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캐스트(Comcast)와 시어즈(Sears), 어이 없는 고객 서비스

미국에 살면서 편리하다고 느끼는 것들이 참 많다. 그 중 한국에 가면 가장 아쉬워할 것이 두 가지 있다면, 하나는 공인인증서나 액티브X 설치 없이도 쓸 수 있는 온라인 뱅킹이고, 또 하나는 아마존이 제공하는 쾌적한 온라인 쇼핑 경험이다.

하지만 불편한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만화 ‘딩스뚱스’에 보면 의사와 약속을 잡기가 어려워 약속 기다리다가 병이 다 나아버린다는 등 몇 가지 황당한 예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정말 미국에서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문제가 생기면, 내가 직접 해결해야 하고, 내가 시간을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불편을 해소한다면 사업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최근 겪은 일화 두 가지를 소개할까 한다.

1. 컴캐스트(Comcast)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컴캐스트 본사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컴캐스트 본사

컴캐스트는 필라델피아에 본사를 둔, 시가 총액이 130조원이고 매출은 69조원에 달하는, 매출 규모 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미디어 회사이다. 2011년에서 2013년에 걸쳐 NBC 유니버설이라는 거대한 미디어 회사를 100% 지분 인수해서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캘리포니아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세 가지 옵션이 있다. 하나는 케이블 망을 이용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전화선을 이용하는 것이며, 또 한가지 옵션은 광케이블이다. 케이블 망은 컴캐스트가 독점하다시피하고 있고, 전화선을 이용한 DSL은 AT&T가 제공하고 있다. 광케이블은 AT&T에서는 U-Verse라는 브랜드로, 버라이즌(Verizon)에서는 FiOS라는 브랜드로 서비스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광케이블이 깔리지 않은 곳이 많아 전에 살던 집도 그렇고 지금 사는 곳도 그렇고 광케이블 서비스는 이용할 수가 없다. 결국 옵션은 컴케스트 케이블 아니면 AT&T DSL인데, 2013년을 살면서 6mbps 정도밖에 안나오는 느린 DSL은 도저히 쓸 수가 없어 25mps정도 되는 컴캐스트 인터넷을 월 60달러씩 내며 쓰고 있다.

최근에 집을 하나 샀다. 거기에도 컴캐스트 망을 설치하려고 알아보니 컴캐스트 서비스가 되는 곳이라고 하기에 바로 신청했다. 기사가 와서 설치하는 옵션은 수십달러를 추가로 내야 한다고 하기에 직접 설치하겠다고 했더니 케이블 TV용 기기가 왔다. 매뉴얼을 꼼꼼히 읽고 그대로 따라서 전원을 꼽고 케이블을 연결했으나 신호가 안잡혔다. 껐다 켜기를 몇 번 반복하고, 인터넷 뒤져서 알아보고, ‘내 힘으로 꼭 해결하리라’는 생각으로 몇 시간을 보냈는데 결국 해결을 못했다. 서비스 센터에 전화해보니 누군가와 통화하는데 10분, 그리고 리셋해보라는 말을 듣기까지 20분.. 시간을 한참 낭비했다.

결국, 기사(technician)를 불렀다. 이틀 후에 도착한 그는, 집에 들어와서 이것 저것 조사해보고 신호를 측정하더니 한 마디 했다.

집에 설치되어있는 케이블이 컴캐스트용이 아니네요. Dish나 DirecTV같은 위성 TV용 케이블이에요. 일단 컴캐스트용 케이블로 바꾸고 나서 다시 시도해보세요.

컴캐스트가 지원이 안된다면 진작 이야기를 했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동안 낭비했던 시간, 특히 기술 지원을 받겠다고 전화 붙잡고 기다렸던 시간이 정말 아까웠다. 그동안 낭비한 시간으로도 충분하니 앞으로 컴캐스트와는 상종하지 말자는 생각 뿐이었다. 그 길로 컴캐스트에 전화해서 해제하고 Dish에 전화해서 서비스를 신청했다. 가격도 더 저렴했고, 훨씬 친절하고 일처리가 빨랐다. 기사가 와서 무료로 설치해주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었고, 웹사이트도 훨씬 편리하게 잘 만들어져 있었다.

며칠 뒤, 컴캐스트에서 받았던 케이블 TV 셋탑박스를 반납하도록 빈 상자가 하나 도착했다. ’드디어 컴캐스트와 마지막 거래를 하는구나’ 싶었는데 또 한 번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빈 상자가 너무 작아 셋탑박스를 넣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한테 애초에 보냈던 모델이 뭔지도 몰랐나보다.

다행히 크기가 맞는 빈 상자가 하나 있어 거기에 넣어서 반납했다. ‘보내준 상자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기 반납을 거절하지 않기를 바라며.

일주일 뒤, 컴캐스트에서 전화가 왔다. 컴캐스트 서비스를 정지했지만 기기가 도착하지 않았다며, 기기를 빨리 반납하지 않으면 수백달러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컴캐스트에 전화해서 항의했다. 분명히 기기를 반납했는데 무슨 이야기냐. 그랬더니 운송장 번호를 달라고 한다. 운송장 번호는 따로 기록해두지 않아 모르겠다고 하며 왜 그걸 확인을 못하냐고 물었더니, 기기 반납을 처리하는 부서는 따로 있고 서로 연결이 안되어 있다고 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시스템끼리 서로 정보 교환이 안되고 있다니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한국에서는 인터넷과 TV 설치하려면 전화 한 통이면 간단하게 되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쉽게 해결이 되는데, 컴캐스트는 왜 이렇게 고객의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걸까.

이런 경험을 한 건 나 뿐만이 아니었다. ‘Rate It All‘이라는 웹사이트에서는 사람들이 브랜드를 평가하고 별점을 다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 한개를 달고 끝없이 불평을 하고 있었으며, 505개의 리뷰 평균은 5점 만점 중 겨우 1.64점에 불과했다 (참고로, 구글의 평점은 4.51점이다.)

For a total of 10 months I tried to get Comcast techs to come to my house and look at my incoming lines. All but one tech flat out refused to go outside the house. The one that did go outside told me my neighborhoods overhead lines needed to be repaired and they’d put a call in. Nothing was ever fixed. (10개월동안 컴캐스트 기사더러 와서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했는데 제대로 보지도 않고 거절하거나, 이웃집이 문제라고만 했죠. 결국 해결이 안됐어요.)

I had received a TV for Christmas from my in-laws. I was on my way out the door to buy a TV with a better picture the day a directv rep came to my house. We decided to make the switch. Two days later they did the hookups. Turns out my TV is a fairly nice TV it just had a crappy signal from Comcast. (크리스마스 선물로 TV를 받았는데, 화질이 안좋길래 다른 TV를 사려고 하려는 차에 DirecTV에서 왔어요. 이 참에 서비스를 바꿔보기로 했죠. 이틀만에 설치가 끝났어요. 제가 가졌던 TV는 알고 보니 문제가 없었더군요. 컴캐스트 서비스가 문제였죠.)

In one situation my bill went from $100 directly to $180. After having battled many times with Comcast over the phone, I finally started shutting down services to get my bill down to a manageable level. Since I bought a house, I was able to dump Comcast as my internet service provider and switch to Verizon FIOS. I haven’t looked back since. (어느날 갑자기 가격을 100달러에서 180달러로 올렸어요. 전화해서 얼마나 항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서비스들을 해제해야 했죠. 집을 사고 나서는 컴캐스트를 중지하고 버라이즌 FiOS로 바꿨습니다. 다시는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서비스 품질이 이렇게 안좋은데 왜 회사가 망하기는 커녕 왜 해마다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독점에 있다.

Where I currently live, they are the ONLY TV service available They have made it difficult for other cable companies to be additional options.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TV를 보려면 컴캐스트가 유일한 옵션이에요. 그들이 다른 케이블 회사들은 아예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죠.)

미국 전역에서, 사람들에게는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 광케이블은 연결이 안되어 있고, 케이블 인터넷 사업자는 타임 워너(Time Warner)와 컴캐스트(Comcast) 둘 뿐이며, 두 회사가 각각 다른 지역에서 영업을 하고 있어, 지역별로는 독점이 될 수밖에 없다. 2013년 8월 23일자 Los Angeles Times 기사 중 일부이다.

“Cable has won; it’s a monopoly now,” she told me last week. “People are just waking up to that fact.” More than 80% of new subscribers to high-speed Internet service are going with their local cable providers. It’s not because they think those providers are just grand; it’s because in most of the country there’s no choice. Local cable service is a monopoly almost everywhere; fiber companies such as Verizon and AT&T, which have the technology to bring you higher speeds, won’t spend the money to compete. (케이블쪽이 이겼어요. 이제 독점이죠. 고속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 중 80%가 케이블 회사를 쓰고 있어요. 그들이 잘 해서가 아니에요.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선택권이 없기 때문이죠. 버라이즌이나 AT&T같은 광케이블 회사들은 이미 경쟁을 포기했어요.)

미국에서 부유한 지역인 실리콘밸리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광케이블을 쓸 수 없으며, 앞으로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울며 겨자먹기로 한 달에 60달러나 내면서도 서비스가 안좋은 케이블 인터넷을 쓸 수밖에 없다. 서비스 업그레이드 하나 하는데 30분의 통화가 필요한 그런 회사랑 거래하면서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격만 비싸고 품질은 안좋은 케이블을 끊는다(cut the cable)며 점차 넷플릭스와 훌루, 그리고 아이튠스를 통해 TV를 시청하기 시작했지만, 그러한 서비스들을 이용하려면 결국 인터넷 망이 필요하고, 컴캐스트와 타임워너 두 케이블 회사가 인터넷 망을 독점하고 있다면, 사람들이 케이블 TV를 끊는 만큼 인터넷 접속 요금을 올리면 그만이기 때문에 이 두 회사는 무서울 것이 없다.

상황이 이러니, 구글이 초고속 인터넷을 가능하게 하겠다며 구글 파이버(Google Fiber)를 미국 곳곳에 설치하기 시작한 것이다. 컴캐스트가 자극을 받아 서비스 품질을 크게 개선하든지, 다른 사업자들이 잘 성장해 독점적 지위를 빼앗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 시어즈(Sears)

MBA 수업에서 시어즈(Sears) 백화점을 다룬 적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J.C. Penny로 대변되는 저가형 백화점과 Nordstrom으로 대변되는 고급 백화점 사이에 끼어서 포지셔닝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 때는 시어즈가 뭔지도 몰랐기에 그냥 그런 백화점이 있나보다 했다.

시어즈는 1893년에 세워진 역사가 긴 백화점이다. 1950~1960년대에 큰 성장을 했고, 그 눈부신 성장을 상징하는 108층의 시어즈 타워(Sears Tower)는 1973년에 시카고에 세워져 1998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라는 자리를 차지했다(2009년에 윌리스 타워(Willis Tower)로 이름이 바뀌었다).

시어즈 백화점의 성공을 상징하는 시카고 시어즈 타워 (지금은 윌리스 타워로 이름이 바뀌었다)
시어즈 백화점의 성공을 상징하는 시카고 시어즈 타워 (지금은 윌리스 타워로 이름이 바뀌었다)

최근 시어즈를 통해 세탁기를 하나 구매하면서 절실히 깨달았다. 왜 그 회사가 애매한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지를. 새 집에 넣을 세탁기와 건조기를 찾으려고 알아보던 중, 시어즈가 저렴하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시어즈 아웃렛(Sears Outlet)을 이용하면 더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었다. 12일 후에 배송해달라고 하고 신용카드로 배송비 120달러와 함께 결제했다.

12일이 지났다. 세탁기는 제 때 도착했다. 하지만 건조기는 배송이 지연되었다고 했다. 아침 8시에 전화가 와서 배송이 지연되었으니 시어즈로 전화 달라는 자동 응답 메시지를 들었다. 전화를 안했더니 10분 후에 또 전화가 왔다. 귀찮아서 배송 담당 부서에 전화했더니 미안하다며 곧 배송해주겠다고 했다.

며칠이 지났다. 건조기가 빨리 필요했는데 도착하지를 않았다. 오전 8시에 배송이 지연되었다는 전화만 또 왔다. 지난번에 이미 통화했고, 배송해주겠다고 연락이 왔는데 왜 또 귀찮게 하나 싶었는데, 다시 전화해보니 자기는 모르고 해당 아웃렛 스토어와 통화를 하란다. 거기 전화했더니, 이번에는 건조기 재고가 더 이상 없단다. 미안하다며, 환불해주겠다고. 근데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세탁기를 배송할 때 두 개의 배송료를 이미 다 차감했다는 것이다. 60달러만 돌려주기 쉽지 않게 되었다며 알아보겠다고 했다.

알았다고 하고 기다렸다. 또 며칠이 지났다. 그 와중에 세탁기에 문제가 생겼다. 처음 설치해서 테스트했을 때는 잘 되더니, 다시 해보니까 이상한 소리가 나고 돌아가질 않는 것이다. 그래서 시어즈에 다시 전화했다. 미안하다며 기사를 보내주겠단다. 급하다고 언제 되냐고 했더니 12일 후에 가능하다고 했다. 새 제품이 작동이 안되는데 12일을 기다리라고? 그냥 교환해주든지 반품하고 환불해달라고 했더니 그건 자기는 못하고 다른 데다 전화해서 다시 설명하란다. 시어즈에 전화해서 설명을 다시 했다. 그리고 며칠 후에 교환이 되었다.

환불해주겠다던 건조기 가격과 배송료 60달러는 환불이 되지 않고 있었다. 시어즈에 다시 전화했다. 일단 배송료는 환불을 해주었다. 그리고 2주가 지난 지금, 건조기는 아직도 환불이 되지 않았다. 그 후로 두 번을 더 연락했는데, 처리하겠다고만 하고 소식이 없다. 이러다 시어즈가 망해버리면 어쩌나 걱정이다.

시어즈가 위기라는 기사는 2008년부터 신문에 실렸었다. 지난 10월 29일에는 뉴욕 타임즈에 For Once-Mighty Sears, Pictures of Decay(한 때 잘나가던 시어즈, 쇠락하는 모습)이라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They are a zombie retailer,” said Mr. Sozzi, who has a sell recommendation on Sears stock. “And with today’s announcement, they are dismembering their body.” (시어즈 주식을 매각하라고 조언하는 한 애널리스트가 말했다. “시어즈는 좀비 소매점이죠. 이제 몸통을 하나씩 해체하고 있어요)

사람 없이 한산한 시어즈 백화점 (출처: 뉴욕 타임즈)

가진 자산과 브랜드가 워낙 많다보니 해체되는데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다. 1년만에 턴어라운드(turnaround)에 성공해 주가가 무려 4배나 성장한 베스트 바이(Best Buy)와 달리, 브랜드의 빛을 잃고 소비자 신뢰도 잃은 시어즈(Sears)는 이제 회생이 어려워 보인다.

그리고 이들이 낡은 시스템으로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힘겨워하는만큼, 아마존의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은 더 빛이 난다. 얼마 전에는 ‘즉시 환불’ 제도를 시작했다. 아마존 사용자 경험을 설명한 지난번 글에서도 설명했듯이, 환불을 원하면 묻지도 않고 받아주고 있었는데, 전에는 반송이 확인된 후에 환불해줬으나 이제는 반송을 하기도 전에 환불부터 해준다. 2010년에 아마존에 대해 소개하며 주가가 크게 올라 150달러가 되었다고 소개했고, 2011년에는 200달러가 되었다고 소개했었는데, 지금은 주가가 370달러이다.

아마존 현재 주가 (출처: Google Finance)
아마존 현재 주가 (출처: Google Finance)

허리띠를 졸라 메고 소비자에게 이익을 최대한 돌려주려고 노력하는 회사가 결국 승리하는 법이다.

한식을 미국에 알리는 방법 – 비빔밥 유랑단

‘비빔밥 유랑단’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라이코스를 방문한 비빔밥 유랑단‘이라는 임정욱 님의 글을 통해서였다. 당시 라이코스 대표로 있을 때, 비빔밥 유랑단의 강상균 단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사무실에 찾아와서 비빔밥을 만들어주고 홍보하겠다고 하길래 흥미롭다고 생각해서 수락했고, 그 결과 직원들이 매우 만족해했다는 내용이었다.

참 좋은 시도라고 생각했다. 캘리포니아에는 주변에 한식당도 많고, 타문화에 대해 개방적인 사람들이 많아 주변에 한국 음식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비빔밥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흔히 ‘한국 음식’하면 ‘코리안 바베큐’를 가장 먼저 떠올리고, 조금 더 안다고 하면 순두부를 아는 정도였다. LA 코리아타운에 가면 ‘무제한 바베큐’가 골목마다 깔려 있다. 거기에서는 한 명당 20달러면 소고기가 질릴 정도로 먹을 수 있다. 고기 맛도 꽤 괜찮아서 소고기 값이 저렴하고 사람들이 고기를 선호하는 미국에서는 아주 인기다. 주변 친구들이 “한국 음식 정말 끝내줘!” 하면 주로 바베큐 아니면 순두부 이야기다.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으면서도, 그 두 가지 음식이 한국 음식을 대표한다고 할 수 없는데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한국의 위상과 이미지 제고에 별로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생각도 했다. 친구들이 거기 갔다 와서는 ‘온 몸에서 바베큐 냄새가 난다’고 하곤 했다. 한국 사람들은 항상 소고기 바베큐만 먹는줄 아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한국 사람들은 평소에는 나물 반찬 위주에 해산물을 많이 즐기며, 회식할 때나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많이 먹는 정도라고 하면 다들 놀란다.

학교 다닐 때 비즈니스스쿨 친구들을 잔뜩 데리고 갔었던 무제한 바베큐집, 마당쇠. 결코 고습스러운 분위기는 아니다.
학교 다닐 때 비즈니스스쿨 친구들을 잔뜩 데리고 갔었던 무제한 바베큐집, “마당쇠”. 결코 고습스러운 분위기는 아니다.

‘스시’가 미국 사람들에게 ‘고급 음식’으로 자리잡은지는 이미 오래 됐고, P.F. Chang 과 같은 커다란 중식 프렌차이즈가 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한국 음식은 여전히 ‘코리안 바베큐’정도로 알려져 있거나, 뉴욕의 고급 식당을 통해 조금 알려져있는 정도이다. 샌프란시스코에는 고급스러운 한식당 하나가 없고, 산호세 코리아타운에 가야 ‘장수장‘이라는 꽤 괜찮은 한식당이 하나 있을 뿐이다. 한편, LA에는 ‘조선갈비’라는 고급 한식당을 비롯해 괜찮은 곳들이 몇 개 있으며, 학교 친구들과 종종 갔던 ‘계나리’라는 한식당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큰 규모의 공간에 라운지 스타일로 고급스럽게 꾸몄고, 맛도 깔끔하고 환기도 잘 되어서 친구들을 데려갈 때마다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지금 Yelp를 확인해보니 문을 닫았다고 되어 있다. 당시에 손님들이 참 많았는데 왜인지 궁금하다. 결국 고급 한식당은 어려운 걸까?)

실리콘밸리로 이사오면서 처음에 마운틴 뷰(Mountain View)에 살았다. 거기 Xanh(‘썬’이라고 읽는다)이라는 베트남 퓨전 식당이 있었는데, 맛도 좋았지만 특히 분위기가 좋아서 사람들을 만날 일이 있을 때 무척 자주 갔다. 애피타이저가 10달러대, 메인 음식은 20달러 대라 팁과 세금을 포함하면 한 사람당 약 30달러 정도가 드는 괜찮은 식당이었는데, 갈 때마다 엄청 붐벼서 항상 예약을 해야 했고, 항상 미국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하루는 식사하다가 매니저에게 그 식당 참 좋아해서 자주 온다고 했더니, 원래 자기 어머니가 마운틴 뷰에서 오랫동안 베트남 쌀국수 집을 30년 넘게 했었는데, 장소를 옮기면서 자신과 함께 인테리어와 메뉴를 고급스럽게 꾸몄다고 했다. 그 딸의 이름은 아멘다 팜 Amanda Pham, 그리고 그 어머니는 투이 팜 Thuy Pham 이었다.

마운틴 뷰 다운타운에 위치한 베트남 퓨전 레스토랑, Xanh
마운틴 뷰 다운타운에 위치한 베트남 퓨전 레스토랑, Xanh

거기 맨날 앉아서 생각을 했다. ‘왜 한식당 중에 이런 쿨한 곳이 없을까?’ 한국인들만 가는 그런 식당 말고, 또는 값싸서 찾아가는 그런 식당 말고, 미국인들이 비즈니스 미팅을 할 만한 그런 식당이 왜 없을까? 그 동네에 그런 식당을 만든다고 하면 과연 장사가 될까? 아직 그건 잘 모르겠다. 팔로 알토의 유니버시티 거리에 한(Han Korean Cuisine)이라는 한식당이 하나 있기도 했는데, 결국 미국인들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갈 때마다 손님이 없고 한산하더니 몇 달 전 결국 문을 닫았다.

그런 와중에, 마운틴 뷰에 위치한 ‘써니볼(Sunny Bowl)’이라는 비빔밥 전문점의 성공은 매우 고무적이다. 처음 20석의 작은 규모로 시작했지만 사람들이 항상 줄서서 기다려야 할 만큼 성공을 거둔 후 작년에 104석 규모로 확장했는데, 점심시간에 가면 자리가 없을 만큼 사람들이 많다. 근처에 구글, 링크드인 등의 회사가 있는데 회사에서 케이터링도 많이 하며 구글의 공짜 점심을 마다하고 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리뷰 사이트인 옐프 Yelp에는 무려 543개의 리뷰가 있으며, 대부분 별 4개 또는 5개이다. 한국인 또는 동양인들이 위주가 아니라 근처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는 사람들이 아주 다양하게 온다. 그 주인은 다니엘 최(Daniel Choi)라는 분인데, 하와이와 LA에서 오랫동안 한식당을 경영하고 순두부집도 만들어 성공시킨 후에, ‘건강하고 좋은 음식으로 어필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마운틴 뷰에 비빔밥 전문점을 열었다고 한다. 입맛 없을 때마다 아내와 함께 자주 갔었는데, 사장님과도 잘 알게 되어 다양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마운틴 뷰의 비빔밥 전문점 '써니볼'의 옐프 리뷰
마운틴 뷰의 비빔밥 전문점 ‘써니볼’의 옐프 리뷰

파리바게뜨의 성공 또한 고무적이다. 작년에 팔로 알토 애플스토어 바로 맞은 편에 열었는데, 미국인들에게 대 인기다. 주말에 가서 앉아 있으면 끝없이 밀려들어와서 빵을 사서 가는 사람들을 보곤 했다. 물론, 파리바게뜨가 한국 브랜드임을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팔로 알토 중심부에 자리한 파리바게뜨. 갈 때마다 사람들이 붐빈다.
팔로 알토 중심부에 자리한 파리바게뜨. 꽤 큰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갈 때마다 사람들이 붐빈다.

다시 비빔밥 이야기로 돌아가서, 한식하면 코리안 바베큐와 순두부만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맛도 좋고 몸에 좋은 비빔밥을 더 알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했었다. 그러다가 시카고 TEDx Hanriver 행사에 가서 비빔밥 유랑단, 그리고 그 팀을 이끄는 강상균 단장을 만났다. 그를 만나, 그의 진지함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후에 캘리포니아에서 몇 번을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참 고맙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비빔밥을 알려주어서.

언젠가 미국에서 비빔밥이 스시처럼 자리잡고, 한식당이 고급 식당을 상징하게 될까? 언젠가일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날을 앞당기는, 강상균씨와 비빔밥 유랑단같은 팀이 있다는 것이 기분 좋다.

비빔밥 유랑단이 지난 3년간, 4개 대륙, 20여개국을 누비며 총 2만여명의 외국인들에게 비빔밥을 전파했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얼마 전에 보았다. 무려 14분이라 좀 길다고 생각했는데, 편집도 잘 되어 있는데다 재미있고 가슴 뭉클할 만큼 감동적이어서 기분 좋게 끝까지 봤다.

강상균씨가 나에게 항상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비빔밥이 한국 음식이라서가 아니라, 건강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겁니다.

 

스핀잇 SPIN IT 출간!

책 인쇄가 완료되어 각 서점에 배달되었습니다. 오늘부터 대부분의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교보문고 또는 예스24가 가장 선호된다고 하네요. 아래, 구매 페이지 링크입니다 (전자책은 4개월 후에 나옵니다).

지난번 블로그 글에서 설명했던대로, IT 업계만이 아닌, 혁신의 아이콘이 된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영감을 얻고 싶은 분들을 생각하며 책을 쓰고 편집했습니다. 표지에 제 사진이 큼지막하게 나와 좀 민망합니다만, 출판사에서 다양한 표지 디자인을 놓고 고려했는데 이게 가장 인기표를 많이 얻었다고 하네요.

스핀잇 SPIN IT - 세상을 빠르게 돌리는 자들의 비밀
스핀잇 SPIN IT – 세상을 빠르게 돌리는 자들의 비밀

아래와 같이 많은 분들이 이 책의 추천사를 써 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지금, 대한민국의 화두는 단연 IT 창업과 창조경제다. 실리콘밸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는 실리콘밸리에 대해서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스핀 잇》은 그곳을 움직이는 핵심 구성원들이 무슨 고민을 하는지까지 깊이있게 담아낸 책이다. 현재 IT 비즈니스에 헌신하고 있는 이들은 물론, 대한민국 창조경제의 나아갈 길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 이석우 ((주) 카카오 공동대표)
  • 놀라운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려는 젊은이들이 날마다 모여드는 곳, 실리콘밸리. 이 책은 실리콘밸리가 어떻게 ‘세상을 이끄는 비즈니스의 최전선’이 되었는지에 대한 내밀한 리포트다. 그 무대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아온 저자는 전세계의 창의적인 젊은이들이 왜 그곳으로 모이는지에 대해 솔직하게 기술했다. 당신도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코딩’이 배우고 싶어질 것이다. –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 실리콘밸리 중심부에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이 혁신의 산실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그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고 있다. 페이스북부터 인스타그램, 드롭박스, 에어비엔비 등 실리콘밸리 스타기업들의 성공 스토리와 게임체인저들의 휴먼스토리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이 책은 실리콘밸리의 혁신 비밀을 배우기 위한 필독서가 될 것이다. – 임정욱 (다음커뮤니케이션 글로벌사업본부장)
  • 게임빌 시절부터 탁월한 엔지니어이자 동시에 전략가였던 저자가, 앤더슨 MBA와 오라클을 경험하면서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낀 생생한 실리콘밸리 소식을 엔지니어적인 논리력과 컨설턴트적인 시장에 대한 통찰력으로 멋지게 버무려 내어 놓았다. 이 책은 IT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과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한국이라는 좁은 나라에만 갇혀 있는 많은 한국의 사업가들에게 보다 큰 뜻을 품고 글로벌 시장을 내다보게 해주는 훌륭한 참고서가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실리콘밸리에서는 또 다시 세상을 바꿀 무언가가 꿈틀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다시금 심장이 뜨거워진다. – 송재준 (게임빌 부사장)
  • 대한민국과 실리콘밸리의 IT 비즈니스를 모두 경험한 저자만의 통찰이 담겨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아이디어가 비즈니스가 되고, 창업으로 이어져 더 큰 성장을 하는 스토리들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도전 정신의 의미를 새삼 깨닫게 한다. 또한 세상을 이롭게 하고 작게나마 자극을 주는 것을 만들려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비전을 가져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곳에서 배운 교훈들이 담긴 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영감과 함께 더 많은 고민을 안겨주었다. –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왜 똑같은 옷만 입을까? 일흔이 넘은 뉴욕시장은 왜 코딩을 배우겠다고 했을까?” 이런 문답으로 실리콘밸리와 IT가 가져온 세상의 변화에 관한 궁금증을 말끔하게 해소해주는 책이다. 도대체 왜 다들 실리콘밸리를 운운 하는지 궁금하신 분, 또는 실리콘밸리를 조금 안다고 생각하는 분들께 일독을 권하고 싶다. – 광파리 (김광현 한국경제신문 IT 전문기자)
  • 조성문씨는 《스핀 잇》을 통해 실리콘밸리를 기술이 아닌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나가고 있다. 내용이 풍부하고, 명쾌하고, 재치가 있다. 그래서 그런가, 이 책을 읽는 동안 잠시나마 내가 실리콘밸리의 한 가운데에 서서 세상을 돌리고 있다는 착각을 했다. –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부사장)
  • IT 산업과 혁신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 《스핀 잇》은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생생한 사례와 함께 실용적으로 잘 전하고 있다. 한국 IT 업계 분들 및 창업가들에게 교과서가 될 수 있는 내용이며 실리콘밸리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모방보다는 현명한 적용이 중요할 것이다. – 김현유 (미키 김, 구글 상무)
  • 단순한 사례 전달이 아닌, 실리콘밸리의 생태계를 체화하고 상품을 사랑하는 전문가의 영감을 통해 실제 케이스를 활용가능한 지식으로 탈바꿈 해 주는 책. – 정기현 (SK 플래닛 전무/CPO)
  • 군더더기 없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조성문식 인사이트는 언제나처럼 내 머리를 ‘스핀’시켰다. 필자가 한국에서 맛봤던 성공경험과 실리콘밸리에서 다듬은 내공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 한정연 (월스트리트저널 코리아 에디터)
  • 실리콘 밸리를 카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많은 나라가 이런 저런 시도를 했지만 성공한 예가 없다. 하지만 분명히 배울 점이 많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조성문의 《스핀 잇》은 2013년 현재 실리콘 밸리에서 크고 작은 테크놀로지 회사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지, 어떤 조직문화와 정책을 추구하는지 정확하게 짚은 ‘실리콘 밸리의 입문서’와도 같다. – 윤필구 (월든 인터네셔널 벤처캐피탈 이사)
  • 실리콘밸리 사람들에게 변화는 일상이다.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 – S’도 이곳 사람들에게는 이제 별다른 감흥거리가 못 될 정도다. 《스핀 잇》은 바로 이런 세상을 놀라게 한 실리콘밸리의 현재와 미래를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풀어냈다. 이곳의 일상적 감동을 담아낸 스크랩북이자, 미래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미래참고서로 이 책을 추천한다. – 음재훈 (트랜스링크 캐피털 대표)
  • 《스핀 잇》을 읽으면서, 기획재정부 소속 공무원을 거쳐 스탠포드 GSB를 선택할 당시의 첫 마음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이 책에는 안정되고 정형화된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공과 삶에 대한 가치관을 갖게 하는 실리콘밸리의 혁신적 인스피레이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는 특정 기업의 슬로건, 창조경제의 해법에만 연관 있는 게 아니다. 나의 삶 자체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 백산 (스탠포드 GSB, 전 기획재정부)
  • 혁신의 성지, 실리콘밸리의 기업 사례부터 창업을 위한 완벽한 생태계 구조까지 아우르는 인사이트가 담긴 책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IT 기업들의 사례도 저자만의 통찰로 재해석되면 가슴을 뛰게 하는 생동감이 느껴진다. 《스핀 잇》으로 인해, 한국의 IT 비즈니스와 기업 문화에도 거대한 ‘스핀’이 일어나길 기대해본다. – 김태경 (베인앤컴퍼니 프라이빗 에쿼티 컨설턴트 / MBABlogger)
  • 혁신의 중심 실리콘밸리에서, 놀라울 정도의 성실함과 관찰력으로 찾아낸 변화의 방향들. 지은이가 겪고 느낀 대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인가 이 책에서 이야기된 수많은 인물들이 미래의 나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스타트업의 발상지로부터 스타트업의 개척지로 보내진 응원의 편지 – 류중희 (올라웍스 창업자 / 인텔코리아 상무)
  • 저자는 스타트업의 경험을 가진 순수한 청년의 시각으로 실리콘밸리를 바라봤다. 그리고 무엇이 실리콘밸리를 열정이 식지 않는 IT의 중심으로 만들었는지 묻고 또 물었다. 《스핀 잇》은 세상을 바꾸는 서비스, 그 서비스를 만드는 창업자, 그들을 지지하는 투자가 그리고 이러한 스토리를 엮어주는 IT 전문 미디어의 생태계를 실리콘밸리 현장 가장 가까이에서, 그들의 숨소리까지 담아냈다. – 정세주 (눔 대표)
  •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하는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곳, 실리콘 밸리. 그 곳에 대한 친절하고 재미있는 설명서. 조성문선배는 예상외로 이 책을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 채웠다. 이 역동적인 힘의 가장 큰 수혜자중 하나가 될 의료계에게 이 책은 선행학습이자 필독서가 될 것이라 믿는다. – 김용성 (서울대학교 병원 정형외과 레지던트)
  • 조성문님의 블로그를 통해 접한 실리콘밸리 이야기가 흥미진진한 이유는 창업자들의 성공신화가 단 한 번의 성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과 창조로 끊임없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안주하지 않고 꿈꾸고 도전하는 삶을 통해 자기만의 고유한 빛깔을 가진 스토리 있는 인생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분명 추진력과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강보은 (변호사)
  • 필자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선이 굵은 메시지를 사회에, 동료들에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경험들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사실적인 사례와 근거 자료들은 또한 그의 글들의 장점이다. 오랜 친구이자 블로그 애독자로써 진심으로 출간을 축하한다. – 한재영 (베인&컴퍼니 이사)

책을 보시게 되면 꼭 온라인 서점이나 블로그에 서평을 써주시기를 부탁드릴게요. 비판도 좋습니다. 🙂

곧 책을 출간합니다

(업데이트: 출간 날짜가 잡혔습니다. 9월 5일 목요일입니다)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쓰네요. 제 블로그인데도 이 공간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말입니다.

지난 한 달동안 바쁜 일이 세 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은 것이었고, 또 하나는 이제 곧 출간 예정인 책의 마지막 작업을 마무리짓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집을 산 것입니다. 물론 이제 막 5개월을 지난 딸과 놀아주는 것은 항상 우선순위이지요. 그리고 참, 좋아하는 후배와 미뤘던 운동을 시작한 것도 있었네요.

곧 책을 출간합니다. 제 이름으로 된 책을 내는 것이 어린 시절부터의 꿈이었는데 그 꿈 중 하나를 이루게 되네요. 표지에 제 사진이 큼지막하게 들어가기는 하지만 자서전이 아니고, ‘실리콘밸리 이야기’를 확장해서 만든 것입니다. 작년 10월부터 작업을 시작했는데 이제야 마무리되었네요. 돌이켜보면 왜 그리 오래 걸렸나 싶은데, 어쨌든 이제 마무리가 되어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합니다.

제목은 ‘스핀 잇(Spin It): 세상을 빠르게 돌리는 자들의 비밀‘입니다. 제일기획에서 팀장으로 일하는 한 선배로부터 제목을 받았습니다. ‘스핀’이라는 단어가 영어로는 부정적인 어감이 있다는 피드백도 있어서 고민을 했습니다만, ‘돌리다’라는 어감에서 오는 느낌이 좋아서 그대로 밀어보기로 했습니다.

‘돌리다’라는 키워드를 선택한 이유는, 그 동사가 실리콘밸리의 모습을 참 잘 표현해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매출이 제로인 11명짜리 회사가 1조원에 팔리기도 하고, 기존의 강자들이 끝없이 무너지면서 새로운 회사들에게 길을 내어 주고, 큰 회사들이 작은 회사들을 계속해서 인수하며 성장하고, 작은 회사들이 큰 회사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들. 끝이 없이 실패를 하는 모습을 보고서도 또 다시 도전자들이 와서 싸우는 모습이 꼭 전투 장면을 보는 것 같습니다. ‘빠르게 돌리기(FF)’로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매일 많은 사람들이 실리콘밸리를 찾아옵니다. ‘창조경제’가 키워드인 요즘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실리콘밸리에 막상 와 보면 그냥 기후 좋은 캘리포니아, 그리고 유명한 IT 회사들이 있을 뿐입니다.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한 곳에 회사들이 다 모여 있는 것도 아닙니다. 무려 남북으로 100km에 달하는 지역에 회사들이 퍼져 있어서 차를 렌트하지 않으면 둘러볼 수도 없습니다. 겉으로만 봐서는 무엇이 실리콘밸리를 실리콘밸리답게 만드는지 다 알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끝없이 한국에서 사람들이 그 비결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고 있습니다.

최근 만난 분이 그러더군요. 왜 사람들이 실리콘밸리를 찾는다고 생각하냐고. 그 분은 ‘꿈’을 팔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이 슈퍼스타 K를 보며 감동을 느끼고, 같이 웃고, 같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꿈’을 향해 도전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감동적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나 꿈을 꾸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꿈을 이루어 주변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선물합니다.

실리콘밸리에는 그런 사람들이 유난히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꿈을 이루었을 때 만들어내는 가치의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주변에 하도 ‘조’단위 회사들이 많아 한국에서는 대기업의 지표가 되는 ‘매출 1조원’을 이룬 회사들을 봐도 그리 놀라지 않을 정도입니다. 제가 보기에 엘론 머스크(Elon Musk)는 스티브 잡스 이후로 가장 큰 꿈을 꾸는 사람입니다. 그가 만든 회사 페이팔(PayPal)은 미국 전 국민이 이용하는 서비스가 되었고 (저는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돈을 지불할 때 항상 페이팔을 사용합니다), 그가 만든 SpaceX는 민간 회사로서는 처음으로 유인 로켓을 우주에 발사했고, 그가 만든 SolarCity로 인해 미국에 태양광 패널을 갖춘 집이 늘어나고 있고(설치비가 공짜라서 저라도 굳이 안할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의 꿈을 이루어 만든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캘리포니아에서 포스셰, 볼보보다 더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이제 기존 자동차 회사들을 위협하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이제 그것도 부족해서, 총 거리 600km 이상의, 서울-부산보다 먼 샌프란시스코와 LA 사이를 30분만에 주파할 수 있는 ‘하이퍼루프’라는 아이디어를 내고, 자신과 함께 꿈을 꿀 사람들을 찾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꿈을 이룬 사람들은 막대한 부를 거머쥐며 영웅이 되고, 그 스토리는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집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의 CEO인 래리 앨리슨은, 항상 좋은 이미지로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30대에 회사를 시작해서 35년만에 직원 12만명, 연매출 40조원, 순이익 11조원에 달하는 회사를 만들어냈고, 그 자신은 개인 재산 5천 5백억원을 써서 하와이의 섬 하나를 통째로 살 만큼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의 현재 자산은 $43 billion, 즉 47조원으로, 공식 랭킹으로는 세계 5번째 부자입니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만을 만들었는데 이런 결과를 이루어냈습니다.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누구나 궁금해합니다. 그리고 대체 무엇 때문에 실리콘밸리에서만 이런 회사들이 탄생하는지, 왜 그렇게 회사와 개인이 큰 성공을 거두는지 궁금해합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실패를 해도 용인하는 문화 때문이다”, “우수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이 많기 때문이다”, “스탠포드 대학이 창업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우수한 엔지니어들이 많아서이다”, 그리고 “날씨가 좋기 때문이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모두 다 맞는 이야기입니다. 저 실리콘밸리에 정착하면서 그 점이 가장 궁금했고, 그것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제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일면’을 보여주는 이야기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블로그가 ‘조성문의 실리콘밸리 이야기‘입니다. ‘밸리인사이드‘도 만들어 인터뷰 기사도 실어보았습니다.

얼마 전, 조선일보 위클리비즈 칼럼에서도 밝혔지만, 실리콘밸리를 ‘꿈의 동네’로 만드는 것은 이 곳에 돈이 많기 때문이고, 그렇게 많은 돈이 모이는 것을 합리화해줄 만큼 돈을 잘 버는 회사들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단순하지요. 그래서, 이 동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특히 이 동네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모아 책을 만들었습니다. IT 업계에 있는 분들은 신문과 블로그를 통해 실리콘밸리 이야기를 접할 일이 이미 많기 때문에 책의 대상 독자는 사실 IT 분야에 계신 분들은 아닙니다. 글을 정리하고 책을 쓰면서 ‘한 사람’을 마음에 두었습니다.

인사동 미술관장.

그녀가 하는 일이 IT와 직접 연관성이 있지는 않지만, 신문을 통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페이스북, 구글, 애플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리고 그 회사들이 이룬 혁신과 가치를 보며 ‘실리콘밸리가 어떤 곳인가’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됩니다. 페이스북이 도대체 어떤 회사이길래 29살 청년이 한국에 방문해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는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실리콘밸리에 대해 더 배우게 되면서, 그 곳에서 일어나는 혁신의 비밀을 알게 되고, 세상이 흘러가는 방향에 대해 감을 갖게 됩니다. 앞으로는 세상의 모든 정보가 디지털화될 것이며, 어쩌면 미술관은 설 곳을 잃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앞으로 내려야 할 결정은 둘 중의 하나가 됩니다. 미술관을 디지털화하고 사람들이 컴퓨터와 휴대폰, 그리고 타블렛에서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거나, 미술관 사업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피부로 와 닿고 있지는 않을 지 몰라도,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정말로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세상을 ‘스핀(SPIN)’하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남들보다 앞서 접하고, 지금 하는 일과 어떤 관련을 가질 지 생각해보는 것은 가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전혀 관심이 없더라도, 실리콘밸리에서 꿈을 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슈스케에 버금가는 감동을 줄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적어도 ‘한 가지 영감’을 전달할 수 있기를.

책이 세상에 나오면 다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세 가지 작은 이야기

이야기 하나. 혼자 애 보느라 고생하는 와이프도 도울 겸 해서 오늘부터 3일간 본딩 타임(bonding time) 휴가를 쓰기로 했다. 지난번 글에서도 설명했지만, 일에 중대한 지장이 있지 않는 한 쉽게 보장되는 휴가이다. 매니저에게 이야기하고, Family Leave를 처리해주는 회사에 전화해서 3일동안 휴가 쓸 거라고 이야기하면 끝이다. 미국의 모든 회사나 상황에서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실리콘밸리에서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는 tech 회사들은 대부분 분위기가 이런 것 같다.

이야기 둘. 아침 회의 시간에 항상 보이던 동료 한 명이 안보여서 어디 갔느냐고 물었더니, 고양이를 입양해서 회사에 못 왔다고 한다. 며칠 전 집 근처에서 길을 잃고 배고픈 채 불쌍하게 앉아 있는 고양이를 발견해서 집에 데려가서 목욕을 시켰는데, 그러고 나니 너무 예뻐서 키우기로 했다는 거다. 이제 8주밖에 안 된 애기 고양이였다. 남편과 아내 둘 중 한 명은 집에서 고양이를 돌봐야 하니까 첫 날은 남편이 집에 있었고, 그 다음엔 아내가 집에 있기로 했다고 했다. 그 일을 이야기하면서 매니저가 이야기했다.

So, I got a call from her and heard about the kitten story. I said, “Oracle is pretty hard noses, but as far as I know, Oracle doesn’t kill kittens.”  (전화를 받고 고양이에 대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얘기했죠. “오라클이 꽤 엄격한 회사이긴 하지만, 내가 아는 한 고양이를 죽이지는 않습니다“)

그 말을 듣고 다 같이 웃었다. 어린 고양이가 새로운 집에서 잘 적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야기 셋. 오늘 Quora에서 재미있는 이야기 두 가지를 발견해서 공유하고 싶다. ‘당신이 봤던 가장 뛰어난 사업 수완(smartest maneuver) 사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누군가 답변을 올린 것인데, 다우 케미컬(Dow Chemical)의 창업 초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허버트 다우(Herbert Dow)가 회사를 세워 브롬(Bromine)을 미국에서 파운드당 36센트에 팔기 시작했는데, 이 때 유럽에서는 독일계 카르텔이 파운드당 49센트에 팔고 있었다. 그렇지만 카르텔의 힘이 세서 유럽에 진출하지는 못했다. 시간이 지나 유럽 진출을 해야만 했고, 유럽에서 36센트에 팔기 시작했다. 당연히 독일계 카르텔은 기분이 좋지 않았고, 다우 케미컬 본사에 찾아와 위협을 했다. 허버트 다우는 계속해서 브롬을 싼 가격에 유럽에 공급했고, 급기야 독일계 카르텔은 미국에서 파운드에 15센트로 덤핑(dumping)을 하기 시작했다. 가격으로 승부해서 다우를 망하게 하자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다우(Dow)는 더 똑똑한 전략을 짜 냈다. 파운드당 15센트에 브롬을 사서, 다우 제품으로 재포장해서, 유럽에 파운드당 27센트에 판 것이다. 독일계 카르텔은 저가로 미국에서 승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우가 망하지 않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가격을 12센트로, 그리고 급기야 10센트로 더 낮추었다. 다우는 그것을 몽땅 사들여서 유럽에 더 많이 팔았다. 결국 독일계 카르텔이 항복했고, 소비자들은 브롬을 더 싼 가격에, 더 많은 공급자들을 통해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카르텔을 만들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려는 기업들을 보기 좋게 한 방 먹인, 속 시원한 사례이다.

두 번째로 Quora에서 본 이야기는 ‘스티브 잡스를 우연히 마주쳤던 재미난 에피소드‘에 대한 것이었는데, 상황도 재미있고 글도 참 잘 써서 읽다 보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주인공인 팀 스미스(Tim Smith)는 스티브 잡스 집 근처에 사는 여자와 데이트를 했는데, 어느 날 차를 몰고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차가 고장나서 스티브 잡스의 집 바로 앞에 차를 세우고 고치려고 애쓰던 와중에, 스티브 잡스의 아내인 로렌(Laurene) 잡스가 와서 무슨 일인지 묻고, 맥주 한 병을 주며 차 수리하는 친구에게 전화해서 그 친구가 나타나서 차를 고치는 동안, 스티브 잡스가 아이들과 함께 나와서 차에 타서 시동 거는 걸 도와준 이야기이다. 차를 고치러 나타난 ‘로렌의 친구’는 턱시도를 입고 길고 검은 차를 입고 나타났고, 차를 결국 수리 못하자 로렌이 집으로 들어오라고 해서 전화를 쓰게 해 주었다.

스티브 잡스와 그의 가족이, 결국은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하는 지극히 평범한 미국의 한 가정이었음을 보여주는 일화이다. 꼭 원문을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