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게임 회사 수퍼셀(Supercell)의 준비된 성공

핀란드 게임 회사 Supercell
하루 25억원을 버는 직원 100명의 핀란드 게임 회사 Supercell

수퍼셀(Supercell)이라는 핀란드 게임 회사가 지난 4월 18일에 인덱스 벤처 등으로부터 $130MM (약 14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밸류에이션이 무려 $770MM (8000억원)에 달하는데, 투자 결정을 내린 인덱스 벤처의 닐 라이머(Neil Rimer)는 수퍼셀이 곧 수조원의 가치를 지닌 회사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 놀라운 건 이 회사가 출시한 게임이 딱 두 개 뿐이라는 것이다. 종족의 충돌(Clash of Clans)헤이 데이(Hay Day). 전체 직원이 100명에 불과한 이 회사는 지난 쿼터에만 매출 $179MM (1900억원)을 냈으며, 애플에 30%를 떼어주고 난 후의 순이익이 $100MM (1000억원)에 달한다. 직원 숫자를 유지한 채로 연 매출 6000억원을 달성한다고 가정하면 직원 일인당 연 60억원을 버는 셈이다. 이 정도로 일인당 매출이 높은 회사가 전 세계에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한 애널리스트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1인당 매출이 가장 높은 인터넷 회사는 페이스북으로 평균 연 10억원 정도 된다고 하니, 페이스북의 무려 6배에 달하는 셈이다. 한편, 현재 매출은 하루에 $2.4MM(26억원)이라고 한다. 즉, 직원 일인당 하루 2600만원의 매출이다. 얼마 전에 포브스 지에는 ‘역사상 가장 빨리 성장하는 게임 회사’라는 제목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Clash of Clans와 Hay Day 모두 내가 중독될 만큼 즐겼던 게임이다. 사실 나에게 이런 경우는 이례적이다. 지난번 ‘게임 중독에 빠졌던 내 어린 시절‘에서 썼듯, 게임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하게 되면서 게임을 어떻게 만드는지 훤히 알게 되고 나니 게임이 만든 세계에 빠질 수가 없게 됐고, 어떤 게임이든 좀 해보고 나면 시시해져 곧 흥미를 잃곤 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다양한 게임을 받아서 해봤는데 대부분 너무 단순하거나 이전에 해봤던 게임과 너무 비슷해서 더 이상 게임을 즐길 수는 없겠거니 했다. 하지만 Clash of Clans와 Hay Day를 하면서는 게임에 중독된 게 아닌가 걱정을 할 만큼 시간을 많이 썼다.

Clash of Clans와 Hay Day 모두 자원을 채취하고, 자원을 이용해서 뭔가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서 더 큰 일을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두 게임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Clash of Clans에서는 자원을 이용해서 무기와 병사를 만들고 고블린 나라를 침략하거나 다른 플레이어가 만든 제국을 침략한다. 스타크래프트랑 약간 비슷한 형식인데, 이 게임이 중독성이 강한 이유는 내가 게임을 하지 않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일이 일어난다는 점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클랜(Clan)이라는 요소가 있어, 클랜에 가입하면 클랜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자기도 다른 멤버들에게 기여할 수 있다. 우승하는 클랜에게는 어마어마한 상금이 기다린다. 클랜들끼리 서로 친해져 오프라인 모임을 갖기도 한다고 한다.

Clash of Clans
Clash of Clans

Hay Day에서는 자원을 이용해서 곡식을 만들고, 곡식을 이용해서 닭, 소, 돼지, 양 등을 키우고, 여기에서 나오는 유제품을 가공해서 빵, 버터, 피자 등 3차 제품을 만들고, 이를 팔아서 돈을 번다. 발전할수록 재배할 수 있는 곡식의 종류와 키울 수 있는 동물의 종류가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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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y Day. 돼지들이 너무 귀엽다.

지금까지 말한 요소는 징가(Zynga)의 게임들에서도 비슷하게 발견되지만, 그 게임들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이유는, 정교하게 잘 만들어져서이다. 캐릭터 디자인이 좋고, 건물 디자인도 매우 정교하다. 아이패드에서 최대한 확대하면 그 정교한 그래픽과 움직임, 나무가 흔들리는 모습 등을 볼 수 있는데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전에 게임에 한참 빠져 있을 때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런 걸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조사를 해본 적이 있다. 그랬다가 아주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창업자인 일카 파나넨(Ilkka Paananen)의 이야기였다. 그는 2000년에 핀란드에서 수미아(Sumea)라는 모바일 게임 회사를 만들었는데, 생각해보니 기억이 난다. 마침 게임빌도 2000년에 창업한 회사였고, 2002년에 모바일 게임 전시회에 갔을 때 Sumea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게임을 구경하며 정교함에 감탄했었다. ‘유럽 사람들은 우리보다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일까?’했는데 지금 알고 보니 당시 CEO였던 일카의 꼼꼼함이었던 것이다.

수미아(Sumea)가 2003년에 출시한 게임, 산타의 러시 아워 (Santa's Rush Hour)
수미아(Sumea)가 2003년에 출시한 게임, 산타의 러시 아워 (Santa’s Rush Hour)
수퍼셀(Supercell)의 창업자 일카 파나넨(Ilkka Paananen)
수퍼셀(Supercell)의 창업자 일카 파나넨(Ilkka Paananen)

이 회사를 2004년에 EA출신 중역인 트립 호킨스(Trip Hawkins)가 만든 디지털 초콜렛(Digital Chocolate)이라는 미국 회사에 $18MM(약 200억원)에 매각한 후에 거기서 한동안 일했다. 거기서 President 자리까지 올라갔으나 게임보다는 사업에 치중하는 회사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회사를 나와 2011년에 수퍼셀을 창업했다. 그런 그가 회사를 새로 만들면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팀이였다. 팀 멤버들 모두 업계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었고, 5명의 창업자는 지금까지 165개의 게임을 12개의 다른 플랫폼에 출시했던 경험이 있었다. 이런 인상적인 창업 멤버 덕분이었는지 첫 제품을 내놓기도 전에 앵그리버드를 만든 로비오에 투자한 경력이 있던 엑셀 파트너스(Accel Partners)로부터 $12MM(13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훌륭한 회사의 조사를 하다 보면 이런 사례가 참 많다. 창업자가 회사를 만들고, 회사에 매각한 후, 좋은 경험을 쌓고 탄탄한 자금을 기반으로 한 훌륭한 회사를 만든다. 이런 면에서 나는 기업 인수가 경제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고 믿는다.) 이런 배경이 있으니, 게임의 품질이 놀랍도록 뛰어난 것이 우연이 아니다.

이 회사의 성공 방정식은 포브스 지의 기사에 아주 잘 설명되어 있다. 여기에 한 단락만 인용한다.

Most game studios have an autocratic executive producer green-lighting the work of designers and programmers. Supercell’s developers work in autonomous groups of five to seven people. Each cell comes up with its own game ideas. They run their ideas by Paananen (he can’t remember ever nixing a proposal), then develop those into a game. If the team likes it, the rest of the employees get to play. If they like it, the game gets tested in Canada‘s iTunes App store. If it’s a hit there it will be deemed ready for global release. This staged approach has killed off four games so far, with each dead project a cause for celebration. Employees crack open champagne to toast their failure. “We really want to celebrate maybe not the failure itself but the learning that comes out of the failure,” says Paananen.

대부분의 게임 스튜디오들은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이 만들면 프로듀서가 승인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수퍼셀의 개발자들은 5명에서 7명의 셀(cell,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셀들이 자신의 게임 아이디어를 내고 게임을 만든다. 게임이 재미있으면 팀 전체가 게임을 같이 해본다. 팀 전체가 좋아하면, 캐나다의 앱 스토에 올려본다. 여기서 성공하면 전 세계 앱스토에 올린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네 개의 게임을 시장에 내놓기 전에 없앴는데, 그럴 때면 직원들은 실패를 축하하는 샴페인을 터뜨린다. “실패 자쳬를 축하한다기 보다는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을 축하하는 것이지요”라고 일카 파나넨은 설명한다.

수퍼셀(Supercell)의 직원들 (출처: www.supercell.net)
수퍼셀(Supercell)의 직원들 (출처: http://www.supercell.net)

그래서 회사의 이름이 수퍼셀이다. ‘수퍼’ 파워를 지닌 각각의 세포들이 모여 만들어진 회사라는 뜻이다. 지금의 철학을 잃지 않는다면 몇년 내에 수조원짜리 회사가 되는 것은 결코 달성하기 어려운 꿈으로 보이지 않는다.

넷플릭스의 사례도 그렇고, 코스트코의 사례도 그렇고, 이렇게 위대한 회사를 만드는 사람들은 해당 업계에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사람들인 경우가 많고, 특히 창업자에게 엑싯(exit)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서는 김창원씨도 블로그에서 간략히 언급한 적이 있다. 한국의 다양한 기관에서 ‘제 2의 마크 저커버그’를 만든다고 청년 창업을 비롯하여 대학생 창업에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고, 중기청에서는 ‘아이돌 창업 스타 발굴‘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돈을 지원하고 있는데, 취지와 의도는 좋지만 사실 좀 우려스려운 면이 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사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사례이다. 한국에서 정부가 지원 정책을 쏟아붇는다고 한국에서 멀쩡한 명문대생이 학교를 중퇴하고 제 2의 마크 저커버그가 될 확률은 낮다. 특히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명문대 진학만을 꿈꾸며 영어 수학 과학 지리 역사 공부하느라 사회 생활을 접해볼 기회가 없는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사실, 그 동안 한국에서 샌프란시스코에 방문하는 창업가들을 만날 기회가 참 많았는데, 대학생/대학원생, 또는 인더스트리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만든 제품들을 보면 그다지 마음이 끌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1) 너무 사소한(trivial) 문제를 해결하고 있거나, 2) 아이디어는 재미있지만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었거나, 또는 3) 기술의 난이도가 너무 낮아서 사업적 가치가 낮았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가끔 ‘진짜 문제’를 ‘좋은 팀’과 ‘확실한 기술’로 해결하려는 회사를 보면 눈이 반짝인다. 오픈서베이(OpenSurvey)를 만든 아이디인큐(ID Incu)는 그런 회사 중 하나였고, 그래서 쉽게 투자를 결정했다. 그런 진지한 회사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업데이트 (4/24): 이 글을 쓰고 나서 나서 바이킹 워즈라는 카카오 게임에 대해 알게 됐는데 캐릭터 느낌, 로고, 게임 방식, 그래픽, UI까지 클래쉬 오브 클랜을 너무 그대로 베꼈네요. 수퍼셀이 이 게임을 보면 뭐라 생각할까요. 이런 표절 게임을 카카오에서 선정한 것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바이킹 워즈 제작사 이름은 스케인 글로브. 이슬기 대표를 비롯해 넥슨 출신의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 뭉쳐서 만든 회사라고 하는데 어떻게 남의 게임을 적나라하게 베끼는지 잘 이해가 안됩니다.

미국 대기업들이 기업 인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

며칠 전 구글이 메신저 앱의 원조격인 왓츠앱(WhatsApp)을 $1B에 인수하기 위해 협상중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왓츠앱은 AllThingsD를 통해 매각 계획이 없음을 밝혔지만, techNeedle의 분석대로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미디어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왓츠앱의 거둔 인상적인 성공을 생각하면 구글뿐 아니라 페이스북, 야후 등 많은 인터넷 회사들이 탐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

실리콘밸리의 기업 인수 문화

실리콘밸리에서 자리를 잡고 일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인상적으로 봤던 것 중 하나가 기업 인수 문화이다. 인수합병이 매일같이 일어나는데다, 7조~10조원 단위의 굉장히 굵직한 건도 많았고,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와 같이 충격적인(shocking) 건들도 많았다. 왜 이렇게 한국과 달리 활발할까 궁금해서 생각해봤고, 그래서 깨달은 것을 2009년 말에 블로그에 한 번 정리한 적이 있다. 당시에 미국에서 기업 인수가 활발한 이유를 1) 표절을 죄악시하는 문화, 2) 비싼 인건비, 3) 발전된 금융 시스템으로 설명했었다. 이 글을 쓴 지 3년이 넘었지만, 지금 생각도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라클
오라클은 지금까지 100개에 달하는 회사들을 인수했으며, 그 중에는 조단위 규모의 굵직한 건들도 많다.

HP, Microsoft, 시스코, 애플,  페이스북, 구글, .. 거의 예외 없이 미국의 대형 소프트웨어/하드웨어 회사들은 기업 인수를 통해 성장해 왔고, 지금도 끊임 없이 다른 기업을 사들이고 있다. 내가 속한 회사 오라클도 마찬가지이다. 2012년 한 해동안만 11개의 회사를 인수했으며 그 중에는 인수가가 $1.9B (약 2조원)에 달하는 것도 있다. 지난 2월에도 Acme Packet이라는 회사를 $1.7B라는 거액에 인수했다. 오라클이 지금까지 했던 인수 중 가장 규모가 컸던 것은 Peoplesoft로서, 액수가 무려 $10.3B(11조원)에 달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이다. 오라클은 이 회사 인수를 통해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함으로서 ‘데이터베이스 회사’에서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회사로 탈바꿈했고, 11조원이라는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 해당 시장에서 지금까지 큰 이익을 거두고 있다. 그 이후로도, Siebel Systems ($5.9B), BEA Systems ($8.5B), Sun Microsystems ($7.4B)와 같은 큰 회사들을 인수했고, 1994년부터 지금까지 인수한 회사는 총 100개에 이른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마찬가지이다. 작년에 $8.5B에 사들인 Skype를 포함해서 지금까지 150개가 넘는 회사들을 인수했다. 시스코의 인수 리스트 역시 150개가 족히 넘는다. 구글은 앞서 예로 든 회사들보다 역사가 짧지만 2001년부터 지금까지 124개의 회사를 인수했다. (이런 자료를 조사할 때 깔끔하게 정보가 정리된 위키피디아가 참 고맙다.)

오라클이 2012년부터 지금까지 인수한 회사 목록
오라클이 2012년부터 지금까지 인수한 회사 목록 (출처: 위키피디아)

대기업이 기업 인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

‘오라클’이라는 대기업이 계속해서 회사를 인수해서 흡수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니 왜 대기업이 기업 인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지 알 것 같다. 이전에 썼던 글에서 들었던 세 가지 이유도 있지만, 또 한가지 큰 이유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이다. 경쟁이 없는 회사는 없다. 오라클이 진출해 있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그리고 SAP라는 강력한 경쟁자들이 있다. 바로 이전 블로그에서 설명했던 대로 이러한 거대한 기업들이 싸우는 곳은 흡사 전쟁터와 같다. 내가 지금 속한 팀에서는 세일즈포스닷컴(Salesforce.com), 워크데이(Workday)와 같은 회사들과 경쟁하고 있는데, 세 회사 모두 강력한 세일즈 조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하다.

바로 이러한 경쟁 때문에 기업 인수가 끝없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상황을 전쟁 장면에 빗대에서 생각해봤다.

두 나라가 한창 전쟁중이라고 하자. 적은 매일 새로운 전략으로 공격을 하고, 그 때마다 병사들이 죽어간다. 본부에서는 상대방의 공격에 대처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공격을 해야 한다.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무기의 힘이 필요하다. 하지만 매일 군인들이 죽는 마당에 밑바닥부터 무기를 연구하고 개발하고 주조할 시간이 없다. 어떻게 해서든 강력한 무기를 사서 빨리 전쟁터로 배송해야 한다. 즉,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제품, 그리고 새로운 회사를 ‘인수’해야 한다.

이렇게 두 나라가 싸우고 있는 동안 먼 곳에 제 3의 국가가 등장했다. 처음엔 무시할만한 수준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강해져 이제 두 나라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전에는 본 적도 없는 현대적인 무기를 가지고 나타났다. 전쟁터가 바뀌자, 지형도 변형되었다. 기존에 잘 통했던 무기가 이제는 잘 통하지 않는다. 그런 경우엔 새로운 적이 가진 무기와 비슷한 것을 만들거나, 사 와야 한다. 앞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무기를 처음부터 주조할 시간이 없거나 비용이 너무 많이 들면 빨리 무기를 사 와서 병사들의 죽음을 막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앞서 예로 들었던, 구글의 왓츠앱 인수설이 이에 해당한다. 구글은 검색과 이메일, 그리고 모바일 OS를 장악했지만 메신저 분야에서는 영역이 거의 전무하다. 카카오톡의 성공도 인상적고, 라인이 2년만에 무려 1억 3천명의 유저를 확보한 사례를 보면, 누구나 이 시장이 매우 빠르게 커지고 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메일 대신 메신저로 대화를 주고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글은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의 정보를 이용해서 광고 수입을 올리는 회사이다. 사람들이 이메일과 웹 검색, 그리고 구글 플러스를 떠나 메신저에서 대화를 주고 받고, 메신저를 통해 공유하기 시작하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는 페이스북도 마찬가지이고, 야후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기존의 인터넷 회사들은 메신저를 직접 만들거나, 이미 인기를 끌고 있는 메신저를 인수해야만 한다.

구글, 페이스북 등으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는 스마트폰 메신저, 왓츠앱(Whatsapp)
구글, 페이스북 등으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는 스마트폰 메신저, 왓츠앱(Whatsapp)

한편으로, 자원을 먼저 차지해서 상대방의 자원을 고갈시키기 위한 인수도 있다. 스타크래프트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아무도 차지하지 않은 땅이 있는데, 이 자원을 누가 먼저 차지해서 방어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만큼 적절한 시기의 자원 확보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스타크래프트 2의 한 장면
스타크래프트에서는 자원의 선점과 확보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ValleyInside에서 언급했던 인스타그램(Instagram)이 그 예이다. 페이스북은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소셜 행위’에서 사진 공유가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특히 젊은 세대들이 페이스북이 아닌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스타그램의 규모가 커지자, 페이스북 뿐 아니라 구글과 트위터가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사실을 인스타그램 창업자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아주 현명하게 협상했고, 회사 가치를 일주일만에 5천억원에서 1조원으로 올렸다. 한 발 늦었다가는 구글이나 트위터에 빼앗길 것을 우려했는지, 마크 저커버그는 주말동안 모든 결정을 다 내리고 인수 협상을 맺은 후에 이사회에 이 사실을 알렸다.

기업 인수가 회사의 이미지를 크게 개선하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야후는 17세 소년이 만든 Summly라는 서비스를 $30 million이라는 거액에 인수했다. 매출도 없고, 사용자도 많지 않은 앱을, 그리고 무엇보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학생이 만든 앱을 인수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진짜 인수 이유는 아이폰의 시리(Siri)와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SRI International이라는 원천 기술을 가진 회사와 계약하는 과정에서 Summly를 같이 딸려온 것으로 밝혀졌는데,  어쨌거나, 임정욱님이 블로그에서 쓴 대로 야후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고, 기업 이미지도 크게 향상되었다.

Yahoo에 $30 million (약 300억원)에 인수된 회사, Summly
Yahoo에 $30 million (약 300억원)에 인수된 회사, Summly

한편, 어떤 회사를 인수할 것인가 자체가 회사의 성장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 세일즈포스닷컴이라는, 창업때부터 눈부신 성장을 반복해 클라우드 CRM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회사가 있는데, 아래는 세일즈포스닷컴이 했던 가장 최근의 Earnings Call (분기 투자 설명회)에서 노무라 증권의 Rick Sherlund와 Marc Benioff가 주고 받은 내용이다.

Rick Sherlund – Nomura Securities

Mark, just a follow-up on the Marketing Cloud. If we look at Oracle’s acquisition of Eloqua, I’m wondering if you could just touch on what the holes are you may see in your marketing strategy based on that and is this something that you can fill with just some small acquisitions or does it require something bigger? (마케팅 클라우드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해 보죠. 오라클이 Eloqua를 인수했습니다. 이를 고려했을 때, 세일즈포스닷컴이 구멍을 메우기 위해 크고 작은 인수를 할 계획이 있는지요?)

Marc Benioff – Chairman and Chief Executive Officer

Well, I really think that we’re going to buy small and big. We’re going to be aggressive. We need to look at everything and I think that we made some smart moves by buying the two leaders and we’ve bought other companies too. You probably saw we bought this incredible start up as well last year in this area called GoInstant and we have our first customers now onboard in the beta of that, which is this amazing co-browsing technology which has the ability to instantly share my website across devices. We’ve purchased a lot of different types of companies. (예 물론 크고 작은 회사들을 인수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공격적인 성장을 하고 싶습니다. 최근 두 개의 큰 회사를 인수한 것은 올바른 결정이었습니다. 작년에도 GoInstant라는 스타트업을 인수한 적이 있지요. 지금까지 많은 회사들을 인수했습니다.)

한편, 세일즈포스닷컴을 가장 혁신적인 회사로 선정한 포브스(Forbes)지는, 그동안은 세일즈포스닷컴이 내부 개발에 의존했으나 이제 Radian6와 Buddy Media를 사기 위해 $1 billion (약 1조원)을 썼다고 밝혔다.

His rationale: “We couldn’t afford to wait.” The initial spark was a video Benioff watched on YouTube showing Dell‘s “social media command center” where the computer maker used Radian6 to watch its torrent of social mentions. Dell is a big Salesforce customer and Benioff is close with CEO Michael Dell. “Game over, I thought. This company is doing exactly what we should do,” says Benioff.” (베니오프는 델 컴퓨터의 소셜 미디어 센터에서 Radian6 기술이 활용되고 있는 것을 보고 “바로 이거야. 이 회사가 우리가 하려는 그것을 하고 있어”라고 이야기했다.) – Forbes

만드는 게 더 싸고 쉽더라도 인수를 하는 편이 유리한 경우가 있다. 사실,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꼭 인수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소프트웨어라는 게 워낙 특허로 보호하기가 어렵고 과학기술 분야에 비해 특허를 피해가기가 쉽기 때문에, 그냥 베껴서 만드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미국처럼 ‘창의적’인 제품에 큰 점수를 주고 베끼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나라에서는, 섣불리 따라 만들었다가는 망신만 당하고 별로 재미를 못 볼 가능성이 크다. 페이스북이 10대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한 스냅챗(Snapchat)을 보고 그대로 베껴 12일만에 포크(Poke)라는 앱을 만든 사례가 그렇다.

Poke vs. Snapchat
Poke vs. Snapchat: 두 앱의 기능은 놀랄 만큼 똑같다.

페이스북씩이나 되는 회사가 만든 앱이니 스냅챗을 죽였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은 포크와 스냅챗의 차이가 별로 크지 않다고 했고, 시간이 지난 지금, 결국 페이스북은 별로 재미를 못 거두고 오히려 스냅챗의 광고만 해준 셈이 되어버렸다. 돈이 들더라도 스냅챗을 인수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려운 점들(Challenges)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하루가 멀다 하고 기업 인수 소식이 발표되지만, 야심찬 의도와 달리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참 많다. 역사상 최악의 합병으로 언급되는 AOL과 타임 워너의 딜이 그러했으며, 가장 최근에 있었던 대 참사는 HP의 Autonomy 인수였다. HP의 CEO였던 마크 허드(Mark Hurd)가 이사회로부터 불명예스럽게 해고된 이후 새 CEO를 맡은 SAP 출신의 독일계 임원 리오 아포테커(Leo Apotheker)는, 회사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싶었는지, 컴퓨터와 프린터 제조업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회사를 돌려놓기 위해 무려 $10.3 billion (11조원)을 주고 영국계 ‘빅 데이터’ 회사인 Autonomy를 인수했다. 1년이 좀 지나, HP는 그 중 $8.8 billion (9조원)을 손실 처리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리오 아포테커가 해고되고 이베이 출신의 여성 임원인 맥 휘트먼(Meg Whitman)이 CEO가 된 이후였다.

인재 유출 문제도 있다. 피인수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창업가들과 임원들이다. 이들은 인수 후 가장 큰 돈을 버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때로는 말단 직원들까지도 백만장자가 된다. 회사에서 일하다가 돈방석에 앉으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겠는가. 세계 일주를 한 후 자신의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인수 계약서에 2년 또는 4년이 지난 후에야 주식을 모두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재 유출을 막기는 힘들다. 설사 회사에 속해 있더라도 이미 마음이 떠났을 가능성이 크다.

문화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나는 썬 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가 오라클에 인수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는데, 엔지니어에게 최대한 자율성을 부여하는 썬과는 달리, 항상 사업 타당성을 검토한 후 결정을 내리는 오라클의 문화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러한 문화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최대한 조심을 하기는 하지만, 결국은 한 방향으로 통합해야 하므로 막을 수는 없다.

또한, 기업의 성장을 인수에 의존할 경우 내부 혁신이 더디어질 수 있다. 직접 팔 걷고 나서 밤을 세워 신제품을 개발하는 대신, 혁신적인 회사들을 인수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 방식이 오래 가기는 힘들겠지만, 사실 꽤 많은 회사들이 돈을 이용해서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

한국은?

한국에서도 물론 기업 인수가 활발하게 일어난다. 블룸버그는 2013년 한국의 M&A 시장 규모가 7% 증가한 6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013년 1분기에는 코웨이, 아르셀로미탈광산, 네파(NEPA), 인천터미널부지, STX OSV 등의 회사가 6000억원 ~ 1조 2000억원 사이의 규모로 인수되었다. 한국 기업이 외국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도 많다. 필라코리아가 컨소시엄을 만들어 타이틀리스트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투자은행측에서는 ‘먹잇감’만 많아보이지 실속이 없어 한국은 M&A의 레드 오션이라고도 한다.

여전히 한국의 경제 규모에 비해 M&A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대기업들이 많고 규모가 큼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왜 그럴까? 지난 블로그에서 언급했던 대로 인건비가 미국에 비해 낮고, 제품 표절에 대해 보다 관대하며, 금융 시스템이 미국만큼 발전하지 않았다는 점 등도 분명 이유이겠지만, 또 한 가지 이유는 한국의 대기업들이 대부분 재벌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재벌’은 그 정의대로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활동을 한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삼성 그룹이 쓰는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삼성 SDS에서, LG 그룹의 소프트웨어는 LG CNS에서, SK 그룹의 소프트웨어는 SK C&C에서 만들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의 사내 메신저인 ‘삼성메신저’, 인트라넷인 ‘마이 싱글’, 지식 관리 시스템인 ‘아리샘’은 모두 삼성 SDS에서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SK C&C의 소프트웨어가 품질이 좋다고 해서 삼성에서 그것을 도입해서 쓰는 경우를 상상하기는 어렵다.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다른 회사들이 재벌의 산하 기업이라고 하면 문화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에 그 기업을 인수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직접 만들어서 쓰는’것에 익숙하다보니 다른 기업을 사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한편, K Cube 벤처스의 이동표 심사역은 ‘한국 소프트웨어 벤처시장에는 왜 M&A가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글에서 대기업이 인수를 해주지 않는 것이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애초에 M&A 할만한 기술 기반 기업의 수가 적고 대기업의 주목을 받을 만큼 스타트업이 성장하기에는 한국 시장의 크기가 작은 것이 이유라고 했는데, 그 관점도 충분히 공감이 된다.

어쨌거나, 경제 규모가 커지고 기업 문화가 선진화됨에 따라 한국에서 기업 인수 합병 시장이 더 커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Stone Soup (돌국) 이야기에서 배우는 교훈

두 달 전에 새로운 팀에서 오퍼를 받아 Oracle Applications Labs로 팀을 옮긴 이후로 아주 새로운 일들을 하고 있다. 여전히 직함은 프로덕트 매니저이지만, 전에는 제품을 개발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엔지니어들과 주로 작업을 했다면, 지금은 제품을 판매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세일즈 팀과 같이 일을 하고 있다. 세일즈라는 것이 항상 전쟁터와 같이 돌아가는 곳인지라 (정말 전쟁터와 비유하면 딱 들어맞는다), 그 사람들과 일하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계속해서 새로운 일이 터지고 다이내믹해서 일이 참 재미있고 배울 것이 많다.

최근 맡은 프로젝트 중 하나는 세일즈 팀을 도와줄 “무기”들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무작정 만들 것이 아니라 ‘전쟁터에서 먹힐 것’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제 갓 팀에 합류한 나보다는 경력 10년차 세일즈 컨설턴트들이 현실에 대해 훨씬 잘 알고 있으므로 그들의 노하우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지난 주와 이번 주는 소개에 소개를 받아 미국, 유럽 지역의 세일즈 담당자들과 통화를 하며 어떤 점이 잘 먹히고, 뭐가 부족한지에 대해 들었다.

이제 할 일은 내가 알게 된 것들을 잘 버무려서 실행에 옮기는 것인데, 내가 모든 것을 다 만들 수는 없으므로 세일즈 팀 사람들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남의 도움을 이용하는 것을 ‘레버리지(leverage)’라고 한다. 그들에게 하나씩 맡아서 해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는데 답이 없었다. 전화로 이야기할 때는 분명 열심히 도와준다고 했지만, 막상 시간을 투입해서 뭔가를 만들어주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다. 쉽지가 않았다.

어제 매니저와 이런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Stone soup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했다.

Stone soup? 돌로 끓인 국?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어 물어보니 한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떤 마을에 배가 고픈 군인들이 머물게 되었다. 허기진 나머지 마을 사람들 집을 돌아다니며 먹을 거리를 달라고 했지만, 아무도 가진 것을 나누어주지 않았다.

다음날, 군인들은 마을 한 복판에 큰 솥단지를 놓고, 돌을 하나 넣고 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마을 사람들이 궁금해서 물었다.

“뭘 끓이는 건가요?”

“돌 국을 끓입니다. 맛이 기가 막히거든요. 근데 양파를 조금만 더 넣으면 훨씬 맛있을 것 같아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양파를 가져왔다. 또 이야기했다.

“훨씬 낫네요, 이제 당근이 조금 더 있으면 완벽할 것 같은데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당근을 가져왔다.

“이제 감자가 조금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해서 온갖 재료가 다 들어가자 아주 훌륭한 국이 만들어져서 군인과 마을 사람 모두 배불리 먹었다.

이것이 이야기이다. 내가 일단 뭔가 만들어 일을 시작하고, 결과가 아주 멋질 것임을 보여주면, 사람들이 재료를 조금씩 던져주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The Stone Soup (출처: http://www.storiesofwisdom.com)
The Stone Soup (출처: http://www.storiesofwisdom.com)

재미도 있지만 정말 의미가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일의 범위가 커질수록 내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야 한다. 일을 분할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편리하게 나누어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미국 회사에서처럼,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있는가’ 보다,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influence)을 발휘하고 있는가’가 리더십의 기준인 경우에는 이런 능력이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나의 역할인 ‘프로덕트 매니저’의 경우엔 더 그러하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엔지니어들과 함께 일하지만 엔지니어링 팀을 관리하지는 않는다. 대신, 내가 ‘정말로 도움이 되는 사람’임을 증명하고, 팀에게 지시(order)하는 것이 아니라 팀을 이끄는(lead)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장면을 Stone soup 이야기보다 잘 묘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참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구글에서 “Stone soup”을 찾아봤다. 줄거리와 유래가 잘 정리된 위키피디아 페이지가 있었다. 포르투갈, 헝가리, 프랑스, 북유럽, 동유럽, 러시아에 각각 조금씩 변형된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북유럽 버전에서는 돌 대신 손톱을 넣고, 동유럽 버전에서는 돌 대신 도끼를 넣는다고 한다. 조금 더 찾아보니 Stone soup 이야기를 아이들이 언제 들어도 좋아한다며, 이야기를 해준 후에 아이들이 가져온 재료를 조금씩 모아 국을 끓인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도 찾았다.

자신이 가진 것이 없어도, 자기가 첫 발음을 내딛어서 먼저 보여준 후에 사람들의 도움을 잘 활용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다는 교훈.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항상 일어난다. 그리고 나서 생각해봤다. 내가 어렸을 때 자라면서 들은 이야기 중에 이런 ‘경영 관념’을 가르쳐준 것이 있었던가?

나는 어렸을 때 전래 동화를 참 좋아했다. 선녀와 나뭇군, 주인을 구한 개, 우렁이 색시, 효성스러운 호랑이, 은혜갚은 까치, 말안듣는 청개구리, … 이러한 전래 동화들에서 공통적으로 흐르는 덕목은 충, 효, 예, 인, 지, 그리고 정직이다. 그러고 보니 모두 유교에서 강조하는 덕목들이지만 경영 관념과는 거리가 있다. 또한, 토끼와 거북이, 개미와 배짱이, 늑대와 양치기 소년,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등의 이솝 우화도 좋아했다. 선과 악이 대립되어 선이 이기는 이야기, 고난과 고통을 겪고 영웅이 되는 이야기도 많았다. 그러나 Stone soup과 같은 이야기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렸을 때 “Stone soup”의 개념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내 아이에게도 이 이야기를 꼭 해줘야겠다. (4주 전에 첫 딸이 태어났습니다!)

갑자기 다시 주목을 받는 3년 전의 네이버(NAVER) 글

어제 오늘 좀 어리둥절한 일을 경험하고 있다. 블로그에 새로 글을 올린 것도 아닌데 갑자기 블로그 방문자 수가 늘기 시작하더니, 통계를 보니 3일이 채 지나지 않아 3만명4만명 이상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렇게 갑자기 조회수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한국 인터넷에서 잘못 끼워진 첫 단추, 그 이름은 네이버‘라는, 만 3년 전에 썼던 글 때문이다.

naver

처음 이 글을 썼을 때는 주로 트위터를 통해 트래픽이 많이 유입되었는데, 이번에는 대부분의 유입 경로가 페이스북인 것을 보니, 한국에서 그 사이에 페이스북의 영향력이 정말 커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카카오톡을 통해 유입되는 경우도 꽤 있을 것 같은데 워드프레스에서 따로 집계를 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페이스북에서 누군가 영향력 있는 사람 한 명이 글을 올린 때문인가 싶어서 댓글 올린 분들에게 따로 여쭤봤는데 글을 접하게 된 경로가 다들 다른 것으로 봐서 누구 한 사람의 영향력이라기보다는 페이스북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가 되면서 일파만파 퍼진 것 같다.

이 글은 워드프레스 블로그를 시작한 이후 얼마 안되어 썼던 것인데, 당시에 하루만에 만 명 이상이 다녀가고, 일주일 누적 방문 수가 5만을 넘은데다 NHN 김상헌 대표가 미투데이를 통해 반응하기까지 해서 깜짝 놀랐었다. 그 이후로 네이버과 관련된 글을 몇 개 더 썼다.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고 싶어 네이버에 들어갔다가 엉뚱한 가십 기사에 낚여 시간을 낭비하는 것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얼마인가 계산한 것과, 블로거 ‘깜신’님이 ‘네이버의 폐쇄성’이라는 주제로 썼던 글을 리트윗했다가 큰 반응을 얻었던 경험, 그리고 작년 여름에 썼던 ‘네이버 뉴스캐스트의 문제점‘이라는 글이었다. 구글은 어떤 알고리즘으로 검색 엔진을 만들었길래 훨씬 좋은 품질의 결과를 제공하는지 알리기 위해 구글의 페이지 랭크 알고리즘을 설명한 글을 쓴 적도 있다. 그 이후로는 더 이상 네이버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하고 싶었던 말은 ‘잘못 끼워진 첫 단추’글에 올라온 200여개의 댓글에 대해 답글을 달면서 대부분 다 한 상태인데다, 그 이후 계속 지켜봐도 변화도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에 비해 네이버 첫 화면이 많이 간소화되고 깔끔해지기는 했다. 뉴스캐스트가 뉴스스탠드로 바뀐 것도 정말 의미 있는 변화이다. 적어도 네이버를 처음 방문했을 때 화면 정가운데 뜨는 “…충격!”, “… 무슨 일이?”, “… 깜짝”, “… 경악”, “…아찔” 과 같은 저급스러운 뉴스 기사 제목에 낚이는 일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유저 인터페이스도 좋아지고 깔끔해졌고, 트위터 실시간 검색 결과도 추가되었고, 폰트도 예뻐졌다.

하지만, 웹 문서 검색 수준은 여전히 현저히 떨어진다. 몇 가지 단어로 검색해보고 구글과 비교해보면 누구나 쉽게 차이를 볼 수 있다. 요즘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위협으로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시끌시끌한데, ‘김정은’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봤다. 결과는 정말 어이가 없다. 직접 한 번 보시기를 권한다. 첫 검색 결과로 인물 검색이 나온 것은 좋다고 치자. 그 바로 아래는 뉴스와 트위터 검색 결과가 나온다. 여기까지도 괜찮다. 그러나 아래로 더 스크롤해보면 가관이다. 아래는 ‘이미지’ 섹션 검색 결과이다. 첫 번째 이미지는 김정은카톡이라고 되어 있는데, 클릭해보면 별로 의미도 없는 유머이다. 두 번째 이미지는 뭔지 모르겠는데 클릭해보니 김정은이 여군 가슴을 만지는 장면이라고 한다. 근데 사진을 보면 그냥 남자 군인의 얼굴을 여자로 조악하게 합성해놓은 것일 뿐이다. 그 다음 사진들도 다 의미가 없다.

네이버에서 '김정은'으로 검색 결과.
네이버에서 ‘김정은’으로 검색 결과. 이미지 섹션.

그 아래 카페 검색와 블로그 검색 결과에도 수준 낮은 내용들만 있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그 중 하이라이트는 지난번에도 지적했듯이 “초등학생들의 놀이터로 알려져 있는” 지식인이다. “나이는 몇 살인가요?”, “김정은 사령관님과 결혼하고 싶어요”, “군대 가서 김정은 목을 따온다면 휴가 받을까요?”등의 유치한 대화가 오가고 있다.

'김정은' 검색 결과: 지식인 섹션
‘김정은’ 검색 결과: 지식인 섹션

그러나 내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웹 검색 결과이다. 웹 문서 검색 결과가 너무 아래에 있어 눈에 띄지 않는 것만 해도 문제인데, 검색된 결과는 더 큰 문제다. ‘일베저장소’, ‘구리의 중국 여행 오지 여행’, ‘해금강유람선 포토갤러리’ 등이 검색된 문서의 출처이다. 과연 김정은에 대한 이야기는 일베 저장소같은 유머 사이트에밖에 없는 것인가? 김정은이 어디에서 어떻게 태어나서, 어떤 교육을 받으며 자랐는지, 그의 가족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권력 승계 과정에서 마찰은 없었는지, 그가 핵심적으로 기용하는 인재들은 누구인지 등에 대한 정보는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김정은' 검색 결과: 웹 문서
‘김정은’ 검색 결과: 웹 문서

이번에는 구글에서 ‘김정은’으로 검색을 해봤다. 품질의 차이가 확연하다. 오른쪽에 김정은에 대한 간략한 정보가 박스 안에 나오고, 검색 결과의 첫 번째로는 김정은의 위키백과 사전 결과가 나온다. 클릭해서 보면 김정은의 출생과 성장 과정, 가족 관계에서 권력 승계에 이르기까지 궁금해했던 내용이 아주 잘 정리되어 있다. 그 아래에는 배우 김정은의 위키백과 정보, 그리고 더 아래로 내려가면 이미지와 뉴스가 나온다. 김정은이 여군 가슴을 만진다든지 하는 우스운 내용은 두 번째, 세 번째 페이지에 가서도 등장하지 않는다.

구글에서 '김정은'으로 검색한 결과
구글에서 ‘김정은’으로 검색한 결과

결국은 한국에 정보가 없는 게 아니라 네이버가 못 찾아주는 것이다. 위키백과와 같은 중요한 페이지는 찾아주지 못하고 엉뚱한 결과만 보여주니, 정보를 정성껏 가공해서 정리한 웹사이트들은 여전히 빛을 받지 못한 채 초라하게 자리잡고 있다.

바로 이 점이, 3년 전에 내가 글을 쓸 때 지적했던 핵심적인 문제인데, 3년이 지난 지금에도 거의 나아진 게 없다. 이렇게 품질이 떨어지는데 한국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한편, 갑자기 블로그 조회수가 늘면서 댓글도 많이 달렸다. 내가 글을 쓰며 배운 것보다 댓글을 통해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더 많이 배우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답변을 일일이 하는 편인데, 오늘 답변을 달다가 보다 널리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몇 가지를 여기에 옮겨 본다.

박준완: 딱 한가지만 저의 의견을 덧붙여 본다면 제가 생각하는 문제의 핵심은 Openness와 건강한 경쟁입니다. 네이버가 국내에 대단히 의미있는 포털사이트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독점적 정책과 대항할 수 없을 만큼 확고한 아성 속에서 국내 검색 또는 포털시장에서 다른 형태의 발전 가능성, 또는 disruptive innovation, 고객의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검색가치를 향유할 가능성 자체가 근본적으로 막혀 있다는 점 말입니다. ^^

박준완님, 정말 좋은 지적을 해주셨는데요, 좀 더 파고들어가보면 가능성이 막혀있다기보다는 시장의 크기가 작고 취향의 다양성이 부족해서 그런 것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에 댓글 남겨주시는 많은 분들은 문제점을 알고 있고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할 의향이 있는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의 수가 전체의 5%라고 하면, 총 200만명입니다. 200만명을 대상으로 어떤 검색 엔진을 만들어서는 회사 운영이 어렵습니다. 구글 코리아도 투자한 것에 비해서는 한국 광고 시장에서 가져가는 액수가 너무 작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반면, 영어권 국가를 대상으로 검색 엔진을 만들면, 미국 인구 3억명에 더해서, 기타 영어권 국가 10억명이 더 붙습니다. 13억명의 5%는 6천 5백만명이지요. 남한 시장 전체보다 큽니다. 게다가 영어권 국가 사람들의 구매력이 한국의 두 배 정도 된다고 하면 (단순히 GDP 차이를 넘어, 그들의 소비문화가 구매력 향상에 한 몫 합니다) 1억 3천만명짜리 시장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렇다보니 전체의 1%, 0.5%, 심지어 0.1%의 사람들만 쓸만한 서비스라도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면 회사가 유지될 수 있고, 투자를 받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 구글처럼 성장해서 야후를 무너뜨릴 기회가 생기지요.

한편, 지리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보통 말하는 ‘한국 시장 크기’는 사실 ‘서울 경기권 시장 크기’에 가깝습니다. 인구는 2천만으로 전체의 반이 안되지만, 구매력으로 따지면 80%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울 경기 사람들은 지리적으로 서로 가깝기 때문에, 같은 광고를 보며, 같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가능성이 큽니다. 거기에 더해서, 조중동 3사와 KBS/MBC/SBS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얻는 사람들이 전체의 80%가 넘지요. 그렇다보니 임창정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임창정 파경’ 소식을 접하게 되고, 그 소식을 모르는 사람은 ‘뒤떨어진’ 사람이지요. 반면, 미국에 살아 보니 각 주마다 사람들이 정말 다릅니다. 관심이 다르고, 삶의 방식이 다르고, 소비하는 문화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릅니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확연하지요. 뉴욕은 금융과 패션 중심의 도시이므로 사람들이 소비하는 뉴스와 영화, 잡지, 그리고 서비스가 그 쪽에 맞춰져 있습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실리콘밸리의 경우 기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가장 관심이 많고, 그렇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서비스가 더 많이 소비됩니다. 그러다가 정치와 법률의 도시인 워싱턴 DC에 가면 또 다른 나라에 왔다고 느낄 겁니다.

단시간 내에 시장 크기를 늘리거나 시장의 특성을 바꿀 수는 없다고 가정한다면, 해결책은 다른데서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임정현: 정말 공감합니다. 9년 경력 중 대부분 영어자료 검색을 주로 했지만, 국문자료 검색 시에도 네이버는 사용을 최대한 자제했습니다. 네이버를 멀리한지 10년이 되어 가네요. 구글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국내뉴스 컨텐츠는 다음에서, 간혹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네이버 검색결과 목록만 넘겨봅니다. 실생활에서 네이버가 없다고 불편할 일이 없습니다. 네이버에 길들여지면 1) 정보간의 구조와 관계 파악, 2) 다각도로 사고/추론/결론 도출하는 능력을 기르기 어려워지고, 3) ‘검색결과 노출=돈’ 이라는 쉬운 구조때문에 단순 검색광고 모델을 매력적이라고 받아들여 창의력을 제한하게 됩니다. 전 경력 초기에 영어 중심으로 정보를 검색해야 했던 업무환경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색 시 구글부터 쓰는 습관을 들이라’는 말은 ‘정보검색/사고/결론 도출의 조기교육’과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임정현님, 얼마 전에 또 다른 사람도 저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하며 네이버라는 한 가지 서비스가 시장을 장악한 탓에 ‘다각도로 사고하는 능력’이 제한을 받지 않을까 우려를 표하더군요. 사람들이 정보를 습득하는 채널은 네이버만이 아니기 때문에 네이버 때문에 창의력이 제한된다고 하면 지나친 논리 비약이겠지만, 그런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요.

권무혁: 한국어 위키피디어가 발전이 더딘 것도 네이버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위키피디어라는 집단지성을 발휘할 기회를 네이버가 막고 있지요. 사람들은 네이버 지식인에서 그때그때에 필요한 단편적인 정보를 얻고 그에 만족할 수 있지만, 정작 위키피디아와 같은 거대한 지식의 城은 쌓을 기회는 얻을 수가 없지요.

한국어 위키피디아를 생각할 때마다 참 아쉽습니다. 영어권 국가에서 지식을 제공하는 소스로 위키피디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마어마하게 크거든요. 네이버가 위키피디아를 일부러 배척했다기보다는, 카페나 지식인을 통해 사람들이 정보를 얻는 것에 익숙해져있고, 네이버도 그 취향에 맞추어 카페와 지식인의 정보를 우선적으로 보여주다보니 위키피디아까지 트래픽이 갈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마찬가지로 구글이 일부러 위키피디아를 상위에 노출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검색 엔진’으로서의 본질에 충실하다보니 위키피디아와 같은 웹사이트가 자연스럽게 트래픽을 얻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지금처럼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Sean: 저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살고 있는데 200% 공감하는 글 입니다. 한때는 네이버로도 검색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2000년 이후 10여년이 지나니 결국 검색 가능한 것은 연애/정치 잡담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특히 검색 엔진 외 저는 버지니아 택 총기사건 이나 북한 뉴스등을 볼 때 첫 사건 부터 항상 두 나라의 1,2,3위 미디어를 동시에 경청하는데, 네이버등 인터넷에 뜨는 기사는 아주 가관 입니다. 한국에선 speculation = the truth 인듯 합니다.
제가 여러 fact들을 중심으로 비교해본 결과, 현재 우리나라에서 많이 아쉬운 점 들은, 그 이유가 단순히 인구가 부족해서 시장 형태가 needs base 로 형성될 기회가 적어서 그런거 같습니다.

Sean님, 말씀하신 부분은 사실 네이버의 문제라기보다 영세한 한국 언론사들의 문제에 더 가깝고, 궁극적으로는 그런 가십성 기사를 소비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소비자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기업은 소비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 뿐이니까요. 물론, 기업이 앞장서서 단기의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가치에 초점을 두고, 고통스럽더라도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면 가장 좋겠지요. 그런데 만약 네이버가 그런 정책을 택했다가는 기업 가치가 50%로 깎이면서 다음/네이트가 확 치고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주주들이 가만 놔두지 않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