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0,000 ARR

오늘은 정말 특별한 날. 차트메트릭의 연간 구독 매출(ARR)이 $10M을 넘었다. 2018년 말에 처음 $1MM 을 넘었다고 포스팅했는데, 그로부터 6년이 지나서의 일이다.

예전에, 사업을 한다는 것이 눈사람 만드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여전히 그런 생각을 종종 한다. 처음엔 잘 안뭉쳐지고, 눈덩이도 잘 안뭉쳐져서 이렇게 해서 언제 눈사람 되나 싶지만, 꾸준히 계속 굴리다보면 어느새 덩어리가 되고, 딱딱한 덩어리가 되면 눈이 붙기 시작한다는 말. 그래서 어느 정도 크기가 되면 그 다음엔 조금만 굴려도 눈이 와서 붙는다는 말. 이제, 그 눈덩이를 내가 일일이 굴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기분 좋다. 내가 자고 있는 동안에도 이 눈덩이는 세상 어딘가에서 굴러가고 있고, 이제는 5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함께 굴리고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얼마전 링크드인에 ‘The Art of Delegation 위임의 기술‘이라는 글을 써서 올린 적이 있는데, 위임은 가장 어려운 기술 중 하나이지만, 터득하면 가장 강력한 기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 3월, 리처드 브랜슨의 섬에 다녀온 이후 가장 초점을 맞췄던 것은 위임이었다. 어떻게 하면 권한을 주고, 위임을 하고, 그 위임한 결과가 좋게 만들까에 가장 집중했다. 그렇게 꾸준히 노력한 결과, 이제 정말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회사에서 많이 있고, 그들을 신뢰하고 그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정말 즐겁다. 창업자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복지가 아닐까 한다.

그렇다 보니, 내가 거의 관여하지 않았던 부서에서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낼 때가 종종 있는데, 우리 회사의 블로그 사이트가 그렇다. 최근 여기에 ‘제품-마켓 핏’의 개념을 음악과 그 청취자의 개념에 적용해서 쓴 글이 올라왔는데 글이 너무 마음에 들어 담당자와 즐거운 대화를 주고 받았다. 얼마 전에 “직원들에게 칭찬을 자주 하는 것이 좋은가요, 말을 아끼는 것이 좋은가요? 칭찬은 어떤 식으로 하나요?” 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거기에 대한 내 대답은, ‘진심으로 감동했을 때 칭찬하고, 단순히 “잘했다” 고 하기보다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감동을 받았는지, 그리고 일을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자원을 더 지원해주는 것을 언급하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참고로 그 때 주고 받았던 대화를 여기에 붙인다.

회사 블로그에 올라온 글이 마음에 들어 담당자와 주고 받았던 메시지

해당 부서는 블로그와 더불에 요즘 인스타그램도 잘 관리하고 있는데, 최근에 올렸던 한 포스팅은 40만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일년 내내 Top 10에 안보였던 브루노 마스(Bruno Mars)가 레이디 가가의 Die With a Smile, 그리고 로제의 APT에 피쳐링 되면서 단숨에 상승하는 것이 재미있다. 예전에는 음악 업계 종사자들만 관심을 가지고 팔로우하던 계정이었는데, 이제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이 점점 많이 차트메트릭의 이름을 알게 되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는 칸쿤으로 회사 리트릿을 다녀왔다. 바닷가 빌라를 두 채 빌리고 셰프와 바텐더를 따로 고용했는데 셰프가 너무 훌륭한 멕시코 음식들을 만들어줘서 내내 행복했다. 아침엔 요가, 그 다음엔 정글 (세노떼) 탐험, 배구, 테니스, 저녁 식사 후엔 수영장에 모여 일몰을 보며 수다.

아래는 지난 마일스톤 때 썼던 글들:

경쟁의 의미

‘블루 오션 전략(Blue Ocean Strategy)’이라는 용어가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도 꽤 인기 있는 말이고,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블루 오션을 찾고 싶어한다. 물론, 이 전략은 의미가 있다. 남들이 다 경쟁하고 있는 레드 오션 Red Ocean으로 들어가 죽어버리지 말고 자신만의 블루 오션을 찾아서 거기서 승리하라는 것이다. 블루 오션의 가장 큰 장점은 경쟁이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북카페를 창업하려고 하는데 특정 상권에 북카페가 없다면? 블루 오션. 만약 북카페가 있다 해도, 모두 옛날 만화방 스타일이고 간식도 없고 넷플릭스도 지원하지 않고 있다면? 그것도 블루 오션.

하지만 과연 그럴까? 어떤 상권에 북카페가 없는 이유가 누구도 이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혹시, 누군가가 창업했다가 보기 좋게 망했기 때문은 아닐까? 아니면, 그 누가 분석해도 그 상권은 수요가 충분하지 못해 하나의 사업을 받침해줄만한 매출을 낼 수 없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나는 사업을 시작할 때, 레드 오션에 진입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 시장에는 수요가 있다는 것이 입증되어있기 때문. 또 한가지 장점은, 고객을 가르치는데 비용이 소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고객들이 ‘북카페’가 무엇인지 알고 있고, 시간당 이용료가 얼마인지, 사용하기 위해 어떤 에티켓을 지켜야 하는지 알고 있다면, 사업하는 입장에서 훨씬 수월할 것이고, 비용을 절감하고 매출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2015년 겨울, 처음 차트메트릭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시작했을 때 제일 먼저 했던 건 이 분야에 이미 어떤 회사들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었다. ‘Music data analytics (음악 데이터 분석)’ 같은 키워드로 구글에서 검색했을 때 먼저 뜨는 회사들을 살펴보고, 그 회사들이 언제 시작했는지,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들의 제품이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서 또 하나 알아보면 좋을 것이, 그 분야에 과거에 도전했던 회사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회사들이 어떻게 되었는지이다. ‘죽은 자들의 무덤‘은 다소 우울한 용어이지만, 그 죽은 자들(dead bodies)이 얼마나 되는지, 왜 죽었는지를 알면 적어도 내가 그 길은 피할 수 있거나, 아니면 애초에 도전을 안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 반대로, 성공적으로(?) 상장하거나 다른 회사에 인수되는 엑싯(exit)을 한 회사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분야에서 회사를 만들었을 때, 어느 정도의 가치를 인정받는지, 잘 됐을 때 나와 투자자들이 얼마나 돈을 벌 수 있을 지 알고 시작하면 좋기 때문이다.

그 때 눈에 띄었던 회사들이 몇 있다. 하나는 뮤직메트릭 MusicMetric 이었고, 또 하나는 빅샴페인 BigChampagne, 그리고 마지막으로 또 하나가 넥스트빅사운드 NextBigSound 였다. 뮤직메트릭은 가디언지 기사에 따르면 2008년에 시작했고 2013년에 40억원 정도의 투자를 받았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4년, 애플에 인수되었다. 약 $50M, 즉 650억원 정도의 금액으로. 그러니까 창업부터 엑싯까지 8년이 걸린 셈이다.

또 하나의 회사는 넥스트 빅 사운드 NextBigSound였다. 이 회사는 2009년에 시작했고 판도라 라디오에 2015년에 인수되었는데, 정확한 액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40M~$50M 정도의 금액이 아니었을까 추산된다. 빌보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인수 전까지 약 $8M(약 1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넥스트빅사운드(NextBigSound.com) 제품 화면

그리고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한 회사가 있었다. 그 회사의 이름은 사운드차트(Soundcharts.com). 유니버설 뮤직 그룹에서 인턴을 했던 데이빗 와이즈펠드(David Weiszfeld)라는 사람이 창업했다고 했다. 2015년에 제품을 세상에 알렸는데, 이미 음악 업계에서 많은 고객들을 유치하며 유명세를 알려나가고 있었다.

사운드차트 (Soundcharts.com) 제품 화면

이 제품들을 당시에 살펴봤고, 각자 어떤 면에서 장점이 있는지 살펴보고 나서 차트메트릭을 만들기 시작했다. 넥스트빅사운드는 이미 6년을 운영해왔기에 꽤 인지도가 있고 발전해 있었고, 사운드차트는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제품의 완성도가 높았다.

솔직히 좀 두려웠다. 이미 이렇게 투자를 많이 해서 발전해 있는 제품들이 있는데, 우리에게 기회가 있을까? 과연 우리가 ‘비교적 경쟁 우위 Competitive Advantage’를 가질 수 있을까? 그들이 안 가진 것, 그들이 못 하는 것을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 늦게야 시장에 진입한 회사에 다른 제품의 고객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져줄까?

그 때 내가 생각한 건 한 가지였다. 경쟁자보다 조금 더 싸게, 조금 더 좋게 만들자. 투자자들을 만날 때 흔히 질문하는, ‘당신 제품의 차별점이 무엇인가요?’ 에 대해서는 나중에 걱정하자. 지금은 차별화에 집중할 필요 없다. 일단 작동하는 제품을 만들고, 경쟁자들에게 크게 뒤지지는 않는 제품을 만들고, 거기에 아주 작은 차이를 불어넣자.

그렇게 해서, 소박한 시제품과 함께 시작했다. “차별점이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에, 나는 그런 건 없다고 대답했다. 지금은 차별화를 생각할 때가 아니라고. 그리고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좋아하는 기능부터 시작했다. 디자이너도 없었기에 모든 디자인 결정은 내가 했고, 버튼의 모양과 색깔도 내가 골랐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제품 개발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내 월급은 첫 1년은 $0이었고, 투자를 받은 후부터는 $3,000으로 정했다. 내 인건비가 낮아지면 회사의 비용 또한 낮아질 수 있기 때문. 그러니까, 내 전략은 ‘그 어떤 경쟁자보다도 낮은 비용으로 제품을 만들기’였다. 다른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없다면 적어도 가격 하나만은 낮게 책정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자체만으로 경쟁 우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차트메트릭 초기 버전 (2017년)
차트메트릭 현재 버전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 (느리지만 지속적이면 경기에서 우승한다)

내가 좋아하는 표현이다. 거북이가 달리기에서 토끼를 이겼듯, 느리더라도 쉬지 않고 지속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면 언젠가 토끼를 이기고 다른 동물들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내 전략이었다. 다행히, 우리는 살아남았고, 다른 경쟁자들보다 저렴한 비용 구조로 목적을 달성했다. 그리고, 지금은 고객들의 도움으로 더 뛰어난 직원들을 채용했고, 경쟁자보다 더 높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제품을 더 고도화시키고 있다.

2015년에 처음 시작할 때, 많은 사람들이 넥스트빅사운드(NextBigSound)를 이야기했다. 심지어 큰 레이블에서 높은 위치에 있었던 어떤 사람은 노골적으로, “넥스트빅사운드가 있는데 너희 회사에 기회가 돌아가겠느냐?” 라고 하기도 했다.

시간이 8년 지나, 이제 우리는 4000개 이상의 회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고, 연 반복 매출은 $8.4M, 즉 110억원에 달한다. 25명의 풀타임 직원들을 포함한 35명의 사람들이 매일, 제품을 개선하고 브랜드를 더 널리 알리고 있다. ‘차트메트릭 블로그’로 시작했던 웹사이트는 이제 ‘How Music Charts‘라는 이름으로, 흡사 빌보드를 연상시키는 매거진 사이트로 성장했다.

차트메트릭 월 반복 매출(MRR) 증가 추이.
‘How Music Charts’, 차트메트릭의 퍼블리케이션

한편, 당시에 사람들이 언급했던 넥스트빅사운드는, 2022년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그리고, 그 웹사이트의 마지막 줄에는 이렇게 써 있다.

If you loved using Next Big Sound for social media data, we recommend Chartmetric
넥스트빅사운드의 소셜 미디어 데이터 분석 기능을 좋아했다면, 차트메트릭을 추천합니다.

넥스트빅사운드(NextBigSound) 홈페이지에 차트메트릭을 언급하고 있다.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올해와 내년에 나를 흥분시키는 아주 멋진 프로젝트들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음에 감사하고 기쁘다.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

첫 고객을 만든 방법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한국에서 시작했지만 미국 진출을 고려중인 창업가들을 만날 때마다 듣는 질문이 있다. 특히 B2B 사업을 하는 분들이 더 많이 물어보는 질문.

“첫 고객을 어떻게 만들었나요?”

2015년 겨울, 스파크랩스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데모데이에서 발표를 하고, 가족과 엔젤 투자자들로부터 20만달러의 첫 투자를 받으며 회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정말 업계에 아는 사람도 없었고 지식도 없었다. 음악 업계를 위해 제품을 어떻게 만들어야 사람들이 돈을 내고 쓰게 될까 막막했다. 이미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회사들이 있었고 인수된 회사들도 있었지만, 그 회사가 수년간 노력을 들여 만든 아름다운 제품을 보니 기가 죽었다.

그래도 기존에 채워지지 않은 틈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주변 인맥을 동원해서 업계에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링크드인에 돈을 내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뿌리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연락이 오면 전화로 15분만 시간 내 달라고 했는데, 그래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전화에 응해 주었다. 그들과 통화하면 주로 했던 질문은, 지금 하는 일에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고, 이미 어떤 툴들을 사용하고 있는지와, 그 툴을 쓰면서 아직도 아쉽거나 불편하게 느끼는 점이 무엇인가였다. 이를 통해 정말 귀한 인사이트를 많이 얻을 수 있었고, 사람들이 가려움을 느끼는 부분을 조금씩 알아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미팅을 통해 얻은 하나의 키워드가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 분석(spotify playlist analytics)‘이었다. 이 키워드를 무작정 차트메트릭 웹사이트 여기 저기에 집어 넣었다. 큰 기대는 안했는데, 의외로 구글 검색을 통해 이 구체적인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이 조금씩 찾아오기 시작했고, 몇몇은 베타 테스트 유저로 가입했다. 광고비를 내지 않아도, 아직 사이트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었도, 아주 구체적인 의도(intent)로 검색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구글의 가장 강력하고도 신비로운 능력 중의 하나이다 (땡큐, 구글!). 처음에 무료 고객으로 시작해서 차트메트릭의 고객 지원팀을 5년 이상 이끈 마이크 워너(Mike Warner), 그리고 현재 최고 매출 책임자(Chief Revenue Officer)로 있는 채즈 젠킨스(Chaz Jenkins) 등 소위 ‘귀인’들이 이 때 많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차트메트릭 초기 시절 캘린더

전환점이 되었던 사건은 2016년 5월에 참가했던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컨퍼런스였다. 전에는 어렵게 한 명씩 경우 만나던 사람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고,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중 가장 도움이 되었던 건 멘토링 세션이었는데, 소위 업계에서 ‘멘토’로 불릴 만한 사람들과 10분씩의 스피드 데이팅이었다. 4시간동안 문 앞에 서서 누군가 예약했다가 취소된 자리로 내가 들어갔다. 이렇게 해서 최소한 50명은 만났던 것 같다. 랩탑에 데모를 띄워 놓고, 걸어들어가며 ‘엘리베이터 스피치’를 했는데, 하도 많이 했더니 나중에는 30초만에 피칭을 하고 30초만에 기본적인 데모를 보여줄 수 있었고, 나머지 9분을 질문에 답하고 더 많은 정보를 얻는데 썼다. 이 때의 경험, 그리고 나중에 내가 ‘멘토’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써서 몇달 전 링크드인에 올렸고,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셨다.

이 과정을 통해 조금씩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피드백을 들을 때마다 바로 바로 반영해서 제품을 개선하고, 또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기능들을 추가하며 하루 하루를 보냈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정말 재미있었다. 아래는 당시 7월에 썼던 글, ‘변화’.

2016년 말, 그러니까 스파크랩 데모 데이로부터 1년여가 조금 지났을 때였다. 20만달러라는 돈을 아끼고 또 아껴서 썼지만, 1년 넘는 시간이 지나자 회사 통장이 바닥났다. 매달 내 돈을 법인 통장으로 보내며 버티고 있었지만, 추가 투자는 받지 않았다. 내가 만든 제품이 실제로 돈을 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래야 떳떳하게 투자자를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나에게도 중요했다. 만약 돈을 낼 가치가 없는 것을 만들고 있었다면, 더 이상 헛된 꿈을 꾸지 말고 피봇하거나,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사실, ‘유료화’를 하기에는 시기 상조였던 것이, 당시 베타 유저가 100여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그 중 20여명은 나의 지인들이 그냥 가입해본 것이었고, 나머지 20명은 테스트하느라 만든 유저였다. 내가 정말 모르는 유저는 60여명밖에 안되었던 것. 유료화를 했을 때 3%가 전환한다고 가정하면, 1.8명이다. 과연 한 명이라도 결제하는 사람이 있을까?

어쨌든, 한 푼이라도 벌어보자는 심정으로 스트라이프(Stripe) 서비스를 써서 신용카드 결제 기능을 붙이고, 몇 가지 기능은 유료 고객이 되어야만 사용할 수 있게 막아두었다. 한 달 95달러, 그리고 1년 950달러. 그리고, 100여명밖에 안되는 고객들에게 ‘오늘부터 유료화 시작합니다’라고 이메일을 보낸 후에 두근두근하며 기다렸다. 누군가 유료 고객이 되거나 신용 카드 결제가 일어나면 푸시 알람이 울리도록 설정해 둔 채.

2017년 1월 26일 목요일 아침. 알림이 왔다. 그리고 내 눈을 의심했다. Rene Mclean (르네 맥클린), $950 결제. 세상에, 한 달 결제만 해줘도 고마운 판에, 1년치 선결제라니! 혹시 1달만 결제하려고 하다가 뒤에 0이 더 달린 것을 못 보고 실수한 것이 아닐까? 어쨌든 궁금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또 무엇보다 고마워서, 바로 이메일을 보냈다. 유료 전환해 주어서 고맙다고, 그리고 잠깐 이야기 나누고 싶다고. 그랬더니 바로 답장이 왔다. 그래서 곧 전화를 했다.

알고 보니, 뉴욕에서 자신만의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사업가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물었다. 1년치 선결제를 한 것이 맞느냐고. 그랬더니 맞다고 했다. 내가 물었다. “왜요?” 그 대답이 나를 감동하게 했다.

“차트메트릭을 지난 몇 달간 지켜봤어요. 빠른 속도로 제품이 개선되는 게 보이더라구요. 이미 몇 가지 기능을 통해 도움을 받고 있었는데, 이렇게 계속 좋아진다면 나중에 더 좋은 제품이 될 것이라 생각되어 유료 결제를 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사업을 하고 있는데, 사업을 초기에는 현금이 가장 귀하더라구요. 그래서 도움이 될까 싶어서 1년치 비용을 냈습니다.”

르네 맥클린(Rene Mclean)

그 말이 너무나, 너무나 고마웠다. 당시에는 그 950불은 며칠을 더 버틸 수 있는 돈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만든 제품이 돈을 낼 가치가 있다는 검증이 된 것에 더 큰 의미가 있었다. 또한, 고객이 1년치를 결제했으니, 이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 한 고객을 위해 1년간 서비스를 개선해야 할 의무가 생겼다. 고객은 1년 동안 제품이 더 좋아지고, 그래서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서 1년치를 미리 낸 것이니 말이다.

당시 그 결제는 우리 스트라이프 데이터 베이스에 기록된 첫 번째 데이터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르네 맥클린의 결제 내역. 2017년 1월 26일.

다음 달이 되자 조금씩 더 유료 고객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6월이 되자, 이제는 푸시 알람이 하루에 너무 많이 울려 계속 켜놓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 때의 월간 반복 매출(MRR)은 1월달에서 24배가 증가한 $5,533. 아래는 유료화 후 첫 6개월의 매출 기록이다.

차트메트릭 유료화 이후 첫 6개월의 기록

그로부터 5년 반이 지난 지금, 미국, 유럽, 호주, 남미, 아시아에서 3500개 이상의 회사가 유료로 차트메트릭을 사용하고 있고, 실리콘밸리와 뉴욕에서 약 30명의 정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

차트메트릭 고객사들 중 일부

이 모든 것이 첫 고객이 우리에게 준 신뢰로부터 시작되었고, 그는 6년째 차트메트릭의 유료 고객으로 남아 있다. 이번 연말, 그에게 선물을 하나 보내야겠다.

$2,000,000 ARR

차트메트릭의 연간 구독 매출 (Annual Recurring Revenue)이 오늘 아침 200만달러를 넘었다.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한 이후 첫 100만달러에 도달하기까지 2년이 걸렸는데, 1년이 걸리지 않아 그로부터 2배가 된 것.

그 사이 많은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었다. 우리가 트래킹하는 아티스트 수는 180만명이 되었고, 그들을 출신 나라, 또는 ‘노르웨이 힙합 Norwegian Hip Hop’같은 장르 이름으로 검색할 수 있다.

특히 고객들의 관심을 많이 받은 기능은 인스타그램 팬 분석이었는데, 아래는 포스트 말론(Post Malone)의 팬 분석 결과이다. 매번 포스팅할 때마다 무려 100백만의 좋아요(Like)를 받고, 여자보다 남자 팔로워가 더 많으며, 무려 14%가 아시아인다. 미국에 41%의 팔로워가 있는데 그 다음으로 브라질에 팔로워가 많다 (6.51%). 이 모든 인스타그램 통계는 매일 자동으로 업데이트된다.

아래는 블랙핑크의 유투브 소비량 분포인데, 인도네시아와 태국, 브라질, 필리핀에서 소비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은 11위에 그친다. 흥미로운 것은 ‘시장 점유율 분석’으로는 미얀마, 몽고, 캄보디아, 그리고 브루나이에서, 10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 다시 말하면, 이 4개 나라에서 유투브를 통해 음악을 듣거나 뮤직비디오를 보는 사람들에게 블랙핑크가 가장 인기가 있다는 뜻.

같은 장르에 있는 다른 가수들과의 비교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장르 클러스터’ 기능도 추가했는데, 스포티파이 소비량에 따르면 블랙핑크 위는 BTS가 유일하고, 그 아래에 트와이스, 레드 벨벳, 숀(SHAUN), EXO, (G)I-DLE이 있다.

예측 기능도 추가했는데, 머신 러닝을 통해 지난 3년간 도약에 성공한 가수들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만든 모델을 이용하여, 현재 무명 가수들의 ‘도약 성공률’을 예측해서 순위대로 보여준다.

이러한 일들을 하기 위해 올 해 여름에 두 명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팀에 합류했고, 이제 총 10명이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회의 장면

처음으로 고객들을 위한 오프라인 행사를 열기도 했다. 뉴욕 첼시의 한 갤러리를 빌리고 VIP 고객들을 초대해서 우리가 새로 만든 기능들과, 앞으로 하려는 일들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올 해 셋째 딸이 태어나면서 가족의 크기도 커졌다. B2B 사업의 가장 좋은 점은, 주말에 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 주말에는 고객들도 쉬고 있기 때문이다. 이메일도 거의 안오고, 내가 급하게 처리해야하는 일도 거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3년, 5년 후, 또는 궁극적인 목적이 뭐냐고. 대답하기 쉽지 않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지금 하는 일이 재미있다는 것이다. 재미있는데 이 일을 그만둘 이유는 없고, 재미있는데 이 회사를 팔고 새로운 일을 벌일 이유도 별로 없다. 계속 더 해보고 싶고, 이 회사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 또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고 싶다. 언젠가 닐슨(Nielson)이나 빌보드(Billboard)와 같은 명성을 쌓는다면 얼마나 큰 일일까 생각해본다. 내가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적임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시작은 했다는 점에서 후회는 없다.

$1 Million ARR

오늘, 차트메트릭의 연간 반복 매출(ARR: Annual Recurring Revenue)이 $1 million을 돌파했다. 12개월 전에 비해 4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SaaS 회사에게 있어서 $1 million ARR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일종의 ‘유아기’를 거쳐서 유치원을 입학한 정도의 느낌이랄까. 그래서인지 많은 회사들이 이 시기에 시리즈 A 투자를 기관들로부터 유치하기도 한다.

차트메트릭 Annual Run Rate

매출과 함께 내가 눈여겨보는 지표는 생애 가치(Lifetime Value)이다. 이 값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높은 가격을 내고 제품을 쓴다는 뜻도 되고, 또는 한 번 고객이 되면 더 오랫동안 유지한다는 뜻도 된다. 이 수치는 12개월 전에 비해 무려 6배가 증가했다.

차트메트릭 고객 생애 가치 (Lifetime Value)

위와 같이 고객의 가치가 상승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탈률(churn)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 고객이 되면 고객으로 남아있을 확률이 올라간다는 뜻도 된다. 아래는 그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 지난 한달간 매출 이탈률(revenue churn)은 5.5%였고, 이 또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이탈 시간(Churn Time)은 1년 6개월로 계산되어 있는데 이를 해석하면, ‘매출이 발생한 후 그 매출이 사라질 때까지’ 1년 6개월이 걸린다는 뜻이다. 이 시간 또한 계속 길어지고 있다.

매출 이탈률 (Revenue Churn)

이렇게 이탈률이 낮은 이유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애초에 고객이 찾아오는 채널이 독특해서이다. 대부분의 가입자들은 광고 등의 마케팅 활동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추천을 통해, 또는 우리가 쓴 블로그 글을 읽고 찾아 온다. 처음부터 목적 의식을 가지고 찾아왔기 때문에 제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고, 또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경우 돈을 낼 마음의 준비도 마친 상태이다.

둘째는, 우리가 어떻게 프리미엄(Premium) 기능을 소개하고, 보여주고 있는가와 관련이 있다. 차트메트릭은 꽤 많은 기능을 무료 사용자들에게 제공한다. 그리고, 유료 고객들에게만 제공하는 기능은 아래와 같이 희미하게 (blurred) 보여준다. 이 기능이 궁금하면 아래의 “READ MORE”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

그러면 아래와 같이 그 기능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제공한다. 돈을 낼 경우 어떤 것을 볼 수 있는지를 자세히 알려주는 것.

이러한 방식을 제품의 모든 곳에 적용해 놓았고, 그래서 무료 사용자들이 충분히 오랜 기간 동안 제품을 사용해본 후에, ‘정말 돈을 낼 준비가 되었을 때’ 유료 고객으로 전환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궁금한 점이 있거나, 유료 기능에 대해 더 알고 싶은면 우리에게 연락을 하고, 그러면 비디오 컨퍼런스로 자세히 설명해준다 (Uberconference 또는 Zoom을 쓰고 있다. Zoom은 정말로 끝내주는 컨퍼런스 툴이다!).

우리는 고객들이 이러한 과정으로 전환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일단 유료 고객이 된 사용자들에게는 ‘지극 정성’으로 대한다. 그들이 하는 질문에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반드시 답장을 보내고 (많은 경우 내가 직접 보낸다), 그리고 그들이 제안하는 기능 중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되는 기능들은 빠르게는 하루만에, 또는 1, 2주만에 제품에 반영하고 답장을 보낸다. 이러한 과정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고객들은 거의 이탈하지 않는다.

심지어 몇 달 전에 제품의 품질이 심각하게 낮아지는 사건이 있어서, 고민 끝에 모든 고객들에게 이것을 설명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 이메일을 보고 고객들이 크게 이탈하면 어쩌나 고민했었는데, 막상 이메일을 보낸 후에 단 세 명만 이탈했고, 대부분은 다시 회복될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려 주었다. 얼마나 걱정했었고, 얼마나 안심했는지 모른다.

한 가지 자랑을 하자면, 나는 우리 제품의 디테일이 아주 강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함께 일하는 엔지니어들이 훌륭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내가 직접 코드를 수정하면서 마무리 작업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표 이사가 제품 마감질에 시간을 많이 쓴다는 것은 잘못된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일을 놓을 수가 없다. 고객들이 사용하는 제품에 꺼림직하고 불편한 UI가 들어가 있는 것이 싫어서이기도 하지만, 또 한가지 이유는 그런 작업이 엔지니어들에게 얼마나 소모적이고 귀찮은 일인지를 알아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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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일할 때 가장 하기 싫었던 일은, 상사 또는 파트너가 보낸 수많은 피드백과 버그 리포트를 보면서 하나씩 수정하는 것이었다. 처음 기능을 구현하고 제품을 만들 때는 재미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사소한 점 하나까지도 트집을 잡으며 고쳐달라고 하면, 설사 그것이 맞는 방향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왠지 하기가 싫다. 그 중 최고는 게임빌에서 디즈니와 함께 일을 할 때였는데, 우리가 디즈니 캐릭터를 사용해서 만든 게임을 보냈더니, 디즈니의 제품 관리자가 무려 14장짜리 피드백을 적어서 보냈다. 그 중엔 미키마우스의 귀가 너무 작고 약간 모양이 다르다는 피드백도 있었다. 그 수정 작업을 개발자와 디자이너에게 시키면서 얼마나 미안하고, 속으로 짜증이 났었는지..

미국 오라클에서 일할 때, 놀라고 즐거웠던 것 중 하나는 상사가 “여기 여기에 문제가 있어. 다시 해와”라고 하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처음에 지시한대로 내가 일을 해서, 어느 정도 마무리지어서 가면, 크게 방향이 틀리지 않는 한, 마감 작업을 상사가 직접 했다. 그 중에는 영어 단어나 문법이 틀려서 일일이 교정하는 민망한 일도 포함되어있었다.

그런 기억들 때문인지, 회사에서 내가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는 “I will take care of the rest. Don’t worry.”이다. 글꼴을 하나씩 바꿔 보고, 크기를 조금씩 수정하고, 단어 표현을 바꾸고, 그래프 스타일이나 색을 바꾸는 등의 일은, 웬만해서는 되돌려 보내지 않으려고 한다.

다행인 점은, 이런 마감질을 내가 한다고 해서 직원들이 일을 대충 해놓고 나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완성도가 높은 결과물이 나에게 온다는 것이다.

차트메트릭

차트메트릭은 현재 전 세계에 있는 1백 30만명 가수들의 데이터를 매일 모으고 있고, 지난 2년 반 동안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이를 API를 통해 제공하기도 한다. 우리가 더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아껴주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달해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