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Amazon) 성공의 비결은 소비자 경험 개선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오늘의 주제는 아마존(Amazon.com)이다. 내가 좋아하는 회사 중 Top 3안에 드는 회사이고, 내 재산을 불려주는 회사이기도 하다. 아마존에 대해서는 “아마존 유저 인터페이스 분석“이라는 주제로 작년 9월에 글을 한 번 쓴 적이 있다. 그 당시 150달러이던 주가는 이제 200달러를 넘겼다. 당시 675억달러이던 시가 총액은 이제 915억달러(약 100조원)가 되었다 (참고로 삼성전자 시가 총액이 현재 132조원이다).

2011년 5월 13일 기준 아마존 주가 (출처: Google Finance)
2011년 5월 13일 기준 아마존 주가 (출처: Google Finance)

친구들, 회사 동료들과 아마존 이야기를 하면 모두다 한결같이 하는 대답은 “Awesome!(최고!), I love it!(사랑해!)”이다. 지금까지 예외가 없었다. 어떤 회사든, 어떤 서비스든 누구는 좋아하고 누구는 싫어하게 마련인데, 어떻게 아마존은 모두에게 사랑받는 회사가 될 수 있었을까?

‘성공 비결’이라는 주제로 지난번에 넷플릭스(Netflix)라는 회사를 다룬 적이 있는데 (넷플릭스 성공의 비결은 우수한 기업 문화), 마찬가지로 아마존에 대해서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자세하게 이야기하려고 벼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트위터(@kyuclee)를 통해 아마존에 대한 자료를 발견했는데, 지금까지 본 아마존에 대한 분석 중 가장 좋기에 이를 기준으로 아마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72장짜리 슬라이드인데, 원본은 여기에 있으니 시간 되시는 분은 꼭 전체를 보시기를: Amazon.com: the Hidden Empire (아마존닷컴: 숨겨진 제국)

아마존, 알고 보면 거대한 회사다. 이베이보다 두 배나 크고, 페이스북보다 15배나 많은 직원을 가지고 있고, 구글보다 매출이 16% 많고, 월마트보다 더 큰 소비자 브랜드이다.
아마존, 알고 보면 거대한 회사다. 이베이보다 두 배나 크고, 페이스북보다 15배나 많은 직원을 가지고 있고, 구글보다 매출이 16% 많고, 월마트보다 더 큰 소비자 브랜드이다.
왜 가능했을까? 비전 때문이다. 1994년, 제프 베조스는 인터넷을 이용하여 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알았다.
왜 가능했을까? 비전 때문이다. 1994년, 제프 베조스는 인터넷을 이용하여 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알았다.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사람이지만, 여기서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에 대한 소개를 잠깐 하겠다. 1964년생. 어머니가 10대에 임신해서 태어났다. 태어난 지 1년을 갓 넘겼을 때 부모님이 이혼했고, 다섯살 때 새아버지에게 입양된다. (스티브 잡스의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한다. 그 역시 너무 어린 어머니한테 태어났다가 다른 집에 입양되었다.) 가족이 텍사스를 거쳐 플로리다에 이사한 후 프린스턴대학에 입학했으며 컴퓨터 사이언스 학위를 받은 후 월 스트리트의 D. E. Shaw & Co.라는 금융회사에서 파이낸셜 애널리스트(Financial Analyst)로 일하다가 인터넷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 1994년에, 그가 서른 살이 되던 시점에 인터넷 서점, 아마존을 창업했다. 현재 아마존 주식의 20%를 소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니 주식으로 인한 그의 개인 재산은 현재 약 20조원이다.

TED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2003년에 “Next Web Innovation” 이란 주제로 했던 강연인데, 제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말을 재미있게 해서 한참을 웃으면서 봤다. 닷컴 버블 이후의 인터넷을 골드 러시 및 전기와 비교하며, 2003년의 인터넷 수준은 1908년의 전기 세탁기 수준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2003년이면 이미 한게임/넷마블 등이 히트치고 네이버가 잘 나가던 때였는데, 제프는 그 시대를 1908년과 비교한 것이다. 왜 아마존이 그 이후에 끝없이 개선되고 성장했는지의 답이 그에게 있다.

TED에서 강연중인 제프 베조스. (이미지 출처: http://www.trustthefedora.com/)
그리고 그 비전은 뛰어난 실행력과 혁신에 의해 실현된다. 인터넷이라는 도구는 아마존에게 다음과 같은 것들을 제공했다. 1. 낮은 변동비, 2. 실시간 최적화, 3. 프로토타입을 이용한 테스팅, 4. 전세계적인 시장, 5. 무제한의 재고, 6. 끝없이 개선되는 측정 지표와 이를 이용한 최적화
그리고 그 비전은 뛰어난 실행력과 혁신에 의해 실현된다. 인터넷이라는 도구는 아마존에게 다음과 같은 것들을 제공했다. 1. 낮은 변동비, 2. 실시간 최적화, 3. 프로토타입을 이용한 테스팅, 4. 전세계적인 시장, 5. 무제한의 재고, 6. 끝없이 개선되는 측정 지표와 이를 이용한 최적화
완전히 혁신적인 생각은 아니다. "더 싸게, 더 다양하게, 그리고 더 편리하게 물건을 팔고 소비자에게 배달해주자"
완전히 혁신적인 생각은 아니다. “더 싸게, 더 다양하게, 그리고 더 편리하게 물건을 팔고 소비자에게 배달해주자”
소비자에게 먼저 투자한다: 소비자에게 포커스하고 그들의 요구를 파악한다. 그리고 이 요구를 저렴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낸다. 이 과정에서 혁신이 일어난다.
이렇게 해서 끝없는 혁신을 가져오는데, 1. 소비자 경험을 위해 원클릭 쇼핑과 프라임 멤버십을 도입했고, 2. 일대일의 개인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했고, 3. 구매 프로세스를 상세히 설명함으로서 신뢰를 쌓았다. 결국 아마존은 소비자의 ‘잠재 요구’를 충족시켜, 그들이 뭔가 온라인에서 사겠다고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브랜드가 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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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비밀 요리법은 바로 혁신적인 물류 시스템이다. 웹사이트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더 나은 소비자 경험을 더 낮은 가격에 제공한다.

참고로, 2010년 4월 아마존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 따르면 그 해에 세운 452개의 목표 중에서 무려 360가지소비자 경험(customer experience)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었다고 한다. (출처: Business Insider) 제프 베조스가 얼마나 이를 중요하게 생각해왔는지, 그리고 지금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아마존 서비스를 경험해보면 그동안 투자해온 것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이전 블로그에 이러한 소비자 경험을 간략히 정리해 두었다: 아마존 유저 인터페이스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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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는 경쟁사보다 싸게 제품을 제공하면서도 높은 마진을 남기는 것이다.

여기, 아마존이 인수한 회사 Diapers.com의 놀라운 물류 시스템을 보여주는 비디오가 있다. Kiva Robot 을 이용하여 자동화되어있다.

미국의 많은 성공적인 인터넷 기반의 회사가 그렇듯 (구글, 페이스북, 징가, 넷플릭스, 훌루, …), 아마존 역시 데이터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있다. 서비스를 사용하다보면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매일 매일 개선을 이루어낸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나의 숨은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 것을 보면 감탄할 정도이다. 아래 슬라이드를 보면 매우 초창기부터 이렇게 데이터 분석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데이터에 의해 움직이는 회사. 아마존은 1997년에 처음으로 A/B 테스팅 (두 개의 서로 다른 웹사이트를 만들고 각각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 후 만족도를 측정하여 반영하는 방법)을 시도했고, 2001년에는 배달되는 제품 하나하나에 들어가는 비용을 계산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데이터에 의해 움직이는 회사. 아마존은 1997년에 처음으로 A/B 테스팅 (두 개의 서로 다른 웹사이트를 만들고 각각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 후 만족도를 측정하여 반영하는 방법)을 시도했고, 2001년에는 배달되는 제품 하나하나에 들어가는 비용을 계산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또한, 아마존의 소비자 충성도는 놀라울 정도이다. 아마존을 통해 구매한 사람들이 다시 찾아와 구매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고 한다 (그 중 한명이 바로 나다. 1년간 아마존에서 사는 제품이 100개가 넘는다.) 아마존은 어떻게 해서 이렇게 소비자 충성도를 높일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이 아래 세 장의 슬라이드에 소개되어 있다.

첫째 비결은 "반복 사용": A. 판매자는 왜 아마존을 이용하나? 1) 1억 3천 7백만의 소비자를 무시하는 건 말이 안된다. 2) 믿을 수 있는 기술을 이용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3) 아마존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쌓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B. 왜 소비자들은 아마존을 사용하나? 1) 생태계가 갖추어져 있다. 2) 각 사람들의 미디어 라이브러리가 저장되어 있다.
첫째 비결은 “반복 사용”: A. 판매자는 왜 아마존을 이용하나? 1) 1억 3천 7백만의 소비자를 무시하는 건 말이 안된다. 2) 믿을 수 있는 기술을 이용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3) 아마존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쌓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B. 왜 소비자들은 아마존을 사용하나? 1) 생태계가 갖추어져 있다. 2) 각 사람들의 미디어 라이브러리가 저장되어 있다.
두 번째 비결은 "고른(seamless) 통합". A. 아마존이 어떻게 판매자들을 통합하는가? 1) 판매자 점수 모니터, 2) 저품질의 제품을 파는 판매자 차단. B. 어떻게 사용자 경험이 통합되어있는가? 1) 소비자 입장에서는, 개별 판매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2) 대부분의 제품에 대해 아마존 프라임 멤버들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무료 배송).
세 번째 비결은 “락인(lock-in)”. A. 어떻게 판매자들이 락인되는가? 1) 판매자의 고객들은 사실은 아마존의 고객이다. 2) 판매자들은 소비자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3) 아마존과 거래를 오래 할수록, 그 수준의 서비스를 직접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어려워진다. B. 어떻게 소비자들이 락인되는가? 1) 킨들 이북은 아마존 자체 포멧이라 일단 아마존에서 구입하면 다른 기기로 볼 수 없다. 2) 아마존 프라임 멤버에 가입하면 (1년에 79불) 이틀 무료 배송 서비스를 받게 된다.

올해 47세의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 2010년에 모교인 프린스턴 대학에서 졸업생을 대상으로 연설을 했다. 6분 25초 지점부터 그의 연설이 시작된다. 10살 때 할아버지에게 어떻게 해서 “It’s harder to be kind than clever (똑똑한 것보다 친절한 것이 더 여럽다)“는 원칙을 배우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계기로 뉴욕의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아마존을 창업하게 되었는지, 어떤 기분으로 어려운 선택을 내렸는지 등을 설명한다. 연설 중 마지막 대목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친다.

와이프에게 아이디어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녀는 하라고 했어요. 그래서 당시 내가 존경하던 상사에게 가서 이야기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책을 팔고 싶다구요. 센트럴 파크를 한참 걸으면서 주의 깊게 이야기를 듣던 그가 말했습니다. “That sounds like a really good idea, but would be even BETTER idea for someone who already didn’t have a good job. (그거 참 멋진 아이디어군, 근데 이미 좋은 직업이 없는 사람에게 더 좋은 아이디어일텐데..)” 그리고 48시간동안 생각해보라고 했습니다. 어려운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 것은 싫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열정을 따르기 위해 가장 안전하지 않은 선택을 한 셈이지만, 저는 그 선택이 자랑스럽습니다. (중략) 시간이 지나 당신이 80세가 되었다고 생각해보세요. 조용한 방에 혼자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혼자 이야기해본다고 생각해보세요. 가장 간결하고 의미있는 이야기는, 결국 당신이 했던 선택들을 나열하는 것일겁니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한 선택 그 자체입니다 (In the end, we are our choices).

자기 자신에게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행운을 빕니다. (Build yourself a great story. Thank you, and good luck.)

집카(Zipcar), 10년에 걸쳐 만들어낸 1조원의 기업

Zipcar 로고

2011년 4월 14일. Zipcar라는 회사가 나스닥(NASDAQ:ZIP)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2010년에 $186MM(약 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순익은 마이너스였던 이 회사의 가치가, 상장 첫 날 주가가 66%나 상승하며 순식간에 $1.2B (약 1.3조원)이 되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WSJ 기사). 왜 투자자들은 10년 동안이나 운영했지만 최근 3년간 적자를 보았던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뉴욕, 워싱턴 네 개 도시에서 전체 매출의 60%가 나오고, 이곳에서는 세전 이익이 20%가 넘는다. 주:WSJ) 회사에 1조원이 넘는 가치를 매긴 것일까? 이 주가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보아야 알 일이지만,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이 회사가 가진 비전에 동의하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아마존이 창업 초기 내내 큰 적자를 냈지만 그 시기가 지난 후에는 가장 가치있는 기업 중 하나로 우뚝 섰던 것처럼.

Zipcar란, 카 쉐어링(car-sharing) 서비스다. 얼핏 보면 렌터카와 비슷한 듯 하지만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시간당으로 차를 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종류에 따라 시간당 약 6달러에서 13달러 사이면 자기가 원하는 차를 골라서 빌릴 수 있는 서비스다. 아직 차를 소유하지 않은 대학생들 사이에, 또는 보스턴,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주차비가 너무 비싸 (이들 도시에서는 주차장을 따로 돈 주고 빌리는 경우가 많다.) 차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도시에서 인기가 많다.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되어있는 Zipcar

2007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Zipcar 회원이었던 적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Zipcar는 아니고 Zipcar가 나중에 인수한 Flexcar라는 회사였다 (Zipcar와 비즈니스모델이나 서비스가 동일하다.). 상당히 편리하고 돈도 절약할 수 있다고 느꼈는데, 그 이유는 1) 인터넷이나 전화로 손쉽게 예약이 가능하고, 2) 주유를 할 필요가 없고 (기름값이 시간당 요금에 포함된다), 3) 시간당으로 빌릴 수 있기 때문에 렌터카보다 저렴하고, 4) 보험을 따로 가입할 필요가 없고, 5) 차 위치가 집에서 매우 가깝고 (보통 아파트 입구, 또는 기숙사 바로 앞에 주차되어 있다. 보스턴에 사는 내 친구는 Zipcar가 바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있어서, 자동차를 보유하는 대신 오랫동안 Zipcar를 이용했다.) 5) 다양한 차들을 필요에 따라 고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평소에는 세단을 빌리고 IKEA에서 가구를 사야 할 때는 밴을 빌리고, 중고 가구를 사서 옮길 때는 Truck을 빌렸다). 결국 LA에서는 차를 소유하지 않으면 너무 불편해서 결국 차를 샀지만, 내가 대학생이거나, 대도시에 산다면 차를 사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유용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Zipcar는 다음과 같이 이용한다.

1. 웹사이트에 접속하거나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지도에서 현재 사용 가능한 자동차를 확인한 후 사용 예약을 한다.

시카고에 있는 Zipcar들의 위치. 여기서 클릭해서 예약할 수 있다.
시카고에 있는 Zipcar들의 위치. 여기서 클릭해서 예약할 수 있다.

2. 차로 걸어가서 멤버십 카드를 자동차 유리창에 있는 센서에 가져다 댄다. 그럼 자동차 문이 열린다.

집카 멤버십 카드
집카 멤버십 카드

3. 차를 이용한다. 기름이 다 떨어지면 차 안에 들어있는 카드로 어디서든 주유하면 된다. 기름값은 따로 내지 않는다.

4. 차를 다 사용하면 원위치에 놓은 후 차를 잠근다.

이렇게 간단한다. 혹시 사고가 나면, 콜센터에 전화하면 된다. 그러면 알아서 처리해준다. 자동차 수리 및 유지보수를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또한 매년 차의 가치가 감가상각되는 것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 차를 쓰는 동안에만, 쓰는 만큼만 돈을 내는 것이다.

Zipcar의 공동창업자, 로빈 체이스(Robin Chase)

이러한 Zipcar의 탄생 이야기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건 2008년, MBA 수업시간 때의 일이다. 창업가정신에 관한 수업이었는데, 수업 중에 Zipcar에 대한 하버드 케이스를 다루었다. 재미있게도 창업자 두 사람(Robin Chase와 Antje Danielson)은 유치원에 다니는 딸과 아들을 통해 만나서 친구가 되었다. 체이스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일을 그만 둔 엄마였고, 다니엘슨은 다섯살 난 아들을 둔 하버드대 연구원이었다. 1999년, 독일 출신의 다니엘슨은 당시 교통과 관련된 리서치를 하던 중 당시 스위스와 독일 등에서 유행하던 ‘자동차 공유’라는 서비스를 미국에서 시작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고, 이를 당시 친구였던 체이스에게 이야기했다.[주:위키피디아] 체이스는 1986년에 MIT에서 MBA를 마치고 컨설팅 회사와 학교 교직원을 거쳐 과학 잡지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10살이 안된 아이 셋을 기르면서 맞벌이 부부로 일하는 게 너무 힘들다는 생각에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1980년에 대학을 졸업했으니까, 사업을 시작한 2000년이면 나이가 약 44살 정도 되었을 때였다. 일을 그만두었지만 언젠가 자신의 사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던 체이스는, 다니엘슨이 아이디어를 제시하자 즉시 뛰어들었다. 처음에 이 아이디어를 MIT 경영대학원 교수인 글렌에게 가져갔을 때 그는 “이 아이디어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두 배의 속도로 움직여야 하고, 두 배 크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주: Zipcar: Refining the Business Model]

사업 아이디어는 분명했으나, 비즈니스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두 사람이 자금을 모으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한참이 지나서야 컨버터블 론(일종의 대출) 형식으로 5만달러를 투자받았고, 이를 이용해서 차 세 대를 리즈(lease)했다. 보스턴에서 처음 시작했고, 회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돈이 추가로 필요했으나 결국 벤처케피털로부터 유치하는데 실패하고 엔젤 투자 또는 가족과 친구들의 투자로 회사를 키워나갔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회원으로 가입하게 되면서 매년 두 배씩 회원 수가 성장했고, 2008년에 Flexcar를 인수한 후에는 22만 5천명의 유료 회원이 있었다.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이 되던 해인 2010년에는 56만명의 유료 회원을 확보했고, 미국 14개 도시 및 230개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다. (주: WSJ)

2001년, 즉 Zipcar가 탄생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때에 쓰여진 하버드 케이스를 읽어보면 창업자인 체이스가 얼마나 꼼꼼하게 사업을 준비했는지를 알 수 있다. 탄탄한 시장 조사는 물론이고, 가격 정책과 사업 계획에 매우 많은 공을 들였다. 처음에는 유럽에서 운영하는 방식에 따라 초기 회원 가입비 300달러, 시간당 사용료 1.5달러로 시작했으나, 가입비가 너무 비싸 부담스럽다는 회원들의 피드백에 따라, 회원 가입비를 75달러로 대폭 낮추고, 대신 시간당 사용료를 $4.5~$7로 인상했다.

아래는 2000년 5월에 만든 사업 계획서에 포함된 파이낸셜 플랜(Financial Plan)의 일부이다. 회원 수 증가율, 회원 수 감소율, 회원 일인당 가입비, 마일당/시간당 요금, 차 한대당 기름값, 보험료, 주차비 뿐 아니라 오버헤드(Overhead) 비용을 기업 단위와 보스턴 단위로 나누어 계산해 놓았다. [주: Zipcar: Refining the Business Model]

2000년 5월에 만든, Zipcar의 파이낸셜 모델
2000년 5월에 만든, Zipcar의 파이낸셜 모델

창업 다음해까지도 월급을 하나도 못 가져가고 계속 투자해야 했던 그들은 마케팅에 예산을 쓸 수 없었다. 2년째가 되던 해에 마케팅에 사용한 총 비용은 $7,300 (약 800만원)에 불과했다. 다음은 체이스가 한 말이다.

On the marketing side, we have succeeded in keeping pretty close to budget, spending between $1,000 and $1,500 per month, or about $7,300 so far. People have been amazed that we have kept marketing this low. The key has been incredible, free publicity; advertising generated by the cars; brochures, which we put wherever we park a car; and just great word of mouth. Basically, we had no money, so this forced us to be incredibly disciplined. I knew we had to prove the business model, and showing we could acquire customers at a reasonable cost was a very important part of that. (마케팅 측면에선, 예산과 근접하게 썼습니다. 월 $1,000~$1,500씩, 지금까지 $7,300정도 사용했죠. 마케팅 비용이 이렇게 적다는 것을 알면 사람들이 놀랍니다. 믿기 어려운 비결은 공짜 퍼블리시티(publicity)입니다. 자동차에 쓰여진 로고, 자동차 주차장에 놓여진 브로셔 등, 그리고 무엇보다도 입소문의 힘이었습니다. 우리에겐 돈이 없었기 때문에, 굉장히 절제해야 했습니다. 우리의 사업 모델이 작동한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했는데,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데 드는 비용이 적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두 창업자는 Zipcar를 전문 경영인에게 넘겨주고,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체이스는 Goloco라는, 카풀 서비스를 중재해주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는데, 자동차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매우 관심이 많다. 그녀에 대해서 RobinChase.org, 또는 그녀의 블로그에서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체이스는 2007년 3월에 “Zipcar와 또 하나의 빅 아이디어”라는 제목으로 TED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이번에 Zipcar 사례를 읽고 조사하면서 내가 배운 것은 다음 세 가지이다.

1. 사업을 시작할 때, 나이나 환경을 탓할 수 없다. 두 창업자는 10살이 채 안된 아이들의 엄마였고, 사업을 시작해본 경험도 없었다. 공동창업자 체이스의 나이는 당시 약 44세였다.
2. 평소에 큰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서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이 크고, 아이디어가 생겼을 때 이를 강렬하게 믿고 추진할 수 있다. 그것이 두 사람이 사람들을 설득하고 초기 투자를 유치하고, 월급 한 푼 없이도 오랫동안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3. 파이낸셜 모델링, 결코 완벽할 수 없지만 꼼꼼하면 분명히 도움이 된다. 케이스에서 체이스가 만든 모델을 보며 그 꼼꼼함에 감탄했다. 실제로, 그녀의 예측은 많이 들어맞았고, 그녀의 초기 아이디어는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대로 지켜지고 있다.

아직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56만명의 회원들에게 확실한 가치를 제공해주고 있고, 미국 내에서 ‘카 쉐어링’이라는 문화를 정착시킨 Zipcar, 1조원이라는 기업 가치는 거품일까, 아니면 이제 본격적인 사업 성장의 시작을 보여주는 것뿐일까? 앞으로 이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업데이트 (2011/5/15): 상장 후 한달이 지난 지금, Zipcar의 시가총액은 여전히 1조원을 건실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업데이트 (2013/1/2): Avis에서 Zipcar를 $491 million에 인수했습니다.

내가 영어 공부한 방법

제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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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 맥빌

쑥스러운 이야기이지만, 미국에 공부하러 온 지 1년 쯤 되었을 때 미국인들을 처음 만나면 저더러 미국에 온 지 오래 되었느냐고 많이들 물었습니다. 그럼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교육받으며 평생을 한국에서 살았고, 미국으로 짧은 여행을 왔던 적은 있지만 제대로 미국에서 산 것은 최근 1년 뿐이라고 으쓱하며 이야기합니다. 그럼 다들 놀라죠. 어떻게 영어 공부를 한거냐고. 그러면 ‘내 영어 공부 방법이 효과가 있기는 했나보다’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사실은 미국 티비 쇼를 통해 영어를 배웠다고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프렌즈”, “앨리 맥빌”, “로스트”, “24”, 같은 인기있었던 미국 드라마들을 나열하면 재미있어하다가 “위기의 주부들 (Desperate Housewives)”을 이야기하면 웃음을 빵 터뜨립니다. 남자가 좋아하기엔 좀 뭣한 드라마라고 생각해서인가보죠.

저는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좋아하기는 했습니다. 사실, 원래 좋아했다기보다는 잘 하게 되니 좋아하게 됐습니다. 왜 잘하게 되었느냐 생각하면 초등학교 5학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어머니가 자녀 교육에 지대하게(!) 관심이 많았는데, 사촌형이 영어를 잘 한다는 걸 알고 저를 무작정 맡겼습니다. 사촌형은 당시 서강대에서 석사 논문을 쓰면서 대학원 강연을 하느라 바빴는데 숙모가 간곡히 부탁을 하니 할 수 없이 저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한 번 해보고 제대로 못따라오면 그만둘 생각으로. 다행히 제가 그럭저럭 시키는대로 따라갔나봅니다. 그 때는 뭐가 뭔지도 잘 몰랐지만, 단어 제대로 안 외우면 손에 매를 맞으니까 열심히 외웠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데, 사촌형이 저를 불러 앉혀 놓고 제일 먼저 가르쳤던 것은 발음 기호였습니다. ‘성문기초영어’를 펴놓고, 발음 기호 읽는 법부터 배웠습니다. 그 후엔 단어를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성문기초영어 첫 열페이지 안에 있는 모르는 단어는 죄다 외우는 게 첫 번째 숙제였습니다. 95%가 모르는 단어였지요. 그 때 trousers(바지), scissors(가위)같은, 초등학생에겐 어려운 단어들을 처음 외웠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에는 일주일에 한 두번씩 사촌형한테 가서 단어를 제대로 외웠는지 시험 보고.. 이를 계속했습니다. 3년을 그렇게 하니 고등학교 1학년 단어까지 다 알게 되어서, 독해 실력은 아직 부족해도 적어도 단어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만큼 자신이 생겼습니다. 그 위에 문법을 쌓으니 영어 공부할 때 시간도 훨씬 적게 들고 영어 과목이 쉬워졌습니다. 그 덕분에 생각지도 않게 외국어 고등학교 영어과에 입학할 수 있었지요. 외고에서는 영어 작문, 영어 독해, 영어 회화, 영어 문법… 등등 영어 관련 과목만 무려 13단위였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영어 공부에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하니 영어 기초가 잘 쌓일 수는 있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리스닝, 스피킹이 뻥 뚫려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 자신이 있게 된 건 아니었습니다. 대입 수능 시험에 필요한 정도로 리스닝 실력이 늘어난 것 뿐이지, 여전히 CNN이나 AFKN 틀어놓으면 들리는 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리스닝, 스피킹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된 것은 종로 파고다 학원 인석민 선생님의 AFKN/CNN 리스닝 강의를 듣기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2023년 10월 업데이트: 2019년에 강의를 마치고 지금은 영어뉴스 프로라는 유투브 채널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겨울 방학 때마다 2달씩 끊어서 강의를 들었습니다. (여름방학때는 배낭여행이다 뭐다 해서 놀기 바빴지요..) 그렇게 2, 3년 하고 나니 스스로 느껴질 만큼 리스닝 실력이 늘더군요. 그게 재미있어서 나중에 회사 다닐 때도 토요 주말반을 신청해서 계속 강의를 들었습니다. 한 3년동안 토요일마다 찾아갔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학원에서 공부를 한 게 도움이 많이 되긴 했는데, 학원에 가서 앉아있다고 해서 영어 실력이 늘고 입이 열리는 건 당연히 아닙니다. 그 때 인석민 선생님의 조언을 받아 제가 나름대로 썼던 방법이 있는데, 저한테는 이 방법들이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제가 사용해서 효과를 봤던 듣기/말하기 연습법에 대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제가 사용했던 영어 말하기/듣기 능력 향상법

1. 발음 나는 그대로 연습하기

저에게 정말 도움이 되었던 방법 중 하나는, 여러 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표현을 통째로 묶어서 발음을 연습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You ought to know about this by now.”

이런 표현을 읽을 때, 단어별로 발음을 익힌 다음에 그걸 이어서 발음하다보면 영 어색하고 폼도 안납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유 오우투 노우 어바웃 디스 바이 나우” 이러다 보면 한이 없고, 또 그렇게 발음하며 이야기하면 듣는 입장에서도 좀 답답합니다. 그대신 “유 어러너바웃디스바이나우” 처럼, 발음이 나는 대로 연음 연습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러노바웃”, “어러노바웃” 하면서 연습하곤 했습니다.

또 하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He should have (should’ve) joined this meeting.”

마찬가지로, 이걸 “히 슈드 해브 조인드 디스 미팅” 이러기보다는 “히 슈르브조인디스미링“이라고 통째로 발음을 익혀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슈르브”, “슈르브” 이렇게 연습하고, “조인디스”, “조인디스” 이렇게 연습했습니다. 영어에 이런 식으로 묶어서 등장하는 표현들이 많이 있는데, 나올 때마다 연습을 해두는 게 좋지요. 모든 문장을 이렇게 연습하겠다고 하면 수천가지의 변형이 있을텐데,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ought to, should’ve 같은 표현은 또나오고 또나오고 하거든요. 몇 십가지만 익혀둬도 듣기가 훨씬 수월해질겁니다. 그 후 하나씩 쌓아나가면 됩니다.

2. 같은 표현을 반복해서 듣고, 듣는 것과 동시에 따라하기

소위 ‘앵무새 공부법‘이라고도 하는데, 저한테는 이 방법이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듣기 실력뿐 아니라 말하기 실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물론 발음 교정도 되구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1. 학원에 가서 한 시간 정도 리스닝 수업을 듣거나 혼자 일정 분량을 연습합니다. 이 때는 영상을 보며 한 문장 한 문장 표현을 살펴봅니다. 새로운 표현을 배우고 새로운 발음들을 연습해 봅니다.
  2. 수업했던 내용, 또는 연습했던 내용을 MP3 플레이어에 담습니다. (비디오에서 오디오 트랙만 따로 뽑아내는 소프트웨어가 있습니다. 구글에서 찾아보니 하나 나오네요.)
  3. 출퇴근하는 지하철에서, 운전하는 동안에, 또는 짬이 날 때마다 이걸 반복해서 듣습니다. 10번 이상. 이미 한 번 익혔던 표현이므로 자꾸 듣다보면 처음에는 들리지 않던 단어 하나하나까지 귀에 들어오게 될 겁니다. 영상으로 봤던 장면이 하나하나 연상이 되어 꽤 재미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원래 내용이 재미있는 것이면 더 좋겠지요.
  4. 계속 듣다보면 다음에 무슨 표현이 나올 지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 됩니다. 그러면 따라할 수 있습니다. 뉴스 앵커 또는 티비쇼에서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걸 그대로 따라해봅니다. 처음엔 도저히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없지만 그래도 상관 없습니다. 우물주물하면서 그냥 그 속도에 맞추어 따라해 봅니다. 계속 하다보면 언젠가는 프렌즈에서 모니카(Monica)가 하는 말을 같은 속도로 따라할 수 있을 정도가 됩니다 (이 드라마를 보신 분은 무슨 뜻인지 아시겠지요? 모니카 말이 무척 빠릅니다.) 나중에는 뜻을 모르는 단어나 표현도 따라할 수 있게 됩니다. 뭔지 모르면서 일단 발음만 익혀보는거죠.

여기서 중요한 건, 자꾸 새로운 표현을 듣기보다는 같은 표현을 반복해서 듣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영어를 무작정 들으면 어느 날 귀가 뻥 뚫리지 않을까 싶어서 하루 종일 AFKN을 틀어놓아보기도 하고, 자는 동안에도 귀를 뚫자 하고 영어 방송을 틀어놓고 자 보기도 했는데, 별 도움이 안되더군요. 어느 정도 실력 이상이 되어 그 중 80% 정도를 알아들을 수 있으면 이 방법이 유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중 20%정도만 귀에 들어오고 10%만 이해하는데 하루종일 틀어놓고 있는다고 귀가 뚫리리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영어에서, 특히 구어체에서는 같은 표현이 자꾸자꾸 등장합니다. 차라리 이런 표현을 또 듣고 또 들어서 완전히 귀에 익게 만들면, 그 표현을 약간 변형한 말이 나온다 하더라도 알아들을 가능성이 높아질 겁니다.

3. 한글 자막만 켜놓고 미국 드라마/영화 보기

영어 듣기/말하기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을 주었던 드라마, “프렌즈”

영어를 익히기 위해 일부러 영어 자막만 켜놓거나 한/영 통합자막을 켜놓고 미드를 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보다는 한글 자막만 켜놓고 보는 편이 더 효과적입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토요일 아침이면 미국 드라마를 몇 시간동안 보는 게 취미였습니다. 쉬면서도 동시에 영어 공부도 되니까 시간이 아깝지 않은 놀이라고 할까요.. 이 때 중요한 게 있습니다. 너무 드라마/영화에 빠져서 한글 자막만 멍하니 보면 안됩니다. 그 한글 표현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문장이 무엇일까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봐야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드라마 “프렌즈(Friends)”에 나오는 표현 중 하나입니다.  드라마를 보는데 자막에 다음과 같이 나왔다고 합시다.

완벽한 일주일을 완벽하게 끝내는구나.

이 자막을 보는 순간 재빠르게 머리속에서 영어로 작문을 해봅니다.

You are finishing a perfect week perfectly.

그러는 동안 들어봅니다. 과연 주인공은 뭐라고 할까? 실제로 들어보니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It’s the perfect end to this perfect weekend.

이걸 듣는 순간 “아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작문한 건 그냥 단순히 한글을 영어로 순서대로 옮긴 표현이었는데, 영어로는 이렇게 표현하니까 깔끔하게 나오는 겁니다. 그러면 “아하~” 하고 넘어가면 됩니다. 이걸 머리속에 일일이 담을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물론 외우면 좋지요 ^^). 가끔 너무 재미난 표현이 나오면 메모를 하기도 했는데, 이걸 너무 자주 하면 흐름이 끊겨서 드라마 보는 재미를 잃게 되더군요.

반대로, 영어를 다 들을 때까지 한글 자막을 보지 않고 있다가 다 듣고 나서 무슨 말일까 한 번 생각해본 후 한글 자막을 보며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 비교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물론 이 방법이 효과가 있으려면 어느 정도의 작문 실력이나 리스닝 실력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 방법은 앞서 말씀드린 두 가지 방법으로 연습을 어느 정도 한 후에 시도해 보는 것을 것을 권장합니다.

영어 리스닝/스피킹에 관한 내 생각

발음이 중요한가? 뜻만 통하면 되는 것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뜻만 통하면 된다.’, ‘대충 말해도 다 알아듣더라’ 라고 이야기하는데, 글쎄요.. 저는 발음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이 못알아들어서가 아니라 (대충 말해도 미국인들은 다 알아듣기는 합니다), 스스로 민망해서 그렇습니다. 자신감에도 영향을 주고요. 제 발음도 네이티브 따라가려면 아직 한참 멀었지만 (사실, 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적이 없었던 저로서는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남한테 얘기할 때 스스로 ‘이정도면 괜찮은 발음 아냐’라고 느낄 만큼이 됩니다. 그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발음이요. 어느 정도 발음이 좋아야 만족할 수 있느냐는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어쨌든, 저는 이 발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게 되려면 처음 단어를 외울 때부터 주의해야 합니다. 단어를 외울 때 철자만 외운 다음에 나중에 가서 발음을 익히려고 생각하면 잘 되지도 않고 시간도 엄청 걸립니다. 새로운 단어를 외울 때 무조건 발음기호부터 보거나 전자사전으로 발음을 들어보고 익혀야 합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이 원칙을 철저히 지켰습니다. 발음을 모르는 채 새로운 단어를 외웠던 기억은 없습니다.

듣기가 먼저일까 말하기가 먼저일까?

많은 사람들이 듣기 실력이 어느 정도에 이르기 전에 영어 회화 수업부터 신청해서 듣는데, 저는 그게 과연 효과적일까 의문이 듭니다. 사람은 아는 만큼 듣는다는 말이 있지요. 저는 듣기 공부를 먼저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듣기가 되면 말하기가 자연스럽게 되기 시작하고, 말할 때 발음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발음의 중요성을 강조했지요. 듣기가 제대로 안되면 표현을 많이 들어도, 그걸 캐치할 수가 없습니다. 새로운 표현을 캐치하지 못하면 아는 표현만 자꾸 어색한 발음으로 이야기하게 됩니다. 쓰는 표현만 또 쓰면 말하기 실력이 잘 늘지 않겠지요.

2. 듣기가 되어야 외국인들하고 대화할 때 대화가 끊기지 않고 연결이 됩니다. 첫 질문하는 건 쉽지만 그 다음 상대방 말에 대꾸를 못하면 대화는 그냥 중단되어버리고 상대방은 즉시 답답함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나: Hey, what’s up? (헤이, 잘 지내?): 이런 짧은 질문을 던지는 건 쉽습니다.
외국인: Not much. I am heading to the office now. 별로. 지금 사무실 가는 길이야 (이런 짧은 대답은 쉽게 알아들을 수 있지요.)
나: Oh, I see. How are you today? 아 그렇구나. 오늘은 무슨 일? (그래서 짧은 질문을 던져봅니다.)
외국인: Not very good. My boss told me that they would announce reorg today. I am afraid that they will decrease the salesforce this quarter. Because we are already losing battle in the smart phone war, things might get worse if they cut…. 별로.. 보스가 내일 조직 개편을 하게 될거라고 하는데, 세일즈팀 숫자가 줄어들 것 같아. 스마트폰 전쟁에서 이미 지고 있는데, 세일즈팀을 줄이면 더 문제가 될 것 같아… (이제 듣기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나: ??? Pardon me? Excuse me? Can you say that again? Can you speak slowly? 뭐라고? 다시 이야기해줄래? 천천히 이야기해줄래? (뭔소리여…)

이렇게 못알아 들었을 때 다시 물어보면 되기는 합니다만, 이런 게 너무 잦아지면 상대방도 좀 귀찮아지기 시작합니다. 대화가 오랫동안 이어지기 힘들겠지요. 상대 외국인이 학원 강사가 아니라면. 듣기라도 제대로 되면, 적어도 그런 상황에서 몸짓이나 짧은 단어 한 두마디로도 상대방의 말을 이해했다는 것을 보일 수 있습니다. 즉, 계속 대화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해외 연수, 해외 여행, 필요한가?

잘 아시다시피, 해외에서 몇 달 있는다는 것만으로 영어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도움이 안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호주 배낭 여행을 했는데(태어나서 첫 해외여행이었지요), 2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전 블로그, “내 인생을 바꾼 스무살의 호주여행” 참고) 그 짧은 시간동안 영어 몇 마디 한다고 영어가 갑자기 늘었다기보다는, 이렇게 영어만 사용하는 곳에 가서 스스로 여기저기 부딪히면서 불편함을 느껴보니 동기 부여가 확실히 되었습니다. 블로그에서도 썼었지만, 영어가 ‘공부할 대상’이 아닌 ‘의사소통 도구’로 인식이 된 거죠. 더 넓은 세상과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한 도구 말입니다.

결론

영어는 한국인이라면 누구에게나 골치거리고, 정복해야 할 대상인 것 같습니다. 정복하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또 힘도 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음을 알게 되실 겁니다. 지금보다 더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하나의 도구를 갖추는 셈이니까요. 모두 화이팅!


업데이트(2013/7/7): 이 글의 속편을 썼습니다. 같이 읽어보세요.

근황, 그리고 리뷰 사이트의 가치에 대하여

오랜만에 블로그에 포스팅하네요. 개인적인 경사가 있어 그동안 바빴습니다. 몇 주 전에 결혼을 했거든요. 고등학교 동문이기도 하고 그밖에 공통점이 정말 많아서 금방 가까워졌습니다. 좀 쑥스럽지만, 아래는 결혼 전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던 사진입니다.

몰디브로 신혼여행도 다녀왔습니다. 가까운 친구(@ronbjro)가 추천해준 곳을 골랐는데 매우 만족했습니다. 일생에 한 번뿐인데다 큰 비용도 드는 여행이기에 조사를 많이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W호텔 리조트, 포시즌즈(Four Seasons), 반얀 트리(Banyan Tree) 등으로 많이 가는데, 친구의 추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의 리뷰를 보고 망설임 없이 바로스 몰디브(BAROS Maldives)를 택했습니다.

몰디브 바로스 리조트에서 아내와 함께

얼마전에 다녀왔던 뉴질랜드 여행때도 그랬지만, 저는 트립어드바이저와 같은 리뷰 사이트의 내용을 많이 신뢰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도록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좋습니다. 이런 리뷰 사이트가 제공하는 가치가 참 크다는 생각을 합니다. 소규모 비즈니스나 식당에 대한 리뷰는 옐프에 가면 다 볼 수 있고 (구글이 2009년 말에 $500 million, 즉 5500억원에 사겠다고 제안했는데 거절했지요. []), 제품 리뷰는 아마존에 가면 되고, 영화 리뷰는 IMDB에 가면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영어권에는 이런 리뷰 사이트들이 참 많고 잘 정리가 되어 있는데 한국어로 된 사이트들은 품질이 높지 않아 아쉽다는 생각을 합니다. 네이버 카페, 다음 카페나 인터파크 등의 쇼핑몰에 산발적인 정보는 많지만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아 일일이 클릭하다보면 시간을 많이 낭비하게 됩니다. 그나마 윙버스, 윙스푼이 제일 나은 것 같은데, 그래도 TripAdvisor에 비하면 아직 정보의 양이나 질에서 차이가 많이 납니다. 왜일까요? 한국인들은 원래 리뷰를 잘 안쓰는 걸까요? 아니면 영어를 쓰는 사람 수(10억은 족히 될 것 같은)와 한국어를 쓰는 사람 수(5천만..) 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일까요? 요즘 관심을 가지는 주제인데 아직은 답을 모르겠습니다.

트립어드바이저의 바로스 리조트 리뷰. 무려 313개의 글이 있고, 그 중 절대다수인 272명이 "Excellent"라고 평가했습니다.
리뷰 쓴 사람의 아이디를 클릭하면 이렇게 간략한 정보가 나오고, 그 사람이 쓴 다른 리뷰들을 볼 수 있어, 이 리뷰가 얼마나 신뢰할 만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제 바쁜 일이 좀 지나갔으니 그동안 쌓여있던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는 일을 재개해야겠습니다. 지금 생각중인 주제가 세 가지 있는데 시간이 날 때 하나씩 써 볼게요.

1. 내가 영어 공부한 방법: 어떻게 영어 공부를 했고, 어떻게 말하기/듣기 연습을 해서 미국에서 취업을 할 수 있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동안 제가 사용했던 노하우를 공유하면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글로 정리해볼 계획입니다.
2. 카페 베네의 성공 비결: 서울에 와서 카페베네의 성공을 보며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왜 성공했을까를 몇 가지 생각해 봤습니다.
3. Zappos의 CEO Tony Hsieh의 “Delivering Happiness”를 읽고 느낀 것들: 최근 저에게 가장 깊은 감명을 준 책입니다. 읽고 느낀 점이 참 많은데, 곧 정리해보겠습니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일본 지진으로 15,000명이 실종/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던데, 더 이상의 피해가 없이 사태가 잘 마무리되기를 바랍니다.

내가 생각하는 리더의 조건

사업가를 꿈꾸는, 아직 대학을 졸업하기 전인 후배와 이야기하다가 이런 질문을 들었다.

사업을 분명히 하고 싶지만, 한국에서 중소기업 사장 만나보면 제가 닮고 싶은 모델은 아니던데요. 그런 사람이 되어야 사장이 되나요? 아니면 사장이 되면 그런 사람이 되는건가요?

이게 무슨 말일까? 소위 말하는 전형적인 한국의 중소기업 (많은 경우 대기업의 납품/하청 업체인…) 모습을 생각하니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씁쓸했다. 한때 나도 그런 생각을 가진 적이 있기 때문에 무슨 말인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존경받는 기업인, 안철수

그러던 얼마전, 안랩 커뮤니케이션 블로그에서 “안철수가 신입사원과 나눈 대화 10문 10답“을 읽다가 눈이 멈춘 구절이 있다.

나 같은 경우 의대 다닐 때 다른 건 몰라도 사장은 안 맞는 직업이겠다 했다. 사장은 카리스마 있고 외향적이고 사기성도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보니 스스로도 그렇고 부모 형제 친구 친척 등 100%가 사업가 기질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10년 해보고 알았다. 남들만큼은 할 수 있다는 걸. 자기가 자기에게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한 게,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안철수 대표는 누구나 인정하는 뛰어난 리더이다. 황무지였던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소신있는 철학으로 안철수 연구소라는 건실한 회사를 만들고 키우고, 지켜낸 사람이다. 한 두사람도 아니고, 주변 사람 100%가 사업가 기질이 아니라고 한 사람인데 나중에 훌륭한 사업가가 되었고, 존경 받는 기업인이 되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카리스마 있고, 외향적이고, ‘사기성도 있는’ 사람이 사장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도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한때 나는 사장이 될 재목이 못된다고 생각했다. 무릇 ‘사장’이라면 술도 잘 마시고, 다른 사람 비위도 잘 맞추고, 가진 게 없어도 있는 것처럼 큰 소리 뻥뻥 칠 줄도 알고, 가끔은 회사의 이익을 위해 부정직한 행위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주변의 소위 ‘사장’들을 보면 그런 모습을 가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마크 저커버그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이 얼마나 왜곡된 생각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난 절대 이것이 일반화되서는 안되고, 앞으로의 모습을 반영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회사를 위해 가정을 버리는, 술 잘먹는 사장님’은 1950년 한국 전쟁으로 인해 파산한 경제 속에서 나라를 일으키고 경제 규모를 키우는 데 필요했던 모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올바른 리더의 모습일까? 앞으로도 그런 리더십이 필요할까? 7년만에 60조원의 기업가치를 지닌 회사,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가 그런 모습인가? 마크를 직접 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는 오히려 정 반대의 모습을 가진 것 같다. Nerdy(공부만 해서 사회성이 좀 부족한 사람을 놀리는 속어)하고, 항상 뭔가에 몰두해있는, 후드티 입은 열정적인 젊은 청년이 떠오른다 (이전에 쓴 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그에게서 배우는 교훈‘ 참조)

그럼 뭘까? 어떤 스타일을 가진 사람이 창업해서 성공하고, 어떤 성격을 가진 사람이 기업의 리더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예전부터 리더십에 대해서 항상 궁금했었다. ‘리더의 조건’, ‘팀장 리더십’, ‘위대한 리더란’ 등등의 책을 보면 항상 사서 읽어보곤 했다. 나중이 되니 다 그 말이 그 말이라 더 이상 안 보게 되었지만, 여전히 내가 귀하게 여기는 책 두 권이 있다. 하나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출간한 “무엇이 위대한 리더를 만드는가 (What Makes a Great Leader)“이고, 또 하나는 짐 콜린스의 “위대한 기업의 조건 (Good To Great)“이다.

“무엇이 리더를 만드는가”에서, 저자 다니엘 고울만(Daniel Goleman)은, 리더에게는 ‘감성 지능 (Emotional Intelligence)‘이 중요하다면서, 감성 지능의 예로 다음 다섯 가지를 들고 있다.

  1. Self-Awareness: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잘 이해하고 있는가?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알고 있는가?
  2. Self-Regulation: 자기 자신을 잘 통제할 수 있는가? 행동에 옮기기에 앞서 먼저 생각을 하는가?
  3. Motivation: 단순히 돈이나 지위가 아닌, 그 이상을 추구할 동기가 있는가?
  4. Empathy: 다른 사람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5. Social Skill: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상황을 파악해서 대처하는 능력이 있는가?

참 간결하게 잘 요약했다고 생각한다. 이 다섯 가지를 모두 갖추어야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닐 지 몰라도, 적어도 우리가 생각하는 위대한 리더들은 모두 이 다섯 가지를 잘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꼭 리더가 아니더라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사랑을 받는 사람들은 이러한 다섯 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다.

리더십에 관한 대한 나의 상식을 가장 크게 흔들었던 책은 짐 콜린스의 “위대한 기업의 조건 (Good to Great)“이라는 책이다. 여기에 한 구절을 인용한다.

Compared to high-profile leaders with big personalities who make headlines and become celebrities, the good-to-great leaders seem to have come from Mars,” Collins writes. “Self-effacing, quiet, reserved, even shy – these leaders are a paradoxical blend of personal humility and professional will. They are more like Lincoln and Socrates than Patton or Caesar.” (Good to Great)
(신문 기사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유명 인사가 되는 고위층 인사들과는 달리, 우리가 관찰한 위대한 리더들은 꼭 화성에서 온 사람들 같다. 남의 시선 끄는 것을 싫어하고, 조용하고, 과묵하며, 심지어 수줍어하기까지 하다. 이것은 겸손함과 의지의 모순적 조합이다. 그들은 패튼 장군이나 줄리어스 시저같은 사람이라기보다는 링컨이나 소크라테스같은 사람이다.)

처음에 책에서 이 글을 읽었을 때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상식과 정말 달랐기 때문이다. 잭 웰치의 책을 읽으며, 미국 대기업의 CEO들은 모두 잭 웰치같은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상식을 뒤엎는 이야기였다.

마찬가지로, 다음은 2010년 1월 28일자 월스트리트저널에 앨런 머레이(Alan Murray)가 쓴 글이다. (기사 원문)

Leaders come in all shapes, sizes and styles. But the question that has to be asked is: Is there a “right” way to lead an organization? (리더는 모든 형태와, 크기와, 스타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궁금한 점은, “조직을 끄는 데 맞는 방식이 존재하는가?” 이다.)

If there is one strong conclusion that emerges from the best work on leadership, it is this: Great leaders exhibit a paradoxical mix of arrogance and humility. Leaders must be arrogant enough to believe they are worth following, but humble enough to know that others may have a better sense of the direction they should take. (가장 뛰어난 리더십에서 나오는 한 가지 결론이 있다면 이것이다: 위대한 리더는 모순되어 보이는 두 가지 특질 – 거만함과 겸손함 – 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리더는 다른 사람들이 추종하기에 충분할 만큼 거만해야 하며, 동시에 자기보다 다른 사람들이 더 훌륭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 만큼 겸손해야 한다.)

Former Exxon Mobil Corp. CEO Lee Raymond, for instance, was a shy, almost reclusive man when it came to personal matters. He excelled in math and science in high school, studied chemical engineering, and earned his Ph.D. from the University of Minnesota before joining Exxon. (전 엑손 모빌(Exxon Mobil: 미국의 거대 정유 회사)의 CEO 였던 리 레이몬드는 개인적인 면에서 봤을 때는 거의 은둔자에 가깝다. 고등학교 때 수학과 과학 능력이 뛰어났고, 화학 공항을 공부했으며, 엑손에 들어가기 전에 미네소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여기서 보듯, ‘리더의 모습은 이래야 한다’라고 단정짓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의 위험이 있고,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물론 그런 소위 “전형적인” 리더는 분명히 있다. 바로 내가 지금 속한 조직, Oracle의 창업자이자 CEO인 래리 앨리슨도 거기에 속한다.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그의 모습은, “강한 장수”다. 직원들을 위해 다른 회사를 기꺼이 깎아내리고, 어디서나 자신감에 가득 찬 모습을 보이는 그는 “거만한 CEO”이다. 게다가 유머 감각도 있어서 적들까지도 웃게 만드는 능력을 지녔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전형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와 반대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자포스(Zappos) 창업자 토니 셰이

자포스(Zappos)를 아마존에 $1.2B(약 1.3조원)에 매각하여 일약 유명인이 된 토니 셰이(Tony Hsieh)가 쓴 ‘Delivering Happiness‘라는 책을 최근에 읽었다. 어린 시절부터의 이야기를 자신의 말로 직접 쓴 글인데, 읽으면서 토니가 어떤 사람인지 느껴졌다. 남들 위에 군림하는, 적당히 사기도 칠 줄 아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글에서 느낀 그의 인상은 ‘커뮤니케이터’이고 ‘뜻을 이루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생각을 사람들과 솔직하게 공유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돈이나 명예 이상의 것을 이루기 위해 돈과 명예를 기꺼이 포기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 말이다.

게임빌의 송병준 사장도 그랬다. 대학교 4학년 때 처음 만난 그는 매우 겸손한 대학원생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말이 많지 않았고, 단정한 갈색 자켓에 안경을 썼다. 창백해보이기까지 하는 하얗고 뽀얀 얼굴은,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그런 전형적인 사장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나 7년 반 동안 같이 일하면서 그가 얼마나 뛰어난 리더인지 알게 되었다. 겸손하지만 내면이 강했고, 돈이나 지위 이상의 것을 추구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항상 이해하려고 애썼고, 이해할 줄 알았다. 한편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게 있으면 가차 없이 끊고 다시 시작할 용기를 가졌다. 그런 리더십이 연 매출 300억원, 시가 총액 2000억원에 이르는 회사를 만들어낸 것이다.

엔비디아(NVidia)의 사장 젠 시엔 황 (Zen Hsien Hwang)은 비져너리다. 그의 강의를 들어보면, 그는 다른 사람보다 앞서 미래를 볼 줄 알고, 이를 달성해야겠다는 목표 한 가지에 집중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그의 개인적인 생활은 알 수 없지만, 난 그가 “카리스마 있고, 외향적이고, 사기성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결국은 뭔가? 앞서 월스트리트 기자의 글을 인용했듯, 리더의 모습은 각양 각색이다. ‘내성적이어야 유리한가’, ‘외향적이어야 유리한가’의 기준도 적용할 수 없다. 결국, 자신이 가진 장점을 발휘하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위대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 두 가지는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 자기 확신 –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미래 사람들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욕구. 이것이 강해야 상황이 어려워지거나, 반대로 유혹의 상황이 왔을 때 (회사를 거액에 팔라고 하는 등의) 이를 물리치고 자신의 길을 추구할 수 있다.
  2. 스토리텔링 – 상황을 설명하고, 방향을 설명하는 (강요나 설득이 아니라) 능력이다. 리더가 내성적이고 수줍어하는 것은 상관 없다. 그렇다고 커뮤니케이션을 할 줄 모르면 안된다. 남들 앞에서 연설하는 것이 힘들면 글로라도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어야 하고, 잘 해야 한다. 이것이 안되면 오해가 생기고, 결국 관계가 틀어지면서 사람들이 떠나고 만다.

안철수가 젊었을 때 가졌던 그런 고정 관념때문에 사업을 시작하거나 리더가 되기를 망설이는 사람이 제발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강렬한 의지와 남들에게 자신의 뜻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누구나 뛰어난 사업가,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