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서야 히든 싱어 김광석 편을 봤다(미국에서는 OnDemandKorea.com을 통해 광고와 함께 무료로, 그리고 합법적으로 볼 수 있다). 김광석 노래들, 그러고 보니 나도 참 좋아했었다. 이등병의 편지, 서른 즈음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사랑이 아니었음을, 일어나, .. 어느 하나 빼놓기 힘들 만큼 명곡들이다. 정말 가슴을 울리는 가사와 멜로디, 그리고 음색.
그의 명곡들이 그를 그리워해서 그를 닮고 싶어하는 누군가에 의해 불린다고 하니 참 기대가 되었고, 디지털 음원을 따로 뽑아내어서 한 소절씩 부른다니 그것도 참 신기했다.
당시에 시청률 6.347%로, 같은 시간대의 지상파 방송까지 제쳤다고 하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방송을 본 것 같다. 그럴만 했다는 생각이 든다. 방송이 깔끔하게 잘 만들어졌고, 들으면서 구별하기 힘들만큼 모창자들이 잘 했고, 무엇보다 한 분 한 분의 사연이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 참에 히든 싱어2 다른 편들도 보게 됐다. 왕중왕전까지. 참가자들과 같이 기뻐하고, 같이 놀라고, 그리고 같이 눈물을 흘렸다.
누군가가 자신을 너무 좋아해서 자신의 목소리, 외모, 그리고 표정까지 흉내내고 싶어한다는 것, 정말 감동적인 일이다. 출연한 가수들이 모두 거기에 큰 감동을 느낀 것 같다. 주현미씨가 모창자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안아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김범수씨가 모창자를 ‘자신의 분신’이라고 표현한 것도 신선했다. 정말 어떤 느낌일까 그런 건..
사실, 히든 싱어 이야기를 하려고 이 글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전현무 아나운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 히든 싱어를 보면서 모창자 실력 못지 않게 나를 감탄하게 한 것은 전현무 아나운서의 실력이었다. 방송의 흐름이 엉뚱하게 흘러가지 않도록 잘 주도하는 것 뿐 아니라 어떤 순간에 어떤 사람에게 무슨 질문을 해야 재미가 더해지는지를 파악하고 질문을 참 잘 한다. 한 번은 방송 중 현미 씨가 전현무 아나운서가 진행을 깔끔하게 잘 한다며 다 같이 박수를 쳐 주자고 하기도 했다.
좋은 질문이 실력이다. 그리고 생각을 했다. 이런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진행할 만한 실력 있는 아나운서들이 한국에 또 누가 있을까. 한국 방송을 본 지가 오래 되어 잘 모르지만, 잘은 모르겠다. 그냥 ‘진행’을 할 만한 사람들은 많이 있는데, 감탄할 만한 실력을 가진 사람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강호동과 유재석, 그리고 신동엽. 소위 ‘국민 MC’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10년 전에도 인기 있었던 세 명인데 지금도 그렇게 인기다. 그건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실력이 좋으면 그렇게 장수할 수 있을까.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렇지만 자신을 망가뜨리거나 다른 사람들을 망가뜨려 웃기는 것 말고, 정말 감탄할 만한 실력으로 프로그램을 이끄는 지는.. 잘 모르겠다. 한때 무한 도전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참 많이 웃었는데, 언젠가부터 그냥 유치하고 개그맨들이 안쓰러울 뿐이어서 더 보지 않게 되었다.
나는 리얼리티 쇼를 참 좋아한다. 드라마에는 웬지 ‘작가’의 머리 속에 담긴 단편적인 생각이 담겨 있는 것 같아 긴박감이 들지 않는다. 리얼리티 쇼는 참가자들에 의해 스토리가 전개된다. 그 누구도 어떤 결말이 나올 지 알 수 없다. 마치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처럼, 순간 순간 주인공들이 갈등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을 보며 마치 내가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처럼 빠져 든다.
미국 방송에는 그런 프로그램들이 참 많다. 이전에 블로그에서 언급했던 샤크 탱크나 언더커버 보스, 그리고 서바이버 모두 리얼리티 쇼에 해당한다. 한때는 “You’re fired!”로 유명한 도날트 트럼프의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에 푹 빠져 있었다. 넷 모두 아주 인기가 많은 쇼들인데, 재미있는 것은 샤크탱크, 서바이버, 그리고 어프렌티스 모두 ‘한 사람’이 제작을 맡았다는 것이다. 그의 이름은 마크 버넷(Mark Burnett)이며 그가 내니(nanny)로 시작해 티셔츠 장사를 통해 전설적인 TV 프로듀서가 되게 된 스토리는 이전 블로그에서 설명했으니 참고.
‘서바이버’ 진행자 제프 프롭스트(Jeff Probst)
이런 리얼리티 쇼에서 아주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이 ‘사회자’이다. 특히 서바이버와 같은 쇼에서는 그 역할이 막중하다. 매일 한 사람씩 투표를 통해 제거되는 과정에서, 사회자가 참가자들에게 ‘어떻게 느끼는지’,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질문하는데, 그 질문이 너무나 예리해서 어떤 질문을 하는지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배울 점이 많을 정도이다. 때로는 그의 질문으로 인해 투표되는 탈락자가 바뀌기도 한다. 그의 이름은 제프 프롭스트(Jeff Probst)이며, 서바이버를 통해 대 스타가 되었다. 그의 역할 덕분인지는 몰라도, 2008년부터 에미 상(Emmy Award)에 ‘리얼리티 쇼 최고의 진행자 Outstanding Host for a Reality or Reality-Competition Program’라는 상이 추가되었고, 4년간 그가 1등을 독차지했다.
여기서 한 마디 추가. 사실 전현무 아나운서와 나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명덕외고 영어과.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스스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편은 아니었지만, 누군가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 옆에서 추임새를 넣어 아이들을 웃기는 것을 참 잘했다. 그 친구가 지금과 같은 MC가 될 줄은 상상을 못했던 것.
한국에서 책을 출간한지 약 4달이 되었다. 많은 지인들이 책이 잘 팔리느냐고 물었고, 또 책을 낸 기분이 어떻냐고 물었다. 책은 꾸준히 팔리고 있는 것 같다. 이제 4쇄 인쇄를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오래 전부터 목표했던 일을 마무리지어서 기뻤고, 이 블로그의 독자들과 트위터 팔로워를 포함해서, 많은 분들이 책을 구매해주셨고, 그 책에 내가 사인을 남길 수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책 리뷰
책을 읽은 분들 중 소감을 보내주시거나 예스24, 알라딘, 교보문고 책 소개 페이지에 소감을 올려주신 분들이 많아 고마웠다. 아래는 ‘어느 아줌마의 리뷰’라며 카카오 스토리에 올라온 글을 출판사에서 보내준 것이다.
길가다 우연히 들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한소절에 울컥.
이불 덮어쓰고 그냥 좀 울고싶다.
이건 마음.
며칠간 숨죽여 읽은 책 스핀 잇. 실리콘밸리, IT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인데 정말 찰지게 재밌다. 막 뛰쳐나가고 싶다. 이건 머리.
이 책은 IT 경제서가 아니라, 더 이상 뒤처지지 않기 위해 꼭 읽어야 할 생존경제학 책 같다. 안 봤으면 여전히 무지몽매하게 살았겠지만 보고 나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눈 감고 귀 막고 멍하니 직장생활에만 목 맸을 것 같다. 이제라도 IT와 실리콘밸리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어 천만다행이다…
책에는 실리콘밸리에 살아본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재미난 일화도 많다. 넷플릭스 유료 회원이 될 것인가, 아마존 유료 회원이 될 것인가를 고민하는 대목,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부터 애플TV, 구글TV, 로쿠박스를 다 써보고 만족하지 못해 중고를 팔거나 제품을 반납하는 대목, 호텔 대신 에어비앤비에서 민박을 구하고 집주인의 와인을 사며 대만족하는 대목이 깨알처럼 씹힌다.
한편, 예스24에서 만드는 온라인 잡지인 채널 예스와 인터뷰를 했는데, “실리콘밸리와 <슈퍼스타 K>의 공통점은…”이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실렸다. 인터뷰 기사를 상세하면서도 깔끔하게 잘 정리한데다 사진도 잘 찍어주셔서 가장 내 마음에 드는 인터뷰 기사가 되었다. 아래는 기사의 일부이다.
캘리포니아로 출장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완전히 반했어요. 그 전부터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출장 가는 곳마다 눈여겨보기는 했었어요. 그런데 캘리포니아만큼 확신이 들었던 곳은 없었죠. ‘여기에서 살아야겠다’ 싶었어요. 물론 게임빌에서 계속 일하면서 캘리포니아에서 생활할 수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이왕이면 보통의 캘리포니아 사람들처럼, 그곳에 있는 회사에 취직해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배움에 대한 욕구가 유난히 강한 사람 중에 한 명인 것 같아요. 호기심도 많고 끊임없이 배워야 하고요. 배움을 중단하면 즉시 인생에 회의를 느끼는 스타일이에요. 게임빌에 있으면서도 많은 걸 배웠고 재미도 있었지만 더 많이 배우고 싶었어요. 미국 시장에 대해서 배우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캘리포니아, 특히 실리콘밸리는 당시에도 핫(hot)한 곳이었죠. 그런 곳에서 뭔가 괜찮은 일을 하면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한 끝에 먼저 학교에 가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UCLA에서 MBA 과정을 시작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죠.
기업 강연 – 글로벌 창업 지원 센터, SKT, 네이버, 핸드스튜디오, …
책 출간과 함께 강연 요청도 여럿 받았다. 미래 글로벌 창업 지원 센터(Born2Global)의 초대와 함께 다양한 회사와 학교, 그리고 방송국에서 강연과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면서 휴가를 내어 한국에 방문했다. 글로벌 창업 지원 센터에서는 강연 뿐 아니라 ‘멘토링 세션’이라고 해서, 현재 창업을 해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분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 매우 흥미로웠다. 강연 내용은 플래텀에서 ‘실리콘밸리에 왜 이렇게 돈이 몰리는가‘라는 제목으로 거의 한 마디도 빼놓지 않고 정리해 주셨다. 이 행사를 계기로 KAIST를 졸업하고 인공 위성을 개발하는 일을 하다가 Promisope라는 회사를 만든 이준호 대표를 만나게 되었는데, 회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는 지금 장애아 또는 희귀 난치성 질병을 가진 아이들의 보호자들이 자유롭게 그들의 일상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다.
미래 글로벌 창업 지원 센터에서 있었던 강연과 멘토링
한편, SKT에서 연락이 와서 직원들 대상 교육 프로그램인 T클래스의 강사로 초대되어 강연을 했는데, 많은 분들이 회의실을 가득 메워주셔서 놀랐다. 이야기를 마치자 예리한 질문을 많이 던졌는데, 내가 정리했던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김상헌 대표님의 초대로 네이버에서 강연할 기회도 가졌다. 네이버 임원들이 많이 참석한다고 해서이기도 했지만, 네이버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서 내 블로그가 사람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터라 유난히 긴장되었던 자리였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차분히 앉아 이야기를 들어 주셨다. ‘실리콘밸리 이야기’에 더해 네이버에 대해 아쉽게 생각하는 점들, 즉, 네이버가 검색 품질을 높이는 데 더 관심을 기울이고 디스플레이광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를 바라고, 한편 네이버 카페나 블로그 등 오래된 지식 저장 플랫폼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는 등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NHN 그린 팩토리에서
책에 사인도 원 없이 해봤다. 스파크랩스 데모 데이에서 책 사인회를 한다기에 출판사에서 책 100권을 가져갔는데, 스파크랩스에서 모두 구입해서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기로 한 덕에 두 번의 쉬는 시간에 걸쳐 정신 없이 책에 사인을 했다. 한 분 한 분 이름을 여쭤보면서 책에 사인을 남겼는데, 그동안 책 만드느라 했던 고생을 아깝지 않게 만든, 뿌듯한 시간이었다.
스파크랩스 데모 데이에서 가졌던 책 사인회
출국 직전 역삼동에 위치한 핸드스튜디오라는 스마트 TV용 플랫폼을 만드는 스타트업에서 연락을 받아 강연 및 책 사인회를 가졌는데, 회사 분위기가 아주 좋았던 데다, 호기심에 가득한 직원들이 쉴 새 없이 질문을 해서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다. 스마트 TV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거침 없이 이야기했고, 무엇보다 예전에 게임빌이라는 회사를 키우면서 경험했던 에피소드들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다가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쉴 새 없이 질문을 쏟아냈던 핸드스튜디오 직원들
끝나고 사인회도 가졌는데, 이 때 사진을 참 잘 찍어주셔서 이 자리를 빌어 다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핸드스튜디오에서 강연을 마치고
학교 강연 – 대구과학고등학교(영재고)
무엇보다 기억에 남았던 강연은 대구과학고등학교(영재고)에서였다. 책이 나온 지 얼마 안되어, 출판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대구영재고에서 연락이 왔는데, 책 내용을 바탕으로 강연을 해준다면 고등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구에 와달라는 부탁을 했다는 것이었다. 사실 한국에서의 일정이 빡빡했던데다, 그쪽에서 원하는 일정이 한국 방문 일정과 맞지 않아 아쉽게 거절을 했었다. 그 후에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영재고의 교사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내 일정에 맞추겠으니 시간을 내달라고 부탁하셨다. 대구까지 가려면 KTX로 2시간이 걸리는데다 서울역에서 출발해야 함을 감안하면 이동에만 왕복 6시간이 걸리는 일이라 많이 고민이 되었지만, 고등학생들에게 강연을 한다는 것이 매우 의미 있게 여겨져 수락했다. 고등학생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면 가장 와닿을 수 있을까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강연에 참석한 대구과학고(영재고) 학생들
도착하니 다음날 시험이 있는 고3을 제외한, 고1, 고2 학생 200명이 강당에 앉아 있었다. 간략하게 내 소개를 한 후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내 고민은 말끔하게 해소되었다. 전국 단위로 모집하고, 매우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학한 학생들이라더니, 정말 남달랐다. 처음에는 사실 큰 기대 없이 이런 질문을 던져 봤다.
자, 이제 ‘기업 인수’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것이 실리콘밸리를 실리콘밸리답게 하는 무척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죠. 여러분들은 기업 인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그러자 몇몇 학생들이 손을 들었고, 그 중 제일 앞자리에 앉은 한 학생을 지목했다. 그러자 이렇게 대답했다.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사서 하나의 기업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정당한 대가’. 그 얼마나 중요한 단어인가? 어찌 보면 가장 산출하기 어려운 것이고, 기업 인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지도 모른다. 대가가 정당하지 않으면 기업 매각이 일어나지 않거나, 매각이 되더라도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파장을 일으키기 힘들다. 무엇보다, ‘정당한(때로는 지나친) 대가’를 지불하고 기업을 인수하는 실리콘밸리의 기업 문화는 실리콘밸리를 창의력의 원천으로 만들고 있다.
나는 신이 나서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 그렇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기업을 인수하면,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그러자 수십명이 손을 들었다. 한 명씩 지목해서 대답을 들었다.
창업가가 부자가 되고, 유명해집니다.
창업가의 성공 이야기가 세상에 널리 알려집니다.
그 창업가는, 거기서 번 돈으로 다른 회사에 투자를 하거나, 새로운 회사를 만들 것입니다.
대답 한 마디 한 마디에 감탄을 했다. 나는 거기에 더해 “창업가 뿐 아니라, 그 회사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함께 돈을 벌게 된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강연이 끝나자 질문이 쏟아졌다.
저는 창업을 하고 싶은데, 제 주변에는 정말 천재같이 똑똑한 친구가 있고, 천재는 아니지만 아이디어가 뛰어나고 사교성이 좋은 친구가 있습니다. 누구와 창업을 해야 할까요?
소프트웨어가 가져올 미래에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뜁니다만, 한국의 현실을 생각할 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3D 업종’ 중의 하나로 분류하거든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모두 깊은 생각 끝에 나온 질문들이었고, 그 질문 하나 하나에 대답하면서 너무나 신이 났다. 강연이 모두 끝나고 책에 사인을 해주었는데, 한 학생이 사인을 받으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저는 이 시간 전까지 ‘기업 인수 합병’이라는 것이 부정적인 것으로만 알았습니다. 오늘 그 점에 대해 새로 생각하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그렇다. 나도 기업 인수를 부정적으로 봤었던 기억이 난다. 인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부정적인 사례가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십년을 바쳐 제품을 개발해온 창업자가 쫓겨나기거나, 헐값에 인수되는 바람에 부자가 되기는 커녕 가진 것을 다 빼앗겼다는 등의 기사가 있었다. 그 문화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창업자가 더 인정받고, 선견지명을 가지고 초기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부자가 되는 일은 이미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이 일어날 것이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받는 것이 새롭거나 신기한 일이 아니라 너무 당연한 일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인터뷰 선물
KBS 양영은 아나운서의 초대로 ‘인터뷰 선물’에 출연하기도 했는데, 양영은 아나운서가 준비를 철저하게 한 데다, 아주 편안하게 질문을 해주어서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아래 그 인터뷰 영상이다.
돌아오는 토요일에는 스탠포드 SEED라는 모임의 초대로 강연을 할 계획이다. 책과 블로그의 내용,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투자한 회사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내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의 공감을 산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앞으로도 내 인생을 통해 더욱 풍부한 이야기들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우리는 이제 이 곳과는 이별이라는 생각, 그리고 옆에 있는 많은 친구들과 헤어져야만 한다는 아쉬움과, ‘중학교’라는 새로운 장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그리고 ‘중학생’이 되면 우리도 이제 전보다는 어른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더 이상 시험은 없었다. 며칠간 학교에 나와 가벼운 마음으로 수업을 듣고, 선생님과 인사하고, 친구들과 인사하고, 졸업식을 치른 뒤 집에 가면 신나는 방학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세 시쯤 되었을까. 평소에는 월요일 조회 시간에 교단 위에서만 볼 수 있었던 교장 선생님이 예고 없이 갑자기 교실에 등장했다. ‘담임선생님 대신 우리에게 뭔가를 가르치러 오신 걸까? 교장 선생님도 수업을 하실 수 있나?’하는 의아함으로 우리는 앞에 양복을 입고 선 그 분을 쳐다보았다.
학생 여러분, 오늘 두 가지 이야기를 하려고 여기에 왔습니다. 딱 두 가지입니다. 여러분이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하는 지금 시점에서, 지금까지 배웠던 것은 잊어버려도 좋은데 이 두 가지만은 꼭 기억해주기 바랍니다.
첫째, 오늘부터 집에 가면 이렇게 해보세요. 저녁을 먹고, 휴식을 한 후, 운동도 하고 TV도 보고 나서 책상에 앉아보세요.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지는 마세요. 그냥 5분만 책상에 앉아 있다가 내려오세요. 오늘 할 일은 그걸로 끝입니다. 내일 학교에 왔다가 집에 가서, 똑같이 저녁을 먹고 휴식을 취한 후 책상에 10분간 앉아보세요. 마찬가지로 책을 읽지는 말구요. 그 다음날은 30분간 책상에 앉아 보세요. 그 때 책을 읽어도 좋고 그림 그리기를 해도 좋아요. 네번째 날, 책상에 앉거든 책을 한 권 꺼내세요. 그리고 읽어보세요. 그 다섯 번째 날에는 좋아하는 과목으로 풀고 싶은 문제집을 선택해 보세요. 그리고 한 시간동안 앉아서 풀어보세요.
집에 가서 하루에 몇 시간을 숙제하느라 책상에 앉아 있곤 하던 나에게 교장선생님의 말씀은 꿀맛처럼 들렸다. ‘오늘은 이 핑계로 5분만 책상에 앉아 있으면 되겠다!’ 그리고 그 말대로 해보았다. 하루에 5분만 책상에 앉고 나머지 시간을 놀면서 보내고 나니 이내 지루해져 이틀째부터 책을 집어 들고 말았지만.
둘째, 이제 10년 후면 20세기가 지나고 21세기가 됩니다. 학업을 마치고 여러분들이 나가서 살게 될 세상은 21세기이며, 21세기는 새로운 인재와 새로운 기술을 요구할 것입니다. 21세기에 대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무엇일까요? 한 가지는 영어입니다. 세계가 더 많이 연결될수록, 영어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입니다. 영어를 꼭 마스터하세요. 두 번째는 컴퓨터입니다. 컴퓨터 언어를 배워두세요. 컴퓨터가 지금보다 더 많이 쓰이고, 컴퓨터 없이는 살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중학교에 진학하고, 대학교에 가서도 이 두 가지를 기억하세요. 영어와 컴퓨터.
30분의 짧은 강의였지만, 그 때 교장선생님이 하신 말씀은 마음에 강렬하게 남았다. ‘앞으로 내가 살게 될 세상은 영어와 컴퓨터가 중요하겠구나.’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 미국에 살며 매일 동료들과 영어로 회의하며,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며, 인터넷과 모바일 혁신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세상을 보고 있다.
그 분의 성함은 조성선이다. 나와 이름이 비슷해서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다. 7년 전쯤, 버스 타고 가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 찾아본 적이 있었다. ‘디지털 교장선생님’으로 불리고, 컴퓨터 관련 서적만 10권이 넘게 출간했다는 2002년의 중앙일보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관악구의 미성 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시며, 한국의 자연을 사진에 담는 취미 활동을 하고 계셨다. 미성초등학교 홈페이지를 찾아가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 그 당시 초등학교 6학년 때 교장선생님이 하셨던 말씀을 기억하고 있다고. 그리고 그 때 말씀대로 영어와 컴퓨터 두 가지를 공부했고, 지금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에 수출하는 게임을 만들고 있다고.
연락 고맙습니다. 멋진 삶을 살기를 바래요.
짧은 답장이 달렸다. 나는 너무 반가워서 연락한건데 답장이 너무 짧아 좀 아쉽기도 했지만, 그동안 재직했던 초등학교를 통해 배출한 학생들이 얼마나 많을텐데 일일이 답장하기 힘드시겠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지금, 졸업하는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에게 10년, 20년 후를 대비해서 두 가지를 꼭 익히라고 말한다면 무엇이어야 할까?
이제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비트코인 한 개를 소유하기 위해 1,000달러 이상을 내야 한다. 비트코인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총 통화량(Circulation)에 가격을 곱하면 비트코인의 ‘시가 총액(market capitalization)이 나온다. 현재 통화량이 1200만개 가량 되므로, 시가 총액은 무려 15 billion USD, 즉 17조원에 달한다. 무시할 수 없는 경제 규모다.
중국의 거대한 수요. BTC China라는 중국의 비트코인 거래소에 거래가 몰리고 있다. (실제로 비트코인 총 거래량의 60% 이상이 BTC China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에 막대한 부가 이미 축적되어 있고,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고급 주택들이 중국인들의 손에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였는데, 갈 곳 없었던 돈이 비트코인으로 몰리고 있는 것 같다.)
비트코인의 미래에 베팅하고 있는 큰 투자자들이 생겨났다. 페이스북 초기 임원이었던 Chamath Palihapitiya가 이미 10월 29일 당시 시가로 $5 million (55억원) 어치의 비트코인을 사들였고, 앞으로 수백억원어치를 더 사겠다고 공언을 했다. (당시 개당 200달러이던 시장 가격으로 55억원어치니까, 가격이 6배 상승한 지금 시장 가격으로는 무려 330억원어치이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운영된다. 즉, 비트코인을 운영하는 소스 코드는 GitHub에서 누구나 볼 수 있다. 소스코드 수정 히스토리를 보면 전 세계 프로그래머들이 매일같이 소스 코드를 조금씩 수정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소스코드가 공개되어 있다고 해서 누구나 소스코드를 조작해서 비트코인을 가져가거나 비트코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소스코드는 커뮤니티에 의해 관리되고 있고, 누구나 받아갈 수는 있지만 누구나 업데이트할 수는 없다. 게다가 코드가 워낙 방대하고 복잡해서 전체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코인’이라고 부르지만, 손에 쥘 수 있는 물건은 존재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은 코드 값으로만 존재한다. 모든 것은 복잡한 RSA 암호화 기술이 적용된 수학이다. 비트코인의 소유자만 개인키(private key)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비트코인을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다. 공개키(public key)와 개인키(private key)를 이용한 암호화 방식은 우리나라의 ‘공인인증서’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공인인증서의 개인 암호에 해당하는 것이 이 개인키이다.
We define an electronic coin as a chain of digital signatures. Each owner transfers the coin to the next by digitally signing a hash of the previous transaction and the public key of the next owner and adding these to the end of the coin. A payee can verify the signatures to verify the chain of ownership. (우리는 전자 화폐를 디지털 서명의 체인으로 정의합니다. 코인 소유자는 거래 내역에 디지털 서명을 한 후 다음 사람에게 전달하고, 이를 받은 사람은 자신의 공개 키를 코인 맨 뒤에 붙입니다. 돈을 받은 사람은 앞 사람이 유효한 소유자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원리는 간단하다. ‘화폐’라는 것이 가져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두 가지 속성은 1) 액수가 표시되고 보존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2) 위조가 어려워서 주고 받았을 때 사기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인데, 그 두 가지 문제를 푼 것이다. 위 도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개키와 개인키를 이용한 비대칭 암호화를 이해해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자면 글이 너무 길어질 수 있으니 간략히만 이야기하면(또는 이 문서를 참고), 공개키와 개인키는 세트로 만들어지고, 공개키를 이용해서 암호화한 것은 거기에 해당하는 개인키를 이용해서만 풀 수 있고, 반대로 개인키를 이용해서 암호화한 것은 공개키를 이용해서만 풀 수 있다. 도표 중 가운데 그림을 보자. Owner 1이 Owner 2에게 비트코인을 전달하는 과정이다. Owner 1은, 비트코인 거래 내역과 Owner 2의 공개 키를 가져와서 해싱(hashing)을 한다. 여기서 ‘해싱’은 보안에서 등장하는 용어인데, 텍스트를 짧은 숫자와 문자열로 요약하는 것을 의미한다. 해싱은 비가역적이다. 즉, 문서 A를 해싱해서 문서 B를 만들 수 있지만, 문서 B를 이용해서 문서 A를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쨌든, Owner 2의 공개키를 가져와서 해싱한 후에 자신의 개인키를 사용해서 서명을 한다. 서명된 결과를 Owner 2에게 보낸다. Owner 2는, 자신의 공개키를 활용해 암호화된 문서가 도착했으므로, 자신의 개인키를 사용해서 암호를 풀 수 있다. 암호가 제대로 풀리면 비트코인의 거래가 완료된다.
비트코인이 가치를 지니는 이유
위 알고리즘은 그렇다 치고, 아무리 생각해도 잘 이해되지 않는 의문이 있을 것이다. 실체도 없는 컴퓨터 코드가 어떻게 해서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주고 사고 싶어하는 ‘가치를 지닌 물건’이 되는가?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지난 10월, 리니지에서 ‘진명황의 집행검’이라는 아이템을 인첸트(inchant)하려다 실패해서 리니지를 상대로 아이템 복구 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사례가 있었다. 이 재판의 쟁점이 되었던 ‘진명황의 집행검’은 시가가 무려 3천만원이다. 게임 아이템이 뭐길래 시가 3천만원이 되는가? 그 이유는 ‘희소성’, 그리고 ‘시간과 노력’에 있다. 게임 내에서 이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시간을 써야 하고, 거기에 운도 따라야 한다. 사람의 시간이 들어가서 쓸모 있는 무언가가 만들어지면,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닌다.
리니지에서 가장 희귀한 아이템 중 하나인 ‘진명황의 집행검’. 호가 2500~3000만원이다.
비트코인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차이는, 리니지에서는 사람이 노가다를 해서 아이템을 획득해야 하지만, 비트코인은 사람 대신 ‘기계가 노가다를 해서’ 코인을 획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계는 공짜가 아니다. 몇 천 달러를 주고 사야 하고, 전기도 많이 든다. 이렇게 ‘투자’를 해야만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 결과물은 일정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그 가치가 10달러가 맞는지 1000달러가 맞는지에 대한 논의는 별개로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비트코인을 얻기 힘들고, 더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가치가 상승할 내재적 가능성이 있다. 그 때문에 ‘마이너(miner)’들은 하루라도 빨리 비트코인을 얻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미국 상원 의원 공청회 = 비트코인 파티
한때는 ‘아는 사람만 알던’ 비트코인이 갑자기 미국 전역에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지난 11월 19일에 있었던 미국 상원 의원 공청회가 열리면서이다. 미국 상원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한 번 ‘들어보겠다’고 한 소식만으로 비트코인의 가격은 400달러로 솟았으며, 그 공청회를 통해 비트코인의 장단점을 상세히 알게 되자, 다시 한 번 가격이 뛰었고, 오늘날 1,000달러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 때 비트코인 관련 사업을 하던 사람들과 화폐 정책에 관여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여기에서 발표된 내용 전문을 읽을 수 있다. 그 중 BitPay의 CEO인 Anthony Gallippi가 발표한 내용이 비트코인의 장단점을 잘 요약하고 있어 트위터에 올렸었는데 142명이 Favorite으로 등록했었다. 그 중 흥미로운 문단 몇 가지를 간략히 번역한다.
Credit cards are “pull” transactions. The shopper provides their account number, and secret credentials that the business can use to pull money from their account. The problem is that the same credentials to pull money one time can be used to pull money many more times – by that same business, or by anyone who has these credentials. This is the fundamental design problem with credit cards, and it is the root cause of the identity theft and fraud that we see today. (신용카드는 ‘당기기’ 방식입니다. 즉, 고객이 신용카드 번호를 제공하면 회사는 그 계좌에서 돈을 빼갑니다. 문제는, 그 신용카드 번호를 가진 누구든 돈을 빼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이 문제 때문에 ‘명의 차용’을 이용한 사기 죄가 생겨납니다.)
Because of this design flaw, security around credit cards is massively expensive. Apple has iTunes, with over 500 million credit card numbers stored on file. The cost and risk of securing this data is enormous. Visa alone spends $200 million a year on fraud prevention. They are throwing big money at the problem and it is not working, because every year fraud remains very high. (신용카드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쓰이는 돈은 엄청납니다. 비자(Visa) 혼자 사기 검출에 쓰는 돈이 무려 2천억원 이상입니다. 어차피 되지도 않는 일에 돈을 낭비하고 있는 셈이지요. 항상 사기율은 매우 높으니까요.)
Bitcoin payments are “push” transactions, which are very different than credit cards. If I want to pay someone, I push them the exact amount I want to give them. The recipient does not get my account number, they do not get my secret credentials, and they do not get any permission to ever pull money from my account. Only I can push out a payment. Bitcoin works similar to email, and text messages. Text messages are a push transaction. You cannot pull an email from me or a text message from me, only I can push the message to you. Bitcoin works the same way, for payments. (반면 비트코인은 ‘밀기’ 방식입니다. 제가 누구에게 돈을 보내고 싶다면, 딱 그만큼의 돈만 보낼 수 있습니다. 받는 사람은 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고 제 계좌 정보도 모르므로, 저에게서 절대로 돈을 더 빼갈 수 없습니다. 오직 저만 돈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이메일이나 텍스트 메시지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단점과 한계
여기까지 보면 장점이 참 많은 것 같지만, 분명한 한계도 많이 있다.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한계가 될 수 있다. 지금은 정부가 통화량을 관리하고 돈을 찍어낼 수 있으므로 경기가 과열되거나 침체가 올 때 통제를 할 수가 있지만, 만약 세계 경제가 비트코인으로만 움직인다고 하면 그런 통제가 어려워지므로 경기 파동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
트랜젝션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도 문제다. 비트코인이 A에서 B로 옮겨지는 데에 10~20분이 걸리는데 (아래 그래프), 그 이유는 한 사람이 동시에 두 곳 이상으로 비트코인을 보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비트코인 트랜젝션을 검사하고, 거래의 유효성을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10~20분은 국가간 거래에서는 획기적으로 짧은 시간이지만, 스타벅스에서 비트코인으로 커피 한 잔을 사기에는 너무나 긴 시간이다.
비트코인을 보내고 나면 되돌려받을 길이 없기 때문에, 물건을 사기로 하고 비트코인을 보냈는데 상대방이 물건을 안 보내면 되돌릴 수가 없다.
당분간은 비트코인의 가치가 주식과 같이 급상승하거나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 비트코인으로 거래를 해 놓고 누군가는 후회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앞으로도, 비트코인이 시장에 퍼진 후에, ‘큰 손’이 비트코인을 모두 털고 나가기로 결정하면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할 위험도 있다.
중국의 규제가 어떻게 나올 지도 위험 요소이다. 중국에서 비트코인을 많이 사서 모으고 있는데, 중국이 비트코인 구매를 막기 시작하면 (그러기는 힘들겠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
비트코인 거래 확인에 걸리는 시간 (출처: blockchain.info)
결론
비트코인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고 비트코인을 사서 모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람들은 페이스북 아이디어를 처음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유명한 윙클보스 형제들이다. 비트코인이 15달러대일때부터 사기 시작했다는데, 지난 4월에 비트코인을 10만개 이상 소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으로 환산하면 $100 million, 즉 천억 원이 넘는 액수이다.
비트코인 시장 규모가 아무리 커진다 해도, 수백년 이상 쌓아온 현재의 금융 제도를 바꾸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지금 하나에 1천 달러나 하는 비트코인의 가치가 과연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도 의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비트코인에 결정적 결함이 발견되어 그 체계가 무너지지 않는 한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인다) 비트코인은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닐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사용하기 시작함에 따라 비트코인 경제 규모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세 가지 옵션이 있다. 하나는 케이블 망을 이용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전화선을 이용하는 것이며, 또 한가지 옵션은 광케이블이다. 케이블 망은 컴캐스트가 독점하다시피하고 있고, 전화선을 이용한 DSL은 AT&T가 제공하고 있다. 광케이블은 AT&T에서는 U-Verse라는 브랜드로, 버라이즌(Verizon)에서는 FiOS라는 브랜드로 서비스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광케이블이 깔리지 않은 곳이 많아 전에 살던 집도 그렇고 지금 사는 곳도 그렇고 광케이블 서비스는 이용할 수가 없다. 결국 옵션은 컴케스트 케이블 아니면 AT&T DSL인데, 2013년을 살면서 6mbps 정도밖에 안나오는 느린 DSL은 도저히 쓸 수가 없어 25mps정도 되는 컴캐스트 인터넷을 월 60달러씩 내며 쓰고 있다.
최근에 집을 하나 샀다. 거기에도 컴캐스트 망을 설치하려고 알아보니 컴캐스트 서비스가 되는 곳이라고 하기에 바로 신청했다. 기사가 와서 설치하는 옵션은 수십달러를 추가로 내야 한다고 하기에 직접 설치하겠다고 했더니 케이블 TV용 기기가 왔다. 매뉴얼을 꼼꼼히 읽고 그대로 따라서 전원을 꼽고 케이블을 연결했으나 신호가 안잡혔다. 껐다 켜기를 몇 번 반복하고, 인터넷 뒤져서 알아보고, ‘내 힘으로 꼭 해결하리라’는 생각으로 몇 시간을 보냈는데 결국 해결을 못했다. 서비스 센터에 전화해보니 누군가와 통화하는데 10분, 그리고 리셋해보라는 말을 듣기까지 20분.. 시간을 한참 낭비했다.
결국, 기사(technician)를 불렀다. 이틀 후에 도착한 그는, 집에 들어와서 이것 저것 조사해보고 신호를 측정하더니 한 마디 했다.
집에 설치되어있는 케이블이 컴캐스트용이 아니네요. Dish나 DirecTV같은 위성 TV용 케이블이에요. 일단 컴캐스트용 케이블로 바꾸고 나서 다시 시도해보세요.
컴캐스트가 지원이 안된다면 진작 이야기를 했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동안 낭비했던 시간, 특히 기술 지원을 받겠다고 전화 붙잡고 기다렸던 시간이 정말 아까웠다. 그동안 낭비한 시간으로도 충분하니 앞으로 컴캐스트와는 상종하지 말자는 생각 뿐이었다. 그 길로 컴캐스트에 전화해서 해제하고 Dish에 전화해서 서비스를 신청했다. 가격도 더 저렴했고, 훨씬 친절하고 일처리가 빨랐다. 기사가 와서 무료로 설치해주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었고, 웹사이트도 훨씬 편리하게 잘 만들어져 있었다.
며칠 뒤, 컴캐스트에서 받았던 케이블 TV 셋탑박스를 반납하도록 빈 상자가 하나 도착했다. ’드디어 컴캐스트와 마지막 거래를 하는구나’ 싶었는데 또 한 번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빈 상자가 너무 작아 셋탑박스를 넣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한테 애초에 보냈던 모델이 뭔지도 몰랐나보다.
다행히 크기가 맞는 빈 상자가 하나 있어 거기에 넣어서 반납했다. ‘보내준 상자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기 반납을 거절하지 않기를 바라며.
일주일 뒤, 컴캐스트에서 전화가 왔다. 컴캐스트 서비스를 정지했지만 기기가 도착하지 않았다며, 기기를 빨리 반납하지 않으면 수백달러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컴캐스트에 전화해서 항의했다. 분명히 기기를 반납했는데 무슨 이야기냐. 그랬더니 운송장 번호를 달라고 한다. 운송장 번호는 따로 기록해두지 않아 모르겠다고 하며 왜 그걸 확인을 못하냐고 물었더니, 기기 반납을 처리하는 부서는 따로 있고 서로 연결이 안되어 있다고 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시스템끼리 서로 정보 교환이 안되고 있다니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한국에서는 인터넷과 TV 설치하려면 전화 한 통이면 간단하게 되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쉽게 해결이 되는데, 컴캐스트는 왜 이렇게 고객의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걸까.
For a total of 10 months I tried to get Comcast techs to come to my house and look at my incoming lines. All but one tech flat out refused to go outside the house. The one that did go outside told me my neighborhoods overhead lines needed to be repaired and they’d put a call in. Nothing was ever fixed. (10개월동안 컴캐스트 기사더러 와서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했는데 제대로 보지도 않고 거절하거나, 이웃집이 문제라고만 했죠. 결국 해결이 안됐어요.)
I had received a TV for Christmas from my in-laws. I was on my way out the door to buy a TV with a better picture the day a directv rep came to my house. We decided to make the switch. Two days later they did the hookups. Turns out my TV is a fairly nice TV it just had a crappy signal from Comcast. (크리스마스 선물로 TV를 받았는데, 화질이 안좋길래 다른 TV를 사려고 하려는 차에 DirecTV에서 왔어요. 이 참에 서비스를 바꿔보기로 했죠. 이틀만에 설치가 끝났어요. 제가 가졌던 TV는 알고 보니 문제가 없었더군요. 컴캐스트 서비스가 문제였죠.)
In one situation my bill went from $100 directly to $180. After having battled many times with Comcast over the phone, I finally started shutting down services to get my bill down to a manageable level. Since I bought a house, I was able to dump Comcast as my internet service provider and switch to Verizon FIOS. I haven’t looked back since. (어느날 갑자기 가격을 100달러에서 180달러로 올렸어요. 전화해서 얼마나 항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서비스들을 해제해야 했죠. 집을 사고 나서는 컴캐스트를 중지하고 버라이즌 FiOS로 바꿨습니다. 다시는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서비스 품질이 이렇게 안좋은데 왜 회사가 망하기는 커녕 왜 해마다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독점에 있다.
Where I currently live, they are the ONLY TV service available They have made it difficult for other cable companies to be additional options.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TV를 보려면 컴캐스트가 유일한 옵션이에요. 그들이 다른 케이블 회사들은 아예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죠.)
미국 전역에서, 사람들에게는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 광케이블은 연결이 안되어 있고, 케이블 인터넷 사업자는 타임 워너(Time Warner)와 컴캐스트(Comcast) 둘 뿐이며, 두 회사가 각각 다른 지역에서 영업을 하고 있어, 지역별로는 독점이 될 수밖에 없다. 2013년 8월 23일자 Los Angeles Times 기사 중 일부이다.
“Cable has won; it’s a monopoly now,” she told me last week. “People are just waking up to that fact.” More than 80% of new subscribers to high-speed Internet service are going with their local cable providers. It’s not because they think those providers are just grand; it’s because in most of the country there’s no choice. Local cable service is a monopoly almost everywhere; fiber companies such as Verizon and AT&T, which have the technology to bring you higher speeds, won’t spend the money to compete. (케이블쪽이 이겼어요. 이제 독점이죠. 고속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 중 80%가 케이블 회사를 쓰고 있어요. 그들이 잘 해서가 아니에요.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선택권이 없기 때문이죠. 버라이즌이나 AT&T같은 광케이블 회사들은 이미 경쟁을 포기했어요.)
미국에서 부유한 지역인 실리콘밸리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광케이블을 쓸 수 없으며, 앞으로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울며 겨자먹기로 한 달에 60달러나 내면서도 서비스가 안좋은 케이블 인터넷을 쓸 수밖에 없다. 서비스 업그레이드 하나 하는데 30분의 통화가 필요한 그런 회사랑 거래하면서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격만 비싸고 품질은 안좋은 케이블을 끊는다(cut the cable)며 점차 넷플릭스와 훌루, 그리고 아이튠스를 통해 TV를 시청하기 시작했지만, 그러한 서비스들을 이용하려면 결국 인터넷 망이 필요하고, 컴캐스트와 타임워너 두 케이블 회사가 인터넷 망을 독점하고 있다면, 사람들이 케이블 TV를 끊는 만큼 인터넷 접속 요금을 올리면 그만이기 때문에 이 두 회사는 무서울 것이 없다.
MBA 수업에서 시어즈(Sears) 백화점을 다룬 적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J.C. Penny로 대변되는 저가형 백화점과 Nordstrom으로 대변되는 고급 백화점 사이에 끼어서 포지셔닝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 때는 시어즈가 뭔지도 몰랐기에 그냥 그런 백화점이 있나보다 했다.
시어즈는 1893년에 세워진 역사가 긴 백화점이다. 1950~1960년대에 큰 성장을 했고, 그 눈부신 성장을 상징하는 108층의 시어즈 타워(Sears Tower)는 1973년에 시카고에 세워져 1998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라는 자리를 차지했다(2009년에 윌리스 타워(Willis Tower)로 이름이 바뀌었다).
시어즈 백화점의 성공을 상징하는 시카고 시어즈 타워 (지금은 윌리스 타워로 이름이 바뀌었다)
최근 시어즈를 통해 세탁기를 하나 구매하면서 절실히 깨달았다. 왜 그 회사가 애매한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지를. 새 집에 넣을 세탁기와 건조기를 찾으려고 알아보던 중, 시어즈가 저렴하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시어즈 아웃렛(Sears Outlet)을 이용하면 더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었다. 12일 후에 배송해달라고 하고 신용카드로 배송비 120달러와 함께 결제했다.
12일이 지났다. 세탁기는 제 때 도착했다. 하지만 건조기는 배송이 지연되었다고 했다. 아침 8시에 전화가 와서 배송이 지연되었으니 시어즈로 전화 달라는 자동 응답 메시지를 들었다. 전화를 안했더니 10분 후에 또 전화가 왔다. 귀찮아서 배송 담당 부서에 전화했더니 미안하다며 곧 배송해주겠다고 했다.
며칠이 지났다. 건조기가 빨리 필요했는데 도착하지를 않았다. 오전 8시에 배송이 지연되었다는 전화만 또 왔다. 지난번에 이미 통화했고, 배송해주겠다고 연락이 왔는데 왜 또 귀찮게 하나 싶었는데, 다시 전화해보니 자기는 모르고 해당 아웃렛 스토어와 통화를 하란다. 거기 전화했더니, 이번에는 건조기 재고가 더 이상 없단다. 미안하다며, 환불해주겠다고. 근데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세탁기를 배송할 때 두 개의 배송료를 이미 다 차감했다는 것이다. 60달러만 돌려주기 쉽지 않게 되었다며 알아보겠다고 했다.
알았다고 하고 기다렸다. 또 며칠이 지났다. 그 와중에 세탁기에 문제가 생겼다. 처음 설치해서 테스트했을 때는 잘 되더니, 다시 해보니까 이상한 소리가 나고 돌아가질 않는 것이다. 그래서 시어즈에 다시 전화했다. 미안하다며 기사를 보내주겠단다. 급하다고 언제 되냐고 했더니 12일 후에 가능하다고 했다. 새 제품이 작동이 안되는데 12일을 기다리라고? 그냥 교환해주든지 반품하고 환불해달라고 했더니 그건 자기는 못하고 다른 데다 전화해서 다시 설명하란다. 시어즈에 전화해서 설명을 다시 했다. 그리고 며칠 후에 교환이 되었다.
환불해주겠다던 건조기 가격과 배송료 60달러는 환불이 되지 않고 있었다. 시어즈에 다시 전화했다. 일단 배송료는 환불을 해주었다. 그리고 2주가 지난 지금, 건조기는 아직도 환불이 되지 않았다. 그 후로 두 번을 더 연락했는데, 처리하겠다고만 하고 소식이 없다. 이러다 시어즈가 망해버리면 어쩌나 걱정이다.
“They are a zombie retailer,” said Mr. Sozzi, who has a sell recommendation on Sears stock. “And with today’s announcement, they are dismembering their body.” (시어즈 주식을 매각하라고 조언하는 한 애널리스트가 말했다. “시어즈는 좀비 소매점이죠. 이제 몸통을 하나씩 해체하고 있어요)
사람 없이 한산한 시어즈 백화점 (출처: 뉴욕 타임즈)
가진 자산과 브랜드가 워낙 많다보니 해체되는데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다. 1년만에 턴어라운드(turnaround)에 성공해 주가가 무려 4배나 성장한 베스트 바이(Best Buy)와 달리, 브랜드의 빛을 잃고 소비자 신뢰도 잃은 시어즈(Sears)는 이제 회생이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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