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영어 이름 사용에 대한 생각

아래는 이틀전에 했던 트윗.

오늘 했던 트윗
기억하기 무척 어렵지만 그대로 쓰는 인도 이름들

91번의 리트윗에 더해, 많은 분들이 트위터에서 의견을 주셨다. 한국 이름을 어디서나 그대로 밀고 나가야 한다는 분들도 있었고, 한국 이름을 주변 사람들이 발음하기 어려워해서 어쩔 수 없이 결국 영어 이름을 선택했다는 분들도 있었다. 아래에 몇 개 인용해본다 (이해가 쉽게 약간 수정하고, 트위터 프로필을 옆에 썼음).

 (월스트리트저널 한국어판 에디터)

받침 때문이 아닐까요? 한글 이름에 저처럼 받침이 많으면 다들 발음하기 힘들어하더군요. 정.연. 대신 JY라고 묻지도 않고 부르기도 합니다^^

 (씨디네트웍스 CTO)

저걸 다 발음해 주나요? 🙂 보통 인도인도 이름이 너무 길면 줄여서 불러 줍니다만. 물론 그건 줄여서 부르는 거지 완전히 미국식 이름으로 바꾸어 부르는 거는 아니라는 차이는 있지만요.

 (퀄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저는 (정말 외국에서 자라지 않은 이상) 이름이 설사 범석이라도 특별한 이유가 아닌 이상 한국이름 쓰는게 좋다고 봅니다. 말씀대로 인도친구들은 여기서 태어나는 아이들 조차 다 자국이름 쓰게 하더군요.

(LookAllure CEO/Founder)

개인적으로는 한국 이름을 사용하는것이 좋은것 같아 그렇게 하는데, 미국에서 자라지 않았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영어 이름을 사용하더라구요. 최근 몇년간 보면 한국에서도 미국 이름 쓰는 사람들 많던데요. 트윗에서도 그렇고.

경험상 인도 사람들은 이름을 줄여서 많이 쓰고 줄이면 발음이 쉽죠. 우리나라 사람도 발음이 쉬운 사람들은 거의 그대로 쓰는 편이고요. 일본이나 대만, 중국도 마찬가지더라구요. 사상의 문제도 있겠지만 발음 문제가 훨씬 크다고 봅니다.

 (삼성 모바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처음엔 한국이름을 쓰다 비지니스용으론 상대에게 발음 및 내 이름을 기억시키는 것도 어렵단 결론을 얻고 영어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만족합니다. 인도친구들과 일할때 그들의 긴 이름때문에 불편하더군요. 그래서 약어로 보통 부릅니다.

 (후지쯔 글로벌 비즈니스 매니저)

참고로 싱가폴과 일부 말레이시아의 중국계들은 일부는 영어이름을 일부는 그냥 중국식 이름을 부르는듯 해요. 그밖에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는 본래이름을 이용하고요. 필리핀은 본인이름과는 별도로 애칭을 가집니다.

동감! 영어이름보다 한국어 이름을 부르는게 더 재미있다는 외국친구들의 이야기도 있었어요! 굳이 영어 이름을 만들 필요는 없는 듯 합니더… 요즘 어린 아이들한테 영어이름을 만들어주는 풍습(?)도 생겨나고 있다던걸요.

미국에 와서 이름 문제로 고민을 정말 오래 했다. 나의 영어 이름은 ‘브라이언(Brian)’이었다. 게임빌에 있을 때 영어 강사를 불러 영어 회화 연습을 같이 하곤 했는데, 첫 시간에 각자 영어 이름을 하나 지어보라 하길래 문득 떠오른 이름이 브라이언이라 그걸로 정했다. 내 맘대로 정한 거지만 어감도 마음에 들었고, 사람들이 나를 브라이언이라고 불러주는 것도 좋았다. 나중에 미국, 유럽 회사와 일하게 되면서 나를 브라이언이라고 소개했고, 모두들 그 이름을 불러주었다. 7년간 이 이름을 쓰자 그냥 내 원래 이름처럼 자연스러워졌다.

MBA에 입학하면서, 법적 이름 외에 닉네임(nickname)이 있느냐고 묻길래 Brian이라고 썼고, 학교에 입학했더니 네임 텐트(name tent: 수업 시간에 책상에 올려두어 교수가 이름을 바로 부를 수 있게 하는 것)를 주었는데, 한 면에는 Sungmoon Cho, 다른 면에는 Brian Cho라고 써 있었다. 나는 Brian Cho가 잘 보이게 항상 놓아두었다. 주변을 보니 보니 중국이나 대만에서 온 경우에는 80%가 영어 이름을, 한국에서 온 경우는 절반 정도가 영어 이름을 쓰고 있었다. 흥미롭게도, 일본인 중에서는 영어 이름을 쓰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미국에서 6년 이상 살면서 지금까지, 영어 이름을 가진 일본인은 거의 보지 못했다. 그들은 미국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에게도 일본 이름을 지어주는 경우가 많다.)

비즈니스스쿨에서 쓰던 네임 텐트. 이 때는 Sungmoon  Cho가 뒷면에 있다.
비즈니스스쿨에서 쓰던 네임 텐트. 이 때는 Sungmoon Cho가 뒷면에 있었다.

학교 초기에 새로운 친구들을 엄청나게 많이 만났다. 그들 모두에게 ‘브라이언’이라고 소개했더니 즉시 알아듣고, 내 이름도 쉽게 기억해서 참 편했다. 그렇게 6개월간 ‘브라이언 조’로 지냈다.

그러던 중, 한 가지 관찰된 변화가 있었다. Rex라는 이름을 쓰던 중국에서 온 친구가 어느 날부터 Qingbai (칭빠이) 라는 중국 이름이 달린 이름판을 내걸기 시작한 것이다. 쉬는 시간에 가서 물었다.

너 렉스라는 이름을 잘 쓰고 있었잖아. 왜 칭빠이로 쓰기로 결심했어?

칭빠이가 원래 내 이름이야. 나는 그냥 이걸 쓰기로 결정했어.

‘칭빠이’라는 이름이 부르기 어렵고 기억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내 우려와는 달리, 교수와 친구들은 곧 그의 이름을 바꾸어 부르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그 친구가 ‘콜드 콜(cold call: 수업 시간에 교수가 갑자기 질문하는 것)’ 을 적게 당하고 싶어서인가 생각도 해봤지만, 이름이 칭빠이라 해서 덜 불리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이 나서서 대답을 많이 했다. 남들이야 어떻든 중국식 이름에 자부심을 가지는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브라이언? 성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름이라는 게, 한 번 정하면 바꾸기 참 힘든 건데, 앞으로 미국에서 살면서 나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할 지 생각해봐야 했다. 그러던 중 나와 가깝게 지내던 친구 마이클이 한 마디 했다.

난 ‘성문’이란 이름이 좋더라. 부르기 쉽고 어감도 좋아. 난 그냥 ‘성문’으로 부를래.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친구가 편하게 느낀다고 하니 그렇다면 문제가 없는 것 아닐까. 그래도 난 모든 사람들에게 브라이언으로 이미 알려져 있기 때문에 쉽사리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장단점을 적어 보았다.

미국식 이름 한국식 이름
장점 다른 사람들이 외우고 부르기 쉽다. 나만 가지고 있는 내 이름이다.미국에서 Sungmoon Cho라는 철자를 가진 사람은 거의 내가 유일하다.
단점 부모님이 주신 이름이 아닌데 좀 어색하다.’브라이언’은 흔한 이름이라, 나랑 같은 이름과 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상대적으로 외우고 부르기 어렵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가 생겼다. 친구들과 함께 딜로이트에서 주최하는 ‘비즈니스 플랜 컴퍼티션(business plan competition)’에 나갔는데, 각자 나누어 일을 한 후에, 나중에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신이 맡은 슬라이드를 발표했다. 영어로 발표한다는 것도 긴장되는데, 1등 자리를 놓고 다른 팀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팀의 다른 멤버에게 누가 되면 안된다는 생각에 더 긴장을 했다. 슬라이드에는 Brian Cho라고 내 이름이 선명히 적혀 있었다. 아마 미국에서 태어난 아시아인이라고 나를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내가 발표할 내용을 완벽히 외우지를 못해 결국 할 말을 메모에 적은 후, 발표 시간에 메모를 슬쩍 보면서 이야기했다. 더듬기도 했고, 할 말도 다 못했던 것 같다. 발표가 끝나고 나자 심사를 맡은 2학년 학생과 딜로이트 컨설턴트들이 우리 각자에게 피드백을 주었다. 내 차례가 되었다.

브라이언은.. 내용은 괜찮았는데 종이를 보고 읽는 바람에 집중도가 떨어졌네요. 다음부터는 발표할 때 내용을 다 숙지하고 대화하는 식으로 이야기하면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인 이름을 가진 미국인 ‘브라이언’은, 결국 영어로 유창하게 말을 하지도 못하고 발표할 때 말을 더듬은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생각해 보았다.

앞으로 미국에 살면서 사람들 앞에서 영어로 이야기할 일이 많을텐데, 어느 쪽이 나은걸까? ‘브라이언’이라는 미국 이름을 가지고 말을 시작했는데 듣고 보니 미국인이 아니더라는게 좋은 걸까, 아니면 ‘성문’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듣고 보니 발음이 좋더라고 생각하는게 좋은 걸까.

결론이 분명해졌다. 그래, 나는 영어보다 한국어가 익숙한, ‘성문’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국인이다.

그 때부터 네임 텐트를 바꿔 달았다. Sungmoon Cho. 그리고 나를 브라이언이라고 부르던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줬다. 나는 ‘성문’이라는 이름을 쓰기로 결정했다고. 다들 금방 적응했다.

가만히 보니 내 이름 Sungmoon을 Sun (해) 과 g, 그리고 Moon (달)으로 분리할 수 있었다. 그래서 ‘Sun and the Moon in the sky (하늘의 해와 달)’라고 소개하면 다들 바로 기억했다.

그 이후로 미국에서의 내 이름은 줄곧 Sungmoon Cho이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시키거나 물건을 살 때는 줄여서 ‘Sung’이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캘리포니아에 살면서, 그리고 오라클에서 일하면서 정말 많은 나라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일단 유럽에서 온 사람들은 모두 자기 이름을 그대로 쓴다. 헨릭(Henrik), 니콜라스(Nicholas), 밀코(Milko) 등. 장-프랑소아(Jean-Francois) 처럼 이름이 길 경우에는 J.F. 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름을 바꾸지는 않는다. 러시아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세르게이(Sergei), 알렉산더(Alexander), 바딤(Vadim), 카테리나(Katerina), 올가(Olga) 등 그대로 써도 큰 무리가 없는 이름이 대부분이다. 이스라엘이나 중동, 이집트에서 온 사람들도 이름을 바꾸지 않는다. 무하메드(Muhammad), 자말(Jamal), 오페르(Offer) 등의 이름을 쓰고 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일본 사람들도 거의 일본식 이름을 쓰는 편이다.

인도의 경우가 흥미롭다. 인도 이름은 대부분 길고 발음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영어 이름을 지어 쓰는 경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예를 들어, ‘스티브 바타차야라(Steve Batachayara)’ 같은 이름은 볼 수가 없다. 이름을 줄여서 쓰거나 약간 변형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MBA 때 전략 과목을 가르치던 교수님 이름이 수부라마니암 라마나라야난 (Subramaniam Ramanarayanan) 이었는데, 첫 시간에 들어와서 자신의 이름을 칠판에 쓰면서, 자기보다 ‘n’자가 성과 이름에 더 많이 들어가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해서 모두 웃었다. 그는 앞 세글자를 딴 후 부르기 쉽게 만든 수부(Subbu)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불러달라고 했다. 아무 문제 없이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렀다. 이름이 자이프라카시(Jaiprakash)인 이전 동료는 앞 세글자들 따서 Jai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사람들은 제이라는 발음으로 불렀다.

여기서 예로 나라들이 다 영어 알파벳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을 제외하면, 최초로 알파벳을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는 페니키아의 문자에서 유래된 알파벳을 쓰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자신이 원래 쓰던 이름 스펠링이 1:1로 영어 알파벳으로 대응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원래 이름을 뒤로 하고 미국식 이름을 지어 쓰는 곳은 거의 세 나라로 좁혀진다. 중국, 대만, 그리고 한국이다. 특히 중국인들의 미국식 이름 사랑은 각별하다. 내가 미국에서 만나는 중국인들의 거의 90%가 미국식 이름을 사용한다. 남자중에서는 알렉스(Alex)가 가장 흔하고, 여자중에서는 제니퍼(Jennifer)가 흔하다. 릴리(Lily)와 같이 일반 명사를 이름으로 쓰는 독특한 경우도 봤다. 가끔 이런 재미난 일도 생긴다.

Mickey Kim 트윗. (2013년 2월 18일)
미키 김의 트윗. (2013년 2월 18일)

이들에게 영어 이름을 쓰는 이유를 물어보면, 원래 이름이 발음하고 기억하기 어려워서라고 한다. 과연 쉽지 않은 이름들을 가졌다. 펑리, 후아구오, 바오동, 웨이리아 등.. 게다가 원래 알파벳 형식으로 쓰였던 발음들이 아니기 때문에 알파벳으로 옮겨놓고 나면 한 눈에 잘 안들어오고 기억하기 어렵다.

한국 이름은 그래도 나은 편이지만, 발음이나 철자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희’, ‘혜’, ‘현’, ‘혁’ 과 같이 ‘ㅎ’으로 시작하는 발음이 어렵고, ‘승’ 과 같이 ‘ㅡ’ 모음이 들어가면 역시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닌데 영어 이름을 굳이 쓸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예를 들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기문(Ki-moon)’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쓴 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자리에 있으면서 ‘마이클 반’과 같은 이름을 쓰고 있었다면 느낌이 어땠을까? 지난번 블로그에서 소개했던 강석희 어바인 시장도 한국 이름을 그대로 쓴다. 다만 철자가 ‘Sukhee’라서 사람들이 ‘수키’라고 부른다고 한다.

꼭 발음 때문이 아니더라도, 영어 이름을 지어서 부르면 서로 호칭을 부를 때 직함을 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영어 이름이 편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과 외국인이 섞여 있는 자리에서 외국인에게는 ‘샘’이라고 부르면서 옆에 있는 한국인에게는 ‘김부장님’이라고 부르면 불편할 것이다. 이런 때는 둘 다 샘, 제임스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 편하긴 하다.

또한 다양한 나라 사람들과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경우에도, 영어로 된 닉네임이 있으면 남들이 기억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이름이 미국 뿐 아니라 온 나라에서 더 널리 알려지고, 그래서 다른 이들이 한국 이름을 기억하고 익숙해지면 좋겠다. 인도 이름이 그렇게 어려워도, 인도 사람들이 하도 많으니 사람들이 이제 인도 이름에 참 익숙해진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름만 들어도 ‘아 한국 사람이구나’하고 알 수 있게 되면 좋겠다. 한편,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나중에 외국에서 이름 문제로 고민하지 않도록 ‘상민, 수민, 지아, 유나’처럼 조금 쉬운 발음으로 된 이름을 주는 것은 어떨까도 생각해 본다.


업데이트 (4/7): 몇달 전 미국에서 만난 한 일본계 미국인 가족. 그들은 자신을 ‘타’ 패밀리라고 소개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남편의 이름은 타다시, 아내의 이름은 타미카, 첫째는 타키코, 둘째는 타로. 그들은 부모님 세대에 미국에 이민왔으므로 자신은 이민 2세, 그리고 자녀는 이민 3세가 된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랐으므로 일본어는 거의 익숙하지 않고 일본에 가본 적도 몇 번 없다. 그래도 그들이 미국에서 태어난 3세 자녀들에게 일본 이름을 지어주고, 일본인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며 미국에서 즐겁게 살고 있는 것을 보니 좋아보였다.

업데이트 (4/7): 중학교 때부터 캐나다에서 자란 후 싱가폴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하고 현재는 투자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Hyuk-Tae Kwon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나도 캐나다에서 살았던 중, 고, 대학교까지는 영어이름 David으로 살아왔다. (중략) ‘한국이름이 어려워 외국인이 발음을 못할듯해서 바꿔야해!’ 라고 주입식으로 말했던 사람들에겐 이제 자신있게 말한다 1) 내 이름조차 외우려는 노력을 안하는 사람은 상대할 가치가 없다는 생각 2) 오히려 교양이 있는 외국인들은 나의 한국이름을 더 알고 싶어한다 3) 특히 일본친구들이 “중국친구들이나 한국친구들은 왜 영어이름을 하는지 모르겠어..”할때의 기분이란… 100년 전 일본은 우리나라에게 창씨 개명을 종용했고 우리의 조상들은 이를 거부하였지만 지금은 어른들이, 영어선생님들이 나서서 이름을 바꾸라고 하는 상황. 개인적인 거라 문제 될건없지만 한번 생각해봐야할 일.”

업데이트 (4/7): ‘에스티마’ 임정욱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나를 포함해서 우리 가족은 모두 영어원어민에게 발음이 어려운 한국이름을 쓰는데 무슨 철학이나 사명감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게을러서… 그렇다고 바꿀 생각도 없고 사회생활, 학교생활 잘 하고 있음. 다름을 존중해주는 문화이기에 우스운 이름만 아니라면 자기 본래이름을 쓰는 것이 맞다고 생각.”

업데이트 (4/8): 위에서 놓친 나라가 있는데, 홍콩은 90% 이상이 영어 이름을 쓰고 있다고 많은 분들이 알려주셨습니다. 영국 식민 통치의 영향이라고 하네요.

업데이트 (4/8): 2012년에 다니엘 튜더 이코노미스트 특파원이 ‘진짜 이름을 부르고 싶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중앙일보에 기고했었네요.’한국: 불가능한 나라‘ 책의 저자이지요. 자기가 한국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브래드, 제니퍼 등으로 불러달라고 하는데, 자기는 그렇게 부르기 싫다고. 남들이 자기를 철수라고 부르기를 원하지 않듯, 자기도 한국 친구를 브래드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고. 진짜 이름을 부르고 싶다고.

한국의 개발자 처우 개선, 과연 개발 환경 혁신이 먼저일까?

지난번 포스팅했던 우리나라가 소프트웨어 강국이 되려면에 이어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해 느낀 점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아래는 ‘치킨집 사장과 백발의 개발자‘라는 동아 일보 뉴스룸 기사의 일부:

실리콘밸리의 개발 환경은 촉박한 시한에 쫓겨 밤낮없이 일하고 햄버거나 컵라면으로 3분 안에 끼니를 때운 뒤 믹스커피와 박카스를 페트병 용량으로 들이켜는 국내 개발 환경과 너무 달랐다. 그곳에는 개발자를 존중하는 문화가 있었고, 더 나은 아이디어를 위해 ‘여유’가 필요하다는 이해가 있었다. 국내에서 개발자 하면 불쌍한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과 달리 실리콘밸리의 개발자는 창조적 자아실현이 가능한 멋진 직업으로 느껴졌다.

개발자가 다수였던 이날의 청중은 ‘어떻게 하면 실리콘밸리에서 일할 수 있냐’고 앞다퉈 질문했다. 실리콘밸리 기업에 취직하는 노하우부터 체류 비자 및 영주권을 취득하는 루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얘기들이 오갔다. 한국을 떠나 실리콘밸리로 갈 방법을 묻는 열기(?)를 보며 복잡 미묘한 마음이 들었다. IT 개발자를 치킨집 사장으로 내모는 이 후진적 개발 환경을 혁신하지 않고서는 ‘소프트웨어 강국 한국’이나 ‘창조경제 실현’은 모두 구호에 불과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분당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250명이 참석하고 900명이 온라인으로 시청했던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컨퍼런스를 본 임우선 기자가 쓴 글이다. 한국의 현실을 암담하게 느껴 실리콘밸리로 가고 싶어 하는 젊은 사람들을 보며 느꼈던 진심어린 애정과 안타까움이 묻어 있다.

이런 많은 글들이 ‘개발 환경 혁신’으로 결론을 짓는다. 물론 맞는 말이고 꼭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출발점일까? 그 혁신을 누가 해야 하는걸까? 정부가 ‘개발자 처우 개선법’을 만들어 규제를 강화해야 할까? 아니면 지금의 고용주들이 비용을 크게 증가시키고 수익성을 악화시켜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각오하고 개발자들에게 높은 연봉을 주고 근무 시간을 낮추어줘야 할까?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이 엔지니어들에게 ‘창조적 자아 실현’까지 해준다고 하는 건 좀 지나치게 거창한 말이지만, 많은 회사들이 왜 엔지니어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주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돈이 되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창업자들이 사회 사업가도 아니고, 딱히 고귀한 성품을 지닌 것도 아니다.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창업가가 많기는 하지만 결국 회사는 ‘주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주주의 이익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회사는 성장하기도 힘들 뿐더러 성장한 후에도 자금난을 겪게 되기 쉽다. 개발자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주는 이유는, 그렇게 좋은 대우를 해주어 훌륭한 제품을 만들면 그만큼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소프트웨에 회사들은 소위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한다. 일본 시계가 3백 달러에 팔릴 때, 똑같이 생긴 스위스 시계가 1만 달러에 팔리듯이, ‘메이드 인 실리콘밸리’이면 똑같은 제품이라도 더 비싸게 팔 수 있고, 영어권 국가를 대상으로 하므로 더 큰 시장에 팔 수 있다. 그러려면 품질이 월등해야 한다. 결국 개발자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품질이 월등한 제품을 만들기 쉽지 않다.

둘째, 그렇게 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경쟁이 없는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은 매일 인재 전쟁을 겪고 있다. 소위 Top 20을 제외하면 (이미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회사, 또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회사), 나머지 대부분의 회사들은 엔지니어 모셔오기에 안간힘을 쓴다. 연간 500달러를 내고 링크드인(LinkedIn) 프리미엄 회원에 가입해서 사람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엔젤리스트(Angel.co)에서는 연봉에 더해 회사 지분을 주겠다며 인재들을 유혹한다.

엔젤리스트(angel.co)에 올라온 Symphony라는 회사의 채용 공고
엔젤리스트(angel.co)에 올라온 Symphony라는 회사의 개발자/디자이너 채용 공고

셋째, 자본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앞서 든 두 가지 요소와 중복되는 면이 있는데 성장성이 있는 회사라면 투자를 받을 수 있고, 투자를 받으면 잘 나가는 회사만큼은 아니지만, 꽤 괜찮게는 대우해줄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에서 사기업 투자가 가장 활발한 곳이 실리콘밸리이고, 이렇게 많은 돈의 주 사용처는 ‘개발자 월급’이다 (아래 그래프). 근데, 여기서 간과하면 안되는 것은, 돈이 몰리니까 대우가 좋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래에 설명하겠다. 그리고 애초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죽, 실리콘밸리 회사들이 워낙 많이 다른 기업에 높은 가격에 인수되고, IPO 가서도 가치가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으니까 돈이 몰리는 것이다. 결국,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모두 가능한 일이다.

2013년, 미국 지역별 투자 금액 (출처: MoneyTree)
2013년, 미국 지역별 투자 금액 (출처: PWC/MoneyTree)

한국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속해 있는 직군은 다음 몇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전체 경제 규모 중 차지하는 비중을 추정해 보았다.

  1. 중, 대기업 핵심 제품 개발 부서 (10%)
  2. 중, 대기업 IT 부서 (15%)
  3. 하청 업체 / 에이전시 (20%)
  4. 기업, 국가 연구소 (5%)
  5. 온라인/모바일 게임 개발사 (25%)
  6. 고성장 스타트업 (5%)
  7. 기타 (20%)

중/대기업 핵심 제품 개발 부서의 경우, 고급 인재가 많이 있는 곳이고, 근무 시간이 길 수 있지만 대우는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내 생각에 ‘치킨집’ 이야기가 나오는 곳은 IT 부서와 하청 업체, 그리고 일부 게임 개발사가 아닐까 한다. 기업의 ‘IT 부서’는 핵심 부서라기보다는 기업의 전산을 책임지는 부서인 경우가 많아 예산이 충분치 않다. 또한 소위 ‘하청 업체’는 처음부터 품질보다는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시작되는 곳이므로 엔지니어 뿐 아니라 누구도 좋은 대우를 받기 쉽지 않다. 기업/국가 연구소의 경우 인재의 질이 높고, 업무 강도가 높지는 않지만 그만큼 보수가 낮을 것 같다. 온라인/모바일 게임 개발사의 경우 경력직은 좋은 대우를 받겠지만, 주니어급 (대학 졸업 후 1~3년차) 엔지니어들의 비율이 높은 많큼 평균 보수가 높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에서도 고급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한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대우가 좋다. 꼭 연봉 이야기가 아니라, 개발자들이 기분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한다는 뜻이다. 이 분야에 해당하는 비트윈, 핸드 스튜디오, 노리(KnowRe), 리디북스(Ridibooks), 아이디인큐(ID Incu) 모두 사무실 방문했을 때 분위기가 참 좋았다.

실리콘밸리를 살펴보면, 한국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2번, 3번, 그리고 5번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2, 3번 같은 IT/인프라 관리는 단가가 낮은 인도나 중국에 아웃소싱하거나 클라우드 서비를 이용한다 (대신 확장성 높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실리콘밸리에 많다). 한편, 1번과 6번에 해당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 많이 발전해 있기 때문에, 대우는 좋을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경제에서 분야별로 차지하는 비중을 추정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중, 대기업 핵심 제품 개발 부서 (20%)
  2. 중, 대기업 IT 부서 (5%)
  3. 하청 업체 / 에이전시 (5%)
  4. 기업, 국가 연구소 (5%)
  5. 온라인/모바일 게임 개발사 (10%)
  6. 고성장 스타트업 (35%)
  7. 기타 (20%)
한국 vs 실리콘밸리 개발자 직군 분포
한국 vs 실리콘밸리 개발자 직군 분포

결론적으로, 한국에서 개발자 대우를 잘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옮겨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는 것이 맞다. 정부 지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두 가지 길이 있다.

  1. 한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소프트웨어가 해결하는 문제의 난이도가 올라가고, 따라서 부가가치가 올라가는 것
  2. 고부가가치 시장만 대상으로 해도 충분히 수익이 날 수 있도록 더 넓은 시장을 대상으로 제품을 파는 것

1번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 경제가 지금보다 더 발전할 것이고, 그러면 점차 내수 시장이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옮겨갈 것은 분명하다.

2번의 경우 항상 이야기하는 ‘해외 진출’인데, 사실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에 판다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왜 쉽지 않은지에 대해서는 소프트뱅크 벤처스 문규학 대표님이 2009년에 썼던 블로그, ‘한국벤처해외진출잔혹사‘에서 아주 잘 설명해 주셨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의 전유물이었던 패션/화장품 분야에서 일본이 선전하고 있는데, 소프트웨어 분야라고 해서 못할 것은 없다고 본다. 조금씩 벽을 깨며 세상을 놀라게 하다보면 언젠가 인식이 바뀌고, 장벽이 무너지지 않을까.

미국의 활발한 기부 문화

항상 트위터와 페이스북,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 정말 유익한 소식을 전해주시는 임정욱 센터장님. 얼마 전 그의 블로그, ‘에스티마의 인터넷 이야기‘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On The Road – 보통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하는 뉴스

이 글에서 마일즈라는 9살 아이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는 20달러짜리 지폐를 주차장에서 주웠으나, 식당에서 군인을 보자 자기가 갖는 대신 편지와 함께 그에게 지폐를 주었다고 한다. 그 소년의 아버지 역시 군인이었으나 이라크에서 전사했었다. 20달러를 받은 중령은 크게 감동했고 자신도 다들 사람들에게 20달러의 지폐들을 보낸다. 이를 Pay It Forward라고 한다. 마지막 장면에, 아버지의 묘비를 껴안고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소년의 모습이 감동적이고, 아름다웠다.

그런데, 나에게 또 감동을 준 사실은, 위에서 소개한 마일즈라는 9살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미국 전역에서 기부금을 보냈고, 그 총액이 무려 25만 달러 (약 2억 8천만원)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인구가 3억 명이고 부유한 사람들이 많은 나라이기는 하지만, 모금 운동을 벌인 것도 아닌데 기꺼이 소년을 위해 돈을 보낸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지난번 ‘기부 문화, 선진국의 척도‘라는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확실히 미국인들은 자신이 가치를 느끼거나 도리를 느끼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지난 달에는 친구의 초대로 SEO라는 비영리 단체에서 주최하는 칵테일 파티에 갔었다. SEO는 Sponsors for Educational Opportunity의 줄임말인데, 저소득 학생들을 뽑아 8년간 대학 진학에 필요한 재정적, 교육적 지원을 해주는 단체이다. 1963년에 미국 동부에서 설립되어 5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2011년부터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장학생들을 선발하기 시작했다. 이 단체의 이사회 임원 중 한 명인 Nihir가 힐스보로우(Hillsborough)라는 부유한 동네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사람들을 초대했는데, SEO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한 후, SEO에서 후원하고 있는 학생 두 명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SEO Scholars 이벤트
SEO가 하는 일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50년의 노하우가 쌓인 덕분인지 이 단체가 이룬 업적은 실로 놀랍다. 선정된 장학생들 100%가 대학에 입학하며, 100%에 가까운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한다고 한다. 또한 많은 SEO 출신들의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 중 많은 사람들이 5000달러 이상을 기부했으며, 1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사람들도 있다. 작년에 열렸던 50주년 기념 저녁 행사에서는 무려 $6.4 million (약 70억원)의 기부금을 모금했다고 한다.

SEO Scholars
SEO 장학생으로 선정된 두 학생들과 함께. 맨 왼쪽은 학생의 어머니이다.

SEO의 이사회 임원들은 모두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인데, 이 일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돈을 쓰는 것을 너무나도 자랑스러워하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한 일이 변화를 만들어내고, 기회가 없었을 뻔했던 사람에게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것을 정말 보람있어한다.

미국에 살면서 이런 것들을 자주 보고 경험하게 된다. 소수와 약자, 장애인, 그리고 슬픔을 겪은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도움. 이는 미국에 부유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독교 사상이 바탕이 되어 세워진 나라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남들보다 자원을 적게 가졌거나 교육을 적게 받은 사람들을 ‘Underprivileged(언더프리빌리지드)’라고 하는데, 이들을 지원하는 민간 단체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많고 그 활동도 활발하다.

가진 자의 여유라고도 할 수 있고, 단순히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가식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이런 활동이 워낙 활발하니 정부와 세금에 의지하는 게 줄어들고, 더 많은 혁신을 가져온다는 긍적적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덧붙임말: 온  더 로드(On The Road)에, 3분짜리 완결성 있는 뉴스로 압축된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참 많았는데, 내가 좋아했던 또 하나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한 고등학교 코치가 농구를 사랑하지만 발달 장애가 있는 미첼이라는 학생을 막판 1분 30초를 남겨두고 교체해서 넣었다. 이 학생은 같은 팀 선수들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계속 골 넣기를 실패하다가, 결국 마지막 몇 초를 남겼을 때, 상대 팀 선수가 공을 패스하면서 골을 성공시켜 역전승을 이룬 사건이다. 골이 들어가는 순간 모든 학생들이 열광하며 축하하는 모습이 또한 감동을 주었다. 두 학생은 나중에 엘런(Ellen DeGeneres)의 쇼에 출연해 그 당시 느꼈던 감정을 설명하는데, 미첼은 기쁨에 북받쳐서 눈물을 흘렸다.

역전 골을 성공시킨 미첼에게 열광하는 선수와 관중들
역전 골을 성공시킨 미첼에게 열광하는 선수와 관중들

요즘 한국 뉴스 방송을 볼 일은 거의 없지만, 가끔 보면 살인, 자살, 사기 등의 사고가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해서 채널을 돌려 버린 적이 많았다. 물론 그런 소식을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고, 그런 소식을 더 많이 이야기해야 시청률이 올라가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애써 따뜻한 소식을 더 많이 알려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항상 있다.

몰입 (Flow)

지난 몇 달동안 ‘몰입‘이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했던 황농문 교수의 ‘공부하는 힘, 몰입‘이라는 강연을 접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자신이 지도했던 많은 학생들이 몰입을 연습하고 경험하면서 공부를 즐기게 되고, 결과적으로 학교 성적도 좋아졌다는 사실을 공유한 것인데, 학생들이 보냈다는 이메일을 하나 하나 보며 참 감동이 되었다. 그는 몰입의 경험을, ‘처음에는 도저히 못할 줄 알았는데 혼신의 노력 끝에 결국 해냈다‘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의도적인 도전과 응전의 경험인데, 이런 성공 경험을 반복할 때마다 불연속적으로 성장하며, 더 많이 반복할수록 좋다고 했다.

참으로 옳은 말이다. 그리고 생각해 보았다. 나는 몰입을 경험하며 살고 있는가. 종종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돌이켜보면, 내가 완전히 몰입하고 있었다고 느꼈던 시기가 몇 번 있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고등학교 때이다. 영어를 일찍부터 공부했던 덕에 운좋게 외국어 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내 실력은 친구들에 비해 한참 뒤져 있었다. 첫 시험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야 했고, 그 때 내가 택했던 방법은, 오로지 공부만을 생각하는 것이었다. 내 머리가 비상한 게 아닌 바에야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는데, 문제는 친구들 모두 학교에서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공부한 후, 밤 11시에 또 학원이나 독서실에 간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쉬는 시간을 활용하고, 자습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자습 시간에는 항상 계획을 짜 놓고 시작했다. 마라톤이 아니라 100미터 달리기를 여러 번 하는 심정으로 공부했다. 그러다보면 자습 시간에 너무 바빴다. 그러고 나서 밤 11시가 다 되어 학교를 나오면서 캄캄한 하늘을 보면 기분이 좋았다. 피곤하고 지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신이 나고 힘이 솟았다. 자습시간이 끝나버린게 아쉽다고 생각했다.

내가 고등학교 때 공부가 재미있었다고 하면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말로 난 공부가 재미있었다. 뭘 외우고 문제를 푸는 게 재미있었다기보다는, ‘몰입’이 나를 즐겁게 하고 나에게 에너지를 주었던 것 같다. 몇 시간, 며칠동안 완전한 몰입을 경험하고 나면, 다음의 몰입이 기다려지고 더 큰 과제에 도전하고 싶어진다.

대학교에 입학하자 놀기에 바쁜데다 동시에서 신경써야 할 일들이 크게 많아지며 몰입할 기회는 많이 없어졌다. 그러다가 3학년 때 까다로운 전공 과목들을 공부하며 다시 몰입을 경험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수업이 문수묵 교수의 ‘자료구조 및 알고리즘 (Data Structure and Algorithm Analysis)’이었는데, 까다로우면서도 오랜 시간 생각해야 풀 수 있는 과제들이 많아 답을 찾기 위해 10시간동안 컴퓨터실에 앉아 코딩하곤 했던 기억이 있다. 한 번은 밖이 시끄러웠는데 그런 것도 모르고 한참 앉아 있다가 일어나서 보니 학교 축제 기간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적도 있다.

게임빌 초기 시절도 몰입의 연속이었다.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까다로운 문제가 항상 발생했고, 거의 대부분 정해진 답이 없었다. 오랜 시간동안 고민하고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을 때는 도서관에 가서 앉아 있곤 했다. 그러다가 결국 답을 못 찾고 전문가의 도움을 빌려야 할 때도 있었지만.

MBA를 거쳐 미국 대기업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이 닥쳤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끔씩 몰입을 경험하곤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학교에 다닐 때처럼 몰입을 경험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타파스 미디어(Tapas Media) 창업자인 김창원씨가 2010년 말에 그의 블로그에 ‘몰입지점‘ 이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는 이 글에서, ‘우리 대부분은 직장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타들어가다 만 젖은 장작처럼 완전히 몰입해서 일하지 못한다’며, ‘내가 어떤 프로젝트를 할때 정말 내 자신을 잊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팀을 이루어 몰입하고 빠져들어서 할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고, ‘우리들의 직업적 여정은 결국 그런 몰입상태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어야 한다‘고 글의 결론을 내렸다. 그 모든 말에 크게 공감한다.

몰입을 어떻게 하면 경험하고 훈련할 수 있는가? 황교수가 자신이 지도하던 박사과정 학생 중 한 명에게 권했던 방법 중 하나는 6개월동안 중고등학교 수학 문제집을 풀어보라는 것이었다. 그는 열심히 이를 따랐고, 몰입을 훈련했다.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회사에 취직했는데, 얼마 되지 않아 회사에 있었던 기술적 문제를 몰입적 사고로 훌륭히 해결하여 임원들에게 크게 인정을 받았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 두면, 이를 다른 분야에도 곧 적용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지적 재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교육 방법으로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 이 강연 마지막에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황농문 교수의 강연을 들은 후에, 오랜만에 고등학교 수학 문제집을 펴 보았다. 고등학교 수학 문제와 더불어 IQ 테스트 문제집도 보기 시작했다. 까다로운 문제들을 골라 오랫동안 생각하고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확실히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IQ 테스트 문제 중 하나
IQ 테스트 문제 중 하나: 물음표에 들어갈 숫자는?

꼭 이런 문제를 푸는 동안에만 몰입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같은 경우는 블로그를 쓰는 과정 중에도 몰입을 경험한다. 이 블로그에 쓴 글 중 많은 것들은 오랜 시간동안 골똘이 ‘왜 그럴까’를 생각하다가 나름대로 답을 찾았을 때 쓴 경우가 많다. 그 과정이 일종의 몰입이었고, 마침내 정리가 되어 정신 없이 타이핑을 하는 동안 몰입을 경험하곤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몰입’을 수십 년동안 연구했던 칙센트 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Flow라는 책에서, 사람들은 몰입을 경험할 때 가장 행복하며(people are happiest when they are in a state of flow), 이 몰입이란 ‘어떤 활동이나 상황에 완전히 빠져들어 집중하고 있는 상태(a state of concentration or complete absorption with the activity at hand and the situation)’라고 설명했다. 아래는 그의 유명한 몰입 다이어그램이다.

몰입 다이어그램. 자신의 실력이 높고, 해결하려는 문제도 어려울 때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몰입 다이어그램. 자신의 실력이 높고, 해결하려는 문제도 어려울 때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스마트폰 덕분에 우리 삶이 많이 편리해지기는 했지만, 한편으로 몰입에 투자할 시간이 적어져서 우리의 행복 지수가 낮아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일상 생활에서 충분한 몰입을 경험하고 있지 않다면, 고등학교 수학 문제집을 한 번 펴보는 것은 어떨까.

페이스북의 왓츠앱(Whatsapp) 인수

얼마전 일본 회사 라쿠텐(Rakuten)이 바이버(Viber)를 $900M (약 1조원)에 인수했다는 소식에 이어, 어제는 페이스북이 왓츠앱 인수에 $19B (약 20조원)을 썼다는 소식이 하루를 뜨겁게 달궜다. 처음 숫자를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인스타그램 $1B도 크다고 생각했는데(돌이켜보면 오히려 싼 가격이었지만), 별다른 매출이 없는 회사에 $19B의 기업 가치를 매기다니?

왓츠앱(Whatsapp) 로고
왓츠앱(Whatsapp) 로고

한국에서는 카카오톡의 빛에 가려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왓츠앱(Whatsapp)은 메시징 앱의 선구자이다. ‘어떻게 창업하셨습니까‘라는 책에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가 캘리포니아에서 사업 구상을 하다가 아이폰을 처음 만졌을 때 충격을 받고 한국에서 사업할 아이템을 결정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아마도 이 앱을 사용해보고 나서 영감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처음 이 앱을 썼을 때의 느낌이 아직 기억이 난다. 2008년인가, 아이폰을 구입한지 얼마 되지 않아 처음 받은 앱 중의 하나였는데 한 번 써보고 나서는 ‘노 브레이너(no brainer)’, 즉 앞으로는 이것만 쓰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아이폰에 담긴 기본 메시징 앱(iMessage)도 많이 좋아졌지만, 당시에 어떤 통신사가 만든 메시징 앱보다도 뛰어난 기능을 담고 있었다. 그 전에도 제조사와 통신사들이 메시징 앱들을 끝없이 만들어왔고 그 중 많은 앱들을 사용해봤지만, 왓츠앱만큼 모든 기능을 뛰어난 UI와 함께 쾌적하게 결합한 제품은 없었다. 그리고 그 초기 UI는 지금까지도 거의 변함 없이 지켜지고 있다.

그 후, 아내와 나는 오직 왓츠앱만을 사용해서 메시지와 사진, 비디오를 주고 받았다. 카카오톡도 가끔 사용하기는 했지만 사진과 동영상 전송 속도가 훨씬 느려서 (특히 동영상이 많이 느렸는데, 아마 미국에 서버가 없거나 있더라도 멀리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동영상을 보내기 전에 압축에 걸리는 시간도 더 길었고, 전송이 실패할 때가 많았다.) 한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연락할 때만 카카오톡을 사용했다. 왓츠앱을 사용할 때는 항상 빠르고 쾌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 달에 무려 4500만명의 사람들이 왓츠앱을 사용하며, 하루에 500억개 이상의 메시지가 오가는데도 그 속도를 유지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19B의 가격표는 좀 너무 높은 것 같다. 왓츠앱의 액티브(active) 유저 수가 450 million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활성 유저 한 명당 무려 42.2달러의 가치를 메긴 것이기 때문이다(중국의 메신저 앱인 위챗의 유저 한명당 가치는 이보다도 높다고 한다). 왓츠앱에 광고도 없고 게임도 없고, 앱 사용료가 1년에 1달러뿐임 생각하면, 지금의 모든 유저들이 마케팅에 한 푼도 사용하지 않은 채 얻은 사람들이고, 그 중 한 명도 달아나지 않고 평생 돈을 내며 앱을 사용한다는 극단적인 가정을 해도 1인당 고객 생애 가치(Customer Lifetime Value)가 16달러에 불과하다 (이전에 올렸던 ‘고객 생애 가치 이해하기‘ 참고).

고객 생애 가치 = (유저 1인당 연간 매출 – 유저 획득 비용) / (1 + 연간 이자율 – 고객 유지 비율) = (1 – 0) / (1 + 0.06 – 1) = $16.7

$19B이라는 엄청난 인수가를 스펙트럼상에 놓기 위해 최근 놀랄만한 가격에 인수된 몇 개 회사들을 비교해 보았다.

이름 매출 (million) 순익 (million) 인수 가격 (million) 직원 수 직원 1인당 창조한 가치 총액 (million)
인스타그램(Instagram) $0 $-2.4 $1,000 12 $83
바이버(Viber) $1.5 $-29.5 $900 50 $18
왓츠앱(Whatsapp) $20 $9 $19,000 55 $345
(1) 인스타그램 자료 출처는 WSJ. 순익은 직원 1인당 비용을 20만달러로 계산해서 추정한 것.
(2) 바이버 매출과 순익 출처는 WSJ, 직원 수 출처는 CrunchBase
(3) 왓츠앱 매출 출처는 Business Insider, 순익은 직원 1인당 비용을 20만달러로 계산해서 추정한 것.

단순 계산으로 따져, 왓츠앱 직원 일인당 무려 $345 million, 즉 3600억원이 넘는 가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인스타그램 인수 당시, 창업자들은 대박 중의 대박을 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서 너무 일찍 팔았다며 참 억울해하고 있지 않을까?

페이스북은 도대체 왜 그렇게 높은 가격을 지불했을까? 훗날,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 건처럼 ‘돈 날린 딜’로 기억될까, 구글의 유투브 인수처럼 ’10년 후를 내다 본 현자의 딜’로 기억될까?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헨리 블로젯(Henry Blodget)은 이를 ‘과감한 행동’이라고 표현했는데, 과연 그럴까?

왓츠앱 투자를 주도했던 시콰이어 캐피털(Sequioa Capital)의 파트너 짐 괴츠(Jim Goetz)는 블로그를 통해 왓츠앱을 4개의 숫자로 깔끔하게 요약했다.

  • 450: 450 million(4억 5천만명)의 액티브 유저. 그리고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이 숫자를 달성했음. 그리고 매일 100만 명 이상이 앱을 다운로드하고 사용.
  • 32: 32명의 엔지니어. 그들이 하루 500억개의 메시지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함. 엔지니어 한 명당 1,400만명의 유저를 담당.
  • 1: 1년에 1달러의 사용료. 게임이나 광고는 없음. 수십개의 다른 경쟁자들은 광고를 통해 돈을 벌고 있었지만 그들은 초기의 사업 모델을 그대로 지켰음.
  • 0: 마케팅비 제로. 회사에 마케팅이나 PR 담당자가 없음. 그래서 유저 획득에 쓴 돈도 0원.

믿기 힘든 숫자들이다. 정말로 기능의 핵심에만 집중해서 제품을 만들었고, 그러한 철학을 굳게 믿은 시콰이어 캐피털의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서비스가 또 있을까? 아마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블로깅 엔진인 워드프레스(WordPress)가 그 모델에 가장 근접하지 않을까 싶다 (비슷한 이유로, 난 워드프레스의 기업 가치가 천문학적 액수에 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왓츠앱을 처음부터 믿고 지지해준 것에 대한 보상으로, 시콰이어 캐피털은 그야말로 돈 벼락을 맞았다. 지금까지 왓츠앱에 투자한 돈이 2011년에 ‘겨우’ $8M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총 $60M (약 640억원) 정도이며, 그것으로 10~20% 정도의 회사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인수로 가져가게 되는 돈이 현재 가치로 $3B (3조원)이 넘는다. 몇 년만에 50배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 한편, 시콰이어 캐피털은 인스타그램에도 투자를 했었으니, 페이스북에 투자는 하지 못했지만 페이스북 덕분에 최근 두 번의 대박을 맞은 셈이다.

짐(Jim)은 블로그에서 또 한가지 사실을 강조했는데, 왓츠앱이 미국이나 실리콘밸리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다른 나라에서 무척 인기 있는 서비스라는 것이다. 실제로 주변 미국 친구들은 왓츠앱을 거의 쓰지 않는다. 왓츠앱 뿐 아니라 다른 메시징 앱도 스냅챗(SnapChat)을 제외하고는 미국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는 것 같다. 하나 든다면 페이스북 메신저 정도일까.. 그래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페이스북에게 왓츠앱이 더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왜 미국에서 메시징 앱이 인기가 없는지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한 생각이 있는데 다음 기회에 설명해 보기로 하고, 아래는 구글 트렌드에서 왓츠앱을 검색한 결과이다.

구글 트렌드에서 왓츠앱(Whatsapp)을 검색한 결과
구글 트렌드(Google Trends)에서 왓츠앱(Whatsapp)을 검색한 결과

1등이 짐바브웨이며, 2등은 스와질란드이다. 지도에서 보면 아프리카에서 많이 검색하고 있고, 인도와 중동, 필리핀과 중남미가 진하게 표시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왓츠앱이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뿐 아니라 블랙베리와 노키아 S40, 심비안, 윈도우즈 폰 등을 모두 지원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2년 전쯤, 왓츠앱처럼 진보된 애플리케션이 정말 노키아의 피쳐폰인 S40에서 제대로 되는지 궁금해서 폰을 구해서 테스트를 해본 적이 있다. 동영상 전송부터 위치 전송까지 모든 기능이 완벽하게 작동하길래 재미있어서 테스트 과정을 비디오로 담아 유투브에 올렸는데, 지금까지 총 15만의 조회수가 나와, 지금까지 내가 유투브에 올린 비디오 중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왓츠앱을 사용할 수 있는 폰들 (출처: WhatsApp)
왓츠앱을 사용할 수 있는 폰들 (출처: WhatsApp)

왓츠앱 인수가격이 높도 낮고를 떠나서, 이번 사건을 통해 창업자들과 투자자들은 또 하나의 중요한 영감을 얻었고, 제 2, 제 3의 왓츠앱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계속해서 혁신적인 서비스들이 탄생할 것이다. 한편, 직접 회사에 투자했던 시콰이어 캐피털 뿐 아니라 시콰이어 캐피털에 돈을 댄 투자자들, 즉 LP(Limited Partners)들에게도 대박이 났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LP가 누구인지는 밝혀져 있지 않지만,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많은 벤처 캐피털들의 돈의 출처는 학교 재단, 대기업, 펜션 펀드(Pension Fund), 싱가폴 정부 등이다.

스핀 잇을 출간하고 나서 강연을 통해 줄곧 이야기했던 주제가 실리콘밸리가 지금의 실리콘밸리가 된 이유는 돈을 가진 기업들이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었는데, 결국 생태계의 가장 끝에 있는 회사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그 생태계의 모습을 결정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