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 대항하는 리테일러들의 힘겨운 싸움

아마존이 끝없이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아마존이 온라인 책 서점으로 시작해서 성장하다보니 지금처럼 모든 것을 파는 회사가 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아마존의 초기 이야기를 담은 The Everything Store를 읽어보면, 지금의 모습은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이라는 회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비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아마존은 소비자들의 삶을 정말 편리하게 해주었다. 이제 더 이상 물건을 살 때마다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할 필요가 없어졌고, 전자제품과 아기옷을 각각 다른 곳에서 살 필요가 없어졌고, 물건을 사면서 나중에 반품이 가능할까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고, 금방 필요한 물건인데 배송이 느려 걱정할 필요도 없어졌다. 아마존은 미국인들의 삶에 아주 깊숙하게 침투했고, 아마존 로고가 그려진 박스를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구글 못지 않게 브랜드 파워가 높지 않을까 싶다. 이를 반영하듯이, 아마존의 주가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고, 최근의 나스닥 시장 폭락에도 불구하고 건실히 유지되고 있다. 지난번 블로그에서 아마존에 대해 썼을 때가 2011년 5월이었고, 그 때 주식이 220달러였는데, 지금은 거기서 50% 가까이 더 오른 3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아마존이 잘 나가는 건 좋은데, 문제는 기존의 강자들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전역에 567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던 전자제품 매장 써킷시티(Circuit City)가 파산한 건 옛날이고, 미국 최대의 가전 리테일러인 베스트바이(Best Buy)는 2012년에 휴버트 졸리(Hubert Joly)를 CEO로 영입한 후 작년에 주가가 크게 오르며 턴어라운드(Turnaround)를 하는가 싶더니 2014년 들어서는 실적이 받쳐주지 않아 주가가 35%나 떨어지며 다시 난관에 빠졌다. 베스트바이의 기업가치는 $8.5B(약 9조원)으로 아마존 기업가치의 16분의 1에 불과하다.

베스트 바이 (출처: Google Finance)
베스트 바이 주가 추이. 현재 기업 가치 8.5B, P/E 비율 12.52. (출처: Google Finance)

UCLA 앤더슨 스쿨에 다닐 때 학교 바로 앞에 베스트 바이 매장이 있었다. 처음에는 온갖 가전 제품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이 재미있어서 종종 구경하러 갔었는데 물건을 하나 사고 나서 나중에 알고 보니 너무 비싸게 샀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간 적이 없다. 1) 가격이 더 비싸고, 2) 물건 사기 위해 그 넓은 매장을 헤메며 돌아다녀야 하고, 3) 계산하기 위해 줄에 서서 몇 분간 기다려야 하고, 4) 반품할 때 아무리 무거워도 다시 들고 와야 하고, 더 나아가 5) 캘리포니아에서 구입할 경우 3~5달러나 하는 가전 제품 재활용 요금(Electronic Waste Recycling Fee)이라는 것을 내야 하니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면 베스트 바이에서 살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요즘 베스트 바이 뿐 아니라 오피스맥스(OfficeMax), 스테이플즈(Staples), 시어즈(Sears) 등 대형 리테일러들을 방문해보면 미안할 만큼 한가하다.

베스트 바이 매장 내부
베스트 바이 매장 내부

그 와중에서도 잘 하는 곳이 있는데 월마트(Walmart)와 타겟(Target)이다. 월마트는 미국 중소 도시에 많이 있는데다, 워낙 가격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어떤 온라인 쇼핑몰보다도 싸다) 잘 하는 것 같고, 타겟(Target)은 배달시키기 부담스러운 부피가 큰 물건들 및 스포츠 용품, 집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많이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잘 되는 것 같다.

타겟
타겟(Target Corporation)의 분기별 실적. 분기마다 1조원($1B)에 가까운 영업 이익을 내며 적자 없이 운영하고 있다. (출처: Google Finance)

그럼에도 대부분의 리테일러들은 온라인 커머스로 옮겨가는 것을 힘들어하고 있다. 월마트의 2013년 총 매출은 $476B(출처: 10-K)으로 아마존의 상품 판매 부문 매출인 $60B(출처: 10-K)의 8배에 달하지만, 온라인 부문 매출은 2013년 기준으로 $10B (그 전 해에 비해 30% 증가한 수치이기는 함)으로 아마존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어쩌면 아마존 덕분에(?) 게을러진 고객들을 위해 기존 회사들은 온라인 판매 채널을 강화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그 중 눈에 띄는 세 가지는 아래와 같다.

1. 광고 리타게팅(Ad Retargeting)

지난번 블로그, 주목할만한 실리콘밸리의 빅데이터 스타트업 7개에서 설명했었는데, 웹사이트에 방문했던 고객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보내는 방식이다. 텔어파트(TellApart)라는 회사는 니만 마커스(Neiman Marcus), 서 라 테이블(Sur La Table), 브룩스톤(Brookstone) 등의 리테일러들을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애드 리타게팅 후 고객들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리타게팅을 통해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면 수수료로 10~30%를 지불한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으로 남는 것을 보면 그렇게라도 해서 아마존으로부터 고객을 빼앗아올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보노보스(Bonobos)의 리타게팅 광고: "진짜로, 우리는 당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보노보스(Bonobos)의 타게팅 광고: “진짜로, 우리는 당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2. 어필리에이트(Affiliate) 마케팅

다른 웹사이트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방법이다. 광고주와 어필리에이트 네트워크 (Affliate Network), 그리고 퍼블리셔(Publisher)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퍼블리셔는 어필리에이트 네트워크로부터 광고주들이 올린 링크를 가져와서 달고, 이러한 링크를 통해 제품의 구매가 이루어지면 퍼블리셔가 보상을 받는다. 적게는 1%에서 많게는 20%까지 제품 가격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간략하게 도표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흔히 보는 ‘광고 모델’이다.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아래는 가장 큰 어필리에이트 네트워크 중 하나인 CJ (Commision Junction)에서 캡쳐한 스크린샷이다. GILT의 경우 판매가의 4%를 퍼블리셔에게 지급하며, Garmin은 최대 10%까지 지급함을 볼 수 있다. EPC는 Earnings Per hundred Click의 약자인데, GILT의 경우, 100번 클릭당 퍼블리셔가 3개월 평균 32.41달러, 그리고 지난 7일간 18.62달러를 벌었음을 알 수 있다.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사실 이는 광고를 통해 고객을 유치하고자 하는 수많은 회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전통적인 방식이지만, 아마존에 대항하는 많은 회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많은 회사들이 ‘고객만을 위한’ 명목으로 5%~10%씩 할인을 해주고, 타겟(Target)의 경우 타겟 레드 카드를 만들면 무조건 5% 할인을 해주는데, 이런 할인은 이미 다른 회사들을 통해 물건을 구매할 경우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와 사실상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니까, “다른 웹사이트에서 타겟의 물건을 사는 대신 타겟에 직접 와서 사라, 그러면 그 쪽에 줄 5%를 고객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리테일러들은 5% 정도 할인을 해줘도 수익이 남도록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3. 이베이 나우(eBay Now), 구글 쇼핑 익스프레스(Google Shopping Express)

한 번 써보고 나니 편리함을 알게되어 종종 사용하고 있다. 웹에서 주문하면 당일 또는 익일 아침에 배송해주는 서비스이다. 배송비는 따로 5달러가 드는데, 물건 사러 운전해서 갔다가 고르고 계산하고 나서 운전해서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5달러의 값어치가 충분히 있다. 구글 쇼핑 익스프레스는 한동안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번주부터 뉴욕과 LA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입하면 10달러를 주며 첫 6개월간은 배송료가 면제된다. 한 친구는 진짜인가 싶어서 99센트짜리 캔디 하나를 사 봤는데 집에 배달해줬다고 했다. 자주 쓰게 되는 타겟(Target), 홀푸드(Whole Foods), 월그린(Walgreen) 등의 물건을 살 수 있는데, 특히 코스트코(Costco)가 포함되어 있어 매우 유용하다. 내일 여기서 산 디시워셔 세제와 키친 타올 등이 도착할 예정이다. 사람이 직접 매장에 가서 물건을 골라 집까지 배달해주는 대가로 5달러는 미국 인건비를 생각했을 때 너무 낮다. 아마도 이베이, 구글과 리테일러들 사이에 계약 관계가 있어서, 매출의 일부를 이베이, 구글에게 돌려주는 게 아닐까 싶은데 아직 증거는 찾지 못했다.

구글 쇼핑 익스프레스
구글 쇼핑 익스프레스로 주문하고 나니 당일 저녁에 도착한 쇼핑백

아마존 역시 이런 서비스를 그 전부터 해왔지만 배송료가 비싼데다 조금만 기다리면 배송료 없이 살 수 있다는 옵션이 바로 옆에 있고, 또 당일 배송이 가능한 물건과 아닌 물건 사이 구별이 쉽지 않아 아무래도 불편하고 사용하지 않게 된다. 애초에 아마존에서 검색할 때는 이틀 후에 물건을 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이런 옵션에 더 관심이 없기도 하다.

아마존
아마존 웹사이트. 당일 배송이 가능한 물건인 경우 ‘Today’ 옵션이 켜진다. 점심 이전에 주문하면 당일에 배달해주는데 배송료가 5.99달러이다.

4. 샵러너(ShopRunner)

나를 포함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매년 99달러를 내고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을 이용하고 있는 이유는 이틀 무료 배송의 달콤함 때문인데, 중국의 리테일 자이언트인 알리바바(Alibaba)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가 투자한 회사인 샵러너에 가입해서 연 79달러를 내면 니만 마커스(Neiman Marcus), 토미 힐피거(Tommy Hilfiger), 콜 한(Cole Haan), 토아즈아러스(Toys R Us), 팀버랜드(Timberland), 테일러메이드(TalyorMade) 등의 제품을 이틀 무료 배송으로 구매할 수 있다. 또, 아메리칸 익프레스 카드가 있으면 이 연회비가 면제된다. 아마존에서 상대적으로 구하기 어렵거나 검색이 편리하지 않은 패션 브랜드들이 참여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는 듯하다. 앞서 99센트에 구글 쇼핑 익스프레스에서 배송을 시켜봤다는 친구가 이번에 이 회사의 관리자로 들어가게 되어 회사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샵러너(ShopRunner) 홈페이지. 연 79달러의 회비를 내고
샵러너(ShopRunner) 홈페이지. 연 79달러의 회비를 내고 가입하면 이틀 무료 배송을 해준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카드 회원은 무료

물론 야심 만만한 아마존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존은 신선 상품을 배송해주는 아마존 프레시(Amazon Fresh)를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 LA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들이 또다시 리테일러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소비 패턴이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고 리테일러들도 힘을 합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므로 힘의 균형이 쉽사리 깨질 것 같지는 않다.

얼마 전, 아내와 아이와 함께 집 근처 반즈 앤 노블(Barnes & Noble) 서점에 가서 한참 시간을 보냈다. 다른 서점 체인인 보더스(Borders)는 망했지만, 그래도 이 체인은 아직 살아 있어서 책을 직접 만져보고 서점 안을 돌아다니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마운 마음에 책과 퍼즐 등을 잔뜩 구매했다.

힐스데일 보더스
힐스데일 쇼핑몰 근처의 반즈 앤 노블 매장

매장의 규모에 비해 사람 수가 적어 과연 수익을 내고 있는지는 의심스럽지만, 그래도 망하지 말고 잘 버텨서 가끔씩 가서 휴식할 수 있는 장소로 남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컴캐스트(Comcast)와 시어즈(Sears), 어이 없는 고객 서비스

미국에 살면서 편리하다고 느끼는 것들이 참 많다. 그 중 한국에 가면 가장 아쉬워할 것이 두 가지 있다면, 하나는 공인인증서나 액티브X 설치 없이도 쓸 수 있는 온라인 뱅킹이고, 또 하나는 아마존이 제공하는 쾌적한 온라인 쇼핑 경험이다.

하지만 불편한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만화 ‘딩스뚱스’에 보면 의사와 약속을 잡기가 어려워 약속 기다리다가 병이 다 나아버린다는 등 몇 가지 황당한 예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정말 미국에서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문제가 생기면, 내가 직접 해결해야 하고, 내가 시간을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불편을 해소한다면 사업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최근 겪은 일화 두 가지를 소개할까 한다.

1. 컴캐스트(Comcast)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컴캐스트 본사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컴캐스트 본사

컴캐스트는 필라델피아에 본사를 둔, 시가 총액이 130조원이고 매출은 69조원에 달하는, 매출 규모 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미디어 회사이다. 2011년에서 2013년에 걸쳐 NBC 유니버설이라는 거대한 미디어 회사를 100% 지분 인수해서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캘리포니아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세 가지 옵션이 있다. 하나는 케이블 망을 이용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전화선을 이용하는 것이며, 또 한가지 옵션은 광케이블이다. 케이블 망은 컴캐스트가 독점하다시피하고 있고, 전화선을 이용한 DSL은 AT&T가 제공하고 있다. 광케이블은 AT&T에서는 U-Verse라는 브랜드로, 버라이즌(Verizon)에서는 FiOS라는 브랜드로 서비스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광케이블이 깔리지 않은 곳이 많아 전에 살던 집도 그렇고 지금 사는 곳도 그렇고 광케이블 서비스는 이용할 수가 없다. 결국 옵션은 컴케스트 케이블 아니면 AT&T DSL인데, 2013년을 살면서 6mbps 정도밖에 안나오는 느린 DSL은 도저히 쓸 수가 없어 25mps정도 되는 컴캐스트 인터넷을 월 60달러씩 내며 쓰고 있다.

최근에 집을 하나 샀다. 거기에도 컴캐스트 망을 설치하려고 알아보니 컴캐스트 서비스가 되는 곳이라고 하기에 바로 신청했다. 기사가 와서 설치하는 옵션은 수십달러를 추가로 내야 한다고 하기에 직접 설치하겠다고 했더니 케이블 TV용 기기가 왔다. 매뉴얼을 꼼꼼히 읽고 그대로 따라서 전원을 꼽고 케이블을 연결했으나 신호가 안잡혔다. 껐다 켜기를 몇 번 반복하고, 인터넷 뒤져서 알아보고, ‘내 힘으로 꼭 해결하리라’는 생각으로 몇 시간을 보냈는데 결국 해결을 못했다. 서비스 센터에 전화해보니 누군가와 통화하는데 10분, 그리고 리셋해보라는 말을 듣기까지 20분.. 시간을 한참 낭비했다.

결국, 기사(technician)를 불렀다. 이틀 후에 도착한 그는, 집에 들어와서 이것 저것 조사해보고 신호를 측정하더니 한 마디 했다.

집에 설치되어있는 케이블이 컴캐스트용이 아니네요. Dish나 DirecTV같은 위성 TV용 케이블이에요. 일단 컴캐스트용 케이블로 바꾸고 나서 다시 시도해보세요.

컴캐스트가 지원이 안된다면 진작 이야기를 했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동안 낭비했던 시간, 특히 기술 지원을 받겠다고 전화 붙잡고 기다렸던 시간이 정말 아까웠다. 그동안 낭비한 시간으로도 충분하니 앞으로 컴캐스트와는 상종하지 말자는 생각 뿐이었다. 그 길로 컴캐스트에 전화해서 해제하고 Dish에 전화해서 서비스를 신청했다. 가격도 더 저렴했고, 훨씬 친절하고 일처리가 빨랐다. 기사가 와서 무료로 설치해주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었고, 웹사이트도 훨씬 편리하게 잘 만들어져 있었다.

며칠 뒤, 컴캐스트에서 받았던 케이블 TV 셋탑박스를 반납하도록 빈 상자가 하나 도착했다. ’드디어 컴캐스트와 마지막 거래를 하는구나’ 싶었는데 또 한 번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빈 상자가 너무 작아 셋탑박스를 넣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한테 애초에 보냈던 모델이 뭔지도 몰랐나보다.

다행히 크기가 맞는 빈 상자가 하나 있어 거기에 넣어서 반납했다. ‘보내준 상자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기 반납을 거절하지 않기를 바라며.

일주일 뒤, 컴캐스트에서 전화가 왔다. 컴캐스트 서비스를 정지했지만 기기가 도착하지 않았다며, 기기를 빨리 반납하지 않으면 수백달러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컴캐스트에 전화해서 항의했다. 분명히 기기를 반납했는데 무슨 이야기냐. 그랬더니 운송장 번호를 달라고 한다. 운송장 번호는 따로 기록해두지 않아 모르겠다고 하며 왜 그걸 확인을 못하냐고 물었더니, 기기 반납을 처리하는 부서는 따로 있고 서로 연결이 안되어 있다고 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시스템끼리 서로 정보 교환이 안되고 있다니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한국에서는 인터넷과 TV 설치하려면 전화 한 통이면 간단하게 되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쉽게 해결이 되는데, 컴캐스트는 왜 이렇게 고객의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걸까.

이런 경험을 한 건 나 뿐만이 아니었다. ‘Rate It All‘이라는 웹사이트에서는 사람들이 브랜드를 평가하고 별점을 다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 한개를 달고 끝없이 불평을 하고 있었으며, 505개의 리뷰 평균은 5점 만점 중 겨우 1.64점에 불과했다 (참고로, 구글의 평점은 4.51점이다.)

For a total of 10 months I tried to get Comcast techs to come to my house and look at my incoming lines. All but one tech flat out refused to go outside the house. The one that did go outside told me my neighborhoods overhead lines needed to be repaired and they’d put a call in. Nothing was ever fixed. (10개월동안 컴캐스트 기사더러 와서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했는데 제대로 보지도 않고 거절하거나, 이웃집이 문제라고만 했죠. 결국 해결이 안됐어요.)

I had received a TV for Christmas from my in-laws. I was on my way out the door to buy a TV with a better picture the day a directv rep came to my house. We decided to make the switch. Two days later they did the hookups. Turns out my TV is a fairly nice TV it just had a crappy signal from Comcast. (크리스마스 선물로 TV를 받았는데, 화질이 안좋길래 다른 TV를 사려고 하려는 차에 DirecTV에서 왔어요. 이 참에 서비스를 바꿔보기로 했죠. 이틀만에 설치가 끝났어요. 제가 가졌던 TV는 알고 보니 문제가 없었더군요. 컴캐스트 서비스가 문제였죠.)

In one situation my bill went from $100 directly to $180. After having battled many times with Comcast over the phone, I finally started shutting down services to get my bill down to a manageable level. Since I bought a house, I was able to dump Comcast as my internet service provider and switch to Verizon FIOS. I haven’t looked back since. (어느날 갑자기 가격을 100달러에서 180달러로 올렸어요. 전화해서 얼마나 항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서비스들을 해제해야 했죠. 집을 사고 나서는 컴캐스트를 중지하고 버라이즌 FiOS로 바꿨습니다. 다시는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서비스 품질이 이렇게 안좋은데 왜 회사가 망하기는 커녕 왜 해마다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독점에 있다.

Where I currently live, they are the ONLY TV service available They have made it difficult for other cable companies to be additional options.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TV를 보려면 컴캐스트가 유일한 옵션이에요. 그들이 다른 케이블 회사들은 아예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죠.)

미국 전역에서, 사람들에게는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 광케이블은 연결이 안되어 있고, 케이블 인터넷 사업자는 타임 워너(Time Warner)와 컴캐스트(Comcast) 둘 뿐이며, 두 회사가 각각 다른 지역에서 영업을 하고 있어, 지역별로는 독점이 될 수밖에 없다. 2013년 8월 23일자 Los Angeles Times 기사 중 일부이다.

“Cable has won; it’s a monopoly now,” she told me last week. “People are just waking up to that fact.” More than 80% of new subscribers to high-speed Internet service are going with their local cable providers. It’s not because they think those providers are just grand; it’s because in most of the country there’s no choice. Local cable service is a monopoly almost everywhere; fiber companies such as Verizon and AT&T, which have the technology to bring you higher speeds, won’t spend the money to compete. (케이블쪽이 이겼어요. 이제 독점이죠. 고속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 중 80%가 케이블 회사를 쓰고 있어요. 그들이 잘 해서가 아니에요.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선택권이 없기 때문이죠. 버라이즌이나 AT&T같은 광케이블 회사들은 이미 경쟁을 포기했어요.)

미국에서 부유한 지역인 실리콘밸리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광케이블을 쓸 수 없으며, 앞으로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울며 겨자먹기로 한 달에 60달러나 내면서도 서비스가 안좋은 케이블 인터넷을 쓸 수밖에 없다. 서비스 업그레이드 하나 하는데 30분의 통화가 필요한 그런 회사랑 거래하면서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격만 비싸고 품질은 안좋은 케이블을 끊는다(cut the cable)며 점차 넷플릭스와 훌루, 그리고 아이튠스를 통해 TV를 시청하기 시작했지만, 그러한 서비스들을 이용하려면 결국 인터넷 망이 필요하고, 컴캐스트와 타임워너 두 케이블 회사가 인터넷 망을 독점하고 있다면, 사람들이 케이블 TV를 끊는 만큼 인터넷 접속 요금을 올리면 그만이기 때문에 이 두 회사는 무서울 것이 없다.

상황이 이러니, 구글이 초고속 인터넷을 가능하게 하겠다며 구글 파이버(Google Fiber)를 미국 곳곳에 설치하기 시작한 것이다. 컴캐스트가 자극을 받아 서비스 품질을 크게 개선하든지, 다른 사업자들이 잘 성장해 독점적 지위를 빼앗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 시어즈(Sears)

MBA 수업에서 시어즈(Sears) 백화점을 다룬 적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J.C. Penny로 대변되는 저가형 백화점과 Nordstrom으로 대변되는 고급 백화점 사이에 끼어서 포지셔닝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 때는 시어즈가 뭔지도 몰랐기에 그냥 그런 백화점이 있나보다 했다.

시어즈는 1893년에 세워진 역사가 긴 백화점이다. 1950~1960년대에 큰 성장을 했고, 그 눈부신 성장을 상징하는 108층의 시어즈 타워(Sears Tower)는 1973년에 시카고에 세워져 1998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라는 자리를 차지했다(2009년에 윌리스 타워(Willis Tower)로 이름이 바뀌었다).

시어즈 백화점의 성공을 상징하는 시카고 시어즈 타워 (지금은 윌리스 타워로 이름이 바뀌었다)
시어즈 백화점의 성공을 상징하는 시카고 시어즈 타워 (지금은 윌리스 타워로 이름이 바뀌었다)

최근 시어즈를 통해 세탁기를 하나 구매하면서 절실히 깨달았다. 왜 그 회사가 애매한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지를. 새 집에 넣을 세탁기와 건조기를 찾으려고 알아보던 중, 시어즈가 저렴하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시어즈 아웃렛(Sears Outlet)을 이용하면 더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었다. 12일 후에 배송해달라고 하고 신용카드로 배송비 120달러와 함께 결제했다.

12일이 지났다. 세탁기는 제 때 도착했다. 하지만 건조기는 배송이 지연되었다고 했다. 아침 8시에 전화가 와서 배송이 지연되었으니 시어즈로 전화 달라는 자동 응답 메시지를 들었다. 전화를 안했더니 10분 후에 또 전화가 왔다. 귀찮아서 배송 담당 부서에 전화했더니 미안하다며 곧 배송해주겠다고 했다.

며칠이 지났다. 건조기가 빨리 필요했는데 도착하지를 않았다. 오전 8시에 배송이 지연되었다는 전화만 또 왔다. 지난번에 이미 통화했고, 배송해주겠다고 연락이 왔는데 왜 또 귀찮게 하나 싶었는데, 다시 전화해보니 자기는 모르고 해당 아웃렛 스토어와 통화를 하란다. 거기 전화했더니, 이번에는 건조기 재고가 더 이상 없단다. 미안하다며, 환불해주겠다고. 근데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세탁기를 배송할 때 두 개의 배송료를 이미 다 차감했다는 것이다. 60달러만 돌려주기 쉽지 않게 되었다며 알아보겠다고 했다.

알았다고 하고 기다렸다. 또 며칠이 지났다. 그 와중에 세탁기에 문제가 생겼다. 처음 설치해서 테스트했을 때는 잘 되더니, 다시 해보니까 이상한 소리가 나고 돌아가질 않는 것이다. 그래서 시어즈에 다시 전화했다. 미안하다며 기사를 보내주겠단다. 급하다고 언제 되냐고 했더니 12일 후에 가능하다고 했다. 새 제품이 작동이 안되는데 12일을 기다리라고? 그냥 교환해주든지 반품하고 환불해달라고 했더니 그건 자기는 못하고 다른 데다 전화해서 다시 설명하란다. 시어즈에 전화해서 설명을 다시 했다. 그리고 며칠 후에 교환이 되었다.

환불해주겠다던 건조기 가격과 배송료 60달러는 환불이 되지 않고 있었다. 시어즈에 다시 전화했다. 일단 배송료는 환불을 해주었다. 그리고 2주가 지난 지금, 건조기는 아직도 환불이 되지 않았다. 그 후로 두 번을 더 연락했는데, 처리하겠다고만 하고 소식이 없다. 이러다 시어즈가 망해버리면 어쩌나 걱정이다.

시어즈가 위기라는 기사는 2008년부터 신문에 실렸었다. 지난 10월 29일에는 뉴욕 타임즈에 For Once-Mighty Sears, Pictures of Decay(한 때 잘나가던 시어즈, 쇠락하는 모습)이라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They are a zombie retailer,” said Mr. Sozzi, who has a sell recommendation on Sears stock. “And with today’s announcement, they are dismembering their body.” (시어즈 주식을 매각하라고 조언하는 한 애널리스트가 말했다. “시어즈는 좀비 소매점이죠. 이제 몸통을 하나씩 해체하고 있어요)

사람 없이 한산한 시어즈 백화점 (출처: 뉴욕 타임즈)

가진 자산과 브랜드가 워낙 많다보니 해체되는데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다. 1년만에 턴어라운드(turnaround)에 성공해 주가가 무려 4배나 성장한 베스트 바이(Best Buy)와 달리, 브랜드의 빛을 잃고 소비자 신뢰도 잃은 시어즈(Sears)는 이제 회생이 어려워 보인다.

그리고 이들이 낡은 시스템으로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힘겨워하는만큼, 아마존의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은 더 빛이 난다. 얼마 전에는 ‘즉시 환불’ 제도를 시작했다. 아마존 사용자 경험을 설명한 지난번 글에서도 설명했듯이, 환불을 원하면 묻지도 않고 받아주고 있었는데, 전에는 반송이 확인된 후에 환불해줬으나 이제는 반송을 하기도 전에 환불부터 해준다. 2010년에 아마존에 대해 소개하며 주가가 크게 올라 150달러가 되었다고 소개했고, 2011년에는 200달러가 되었다고 소개했었는데, 지금은 주가가 370달러이다.

아마존 현재 주가 (출처: Google Finance)
아마존 현재 주가 (출처: Google Finance)

허리띠를 졸라 메고 소비자에게 이익을 최대한 돌려주려고 노력하는 회사가 결국 승리하는 법이다.

고전하는 넷플릭스(Netflix)

이 블로그를 시작한 이래 세 번째로 많이 읽힌 글이 ‘넷플릭스 성공의 비결은 우수한 기업 문화‘였다. 포스팅한 지 무려 2년이 넘게 지난 글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에도 누군가가 트윗을 하거나 인용을 할 때마다 조회수가 크게 증가하는 것을 보면, 그들이 표방한 기업 문화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inspiration)을 주는 것 같다. 지난 7월 15일, 로티플의 공동창업자였고, 지금은 카카오에서 일하고 있는 김동주(@mynameisdjkim)씨가 넷플릭스 본사에서 근무하는 전강훈씨를 만나 했던 인터뷰를 정리한 글을 읽었다. 넷플릭스를 ‘프로야구 팀’에 비유해서 설명한 것이 재미있었다. 한편 넷플릭스의 ‘성과 위주’ 문화가 가진 단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는데, 내가 넷플릭스에서 일하는 다른 분을 만나 들었던 이야기와 맥락이 비슷했고, 그들이 2년 전에 표방했던 그 기업 문화는 지금도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다.

넷플릭스가 분명히 성공한 회사인 것은 맞다.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인해 한 시대를 호령했던 오프라인 비디오 대여점인 블록버스터는 패망의 길을 걸었고, 미국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무려 32.7%를 넷플릭스가 차지하고 있으며, Roku Box, Google TV, 삼성 Smart TV 등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기 치고 넷플릭스 앱이 깔리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관점은 냉정한 것 같다. 2011년 7월에 무려 300달러에 달하며 넷플릭스의 시가 총액을 무려 17조원까지 끌어올렸던 주가는 그 이후 곤두박질쳐 지금은 100달러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최근 80~90달러 근처를 멤돌던 주가는, 오늘 실적 발표 이후 무려 16.66%가 더 하락해서 장외 거래에서는 67달러까지 떨어져버렸다. 주가가 2010년 2월 수준으로 돌아가버린 것이다. 나도 한 때 넷플릭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작년에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모두 처분했다 (다행히 이익을 남기고 팔았다).

넷플릭스 주가 추이 (출처: Google Finance)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첫째, 주가 자체가 너무 높았다. 주가가 거의 최고점을 찍었던 2011년 당시 P/E Ratio(Price to Earnings Ratio)가 무려 80 이상이었다. 구글의 P/E Ratio가 20 근처임을 생각하면 지나치게 높은 수치였다. 2010년 여름부터 2011년 여름까지 무려 세 배가 오르며 애플을 비롯한 모든 고성장 기업의 주가를 초과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넷플릭스는, 어떻게 보면 ‘닷컴 버블’에 비교할 수 있는 투기성 투자로 인해 주가가 실제 회사 가치에 비해 빠르게 올라갔다. 사실 그 당시 기대치를 생각하면 그럴 만도 했다. DVD 대여 시장을 평정했고, 스트리밍 비디오 시장까지 빠르게 잠식해서 미국인들에게 ‘비디오 대여’의 대명사가 되었던 넷플릭스는 그야말로 시장의 승자였고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대장’이었다. 주가 분석에 관한 한 가장 많고 좋은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Seeking Alpha에서 2011년 2월 당시 240달러 정도였던 넷플릭스 주가는 너무 올랐으니 Short 포지션을 취할 때라고 주장했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을 비웃기라도 하듯 주가는 계속 상승했고, 2011년 7월 8일에는 300달러를 찍었다. 그 후, 주가가 약간 꺾여 7월 26일에 260달러 정도 되었을 때 쯤 또 읽은 글이 있다. Valuentum이라는 회사에서 제공한 자료였는데, DCF (Discounted Cash Flow) 모델을 이용해서 넷플릭스의 적정 주가를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당시 넷플릭스 주가는 말도 안되게 고평가되었으며, 190달러도 아주 낙관적인 주가일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 이후 몇 달간, 넷플릭스 주가는 순식간에 떨어졌고, 2011년 10월 말 경에는 100달러 미만까지 내려앉았다.

둘째, 영화와 드라마 판권을 가진 회사들이 가격을 일제히 올리면서 넷플릭스가 심한 재정적 부담을 안았다. 넷플릭스가 ‘너무’ 잘 나가던 2011년 상반기, 소니, 컬럼비아, 워더 브라더스, MTV, Starz, 디즈니 등 ‘컨텐트’를 소유한 회사들은 배가 아팠을 것이다. 넷플릭스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동안 미미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치게 싼 가격에’ 계약을 했었는데, 넷플릭스가 모든 사람들의 추앙을 받자, 자기들은 영화를 너무 싸게 내주었다며 후회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힘은 컨텐트를 소유한 쪽에 있다. 2년의 계약이 만기되어 2011년 7월에 재계약을 할 때가 되자 그들은 가격을 10배 가까이 크게 올렸다. 그 이전에 Starz는 넷플릭스와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었다. 넷플릭스가 물론 아주 많은 고객을 보유한 힘이 센 회사이기는 했지만, 컨텐트를 가진 입장에서 봤을 때는 아마존, 애플 등 스트리밍 비디오를 제공하는 많은 회사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들이 컨텐트를 주지 않겠다고 하면 넷플릭스의 입지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셋째, 경쟁이 너무 치열해졌다. 2010년 경, 넷플릭스가 먼저 치고 올라간 스트리밍 비디오 시장이 너무 뜨거워지고, 미국인들이 갑자기 컨텐트를 소비하는 행태를 바꾸는 것을 본 경쟁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큰 자본을 가진 아마존과 애플이 공격적으로 시장에 나섰고, 구글도 진출했다. 사람들의 시간 소비 행태를 바꾼, 혜성처럼 등장한 또 하나의 서비스는 Hulu였다. 넷플릭스가 영화광들을 위한 것이라면 Hulu는 드라마광들을 위한 것이었다. 넷플릭스를 통해 온라인으로 비디오를 보는 것의 편리함을 깨닫고 인터넷 망을 더 빠른 것으로 업그레이드해둔 미국인들에게, Hulu는 아주 빠른 속도로 침투해 들어갔다. 넷플릭스와 훌루, 제공하는 컨텐트는 달랐지만 둘은 ‘결국 TV 시청 시간’을 놓고 경쟁한 것이다.

훌루(Hulu) 유료 가입자 증가 추이 (출처: Worldtvpc.com)

이런 상황에서 2011년 2월에 등장한 아마존 프라임 인스턴트 비디오는 넷플릭스에게 큰 타격이었다. 갑자기 아마존이 소니 등의 회사와 계약을 맺은 후, 무려 5000개에 달하는 영화 타이틀을 프라임 멤버들 모두에게 공짜로 제공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나도 궁금해서 그 때 바로 들어가서 봤는데 넷플릭스만큼은 되지 않았지만 볼만한 영화가 꽤 있는데다, 어차피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이나 타이틀 대부분이 옛날 영화인 건 마찬가지라서 이대로 가면 넷플릭스 가입을 해지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다 (실제로 그 이후 몇달간 넷플릭스를 해지했었다). 매달 $15씩 내는 넷플릭스는 해지할 수 있지만, 일년에 $79달러인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은 ‘이틀 무료 배송’의 이점 때문에 절대 해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아마존은 Fox, MGM, 파라마운트 등과 잇달아 계약을 하면서 가공할만한 넷플릭스의 경쟁자가 되었다. 충성도 높은 방대한 고객을 이미 보유하고 있었던 아마존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편, Amazon은 옛날 영화 뿐 아니라 최신 영화도 함께 제공함으로써 (물론 이러한 영화들은 공짜가 아니다. 편당 $3.99 또는 $4.99를 내야 24시간동안 대여해서 볼 수 있다.) 넷플릭스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나은 서비스로 올라섰다. 최근엔 Verizon이 Walmart가 인수한 Vudu 등도 넷플릭스와 경쟁하고 있다.

연 $79.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의 혜택.

나는 케이블 TV 가입을 하지 않은 대신 넷플릭스, 아마존, 훌루 모두 유료 회원 가입을 해서 쓰고 있다. 그 중 하나를 끊는다면? 글쎄, 일단 앞서 이야기했듯 아마존은 프라임 멤버십때문에 끊을 수가 없다. 훌루는 드라마를 보기 위해 필요불가결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끊을 수 없다. 결국 하나를 끊는다면 넷플릭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넷째, 갑작스럽게 상승한 컨텐트 라이센스 비용에 당황했던 것일까? 넷플릭스가 2011년에 몇 번의 무리수를 두었다. 그 중 사람들의 가장 큰 원성을 샀던 결정은 2011년 7월 12일에 DVD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분리하면서 가격을 한번에 무려 60% 가까이 올린 것이다. 당시 무제한 DVD + 스트리밍이 월 $9.9였는데, 새로운 가격 정책에 따르면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무려 월 $15.98을 내야 했다. 월 $10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긴 것은 좀 무리가 아니었던가 싶다. 한 끼 점심식사 가격 정도인 $9.9는 별 것 아닌 돈으로 느껴지지만, $15.98이라고 하면 갑자기 저녁 식사 가격이 되면서 꽤 큰 돈으로 느껴진다. 그 때 사무실에서 점심 먹으며 동료들과 넷플릭스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 다들 갑작스러운 가격 인상에 화가 나서 넷플릭스 없어도 산다며, 어차피 괜찮은 영화는 많이 본 상태라 질리기 시작했는데 마침 잘 되었다며 넷플릭스 멤버십을 해지하겠다고 했었다.

넷플릭스의 가격 변화. (출처: www.ipadjailbreak.com / 2011. 7. 12)

두 번째 무리수는 2011년 9월 19일에 있었던, DVD와 스트리밍을 각각 다른 웹사이트로 완전히 분리하겠다고 했던 결정이었다. DVD 렌탈만 하는 웹사이트에는 Qwikster라는 아주 어색한 이름이 붙었다. 한 곳에서 쇼핑하며 최신 영화는 DVD로, 옛날 영화는 스트리밍으로 보던 것을 즐기던 사용자들에게는 너무나 혼란을 주는 결정이었다. 사실 난 당시의 결정을 지지했었다. 넷플릭스는 굴뚝 산업인 블록버스터를 대체했지만, 그 자신이 또 커다란 혁신을 하지 않으면, 스트리밍 비디오의 시대에서 자신이 굴뚝 산업으로 되어 버릴 위험이 다분했다. 이른바 이노베이터의 딜레마(Innovator’s Dilemma)이다. 스스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하지 않으면 경쟁자가 결국 파괴하는 것이 숙명이다. 넷플릭스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혁신의 딜레마를 어떻게든 해소하고 싶었을 것이다.

잠시 등장했다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브랜드, Qwikster.

그런 과감한 결정은 칭송할 만했으나,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너무 갑작스럽게 결정을 내린 것은, 넷플릭스, 그리고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의 자만이 아니었나 싶다. 당시에 넷플릭스에서 이따금씩 충격적(?) 이메일이 날아왔던 기억이 있다. 바로 다음 달부터 가격을 60% 올리겠다고 하는가 하면, 갑자기 DVD를 분리해서 Qwikster라고 이름붙이겠다고 하더니,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Qwikster의 분리는 완전 백지화하겠다는 이메일을 또 보냈었다. 넷플릭스에 대해 대단한 충성도를 가지고 있었던 고객들이었지만, 그들은 놀라울만큼 쉽게 등을 돌렸고 (나 역시도), 그 후 2011년 10월 25일엔 무려 80만명의 미국 가입자를 잃었다고 발표했다.

그렇게 해서 오늘에 이르렀다. 오늘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내 가입자 수는 2,460만에서 2380만으로 다시 80만명이 감소했고, Churn rate (고객 감소율)은 3개월 전 4.2%에서 6.3%로 크게 상승했다. 해외 시장 진출에 따른 비용 때문에 다음 분기 예상 실적도 그렇게 좋아 보이진 않는다. 그 결과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나는 아직 넷플릭스와 그들의 문화, 그리고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가진 비전을 믿는다. 지난 1년을 돌이켜봤을 때, 좀 더 신중했더라면 몇 가지 잘못된 결정을 막을 수는 있었겠지만, 그렇게 했더라도 결국은 지금의 상태에 오지 않았을까? 아마존과 구글, 애플이 끝없이 노리고 공략하는 시장에서 이정도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DVD 대여 시장의 빠른 쇠퇴를 예상하고 발빠르게 스트리밍 비디오 시장에서 선두가 된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 그건 감히 예측할 수 없다. 승자와 패자가 끝없이 오고 가는 실리콘밸리, 그 안에서 새로운 스토리가 쓰여지는 것을 흥미롭게 지켜볼 뿐이다.

나의 일과 삶에 없어서는 안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8개

얼마 전에 썼던 글, ‘나의 일과 삶에 없어서는 안될 데스크탑 애플리케이션 9개‘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다. 워드프레스에서 제공해주는 통계를 보니, 지난 열흘간 10,000명 이상이 이 글을 읽었다. 그만큼 소프트웨어가 우리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증거인 듯하다. 이번에는 나에게 필수적인 아이폰, 아이패드 앱을 정리해보았다.

1. 월 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 | iPad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이패드 앱

내가 가장 선호하는 신문은 WSJ이다. 주중에는 테크크런치, 트위터, 블로그 등에 묻혀 사실 읽을 틈이 없지만, 주말 아침에 아이패드를 손에 집으면 가장 먼저 WSJ 주말 버전을 읽는다. 한 때 종이 느낌이 좋아 종이 신문도 구독해봤지만 집에 종이가 자꾸 쌓여서 불편한데다 잉크가 손에 묻는 듯한 느낌이 싫어 아이패드로 완전히 갈아 탔다. 비디오와 사진이 적절하게 섞여 있다는 것도 아이패드 버전의 큰 장점이다. 첫째 해에는 1년에 약 260달러이고 둘째 해부터는 연 500달러로 올라간다[].

2. 유버전 성경 (YouVersion Holy Bible) | iPad

유버전 성경 (YouVersion Holy Bible)

지난 5월 10일, 무려 누적 5천만 건이 다운로드 되었다고 발표해서 TechCrunch에 소개되었다. 이 앱을 만든 주인공은 바로 Bobby Gruenewald 목사이다. 트위터에서 무려 2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그는, LifeChurch.tv라는 인터넷 교회의 이노베이션 리더(Innovation Leader)를 맡고 있으며, FastCompany가 선정한 2011년의 가장 창의적인 사람 100명 중 한 명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LifeChurch.tv에 합류하기 전에는 테크놀로지 회사를 두 번 매각했으며 스타트업 컨설팅을 하기도 했다[].

유버전 성경을 만든 Bobby Gruenewald 목사 (출처: TechCrunch TV)

앱스토에서 ‘Bible’로 검색하면 많은 성경 앱들이 뜬다. 유료 버전도 있고 무료 버전도 있는데, 처음엔 어느 앱이 좋은 지 몰라 세 개쯤 깔아놓고 비교해보면서 쓰곤 했다. Olive Tree의 Bible Reader도 매우 잘 만들어서 한동안 썼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에는, 끊임없이 업데이트를 해서 다른 앱들보다 월등히 좋아진 YouVersion만 살아남았다. 이 정도수준의 소프트웨어를 만들려면 돈이 꽤 많이 들텐데, 이 앱은 완전히 무료이고 광고도 없다. 즉, non-profit 앱이다.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LifeChurch.tv의 헌금으로 비용을 충당한다고 한다. 무려 100 가지가 넘는 언어로 제공하는데, 한국어 버전만 세 가지라는 것이 놀랍다. 그 중 많은 버전은 다운로드해서 오프라인에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추가된 Parallel 기능이 마음에 든다. 위 그림에서 보듯, 두 가지 다른 버전의 성경을 나란히 놓고 볼 수 있게 하는 기능인데, 영어와 한글 버전을 이렇게 나란히 놓고 보면 이해에 도움이 많이 된다.

3. 스트라바 (Strava) | iPhone

스트라바 (Strava)

요즘 Quantified Self (계량화된 나) 라는 말이 유행이다. 우리가 항상 들고 다니는 있는 파워풀한 스마트폰 덕분에 무엇을 얼마나 먹는지,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는지, 운동을 얼마나 하는지 등을 기록해두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기가 쉬워졌다. Strava는 사이클링에 빠진 사람들이 직접 만든 앱이다. 앱을 시작시키고 난 후 자전거를 타면 경로를 지도에 표시하고 평균 속도와 최고 속도를 기록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에 더해 자전거를 타고 여기 저기 다니기만 하면 구간별로 그 자리를 지나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여 순위를 보여준다.

스트라바(Strava) 웹사이트에 가면 내가 달린 구간의 고도를 알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앱이 광고도 없이 공짜라니 거의 믿기 힘들다. 프리미엄 버전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굳이 필요하지 않다. 한편, 안드로이드에서는 Noom의 Cardio Trainer를 추천한다.

4. 오더블 (Audible) | iPhone

오더블 (Audible) 앱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는 앱이다. 이 회사는 2008년 1월에 아마존에 $300M(약 3300억원)에 인수되었다. 오디오북이라 하면 구세대 상품 같지만 사실 이동할 때 아주 유용하다. 스티브 잡스 전기, 짐 콜린스의 Great By Choice, 그리고 헝거 게임 등을 오디오북으로 들었는데 아주 좋았다. 짐 콜린스의 책은 저자가 직접 읽어준다. 스티브 잡스 전기나 헝거 게임은 킨들로도 사서, 이동할 때는 오디오북으로, 앉아 있을 때는 책으로 읽었다. 책마다 따로 구입할 수 있고, 또는  회원 가입해서 월 16달러 정도를 내면 한 달에 한 권씩 다운로드할 수 있다.

5. 아마존 (Amazon) | iPhone

아마존 앱

이 앱 없이 살 수 있을까? 아마존 아이폰 앱으로 1년에 100개가 넘는 물건을 주문한다. 데스크탑에서도 정말 쓰기 편하지만, 난 어디서나 클릭 몇 번이면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만든 이 아이폰 앱이 정말 좋다.

‘3M 스카치 테이프가 필요하다’ -> ‘아마존 아이폰 앱을 실행한다’ -> ‘물건을 확인하고 ‘Two-Day-FREE’를 눌러 구매한다.’ ‘원 클릭 쇼핑’ 덕분에 이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불과 60초이다. 내 신용카드 정보와 집 주소가 이미 아마존 서버에 저장되어 있고 내가 원클릭 쇼핑을 미리 승인해두었기 때문에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거나 공인인증서 암호를 입력하는 등의 과정이 없다. 이 경험에 대해서는 전에 썼던 아마존 유저 인터페이스 분석에서 더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6. 트립잇 (TripIt) | iPhone

트립잇(TripIt)

지금 뉴욕에서 출발해서 프라하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TripIt은 이런 여행에서 유용하게 쓰는 필수 아이템이다. 아이폰을 쓰기 전엔 여행할 때 스케줄을 인쇄해서 들고 다녔다. TripIt이 있기 전에는 비행기 시간과 편명을 구글 캘린더에 미리 입력한 후 출발했다. 지금은 비행기 구매 확약 및 호텔 예약 이메일을 나에게 할당된 TripIt 이메일 계정으로 포워드하면 끝이다. TripIt에 깔끔하게 정리되어서 웹 또는 아이폰에서 볼 수 있다.

유료 버전을 구매하면 앱으로 체크인을 할 수 있고, 항공 지연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SeatExpert에서 제공되는 정보를 통해 비행기를 타기 전에 비행기 안 좌석이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자주 여행한다면 당연히 돈을 주고 샀을 앱이다.

7. 인스타그랩 (Instagram) | iPhone

프라하 성에서 내려다 본 도시의 모습. 인스타그램 필터 적용 전(좌)과 적용 후(우)

사실 한동안 사용을 안하다가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했다는 소식을 듣고 최근에 다시  쓰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필터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쓰기 시작해보니 꽤 강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이폰에서 찍은 사진의 경우 해상도가 낮거나 노출이 잘 안맞아 너무 어둡거나 밝게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인스타그램 필터를 적용하면 사진의 느낌이 좋아진다. 그래서, 페이스북에서 사진을 공유하고 싶을 때 인스타그램 필터를 적용한 후 올리는 때가 많다.

8. 판도라 라디오 (Pandora Radio) | iPhone

판도라 (Pandora)

데스크탑에서도 유용하지만, 사실 모바일에서 더 유용한 판도라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앱에 대해서는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판도라가 생소하신 분은 에스티마님이 쓰신 ‘인터넷 라디오 판도라의 가능성‘과 ‘10년만에 첫 분기 흑자 낸 판도라 창업자 이야기‘를 참고하시기를.

이렇게 정리해보고 나니 내가 자주 쓰는 데스크탑 앱과 별로 겹치지 않는다. 또한,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즐겨 사용하는 앱도 많이 다르다. 한때 ‘원소스 멀티 유즈’라는 말이 유행이었지만 지금은 크게 식상해졌다. 원소스 멀티 유즈도 좋지만, 각 디바이스의 특성을 파악하여 거기에 맞는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

아마존(Amazon) 성공의 비결은 소비자 경험 개선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오늘의 주제는 아마존(Amazon.com)이다. 내가 좋아하는 회사 중 Top 3안에 드는 회사이고, 내 재산을 불려주는 회사이기도 하다. 아마존에 대해서는 “아마존 유저 인터페이스 분석“이라는 주제로 작년 9월에 글을 한 번 쓴 적이 있다. 그 당시 150달러이던 주가는 이제 200달러를 넘겼다. 당시 675억달러이던 시가 총액은 이제 915억달러(약 100조원)가 되었다 (참고로 삼성전자 시가 총액이 현재 132조원이다).

2011년 5월 13일 기준 아마존 주가 (출처: Google Finance)
2011년 5월 13일 기준 아마존 주가 (출처: Google Finance)

친구들, 회사 동료들과 아마존 이야기를 하면 모두다 한결같이 하는 대답은 “Awesome!(최고!), I love it!(사랑해!)”이다. 지금까지 예외가 없었다. 어떤 회사든, 어떤 서비스든 누구는 좋아하고 누구는 싫어하게 마련인데, 어떻게 아마존은 모두에게 사랑받는 회사가 될 수 있었을까?

‘성공 비결’이라는 주제로 지난번에 넷플릭스(Netflix)라는 회사를 다룬 적이 있는데 (넷플릭스 성공의 비결은 우수한 기업 문화), 마찬가지로 아마존에 대해서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자세하게 이야기하려고 벼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트위터(@kyuclee)를 통해 아마존에 대한 자료를 발견했는데, 지금까지 본 아마존에 대한 분석 중 가장 좋기에 이를 기준으로 아마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72장짜리 슬라이드인데, 원본은 여기에 있으니 시간 되시는 분은 꼭 전체를 보시기를: Amazon.com: the Hidden Empire (아마존닷컴: 숨겨진 제국)

아마존, 알고 보면 거대한 회사다. 이베이보다 두 배나 크고, 페이스북보다 15배나 많은 직원을 가지고 있고, 구글보다 매출이 16% 많고, 월마트보다 더 큰 소비자 브랜드이다.
아마존, 알고 보면 거대한 회사다. 이베이보다 두 배나 크고, 페이스북보다 15배나 많은 직원을 가지고 있고, 구글보다 매출이 16% 많고, 월마트보다 더 큰 소비자 브랜드이다.
왜 가능했을까? 비전 때문이다. 1994년, 제프 베조스는 인터넷을 이용하여 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알았다.
왜 가능했을까? 비전 때문이다. 1994년, 제프 베조스는 인터넷을 이용하여 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알았다.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사람이지만, 여기서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에 대한 소개를 잠깐 하겠다. 1964년생. 어머니가 10대에 임신해서 태어났다. 태어난 지 1년을 갓 넘겼을 때 부모님이 이혼했고, 다섯살 때 새아버지에게 입양된다. (스티브 잡스의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한다. 그 역시 너무 어린 어머니한테 태어났다가 다른 집에 입양되었다.) 가족이 텍사스를 거쳐 플로리다에 이사한 후 프린스턴대학에 입학했으며 컴퓨터 사이언스 학위를 받은 후 월 스트리트의 D. E. Shaw & Co.라는 금융회사에서 파이낸셜 애널리스트(Financial Analyst)로 일하다가 인터넷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 1994년에, 그가 서른 살이 되던 시점에 인터넷 서점, 아마존을 창업했다. 현재 아마존 주식의 20%를 소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니 주식으로 인한 그의 개인 재산은 현재 약 20조원이다.

TED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2003년에 “Next Web Innovation” 이란 주제로 했던 강연인데, 제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말을 재미있게 해서 한참을 웃으면서 봤다. 닷컴 버블 이후의 인터넷을 골드 러시 및 전기와 비교하며, 2003년의 인터넷 수준은 1908년의 전기 세탁기 수준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2003년이면 이미 한게임/넷마블 등이 히트치고 네이버가 잘 나가던 때였는데, 제프는 그 시대를 1908년과 비교한 것이다. 왜 아마존이 그 이후에 끝없이 개선되고 성장했는지의 답이 그에게 있다.

TED에서 강연중인 제프 베조스. (이미지 출처: http://www.trustthefedora.com/)
그리고 그 비전은 뛰어난 실행력과 혁신에 의해 실현된다. 인터넷이라는 도구는 아마존에게 다음과 같은 것들을 제공했다. 1. 낮은 변동비, 2. 실시간 최적화, 3. 프로토타입을 이용한 테스팅, 4. 전세계적인 시장, 5. 무제한의 재고, 6. 끝없이 개선되는 측정 지표와 이를 이용한 최적화
그리고 그 비전은 뛰어난 실행력과 혁신에 의해 실현된다. 인터넷이라는 도구는 아마존에게 다음과 같은 것들을 제공했다. 1. 낮은 변동비, 2. 실시간 최적화, 3. 프로토타입을 이용한 테스팅, 4. 전세계적인 시장, 5. 무제한의 재고, 6. 끝없이 개선되는 측정 지표와 이를 이용한 최적화
완전히 혁신적인 생각은 아니다. "더 싸게, 더 다양하게, 그리고 더 편리하게 물건을 팔고 소비자에게 배달해주자"
완전히 혁신적인 생각은 아니다. “더 싸게, 더 다양하게, 그리고 더 편리하게 물건을 팔고 소비자에게 배달해주자”
소비자에게 먼저 투자한다: 소비자에게 포커스하고 그들의 요구를 파악한다. 그리고 이 요구를 저렴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낸다. 이 과정에서 혁신이 일어난다.
이렇게 해서 끝없는 혁신을 가져오는데, 1. 소비자 경험을 위해 원클릭 쇼핑과 프라임 멤버십을 도입했고, 2. 일대일의 개인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했고, 3. 구매 프로세스를 상세히 설명함으로서 신뢰를 쌓았다. 결국 아마존은 소비자의 ‘잠재 요구’를 충족시켜, 그들이 뭔가 온라인에서 사겠다고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브랜드가 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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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비밀 요리법은 바로 혁신적인 물류 시스템이다. 웹사이트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더 나은 소비자 경험을 더 낮은 가격에 제공한다.

참고로, 2010년 4월 아마존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 따르면 그 해에 세운 452개의 목표 중에서 무려 360가지소비자 경험(customer experience)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었다고 한다. (출처: Business Insider) 제프 베조스가 얼마나 이를 중요하게 생각해왔는지, 그리고 지금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아마존 서비스를 경험해보면 그동안 투자해온 것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이전 블로그에 이러한 소비자 경험을 간략히 정리해 두었다: 아마존 유저 인터페이스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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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는 경쟁사보다 싸게 제품을 제공하면서도 높은 마진을 남기는 것이다.

여기, 아마존이 인수한 회사 Diapers.com의 놀라운 물류 시스템을 보여주는 비디오가 있다. Kiva Robot 을 이용하여 자동화되어있다.

미국의 많은 성공적인 인터넷 기반의 회사가 그렇듯 (구글, 페이스북, 징가, 넷플릭스, 훌루, …), 아마존 역시 데이터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있다. 서비스를 사용하다보면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매일 매일 개선을 이루어낸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나의 숨은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새로운 기능이 추가된 것을 보면 감탄할 정도이다. 아래 슬라이드를 보면 매우 초창기부터 이렇게 데이터 분석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데이터에 의해 움직이는 회사. 아마존은 1997년에 처음으로 A/B 테스팅 (두 개의 서로 다른 웹사이트를 만들고 각각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 후 만족도를 측정하여 반영하는 방법)을 시도했고, 2001년에는 배달되는 제품 하나하나에 들어가는 비용을 계산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데이터에 의해 움직이는 회사. 아마존은 1997년에 처음으로 A/B 테스팅 (두 개의 서로 다른 웹사이트를 만들고 각각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 후 만족도를 측정하여 반영하는 방법)을 시도했고, 2001년에는 배달되는 제품 하나하나에 들어가는 비용을 계산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또한, 아마존의 소비자 충성도는 놀라울 정도이다. 아마존을 통해 구매한 사람들이 다시 찾아와 구매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고 한다 (그 중 한명이 바로 나다. 1년간 아마존에서 사는 제품이 100개가 넘는다.) 아마존은 어떻게 해서 이렇게 소비자 충성도를 높일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이 아래 세 장의 슬라이드에 소개되어 있다.

첫째 비결은 "반복 사용": A. 판매자는 왜 아마존을 이용하나? 1) 1억 3천 7백만의 소비자를 무시하는 건 말이 안된다. 2) 믿을 수 있는 기술을 이용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3) 아마존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쌓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B. 왜 소비자들은 아마존을 사용하나? 1) 생태계가 갖추어져 있다. 2) 각 사람들의 미디어 라이브러리가 저장되어 있다.
첫째 비결은 “반복 사용”: A. 판매자는 왜 아마존을 이용하나? 1) 1억 3천 7백만의 소비자를 무시하는 건 말이 안된다. 2) 믿을 수 있는 기술을 이용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3) 아마존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쌓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B. 왜 소비자들은 아마존을 사용하나? 1) 생태계가 갖추어져 있다. 2) 각 사람들의 미디어 라이브러리가 저장되어 있다.
두 번째 비결은 "고른(seamless) 통합". A. 아마존이 어떻게 판매자들을 통합하는가? 1) 판매자 점수 모니터, 2) 저품질의 제품을 파는 판매자 차단. B. 어떻게 사용자 경험이 통합되어있는가? 1) 소비자 입장에서는, 개별 판매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2) 대부분의 제품에 대해 아마존 프라임 멤버들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무료 배송).
세 번째 비결은 “락인(lock-in)”. A. 어떻게 판매자들이 락인되는가? 1) 판매자의 고객들은 사실은 아마존의 고객이다. 2) 판매자들은 소비자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3) 아마존과 거래를 오래 할수록, 그 수준의 서비스를 직접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어려워진다. B. 어떻게 소비자들이 락인되는가? 1) 킨들 이북은 아마존 자체 포멧이라 일단 아마존에서 구입하면 다른 기기로 볼 수 없다. 2) 아마존 프라임 멤버에 가입하면 (1년에 79불) 이틀 무료 배송 서비스를 받게 된다.

올해 47세의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 2010년에 모교인 프린스턴 대학에서 졸업생을 대상으로 연설을 했다. 6분 25초 지점부터 그의 연설이 시작된다. 10살 때 할아버지에게 어떻게 해서 “It’s harder to be kind than clever (똑똑한 것보다 친절한 것이 더 여럽다)“는 원칙을 배우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계기로 뉴욕의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아마존을 창업하게 되었는지, 어떤 기분으로 어려운 선택을 내렸는지 등을 설명한다. 연설 중 마지막 대목을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친다.

와이프에게 아이디어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녀는 하라고 했어요. 그래서 당시 내가 존경하던 상사에게 가서 이야기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책을 팔고 싶다구요. 센트럴 파크를 한참 걸으면서 주의 깊게 이야기를 듣던 그가 말했습니다. “That sounds like a really good idea, but would be even BETTER idea for someone who already didn’t have a good job. (그거 참 멋진 아이디어군, 근데 이미 좋은 직업이 없는 사람에게 더 좋은 아이디어일텐데..)” 그리고 48시간동안 생각해보라고 했습니다. 어려운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 것은 싫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열정을 따르기 위해 가장 안전하지 않은 선택을 한 셈이지만, 저는 그 선택이 자랑스럽습니다. (중략) 시간이 지나 당신이 80세가 되었다고 생각해보세요. 조용한 방에 혼자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혼자 이야기해본다고 생각해보세요. 가장 간결하고 의미있는 이야기는, 결국 당신이 했던 선택들을 나열하는 것일겁니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한 선택 그 자체입니다 (In the end, we are our choices).

자기 자신에게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행운을 빕니다. (Build yourself a great story. Thank you, and good l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