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사적인 대화 외에서는 언급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일은 보고 있자니 많이 답답한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 우버 서비스를 오래 전부터 편리하게 이용해온 사람으로서 책임감이 들어 몇마디 써본다. 오늘 임정욱(@estima7)님 트윗을 통해 연합신문의 기사를 봤다.
마치 사기범이나 절도범을 체포한 내용을 보도하는 듯한 기사다. 우버에 대해 배경 지식이 없는 사람이 이 기사를 본다면 미국에서 서비스를 들여와 국민을 상대로 사기치다가 걸려서 체포된 것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연합뉴스의 윤보람 기자는 왜 이렇게 감정적인 단어를 사용해서 기사를 써야 했을까. 아니면 정말로 경찰이 보내준 보도자료를 그대로 복사해서 붙이기한 것일까. 기사에 사용된 표현들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는 우버코리아 지사장 강모(32)씨와 총괄팀장 이모(27)씨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일단, 왜 이런 기사에서 실명을 밝히지 않는지 좀 의아하다. 게다가 나이를 왜 옆에 쓰는지도 잘 모르겠고. 강모씨, 이모씨라고 표현하니 마치 성 범죄자라도 된 듯한 분위기가 풍기는데, 정환희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불구속 입건이란 “형사소송법상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라고 해도 피고인의 주거가 일정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없거나, 피고인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없는 경우에 구속하는 대신 행해지게” 된다. 즉,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것이지 죄를 범했다고 확정된 것이 아닌데 기자가 이미 그들을 범죄자로 낙인찍은 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지사장 자격이 있는 사람을 “~씨”로 격하시킨 것도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아래와 같이 쓰면 어땠을까.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는 강경훈 우버코리아 지사장과 이OO 총괄팀장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살펴보자.
경찰은 미국에 있는 칼라닉씨를 소환 조사할 예정이며, 이에 불응하면 체포영장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위 문장도 지나치게 감정적이다. ‘불사’라니, 순순히 따르지 않으면 총을 들고 쳐들어가기라도 하겠다는 듯한 분위기다.아래와 같이 바꿔보자.
경찰은 우버테크놀로지 설립자인 트래비스 칼라닉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 영장을 발부하겠다고 밝혔다.
또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우버코리아 설립 직후인 2013년 8월부터 최근까지 스마트폰 ‘우버앱’을 통해 모집한 자가용·렌터카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수수료를 ‘챙긴’ 혐의라니, 왜 이렇게 부정적인 단어를 써서 묘사를 해야만 할까. 수수료 자체가 문제가 된 듯한 분위기다. 이 수수료는 우버 서비스를 운영하고 운전자들을 검증하고 단말기를 지급하는데 드는 비용에 대한 대가로 정당하게 부과한 것이다. 운전자와 승객 모두 그 수수료에 대해 사전에 동의를 했으니 그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또, ‘모집’이라는 단어에서도 부정적 느낌이 풍긴다. 전문 사기단 활동을 묘사하는 듯하다. 조금 바꿔서 써보자.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경찰이 무조건 옳은 것이 아니니 경찰의 판단 역시 객관적인 입장에서 서술해야 한다.
우버코리아는 2013년 8월부터 최근까지 스마트폰 ‘우버앱’을 통해 자가용·렌터카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해주는 사업을 했는데, 경찰은 이것이 불법 유상운송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어색한 부분이 있다.
한 렌터카 업체는 3개월간 우버 서비스를 제공하고 9천600만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버코리아가 챙긴 수수료는 계좌추적이 어려운 미국 은행을 통해 송금돼 정확한 규모가 파악되지 않았다.
‘벌어들인’이라는 단어가 일단 마음에 안들고, 여기에 ‘수수료를 챙기다’라는 구절이 또 등장한다. 그리고 계좌 추적이 어려운 미국 은행을 통해 송금되었다고 하니 정말 사기범 같은 분위기가 풍기는데, 미국에 본사를 둔 서비스가 미국 은행을 통해 거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지? 또한,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을 마치 전문 사기단의 우두머리처럼 묘사하고 있는 것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작년 말에 샌프란시스코의 데이비스 심포니 홀(Davies Symphony Hall)에서 열린 크런치 어워드(Crunch Award)에 참여해서 트래비스 칼라닉을 봤는데, 사람들은 그를 연예인 대하듯 했다. 모두가 그가 만들어낸 혁신적인 서비스를 칭찬했고, 거기 온 사람 중 우버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만큼 인기 있는 서비스였다. 한편, 위 기사에서 이미 ‘범죄자’로 규정한 우버 코리아 강경훈 지사장은, 슬로우뉴스의 인터뷰에서는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열두 살 때 미국 텍사스주의 휴스턴으로 유학을 떠났고 다시 캘리포니아 벤츄라로 이사를 했다. 대학 졸업 후 홍콩에서 일했고 결혼 후 아이를 낳고는 싱가포르로 옮겨 인시아드(INSEAD)에서 MBA 과정을 공부했다
그를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인터뷰를 보면 MBA 졸업 후 안정적인 길을 택하는 대신 싱가포르에서 한국 음식 식당을 운영하기도 하는 등 도전정신이 강한 사업가인 듯하다. 그리고 아래는 그의 말이다.
전 로또에 당첨되거나 해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의무가 없다면 미얀마 같은 곳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문명이 덜 발달해서 조금 힘들게 살아야 하는 곳에서 살면 ‘삶의 에너지’를 더 소중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우버는 그에게 또 하나의 도전이었고, 그만큼 그동안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서비스를 전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였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트위터의 엔젤 투자자로 시작해서 상장 당시 15%의 지분을 확보했고, 이제는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엔젤 투자자가 된 크리스 사카(Chris Sacca), 아래는 그가 어제(3월 16일) 뱅쿠버에서 날린 트윗이다. 참고로, 뱅쿠버에서는 우버가 택시 운전사 조합으로부터 고소를 당해 영업을 중지한 상태이다.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뱅쿠버씨, 지금 택시에 타고 있는데, 이 사람 자기가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고 GPS도 없고 차 상태는 안좋아요. 게다가 불친절하고. 우버를 허용해줄 때가 됐어요.” 그가 서울을 방문한다면 우버가 경찰과 정부에 의해 ‘사기범’으로 몰려 있는 상황에 대해 무엇이라 트윗할까 싶다. 또한, Y Combinator 설립자이자 Airbnb, Dropbox 등 실리콘밸리 가장 혁신적인 서비스들에 투자한 폴 그래험(Paul Graham)은 2012년 7월에 트윗을 통해 아래와 같이 이야기한 바 있다.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우버는 너무 명확하게도 좋은 서비스이기 때문에, 이를 시에서 얼마나 규제하고 싶어하느냐가 곧 그 시가 얼마나 부패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라고 할 수 있지요.” 지난번 블로그에서 밝혔듯 주말에 리프트 운전자가 되어 샌프란시스코 도시를 돌아다니며 테크 업계 종사자들과 여행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며 그들이 얼마나 이런 서비스를 사랑하고 좋게 평가하고 있는지 들었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우버와 리프트가 택시보다도 많은 것 같다고 느낄 정도로 서비스가 활성화되어 있고, 실제로 지난 1월에 우버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택시 매출이 연간 $140 million인 반면 우버 매출은 $500 million(약 5천 5백억원)에 달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주변 모든 사람들이 우버를 칭찬하고 우버 덕분에 높아진 삶의 질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런 서비스가 한국에서는 ‘사기단’ 취급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겨울에 서울을 방문했을 때 추운 겨울에 버스나 택시 기다리느라 떨면서 정말 불편하게 느꼈던것 중 하나가 우버X 가 서울에 없다는 것이었는데, 앞으로 우버를 쓰기 더 어려워졌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작년 파리에 갔다가 우버X 서비스 쓰며 그 편리함에 감동하고 감탄하며 파리 여행을 더욱 즐겁게 했던 생각을 하니 더 속이 상한다.
우버가 없는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말도 안통하는 택시 운전사들에게 일일이 주소를 손으로 적어 보여주며 혹시 엉뚱한 곳으로 가거나 바가지를 씌우면 어쩌나 불안해할 것을 생각하면 좀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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