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폰 생각 – Part 2

며칠전 그루폰(Groupon)의 창업자인 앤드류 메이슨 (Andrew Mason)이 ‘왜 그루폰을 지지하는가(Why Root for Groupon)‘라는 글을 썼다. 그루폰의 새 CEO가 된 지 2주가 된 리치(Rich)가 그루폰 홈페이지에 올린 ‘왜 우리는 로컬 마켓에서 성공할 것인가(Why We’ll Win Local)‘ 라는 블로그 글을 읽고 즉시 들었던 생각을 쓴 것인데, 자신은 이미 그루폰을 떠났지만 당시 자신이 만든 제품이 분명히 가치를 생성했고, 그 덕에 많은 소상인들이 이익을 얻었고 소비자들에게도 잉여가 돌아갔기 때문에, 그리고 마케팅이라는게 뭔지도 모르는 소상인들에게는 그루폰이 쉬운 마케팅 채널이 되어주었기 때문에 그루폰이 잘 되게 지지해달라는 내용이다. 거기까지는 뭐 따뜻한 이야기이고 좋은 게 좋은거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읽으면서 웬지 별로 공감이 되지 않았다. 이전에도 한 번 블로그에서 언급했지만 그루폰이 만들어낸 가치가 과대평가되어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국에서는 티켓몬스터 등이 시도했다가 일찌감치 그만두고 달아난게 ‘로컬 딜’ 서비스인데 왜 갑자기 로컬 타령인지 싶기도 했다 (물론 아직도 169달러짜리 경비행기 여행 등 몇 가지 매력적인 로컬 딜들이 있기는 하지만).

여기까지 읽은 것만으로는 굳이 블로그를 쓰겠다는 생각은 안했겠지만, 한 때 그루폰을 이용했던 상인의 글을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이런 내용으로 시작한다.

We run a spa in 5 star hotel, so our prices are bit higher than average. Groupon brought to us thousands of clients who would usually never come, it was out of their price range. But what we noticed after few months is that numbers of complaints have risen significantly. They were complaining about so many silly things, and our conclusion was, the less you pay, the less you appreciate, let’s stick with higher end market. (우리는 5성급 호텔의 스파를 운영한다. 그래서 가격이 좀 높은 편이다. 그루폰 딜을 해보니 수천명의 새로운 고객들이 찾아왔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불평 불만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말이 안되는 것들로 트집을 잡았다. 돈을 적게 내는 사람들은 그만큼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낮았다. 그래서 우리는 고급 시장에 머물기로 했다.)

어떤 생각이 드는가? 독일의 5성급 호텔쯤 되니 할 수 있는 불평에 불과할까. 질 좋은 고객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그 아래 한 마디 더 읽어보자.

My conclusion is that those who are lazy or have no marketing knowhow, they stick to Groupon to bring them foot traffic. Which is fine I guess, but lazy solution is never a good solution. (내 결론은, 게으른 사람들이나 마케팅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루폰이 고객을 데려다줄 수도 있겠지만, 게으른 해결책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루폰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30세 미만 창업자’라는 팔기 좋은 문구를 씌워서 그루폰을 마치 세기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라도 되는 것처럼 소개했던 미디어들, 그리고 그 미디어들을 현혹했던 앤드류와 그루폰 팀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근본적인 기술 혁신이 아닌, UI의 혁신이었던 제품에게 기술 혁신과 동급의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모두의 잘못이 아니었는지. 결국 그루폰은 쿠폰을 조금 더 예쁘게 포장해서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해주고, 소상인들을 대신에 쿠폰을 만들어주는 서비스 정도에 불과한 것인데 말이다.

요즘 ‘회사의 내재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IPO 당시 24달러도 비싸다고 여겨졌던 페이스북의 현재 주가는 100달러가 넘어 페이스북의 기업 가치는 $300B, 즉 330조원에 달한다. 물론 여기에 브랜드 가치도 포함되어 있지만, 냉정하게는 이 회사가 전 인류를 위해 창조해낸, 그리고 앞으로 만들게될 가치의 총 합이 그정도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과연 페이스북이 이룩한 업적이 이정도로 큰 것일까? 그 가치는 다음 세대에도 그대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일까? 100년, 또는 1000년 후, 박물관에는 어떤 물건들이 전시되게 될까? 구글과 페이스북 홈페이지? 구글과 페이스북이 사용했던 서버? 그리고 중국이 만든 드론? 우리가 지금 만드는 모든 것들 중 1000년 후에도 기억되는 것은 무엇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2 thoughts on “그루폰 생각 – Part 2

  1. 마지막 문단은 FB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시는거죠? 저도 그런 생각도 있지만, ‘이룩한 업적’ 보다는 ‘앞으로 만들게 될 가치’에 대한 사람들의 확신이 가져온 value라고 보는 편입니다. 그게 현실화될지는 누가 알겠습니까마는, 구성원들의 역량을 보면 어느 정도는 그럴만하다고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1. 아니요 꼭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페이스북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303 billion은 그럴듯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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