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전부터 벼르던 이야기를 하나 하려고 한다. 엔젤 투자(Angel Investment)이다. 실리콘 밸리를 들여다보면, 엔젤 투자자들이 이 곳의 잘 갖춰진 창업 인프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즈니스위크, 그리고 스타트업의 기록을 모으는 YouNoodle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투자한 740개의 신생 회사는 328,698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벤처 캐피털로부터 $15.2 billion (약 18조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한다. (주: Business Week, 2010년 2월 25일)
한국에 있을 때, 자신을 ‘엔젤 투자자’라고 소개한 사람한테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게임빌 창업 직후인 2000년의 일이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전날 회사에서 밤늦게까지 작업하다가 사무실에서 자고 일어난 후였는데, 갑자기 내 책상의 전화기가 울렸다. 게임빌에 관심이 있다며 투자하고 싶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우리 회사에 투자한다니 기분 좋은 일이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그런 사람을 상대하면 안된다고 했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한테 투자받았다가는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나서 기분이 안좋아졌다. 사기꾼한테 전화받은 듯한 느낌이랄까. 그런 사람들로부터의 계속되는 전화를 무시한 후에, 우리는 동양투자증권으로부터 7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먼저 론 콘웨이 Ron Conway에 대해 잠시만 소개하겠다. 그는 컴퓨터 업계에서 영업직으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훗날 Personal Training Systems라는 회사의 CEO가 되었다. 이 회사를 SmartForce/Skillsoft라는 회사에서 팔았고, 여기서 꽤 많은 돈을 번 것 같다. 그 돈을 기반으로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고 투자한 회사 상당 수가 크게 성공해서 마이다스의 손이 되었다. 그동안 무려 500개의 실리콘밸리 회사(대부분이 웹 기반 컨텐츠)에 투자했고, 작년에만 70개 이상의 딜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까지만해도 다른 사람의 돈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자신의 돈으로만 투자를 했다. 그가 최근에 투자한 회사들을 여기에서 볼 수 있다. Facebook, Twitter, Google, PayPal, TweetDeck 등이 눈에 띈다. 그가 안목을 갖고 투자한 회사들이 앞으로 잘 될 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강연에서, 스탠포드 대학의 티나 Tina 교수가 엔젤 투자자인 론과 마이크와 한 대화는 엔젤 투자의 핵심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그 중 일부를 아래에 소개한다.
엔젤 투자자란 어떤 사람들인가요?
론: ‘리스크(위험)를 지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엔젤 투자자란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50K~$100K (5천만원~1억) 정도의 돈을 투자하는 사람입니다. 이 말은 1930년대에 할리우드 영화에 투자를 하는 사람들을 엔젤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에서 유래되었지요.
창업자들이 엔젤 투자자를 원하는 이유가 뭐지요?
마이크, 론: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물론 돈이 첫째이겠지요. 그 다음은 인맥입니다. 엔젤 투자자들은 대개 인맥이 좋거든요. 즉, 사람들을 찾아줍니다. 사업 개발할 사람이 필요하면 그렇게 하고, 엔지니어가 필요하면 좋은 엔지니어들을 찾아줍니다. 세번째는 조언을 듣기 위해서입니다. 많은 엔젤 투자자들은 전에 사업을 시작해서 성공하거나 실패한 경험이 있지요. 마지막으로, 좋은 엔젤 투자자들은 더 많은 “엑싯 옵션 exit option“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exit” 이란 기업의 상장, 대기업 매각 등으로 지분을 가진 투자자 또는 창업자들이 수익을 남기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그 회사에 관심을 보일 벤처 캐피털리스트(VC)를 찾아서 소개해 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찾아오면 뭘 먼저 살펴보나요?
마이크: 우선, 투자액으로 봤을 때 저는 백만 달러(약 12억) 이상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관심있게 봅니다. 제가 5억 정도 투자하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투자 받도록 합니다. 둘째, 많은 창업자들이 아이디어만 가지고 저한테 찾아오는데, 아이디어는 사실 매우 값싸고 흔합니다. 요즘처럼 테스트하는데 돈도 별로 안드는 때에, 만들어 보지도 않고 찾아온다는 건 확신이 부족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해요. 결국 그 상품을 살 사람들은 고객입니다. 저는 고객도 아닌데 제가 평가할 수 있나요? 고객이 있어야 그게 좋은 아이디어라는 걸 알 수 있는 거지요.
제안이 몇 개나 들어오고, 그 중 몇개에 투자하고, 그 중 몇 개가 성공하죠?
론: 하루에 약 5개가 들어오고, 그 중 3개가 거절되고 2개가 검토됩니다. 그러면 백그라운드 체크를 하죠. 맘에 들면 회사를 만나봅니다. 한 달에 약 하나씩 투자하니까, 월 150개 제안서 중에 1개가 투자된다고 보면 됩니다. 지난 2년간 125개의 회사에 투자했는데, 2, 3개가 록스타가 됩니다. 페이스북이 물론 그 중 하나입니다. 저는 1/3, 1/3, 1/3씩 나누는데, 1/3은 망하고, 1/3은 원금을 돌려주고, 나머지 1/3은 3배, 5배, 10배의 수익을 남깁니다. 여기서 남긴 수익이 나머지 2/3을 충당하죠. 근데, 결국 그 1/3 중 하나가 히트합니다. 그 하나가 나머지 전체 투자액 전체를 책임지고도 남아요. 운좋게 저는 그런 게 매번 하나씩 있었지요. 결국 우리는 그 하나의 ‘히트’를 찾는 겁니다.
실패한 후 되돌아오는 창업자에게 투자하겠습니까?
에반 윌리엄스
마이크: 물론이지요. 좋은 예가 한 가지 있어요. 제가 전에 오디오(Odeo)라는 회사에 투자한 적이 있습니다. 팟캐스트를 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들고, 창업가 에반 윌리암스가 저를 찾아왔어요. 당시에는 애플이 팟캐스트를 시작하기 전이었죠. 저는 에반을 믿었고, 팟캐스트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일주일 후에 애플에서 팟캐스트 서비스를 발표했지요. 몇 달 후에 에반이 돈을 돌려주겠다며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얘기했습니다. “저는 그 돈을 돌려받을 생각이 없습니다. 다음에 뭐하든지 신경 안쓸테니, 그냥 그 사업에 쓰세요.“. 그러자 에반이 말했습니다. “사실, 요즘 재미있는 사이드 프로젝트가 있어요. 트위터라고…”. “트위터? 이름 재밌는데요? 거기 투자할게요.” 그 다음 이야기는 잘 아시겠지요? 창업자가 실패하는 게 아니라 사업이 실패하는 겁니다. 저는 그걸 개인적인 잘못으로 생각 안해요. 뭐든지 다 성공하는게 아니기 때문이죠.
론: 저는 창업자의 유연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실패하는 창업가는, 사업이 초기 아이디어와는 완전 다른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지요. 그걸 알고 있고 상황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것, 그걸 모르는 사람한테는 투자 안합니다. 저는 이걸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티나가 질문한다.
티나: 실리콘밸리에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론: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세요. 마크 저커버그를 보세요. 하버드에서 시작했지만 실리콘밸리로 왔고, 여기서 성공했습니다. 자원이 여기에 있습니다.
티나: 누구나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론: 그럼 사업 시작하지 마세요.
티나: 하하하하… 다른 곳에서 실리콘밸리와 같은 환경을 조성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론: 힘들어요. 유럽에도 비슷한 게 있긴 하지만, 실리콘밸리와는 비교가 안됩니다. 최고의 창업가들이 여기 와서 사업을 시작합니다. 정말 성공적은 회사들을 보면 캘리포니아 출신이 만든 경우는 별로 없어요. 다들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이 여기서 경합을 벌이는 거죠.
물론 이 대화는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실리콘 밸리에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가 많이 탄생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유럽, 아시아 등 다른 곳에서도 혁신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날마다 새로운 회사가 생겨나지만,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특히 그것이 웹과 관련된 사업인 경우는 다른 곳에서 사업을 시작했더라도 실리콘 밸리로 오는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페이스북이다. 마크는 처음 하버드에서 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곧 실리콘 밸리로 회사를 옮겼고, 여기서 사업을 크게 키워냈다.
실리콘 밸리의 엔젤 투자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자세히 설명하는 론과 마이크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으려면 이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된다. 또는, 이 블로그에 방문하면 내용 전체를 한글로 번역한 것을 볼 수 있다.
실리콘밸리가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갖춘 이유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한 축, 엔젤 투자자. 그렇다면 미국에서 어떤 사람들이 엔젤 투자자로 활동하고 있을까? 통계가 따로 나와 있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프로파일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링크트인(LinkedIn) 창업자 리드 호프만
첫째, 과거에 창업을 해서 회사를 성공적으로 매각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2010년 2월, 비즈니스위크에서 조사해서 발표한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25명의 엔젤 투자자들을 보자. 이 중 1위인 Chris Dixon은 Skype에 투자했는데, 전에 Hunch의 공동창업자였고, 3위 Reid Hoffman은 LinkedIn을 창업했으며, Mark Andreessen은 넷스케이프를, 7위인 Jeff Bezos는 설명이 필요없는 미국의 가장 인기있는 온라인 쇼핑 기업 Amazon.com을 창업했다. 앞서 설명한 Ron Conway도 역시 이 그룹에 속한다. 이들의 특징은, 자신이 창업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통찰력과 직감을 이용해서 투자 회사를 선택할 수 있으며, 후배 창업자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많은 다른 창업가들과 인맥이 좋기 때문에 이들을 자신이 투자한 회사에 연결해줄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에 가장 이상적인 엔젤 투자자의 프로파일이 아닌가 한다.
둘째, 회사 초기에 참여해서 회사가 상장/매각되면서 큰 돈을 번 사람들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높은 비상장 회사에 취직했다가 회사가 상장하면 입사할 때 받은 주식으로 인해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천억, 심지어 드물게는 수조원의 돈을 벌게 되는데, 이들이 이 돈으로 새로운 사업을 하기도 하지만,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도 한다. 일례로, 구글 초기에 입사해서 돈을 번 사람들 중 상당수가 투자자가 되었다는 기사가 비즈니스위크에 실린 적이 있다. (“구글의 진짜 힘 – 엔젤 투자자들”)
지난 6년간 구글이 상장하면서 부자가 된 사람들 중 약 50명 정도가 엔젤 투자가가 되어 지금까지 400개의 회사에 투자했다고 한다. 잘 알려진 사람만 50명이고, 작은 규모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앞으로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상장하면서 이런 부자들이 더 많이 생겨날 것이고, 난 이들의 영향력이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대기업 중역 또는 은퇴한 사람들이다. 우리 회사에 전에 일했던 VP는 엔젤 투자자로 활동하며 자문 역할을 하고 있었다. 또, 지인 중에 미국의 한 대기업에서 중역으로 근무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에게 트위터 초기에 창업자가 투자를 해달라며 찾아왔다고 한다. 주변 친구들에게 수소문해봤으나 아무도 투자겠다는 사람이 없어 결국 자기만 투자했고 한다. 트위터의 눈부신 성장 덕분에, 그는 지금 가장 행복한 사람 중 한 명이 되었다. 또, 전에 내가 Menlo Park 장로교회의 성가대에서 활동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 엔지니어, 대기업 임원 등으로 있다가 은퇴한 미국인들이 많았다. 그들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어보면 스타트업 회사에 투자한 후에 이사로 활동하며 회사를 돕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렇게, 실리콘밸리에서 혁신적인 기업이 계속해서 탄생하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 엔젤 투자자들. 아쉽게도 한국에는 이런 사람들이 별로 없다. 몇몇 선구적인 엔젤 투자자들이 물론 있다. 최근 네오위즈를 공동창업하고, 그 후 검색엔진 ‘첫눈’을 개발해서 NHN에 350억에 매각한 후 최근 본엔젤스를 공동창업해서 투자가로 활동하고 있는 장병규 대표가 대표적이다. 프라이머의 권도균 대표 (@douglasguen)는 대학생들의 대상으로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올해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문성을 갖춘 엔젤 투자자는 손에 꼽을 정도가 아닐까 한다. 왜일까?
태퓰러스 창업자, 바트 디크렘
첫째, 엑싯(Exit: 기업이 매각되거나 상장해서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안겨주는 것)의 차이에 있다. 실리콘 밸리에서 자신만의 기술과 서비스를 가지고 시작하여 고객들이 만족하는 제품을 개발한 회사가 되면, 즉시 대기업들의 인수/합병 레이더에 감지가 된다.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오라클, 구글, 야후,… 이들의 공통점은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계속 편입시켜 회사 성장을 이룬다는 것이다. 매번 발표되지 않아서 그렇지, 거의 한 달에 하나씩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다니는 오라클에서도 회사 인수는 언제나 논의되는 주제이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얼마전에는 디즈니가 “탭탭 레볼루션”을 만들어 유명해진 아이폰/아이패드 게임 개발사 태퓰러스(Tapulous)를 인수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주). 테크 크런치(TechCrunch)에서 기사를 읽으면 거의 매일 하나씩 회사가 매각된다는 소식이 들릴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상장보다는 회사 매각이 훨씬 요구조건이 낮고, 가능성이 높다. 기업 매각이 이렇게 자주 일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투자액 회수를 하기 쉽다는 것을 의미하고, 곧 엔젤 투자자들이 더 쉽게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한국에서 엑싯 모델(exit model)로 기업 매각을 생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상장이 되기 전에는 투자액을 회수하기 힘들다. 비상장 주식을 팔 수도 있겠지만, 상장 가능성이 낮은 기업의 경우 (비록 돈을 잘 벌고 있다고 하더라도) 주가가 낮기 때문에 팔기도 힘들 뿐더러 팔아봤자 별로 재미를 못 본다. 한편, 그동안은 대기업들이 가치를 지불하고 뛰어난 기술을 사가기 보다는 복제한 후 중소기업을 망가뜨리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따라서 엑싯이 불가능하거나 그 때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두 번째는 투자 인프라의 차이이다. 엔젤 투자와 벤처캐피털 사이에 존재하는 연결고리에서 차이가 있다. 4명의 엔젤 투자자가 5천만원씩 2억을 투자했다고 해 보자. 그 돈으로 회사가 제품 개발에 성공해서 고객을 모으기 시작하면, 창업가와 엔젤 투자자들은 벤처 캐피털리스트를 찾아 나선다. Ron Conway같은 유명한 엔젤 투자자들이 투자했다면, 100% 벤처캐피털(VC)의 관심을 받는다. 그 후에 VC들은 A라운드, B라운드, C라운드로 이어지는 투자를 하고, 결국 기업 매각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결과 엔젤과 VC 모두 투자금을 회수한다. 물론 이러한 제도의 부작용도 있다. 엔젤 투자자와 관계가 좋은 창업가들이 계속해서 기회를 가져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투자를 통해 돈이 활발하게 돌도록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유투브 창업자, 스티브 첸
셋째, 한국에 연속적 창업가(Serial Entrepreneur)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창업에 성공한 후 회사를 매각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긴 후 계속해서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 같다. 또, 실패한 사람들이 계속 도전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경우도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반면, 미국엔 연속적으로 회사를 만드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위에서 소개한 트위터 창업자 에반 윌리암스(Evan Williams)가 그런 경우고, 유투브를 창업한 스티브 첸(Steve Chen)과 채드 헐리(Chad Hurley)는 페이팔(PayPal)의 초기 멤버였고, 이전 블로그에 소개한 넷플릭스(Netflix)의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 Reed Hastings도 그렇다. 모두 회사를 만든 후 매각했거나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회사를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투자를 받고, 회사를 매각하고, 또 회사를 만들고 투자받고, 회사 매각하는 것을 반복하며 더 크고 혁신적인 회사를 만들어낸다.
엔젤 투자. 나 자신도 최근 2개 회사에 투자했고, 또 다른 2개의 미국 회사에 투자하려고 검토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기회가 있으면 투자할 생각이다. 아직은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분명히 한국에서도 기업 인수, 합병, 매각이 활성화될 거고, 그에 따라 전문성을 갖춘 엔젤 투자자가들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앞서 소개한 본엔젤스 장병규 대표가 실리콘밸리의 한인 모임인 Bay Area K Group 회원을 대상으로 최근에 세미나를 한 적이 있는데, 이를 요약한 글을 소개한다. 한국과 미국의 엔젤 투자 환경의 차이에 대해 피부로 느낀 점을 잘 설명하고 있다. 초기기업투자의 차이점에 대한 느낌: 한국과 미국
어제 오랜만에 친구 Andreas를 만나 점심을 먹었다. 노르웨이 출신의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재능이 많은 디자이너인데, 스탠포드대학 디자인 스쿨을 졸업하고 현재 디자인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이런 저런 사는 얘기를 하던 중 아이폰/아이패드용 Pulse 앱 이야기가 나왔는데, 세상에, 그 디자인을 자기가 했다고 했다. 하루만에 한 거라고. 그 말을 듣고 밥먹다 말고 깜짝 놀라서 소리 질렀다. “Wow, I am honored to have lunch with you!” (와, 너랑 점심을 먹다니 영광인걸!)
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필수 어플리케이션 Pulse. 아이패드 앱의 가격은 5천원에 달하지만 전혀 돈이 아깝지 않다. 전부터 Pulse에 대해 소개하고 싶었는데 이 기회에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한다.
먼저 Pulse에 대해 설명하면, 아이패드용으로 처음 개발된 정말 쓰기 편하고 디자인이 예쁜 RSS 리더이다. RSS 리더에 대해 기존에 가졌던 관념을 송두리째 바꾸는 앱인데 아래 동영상을 보면 어떤 개념인지 알 수 있다.
출시하자마자 뉴욕타임즈, CNN 등에 소개되며 큰 인기를 끌었고, 곧 아이패드 스토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유료 앱이 되었다. $3.99라는 비싼 가격이지만 순식간에 15,000개가 팔렸고, 몇 달 후에는 50,000개가 넘게 팔렸다. 앱 하나당 4달러라고 치면 4달러 x 50,000 = 20만불 (2억 4천만원). 그 중 개발자가 70%를 가져간다고 하면 14만불, 즉 개발자는 몇 달만에 1억 8천만원에 달하는 돈을 번 셈이다.
창업자 Akshay와 Ankit
누가 이걸 만들었을까? 22살과 23살의 인도 출신 스탠포드 학생 두 명이다. Akshay Kothari 와 Ankit Gupta이다. Akshay 는 퍼듀대 학부를 졸업하고 스탠포드에서 전자공학 석사를 마쳤고, Ankit 은 인도에서 IIT 학부를 졸업한 후 스탠포드에서 컴퓨터공학 석사를 마쳤다. 이 둘은 Launchpad라는 수업 (이 수업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을 듣다가 만났고, 뭔가 재미난 게 없을까 찾던 중 Pulse를 만들게 된다. 제작 기간은 겨우 1달 반. 사실 이 중 Ankit은 우연한 기회에 잠깐 만난 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언급하겠다.
아래 NBC Bay Area 뉴스에서 이 두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뉴스의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게 바로 실리콘밸리가 유명한 이유죠. (중략) 이번에는 구글이나 야후 얘기가 아니라 다음 세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중략) 그들이 자신의 앱을 IDEO의 데이빗 켈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략) 데이빗 켈리: 사람들은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일들을 합니다. Social Value가 있는 것 말이지요. 사람들이 원하는 것. (중략) 리포터: 자, 여기 22세의 스탠포드 학생으로부터 조언을 들어보시지요. Akshay: 실패를 걱정하지 마세요. 거기서 배우게 될 것이고, 더 강해져서 돌아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략) 리포터: 2주 후면 그들은 졸업할 것이고, 아이폰 버전을 만들 거라고 합니다. 이미 투자자들로부터 전화를 받고 있다고 하네요.”
사실, 나에게 NBC 뉴스 출연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티브 잡스가 WWDC 2010 키노트 연설에서, 성공적인 아이패드 앱들을 나열하면서 Pulse를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이다. 여기에서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Design and launch your company into the real world.” (디자인을 해서 당신의 회사를 세상에 만들어 보세요.)
10주동안 진행되는 이 수업의 목적과 방식은 간단하다. 학생들이 팀을 짜서, 세상에 영향을 미칠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주어진 시간은 10주. 처음 수업 몇 주와 발표에 필요한 몇 주를 제외하면 실제 제품개발에 쓸 수 있는 시간은 겨우 6주 정도에 불과하다. 내가 공동창업자 중 한명인 Ankit을 만난 건 이 수업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Ankit과 같은 수업을 듣던 내 친구 Andreas를 통해 소개받았는데, 그 때 Ankit은 수업 과제를 위한 아이디어를 찾고 있는 중이었다.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고 자신감에 가득 차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그 때는 Pulse를 만들기 전이었으므로 특별한 건 없었고 그냥 똑똑한 스탠포드 학생인가보다 했다. 몇 달 후 그가 유명인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거다. 정말 실리콘밸리에서는 누구를 만나든 예사롭지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느끼는 것이고, 전에도 많이 언급했지만, 실리콘 밸리는 정말 독특한 곳이다. 창업의 꿈을 안고 사람들이 몰려들고, 그 사람들이 꿈을 펼쳐 성공할 수 있는 토양이 있으며, 그런 창업가들의 마음에 불을 붙이는 시스템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 2, 제 3의 Pulse 성공 스토리가 계속 탄생하고 있다.
이번에 한국에 가 있는 동안 친구 덕분에 정말 좋은 공연 하나를 보았다. 앙상블 디토의 공연이었다. 사실 디토에 대해 잘 몰라서 그냥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공연중 하나인가보다 하고 갔었는데, 엄청난 인파에 놀라고 (콘서트홀 입구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건 처음 봤다.), 대부분의 관객이 10대, 20대 여성임에 놀라고, 기존의 클래식 공연과는 다른 참신한 기획에 놀랐다.
앙상블 디토
많이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앙상블 디토에 대해 간략히만 소개하면, 음악 전문 기획사인 크레디아가 기획한 것으로서, 2007년에 처음 공연을 시작했다. 첫 공연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바이올리니스트 자니 리, 첼리스트 패트릭 지, 피아니스트 이윤수가 맡았으며, 그 다음해에는 피천득의 손자이면서 하버드에서 학부를 졸업해서 유명한 스테판 재키브(Stephen Jackiw)가 합류하며 인기를 더했다. 일반 대중을 클래식 공연장으로 모이게 하며 2008,2009년 예술의전당 유료관객 1위를 기록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올해의 인파를 봐서는 올해도 유료관객 1위를 하지 않았나 싶다.
연주자 한 명 한 명의 실력과 매력도 대단했지만, 그 배후에 있는 회사 크레디아를 궁금해하게 된 건 이런 공연을 생각해내고 기획해서 성공으로 끌어낸 사업 감각때문이었다. 예술의 전당에 가 보면 알겠지만, 우리 나라 공연 시장은 20대~30대 여성이 주 관객층임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 세그먼트(segment)는 크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공연에 대한 지불 의사(Willingness To Pay)가 크다. 앙상블 디토는 이 세그먼트를 정확하게 공략했다. 연주자들의 실력도 수준급이지만, 다들 꽃미남이들이어서 젊은 여성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앙상블 디토는 왜 성공했을까? 디토에 대해 설명한 몇몇 글들을 읽으며, 그리고 디토 공연을 보며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보았다.
1. 연주자들의 실력이 좋다. 이들은 많은 경우 줄리어드 음대 등의 세계 정상급 학교에서 수학하고 있거나 졸업했다. 기본적으로 참 잘 한다.
2. 전원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어서 평소에 자주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일년에 한 번 있는 앙상블 디토 공연은 그만큼 귀하다.
3. 꽃미남들이다. 인기 가수그룹에 나오는 정도의 꽃미남은 아니다. 그래도 괜찮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멋진 공연 의상을 입으면 꽃미남으로 보이니까. 어쨌든, 보면서 내가 침을 흘릴 정도였으니…
4. 크레디아에서 잘 포장했다. 클래식 음반계에서는 드물게 화보집도 촬영했고, 공연중에 그 화보들을 프로젝터로 쏴서 올리기도 했다.
5. 공연 매너. 스테판 재키브를 보며 든 생각인데, 듣기도 좋지만 보면 참 멋있다. 뭐랄까… 온몸으로, 정성을 다해서 연주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마치 바이올린과 한 몸이 된 것처럼. 아래 비디오에 그런 모습이 나타난다.
이런 생각을 누가 했을까? 그 배경이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크레디아 대표 정재옥씨의 영향이 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에 대한 정보를 예술의 전당에서 한 인터뷰와 주간한국, 그리고 한국경제 기사에서 찾을 수 있었다.
크레디아 대표 정재옥
중앙일보 문화사업부에 입사하면서 공연기획자로 출발한 그는 1994년, “아티스트와 관객, 스폰서를 위한 창의적인 중간자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직원 한 명과 크레디아(CREDIA)를 창업했다. 국내 기획사 최초로 멤버십 회원제 ‘클럽 발코니’를 운영하였고, 2009년 당시 클럽발코니’ 회원 수가 8만5,000명을 넘었다.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공연들, 예컨대 백건우, 조수미, 강동석, 신영옥, 장영주, 장한나 등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한국 출신 연주자들의 국내 무대는 물론 일본의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를 한국에 소개해 대중적인 스타로 만든 장본인이 바로 정재옥 대표이다. 앙상블 디토를 기획할 때 “관람객의 90% 이상인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앙상블을 꾸렸고”, “호감이 가는 잘 생긴 외모뿐만아니라 연주 실력도 수준급인 연주자를 섭외했다”고 한다[주].
사람들의 필요(needs)를 파악하고 만족시키는 일. 그것이 사업이다. 사람들의 필요를 제품을 통해 만족시킬 수도 있지만 이렇게 사람의 매력을 이용해서 만족시킨다는 것, 물론 더 어렵겠지만 그만큼 더 짜릿하고 가치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프트뱅크 새로운 30년 비전‘에서 손정의 회장이 한 말이 생각났다. 48만명의 팔로워를 가진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입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그 질문에 답변했는데, 손정의 회장이 그 응답을 하나로 요약하니 ‘감동‘이었다고 한다.[주] 듣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사람은 감동을 받을 때 행복하다. 원하는 것을 이루어 감동을 받으면 행복하고,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고 감동하여 행복하고, 자신의 자녀가 태어나면 감동받아 행복하다.
훌륭한 공연은 감동을 준다. 감동을 받은 관객은 그 감동을 잊지 않고 자신의 친구들에게 (지금 내가 하고 있듯이..) 이야기하고, 그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어 기다린다. 2011년에도 앙상블 디토의 공연이 있을 것이고, 올해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정재옥 대표가 또 무엇을 기획하고 있을 지 사뭇 기대된다.
얼마전, 아웃백에서 오랜동안 일하시다가 실리콘 밸리에 와서 무역회사 대표로 일하시는 한 분을 만나서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레스토랑 사업에 대해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정말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러다가 예전에 아웃백에서 있었던 일화 하나가 생각이 나서 여기에 소개한다.
2004년의 일이다. 주말 저녁, 친구와 아웃백 양재점에 갔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Outback은 Bennigan’s와 TGI와 경쟁을 하며 시작한 수많은 패밀리 레스토랑 중의 하나였다. 30여분을 기다려서 자리에 잡고 앉아 맛있는 식사를 하고 나왔다.
식사하는 동안 테이블에 올려두었던 카메라를 안들고 나왔다는 사실은 안 것은 다음날 아침이었다. 아뿔싸, 동생한테 빌린 건데… 걱정을 하며 아웃백 양재점에 바로 전화했다.
나: “여보세요? 아웃백 양재점이죠? 죄송한데 어제 저녁에 카메라를 놓고 나온 것 같습니다. 확인해주실 수 있어요?”
아웃백: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지금 한 번 확인해보겠습니다.”
나: “네…” (제에발…!)
아웃백: “아, 다행이네요. 어제 한 직원이 카메라를 발견해서 저희가 보관하고 있다고 하네요. 찾으러 오시면 됩니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찾으러 가려고 하는데 전화가 울렸다. 이번엔 지점장으로부터의 전화였다.
지점장: “손님, 정말 죄송합니다. 어제 카메라를 발견해서 캐비넷에 넣어두었던 것을 제가 확인했습니다만, 오늘 아침에 다시 보니 카메라가 보이지 않네요.”
나: “네? 그럼… 어떻게 되는 건가요?”
지점장: “처음부터 카메라가 없었으면 다른 손님이 가져갔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경우에는 분명 저희가 발견해서 넣어두었는데 밤 사이에 없어진 것이므로 직원이 가져간 것 같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보상해 드리겠습니다. 시간 되실 때 매장을 한 번 방문해 주시면 같이 가서 카메라를 사드릴게요.”
김동진 지점장
정말일까? 80만원 가까이 하던 니콘 카메라였는데… 다음날 오후, 양재점에 다시 갔고, 작달막한 키의 한 분을 만났다. 김동진 지점장이라고 쓰인 명함을 받았다. 그리고 그 분과 함께 뒤쪽 주차장으로 갔다. 아웃백 로고가 박힌 자그마한 차.. 이정도 규모의 지점을 운영하는 분 치고 차가 너무 소박해서 인상이 깊었다. 카메라는 남대문이 싸다고 하기에 같이 남대문으로 가기로 했다. 가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중 기억나는 대화 몇 가지..
나: “언제, 어떻게 아웃백에 join하게 되셨나요?”
김지점장: “원래 베니건스 본사에서 오랫동안 일했었습니다. 아웃백이 한국에 진출하고 나서, 양재점을 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제 돈을 투자해서 지점을 시작했습니다.”
나: “왜 옮기게 되셨나요? 그리고 이런 사고가 나면 직접 가서 잃어버린 물건을 사주시나요? 정말 인상깊습니다.”
김지점장: “아웃백은 그게 좋습니다. 제가 바로 바로 결정할 수 있어요. 베니건스는 지점장을 본사에서 고용해서 보내고, 중요한 결정을 본사에서 내리기 때문에 때문에 무슨 일을 하든 결재가 필요하고, 그래서 오늘처럼 이렇게 저의 재량으로 즉시 조치를 취할 수가 없지요. 아웃백은 지점장이 주인이고, 본사와는 이윤을 나누는 방식이기 때문에 고객 서비스를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면 제가 바로 결정을 내릴 수가 있습니다. 그 점이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나: “아웃백 양재점은 항상 사람이 많던데… 단지 위치가 좋아서인가요? 마케팅은 어떻게 하나요? 독특한 방법이 있다면…?”
김지점장: “정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했던 것 중 한가지 생각나는건 키즈(kids) 마케팅입니다. 아이들에게 한 번은 공짜로 아웃백 점심을 주겠다고 광고한 적이 있어요. 많이들 왔지요. 근데 중요한 건 아이들은 항상 부모님을 데리고 온다는 거에요. 아이들한테 끌려서 한 번 온 후에 그 부모님들이 당골 고객이 되어 좋은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남대문 전자제품 시장에 도착했고, 나는 약 1시간동안 둘러보다가 그 당시 호평을 받던 Canon Powershot G3 카메라를 사기로 결정했다. 김지점장님이 와서 바로 카드로 결재했고, 그 모든 과정이 나에게는 참 신기하기만 했다. 당시에 거액에 달하는 80여만짜리 카메라를, 그것도 내 실수로 테이블에 놓고 나온 건데 이렇게 지점장이 직접 같이 와서 기다려주고 돈을 내주다니… 그런 서비스는 처음이었기에 매우 깊이 인상에 남았다.
지점장님은 여전히 불편을 주어 미안하다며 언제든 오면 자기가 맥주 한 잔 대접하겠다고 했고, 그 이후 친구들을 아웃백에 데려가면 종종 지점장님이 계신지 물어서 인사를 했고, 그 분은 볼 때마다 나 뿐 아니라 친구들에게까지도 모두 맥주를 한 잔씩 돌리곤 했다. 아웃백은 그 이후 내가 가장 선호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가 되었고, 그 때 샀던 카메라는 지금까지도 잃어버리지 않고 잘 쓰고 있다.
이 이야기를 마치자 식사를 하던 그 분의 눈이 빛났다. 그 분이 아웃백 양재점에서 일했는데, 양재점 김동진 지점장님이 바로 자신의 직속 상사였다는 것이다. 김동진 지점장 – 그 분은 지금은 지점 10개 정도를 담당하는 본부장으로 승진했다고 한다. 최근 유난히 이런 인연을 많이 만나게 된다. 아는 사람들이 점점 연결되고, 같은 분야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끼리 연결되다보니 그런 것이겠지만, 그래도 언제나 신기하고 감사하다.
한편, 시간을 빨리 돌려서… 2009년에 있었던 일 하나를 더 소개한다. MBA 수업시간 중, 한 조가 Outback Steak가 한국에서 성공한 케이스를 조사해서 발표했다. 미국의 수많은 패밀리 레스토랑 중 하나에 불과했던 아웃백이 한국 시장에서 얼마나 뛰어난 실적을 보여주고 있는지 보여주었는데 그 때 아웃백이 진출한 18개의 나라 중 한국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해외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아웃백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수많은 요인이 있지만, Kyuho Lee, Ph.D., et al, “Outback Steakhouse in Korea: A Success Story” 에서는 Decentralized Organization(분산적 조직)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있다. 한 구절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Based on the analyses, it became apparent that the most significant competitive advantage for Outback Steakhouse Korea was its decentralized organization. The company minimized the number of headquarters staff and shifted key activities and responsibilities (such as site selection, contracting with suppliers, and training) to the firm’s eight regional operating partners and the managing partner of each outlet. For instance, each regional operating partner has full responsibility for opening new outlets, ranging from site selection to hiring staff, while managing partners are in charge of such day-to-day activities as employee training, customer service, and local marketing. There are only twenty-one headquarters staff members, far fewer than is true of the firm’s competitors. Overall, this decentralized organizational system facilitates an accelerated decision-making process, enhances supply procurement, and minimizes the costs associated with the upkeep of headquarters.
(한글 요약 번역) 우리의 조사에 따르면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의 가장 중요한 경쟁 우위는 분산 조직(decentralized organization)이다. 본사 스태프들의 숫자는 최소한으로 줄여, 경쟁사보다 훨씬 적은 21명밖에 되지 않는다. 각 지점 담당자가 직원 고용, 트레이닝, 고객 서비스, 지역별 마케팅을 담당한다. 그 결과 결정을 내리는 속도가 훨씬 빨라지게 된다.
Decentralized organization. 고객이 카메라를 잃어버리자 그 다음날 즉시 신용카드로 새로운 카메라를 사 주는 의사 결정 재량과 속도, 그것이 훗날 아웃백 성공의 결정적인 요인이 된 것이다. 기업이 이 원칙을 적용한다고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그런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충분한 권한과 책임, 그리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또한 어떤 의사결정을 어디서 하는 것이 옳은가를 알아야 한다. 모든 의사결정 권한이 분산된다고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업을 인수하거나, 점포를 개설하거나, 회사 전체의 브랜드를 일관적으로 만들어가는 일은 본사에서 해야 한다. 알맞은 곳에 알맞은 정도의 의사결정 권한을 주는 것, 결코 쉽지 않으나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인생이 각 순간의 선택의 결과이듯, 의사결정이 모여 기업을 만들기 때문이다.
오늘 친구와 식사를 하고 7-Eleven 앞을 지나가다 과연 어떤 식으로 프로모션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매장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그냥 프로모션 정도가 아니라 7-Eleven의 모든 섹션을 Zynga 게임 광고로 도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미있어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세븐일레븐에서 물건을 산 후 BuyEarnPlay.com 에서 코드를 입력하면 Zynga 게임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포스터매장 안에 이렇게 Zynga 게임 기프트 카드가 진열되어 있다.냉장고 위의 FarmVille 광고심지어 냉장고 칸칸마다 도배되어 있는 Zynga 광고슬러피 (Slurpee) 컵마다 Zynga 게임 광고가 있다.너무 재미있다며 좋아하는 친구 Thomas온통 Zynga 게임 광고로 도배된 아이스크림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Zynga처럼 항상 모든 것을 분석하는 회사라면 별 생각 없이 이런 광고에 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7-Eleven을 찾아오는 고객들과 Zynga 게임을 하는 고객들의 프로필이 겹치지 않는다면 이런 식의 프로모션은 완전한 돈 낭비가 된다. 과연 그럴까? 두 회사의 타겟 고객이 일치할까? 어떤 사람들이 Zynga 게임을 비롯한 소셜 게임을 하고 있고, 어떤 사람들이 7-Eleven에 찾아올까? 이를 알아보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해당 회사의 웹사이트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프로필을 보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는 보통 comScore에서 유료로 제공한다. 한편, Quantcast.com에서 이러한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간단하게 알아볼 때는 이를 자주 이용한다. 아래 테이블을 보자.
두 프로필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일단, 남녀 비율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Zynga.com에는 10대가 많이 방문하는 반면, 7-eleven.com에는 Young Adults (18-34)가 많이 방문한다. Zynga를 방문하는 주된 ethnic group은 히스패닉인 반면, 7-eleven을 많이 방문하는 사람들은 흑인, 아시아인, 또는 히스패닉이다. 그 뒤 재산 정도와 교육 정도를 보면, 둘 모두 저소득, 저교육층이 주된 고객임을 알 수 있다. 이는 Quantcast에서 제공하는 추정치이고, 또 7-eleven.com을 방문하는 사람과 실제로 7-eleven 가게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다르므로 이 데이터를 크게 신뢰할 수는 없지만, 대략의 감을 잡을 수 있다.
여기서 의문점이 들었다. Zynga에서 게임하는 사람들이 7-Eleven의 고객 (저소득, 저교육)과 비슷하다면, 팜빌(FarmVille)로 대표되는 소셜 게임을 주로 즐기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자료를 약간 찾아보았다. 우선 첫 번째로, 이러한 소셜 게임이 바탕을 두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를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인터넷, Technology에 관한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Royal Pingdom에 의하면, 소셜 네트워크 사용자의 25%가 35-44세에 걸쳐 있고, 전체의 62%가 25세에서 54세 사이이다.
한편, 캐주얼 게임을 많이 만들어온 Pop Cap Games에서 최근 미국과 영국의 소셜 게이머 120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PDF 자료는 여기에), 이에 따르면 남자보다 여자가 많고, 주 나이대는 30세~59세 사이에 걸쳐 있다 (평균 나이 43세).
소셜 게이머 연령대
한편 아이가 없는 싱글이거나 집에 아이가 있는 커플인 경우가 많다.
소셜 게임머들의 결혼 여부 및 아이 유무
또한, 주 30시간 이상을 일하거나 은퇴한 사람들, 또는 가정 주부로 있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다.
소셜 게이머들의 직업
앞서 Quantcast의 자료와 일치하는데, 교육 수준은 낮은 편이다. 고등학교 이하 또는 전문 대학 이하의 학력을 가진 경우가 많다. 대학원 또는 박사 학위 소지자는 드문데, 실제로 이런 교육을 받은 사람 비율 자체가 적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소셜 게이머들의 교육 수준
소득 수준을 보면, 게이머의 1/3이 연 $35,000이하를 벌고 있고, 51%가 $49,000 이하를 벌고 있으니, 저소득층 비율이 높은 편이다. 참고로, 미국의 평균 가구당 소득은 $52,000이고, 캘리포니아의 경우 대학 교육 이상을 받은 사람의 대부분은 연 $80,000 이상을 번다.
소셜 게이머들의 소득 수준
소셜 게임을 하기 시작하면서 희생한 취미 활동은 무엇일까? 독서와 TV 시청, 인터넷 서핑, 취미 활동, 스포츠 등이었다.
소셜 게임을 시작하면서 적게 하게 된 활동들
여기까지 보고 나니 소셜 게임에 대해 좀 회의가 들었다. 요즘 어디가 소셜 게임 이야기가 빠지지 않을 만큼 인기있는 주제이고, 그만큼 많은 돈이 몰리는 곳이기도 한데, 결국 소셜 게임은 사람들(특히 저교육, 저소득층)의 귀한 시간을 빼앗아 사회에 주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것이 아닐까? 그동안 수많은 인터넷 사용자들과 페이스북 이용자들을 소셜 게이머들로 만든 것으로 모자라 세븐일레븐과의 대대적인 공동 프로모션 이벤트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소셜 게임의 세계로 몰아가고 있는데 과연 이것이 과연 전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일까?
물론 긍정적인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음 설문을 보자.
소셜 게임을 통해 사람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소셜 게임을 하며 옛 친구와 다시 연결되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었으며, 자신이 이미 아는 사람들과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해준다고 대답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의문점은 든다. 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이 살아남아 오랫동안 사랑을 받기 마련인데, 소셜 게임은 그런 카테고리에 속하는 것일까? 나도 소위 소셜 게임이라는 FarmVille, 마피아 등을 친구들과 해봤다. 연락이 뜸한 친구와 가볍게 다시 연결되기에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그 친구에게 직접 이메일을 쓰거나, Facebook Wall에 짧게 메시지를 남기거나 아니면 만나서 한 시간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은 안든다.
소셜 게임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까?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다. 한편, 고소득층이 많은 것도 아닌데, 어떻게 소셜 게임은 그렇게 많은 돈을 벌고 있고, 또 마진율이 거의 60%에 달할까? 그 비결은 마이크로 트랜잭션 (Micro Transaction)에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블로그에서 설명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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