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세라(Coursera), 온라인 교육의 혁명

Coursera (코세라) 로고
Coursera (코세라) 로고

최근, 수업을 하나 들었다. 스탠포드 대학의 앤드류 Andrew Ng 교수가 강의하는 Machine Learning (머신 러닝)이라는 수업이다. 퀴즈도 풀고 숙제도 제출했다. 손으로 쓴 숫자를 감별해내는 알고리즘도 만들어서 테스트해봤다. 보통 이런 건 처음에만 의욕을 가지고 하다가 그만두게 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Machine Learning은 Coursera라는 온라인 대학 강의 사이트에서 가장 있는 수업 중 하나이다. 수업을 듣고 나자 머신 러닝이 이미 얼마나 널리 사용되고 있는지, 왜 그 비중이 앞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말 그대로 ‘기계가 스스로 배우도록’하는 방법인데, 이러한 기계에 많은 양의 데이터와 결과를 입력하면, 새로운 데이터에 정확히 반응할 수 있도록 기계가 ‘훈련’된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기계는 더 똑똑해진다. 예를 들어, 사진 관리 애플리케이션인 피카사(Picasa)에서 제공하는 얼굴 인식 기술은 머신 러닝을 응용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감탄하는 구글 번역기(Google Translate)도 마찬가지이다. 구글 번역기가 어떻게 전 세계의 수많은 언어를 다른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글이 만든 “Inside Google Translate (구글 번역기의 내부)” 라는 짧은 비디오에 잘 설명되어 있다. 단어별, 또는 문장별로 직접 번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문서와, 그 문서를 사람이 번역한 것을 구글 번역기에 집어 넣어 ‘교육’시키면, 컴퓨터가 언어의 패턴을 직접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새로운 표현을 입력했을 때 최대한 사람이 하는 것과 가깝게 번역한다. 이 뿐 아니라, 구글이 가진 기술의 전방위에 Machine Learning이 적용되어 있다. 나한테 이렇게 큰 도움을 준 스탠포드 교수의 수업을, 나는 Coursera에서 돈을 전혀 내지 않고 수강했다. Coursera는, Andrew Ng 교수가 만든, 온라인 교육에서 가장 큰 혁신을 가져 온 서비스 중 하나이다.

지난 달, 뉴욕타임즈는 “The Year of MOOC (MOOC의 해)“라는 제목으로 비중 있는 기사를 실었다. MOOC는 Massive Open Online Course(수많은 사용자를 위한 오픈 온라인 코스)의 약자인데, 소위 말하는 ‘온라인 강의’를 모두 일컬어서 지칭하는 단어이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사용되었던 말이지만, Coursera의 대성공과 함께 올해의 유행어가 되었다. 지난 2012년 1월에 Coursera를 공동 창업한 앤드류 교수의 말에 따르면, 1년이 채 지나기 전에 유저 수가 170만명으로 늘어 ‘페이스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강의했던 Machine Learning의 경우, 무려 13,000명이 퀴즈와 숙제를 끝까지 마치고 그에게서 ‘수료증’을 받았다.

‘Non-profit(비영리)’ 회사 Coursera는 클라이너 퍼킨스 등으로부터 지금까지 무려 $22 million (240억원)의 펀딩을 받았으며, 수많은 대학의 ‘스타 강사들’이 만드는 새로운 수업을 계속해서 추가하며 공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지난 달에는 빌 & 멀린다 게이츠 파운데이션으로부터 입문 수준의 온라인 코스를 개발하는 조건으로 $3 million (33억원)을 기부받았다. 2012년 9월 기준으로 33개 대학의 200개 강의가 올라와 있는데, 아래는, 오늘 아침에 이메일로 도착한, 새로 개설한 과목들 중 일부이다. Coursera의 모든 강좌는 명성이 있는 대학의 교수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 다음으로는 2013년 1월 28일부터 시작하는 스탠포드 대학의 ‘컴퓨터 비전’ 수업을 들을 예정이다.

Coursera에서 새로 개설한 과목들.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이 눈에 띈다.
Coursera에서 새로 개설한 과목들.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이 눈에 띈다.

스탠포드 대학의 2012년 한 학기 등록금은 $13,350 달러(1500만원), 즉, 1년에 약 4만 달러이다(가을, 겨울, 봄 학기로 구성되어 있다). 한 학기당 20학점 정도를 수강한다고 하면, 학점당 670달러이고, 한 과목이 보통 3학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한 과목당 약 2000달러이다. 세계 최고의 명성을 가진 대학의 2000달러짜리 수업들이, Coursera에 모두 무료로 올라가 있다. 누가 관심을 보이지 않겠는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강의들이 단순히 수업 시간에 하는 강의를 뒤에서 비디오로 찍어서 올려둔 수준이 아니라, Coursera를 통해 수강하는 사람들의 위해 따로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강의 중간에 퀴즈도 나오고, 약 1시간 정도의 강의 후에는 숙제가 있다. 이 숙제는 채점이 되고, 자신의 프로필에 점수가 기록된다. 이 정도이니, 이 수업 하나당 100달러씩 받는다고 해도 나는 기꺼이 돈을 낼 준비가 되어 있다.

이러한 온라인 강의를 Coursera가 처음 시작한 것은 물론 아니다. 그 전에도 대학가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교육 웹사이트들이 많이 있었다. MIT Open Courseware, Berkeley Webcast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OpenCulture라는 곳에 가면 무려 550개의 대학 강의들이 주제별로 정리되어 있다. 나는 끊임 없이 뭔가를 배우는 것을 좋아해서, 이런 웹사이트가 생길 때마다 관심 있게 관찰하고, 그 중 몇 개 수업을 골라 들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Coursera에서 수업을 들을 때만큼 끈기 있게 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했지만 비디오를 보다가 지루해져서 중단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무엇이 달랐을까?

첫째, 앞서 이야기했듯, Coursera의 강의들은 효과적인 온라인 교육을 위해 따로 제작되었다. 단순히 수업 시간에 카메라 하나 놓고 촬영하거나, 1시간이 넘는 강의를 덩그러니 올려놓았는데, Coursera에서는 교수의 얼굴과 슬라이드, 그리고 슬라이드 위의 노트가 효과적으로 표시되고, 강의 비디오 하나가 15분을 넘는 일이 없다. 비디오를 잘라놓은 덕분에 심리적 부담감이 적고, 비디오를 다시 보고싶을 때 쉽게 원하는 비디오를 찾을 수 있다. 한편, 비디오 재생 속도도 쉽게 조절할 수 있다. 잘 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2배 속도로 지나가면 된다. 앤드류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이 모든 것이 의도적인 설계라고 설명했다. 사소하지만 훌륭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컨텐츠가 홍수를 이루는 때에, 비디오 하나가 1시간이 넘으면 누가 그걸 가만히 앉아 끝까지 볼 수 있겠는가.

둘째, 비디오 중간에 퀴즈가 나온다. 그리고 매 강의가 끝날 때마다 짧은 퀴즈가 있다. 수업을 하나 들어보면 이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가를 알게 된다. 퀴즈가 갑자기 튀어나오니, 비디오를 멍하니 보고 있다가도 긴장을 하게 된다. 자신이 강의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매 1시간 강의 후에 있는 퀴즈를 풀어보면서 이해를 더 깊이 할 수 있다. 이렇게 이해를 하면 숙제를 할 수 있게 된다.

셋째, 숙제가 있고, 채점이 된다. 그리고 숙제마다 기한이 있다. 숙제를 늦게 제출하면 감점된다. 이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는데, 숙제가 ‘자동 채점’이 된다. 그렇다고 자동 채점을 하기 위해 객관식 문제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Machine Learning의 경우, 대부분의 숙제는 알고리즘을 프로그래밍하는 것인데, 구현이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채점기’가 다른 숫자를 알고리즘에 대입해본다. 그리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점수를 받고, 그렇지 않으면 점수를 받지 못하게 되어 있다. The Chronicle (크로니클) 지와의 인터뷰에서, 앤드류 교수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I actually enjoy working through problems with students. What I don’t enjoy is grading 400 homeworks. And so our thinking was to automate some of the grading so it frees up more faculty time for the interactions. (저는 학생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 즐거워요. 제가 즐기지 않는 것은 400개의 숙제를 채점하는 것이죠. 그래서 채점하는 과정을 자동화하면 교수들이 학생들과 같이 일하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 생각했어요. 단순히 객관식 문제 뿐 아니라 보다 복잡한 문제도 자동으로 채점하게 할 수 있어요.)

넷째, 강의마다 스케줄이 있고, 그 스케줄에 맞게 새로운 강의가 업데이트된다. 다른 대부분의 온라인 강의 사이트의 경우, 그냥 강의 수백 개가 올라와 있고, 그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해서 시작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자신의 스케줄에 맞게’ 시작하고 진행하면 된다. 편리하니 좋다. 그런데 그게 문제이다. 수업 스케줄이 따로 없으니 시간이 날 때 하나씩 듣다 보면 수업 하나 끝내는 데 1년이 걸린다. 아니, 1년만에 끝내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Coursera의 강의들은 모두 스케줄이 있고, 그래서 어떤 강의는 원하더라도 시작할 수가 없다. 그리고 스케줄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 수업을 듣고 있는 다른 학생들과의 상호 작용이 가능해진다. 같은 시기에 같은 강의를 듣고, 같은 숙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웹사이트를 깔끔하게 참 ‘잘 만들었다‘. 이는 Coursera의 두 공동창업자 – Andrew Ng과 Daphne Koller – 가 컴퓨터과학과 교수라는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둘은 소프트웨어를 매우 잘 이해하고 있었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를 잘 만드는 똑똑한 학생들을 주변에 많이 두고 있었다.

결국, Coursera가 가진 이 모든 장점은 ‘오프라인 교육의 경험’을 최대한 온라인으로 가져오려는 노력의 결과이다. 그래서 Coursera가 다른 모든 웹사이트를 누르고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앤드류 교수에 대해 잠깐 설명해보자. 그는 1976년에 영국에서 태어났으며, 홍콩과 싱가폴에서 교육을 받았다. 카네기 멜론 대학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하고 MIT에서 석사 학위, 버클리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2002년부터 스탠포드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다. 인공 지능과 머신 러닝이 전공 분야이며, 이 분야에서 100 개 이상의 논문을 썼다. 2008년에는 MIT 테크놀러지 리뷰에서 매년 발표하는 TR35에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사람 35세 미만 35명 중 한 명에 포함되기도 했다 (출처: Wikipedia). 그는 전부터 교육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2008년에는 Stanford Engineering Everywhere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는데, 그는 여기에도 Machine Learning 강의를 올려두었었다. 그가 수업시간에 했던 강의를 비디오로 찍어 올려둔 것에 불과했지만, 그의 첫 강의 비디오의 조회수는 38만이 넘는다. 이러한 성공에 고무되어 스탠포드에서 인공지능을 가르치는 다프네 교수와 함께 Coursera라는 회사를 만들기로 결심한 것이 아닌가 싶다.

코세라를 공동창업한 앤드류와 다프네 스탠포드 교수
코세라를 공동창업한 앤드류와 다프네 스탠포드 교수
칸 아카데미를 만든 살만 칸(Salman Khan)
칸 아카데미를 만든 살만 칸(Salman Khan)

온라인 교육의 혁명을 이야기하면서, 칸 아카데미(Khan Academy)를 빼놓을 수 없다. Coursera가 탄생하기 전, 2011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웹사이트이다. 설립자 살만 칸(Salman Khan)은, 방글라데시 출신의 어머니와 인도 출신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MIT에서 학사, 석사를 받고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은 후 헷지펀드 매니저로 일하던 중, 인도에 있는 사촌 동생에게 온라인으로 수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왕 만드는 거 다른 학생들도 보면 좋겠다 싶어서 유투브에 강의를 올려놓았더니 조회수가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얼마 후, 그는 일을 그만두고 하루 종일 방에서 강의를 만드는 일에 집중했으며, 그가 만든 강의는 수백 개에 달한다. 처음엔 초등학생 수준의 수학 설명 비디오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온 분야를 망라하는 다양한 주제의 강의가 올라와 있는데, 그의 해박하고 광범위한 지식이 놀랍다. 이러한 과정을 2011년 3월에 TED에 나와서 설명했는데, 참 재미있게 들었다. 이 비디오는 거의 2백만명이 시청했다. 예전에 ‘스토리가 중요한 이유‘에서도 썼지만, 이렇게 개인의 스토리가 담겨 제품이 나오니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사고 큰 인기를 끈 것 같다. 가끔 웹사이트에 가서 짧은 강의 하나씩 들어보면 재미있다.

한편 Coursera와 비슷하게 대학 교수들의 강의 위주로 만든 Udacity도 관심있게 지켜볼 만하다. MIT와 하버드 대학에서 각각 무려 $30 million (약 330억원)을 출자해서 만든 edX도 있다. 대학 강의는 아니지만,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한 주제에 대해 온라인 및 오프라인 강의를 모아둔 Udemy 또는 SkillShare도 인기가 있다.

마지막으로, 스탠포드 대학에서 HCI로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MIT에서 박사 과정에 있는 김주호씨(@imjuhokim)가 TEDy Boston에서 강연한 1시간 반짜리 비디오, “MIT, 하버드, 스탠포드 학생 백만명 시대 – 학교가 필요 없어진다?” 를 소개한다. MOOC의 역사와 현재 인기 있는 서비스들을 자세히 분석해서 설명했다.

지메일이 핫메일을 이긴 진짜 이유 (Ajax가 가져온 유저 인터페이스의 혁신)

Gmail의 탄생

2004년 4월 1일, 만우절. 지메일(Gmail)이 세상에 등장했다. 그 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아웃룩(Microsoft Outlook)이라는 데스크탑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었다. 데스크탑 프로그램의 가장 큰 단점은 설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브라우저에서 바로 이메일을 확인하기를 원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웹메일이 탄생했다. 그 중 가장 인기있었던 것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해서 발전시킨 핫메일Hotmail이었다. 그 때 한국에서는 한메일(Hanmail)이 인기였다. 이러한 웹메일이 편리하기는 했지만, 느렸고,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것은 여전히 단점이었다. 무엇을 하든지 페이지 전체가 새로 로드되는데, 그 때마다 화면 전체가 껌벅 하는 것이 거북했다. 그리고 아웃룩에서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많은 발전된 기능들이 웹메일에서는 지원되지 않았다.

내가 처음 지메일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05년 초였다. 같이 일하던 파트너가 미국 샌디에고에 있어서 샌디에고로 출장가서 일하던 때였는데, 내가 대용량 파일을 보내야 하는데 뭐가 좋을까 고민하고 있는 것을 보더니 그가 지메일을 사용해보라고 권했다. 자기한테 초대장이 있으니 보내주겠다는 것이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무려 1기가 바이트나 되는 용량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했다. 당시 다른 웹 메일 서비스는 수십 메가 정도밖에 제공하지 않는데 1기가바이트를 준다니 믿기 힘들 정도였다 (지금은 가입하면 10기가바이트를 무료로 제공한다).

지메일을 처음 썼을 때의 느낌은 빠르고 쾌적하다는 것이었다. 핫메일이나 한메일에서와는 달리 지메일에서는 새로운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이메일을 발송하고 난 후에 화면 전체가 깜빡하는 일이 없었다. 새로운 이메일을 작성하고, 답장하고, 이전 이메일을 확인하는 모든 것이 아주 빨랐다. 그 비결은 Ajax(Asynchronous JavaScript and XML)라는 기술에 있었다.

Gmail이 탄생한 지 정확히 5년이 되던 2009년 4월 1일, 와이어드(Wired)에 ‘Gmail Hits Webmail G-Spot(지메일이 웹메일의 지스팟을 발견했다)‘라는 재미있는 제목으로 실린 글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발췌).

It’s difficult to ignore the enormous influence Gmail has had not only on web-based e-mail services, but on rich web applications in general. Several of the concepts introduced by Gmail, which were at the time on the bleeding edge of application design, have since been adopted by the web’s mainstream. (지메일이 웹 기반의 이메일 서비스 뿐 아니라 풍부한 웹 애플리케이션 전체에 미친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당시에는 생소했던 지메일에 처음 소개된 많은 기능이 지금은 웹 전체에 적용되어 있다)

The biggest was the use of Ajax, a technique for building web interfaces that gave Gmail that extra snappiness, more closely matching the desktop applications it eventually lured us away from. (그러한 영향 중 가장 큰 것이 Ajax의 사용이다. 이 기술을 사용한 덕분에 Gmail은 쾌적한 느낌을 주었고, 데스트탑 애플리케이션을 더 가깝게 따라할 수 있었다.)

Before Ajax, users would click a link or a button on a webpage, and then they’d have to wait for the entire page to reload in order to see the result. Using Ajax, web programmers could build an application that redrew pieces of the page on the fly without having to reload the whole thing. A user could see new elements appearing and disappearing on the page as they clicked, minus all the waiting. (Ajax 시대 이전에는, 유저가 웹 페이지의 링크나 버튼을 클릭할 때마다 페이지 전체를 다시 불러왔고, 그 때마다 기다려야 했다. Ajax 기술을 이용해서 화면의 일부만 업데이트할 수 있었고, 이제 클릭을 하면 새로운 내용만 화면 위에 나타나거나 사라진다. 기다릴 필요도 없어졌다.)

Ajax란?

Ajax란 Asynchronous JavaScript and XML(비동기식 자바스크립트와 XML)의 약자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동기식‘이라는 단어이다. 사용자가 버튼을 클릭하거나 요청을 해야만 웹 브라우저가 새로운 내용을 가져오는 이전의 방식과는 달리, 화면의 일부분만 업데이트된다. 이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웹 브라우저에 무언가가 표시되기까지의 과정을 간략히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웹 브라우저와 웹 서버 사이의 정보 교환
웹 브라우저와 웹 서버 사이의 정보 교환 (출처: tonymarston.net)

즉, 브라우저에서 페이지 요청하고, 서버에서 요청한 페이지를 찾은 후 필요한 작업을 한 후 결과물을 브라우저로 보내준다. 그러면 브라우저에서 이 내용을 표시한다. 그러나 Ajax 방식을 사용할 때는 중간에 한 가지 과정이 더 있다. 브라우저가 서버에 페이지 전체를 요청하는 대신, 필요한 내용만 요청한다. 그 결과가 오면 화면 전체에 뭔가를 그리는 대신 화면 위에 있는 내용을 곧바로 조작한다. 이미지가 새로 나타나게 할 수도 있고, 텍스트가 사라지게 할 수도 있고, 새로운 뭔가를 띄울 수도 있는 등, 무엇이든 조작할 수 있다. 웹페이지는 문서 객체(Document Object)라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아래에서 간략히 설명을 해보겠다. 웹페이지는 HTML(Hypertext Markup Language)이라는 언어로 표현되어 있다는 것은 대부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아주 간단한 HTML 코드 하나를 이용해서 예를 들어 보겠다.

<HTML>
<HEAD>
<TITLE>이것은 타이틀입니다</TITLE>
</HEAD>
<BODY>
<P>이것은 하나의 문장입니다</P>
<IMG SRC="elephant.jpg"></IMG>
</BODY>
</HTML>

위 코드를 브라우저에서 로드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를 볼 수 있다.

elephant
위에서 예로 든 HTML 코드를 실행한 화면

코드를 가만히 살펴보면 정말로 간단하다. 처음에 <HTML>로 시작하는데, HTML언어로 쓰여져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TITLE>로 감싸져 있는 것은 말 그대로 타이틀이다. 이 안에 타이틀이 들어가는데, 여기 있는 내용이 브라우저의 타이틀로 사용된다. 그 다음은 <BODY>라고 정의되고, 그 아래에 <P…> 로 시작하는 한 줄이 있다. ‘P’는 ‘Paragraph(문장)’의 약자이며, 그 사이에 문장이 들어간다. 그 다음은 <IMG…>로 시작되는데, IMG는 Image(이미지)의 약자이다. 이미지를 표시하는데, 이미지 파일 이름을 입력하면 위와 같이 코끼리 이미지가 나타난다.

위와 같은 HTML 코드는 실제로 브라우저에서 처리되기 전에 아래와 같이 분해가 된다.

dom
문서 객체 모델(Document Object Model)

이렇게 분해된 모습을 ‘문서 객체 모델(DOM: Document Object Model)’이라고 부른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일단 이렇게 분해되고 나면 조작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 상태에서 코끼리 그림을 고양이 그림으로 바꾸고 싶다면, 페이지 전체를 다시 구성할 필요 없이 “IMG” 아래 “elemphant.jpg”라는 요소만 “cat.jpg”로 바꾸면 된다. 이런 식으로 하면, 웹 페이지 위에 있는 어떤 것이든 조작할 수 있게 된다. 웹페이지에 새로 보여줘야 하는 내용이 서버에서 와야 할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서버에 그 내용을 요청해놓고 다른 작업을 한다. 원하는 내용이 도착하면 그 때 업데이트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다. 소포를 주문해놓고 기다리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한 화가가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하자. 노란색 물감이 떨어졌다. 전화로 노란색 물감을 추가 주문했다. 이 경우, 화가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하나는 물감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동기(Synchronous)” 방식이다. 또 한가지는, 노란색 물감이 필요한 일은 그대로 두고 가진 물감으로 그림의 다른 부분을 그리다가, 소포가 도착하면 그 때 노란 물감으로 필요한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비동기(Asynchronous)” 방식이다. Ajax에서 A의 약자가 바로 Aynchronous(비동기 방식)를 의미한다.

페이지 전체를 새로 로드하는 것이 첫 번째 방식과 비슷하다. 이 경우, 사용자는 버튼을 눌러 놓고 (즉, 노란색 물감을 주문하고) 페이지 로드가 모두 끝날 때까지 가만히 기다려야 한다. 두 번째 방식의 경우, 사용자는 버튼을 눌러 놓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노란색 물감이 도착하면, 그 때 물감을 필요한 곳에 사용한다.

내가 알는 한, 지메일에 처음으로 Ajax 기술이 전면 적용되었다. 지메일이 세상에 등장하기 전을 회상해보자. 이메일을 모두 작성하고, “보내기”를 누르고 나면 이메일이 전송된 후 새로운 화면이 뜰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모든 과정이 동기화되어있기 때문에 모든 과정이 순차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지메일에서는 “보내기”를 누른 후 기다릴 필요가 전혀 없다. 이메일을 보낸 후 다른 일을 있으면, 아래와 같이 이메일이 성공적으로 전송되었다는 메시지가 페이지의 맨 위에 뜬다. 만약 보내기에 실패하면 이를 알리고 다시 보낼 수 있도록 해준다.

sent
지메일에서, 이메일이 성공적으로 전송되면 화면에 뜨는 메시지

Ajax 기술이 훌륭하게 사용된 또 다른 사례는 주소창이다. 지메일에서는 상대방 주소를 타이핑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 단어로 시작되는 주소가 추천된다. 예를 들어서, “al”을 타이핑하면 주소 중에 “al”이 포함된 사람들이 모두 표시된다.

lookup
주소창에 이름을 타이핑하기 시작하면 즉시 그 글자가 포함된 이메일 주소를 추천해준다.

지금은 너무 당연하게 생각되는, 널리 사용되는 기술이지만, 당시에는 데스크탑 애플리케이션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매우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그 전에는 이러한 주소 자동 완성 기능을 사용하고 싶다면 데스크탑 애플리케이션인 마이크로소프트 아웃룩을 이용해야만 했다. 웹 메일에서는 불편하게 써야 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지메일의 등장으로 웹에서도 마치 아웃룩에서처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기술이 지메일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지메일에서 훌륭하게 쓰이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도입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실, Ajax라는 용어도 지메일이 성공한 이후에 생긴 것이다.

지메일의 창시자, 폴 부크하이트
지메일의 창시자, 폴 부크하이트

이 기술 뒤에는 구글에서 지메일을 처음 만든 폴 부크하이트(Paul Buchheit)가 있다. 구글의 23번째 직원이었고, 구글의 모토는 “Don’t be evil”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처음 했던 그는, 예전부터 이메일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검색 엔진이 전문 분야인 회사에서 인터넷 이메일을 만든다는 것이 쉬운 일을 아니었다. 어쨌든 그는 종류의 이메일을 만들고 싶어했고, 보다 사용하기 편리한 이메일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했다. 책 “Founders At Work“를 보면, 그가 어떤 계기로 지메일을 만들게 되었는지 설명이 되어 있다.

1996년. 핫메일(Hotmail)이 등장하기 전이었지요. 이메일을 확인하려면 꼭 기숙사에 돌아가서 접속해야 했어요.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웹 기반 이메일이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제가 하나 만들어봤었어요. 우연히도 그 이름이 Gmail이었죠. 구글에서 만든 Gmail과는 관련이 없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구글에서 일을 시작한 후에 구글 그룹스 프로젝트를 마친 후였어요. 이메일을 만들어보고 싶어 구글 그룹스에서 썼던 코드를 사용해서 혼자 작업하기 시작했어요. 특히 저에게는 검색 기능이 중요했어요. 당시 하루에 500개나 되는 이메일을 받고 있었거든요. 첫 Gmail은 하루만에 만들었는데, 그걸 동료들에게 보여줬더니 검색 기능이 유용해보인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개선하기 시작했어요.

당시에도 자바스크립트는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었지만, 간단한 작업을 하는 정도였지, 이메일같은 복잡한 곳에 쓰이지는 않고 있었다. 자바스크립트를 많이 쓰게 되면 처음 로딩하는 시간이 길어져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면서 그 문제는 곧 해결될 것이라고 예상했고,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사람들은 처음 로딩에 시간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일단 로드가 끝나면 너무나 쾌적한 지메일을 좋아했고, 나 역시 그 이후로는 줄곧 지메일만 사용하고 있다.

Ajax 기술을 본격 도입한 이러한 공헌 때문에 사람들은 폴 부크하이트가 Web 2.0 시대를 열었다고 한다. 실제로 많은 웹사이트가 그 이후 달라졌고, Ajax 기술은 구글맵, 구글 캘린더, 구글 리더 등 거의 대부분의 구글 제품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등장한 지 10년이 되어 가고, 셀 수 없이 많은 웹사이트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기술이지만, 어찌된 이유인지 한국의 웹사이트에서는 거의 적용이 되지 않고 있거나 제한적으로만 적용되고 있는 듯하다. 이유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한국에서는 인터넷 속도가 너무 빨라서 매번 페이지 전체를 불러오더라도 느리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해서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 사이트를 방문할 때마다 참 답답하고 귀찮다. 보다 널리 적용되어 쾌적한 경험을 주게 되면 좋겠다.

스토리가 중요한 이유

전에 피터 구버의 ‘Tell to Win‘이라는 책을 읽은 후에 간략하게 블로그에 내용을 정리해서 올린 적이 있는데, 그 책을 읽고난 후 스토리가 가진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럴수록 스토리가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게 된다.

1.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스토리

실리콘밸리에서 투자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참 많은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이다. 이 곳의 투자자들이 지금까지 어떤 사람들에게 왜 투자를 했는지 들어보면 거기에 답이 있다. 그런 생각을 가장 잘 정리해서 공유하고 있는, 내가 좋아하는 두 개의 블로그는 LA의 투자자 마크 서스터Both sides of the table과 실리콘밸리의 투자자 벤 호로위츠(Ben Horowitz)개인 블로그이다. 실리콘밸리의 가장 크고 명성이 높은 벤처캐피털 중 하나인 안드리센 호로위츠(Andreesseen Horowitz)의 공동창업자이자, 글을 가장 잘 쓰는 벤처캐피털리스트 중 한명인 벤 호로위츠는, 무려 1,000만명이 읽고 있다는 그의 블로그에 자기가 왜 Christian이라는 사업가에게 사업 모델에 대해서 듣기도 전에 투자를 결심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A few months ago, Aneel Bhusri offered to introduce me to one his favorite entrepreneurs. Since Aneel is, for my money, the best enterprise venture capitalist in the world, I immediately agreed and Aneel did not disappoint. He introduced me to Christian Gheorghe, founder of TIAN Software, a predictive analytics company acquired by OutlookSoft, where, as Chief Technology Officer, he introduced important and innovative Enterprise Performance Management applications into the market. OutlookSoft was eventually acquired by SAP. (몇달 전, 아닐 부스리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창업가 한 명을 만나보라고 제안했다. 나는 즉시 수락했고, 아닐은 실망시키지 않았다. 크리스천 게오르그라는 TIAN Software 창업자였는데, 회사를 OutlookSoft에 매각한 후 CTO로서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들었으며, OutlookSoft는 최종적으로 SAP에 매수되었다.)

Christian grew up under a totalitarian communist government in Romania during the 1970s and 80s. He first journeyed to the US in 1989 when he arrived knowing no English, almost nothing about capitalism, and with $27 in total assets. He began his new life working in construction before moving into the more lucrative limousine driving business. Through these efforts he was able to generate enough money to put himself through school, learn English and re-enter the workforce using his original field of study, computer science. Eventually, he founded his own company and completed the remarkable journey from Communism to Entrepreneur in one lifetime. (크리스천은 완전한 공산주의였던 루마니아에서 자랐다. 그가 1989년에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영어를 한 마디도 못했으며, 자본주의에 대해서도 몰랐고, 주머니엔 27달러밖에 없었다. 공사장에서 일을 시작한 후에 리무진 운전 기사가 되었다. 그 돈으로 학교를 다니고, 영어를 배운 후에 컴퓨터 공학을 공부했다. 결국 자신의 회사를 만들었고, 하나의 인생에서 공산주의에서 창업가로서의 놀라운 여행을 마무리지었다.) After hearing Christian’s background, and prior to hearing anything about his new company, I was ready to co-fund him with Aneel. (크리스천의 백그라운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자, 그의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듣기도 전에, 나는 이미 그에게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크리스천이 벤에게 가져온 것은 무엇이었는가? 스토리였다. 다른 사람이 감탄하면서 듣게 만드는 그의 인생 스토리이다. 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크리스천이 만든 그 회사의 이름은 Tidemark이며, 그 이후 추가 펀딩에 성공하며 잘 성장하고 있다.

2. CEO가 가져야 할 중요한 자질, 스토리텔링

벤은 또한 그의 회사가 어떻게 투자를 받기 위해 찾아온 CEO들을 평가하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썼다. 그 중 한 단락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The CEO must set the context that every employee operates within. This context gives meaning to the specific work that people do, aligns interests, enables decision-making and provides motivation.Well-structured goals and objectives contribute to the context, but they do not provide the whole story. More to the point, goals and objectives are not the story.  The story of the company goes beyond quarterly or annual goals and gets to the hardcore question of whyWhy should I join this company? Why should I be excited to work here? Why should I buy your product? Why should I invest in the company? Why is the world better off as a result of this company’s existence? (CEO가 정해놓은 컨텍스트 안에서 직원들이 움직인다. 이 컨텍스트는 사람들이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관심을 하나로 맞추며, 의사 결정을 이끌어내고, 동기 부여를 제공한다. 잘 정리된 목표와 목적이 있으면 도움이 되지만, 그것들이 스토리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꼬집어 이야기하면, 목표와 목적은 스토리가 아니다. 회사의 스토리는 분기, 또는 연간 목표를 넘어 “왜?”라는 질문에 도달하게 만든다. 이 회사에 합류해야 하는가? 여기서 일하면 재미있을까? 당신의 제품을 사야 하는가? 내가 당신의 회사에 투자해야 하는가? 이 회사가 존재함으로서 세상이 더 나아지는가?) A company without a story is a usually a company without a strategy. (스토리가 없는 회사는 대개 전략이 없는 회사이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스토리가 없는 회사는 전략이 없는 회사이다. 처음에 아무리 창업자가 비전과 큰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다 하더라도 비전이나 목표는 너무 장대해서 현실감이 떨어질 수 있고, 회사의 성장과 함께 계속 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왜” 이 회사를 만들었는가에 대한 스토리는 변하지 않는다. 스토리는 살아서 직원들에게, 투자자들에게, 그리고 고객들에게 계속 퍼져나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사람들의 머리 속에 ‘강하게’ 기억된다.

3.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스토리

Fact tells, but story sells라는 말이 있다. 한글로 뭐라고 번역해야 할 지 조금 애매한데, ‘사실’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그칠 뿐이지만 ‘스토리’는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는 뜻이다. 다니엘 레비스라는 한 마케팅 컨설턴트가 쓴 글, “11 Reasons Why Facts Tell and Stories Sell“을 읽어보면 더 공감이 된다. 스토리가 왜 강력한 무기인지, 왜 스토리가 사람들의 경계심을 허물고 구매 결정을 쉽게 하도록 도와주는지 11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한다. 하나만 인용해 보겠다.

The natural condition of your potential buyer is “guard up”, mind closed — afraid of having to think something new… of being taken advantage of… of looking foolish in front of others for making a bad purchase. They’re fighting you all the way. But when you sell with story there is little to resist against. You are not telling people what to think. You are simply showing them what happened in a similar situation to their own, and leaving it up to them to draw their own conclusions. (구매자들은 평소에 방어 준비를 하고 마음을 닫은 채로 있다. 그들은 새로운 것에 대해 생각해야 하거나, 바가지를 쓰거나, 잘못된 구매 결정을 내려 사람들 앞에서 바보가 될까봐 두려워한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당신의 물건을 사지 않겠다고 싸우고 있다. 그러나, 스토리를 전달하면 저항이 훨씬 줄어든다. 당신은 사람들에게 무엇을 생각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단순히 그들이 처한 상황과 비슷한 조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가를 보여준 후, 그들이 직접 결정을 내리도록 만든다.)

Purple Cow (보랏빛 소가 온다)의 저자로 유명한 미국의 사업가 세스 고딘은 그의 블로그에서 “위대한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방법 (How to tell a great story)“이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깨달음을 주는 좋은 글이니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마찬가지로 한 꼭지를 인용해보겠다.

Most of all, great stories agree with our world view. The best stories don’t teach people anything new. Instead, the best stories agree with what the audience already believes and makes the members of the audience feel smart and secure when reminded how right they were in the first place. (무엇보다도, 위대한 스토리는 우리의 세계관과 일치한다. 최고의 스토리는 사람들에게 뭔가 새로운 것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최고의 스토리는 청중들이 이미 믿고 있는 것을 이야기함으로써 그들이 똑똑하다고 느끼게 하며, 그들이 처음부터 옳았다는 것을 각인시켜줌으로써 안전하다고 느끼게 한다.)

The Storytelling Animal (이야기하는 동물)의 저자 조나단 고트쉘 (Jonathan Gottshall)은 “Why Storytelling is the Ultimate Weapon(왜 스토리텔링이 궁극적인 무기인가)“라는 짧은 글에서, 사람들이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나 스프레드시트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며, 다른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Once upon a time..(옛날 옛적에..)”으로 스토리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4. Frame of Reference (기준 좌표계)

다시 ‘실리콘밸리에서 투자받기’로 돌아가 보자. 투자자들은 물론 매출이 얼마나 나왔는지, 한국에서 얼마나 많은 고객들이 쓰는 제품인지, 얼마나 기술력이 좋은지에 관심이 많지만, 그들의 마음이 궁극적으로 ‘스토리’에 의해 움직인다고 가정한다면, 그들에게 어떤 스토리로 접근해야 할 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여야한다는 것이다. 물리학에서 ‘Frame of Reference(기준 좌표계)’라는 용어가 있다. 두 물체의 상대적인 거리나 속도를 계산할 때 기준 좌표계를 정하고 두 물체를 같은 좌표계에 놓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뭐든 계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Frame of Reference (기준 좌표계). 두 물체를 먼저 같은 좌표계 위에 올려놓아야 계산이 가능하다. (출처: ScienceDirect.com)

기준 좌표계가 다르면 공감을 하기 힘들다. 미국에서 자라 미국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에게, 한국 환경, 한국 고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그냥 멀게만 느껴질 뿐이다. 물론 한국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기술이 많이 발전한 나라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여전히 ‘바다 건너 이야기’일 뿐이다. 창업자가 한국의 명문대를 졸업했다고 해도 ‘똑똑한가보다’ 하는 정도이지, 하버드나 MIT, 스탠포드를 졸업했다고 했을 때 머리 속에 연상될만한 그런 이미지는 없다.

2010년에 찰스 리버 벤처스, 리드 호프만, 그레이록 파트너스, 마크 안드리센, 조이 이토 등 미국의 올스타 벤처 캐피털및 투자자들로부터 500만 달러의 Series A 투자를 받았고, 현재에는 페이스북에서 무려 470만명의 팬을 가진 서비스인 Viki.com을 창업한 호창성, 문지원 대표. 그들이 이런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CEO의 영입, 가파른 유저 증가 추세, 그리고 라이센스 계약의 성공 등도 있지만, 그 뒤에는 미국의 투자자들이 공감할 수 있을만한 그러한 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호창성씨는 스탠포드대 MBA를 졸업했고, 문지원씨는 하버드대 교육학 석사를 전공했다. 문지원씨가 하버드대학에 있을 때 아이디어를 생각해냈고, 호창성씨는 MBA과정 중에 사업을 시작하면서 그 아이디어를 많은 사람들에게 피치하며 다듬었고, 그 과정 중에 미국 유명 VC로부터 엔젤 투자를 받았다. 그래서 테크 크런치에 나온 기사를 보면 “하버드에서 시작되었고, 싱가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팔로 알토에 사무실을 둔 회사”라고 인용한다. 어찌 보면 이 자체도 하나의 스토리이다.

5. 샤크 탱크, 그리고 스토리의 힘

내가 가장 좋아하는 TV 쇼 중의 하나로 블로그에서 지난번에 소개했던 샤크 탱크를 보다 보면 스토리가 가진 힘의 진수를 알 수 있다. 수많은 창업가들이 다섯 명의 백만장자 앞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투자를 요청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투자자를 움직이는 것은 제품의 우수성이나 매출 규모가 아닌 스토리이다. 창업가들은 왜, 무엇이 불편해서 그런 아이템을 만들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그동안의 과정을 설명한다. 스토리의 설득력에 따라서 투자하려다가 그만두기도 하고, 투자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마음을 바꾸기도 한다. 투자자들이 투자 결정을 내리기 전에 아주 자주 쓰는 말이 “I like you, and I loved your story (당신이 맘에 들어요, 그리고 그 스토리가 정말 좋았어요.)”이다.

어제 보았던 에피소드(Season 4, Episode 6)에서도 이런 장면이 나왔다. 단백질 에너지 드링크를 만든 뉴저지 출신의 한 여성이, 수퍼볼 챔피언이었으며, 샌프란시스코 49er 소속의 미식 축구 선수인 브랜든 제이콥스(Brandon Jacobs)와 함께 등장했다. 그녀는 자신의 에너지 드링크가 왜 마시기 편리한지, 얼마나 유일한 제품인지, 얼마나 많은 상점을 통해 배급되고 있는지에 대해 한참 이야기했고, 가만히 옆에서 듣고 있던 브랜든은 샤크 중 한 명이 “이 제품을 선수들에게 주니 좋아하던가요?”라고 묻자 비로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샤크탱크 쇼에서 투자자들에게 에너지 드링크 제품 대한 투자를 요청하기 위해 나온 브랜든과 타냐.

“저는 샌프란시스코 49er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프타임 중에 락커룸에서 사람들에게 이 드링크를 주니 다들 좋아했어요. 그것 때문에 두 번째 경기가 더 잘풀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다들 기분 좋아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 샤크들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회의적이던 그들의 얼굴에 미소가 돌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Fubu의 창업자 데이몬드는 “난 그 이야기를 믿어요. 맘에 듭니다.”라고 이야기한다. 투자자들의 한 명인 바바라 코코란(Barbara Corcoran)은 투자를 거절하겠다며 다음과 같이 따끔하게 충고했다.

타냐, 당신은 상품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는 것을 실패했어요. 제품 포장도 좀 헷갈리구요. 그리고 브랜든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해야겠어요. 당신은 브랜든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처음으로 그의 말이 흥미로워진 순간은 그가 락커룸 이야기를 할 때였어요. 앞으로 누군가에게 피치할 때는 브랜든이 시작하게 하세요. “제가 락커룸에 있을 때였습니다…” 이렇게요.

스토리가 개인화되어야 하고 설득력이 있어야 하며, 마케팅 피치를 할 때는 스토리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6. 스토리텔링, 한국과 미국

가만히 보면 미국 회사들은, 그리고 미국 사람들은 스토리 전달에 유난히 신경을 많이 쓴다. 이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대표적인 차이를 보여주는 것은 “바이오그래피(biography)”이다. 줄여서 ‘바이오’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누군가를 소개할 때 한국에서는 학력과 약력만을 강조하는 반면, 미국에서는 반드시 ‘스토리’가 포함된 ‘바이오’를 강조한다. 이 ‘바이오’에는 어느 학교를 졸업했고 어느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정보가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업적을 이루었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때로는 어디에 사는지, 취미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 바이오가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이오를 가지고 있으며 계속해서 가다듬는다. 나 역시 자주 사용하는 바이오를 만들어서 가지고 있으며, 종종 업데이트를 한다. 이것을 읽으면 그 사람에 대해 상상을 할 수 있다.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 무슨 역할을 맡고 있는지의 정보만으로는 이미지를 상상하기 힘들다.

트위터 공동창업자 잭 도시(Jack Dorsey)의 바이오(bio). 학력이나 경력 대신 그의 스토리가 담겨 있다. (출처: CrunchBase.com)

한국와 미국의 이러한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 중 또 하나는 회사 소개 페이지이다. 나는 어떤 회사의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반드시 “Management(경영진)” 페이지를 살펴본다. 어떤 경력을 가진 사람이 회사를 만들었고, 어떤 사람들이 경영진의 주요 멤버인지를 보면 그 회사에 대해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다. 한편, 한국 회사 중에서 경영진들을 잘 소개하는 페이지를 거의 본 적이 없다. 보통 ‘회사 소개’ 페이지에 가 보면, ‘CEO 인사말’이라고 해서, 식상하고 진부한 인사말을 집어넣고 ‘조직도’라는 페이지를 넣어두는데, 나는 사실 그런 것보다는 경영진들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회사의 성장에 따라 계속 바뀌게 되는 조직도는 굳이 회사 소개에 넣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조직도가 전달하는 ‘스토리’는 아주 미미하기 때문이다. 아래는 한국의 한 중소기업의 회사 소개 페이지에서 발견한 것이다. 경영진의 이름 말고는 그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해왔고, 현재 어떤 일을 담당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고, 한편 아래와 같이 조직도가 소개되어 있다. 이 조직도를 통해 전달하려는 정보가 무엇인가? CEO만 녹색으로 되어 있는데, CEO가 그만큼 대단한 사람이라고 강조하고 싶은 것일까? 조직도를 봐서는 나머지는 꼭 CEO를 위해 존재하는 부속품인 것처럼 보인다. 한편, 번호가 붙은 개발팀이 9개나 있는데, 그것도 왜 다른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정보인지 잘 모르겠다.

한 한국 중소 기업의 회사 소개 페이지 중 일부. 이러한 조직도는 스토리를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별로 필요가 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각 본부의 장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자세히 소개하는 편이 훨씬 좋을 것이다.

반면, 미국의 회사들을 보면 항상 경영진 소개 페이지가 따로 있고, 이 페이지에 상당히 정성을 들인다. 이것은 배울 점이라고 생각한다. 구글의 경영진 소개 페이지가 좋은 예이다. 아래는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중소 기업’인 Climate.com의 Leadership 페이지인데, CEO를 비롯해서 회사의 경영을 담당하는 사람들을 한 명씩 아주 자세히 소개해 놓았다.

샌프란시스코의 중견 기업인 Climate.com의 소개 페이지. 경영진을 한 명 한 명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한국 vs 미국 이야기로 잠깐 샜는데, 결국 강조하고 싶은 것은 ‘스토리’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개인 뿐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도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측면에서 보면, 미국의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이 스토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내 경우를 보아도 그렇다. 자전거로 운동할 때 그 경로를 기록해주는 GPS 트래킹 앱을 예로 들어보자. 아이폰 앱스토에서 이런 역할을 하는 앱은 10개도 넘는다. 그 중 내가 쓰는 앱은 Strava이다. 왜 내가 이 앱을 쓰는가? 친구의 추천을 받기도 했고, 써보니까 인터페이스가 깔끔하고 속도가 빨라서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이 앱을 만든 사람들의 스토리가 좋았기 때문이다. 홈페이지에서 ‘About‘을 클릭하면 아래와 같은 말로 시작한다.

Strava grew out of our own needs as athletes. With busy lives requiring much solo training, we missed the sense of camaraderie and friendly competition that drove us to achieve our best through training with others. We envisioned Strava as the means to put our workouts and races into context. We call that social fitness. (스트라바는 운동을 좋아하는 우리 자신의 필요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운동을 혼자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과의 우호적 경쟁을 할 때만큼 최선을 다해서 운동하게 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운동하는 정보를 다른 사람들의 정보 속에 놓아 비교가 가능하도록 Strava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소셜 피트니스’라고 부릅니다.)

그 아래에는 Strava를 만드는 사람들의 사진을 올려두었다. 마우스를 올리면 그들의 이름과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가 나온다. 이렇게 함으로써, Strava는 아웃도어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것이 바로 회사가 전하고 싶어하는 스토리이다. 이런 것을 보면 제품에 대해 신뢰를 가지게 된다. 이렇게 해서 확보된 신뢰는 웬만해서는 잘 사라지지 않는다.

Strava의 About 페이지에 등장하는 팀 소개

7. 가장 강력한 스토리에 대하여

제품을 홍보하는 스토리 중 가장 강력한 것은 본인의 스토리이다. ‘왜’ 만들기로 결심했는지를 보여주는 스토리. 미국에서 성공한 많은 서비스들은 이러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Netflix는 블락버스터에서 비디오를 빌렸다가 연체료를 잔뜩 물고 나서 짜증이 나서 만들어진 회사고, AirBnb는 창업자 둘이 컨퍼런스에 참석했다가 방을 구하기가 힘들어 만든 회사이다.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스토리는 유투브를 창업한 계기이다. 이 스토리는 인터뷰, 책, 뉴스 기사 등을 통해 끝없이 반복되었고, 그 강력한 한 줄의 스토리는 투자자, 직원, 그리고 고객들을 사로잡았다. 아래는 위키피디아의 Youtube 페이지의 두 번째 문단이다.

According to a story that has often been repeated in the media, Hurley and Chen developed the idea for YouTube during the early months of 2005, after they had experienced difficulty sharing videos that had been shot at a dinner party at Chen’s apartment in San Francisco. Karim did not attend the party and denied that it had occurred, while Chen commented that the idea that YouTube was founded after a dinner party “was probably very strengthened by marketing ideas around creating a story that was very digestible”. (미디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스토리에 따르면, 헐리와 체드는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첸의 집에서 저녁 파티를 하며 비디오를 찍었는데, 그것을 공유하기가 어려워서 2005년 초에 유투브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었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 유투브의 또 다른 공동창업자 카림(Karim)은 그 파티에 참가하지 않았고, 그런 일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 스토리가 사실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사람들이 그 스토리를 바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2005년 당시의 사람들에게 그런 불편한 경험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많은 한국 회사들이 미국에 진출하지만 대부분 투자자들이나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실패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사람들에게 쉽게 전달되고, 사람들이 기억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또다시 전달할 수 있는 스토리가 부족해서가 아닐까 한다.

8. 마지막

이제 이야기를 정리해 보겠다. 후배들에게 가끔 “선배님이 제 나이로 돌아간다면 무슨 일을 하시겠어요?”라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다. 사실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난감한 질문인데, 내가 종종 하는 조언은 “무엇이 되었든,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일을 해보라”는 것이다. ‘Start A Real Movement’, 즉 삶(SARM)이라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기 위해 미국과 캐나다의 명망 있는 사회적 기업들을 탐방하며 탐방기를 블로그에 올리고 있는 백운용씨. 지난 6월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메릴린치에서 일하고 있었고,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세계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위와 같은 질문을 했던 것은 아니지만, 내가 그 때 했던 말은 ‘스토리는 자기만의 색깔이며, 자신에게만 남는 것이고, 궁극적으로 큰 가치를 가질 것이다’는 것이었다. 얼마 후, 그는 회사를 그만 두고 SARM을 시작했으며, 오직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강력한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 강력한 스토리는 계속해서 퍼져나갈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것이고,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브랜드를 만들어줄 것이다.

내가 감명깊게 읽었던 피터 구버의 책, “Tell to Win”에서 나온 단락 하나를 인용하며 이 글을 마친다.

The Trojan Horse was a delivery vehicle in disguise. So, too, are purposeful stories. They cleverly contain information, ideas, emotional prompts, and value propositions that the teller wants to sneak inside the listener’s heart and mind. Thanks to their magical construction and appeal, stories emotionally transport the audience so they don’t even realize they’re receiving a hidden message. They only know after the story is told that they’ve heard and felt the teller’s call to action. (트로이 목마가 군사를 숨기기 위해 변장을 하고 배달되었던 것처럼, 목적이 있는 스토리도 마찬가지이다. 그러한 스토리는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의 머리와 마음에 심어주고 싶어하는 정보, 아이디어, 감정적 촉발, 상품 핵심 가치 등을 교묘하게 숨기고 있다. 스토리가 가진 마법적인 힘 덕분에, 청중들은 숨겨진 메시지를 듣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깨닫지 못한다. 스토리를 모두 듣고 나서, 말하는 사람이 뭔가 액션을 취하도록 유도하면 그제서야 그 사실을 깨닫는다.)

당신은, 그리고 당신의 회사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가?

내가 좋아하는 실리콘밸리 여행지 7곳

베이 주변에 있다고 해서 Bay Area라고 부르는 이 곳 실리콘밸리. LA에서 2년의 공부를 마치고 이 곳에 와서 정착한 지 이제 3년이 조금 넘었다. 그동안 주말을 이용해서 여행을 참 많이 했는데, 가끔씩 LA의 아름다운 해변과 따뜻한 날씨가 그립기는 하지만, 이곳에는 산, 강, 바다, 호수가 고르게 섞여 있어 더 다채로운 자연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여기가 더 마음에 든다.

대부분의 관광객 또는 방문자들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머물다가 돌아가지만, 사실 볼만한 좋은 여행지는 샌프란시스코를 벗어난 곳에 있다. 그동안 여기 방문하는 사람들로부터 좋은 곳 추천해달라고 부탁을 받기도 하고, 내가 나서서 추천해주기도 하는데, 이번에 글로 한 번 정리를 해볼까 한다. 다만, 샌프란시스코를 벗어나면 대중교통이 잘 발달해있지 않으므로 자동차가 꼭 필요하다.

1. 빅 서(Big Sur) 1번 도로

샌프란시스코에서 LA로 이어지는 1번 도로

이 곳에 여행오는 사람 모두에게 반드시 보고 가야 한다고 추천해주는 곳이다. 왼쪽엔 깎아지른 산, 오른쪽엔 끝이 안보이는 바다, 그 사이로 자동차가 질주하는 광고의 한 장면, 그런 곳을 차로 직접 달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간 때는 거의 항상 날씨가 좋았는데, 파란 하늘과 산 사이를 달리는 기분이 정말 좋아, 언제 가도 좋은 곳이다. 1번 도로는 캐나다에서 미국을 거쳐 남미까지 아주 길게 이어지는 서부 해안도로가이다. 시간이 없다면 위 지도에서 보이는 줄리아 파이퍼 번즈 주립 공원 Julia Pfeiffer Burns State Park까지 가서 아름다운 폭포를 보고 돌아오면 된다. 한 번은 래기드 포인트 인 Ragged Point Inn에서 하루 자고 아침을 맞은 후 돌아왔고, 그 다음에는 빅 서 Big Sur에서 캠핑을 했는데, 둘 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캠프그라운드를 예약하려면 ReserveAmerica.com을 이용하면 된다. 줄리아 파이퍼 번주 주립 공원 캠프그라운드에 갔었는데, 캠프사이트도 크고, 샤워 시설 등 편의 시설이 잘 되어 있고, 근처에 하이킹 코스도 많아 좋았다.

한 번은 산호세에서 출발하여 3일에 거쳐 1번 도로를 타고 LA까지 운전해서 내려가면서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앞에 보이는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서 10분마다 차를 세워야 할 정도였다. 그 때 찍은 중, 마음에 드는 사진 두 장을 골라보았다.

캘리포니아 해변 도로를 타고 내려가다보면 이러한 아름다운 경치를 끝없이 볼 수 있다.
Julia Pfeiffer Beach. 폭포, 모래사장, 그리고 에메랄드 빛 바다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절경.

2. 몬터레이(Monterey)와 카멜(Carmel-By-the-Sea)

몬터레이와 카멜

두 번째로 꼽고 싶은 여행지. 아내와 내가 매우 좋아하는 곳이다. 집에서 1시간 반이면 닿는 거리에 있어서 주말을 이용해서 쉽게 갔다 올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는 길에 거대한 딸기 농장도 볼 수 있다. 한 번은 가다가 차를 세워 밭을 구경했다가 커다란 딸기 두 박스를 공짜로 얻기도 했다.

몬터레이에는 유명한 17 마일 드라이브가 있다. 차 대당 약 9달러를 내야 입장할 수 있는데, 최소한 4시간 정도 여유를 가지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부모님이 오셨을 때 여기를 같이 갔더니 “여기에 안 와봤으면 후회할 뻔 했다”며 무척 좋아하셨다. 해변을 따라 길게 나 있는 도로 중간 중간 아름다운 곳이 많다. 바다 옆에 서서 티샷을 날리는 골퍼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17 Miles 드라이브에서 만날 수 있는 골퍼들. 여기서 바다를 건너 무사히 맞은편까지 티샷을 날려야 한다.

17마일 드라이브 끝자락에는 내셔널 지오그래피에서 세계 10대 골프장의 하나로 꼽은 페블 비치 골프장이 있는데, 이 곳에 도착하면 페블 비치 랏지(The Lodge At Pebble Beach)의 레스토랑에 가서 샌드위치를 먹거나 테라스에 앉아 페블 비치 골프장의 18번 홀과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셔도 좋다. 미국은 골프가 참 싸지만, 이 곳은 예외다. 18홀에 약 500달러 정도 하며, 몇 달 전에 예약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랏지에서 숙박하려면 가장 싼 방이 하루 715달러이다. 이 근처에는 말도 안되게 크고 고급스러운 집들도 잔뜩 있다.

17 Miles Drive 끝자락에 있는 페블 비치 골프장 18번 홀. Lodge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이들을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한편, 몬터레이 북쪽 해안을 따라 걸어서 Lovers Point Park에 가 보는 것도 추천한다. 여기를 걷다가 바닷가의 돌에 바다를 보며 샌드위치를 먹던 생각이 난다. 이 곳에 아쿠아리움도 있어 가보았는데 크지는 않지만 꽤 괜찮았다.

몬터레이 아래에 위치한 카멜-바이-더-씨 Carmel-By-the-Sea는 그 이름 그대로 바다 옆에 있는 매우 아름답고 부유한 마을인데, 특히 이국적인 분위기의 다운타운이 아주 매력적이다. 예쁜 샵들과 카페, 갤러리, 레스토랑, 호텔 들이 자리 잡고 있어 걷기 좋은 곳이다. 내가 좋아하는 곳은 입구쪽에 위치한 쇼핑몰과 갤러리들, 그리고 다운타운 중간쯤의 PortaBella라는 프랑스 음식점이다. 뉴욕타임즈의 ‘카멜에서 36시간 보내기 36 Hours in Carmel-by-the-Sea‘라는 기사도 참고.

카멜 다운타운의 프랑스 음식점, 포르타벨라 PortaBella (출처: Yelp.com)

카멜 다운타운 끝에는 길고 아름다운 해변이 있다. 파도가 적당해서 서핑을 해도 좋고, 부기 보드(Boggie Board)를 가지고 그냥 들어가서 놀아도 좋다. 다만, 물이 약간 차가우니 Wet Suit을 입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카멜 해변 Carmel Beach

3. 소살리토 (Sausalito)와 티뷰론 (Tiburon)

샌프란시스코에 방문했는데 소살리토에 들러보지 않고 돌아가면 안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보다 훨씬 예쁜 곳이다. 2004년쯤 출장 왔다가 처음 방문했는데, 언젠가 캘리포니아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게 한, 나에게 깊은 인상을 준 곳이었다.

소살리토 언덕위의 집들 (출처: Flickr)

소살리토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금문교를 건너면 바로 나온다. 다운타운도 인상적이지만, 집들도 각각 특색 있고 예뻐서 언덕 위의 집들을 천천히 구경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제법 비싼 집들도 많이 있는데, Zillow.com에서 찾아보니 2010년에 지은 방 네 개 짜리 집 하나는 가격이 $2.85M, 즉 30억원 이상이다 (무척 좋아 보이기는 한다).

소살리토의 고급스러운 집 중 하나. 현재 $2.85M(약 30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보다 재미있게(그리고 의미있게) 소살리토에 가는 방법은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곳이 많이 있는데, 내가 항상 가는 곳은 블레이징 새들스 Blazing Saddles이다. 역사적인 건물인 기라델리 초콜렛 Ghirardelli Chocolate 공장 바로 옆에 있는데, 이 곳에서 출발하면 자전거 도로를 통해 금문교를 건너 소살리토에 도달할 수 있다. 한 시간 이상 걸리고, 금문교까지 올라갈 때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기억에 남을 이벤트가 될 것이다. 가는 길에 금문교 아래쪽으로 빠지면 금문교 다리 바로 아래에서 올려다볼 수 있다. 그리고, 금문교를 건너다가 중간에 멈춰서 다리 아래에 지나가는 보트들을 구경해도 좋다. 일단 자전거로 소살리토까지 가게 되면 대형 보트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올 수 있다. 처음 자전거 빌릴 때 아예 돌아오는 보트 티켓을 사면 편하다.

소살리토에서 내가 좋아하는 레스토랑은 Horizons이다. 여기 패티오(Patio)에 앉으면 바다 건너편 샌프란시스코 전체가 한눈에 보인다. 리모델링 후 The Trident라는 이름으로 다시 오픈했다.

어떤 사람들이 도대체 여기 사는가 해서 한 번 말을 걸었던 적이 있는데, 실리콘밸리에 있는 회사의 엔지니어이인데 주로 재택근무를 하고 가끔 회사에 간다고 해서 참 멋진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우리 회사에도 그렇게 좋은 마을에 살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출근하는 직원들이 있기는 하다.

한때 자동차 이름으로 쓰여 익숙한 마을 티뷰론 Tiburon 은 소살리토보다 조금 북쪽에 있는 마을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조금 더 멀어서 그런지 보다 한적하고 조용한데, 소살리토보다 더 부유한 마을이다. 주말에 가면 다운타운 근처에 바다 위를 하얗게 메꾼 요트들을 볼 수 있다.

티뷰론 Tiburon 마을을 하늘에서 본 것 (출처: Flickr)

티뷰론을 천천히 한 바퀴 돌려면 2시간 정도 걸린다. 마찬가지로 집들을 구경하면 재미있는데, 주말에 가면 오픈하우스 (팔려고 내놓은 집을 공개하는 것) 하는 집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샌프란에서 더 멀지만 집값은 소살리토보다 더 비싸다. 이 곳에는 무려 100억원이 넘는 집도 있다. 해안에 위치한 어떤 집 안에 들어가서 본 적이 있는데, 집집마다 뒷마당에 보트가 정박되어 있었다. 보트를 타면 금방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도착할테니, 거기 살면서 보트로 샌프란시스코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 뮤어 우즈 내셔널 마뉴먼트 (Muir Woods National Monument)

영화 ‘혹성 탈출 진화의 시작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에 보면, 마지막 장면에 침펜지들이 탈출하여 나무가 가득한 자연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 나무 중 하나에 올라 샌프란시스코를 멀리서 바라보는 장면과 함께 영화가 끝이 난다. 이 장면을 촬영한 곳이 바로 Muir Woods이다. 높고 곧게 뻗은 레드우드 나무가 가득한 숲인데, 들어가면 신비스러운 느낌이 든다. 소살리토와 티뷰론 사이 정도에 있으니 같이 묶어서 여행해도 좋다. 하지만, 하이킹을 제대로 하려면 일정을 따로 내는 것이 좋다. 게다가, 주말에 워낙 인기가 많아 아침 일찍 가지 않으면 주차를 굉장히 멀리에 하고 걸어들어가야 한다.

뮤어 우즈 내셔널 마뉴먼트 Muir Woods National Monument (출처: Fluidr.com)

사실, 레드우드 나무는 캘리포니아 북쪽에 매우 흔해서 많은 곳에서 볼 수 있다.

5. 하프문 베이(Half Moon Bay)의 리츠칼튼 호텔

고급스러우면서 아름다운 곳. 하프문 베이 자체도 예쁘지만, 여기 위치한 리츠칼튼 호텔이 정말 좋다. 골프장과 어우러져 멋진 분위기를 내는데, 여기 레스토랑이 분위기도 좋으면서 맛이 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곳은 호텔 코트야드인데, 여기서 바다를 보며 칵테일 한 잔을 하면 좋다. 요청하면 담요를 주고, 군데 군데 난로(?)가 있어 바닷 바람이 다소 차가워도 괜찮다.

하프문 베이 리츠칼튼 호텔 (출처: Oyster.com)

6. 스탠포드 대학과 팔로 알토 유니버시티 거리 (University Avenue)

스탠포드 대학의 교정이 아름답다는 것은 굳이 여기에서 말하지 않아도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동안 여행하면서 미국 동부와 유럽, 중국 등의 다양한 캠퍼스를 많이 방문해 보았는데, 적어도 지금까지 본 중에는 스탠포드 대학이 최고였다. 2004년에 처음 방문했을 때 입을 다물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지중해의 리조트에 있는 느낌이었다. 캠퍼스가 너무 아름다워서 공부에 과연 집중이 될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막상 그 안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캠퍼스를 감상할 틈도 없는 것 같다.

스탠포드 대학 앞의 유니버시티 거리(University Avenue)는 언제 가도 참 분위기가 좋은 곳이다. 워낙 자주 가기 때문에 주요 레스토랑이나 카페는 다 한 번씩 가본 것 같다. 사업가와 벤처캐피털리스트의 만남의 장으로 알려진 유니버시티 카페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샐러드 가게인 플루토스(Pluto’s)도 있고, 몇달 전 오픈한 파리바게뜨도 있다 (장사가 무척 잘된다). 무엇보다, 이 곳에는 Palantir Technologies, Survey Monkey, Waze, Quora, Shazam, TuneIn, Flipboard, Ning등 수많은 유명한 스타트업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사무실 렌트비가 무척 비싸다. 페이스북도 처음에 이 곳에서 시작했다.

팔로 알토 다운타운, 유니버시티 거리. 어느 토요일 오후에 찍은 사진.

7. 타말파이스 주립 공원(Mt. Tamalpais State Park), 스틴슨 비치(Stinson Beach), 토말레스 베이 오이스터 농장 (Tomales Bay Oyster Company)

이 동네에 산이 많아 하이킹을 종종 하는데, 그 중 가장 좋아하는 곳은 샌프란시스코 북쪽에 위치한 타말파이스 산이다. 이곳은 산악자전거가 처음 시작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스틴슨 해변에서 출발해서 올라가면서 차츰 절경을 볼 수 있다. 이 산은 습도가 높아 안개가 자주 끼는데, 그래서 더 신선하고 좋다. 정상은 약 2571피트 (783미터) 정도로 그리 높지 않다. 스틴슨 비치는 이 산 근처에 있는 아름다운 해변인데, 샌프란시스코에서 멀지 않은 따뜻한 해변이라 그런지 주말에 사람이 꽤 많다.

스틴슨 비치 (Stinson Beach). Tamalpais 산에 올라가면서 보면 더 멋지다. (출처: Wikipedia)

여기서 북쪽으로 약 30분 거리의 토말레스 베이에는 굴 농장이 있다. 사람들과 몇 번 갔었는데, 정말 굴을 실컷 먹을 수 있다. 무시무시할만큼 큰 굴 50개가 75달러인데 이거면 8명이 가서도 질리도록 먹을 수 있다. 굴을 좋아한다면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

그 외

주요 여행지 7곳을 뽑았지만, 그 외에도 좋은 곳이 정말 많다.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1. Big Basin State Park: 여기에도 레드우드 나무가 정말 많다. 수천년동안 그대로 유지해온 듯한 숲이다. 여기 캠프사이트도 정말 잘 되어 있다.
  2. Portola State Park: Big Basin 옆에 있는데, 여기도 레드우드 나무로 가득하며, 캠프사이트도 잘 되어 있다. 여기에서 사람들이 안 다니는 곳으로 하이킹하다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잘게 깨져있는 수많은 바위를 봤다. 풍화로 인해 바위가 이미 깨져 있었는데, 아무도 그 곳을 지나다니지 않다 보니 금이 가서 깨진 채로 그대로 있는 것이다. 이 바위를 발로 차거나밟으면 산산조각이 난다. ‘바윗돌 깨뜨려 자갈돌’이 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한 곳. 🙂
  3. Lake Merced Park: 샌프란시스코 서쪽에 있는 공원이다. 여기 골프장이 분위기가 좋다.
  4. Pacifica: 샌프란시스코에서 멀지 않은 해변 마을인데, 분위기가 독특하다. 여기 Taco Bell은 해변에 위치해 있어 미국 전체 프렌차이즈 중에서 가장 경치가 좋다고 한다.
  5. Gilroy: 큰 아웃렛이 있어 쇼핑하기 좋은 곳. LA 아웃렛 만큼 명품이 많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웬만한 브랜드가 많이 있어 그럭저럭 괜찮다.
  6. Chabot Regional Park / Campground: 호수가에 위치한 공원인데, 하이킹 코스도 잘 되어 있고, 캠핑도 가능하며, 호수가 꽤 커서 카약을 빌려서 타면 좋다.
  7. Battery Spencer: 금문교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금문교 끝자락에 위치한 커다란 주차장에서 감상하지만, 이 곳에 오면 훨씬 가까이, 그리고 더 생생하게 금문교를 볼 수 있다. 근처의 마린 헤드랜드 (Marine Headlands)도 자연이 잘 보존된 아주 멋진 곳이다.
  8. Napa Valley: 너무 유명한 곳이라 설명이 필요 없다. 와인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예쁜 와이너리 이곳 저곳을 방문하며 한 모금씩 하다 보면 와인에 취하고 자연에 취한다.
  9. Tilden Regional Park: 버클리대 뒤쪽 언덕 위의 공원이다. 얼마 전에 이 곳에서 결혼식을 한 친구가 있어서 처음 가봤는데, 바다 건너 샌프란시스코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경치가 아주 좋았다.
  10. Mount Diablo State Park: 1,178m로, Bay Area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하이킹하거나 자전거를 타기에 좋다.
  11. Lick Observatory: 산호세 뒤쪽 Hamilton 산 위에 있는 천문대인데, 분위기가 독특하다. 여기 올라가면 산호세 시내가 한 눈에 보인다.

여기서 한 가지 추가할 말이 있는데, 샌프란시스코에 여행하는 사람들이 꼭 한 번 들르게 되는 Pier 39은 사실 그다지 볼 게 없는, 지극히 상업적인 곳이다.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은 갈 일이 거의 없는 곳이고, 아시아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며, 근처엔 질 낮은 기념품 가게들로 가득하다. 전에, 이 곳 근처에서 오랫동안 관광 사업을 하신 분을 만나 들은 이야기인데, Pier 39 마리나 및 근처 대부분의 상점들을 한 사람이 소유하고 있으며, 조그마한 상점 하나 렌트비가 한 달에 무려 2만 5천달러라고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Pier39를 처음 개발한 사람은 2006년에 7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Warren Simons라는 사업가이다(). 그는 Chevy’s라는 성공적인 멕시칸 레스토랑의 창업자로도 알려져 있다. 버클리 대학을 졸업하고 오랫동안 파일럿으로 일하다가 레스토랑 사업을 시작했는데, Pier 39에 레스토랑을 열겠다고 결심하고 5년간 상인들과 공무원들을 설득한 후에 1978년에 처음 레스토랑을 시작했다. 그곳이 지금은 샌프란시스코를 소개하는 관광 책자에 다 들어가 있으니 ‘사업 대박’이 난 셈이다. 지금은 그 회사가 Pier 39 Partnership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매일 매일 관광책을 보고 찾아오는 엄청난 수의 관광객 덕분에 불황을 모르고 돈 방석 위에 앉아 있다.

고시 제도 단상(斷想)

최근 몇 달동안 한국에서 온 후배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학교 생활 중에 시간을 내어, 또는 회사 휴가를 내고 실리콘밸리에 온 만큼 창업에 관심이 많았고, 익숙하던 환경에서 떠나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어하는 후배들이었다.

주변의 친구나 후배들이 고시에 너무 몰입해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내가 대학교에 다닐 때 고시가 참 유행이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5층 열람실, 6층 열람실을 줄여 “중도 5열”, “중도 6열”이라고 했는데, 여기에 들어가면 후끈한 기운과 함께 ‘고시 냄새’가 나곤 했다. 서울대 도서관 중 외부인에게 공개된 곳이기 때문에 더한 것도 있겠지만, 그 중 90%쯤은 고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나도 한 때 고시 공부를 하느라 거기에 앉아 있었다. 아침 8시에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앉아 두꺼운 헌법, 민법 책을 펼쳐들고 공부하다가 점심에는 학생 회관에 걸어가서 1200원짜리 밥을 사 먹고, 고시 공부하는 다른 형들과 함께 ‘팩차기’를 30분동안 한 후 다시 도서관에 들어오고, 저녁에는 1800원짜리 밥을 사먹고 다시 도서관에 들어와서 공부를 더 하다가 11시에 집에 가곤 했다. 6개월이 채 안가 결국 시험도 보지 않고 그만두긴 했지만, 그래도 잠깐의 공부 덕분에 ‘채권자취소권’, ‘가액 반환’, ‘사해 행위’, ‘근저당권설정계약’, ‘분묘기지권’, ‘대물변제’ 등 희안한 법률 용어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기는 했다. (쉬운 말로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법을 쓰면 좋은데 굳이 왜 일상생활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는 옛날 말로, 그것도 문장을 끊지 않고 길게 이어 이해하기 어렵게 법률을 작성해 놓았는지는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반면, 미국 헌법을 보면 표현이 조금 까다롭기는 하지만,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써놓았다.)

행정고시 사랑 카페에 가보면 무려 14만명이 가입해 있다. 한편, 신림동 고시촌에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현재는 로스쿨 등의 도입으로 예전과는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래도 고시 열풍은 여전히 남아 있는 듯하다. 일부는 성공적으로 ‘졸업’해서 고시촌을 빠져나가지만, 다른 일부는 그 곳에서 수년, 심지어는 10년 이상의 시간을 보낸다. 그 중에는 내가 잘 아는 사람도 있었다.

2008년, 2009년 당시의 고시촌의 모습을 묘사한 몇 개의 글을 찾았다. 50회 사법 시험을 합격하고 현재는 법무법인 화평에서 일하고 있는 한 변호사의 블로그에서 발견한 글들이다.

다음은 ‘고시촌 장수생의 비애’에서 인용한 것이다. 나도 고시 공부를 오랫동안 했던 사람을 만난 적이 있기에, 이 표현히 참 공감이 된다.

어느날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말야.내가 거의 3일정도를 아무말도 안하고 지난거 같더라.정말 다시한번 생각보니까 맞는거야.하기야 뭐 하루종일 고시원에 처박혀 있으니까 정말 말없이 지내게 되는거야 밥먹으로 식당에 갈때도 혼자 식권내고 그냥 먹으면 되고.또 고시원에 와서 책보고 그렇게 계속 반복되는 거야……꼭 무인도에 같혀 버린 로빈슨 크루스가 되어버린거 같은거야……이러다 정말 몇개월만 지나면 우리나라 말을 잊어버릴꺼 같더라고….가끔가다 정말 단어가 머리속에서는 맴도는데 생각이 안나는거야…참 환장하겠다…..;; 그래서 요즘은 가끔 벽보면서 혼자 대화해 우리말 안까먹으려고……..어떤놈이 보면 고시공부오래 해서 미쳤다고 하겠지….하하……….

이러한 고시촌의 모습, 미국에서는 참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다. 소위 ‘고시 학원’ 같은 것도 없다. 미국에서는 판사가 되려면 로스쿨에 가면 되고, 회계사가 되려면 대학교에서 회계학을 전공하면 된다. 국가 공무원이 되려면 하버드, 프린스턴 등 명문대를 졸업하거나 로스쿨을 졸업한 후 들어가면 된다. 물론 BAR Exam 등 최종 자격을 얻기 위한 시험이 있기는 하지만 고시와 같이 몇 년이 걸리는 형태는 아니다. 유럽 등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고시 제도는 한국과 일본에 특수하게 자리잡은 형태인 것 같다. 조선시대에 문과 선비를 뽑는 ‘급제’ 제도에서 유래된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왜 대학생들 사이에서 고시가 인기일까? 후배들과 이야기하며 생각을 해 봤다.

첫째, 고등학교 시절의 성공 여부는 오직 ‘내신 성적’과 ‘수능 점수’, 즉 ‘공부’라는 잣대를 통해서만 결정되고, 많은 고등학생들은 공부를 통해 경쟁하는 것이 가장 익숙한 채로 대학에 들어가게 된다. 대학교는 또 다른 경쟁의 터전이다. 그러면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공부’를 통해 경쟁에서 이기는 길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가장 익숙하고 자신있는 길이니까. 그리고 공부라는 경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니까.

둘째, 위에서와 비슷한 이야기인데, 원하는 대학에 성공적으로 들어간 학생들은 고등학교 3년 동안 오로지 ‘공부’에만 몰입한 나머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수가 없다. 너무 당연한 것이, 그런 고민을 하는 순간 ‘내가 왜 이 공부를 해야 하나’하는 회의감을 갖게 되고, 그런 회의감이 생기면 수능 시험을 잘 볼 수가 없다. 난, 고등학교 때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일부러 생각을 안했다. 공부에 방해만 되니까. 일단 좋은 대학에 합격하고 나서 고민해도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셋째,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또 복병이 있다. 남자라면 피해갈 수 없는 ‘군대‘이다. 사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책상에 앉아 생각한다고 찾아지지는 않는다. 뭔가 ‘해봐야’ 자신의 성격에 맞는지, 그리고 잘 할 수 있는 일인지 알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시도해 볼’시간도 없이 유럽 배낭 여행 갔다 오고 나서 군대에 갔다 오고 나면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그리고 나서 많은 남자들이 택하게 되는 길은 ‘고시’이다. 언론 고시, 행정 고시, 사법 고시, 의사 고시,..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훌륭한 선택이고 길일 수 있다. 사법 고시에 합격해서 판사로 일하는 너무나 훌륭한 고등학교 친구와 후배들이 있고, 고급 공무원, 회계사로 멋지게 일하고 있는 선배, 후배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고시에 대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인위적 제한으로 인한 인위적 매력”

온갖 고시와 자격증은 결국 이미 그러한 자격을 취득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제한의 결과이다. 소위 ‘수요’와 ‘공급’의 경제 원리에 의해 수가 정해지지 않는다. 그리고 제한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 관문을 최대한 어렵게 만들고 싶어한다.

흰색 티셔츠를 200개 인쇄하고, 파란색 티셔츠를 하나 인쇄한 후 ‘한정 판매’라고 붙인 후에 이 티셔츠를 경매에 붙이니, 파란색 티셔츠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상승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원래 뭔가 ‘한정’해두면 가치가 높아 보이는 법이다. 고시는 그런 한정 판매가 아닐까?

다행하게도, 고시 제도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2017년까지 사법고시가 사라질 예정이고, 2014년까지 외무고시가 사라진다고 한다. 또한 ‘민간경력자’들이 5급 공무원으로 채용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인위적인 제한도 점차 풀리고 있다.

판사로 일하고 있는 한 친구가 그랬다. 자신의 직업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항상 자기 앞에서 거짓말하는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것이라고. 민사 문제든 형사 문제든 항상 복잡한 이해 관계가 얽혀 있기 마련이다. 범죄를 저질러서 잡혀 온 사람 중 자신의 죄를 바로 자백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한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이 저지른 일이 작아보이게 하거나 은폐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 성격이 악하거나, 거짓말이 나쁘다는 것을 몰라서가 아니다. ‘자기 보호’를 위한 본능의 결과이다.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이 거짓말을 하고 나서 진실이 밝혀지고 나면 그제서야 시인하는 경우가 있다. 진실을 말할 용기가 부족해서, 즉, 진실을 말한 이후 자신에게 다가올 피해가 두려워서 거짓말을 했겠지만, 그들을 비난하는 우리도 같은 상황에 닥치면 거짓말을 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예수님이 “누구든지 죄가 없는 사람이 이 여인을 돌로 치라”고 하자 그 여인을 비난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뿔뿔이 흩어졌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듯, 변호사와 검사가 법정에서 공방을 벌이는 것을 지켜보다가, 법복을 입고 가운데에 앉아 “피고인은 죄질이 안좋으므로 징역 10년에 처한다.”고 선언하는 것은 판사가 하는 전체 일의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대부분의 시간은 책상 위에 한 가득 쌓인 서류를 검토하는 데에 쓰인다.

변호사는 실제로 무슨 일을 할까? 마찬가지로 위에서 소개한 블로그에 아주 사실적으로 정리가 되어 있다.

바로 위 블로그에서 인용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뢰인을 위해 최후변론을 했다. 그러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수십명의 피해자들은 더욱 웅성거렸고 심지어는 ‘거짓말’이라는 목소리까지 터져나왔다.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수습하고 최후변론을 마쳤다. 재판을 마치고 나가려는 순간 방청석에 앉아 있던 수많은 피해자들이 나를 둘러싸고 “변호사님이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할 수 있냐며” 고함을 쳤다. 험악해진 분위기에 나는 법정경위와 피고인과 함께 온 교도관들의 경호??를 받으며 간신히 법정을 빠져 나왔다.

다시 나는 오후 5시에 잡힌 수원재판을 하러 차에 몸을 실었다. 이미 난 지칠때로 지쳐있었다. 운전을 하며 나는 정말 거짓말을 한 것일까? 피해자들의 말이 사실일까? 진실은 존재하는 것일까?를 생각했다….머리속이 복잡….아니 미로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멍청이처럼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수원지방법원에 도착했다. 이 사건 다소 논리적을 빈약한 주장을 해야만 하는 사건이었다. 변호사로서 과연 이런 주장을 해도 되는 것일까…하는 그런 낯뜨거운 사건이랄까.

공인회계사의 경우, 하는 일의 범위가 매우 넓으므로 단순화시켜 말할 수는 없지만, 회계사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기업 회계 장부의 사실성을 검토하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기보다는 만들어진 것을 정리하는 일에 가깝다. 따라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에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회계사는 적성에 맞지 않을 지도 모른다. 얼마 전, Earnst & Young의 CPA로 일하다가 현재는 Nika Water라는 사회적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Jeff Church의 스탠포드 강연을 들었는데, 그는 CPA를 다음과 같이 우스개 소리로 표현했다.

I spent 4 years in public accounting, Earnst & Young. I really learned what CPA means. It means Cut, Paste, and Attach. (저는 4년동안 Earns & Young의 공인 회계사로 일했어요. CPA가 정말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죠. 결국 자르고(Cut), 붙이고(Paste), 첨부하는(Attach) 일이에요.)

한편, 고위 공무원의 생활은 어떨까?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경부에서 일하다가 스탠포드 MBA에 진학하고 얼마 전에 에버노트에서 여름 인턴십을 마친 백산씨를 통해 이야기를 많이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5급 이상 공무원의 일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되었다. 공무원이 되면 좋은 점은 뭔지, 어떤 일이 하며 하루를 보내고 무엇이 힘이 드는지 궁금하신 분은 백산씨의 블로그, 특히 ‘한국 정부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평범한 하루 비교‘ 라는 글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앞서도 말했지만 공무원, 회계사, 판사, 변호사, 외교관으로서 훌륭한 일을 하는 분들이 많이 있고, 그 직업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모든 것이 결국 수많은 직업 중 하나일 뿐이고, 어떤 직업이든 장점과 단점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혹시 고시라는 제도가 야기한 인위적 제한 때문에 직업의 단점에 비해 장점이 너무 커보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당시 나에겐, 표면 가치가 분명 실질 가치보다 커보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