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을 미국에 알리는 방법 – 비빔밥 유랑단

‘비빔밥 유랑단’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라이코스를 방문한 비빔밥 유랑단‘이라는 임정욱 님의 글을 통해서였다. 당시 라이코스 대표로 있을 때, 비빔밥 유랑단의 강상균 단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사무실에 찾아와서 비빔밥을 만들어주고 홍보하겠다고 하길래 흥미롭다고 생각해서 수락했고, 그 결과 직원들이 매우 만족해했다는 내용이었다.

참 좋은 시도라고 생각했다. 캘리포니아에는 주변에 한식당도 많고, 타문화에 대해 개방적인 사람들이 많아 주변에 한국 음식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비빔밥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흔히 ‘한국 음식’하면 ‘코리안 바베큐’를 가장 먼저 떠올리고, 조금 더 안다고 하면 순두부를 아는 정도였다. LA 코리아타운에 가면 ‘무제한 바베큐’가 골목마다 깔려 있다. 거기에서는 한 명당 20달러면 소고기가 질릴 정도로 먹을 수 있다. 고기 맛도 꽤 괜찮아서 소고기 값이 저렴하고 사람들이 고기를 선호하는 미국에서는 아주 인기다. 주변 친구들이 “한국 음식 정말 끝내줘!” 하면 주로 바베큐 아니면 순두부 이야기다.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으면서도, 그 두 가지 음식이 한국 음식을 대표한다고 할 수 없는데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한국의 위상과 이미지 제고에 별로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생각도 했다. 친구들이 거기 갔다 와서는 ‘온 몸에서 바베큐 냄새가 난다’고 하곤 했다. 한국 사람들은 항상 소고기 바베큐만 먹는줄 아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한국 사람들은 평소에는 나물 반찬 위주에 해산물을 많이 즐기며, 회식할 때나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많이 먹는 정도라고 하면 다들 놀란다.

학교 다닐 때 비즈니스스쿨 친구들을 잔뜩 데리고 갔었던 무제한 바베큐집, 마당쇠. 결코 고습스러운 분위기는 아니다.
학교 다닐 때 비즈니스스쿨 친구들을 잔뜩 데리고 갔었던 무제한 바베큐집, “마당쇠”. 결코 고습스러운 분위기는 아니다.

‘스시’가 미국 사람들에게 ‘고급 음식’으로 자리잡은지는 이미 오래 됐고, P.F. Chang 과 같은 커다란 중식 프렌차이즈가 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한국 음식은 여전히 ‘코리안 바베큐’정도로 알려져 있거나, 뉴욕의 고급 식당을 통해 조금 알려져있는 정도이다. 샌프란시스코에는 고급스러운 한식당 하나가 없고, 산호세 코리아타운에 가야 ‘장수장‘이라는 꽤 괜찮은 한식당이 하나 있을 뿐이다. 한편, LA에는 ‘조선갈비’라는 고급 한식당을 비롯해 괜찮은 곳들이 몇 개 있으며, 학교 친구들과 종종 갔던 ‘계나리’라는 한식당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큰 규모의 공간에 라운지 스타일로 고급스럽게 꾸몄고, 맛도 깔끔하고 환기도 잘 되어서 친구들을 데려갈 때마다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지금 Yelp를 확인해보니 문을 닫았다고 되어 있다. 당시에 손님들이 참 많았는데 왜인지 궁금하다. 결국 고급 한식당은 어려운 걸까?)

실리콘밸리로 이사오면서 처음에 마운틴 뷰(Mountain View)에 살았다. 거기 Xanh(‘썬’이라고 읽는다)이라는 베트남 퓨전 식당이 있었는데, 맛도 좋았지만 특히 분위기가 좋아서 사람들을 만날 일이 있을 때 무척 자주 갔다. 애피타이저가 10달러대, 메인 음식은 20달러 대라 팁과 세금을 포함하면 한 사람당 약 30달러 정도가 드는 괜찮은 식당이었는데, 갈 때마다 엄청 붐벼서 항상 예약을 해야 했고, 항상 미국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하루는 식사하다가 매니저에게 그 식당 참 좋아해서 자주 온다고 했더니, 원래 자기 어머니가 마운틴 뷰에서 오랫동안 베트남 쌀국수 집을 30년 넘게 했었는데, 장소를 옮기면서 자신과 함께 인테리어와 메뉴를 고급스럽게 꾸몄다고 했다. 그 딸의 이름은 아멘다 팜 Amanda Pham, 그리고 그 어머니는 투이 팜 Thuy Pham 이었다.

마운틴 뷰 다운타운에 위치한 베트남 퓨전 레스토랑, Xanh
마운틴 뷰 다운타운에 위치한 베트남 퓨전 레스토랑, Xanh

거기 맨날 앉아서 생각을 했다. ‘왜 한식당 중에 이런 쿨한 곳이 없을까?’ 한국인들만 가는 그런 식당 말고, 또는 값싸서 찾아가는 그런 식당 말고, 미국인들이 비즈니스 미팅을 할 만한 그런 식당이 왜 없을까? 그 동네에 그런 식당을 만든다고 하면 과연 장사가 될까? 아직 그건 잘 모르겠다. 팔로 알토의 유니버시티 거리에 한(Han Korean Cuisine)이라는 한식당이 하나 있기도 했는데, 결국 미국인들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갈 때마다 손님이 없고 한산하더니 몇 달 전 결국 문을 닫았다.

그런 와중에, 마운틴 뷰에 위치한 ‘써니볼(Sunny Bowl)’이라는 비빔밥 전문점의 성공은 매우 고무적이다. 처음 20석의 작은 규모로 시작했지만 사람들이 항상 줄서서 기다려야 할 만큼 성공을 거둔 후 작년에 104석 규모로 확장했는데, 점심시간에 가면 자리가 없을 만큼 사람들이 많다. 근처에 구글, 링크드인 등의 회사가 있는데 회사에서 케이터링도 많이 하며 구글의 공짜 점심을 마다하고 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리뷰 사이트인 옐프 Yelp에는 무려 543개의 리뷰가 있으며, 대부분 별 4개 또는 5개이다. 한국인 또는 동양인들이 위주가 아니라 근처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는 사람들이 아주 다양하게 온다. 그 주인은 다니엘 최(Daniel Choi)라는 분인데, 하와이와 LA에서 오랫동안 한식당을 경영하고 순두부집도 만들어 성공시킨 후에, ‘건강하고 좋은 음식으로 어필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마운틴 뷰에 비빔밥 전문점을 열었다고 한다. 입맛 없을 때마다 아내와 함께 자주 갔었는데, 사장님과도 잘 알게 되어 다양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마운틴 뷰의 비빔밥 전문점 '써니볼'의 옐프 리뷰
마운틴 뷰의 비빔밥 전문점 ‘써니볼’의 옐프 리뷰

파리바게뜨의 성공 또한 고무적이다. 작년에 팔로 알토 애플스토어 바로 맞은 편에 열었는데, 미국인들에게 대 인기다. 주말에 가서 앉아 있으면 끝없이 밀려들어와서 빵을 사서 가는 사람들을 보곤 했다. 물론, 파리바게뜨가 한국 브랜드임을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팔로 알토 중심부에 자리한 파리바게뜨. 갈 때마다 사람들이 붐빈다.
팔로 알토 중심부에 자리한 파리바게뜨. 꽤 큰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갈 때마다 사람들이 붐빈다.

다시 비빔밥 이야기로 돌아가서, 한식하면 코리안 바베큐와 순두부만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맛도 좋고 몸에 좋은 비빔밥을 더 알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했었다. 그러다가 시카고 TEDx Hanriver 행사에 가서 비빔밥 유랑단, 그리고 그 팀을 이끄는 강상균 단장을 만났다. 그를 만나, 그의 진지함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후에 캘리포니아에서 몇 번을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참 고맙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비빔밥을 알려주어서.

언젠가 미국에서 비빔밥이 스시처럼 자리잡고, 한식당이 고급 식당을 상징하게 될까? 언젠가일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날을 앞당기는, 강상균씨와 비빔밥 유랑단같은 팀이 있다는 것이 기분 좋다.

비빔밥 유랑단이 지난 3년간, 4개 대륙, 20여개국을 누비며 총 2만여명의 외국인들에게 비빔밥을 전파했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얼마 전에 보았다. 무려 14분이라 좀 길다고 생각했는데, 편집도 잘 되어 있는데다 재미있고 가슴 뭉클할 만큼 감동적이어서 기분 좋게 끝까지 봤다.

강상균씨가 나에게 항상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비빔밥이 한국 음식이라서가 아니라, 건강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겁니다.

 

스핀잇 SPIN IT 출간!

책 인쇄가 완료되어 각 서점에 배달되었습니다. 오늘부터 대부분의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교보문고 또는 예스24가 가장 선호된다고 하네요. 아래, 구매 페이지 링크입니다 (전자책은 4개월 후에 나옵니다).

지난번 블로그 글에서 설명했던대로, IT 업계만이 아닌, 혁신의 아이콘이 된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영감을 얻고 싶은 분들을 생각하며 책을 쓰고 편집했습니다. 표지에 제 사진이 큼지막하게 나와 좀 민망합니다만, 출판사에서 다양한 표지 디자인을 놓고 고려했는데 이게 가장 인기표를 많이 얻었다고 하네요.

스핀잇 SPIN IT - 세상을 빠르게 돌리는 자들의 비밀
스핀잇 SPIN IT – 세상을 빠르게 돌리는 자들의 비밀

아래와 같이 많은 분들이 이 책의 추천사를 써 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지금, 대한민국의 화두는 단연 IT 창업과 창조경제다. 실리콘밸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는 실리콘밸리에 대해서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스핀 잇》은 그곳을 움직이는 핵심 구성원들이 무슨 고민을 하는지까지 깊이있게 담아낸 책이다. 현재 IT 비즈니스에 헌신하고 있는 이들은 물론, 대한민국 창조경제의 나아갈 길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 이석우 ((주) 카카오 공동대표)
  • 놀라운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려는 젊은이들이 날마다 모여드는 곳, 실리콘밸리. 이 책은 실리콘밸리가 어떻게 ‘세상을 이끄는 비즈니스의 최전선’이 되었는지에 대한 내밀한 리포트다. 그 무대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아온 저자는 전세계의 창의적인 젊은이들이 왜 그곳으로 모이는지에 대해 솔직하게 기술했다. 당신도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코딩’이 배우고 싶어질 것이다. –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 실리콘밸리 중심부에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이 혁신의 산실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그 누구보다 정확히 꿰뚫고 있다. 페이스북부터 인스타그램, 드롭박스, 에어비엔비 등 실리콘밸리 스타기업들의 성공 스토리와 게임체인저들의 휴먼스토리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이 책은 실리콘밸리의 혁신 비밀을 배우기 위한 필독서가 될 것이다. – 임정욱 (다음커뮤니케이션 글로벌사업본부장)
  • 게임빌 시절부터 탁월한 엔지니어이자 동시에 전략가였던 저자가, 앤더슨 MBA와 오라클을 경험하면서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낀 생생한 실리콘밸리 소식을 엔지니어적인 논리력과 컨설턴트적인 시장에 대한 통찰력으로 멋지게 버무려 내어 놓았다. 이 책은 IT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과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한국이라는 좁은 나라에만 갇혀 있는 많은 한국의 사업가들에게 보다 큰 뜻을 품고 글로벌 시장을 내다보게 해주는 훌륭한 참고서가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실리콘밸리에서는 또 다시 세상을 바꿀 무언가가 꿈틀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다시금 심장이 뜨거워진다. – 송재준 (게임빌 부사장)
  • 대한민국과 실리콘밸리의 IT 비즈니스를 모두 경험한 저자만의 통찰이 담겨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아이디어가 비즈니스가 되고, 창업으로 이어져 더 큰 성장을 하는 스토리들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도전 정신의 의미를 새삼 깨닫게 한다. 또한 세상을 이롭게 하고 작게나마 자극을 주는 것을 만들려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비전을 가져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곳에서 배운 교훈들이 담긴 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영감과 함께 더 많은 고민을 안겨주었다. –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왜 똑같은 옷만 입을까? 일흔이 넘은 뉴욕시장은 왜 코딩을 배우겠다고 했을까?” 이런 문답으로 실리콘밸리와 IT가 가져온 세상의 변화에 관한 궁금증을 말끔하게 해소해주는 책이다. 도대체 왜 다들 실리콘밸리를 운운 하는지 궁금하신 분, 또는 실리콘밸리를 조금 안다고 생각하는 분들께 일독을 권하고 싶다. – 광파리 (김광현 한국경제신문 IT 전문기자)
  • 조성문씨는 《스핀 잇》을 통해 실리콘밸리를 기술이 아닌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나가고 있다. 내용이 풍부하고, 명쾌하고, 재치가 있다. 그래서 그런가, 이 책을 읽는 동안 잠시나마 내가 실리콘밸리의 한 가운데에 서서 세상을 돌리고 있다는 착각을 했다. –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부사장)
  • IT 산업과 혁신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 《스핀 잇》은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생생한 사례와 함께 실용적으로 잘 전하고 있다. 한국 IT 업계 분들 및 창업가들에게 교과서가 될 수 있는 내용이며 실리콘밸리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모방보다는 현명한 적용이 중요할 것이다. – 김현유 (미키 김, 구글 상무)
  • 단순한 사례 전달이 아닌, 실리콘밸리의 생태계를 체화하고 상품을 사랑하는 전문가의 영감을 통해 실제 케이스를 활용가능한 지식으로 탈바꿈 해 주는 책. – 정기현 (SK 플래닛 전무/CPO)
  • 군더더기 없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조성문식 인사이트는 언제나처럼 내 머리를 ‘스핀’시켰다. 필자가 한국에서 맛봤던 성공경험과 실리콘밸리에서 다듬은 내공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 한정연 (월스트리트저널 코리아 에디터)
  • 실리콘 밸리를 카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많은 나라가 이런 저런 시도를 했지만 성공한 예가 없다. 하지만 분명히 배울 점이 많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조성문의 《스핀 잇》은 2013년 현재 실리콘 밸리에서 크고 작은 테크놀로지 회사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지, 어떤 조직문화와 정책을 추구하는지 정확하게 짚은 ‘실리콘 밸리의 입문서’와도 같다. – 윤필구 (월든 인터네셔널 벤처캐피탈 이사)
  • 실리콘밸리 사람들에게 변화는 일상이다.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 – S’도 이곳 사람들에게는 이제 별다른 감흥거리가 못 될 정도다. 《스핀 잇》은 바로 이런 세상을 놀라게 한 실리콘밸리의 현재와 미래를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풀어냈다. 이곳의 일상적 감동을 담아낸 스크랩북이자, 미래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미래참고서로 이 책을 추천한다. – 음재훈 (트랜스링크 캐피털 대표)
  • 《스핀 잇》을 읽으면서, 기획재정부 소속 공무원을 거쳐 스탠포드 GSB를 선택할 당시의 첫 마음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이 책에는 안정되고 정형화된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공과 삶에 대한 가치관을 갖게 하는 실리콘밸리의 혁신적 인스피레이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는 특정 기업의 슬로건, 창조경제의 해법에만 연관 있는 게 아니다. 나의 삶 자체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 백산 (스탠포드 GSB, 전 기획재정부)
  • 혁신의 성지, 실리콘밸리의 기업 사례부터 창업을 위한 완벽한 생태계 구조까지 아우르는 인사이트가 담긴 책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IT 기업들의 사례도 저자만의 통찰로 재해석되면 가슴을 뛰게 하는 생동감이 느껴진다. 《스핀 잇》으로 인해, 한국의 IT 비즈니스와 기업 문화에도 거대한 ‘스핀’이 일어나길 기대해본다. – 김태경 (베인앤컴퍼니 프라이빗 에쿼티 컨설턴트 / MBABlogger)
  • 혁신의 중심 실리콘밸리에서, 놀라울 정도의 성실함과 관찰력으로 찾아낸 변화의 방향들. 지은이가 겪고 느낀 대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인가 이 책에서 이야기된 수많은 인물들이 미래의 나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스타트업의 발상지로부터 스타트업의 개척지로 보내진 응원의 편지 – 류중희 (올라웍스 창업자 / 인텔코리아 상무)
  • 저자는 스타트업의 경험을 가진 순수한 청년의 시각으로 실리콘밸리를 바라봤다. 그리고 무엇이 실리콘밸리를 열정이 식지 않는 IT의 중심으로 만들었는지 묻고 또 물었다. 《스핀 잇》은 세상을 바꾸는 서비스, 그 서비스를 만드는 창업자, 그들을 지지하는 투자가 그리고 이러한 스토리를 엮어주는 IT 전문 미디어의 생태계를 실리콘밸리 현장 가장 가까이에서, 그들의 숨소리까지 담아냈다. – 정세주 (눔 대표)
  •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하는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곳, 실리콘 밸리. 그 곳에 대한 친절하고 재미있는 설명서. 조성문선배는 예상외로 이 책을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 채웠다. 이 역동적인 힘의 가장 큰 수혜자중 하나가 될 의료계에게 이 책은 선행학습이자 필독서가 될 것이라 믿는다. – 김용성 (서울대학교 병원 정형외과 레지던트)
  • 조성문님의 블로그를 통해 접한 실리콘밸리 이야기가 흥미진진한 이유는 창업자들의 성공신화가 단 한 번의 성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과 창조로 끊임없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안주하지 않고 꿈꾸고 도전하는 삶을 통해 자기만의 고유한 빛깔을 가진 스토리 있는 인생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분명 추진력과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강보은 (변호사)
  • 필자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선이 굵은 메시지를 사회에, 동료들에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경험들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사실적인 사례와 근거 자료들은 또한 그의 글들의 장점이다. 오랜 친구이자 블로그 애독자로써 진심으로 출간을 축하한다. – 한재영 (베인&컴퍼니 이사)

책을 보시게 되면 꼭 온라인 서점이나 블로그에 서평을 써주시기를 부탁드릴게요. 비판도 좋습니다. 🙂

곧 책을 출간합니다

(업데이트: 출간 날짜가 잡혔습니다. 9월 5일 목요일입니다)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쓰네요. 제 블로그인데도 이 공간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말입니다.

지난 한 달동안 바쁜 일이 세 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은 것이었고, 또 하나는 이제 곧 출간 예정인 책의 마지막 작업을 마무리짓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집을 산 것입니다. 물론 이제 막 5개월을 지난 딸과 놀아주는 것은 항상 우선순위이지요. 그리고 참, 좋아하는 후배와 미뤘던 운동을 시작한 것도 있었네요.

곧 책을 출간합니다. 제 이름으로 된 책을 내는 것이 어린 시절부터의 꿈이었는데 그 꿈 중 하나를 이루게 되네요. 표지에 제 사진이 큼지막하게 들어가기는 하지만 자서전이 아니고, ‘실리콘밸리 이야기’를 확장해서 만든 것입니다. 작년 10월부터 작업을 시작했는데 이제야 마무리되었네요. 돌이켜보면 왜 그리 오래 걸렸나 싶은데, 어쨌든 이제 마무리가 되어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합니다.

제목은 ‘스핀 잇(Spin It): 세상을 빠르게 돌리는 자들의 비밀‘입니다. 제일기획에서 팀장으로 일하는 한 선배로부터 제목을 받았습니다. ‘스핀’이라는 단어가 영어로는 부정적인 어감이 있다는 피드백도 있어서 고민을 했습니다만, ‘돌리다’라는 어감에서 오는 느낌이 좋아서 그대로 밀어보기로 했습니다.

‘돌리다’라는 키워드를 선택한 이유는, 그 동사가 실리콘밸리의 모습을 참 잘 표현해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매출이 제로인 11명짜리 회사가 1조원에 팔리기도 하고, 기존의 강자들이 끝없이 무너지면서 새로운 회사들에게 길을 내어 주고, 큰 회사들이 작은 회사들을 계속해서 인수하며 성장하고, 작은 회사들이 큰 회사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들. 끝이 없이 실패를 하는 모습을 보고서도 또 다시 도전자들이 와서 싸우는 모습이 꼭 전투 장면을 보는 것 같습니다. ‘빠르게 돌리기(FF)’로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매일 많은 사람들이 실리콘밸리를 찾아옵니다. ‘창조경제’가 키워드인 요즘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실리콘밸리에 막상 와 보면 그냥 기후 좋은 캘리포니아, 그리고 유명한 IT 회사들이 있을 뿐입니다.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한 곳에 회사들이 다 모여 있는 것도 아닙니다. 무려 남북으로 100km에 달하는 지역에 회사들이 퍼져 있어서 차를 렌트하지 않으면 둘러볼 수도 없습니다. 겉으로만 봐서는 무엇이 실리콘밸리를 실리콘밸리답게 만드는지 다 알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끝없이 한국에서 사람들이 그 비결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고 있습니다.

최근 만난 분이 그러더군요. 왜 사람들이 실리콘밸리를 찾는다고 생각하냐고. 그 분은 ‘꿈’을 팔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이 슈퍼스타 K를 보며 감동을 느끼고, 같이 웃고, 같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꿈’을 향해 도전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감동적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나 꿈을 꾸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꿈을 이루어 주변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선물합니다.

실리콘밸리에는 그런 사람들이 유난히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꿈을 이루었을 때 만들어내는 가치의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주변에 하도 ‘조’단위 회사들이 많아 한국에서는 대기업의 지표가 되는 ‘매출 1조원’을 이룬 회사들을 봐도 그리 놀라지 않을 정도입니다. 제가 보기에 엘론 머스크(Elon Musk)는 스티브 잡스 이후로 가장 큰 꿈을 꾸는 사람입니다. 그가 만든 회사 페이팔(PayPal)은 미국 전 국민이 이용하는 서비스가 되었고 (저는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돈을 지불할 때 항상 페이팔을 사용합니다), 그가 만든 SpaceX는 민간 회사로서는 처음으로 유인 로켓을 우주에 발사했고, 그가 만든 SolarCity로 인해 미국에 태양광 패널을 갖춘 집이 늘어나고 있고(설치비가 공짜라서 저라도 굳이 안할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의 꿈을 이루어 만든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캘리포니아에서 포스셰, 볼보보다 더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이제 기존 자동차 회사들을 위협하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이제 그것도 부족해서, 총 거리 600km 이상의, 서울-부산보다 먼 샌프란시스코와 LA 사이를 30분만에 주파할 수 있는 ‘하이퍼루프’라는 아이디어를 내고, 자신과 함께 꿈을 꿀 사람들을 찾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꿈을 이룬 사람들은 막대한 부를 거머쥐며 영웅이 되고, 그 스토리는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집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의 CEO인 래리 앨리슨은, 항상 좋은 이미지로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30대에 회사를 시작해서 35년만에 직원 12만명, 연매출 40조원, 순이익 11조원에 달하는 회사를 만들어냈고, 그 자신은 개인 재산 5천 5백억원을 써서 하와이의 섬 하나를 통째로 살 만큼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의 현재 자산은 $43 billion, 즉 47조원으로, 공식 랭킹으로는 세계 5번째 부자입니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만을 만들었는데 이런 결과를 이루어냈습니다.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누구나 궁금해합니다. 그리고 대체 무엇 때문에 실리콘밸리에서만 이런 회사들이 탄생하는지, 왜 그렇게 회사와 개인이 큰 성공을 거두는지 궁금해합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실패를 해도 용인하는 문화 때문이다”, “우수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이 많기 때문이다”, “스탠포드 대학이 창업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우수한 엔지니어들이 많아서이다”, 그리고 “날씨가 좋기 때문이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모두 다 맞는 이야기입니다. 저 실리콘밸리에 정착하면서 그 점이 가장 궁금했고, 그것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제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일면’을 보여주는 이야기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블로그가 ‘조성문의 실리콘밸리 이야기‘입니다. ‘밸리인사이드‘도 만들어 인터뷰 기사도 실어보았습니다.

얼마 전, 조선일보 위클리비즈 칼럼에서도 밝혔지만, 실리콘밸리를 ‘꿈의 동네’로 만드는 것은 이 곳에 돈이 많기 때문이고, 그렇게 많은 돈이 모이는 것을 합리화해줄 만큼 돈을 잘 버는 회사들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단순하지요. 그래서, 이 동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특히 이 동네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모아 책을 만들었습니다. IT 업계에 있는 분들은 신문과 블로그를 통해 실리콘밸리 이야기를 접할 일이 이미 많기 때문에 책의 대상 독자는 사실 IT 분야에 계신 분들은 아닙니다. 글을 정리하고 책을 쓰면서 ‘한 사람’을 마음에 두었습니다.

인사동 미술관장.

그녀가 하는 일이 IT와 직접 연관성이 있지는 않지만, 신문을 통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페이스북, 구글, 애플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리고 그 회사들이 이룬 혁신과 가치를 보며 ‘실리콘밸리가 어떤 곳인가’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됩니다. 페이스북이 도대체 어떤 회사이길래 29살 청년이 한국에 방문해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는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실리콘밸리에 대해 더 배우게 되면서, 그 곳에서 일어나는 혁신의 비밀을 알게 되고, 세상이 흘러가는 방향에 대해 감을 갖게 됩니다. 앞으로는 세상의 모든 정보가 디지털화될 것이며, 어쩌면 미술관은 설 곳을 잃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앞으로 내려야 할 결정은 둘 중의 하나가 됩니다. 미술관을 디지털화하고 사람들이 컴퓨터와 휴대폰, 그리고 타블렛에서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거나, 미술관 사업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피부로 와 닿고 있지는 않을 지 몰라도,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정말로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세상을 ‘스핀(SPIN)’하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남들보다 앞서 접하고, 지금 하는 일과 어떤 관련을 가질 지 생각해보는 것은 가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전혀 관심이 없더라도, 실리콘밸리에서 꿈을 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슈스케에 버금가는 감동을 줄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적어도 ‘한 가지 영감’을 전달할 수 있기를.

책이 세상에 나오면 다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세 가지 작은 이야기

이야기 하나. 혼자 애 보느라 고생하는 와이프도 도울 겸 해서 오늘부터 3일간 본딩 타임(bonding time) 휴가를 쓰기로 했다. 지난번 글에서도 설명했지만, 일에 중대한 지장이 있지 않는 한 쉽게 보장되는 휴가이다. 매니저에게 이야기하고, Family Leave를 처리해주는 회사에 전화해서 3일동안 휴가 쓸 거라고 이야기하면 끝이다. 미국의 모든 회사나 상황에서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실리콘밸리에서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는 tech 회사들은 대부분 분위기가 이런 것 같다.

이야기 둘. 아침 회의 시간에 항상 보이던 동료 한 명이 안보여서 어디 갔느냐고 물었더니, 고양이를 입양해서 회사에 못 왔다고 한다. 며칠 전 집 근처에서 길을 잃고 배고픈 채 불쌍하게 앉아 있는 고양이를 발견해서 집에 데려가서 목욕을 시켰는데, 그러고 나니 너무 예뻐서 키우기로 했다는 거다. 이제 8주밖에 안 된 애기 고양이였다. 남편과 아내 둘 중 한 명은 집에서 고양이를 돌봐야 하니까 첫 날은 남편이 집에 있었고, 그 다음엔 아내가 집에 있기로 했다고 했다. 그 일을 이야기하면서 매니저가 이야기했다.

So, I got a call from her and heard about the kitten story. I said, “Oracle is pretty hard noses, but as far as I know, Oracle doesn’t kill kittens.”  (전화를 받고 고양이에 대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얘기했죠. “오라클이 꽤 엄격한 회사이긴 하지만, 내가 아는 한 고양이를 죽이지는 않습니다“)

그 말을 듣고 다 같이 웃었다. 어린 고양이가 새로운 집에서 잘 적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야기 셋. 오늘 Quora에서 재미있는 이야기 두 가지를 발견해서 공유하고 싶다. ‘당신이 봤던 가장 뛰어난 사업 수완(smartest maneuver) 사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누군가 답변을 올린 것인데, 다우 케미컬(Dow Chemical)의 창업 초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허버트 다우(Herbert Dow)가 회사를 세워 브롬(Bromine)을 미국에서 파운드당 36센트에 팔기 시작했는데, 이 때 유럽에서는 독일계 카르텔이 파운드당 49센트에 팔고 있었다. 그렇지만 카르텔의 힘이 세서 유럽에 진출하지는 못했다. 시간이 지나 유럽 진출을 해야만 했고, 유럽에서 36센트에 팔기 시작했다. 당연히 독일계 카르텔은 기분이 좋지 않았고, 다우 케미컬 본사에 찾아와 위협을 했다. 허버트 다우는 계속해서 브롬을 싼 가격에 유럽에 공급했고, 급기야 독일계 카르텔은 미국에서 파운드에 15센트로 덤핑(dumping)을 하기 시작했다. 가격으로 승부해서 다우를 망하게 하자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다우(Dow)는 더 똑똑한 전략을 짜 냈다. 파운드당 15센트에 브롬을 사서, 다우 제품으로 재포장해서, 유럽에 파운드당 27센트에 판 것이다. 독일계 카르텔은 저가로 미국에서 승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우가 망하지 않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가격을 12센트로, 그리고 급기야 10센트로 더 낮추었다. 다우는 그것을 몽땅 사들여서 유럽에 더 많이 팔았다. 결국 독일계 카르텔이 항복했고, 소비자들은 브롬을 더 싼 가격에, 더 많은 공급자들을 통해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카르텔을 만들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려는 기업들을 보기 좋게 한 방 먹인, 속 시원한 사례이다.

두 번째로 Quora에서 본 이야기는 ‘스티브 잡스를 우연히 마주쳤던 재미난 에피소드‘에 대한 것이었는데, 상황도 재미있고 글도 참 잘 써서 읽다 보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주인공인 팀 스미스(Tim Smith)는 스티브 잡스 집 근처에 사는 여자와 데이트를 했는데, 어느 날 차를 몰고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차가 고장나서 스티브 잡스의 집 바로 앞에 차를 세우고 고치려고 애쓰던 와중에, 스티브 잡스의 아내인 로렌(Laurene) 잡스가 와서 무슨 일인지 묻고, 맥주 한 병을 주며 차 수리하는 친구에게 전화해서 그 친구가 나타나서 차를 고치는 동안, 스티브 잡스가 아이들과 함께 나와서 차에 타서 시동 거는 걸 도와준 이야기이다. 차를 고치러 나타난 ‘로렌의 친구’는 턱시도를 입고 길고 검은 차를 입고 나타났고, 차를 결국 수리 못하자 로렌이 집으로 들어오라고 해서 전화를 쓰게 해 주었다.

스티브 잡스와 그의 가족이, 결국은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하는 지극히 평범한 미국의 한 가정이었음을 보여주는 일화이다. 꼭 원문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내가 영어 공부한 방법 – Part II

제 블로그에 ‘스테디 셀러(steady seller)’가 몇 개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내가 영어 공부한 방법‘이라는 글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미국에 유학 오기까지 영어를 어떻게 익혔는지, 그리고 나름 잘 한다고 자부하고 미국에 와서 얼마나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미국 사람들로부터 ‘미국에 오래 살았던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었는지 등을 설명한 글이죠. 검색 엔진에서 ‘영어 공부’로 검색하는 사람이 참 많은지, 이 글 덕분에 검색 엔진을 통한 트래픽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어에 대한 글을 한 번 더 써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얼마전 2년 전에 같이 프로젝트를 했던 한 미국인 동료를 오랜만에 만나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식사가 끝날 때 즈음, 그가 저를 보며 진지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성문, 영어가 정말 좋아졌네요. 2년 전에 처음 만났을 때는 머리 속에서 프로세싱(processing), 즉 번역(translation)을 하고 있는 게 느껴졌는데, 이제 그런 간격이 안느껴져요. 200%쯤 좋아진 것 같은데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참 기분이 좋더군요. “I am flattered (우쭐해지는걸요).” 라고 대답하고 그런 피드백을 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얘기했죠. 지난 2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확실히, 2년 전보다 지금 영어 실력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때는 여전히 영어로 발표하거나 이야기할 때 약간의 부담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부담감이 거의 없어졌구요. 한국어처럼 편하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때로는 한국어보다 영어로 이야기하는 게 편할 때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지난번 썼던 글은 ‘한국에서 영어 공부했던 방법’에 대한 내용이었다면, 이번에는 ‘미국에서 영어 실력을 향상시켰던 방법’을 중심으로 설명해볼까 합니다.

첫째, 역시 발음이 중요했습니다.

지난번 글에서 ‘뜻만 통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발음도 좋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사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좀 마음에 걸렸습니다. 발음이 좋지 않아도 미국에서 성공한 분들이 참 많고, 발음은 일단 굳어지면 참 고치기가 어렵기 때문에, 발음을 너무 강조하면 행여나 발음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에게 반감을 살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정말 중요한 요소인가? 다시 생각해도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다는 아니지만, 제 주변에 영어 실력이 빨리 느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발음이 아주 좋습니다. 이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좋은 발음이 자신감에 큰 힘을 실어주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자, 미국 회사에서 일하고 있고 지금은 회의 시간이라고 하죠. 사람들이 심각하게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고, 거기에 기여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용기를 내어 말을 시작했는데, 말이 느리고 발음이 안좋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물론 귀담아 들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매번 말할 때마다 발음이 이상하고 말이 느리고 단어 선택이 이상하면 듣다가 집중이 잘 안되고, 그 사람 말을 한 귀로 흘리는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동료 중에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프랑스 사람이었는데, 미국에 산 지가 1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발음이 정말 안좋았습니다. 그 사람이 글로 쓰면 미국인인지 프랑스인인지 분간을 못할 정도로 훌륭했지만, 회의 시간에 말을 하면 듣고 있기가 참 답답했죠. 발음 때문만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 사람은 일한 경력에 비해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고, 몇 명 부하 직원들이 있었지만 다 잃고 지금은 혼자 남아 일하고 있습니다.

정말 솔직히 말하면, 저도 가끔 그런 사람들을 귀찮게 여길 때가 있습니다. 전에 러시아인 동료들과 같이 일했었는데, 말은 참 잘했지만 발음이 심각하게 안좋았어요. 같이 이야기를 하고 있자면 알아 듣기가 힘들어 짜증이 날 정도로요. 그만큼 제가 집중을 해야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저만 그런가 싶어 미국인 동료들에게 물어봤는데 그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더군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내가 발음이 안좋으면 나는 괜찮을 지 몰라도 듣는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이라고. 반면, 발음과 액센트가 좋은 사람들이 하는 말은 다른 일을 하면서 들어도 그냥 잘 들립니다.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하는 경우에는 예외입니다. 이 때는 유창한 발음보다 정확한 문법과 깔끔한 발음이 중요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미 상,하의원 합동 연설을 보면, 발음은 단순하고 말도 느린 편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한 마디라도 놓칠새라 고도로 집중해서 듣게 되고, 내용도 훌륭하기 때문에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북한을 탈출해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TED에서 강연했던 Joseph Kim 역시 발음은 간단하지만 그런 게 전혀 문제가 되지는 않구요. 반기문 사무총장의 수락 연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왁자지껄 이야기하는 상황이나, 빠르게 논의가 진전되는 회의에서는, 발음이 안좋은 사람이 등장할 때마다 논의의 맥이 끊기고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좀 방해가 됩니다. 자신이 그런 사람에 속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용기를 잃고 말하기가 싫어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성격과 경험 차이가 있지요. 성격이 대범한 사람은 그런 것과 상관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성격을 가진 게 아니라면 (저처럼…) 발음을 먼저 개선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둘째, 일을 하면서 영어를 썼기 때문입니다.

‘학원’이나 ‘개인 교습’과 같이 내가 돈 내고 영어를 ‘배우는’ 상황이 있고, ‘회사’와 같이 내가 돈을 벌기 위해 영어를 ‘사용하는’ 상황이 있다고 합시다. 어떤 상황에서 영어 실력이 더 빨리 향상될까요? 물론 항상 긴장해야만 하는 후자의 상황입니다. 회사에서는 일을 하기 위해 영어로 의사 소통을 하는 것이므로 잘 못알아듣거나 말을 잘 못하면 성과와 직접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처음 미국 회사에 취직했을 때 회의 때마다 정말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주로 전화로 하는 회의가 많았는데, 항상 반듯이 앉아서 노트 필기 준비를 하고 참여를 해야만 할 만큼 긴장이 되었습니다. 전화로는 알아듣기가 힘들기도 했고, 제가 언제 끼어들어 한 마디 할 지 그 ‘기회’를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 때마다 참 귀찮고, 한국어로 회의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를 몇 년 하고 나니 이제는 전화 회의가 아주 자연스러워졌고, 남이 말하는 중간에 끊고 내가 끼어들기도 하고, 운전하면서 회의에 참석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실력이 늘었다는 증거인 것 같아 뿌듯합니다.

셋째, 퍼블릭 스피킹(public speaking)을 통해 훈련을 했습니다.

토스트 마스터(toast master)라고,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연설을 연습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일단 여기에 참석하면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참석한 사람들이 ‘아..’, ‘음..’, ‘You know..’ 와 같은 안좋은 습관들을 사람들이 찾아서 지적해주고, 문법상 오류도 지적해줍니다. 종종 주제를 하나 주고 즉흥적으로 3분짜리 이야기를 하는 연습도 하는데, 그것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에게 더 직접적인 도움을 주었던 것은 회사에서 했던 ‘퍼블릭 스피킹(public speaking)’ 수업이었습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동료들과 함께 했는데, 구성이 참 좋았습니다. 세션마다 간단한 주제를 놓고 돌아가면서 발표를 합니다. 그리고 발표한 모든 내용은 강사가 비디오로 녹화했다가 그 다음 수업 전에 한 시간동안 만나서 비디오를 같이 보며 분석을 합니다. 사람들 앞에서 연설할 때 표정은 어떻게 하는지, 목소리 톤은 어떤지, 발음은 자연스러운지, 손 동작이 너무 부족하거나 많지는 않은지 등을 비디오를 통해 정확히 볼 수 있고, 강사가 옆에서 지적해주면 그 자리에서 고쳐서 연습하고 그 다음 수업에서 발표할 때 사용해보곤 했습니다. 특히, 저는 수업 전에 강사에게 ‘발음을 교정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제가 습관적으로 잘못 발음하던 것을 많이 고쳐주어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North America’를 발음할 때 앞 단어에 강세를 넣었고 ‘th’ 발음을 유성음처럼 발음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강사가 th를 꼭 ‘무성음’으로 발음하라는 것과, 강세가 뒤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여러 번 강조해서 결국 고칠 수 있었습니다. 또, “Already”와 같이 l과 r이 연이어 등장하는 경우에 ‘올레뒤’라고 발음했었는데, 그건 너무 ‘allady’처럼 들린다며, 거의 ‘오레뒤’로 들릴 만큼 ‘l’ 발음이 약해야 한다고 해서 그것도 고칠 수 있었습니다. 고치고 나서 다른 사람들 발음을 주의 깊게 들어보니 진짜 그렇게 발음하더군요. 이렇게 제가 연설하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면서 잘못된 제스처와 발음을 고치고, 제가 뭘 잘하고 못하는지를 자세히 보고 나니, 수업이 끝날 때 즈음에는 훨씬 자신감이 생겨 사람들 앞에서 영어로 발표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넷째, 사람들과 많이 어울렸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놀면서 배워야’ 확실하고 빨리 늡니다. 다양한 소셜 이벤트(social event)에 참여해서 사람들과 어울렸고, 그 덕분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같이 어울리며 영어 발음과 실력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경우엔 영어 실력을 검증하는 기회도 되지요.

다섯째, 직접 비즈니스를 해보았습니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중고차를 사고 팔고, 물건을 사고 팔고, 룸메이트를 구하고, 세입자를 찾는 과정에서 ‘생활 비즈니스’를 경험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상대방과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하기도 하지만, 내가 우월한 위치에서 미국인들을 상대로 협상을 하기도 합니다. 룸메이트를 구하기 위해 아주 잘 포장해서 Craigslist에 광고를 올리면, 하루에 5번씩 이메일이 날아오는데 그 중 마음에 드는 사람들을 찾아서 전화나 페이스타임 인터뷰를 하기도 했구요. 또, 부동산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부동산 에이전트와 모기지 대출 담당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러한 모든 일들은 영어에 직접 도움이 된다기보다 자신감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미국에서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남한테 부탁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틀 안에서 살기 보다는 이렇게 직접 비즈니스를 해보라고 꼭 권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전에 혼자 살 때, 방 하나짜리에 혼자 들어가서 살거나, 룸메이트를 찾는 다른 집에 들어가는 방법이 있었지만, 그렇게 하는 대신 제가 직접 방 두 개짜리 아파트를 구해서 원하는대로 꾸며놓은 후에 룸메이트를 찾았는데, 그렇게 하니 비용은 반반씩 내면서도 제가 집 주인 행세를 할 수 있어서 훨씬 편했습니다.

지금 생각나는 것은 일단 이 정도입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에 실력이 더 늘었다고 생각이 되면 또 한 번 블로그에 정리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