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나무에서 자라지 않습니다”

Re/code가 주최하는 Code Conference에 참석한 버나드 문(Bernard Moon)이 올린 트윗을 따라가 기사를 읽다가 드는 생각이 있어 간략히 정리해본다. 기사는 애플 CEO 팀 쿡(Tim Cook)이 나와서 비츠(Beats)를 인수한 이유를 설명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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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컨퍼런스는 란초 팔로스 베르데스(Rancho Palos Verdes)라는 LA 근처 아름다운 해변 도시의 Terranea라는 고급 리조트에서 2박 3일간 열리는 컨퍼런스인데, 참가비가 6,500 달러나 된다. 사샤가 썼던 ‘비싼 컨퍼런스에 공짜로 들어가는 법‘ 팁이 여기서도 과연 먹힐 지 궁금하다. 아무튼, 참가비가 비싸고 장소도 좋은 만큼 출연진(?)이 눈부시다. 마크 베니오프(세일즈포스), 세르게이 브린(구글), 딕 코스톨로(트위터), 토니 파델(NEST), 리드 헤이스팅스(넷플릭스), 드류 휴스턴(드롭박스), 사티야 나델라(MS), 기네스 펠트로(배우), 손정의(소프트뱅크) 등이 등장해 최근 동향과 자신의 생각을 나누고 있다. 그들의 생각을 들으려면 여기를 클릭.

Terranea
코드 컨퍼런스가 열리고 있는 테라니아 리조트

어제는 애플 CEO 팀 쿡이 등장했다. 질문자의 관심은 당연히 애플이 이례적으로 Beats를 3조원이라는 거액에 인수한 사건. 애플은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 중에서 유난히 기업 인수에 소극적이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아래는 인터뷰 간략 요약, 그리고 내 의견이다.

피터: 정말 이례적인 딜입니다. 이유가 무엇이죠?

팀: 애플은 음악을 사랑합니다. 처음부터 맥을 뮤지션들에게 팔았습니다. 애플은 기술과 인문학의 중심에 있습니다. 우리는 음악의 힘을 믿습니다. Beats는 음악을 정말 깊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음악 구독 서비스는 정말 제대로 만들었습니다. 사람의 큐레이션이 중요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잘 알았지요. 알고리즘만으로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딱 맞추어진 헤드폰도 만들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우리가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입니다(it’s because we always are future-focused.). 게다가 즉각적인 시너지 효과도 있지요. 애플의 전 세계 유통망을 통해 그들의 사업은 가속 페달을 밟게 될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이미 많이 공개된 내용이다. 그리고 좀 뻔한 내용이기도 하다.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인수할 때는 두 회사가 합침으로서 가속할 수 있는지,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검토한다. 그 다음, 사회자가 중요한 질문을 한다.

피터: 그런데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있습니다. 애플은 2003년부터 디지털 음악을 팔아왔잖아요. 마음 먹으면 음악 구독 서비스 사업은 직접 할 수 있었을텐데요? 게다가 애플은 하드웨어도 잘 만들구요.

팀: 우리는 사실 상상할 수 있는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게 문제가 아니지요. 비츠를 인수함으로써 우리는 앞서서 출발하게 됩니다. 또한 비츠에는 엄청난 인재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나무에서 자라지 않습니다. 그들은 창의적인 영혼이며, 하나로 뭉친 정신입니다. (We could build just about anything that you could dream of. But that’s not the question. The thing that Beats provides us is a head start. They provide us with incredible people, that don’t grow on trees. They’re creative souls, kindred spirits.)

애플 CEO 팀 쿡
애플 CEO 팀 쿡

이 대사가 바로 이 글을 쓰게 만든 이유이다. “사람은 나무에서 자라지 않는다.”라는 표현이 참 멋있다. 나무에서 자란 사람들은 할 수 없는 일을 애플은 해내고 있다고 믿기 때문일까. 지인의 추천으로 요즘 드라마 ‘정도전’을 보기 시작했는데(정말 대단한 사극이다), 정말 정도전이나 이성계 같은 사람은 절대 나무에서 자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4년 전 한국과 미국의 M&A 문화 차이라는 글을 쓰면서 구글과 삼성을 비교하며 한국 기업들이 기업 인수에 조금 더 적극적이면 좋겠다는 뜻을 비춘 적이 있는데, 지금의 삼성은 노키아나 블랙베리를 인수하는 대신 갤럭시를 직접 만들어서 엄청나게 큰 성공을 거두었으니 기업 인수가 능사인 것도 아니다. (또 다른 글에서 기업 인수의 문제점을 설명한 적도 있다.) 그런데 관점의 차이는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의 대기업은 전통적으로 ‘인재 교육 및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러다보니 기업의 역할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공채를 통해 뽑아 교육시키고 갈고 닦아서 훌륭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사고를 하기가 쉬운 반면, 미국 기업들은 수시 채용을 통해 ‘어디선가 갈고 닦고 다듬어져 온 사람에게 그 가치에 맞는 대가를 지불하고 함께 일한다는’ 사고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태도는 인터뷰 때도 많이 드러난다. 물론 내가 경력이 있는 상태에서 인터뷰를 했기 때문이기도하지만, 인터뷰어에게 “들어가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열심히 배우겠습니다”는 말은 먹히지 않는다. “지금가지 이러 이러한 경험을 했고, 거기서 이러이러한 성과를 냈기 때문에 저는 가치 있는 사람입니다”라고 설명해야 상대방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는 내가 지원자를 인터뷰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팀은 계속 설명한다.

팀: 그리고, 우리도 회사를 인수합니다. 작년에만 27개의 회사를 인수했지요. 인수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가 만들 수 없는 것만 인수하겠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애플은 사실 뭐든 만들 수 있으니까요. (And by the way — we do acquire companies. I know we don’t talk about them, but we’ve acquired 27 companies between fiscal year 2013 and this year so far. So we’ve never been of the mindset that we shouldn’t acquire things.

팀: 그러니까, 각 회사가 따로 만드는 미래보다 둘이 합쳐 만드는 미래가 더 낫다는 것이지요. 데이트하다가 결혼하는 이유랑 비슷합니다. 함께 미래를 보기 때문에 결혼을 하는 것이잖아요. (And I think that future is better than either company could create on their own. That’s the reason to go from dating to steady to marriage. It’s all about the future. It’s seeing around the next corner.)

회사 인수 사건을 결혼에 비유한 것도 재미있다. 사실, 각자 알아서 잘 살 수 있는데 결혼을 선택하는 건, 결혼을 통해 함께 만드는 미래가 더 나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물론 결혼에는 사랑이라는 요소가 더 중요하지만). 얼마 전,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한 사건이 큰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이는 네이버-한게임 합병과 유사한 것으로 비교되는데, 그만큼 앞으로의 시너지가 크게 기대되는 사건이다. 애플과 비츠, 그리고 다음과 카카오, 2년쯤 후에 그 결과가 어땠는지 이 블로그에 정리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업데이트: “나무에서 자라지 않는다 (doesn’t grow on trees)”는 영어 관용 표현이라고 윤필구(@philkooyoon)님이 지적해 주셨습니다. 말 그대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뜻입니다. 예를들어 “Money doesn’t grow on trees.”라고 하면, “돈이 땅 파면 나오는 게 아니다”라는 뜻이지요. 창의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해서 감동했는데 제가 무식했던 거였군요. 🙂 어쨌든, 글 전체의 문맥에는 큰 영향이 없어 제목과 글은 그대로 두겠습니다.

유투브 초기 투자했던 시콰이어 캐피털이 공개한 문서 요약

며칠 전 아래와 같은 트윗을 했었다. 15번의 리트윗에 비해 Favorite 등록이 100건인 것을 보니 많은 분들이 나중에 보려고 저장해둔 것 같다. 사실 41페이지나 되는 빡빡한 문서라 일일이 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5월 6일에 했던 트윗
5월 6일에 했던 트윗

그래서 블로그 독자들을 위해 재미있게 본 부분만 몇 개 발췌해서 옮겨볼까 한다. 시콰이어 캐피털이 보관하고 있던 이 문서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이유는 소송 때문이다. 2007년에 미디어 자이언트인 Viacom이 자신의 컨텐트가 유투브를 통해 유통된 것을 유투브에서 막기는 커녕 오히려 도왔다며 구글-유투브를 상대로 $1B (약 1조원)의 저작권 침해 소송을 걸었고, 이 소송은 재심, 항고 등을 거치며 2013년까지 끌다가 둘이 합이하면서 끝이 났다. 어쨌든, 그 덕에 이런 재미난 사실이 알려졌으니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다.

Roelef Botha
Roelef Botha

이 글을 쓴 사람은 Roelef Botha로, 벤처 업계에서 매우 유명한 사람인데, 현재는 시콰이어 캐피털의 벤처 캐피털리스트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매킨지 요하네스버그 사무실을 거쳐 스탠포드 MBA를 졸업한 후, 2001년에 페이팔에 조인했고, 곧 CFO가 되었는데 이든 해에 회사가 상장했다. 그 때 그의 나이가 28세였다고 하니 무지하게 운이 좋다(물론 뛰어난 인재여서 잡은 기회이지만). 2003년에 페이팔이 이베이에 $1.5B 에 매각된 후 그는 회사를 떠나 시콰이어 캐피털에 합류했으며 그 이후 좋은 회사들에 많이 투자했다. 유투브는 그가 2007년에 발굴한 대박 회사이며, 그 후 에버노트, 인스타그램, 몽고DB, 스퀘어 등에도 투자했다. 그가 지금까지 투자한 포트폴리오 회사들의 총 가치가 $12B (약 12조원)나 된다고 한다. 이 문서를 보면, 그가 당시에 시장을 어떻게 봤는지, 회사에 투자할 당시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등을 엿볼 수 있다. 아래 요약. 2~8페이지는 2005년에 유투브를 처음 알게 되어 세 명의 창업자들을 만나고 투자를 결심하기로 된 과정을 설명한다. 그리고 유투브 창업자들이 그들의 비전을 뭐라고 설명했는지도. “사람들이 직접 만든 비디오를 인터넷에서 공유하는 가장 주된 장소가 되고 싶다는 것”. 그리고 “비디오를 찍는 기기들의 값이 싸지면서 사람들이 비디오를 더 많이 만들게 될 것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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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콰이어 캐피털의 Roelef가 쓴 문서. 유투브 창업자들을 처음 만났을 때 들은 이야기를 설명하고 있다.

그 다음에는, 유투브가 저작권이 있는 컨텐트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의식적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설명한다. 즉, 비아콤이 주장하는대로 유투브가 그런 활동을 도왔다는 증거는 없다는 점과, 유투브가 그런 컨텐트로부터 돈을 벌 의도도 없었다는 점을 주장한다. 다음엔, 유투브 창업자들의 처음 보여줬던 문서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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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를 만들 당시 관찰했던 비디오 공유의 문제점들: 1. 비디오 파일의 크기가 너무 크고, 2. 비디오 파일 형식도 다 다르고, 3. 연관된 비디오들을 연결해주는 서비스가 없다는 것.

당시의 경쟁자들은 구글 비디오와 24 hour laundry, 그리고 DailyMotion과 Vimeo. 난 Vimeo가 유투브를 보고 따라 만든 건줄 알았는데 유투브보다 먼저 만들어진 사이트라는 점에 놀랐다. 당시에는 기술이 별로 안좋았다고 설명. 그리고 Google Video는 개인 비디오가 아닌 할리우드 비디오를 신경쓰고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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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경쟁자들. 물론 구글 비디오도 그 중 하나였다.

그리고 사업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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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설명된 네 가지 모두 훗날 유투브의 가장 주된 수익원이 되었다는 점이 놀랍다. 1. 플레이되고 있는 비디오와 연관성 있는 광고 비디오를 옆에 보여줌. 2. 비디오 상영중에 광고를 오버레이로 보여줌. 3. 비디오 시작전에 짧은 비디오를 보여줌.

그리고 유투브 초기 성장 곡선이 나오는데, 투자자라면 군침을 흘릴 법한 그래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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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 초기 성장 곡선

그 아래에는 Botha가 직접 작성한 문서가 나온다.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시콰이어 캐피털 내부의 다른 파트너들, 그리고 외부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쓴 것 같다. 시콰이어가 투자하고 싶었던 액수는 $1M + $4M. 그래서 회사의 30%를 소유. 만약 이대로 계약했다고 하면, $5M 투자해서 1년만에 495M를 벌었으니 연 10,000% 수익률인 셈이다. 초대박.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 당시에는 엑싯 가능성이나 액수에 대해 그렇게 크게 보지 않고 있었던 듯. 유투브와 비슷한 회사들이 별로 크지 않은 금액에 매각되었다고 설명함. 예로 든 회사들은 $70M, $50M 정도에 매각. 트립어드바이저는 같은 부류는 아닌데 $100M에 엑싯했다고 설명 (사실 당시엔 이것도 상당히 큰 엑싯으로 생각했을듯). 그 다음엔 비용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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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 운영 비용 추정. 비디오 한 개의 평균 크기를 7MB 로 낮게 잡았다. 컴퓨터 한 대당 하드디스크 크기는 320기가로 가정.

마지막엔 유투브 창업자들이 발표에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슬라이드 중 하나. 1년 후 1조 7천억에 팔리게 될 회사의 발표 자료 치고는 참 소박하다는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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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가 시콰이어 캐피털의 투자를 받기 위해 발표할 때 사용했던 슬라이드

여기까지다. 전문을 보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하면 된다. 드롭박스가 Y컴비네이터에 처음 도전할 때 질문에 답변했던 내용도 참 흥미로웠는데, 이 문서를 보니 유투브 초기 시절의 모습이 떠올라 재미있어서 공유해본다.

블로그 글 카테고리별 정리

‘조성문의 실리콘밸리 이야기’라는 블로그를 처음 만든 것이 2009년 11월 22일이었으니, 이 블로그를 시작한 지 벌써 5년이 다 되어갑니다. 가끔 블로그에 방문해서 댓글을 남기는 분들 중에 다른 글들도 찾고 싶은데 검색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카테고리별로 글을 볼 수는 있지만 워드프레스 테마의 특성상 제목만 따로 볼 수는 없고, 시간이 지나다보니 카테고리도 좀 뒤죽박죽이 되어 제가 봐도 쉽지 않더군요. 제목과 날짜만 뽑아주는 플러그인을 쓰면 좋은데 워드프레스 호스팅 서비스를 쓰고 있어서 그것도 여의치 않구요. 그래서 직접 정리해 봤습니다. 이참에 카테고리도 다시 정리했구요.

첫 글은 ‘텍스트큐브에서 이사오다‘였고, 두 번째로 쓴 글은 ‘내가 느끼는 한국과 미국의 M&A 문화 차이‘였습니다. 화제가 되었던 ‘한국 인터넷에서 잘못 끼워진 첫 단추, 그 이름은 네이버 (NAVER)‘는 열 두번째 글이었네요. 그 이후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모인 글이 총 120개입니다. 지금까지 54개월이 지났으니 평균 한 달에 두 개 꼴로 썼네요.

글 하나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물론 천차만별입니다. 머리 속에 든 생각을 메모하는 건 한 시간만에 할 때도 있는데, 어떤 주제에 대해 상세히 정리하려면 15시간이 걸릴 때도 있습니다. ‘비트코인 경제학‘, ‘주목할만한 실리콘밸리의 빅데이터 스타트업 7개‘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며칠에 나눠서 쓰기도 합니다.

참고로 아래 글들은 시간 순이 아니고 제가 나름대로 순위를 메긴겁니다. 글을 클릭한 후 URL을 보시면 글을 쓴 날짜를 알 수 있습니다.

경영 및 마케팅

MBA 마케팅 수업에서 배웠던 내용, 또는 경영과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들입니다. 언젠가 Bass Diffusion Model, Conjoint Analysis, K-means clustering 등의 주제도 다뤄봐야겠네요.

기업 인수

오늘날 실리콘밸리를 만든 핵심 동력이라고 생각되는 기업 인수를 주제로 한 글들입니다. 책 ‘스핀 잇’에도 잘 요약되어 있습니다.

기업 및 서비스 분석

MBA 다닐 때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공부했는데, 회사의 역사, 경쟁자, 재무 상태, 제품의 경쟁력 등을 면밀히 분석한 글들을 보며 많이 감탄했습니다. 거기에서 영감을 받아 기업이나 서비스를 나만의 시각으로 분석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구요. 그렇게 해서 쓰기 시작한 것이, 제 블로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카테고리가 되었습니다.

투자

투자 문화, 그리고 투자에 대해 배운 것들입니다. 엔젤 투자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죠.

실리콘 밸리 전반

실리콘밸리에 살면서 느끼는 점들, 경험한 것들입니다.

영감을 주는 이야기

저에게 큰 영감을 주었던 글, 책, 영화, 그리고 TV 쇼들에 대해 써봤습니다.

평론

뭐라고 카테고리 제목을 달 지 몰라 ‘평론’이라고 했는데, 현상을 보고 생각해본 후 제 주장을 펼친 글들입니다. 주제는 다양하지요.

미국 생활

미국에 살면서 느끼는 전반적인 것들입니다.

서평

말 그대로, 책을 읽고 느낀 점들을 정리.

기술 이야기

프로그래밍, 알고리즘 등에 관련된 좀 더 기술적인 이야기들.

옛 이야기

가끔 옛날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어요. 추억을 되새기며 쓴 글들.

영어 공부

영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지요. 제 나름대로 어떻게 영어를 극복했는지에 대해 정리해 봤습니다.

MBA

MBA에 관한 질문도 많이 받고 있어서, MBA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본 글들.

스핀 잇(Spin It)

마지막으로, 작년에 출간했던 책과 관련된 글입니다. 왜 책을 출판하기로 했는지, 출판 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등을 정리.

가끔,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고 생각될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면 트위터를 통해서나 블로그를 통해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힘으로 여기까지 왔네요. 블로그 덕분에 많은 좋은 분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블로그를 이메일/RSS로 구독하는 분들, 리트윗, 페이스북 공유해주시는 분들, 댓글 남겨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아마존에 대항하는 리테일러들의 힘겨운 싸움

아마존이 끝없이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아마존이 온라인 책 서점으로 시작해서 성장하다보니 지금처럼 모든 것을 파는 회사가 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아마존의 초기 이야기를 담은 The Everything Store를 읽어보면, 지금의 모습은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이라는 회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비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아마존은 소비자들의 삶을 정말 편리하게 해주었다. 이제 더 이상 물건을 살 때마다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할 필요가 없어졌고, 전자제품과 아기옷을 각각 다른 곳에서 살 필요가 없어졌고, 물건을 사면서 나중에 반품이 가능할까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고, 금방 필요한 물건인데 배송이 느려 걱정할 필요도 없어졌다. 아마존은 미국인들의 삶에 아주 깊숙하게 침투했고, 아마존 로고가 그려진 박스를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구글 못지 않게 브랜드 파워가 높지 않을까 싶다. 이를 반영하듯이, 아마존의 주가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고, 최근의 나스닥 시장 폭락에도 불구하고 건실히 유지되고 있다. 지난번 블로그에서 아마존에 대해 썼을 때가 2011년 5월이었고, 그 때 주식이 220달러였는데, 지금은 거기서 50% 가까이 더 오른 3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아마존이 잘 나가는 건 좋은데, 문제는 기존의 강자들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전역에 567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던 전자제품 매장 써킷시티(Circuit City)가 파산한 건 옛날이고, 미국 최대의 가전 리테일러인 베스트바이(Best Buy)는 2012년에 휴버트 졸리(Hubert Joly)를 CEO로 영입한 후 작년에 주가가 크게 오르며 턴어라운드(Turnaround)를 하는가 싶더니 2014년 들어서는 실적이 받쳐주지 않아 주가가 35%나 떨어지며 다시 난관에 빠졌다. 베스트바이의 기업가치는 $8.5B(약 9조원)으로 아마존 기업가치의 16분의 1에 불과하다.

베스트 바이 (출처: Google Finance)
베스트 바이 주가 추이. 현재 기업 가치 8.5B, P/E 비율 12.52. (출처: Google Finance)

UCLA 앤더슨 스쿨에 다닐 때 학교 바로 앞에 베스트 바이 매장이 있었다. 처음에는 온갖 가전 제품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이 재미있어서 종종 구경하러 갔었는데 물건을 하나 사고 나서 나중에 알고 보니 너무 비싸게 샀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간 적이 없다. 1) 가격이 더 비싸고, 2) 물건 사기 위해 그 넓은 매장을 헤메며 돌아다녀야 하고, 3) 계산하기 위해 줄에 서서 몇 분간 기다려야 하고, 4) 반품할 때 아무리 무거워도 다시 들고 와야 하고, 더 나아가 5) 캘리포니아에서 구입할 경우 3~5달러나 하는 가전 제품 재활용 요금(Electronic Waste Recycling Fee)이라는 것을 내야 하니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면 베스트 바이에서 살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요즘 베스트 바이 뿐 아니라 오피스맥스(OfficeMax), 스테이플즈(Staples), 시어즈(Sears) 등 대형 리테일러들을 방문해보면 미안할 만큼 한가하다.

베스트 바이 매장 내부
베스트 바이 매장 내부

그 와중에서도 잘 하는 곳이 있는데 월마트(Walmart)와 타겟(Target)이다. 월마트는 미국 중소 도시에 많이 있는데다, 워낙 가격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어떤 온라인 쇼핑몰보다도 싸다) 잘 하는 것 같고, 타겟(Target)은 배달시키기 부담스러운 부피가 큰 물건들 및 스포츠 용품, 집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많이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잘 되는 것 같다.

타겟
타겟(Target Corporation)의 분기별 실적. 분기마다 1조원($1B)에 가까운 영업 이익을 내며 적자 없이 운영하고 있다. (출처: Google Finance)

그럼에도 대부분의 리테일러들은 온라인 커머스로 옮겨가는 것을 힘들어하고 있다. 월마트의 2013년 총 매출은 $476B(출처: 10-K)으로 아마존의 상품 판매 부문 매출인 $60B(출처: 10-K)의 8배에 달하지만, 온라인 부문 매출은 2013년 기준으로 $10B (그 전 해에 비해 30% 증가한 수치이기는 함)으로 아마존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어쩌면 아마존 덕분에(?) 게을러진 고객들을 위해 기존 회사들은 온라인 판매 채널을 강화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그 중 눈에 띄는 세 가지는 아래와 같다.

1. 광고 리타게팅(Ad Retargeting)

지난번 블로그, 주목할만한 실리콘밸리의 빅데이터 스타트업 7개에서 설명했었는데, 웹사이트에 방문했던 고객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보내는 방식이다. 텔어파트(TellApart)라는 회사는 니만 마커스(Neiman Marcus), 서 라 테이블(Sur La Table), 브룩스톤(Brookstone) 등의 리테일러들을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애드 리타게팅 후 고객들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리타게팅을 통해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면 수수료로 10~30%를 지불한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으로 남는 것을 보면 그렇게라도 해서 아마존으로부터 고객을 빼앗아올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보노보스(Bonobos)의 리타게팅 광고: "진짜로, 우리는 당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보노보스(Bonobos)의 타게팅 광고: “진짜로, 우리는 당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2. 어필리에이트(Affiliate) 마케팅

다른 웹사이트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방법이다. 광고주와 어필리에이트 네트워크 (Affliate Network), 그리고 퍼블리셔(Publisher)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퍼블리셔는 어필리에이트 네트워크로부터 광고주들이 올린 링크를 가져와서 달고, 이러한 링크를 통해 제품의 구매가 이루어지면 퍼블리셔가 보상을 받는다. 적게는 1%에서 많게는 20%까지 제품 가격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간략하게 도표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흔히 보는 ‘광고 모델’이다.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아래는 가장 큰 어필리에이트 네트워크 중 하나인 CJ (Commision Junction)에서 캡쳐한 스크린샷이다. GILT의 경우 판매가의 4%를 퍼블리셔에게 지급하며, Garmin은 최대 10%까지 지급함을 볼 수 있다. EPC는 Earnings Per hundred Click의 약자인데, GILT의 경우, 100번 클릭당 퍼블리셔가 3개월 평균 32.41달러, 그리고 지난 7일간 18.62달러를 벌었음을 알 수 있다.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사실 이는 광고를 통해 고객을 유치하고자 하는 수많은 회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전통적인 방식이지만, 아마존에 대항하는 많은 회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많은 회사들이 ‘고객만을 위한’ 명목으로 5%~10%씩 할인을 해주고, 타겟(Target)의 경우 타겟 레드 카드를 만들면 무조건 5% 할인을 해주는데, 이런 할인은 이미 다른 회사들을 통해 물건을 구매할 경우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와 사실상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니까, “다른 웹사이트에서 타겟의 물건을 사는 대신 타겟에 직접 와서 사라, 그러면 그 쪽에 줄 5%를 고객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리테일러들은 5% 정도 할인을 해줘도 수익이 남도록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3. 이베이 나우(eBay Now), 구글 쇼핑 익스프레스(Google Shopping Express)

한 번 써보고 나니 편리함을 알게되어 종종 사용하고 있다. 웹에서 주문하면 당일 또는 익일 아침에 배송해주는 서비스이다. 배송비는 따로 5달러가 드는데, 물건 사러 운전해서 갔다가 고르고 계산하고 나서 운전해서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5달러의 값어치가 충분히 있다. 구글 쇼핑 익스프레스는 한동안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번주부터 뉴욕과 LA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입하면 10달러를 주며 첫 6개월간은 배송료가 면제된다. 한 친구는 진짜인가 싶어서 99센트짜리 캔디 하나를 사 봤는데 집에 배달해줬다고 했다. 자주 쓰게 되는 타겟(Target), 홀푸드(Whole Foods), 월그린(Walgreen) 등의 물건을 살 수 있는데, 특히 코스트코(Costco)가 포함되어 있어 매우 유용하다. 내일 여기서 산 디시워셔 세제와 키친 타올 등이 도착할 예정이다. 사람이 직접 매장에 가서 물건을 골라 집까지 배달해주는 대가로 5달러는 미국 인건비를 생각했을 때 너무 낮다. 아마도 이베이, 구글과 리테일러들 사이에 계약 관계가 있어서, 매출의 일부를 이베이, 구글에게 돌려주는 게 아닐까 싶은데 아직 증거는 찾지 못했다.

구글 쇼핑 익스프레스
구글 쇼핑 익스프레스로 주문하고 나니 당일 저녁에 도착한 쇼핑백

아마존 역시 이런 서비스를 그 전부터 해왔지만 배송료가 비싼데다 조금만 기다리면 배송료 없이 살 수 있다는 옵션이 바로 옆에 있고, 또 당일 배송이 가능한 물건과 아닌 물건 사이 구별이 쉽지 않아 아무래도 불편하고 사용하지 않게 된다. 애초에 아마존에서 검색할 때는 이틀 후에 물건을 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이런 옵션에 더 관심이 없기도 하다.

아마존
아마존 웹사이트. 당일 배송이 가능한 물건인 경우 ‘Today’ 옵션이 켜진다. 점심 이전에 주문하면 당일에 배달해주는데 배송료가 5.99달러이다.

4. 샵러너(ShopRunner)

나를 포함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매년 99달러를 내고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을 이용하고 있는 이유는 이틀 무료 배송의 달콤함 때문인데, 중국의 리테일 자이언트인 알리바바(Alibaba)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가 투자한 회사인 샵러너에 가입해서 연 79달러를 내면 니만 마커스(Neiman Marcus), 토미 힐피거(Tommy Hilfiger), 콜 한(Cole Haan), 토아즈아러스(Toys R Us), 팀버랜드(Timberland), 테일러메이드(TalyorMade) 등의 제품을 이틀 무료 배송으로 구매할 수 있다. 또, 아메리칸 익프레스 카드가 있으면 이 연회비가 면제된다. 아마존에서 상대적으로 구하기 어렵거나 검색이 편리하지 않은 패션 브랜드들이 참여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는 듯하다. 앞서 99센트에 구글 쇼핑 익스프레스에서 배송을 시켜봤다는 친구가 이번에 이 회사의 관리자로 들어가게 되어 회사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샵러너(ShopRunner) 홈페이지. 연 79달러의 회비를 내고
샵러너(ShopRunner) 홈페이지. 연 79달러의 회비를 내고 가입하면 이틀 무료 배송을 해준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카드 회원은 무료

물론 야심 만만한 아마존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존은 신선 상품을 배송해주는 아마존 프레시(Amazon Fresh)를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 LA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들이 또다시 리테일러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소비 패턴이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고 리테일러들도 힘을 합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므로 힘의 균형이 쉽사리 깨질 것 같지는 않다.

얼마 전, 아내와 아이와 함께 집 근처 반즈 앤 노블(Barnes & Noble) 서점에 가서 한참 시간을 보냈다. 다른 서점 체인인 보더스(Borders)는 망했지만, 그래도 이 체인은 아직 살아 있어서 책을 직접 만져보고 서점 안을 돌아다니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마운 마음에 책과 퍼즐 등을 잔뜩 구매했다.

힐스데일 보더스
힐스데일 쇼핑몰 근처의 반즈 앤 노블 매장

매장의 규모에 비해 사람 수가 적어 과연 수익을 내고 있는지는 의심스럽지만, 그래도 망하지 말고 잘 버텨서 가끔씩 가서 휴식할 수 있는 장소로 남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 그리고 세모 그룹 유병언

진도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지 일주일이 넘게 지났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에 이어 머리와 가슴 속에 두고 두고 아프게 기억될 사고가 하나 더 늘었다.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생 수백명이 희생되었다는 점에서 더 비극적이고, 더 슬픈 사건이다.

선장의 말을 듣고 끝까지 배 안에 남아 있다가 죽음을 맞은 고등학생들이 너무 불쌍하고, 5살난 여동생을 살리기 위해 구명 조끼를 준 6살 권혁규 군의 이야기를 들으니 눈물이 난다. 자신의 아들과 딸이 결국 죽어 돌아온 것을 보고 오열하는 가족들을 보면서 그 슬픔이 전해졌다.

처음에는 비겁한 선장을 비난했다. 과연 인간이 그럴 수 있나 싶을 만큼 이해할 수가 없는 행동이었다. 그가 무기 징역을 받아도 싸다고 생각했고, 승객들을 내버려둔 채 자기 몸만 빠져나온 선장과 승무원들이 너무나 야속하고 얄미웠다. 사진을 보면 화가 치밀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특히 많은 언론들이 정부를 비난했다. 그런 배를 제대로 검사도 안하고 승인해주었다는 것, 사고 발생 후 신속한 대응을 못해 살릴 수 있었을 사람들을 죽게 했다는 것, 탐승자 수를 제대로 파악 못했다는 것, 일본과 미국이 도와주겠다는데 막았다는 것 등..

많은 젊은 기자들의 취재 수첩을 읽어보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해경 등 정부와 군대가 잘못한 부분이 있고 비난받아 마땅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그 점에서 관련자들은 분명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선장에게 집중하는 동안, 진짜 ‘악마’가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요시노 타이치로 기자가 오늘 허핑턴 포스트에 기고한 “선장 한 명 탓인가, 그래서 세상은 좋아질까” 라는 제목의 글에 공감이 갔다. 일본에서 2005년에 비극적 열차 사고가 있었는데, 23세의 운전자를 욕하고 탓하는 대신, 왜 그 운전자가 그런 상황에 몰렸을까에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운전자도 사망했기 때문에 욕할 수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너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선장과 정부에 쏠려 있는 것 같다.

선장, 선원, 해운사만이 아니라 법규와 정부기관의 책임을 검증하려는 보도가 점점 나오기 시작한다. 늙은 현장 책임자 한 명을 악마로 만든 사이, 정말 나쁜 악마는 숨어서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대통령이 선장의 행위를 “살인 같은 행태”라 비판했다는데 선장을 화풀이 틀로만 소비하지 말고 정말 악마와 오래 시간을 걸쳐 싸워야 할 것이다. (허핑턴포스트 일본판 에디터, 요시노 타이치로)

정부를 탓하는 것의 가장 큰 맹점은, 책임 소재와 책임자를 명확히 구별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가 ‘정부’라고 부른 것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가. 항만청일까, 해군일까, 해양수산부일까, 박근혜 대통령 자신일까.. 아니면 세금으로 보상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 전체일까. 슬프고 화가 나 있는 실종자의 가족들이 ‘대한민국이 나를 위해 해준 게 뭐냐’며 화를 내는 것은 십분 이해하지만, 그들은 누구에게 그 화를 돌릴 지 명확치 않아서 정부에게 화를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한국에서 자라면서 정부 탓, 정부 욕하기에 참 익숙해 있었다. 한국 정권이 도덕적으로 깨끗했던 적이 없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역할에 대해 알게 되면서, 그리고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일을 정부 탓으로만 돌리는 것에는 별 해답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 관해 지금까지 본 중 가장 잘 정리해놓은 엔하위키의 글을 보면, 세월호가 중심을 잃고 쓰러진 것은 과속과 급격한 방향 선회가 1차 원인이고, 무리하게 적재한 화물이 2차 원인이다.

당초 600명 정도가 타는 배였는데 300여명 정도를 더 태우기 위해 배 뒤쪽을 개조했다는 전직 세월호 기관사의 증언이 나왔다고 한다. 또한 객실을 증축하면서 세월호의 무게는 퇴역하기 직전보다 239톤이 증가했다. 또한 이게 첫 개조가 아니였는데 일본에서도 이미 1994년 건조한 지 불과 한달만에 589톤이 증가했었다. 결국 맨 처음 개수했을 당시 5,997톤이였던 선박은 총합 838톤이 늘어서 사고 당시 순수 선박의 무게가 6,835톤에 달했다.

급변침 과정에서 선박이 좌현으로 기울고, 결박이 풀림과 함께 균등하게 배치되어 있던 차량과 화물이 관성에 의해 좌현 쪽으로 쏠리며 무게중심이 급격하게 붕괴되어 배가 서서히 기울다가 사고 신고가 접수된 직후의 시간에 완전히 균형을 잃고 전복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세월호의 차량 결박이 평소에도 허술 했다는 증언까지 나와 급변침이 원인이 되었음을 뒷받침 하고 있다.

문제는 차량과 화물만 제대로 고정시켰더라도 이런 일이 없었다는 점이다. 세월호 측이 화물을 고정시키는 데에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화물을 고정시키지 않은 채 그냥 적재해서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는 관측이 있다. 이로서 세월호 침몰은 인재(人災)가 확정된 상황이다.

이 모든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번 사고는 이미 예정되어 있던 셈이다. 물살이 세고, 물이 혼탁한데다, 선장의 도덕성이 결여되고, 구조가 늦어지면서 모든 일이 더 악화된 것이다.

애초에 이런 일들이 왜 일어났을까. 세월호를 통해 사업하던 청해진해운과 그 소유주의 모습을 가만히 보면 해답이 있다. 청해진해운은 세모 그룹의 전 회장인 유병언씨의 두 아들이 실 소유주로 되어 있는 회사이다. 세모그룹은 전두환 대통령으로부터 특혜를 받아 성장했고, 수많은 ‘뻘짓’을 하며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으나 2000억원에 달하는 담보 대출로 근근히 막은 것 같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된 세월호 역시 은행에 담보물로 잡혀 있었다. 유병언씨는 ‘구원파’라는 이상한 종교 집단을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었고, 수많은 회사들을 세운 후 ‘재벌 회장’ 행세를 하며 회사 사장들에게 자신의 사진을 장당 수천만원에 강제로 사게 했다고 한다. 자신이 만든 종교 단체에서 200억원을 대출하고, 계열사를 만들어 126억에 작품을 사게 한 후 손실 처리했다. 그렇게 해서 유병언 회장과 두 아들, 그리고 친척들이 축적한 재산이 5600억원에 이른다. 회사는 적자에 시달리게 해 놓고, 본인들은 미국에 수백만달러짜리 부동산을 사들이며 인생을 즐긴 것이다. 게다가 회사를 부실하게 경영하면서도 20년간이나 인천-제주 운항 독점권을 보유하며 국내 최대 선박 여객 회사 중 하나가 된 것으로 보아,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돈으로 매수한 것 같다.

그리고 사고가 나자 그들은 모두 사라졌다. 유족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도 없고, 구조 작업에 도움이 되도록 돈을 기부하겠다는 말도 없다. 사무실과 카페 문을 모두 닫고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이런 사람들이 조직의 최상단에 있는 회사의 직원들로부터 무슨 도덕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은 낮은 급여를 받으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고, 무리하게 배를 증축한 것이 불안해 원래 배를 몰던 선장은 휴가를 내고 빠져버렸고, 그 자리를 채운 사람은 선장으로서 힘도 발휘할 수 없는 ‘대타’였는데, 그가 무슨 도덕적,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문제는 한국에 이런 회사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자격이 없는 많은 사람들이 기업의 정상에 올라가버렸다. 그들은 회사라는 것이 뭔지, 주주라는 것이 뭔지, Board of Director의 역할이 뭔지에 대한 개념도 없는 것 같다. 회사를 개인 자산을 불리는 목적으로만 운영하고 있다. 그런 회사들이 만들고 운영하는 수많은 상품 때문에, 이번과 같은 사고는 언제 또 발생할 지 모른다.

미국에 살면서 불편한 것 중 하나는, 때로 지나칠 만큼 안전을 강조해 사회적 비용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고치러 가 보면 느끼는데, 차에 안전에 관한 문제가 하나만 있어도 수천 달러를 메기며 전체를 다 갈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번에는 바퀴에 바람이 좀 빠져 정비소에 가져갔더니 바퀴를 갈아야 한다고 했다. 타이어가 새 것이었고 내가 보기엔 정말 문제가 없어 보여 그냥 좀 고쳐서 써도 될 것 같다고 했더니, 라이어빌리티(liability) 문제가 있어 날 그냥 보낼 수 없단다. 하는 수 없이 바퀴를 새 것으로 갈았다.

이들이 도덕성이 높고 진정으로 내 안전을 걱정해서 이렇게 행동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회사가 져야 할 책임이 워낙 크니 애초에 조심을 하는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소송이 쏟아지는 나라인지라, 뭐라도 잘못해서 책 잡히면 천문학적인 액수의 보상을 해야 하니, 회사의 자산을 책임질 수 있는 직원들을 채용하고, 그들을 철저히 교육하게 될 수밖에 없다.

세모 그룹 유병언 회장 및 그 일가는 정부에게 쏟아지는 비판 뒤에 숨어서, 이번 사건이 잘 마무리되고 선장과 공무원들이 무거운 처벌을 받음과 함께 이번 사고가 사람들에게서 잊혀질 순간을 기대하며 씨익 웃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업데이트(4/23): “학부모의 절규” 기사를 보니 구조를 한다고 말해놓고 실제로는 구조를 제대로 안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 급박한 상황에서 남의 일 대하듯 태연했던 사람들도 있었던 듯. 이해가 안되는 일들이 너무 많군요.

업데이트(4/24): 아래 Iaridae님이 댓글에 남겨주셨는데, 구조를 제대로 안하고 있었다는 주장에 왜곡이 있다고 합니다. 해상 구조 작업에 직접 참여해본 적이 많이 있는데 이번은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던 것이며, 잠수부가 많다고 한꺼번에 투입할 수도 없는 것이라구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 안타까운 상황에, 누구인들 몸을 던져 생명 하나라도 건져내고 싶지 않았을까요.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실적인 이야기이니 한 번 읽어보세요.

업데이트(4/25): 구조대원들의 힘든 상황을 묘사한 국민일보 기사: “초대형 태풍을 뚫고 40층 건물의 34층 화장실을 찾아가시오. 제한 시간은 20분” 이들에게 떨어지는 미션은 이것과 맞먹는다.

업데이트(4/26): 페이스북에서 본 장영준 후배의 글이 많이 공감되어서 여기에 추가: “물론 정부의 대응이나 태도에는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부정하자는 것은 아니야. 그러나 이러한 인재를 통해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기 위한 본질적 문제를 찾으려는 사회 구성원들과 언론의 자세가 좀 아쉽다. 조직도 정부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사람을 만드는 것은 문화이고, 문화는 일반사람들이 만들지. 우리가 보기에 정말 어처구니 없는 안행부장관이나 모 공무원들이 어떤 특별한 제도아래 자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고 일반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문화를 배우며 또는 타협하며 휩쓸려온, 그런 우리 모두와 다를 바 없는 일반 사람들이거든. 더 책임감있고 유능한 정부를 원한다면 그 구성원들을 지배하는 집단지성과 문화를 바꾸어야 하는데, 그건 탓하고 욕한다고 나아지는 것들이 아니야. 만약 단순한 분노표출이 아닌 우리 정부를 더 나은 정부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SNS를 통해 누군가를 욕하고 탓하기 보다(물론 이런 것도 필요하지만), 이 사회의 문화를 만드는 주체인 나부터 스스로에게 “나(우리)는 한배를 탄 사람들을 위해 어떠한 자세로 살고 있나? 나(우리)는 보여주기식 얼렁뚱땅으로 내 책임을 미룬적이 없나? 나(우리)는 자식들에게 리더로서의 권리보다 책임감을 먼저 철저히 가르치고 있나? 나는 책임을 다했을때 더 자랑스러운가, 경쟁에서 이겼을때 더 자랑스러운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여러사람과 공유함으로써 집단지성과 문화의 수준을 높이는데 일조해야 한다고 봐. 그래야 더 나은 일반사람들이 많아지고, 그 일반사람들이 정치인이 되는 것이고, 그러면 현 정치권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것이라고 본다. 살인/절도와 같은 범죄는 비교적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벌어지는것과 달리, 돈이나 권력만 쥐었다 하면 90% 이상이 타락해버리는 정치권을 보면.. 그것은 “그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것이 아닐까.“

업데이트(4/27): 중앙일보 이철호 수석논설위원이 대형 선박 선장 출신 두 사람을 인터뷰한 내용 중 일부: “진짜 살인범은 배 위가 아니라 육지에 숨어 있다. 인천항에서 화물을 과적하고, 만재흘수선을 눈속임하기 위해 평형수에 손을 댄 인물이다. 세월호는 규정보다 화물을 2000t 더 실어 운송비 8000만원을 추가로 챙겼다. 배는 모르면서 돈만 밝힌 인물이 진짜 살인범이다. (중략) 총리나 장관은 바다를 모른다. 현장 보고를 학습하기도 벅찰 것이다. 현장 전문가에게 사령탑을 맡겨야 한다. 9·11 테러엔 뉴욕소방서장이 현장을 장악했고, 빈 라덴 제거 작전에는 대통령·국무·국방장관을 제치고 미 합동특수전 공군준장이 상황을 지휘했다”

업데이트(4/28):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에서 잘못된 리더십의 전형을 여실히 보여준 것 같습니다. 박성미 다큐멘터리 감독이 쓴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되는 이유” 라는 글에 공감이 많이 되네요.

업데이트(4/28): “왜 기업은 옳은 일을 하는데 실패하는가 Why Corporations Fail to Do the Right Thing” 도 같이 읽어보세요. 이 글을 쓴 Christine Bader는 BP (British Petroleum)에서 사회적 책임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를 11년간 담당했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