called GoInstant and we have our first customers now onboard in the beta of that, which is this amazing co-browsing technology which has the ability to instantly share my website across devices. We’ve purchased a lot of different types of companies. (예 물론 크고 작은 회사들을 인수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공격적인 성장을 하고 싶습니다. 최근 두 개의 큰 회사를 인수한 것은 올바른 결정이었습니다. 작년에도 GoInstant라는 스타트업을 인수한 적이 있지요. 지금까지 많은 회사들을 인수했습니다.)

한편, 세일즈포스닷컴을 가장 혁신적인 회사로 선정한 포브스(Forbes)지는, 그동안은 세일즈포스닷컴이 내부 개발에 의존했으나 이제 Radian6와 Buddy Media를 사기 위해 $1 billion (약 1조원)을 썼다고 밝혔다.

His rationale: “We couldn’t afford to wait.” The initial spark was a video Benioff watched on YouTube showing Dell‘s “social media command center” where the computer maker used Radian6 to watch its torrent of social mentions. Dell is a big Salesforce customer and Benioff is close with CEO Michael Dell. “Game over, I thought. This company is doing exactly what we should do,” says Benioff.” (베니오프는 델 컴퓨터의 소셜 미디어 센터에서 Radian6 기술이 활용되고 있는 것을 보고 “바로 이거야. 이 회사가 우리가 하려는 그것을 하고 있어”라고 이야기했다.) – Forbes

만드는 게 더 싸고 쉽더라도 인수를 하는 편이 유리한 경우가 있다. 사실,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꼭 인수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소프트웨어라는 게 워낙 특허로 보호하기가 어렵고 과학기술 분야에 비해 특허를 피해가기가 쉽기 때문에, 그냥 베껴서 만드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미국처럼 ‘창의적’인 제품에 큰 점수를 주고 베끼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나라에서는, 섣불리 따라 만들었다가는 망신만 당하고 별로 재미를 못 볼 가능성이 크다. 페이스북이 10대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한 스냅챗(Snapchat)을 보고 그대로 베껴 12일만에 포크(Poke)라는 앱을 만든 사례가 그렇다.

Poke vs. Snapchat
Poke vs. Snapchat: 두 앱의 기능은 놀랄 만큼 똑같다.

페이스북씩이나 되는 회사가 만든 앱이니 스냅챗을 죽였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은 포크와 스냅챗의 차이가 별로 크지 않다고 했고, 시간이 지난 지금, 결국 페이스북은 별로 재미를 못 거두고 오히려 스냅챗의 광고만 해준 셈이 되어버렸다. 돈이 들더라도 스냅챗을 인수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려운 점들(Challenges)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하루가 멀다 하고 기업 인수 소식이 발표되지만, 야심찬 의도와 달리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참 많다. 역사상 최악의 합병으로 언급되는 AOL과 타임 워너의 딜이 그러했으며, 가장 최근에 있었던 대 참사는 HP의 Autonomy 인수였다. HP의 CEO였던 마크 허드(Mark Hurd)가 이사회로부터 불명예스럽게 해고된 이후 새 CEO를 맡은 SAP 출신의 독일계 임원 리오 아포테커(Leo Apotheker)는, 회사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싶었는지, 컴퓨터와 프린터 제조업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회사를 돌려놓기 위해 무려 $10.3 billion (11조원)을 주고 영국계 ‘빅 데이터’ 회사인 Autonomy를 인수했다. 1년이 좀 지나, HP는 그 중 $8.8 billion (9조원)을 손실 처리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리오 아포테커가 해고되고 이베이 출신의 여성 임원인 맥 휘트먼(Meg Whitman)이 CEO가 된 이후였다.

인재 유출 문제도 있다. 피인수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창업가들과 임원들이다. 이들은 인수 후 가장 큰 돈을 버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때로는 말단 직원들까지도 백만장자가 된다. 회사에서 일하다가 돈방석에 앉으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겠는가. 세계 일주를 한 후 자신의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인수 계약서에 2년 또는 4년이 지난 후에야 주식을 모두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재 유출을 막기는 힘들다. 설사 회사에 속해 있더라도 이미 마음이 떠났을 가능성이 크다.

문화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나는 썬 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가 오라클에 인수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는데, 엔지니어에게 최대한 자율성을 부여하는 썬과는 달리, 항상 사업 타당성을 검토한 후 결정을 내리는 오라클의 문화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러한 문화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최대한 조심을 하기는 하지만, 결국은 한 방향으로 통합해야 하므로 막을 수는 없다.

또한, 기업의 성장을 인수에 의존할 경우 내부 혁신이 더디어질 수 있다. 직접 팔 걷고 나서 밤을 세워 신제품을 개발하는 대신, 혁신적인 회사들을 인수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 방식이 오래 가기는 힘들겠지만, 사실 꽤 많은 회사들이 돈을 이용해서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

한국은?

한국에서도 물론 기업 인수가 활발하게 일어난다. 블룸버그는 2013년 한국의 M&A 시장 규모가 7% 증가한 6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013년 1분기에는 코웨이, 아르셀로미탈광산, 네파(NEPA), 인천터미널부지, STX OSV 등의 회사가 6000억원 ~ 1조 2000억원 사이의 규모로 인수되었다. 한국 기업이 외국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도 많다. 필라코리아가 컨소시엄을 만들어 타이틀리스트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투자은행측에서는 ‘먹잇감’만 많아보이지 실속이 없어 한국은 M&A의 레드 오션이라고도 한다.

여전히 한국의 경제 규모에 비해 M&A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대기업들이 많고 규모가 큼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왜 그럴까? 지난 블로그에서 언급했던 대로 인건비가 미국에 비해 낮고, 제품 표절에 대해 보다 관대하며, 금융 시스템이 미국만큼 발전하지 않았다는 점 등도 분명 이유이겠지만, 또 한 가지 이유는 한국의 대기업들이 대부분 재벌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재벌’은 그 정의대로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활동을 한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삼성 그룹이 쓰는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삼성 SDS에서, LG 그룹의 소프트웨어는 LG CNS에서, SK 그룹의 소프트웨어는 SK C&C에서 만들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의 사내 메신저인 ‘삼성메신저’, 인트라넷인 ‘마이 싱글’, 지식 관리 시스템인 ‘아리샘’은 모두 삼성 SDS에서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SK C&C의 소프트웨어가 품질이 좋다고 해서 삼성에서 그것을 도입해서 쓰는 경우를 상상하기는 어렵다.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다른 회사들이 재벌의 산하 기업이라고 하면 문화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에 그 기업을 인수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직접 만들어서 쓰는’것에 익숙하다보니 다른 기업을 사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한편, K Cube 벤처스의 이동표 심사역은 ‘한국 소프트웨어 벤처시장에는 왜 M&A가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글에서 대기업이 인수를 해주지 않는 것이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애초에 M&A 할만한 기술 기반 기업의 수가 적고 대기업의 주목을 받을 만큼 스타트업이 성장하기에는 한국 시장의 크기가 작은 것이 이유라고 했는데, 그 관점도 충분히 공감이 된다.

어쨌거나, 경제 규모가 커지고 기업 문화가 선진화됨에 따라 한국에서 기업 인수 합병 시장이 더 커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Stone Soup (돌국) 이야기에서 배우는 교훈

두 달 전에 새로운 팀에서 오퍼를 받아 Oracle Applications Labs로 팀을 옮긴 이후로 아주 새로운 일들을 하고 있다. 여전히 직함은 프로덕트 매니저이지만, 전에는 제품을 개발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엔지니어들과 주로 작업을 했다면, 지금은 제품을 판매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세일즈 팀과 같이 일을 하고 있다. 세일즈라는 것이 항상 전쟁터와 같이 돌아가는 곳인지라 (정말 전쟁터와 비유하면 딱 들어맞는다), 그 사람들과 일하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계속해서 새로운 일이 터지고 다이내믹해서 일이 참 재미있고 배울 것이 많다.

최근 맡은 프로젝트 중 하나는 세일즈 팀을 도와줄 “무기”들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무작정 만들 것이 아니라 ‘전쟁터에서 먹힐 것’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제 갓 팀에 합류한 나보다는 경력 10년차 세일즈 컨설턴트들이 현실에 대해 훨씬 잘 알고 있으므로 그들의 노하우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지난 주와 이번 주는 소개에 소개를 받아 미국, 유럽 지역의 세일즈 담당자들과 통화를 하며 어떤 점이 잘 먹히고, 뭐가 부족한지에 대해 들었다.

이제 할 일은 내가 알게 된 것들을 잘 버무려서 실행에 옮기는 것인데, 내가 모든 것을 다 만들 수는 없으므로 세일즈 팀 사람들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남의 도움을 이용하는 것을 ‘레버리지(leverage)’라고 한다. 그들에게 하나씩 맡아서 해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는데 답이 없었다. 전화로 이야기할 때는 분명 열심히 도와준다고 했지만, 막상 시간을 투입해서 뭔가를 만들어주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다. 쉽지가 않았다.

어제 매니저와 이런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Stone soup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했다.

Stone soup? 돌로 끓인 국?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어 물어보니 한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떤 마을에 배가 고픈 군인들이 머물게 되었다. 허기진 나머지 마을 사람들 집을 돌아다니며 먹을 거리를 달라고 했지만, 아무도 가진 것을 나누어주지 않았다.

다음날, 군인들은 마을 한 복판에 큰 솥단지를 놓고, 돌을 하나 넣고 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마을 사람들이 궁금해서 물었다.

“뭘 끓이는 건가요?”

“돌 국을 끓입니다. 맛이 기가 막히거든요. 근데 양파를 조금만 더 넣으면 훨씬 맛있을 것 같아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양파를 가져왔다. 또 이야기했다.

“훨씬 낫네요, 이제 당근이 조금 더 있으면 완벽할 것 같은데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당근을 가져왔다.

“이제 감자가 조금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

이렇게 해서 온갖 재료가 다 들어가자 아주 훌륭한 국이 만들어져서 군인과 마을 사람 모두 배불리 먹었다.

이것이 이야기이다. 내가 일단 뭔가 만들어 일을 시작하고, 결과가 아주 멋질 것임을 보여주면, 사람들이 재료를 조금씩 던져주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The Stone Soup (출처: http://www.storiesofwisdom.com)
The Stone Soup (출처: http://www.storiesofwisdom.com)

재미도 있지만 정말 의미가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일의 범위가 커질수록 내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야 한다. 일을 분할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편리하게 나누어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미국 회사에서처럼,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있는가’ 보다,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influence)을 발휘하고 있는가’가 리더십의 기준인 경우에는 이런 능력이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나의 역할인 ‘프로덕트 매니저’의 경우엔 더 그러하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엔지니어들과 함께 일하지만 엔지니어링 팀을 관리하지는 않는다. 대신, 내가 ‘정말로 도움이 되는 사람’임을 증명하고, 팀에게 지시(order)하는 것이 아니라 팀을 이끄는(lead)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장면을 Stone soup 이야기보다 잘 묘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참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구글에서 “Stone soup”을 찾아봤다. 줄거리와 유래가 잘 정리된 위키피디아 페이지가 있었다. 포르투갈, 헝가리, 프랑스, 북유럽, 동유럽, 러시아에 각각 조금씩 변형된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북유럽 버전에서는 돌 대신 손톱을 넣고, 동유럽 버전에서는 돌 대신 도끼를 넣는다고 한다. 조금 더 찾아보니 Stone soup 이야기를 아이들이 언제 들어도 좋아한다며, 이야기를 해준 후에 아이들이 가져온 재료를 조금씩 모아 국을 끓인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도 찾았다.

자신이 가진 것이 없어도, 자기가 첫 발음을 내딛어서 먼저 보여준 후에 사람들의 도움을 잘 활용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다는 교훈.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항상 일어난다. 그리고 나서 생각해봤다. 내가 어렸을 때 자라면서 들은 이야기 중에 이런 ‘경영 관념’을 가르쳐준 것이 있었던가?

나는 어렸을 때 전래 동화를 참 좋아했다. 선녀와 나뭇군, 주인을 구한 개, 우렁이 색시, 효성스러운 호랑이, 은혜갚은 까치, 말안듣는 청개구리, … 이러한 전래 동화들에서 공통적으로 흐르는 덕목은 충, 효, 예, 인, 지, 그리고 정직이다. 그러고 보니 모두 유교에서 강조하는 덕목들이지만 경영 관념과는 거리가 있다. 또한, 토끼와 거북이, 개미와 배짱이, 늑대와 양치기 소년,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등의 이솝 우화도 좋아했다. 선과 악이 대립되어 선이 이기는 이야기, 고난과 고통을 겪고 영웅이 되는 이야기도 많았다. 그러나 Stone soup과 같은 이야기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렸을 때 “Stone soup”의 개념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내 아이에게도 이 이야기를 꼭 해줘야겠다. (4주 전에 첫 딸이 태어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