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제도 단상(斷想)

최근 몇 달동안 한국에서 온 후배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학교 생활 중에 시간을 내어, 또는 회사 휴가를 내고 실리콘밸리에 온 만큼 창업에 관심이 많았고, 익숙하던 환경에서 떠나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어하는 후배들이었다.

주변의 친구나 후배들이 고시에 너무 몰입해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내가 대학교에 다닐 때 고시가 참 유행이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5층 열람실, 6층 열람실을 줄여 “중도 5열”, “중도 6열”이라고 했는데, 여기에 들어가면 후끈한 기운과 함께 ‘고시 냄새’가 나곤 했다. 서울대 도서관 중 외부인에게 공개된 곳이기 때문에 더한 것도 있겠지만, 그 중 90%쯤은 고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나도 한 때 고시 공부를 하느라 거기에 앉아 있었다. 아침 8시에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앉아 두꺼운 헌법, 민법 책을 펼쳐들고 공부하다가 점심에는 학생 회관에 걸어가서 1200원짜리 밥을 사 먹고, 고시 공부하는 다른 형들과 함께 ‘팩차기’를 30분동안 한 후 다시 도서관에 들어오고, 저녁에는 1800원짜리 밥을 사먹고 다시 도서관에 들어와서 공부를 더 하다가 11시에 집에 가곤 했다. 6개월이 채 안가 결국 시험도 보지 않고 그만두긴 했지만, 그래도 잠깐의 공부 덕분에 ‘채권자취소권’, ‘가액 반환’, ‘사해 행위’, ‘근저당권설정계약’, ‘분묘기지권’, ‘대물변제’ 등 희안한 법률 용어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기는 했다. (쉬운 말로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법을 쓰면 좋은데 굳이 왜 일상생활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는 옛날 말로, 그것도 문장을 끊지 않고 길게 이어 이해하기 어렵게 법률을 작성해 놓았는지는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반면, 미국 헌법을 보면 표현이 조금 까다롭기는 하지만,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써놓았다.)

행정고시 사랑 카페에 가보면 무려 14만명이 가입해 있다. 한편, 신림동 고시촌에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현재는 로스쿨 등의 도입으로 예전과는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래도 고시 열풍은 여전히 남아 있는 듯하다. 일부는 성공적으로 ‘졸업’해서 고시촌을 빠져나가지만, 다른 일부는 그 곳에서 수년, 심지어는 10년 이상의 시간을 보낸다. 그 중에는 내가 잘 아는 사람도 있었다.

2008년, 2009년 당시의 고시촌의 모습을 묘사한 몇 개의 글을 찾았다. 50회 사법 시험을 합격하고 현재는 법무법인 화평에서 일하고 있는 한 변호사의 블로그에서 발견한 글들이다.

다음은 ‘고시촌 장수생의 비애’에서 인용한 것이다. 나도 고시 공부를 오랫동안 했던 사람을 만난 적이 있기에, 이 표현히 참 공감이 된다.

어느날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말야.내가 거의 3일정도를 아무말도 안하고 지난거 같더라.정말 다시한번 생각보니까 맞는거야.하기야 뭐 하루종일 고시원에 처박혀 있으니까 정말 말없이 지내게 되는거야 밥먹으로 식당에 갈때도 혼자 식권내고 그냥 먹으면 되고.또 고시원에 와서 책보고 그렇게 계속 반복되는 거야……꼭 무인도에 같혀 버린 로빈슨 크루스가 되어버린거 같은거야……이러다 정말 몇개월만 지나면 우리나라 말을 잊어버릴꺼 같더라고….가끔가다 정말 단어가 머리속에서는 맴도는데 생각이 안나는거야…참 환장하겠다…..;; 그래서 요즘은 가끔 벽보면서 혼자 대화해 우리말 안까먹으려고……..어떤놈이 보면 고시공부오래 해서 미쳤다고 하겠지….하하……….

이러한 고시촌의 모습, 미국에서는 참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다. 소위 ‘고시 학원’ 같은 것도 없다. 미국에서는 판사가 되려면 로스쿨에 가면 되고, 회계사가 되려면 대학교에서 회계학을 전공하면 된다. 국가 공무원이 되려면 하버드, 프린스턴 등 명문대를 졸업하거나 로스쿨을 졸업한 후 들어가면 된다. 물론 BAR Exam 등 최종 자격을 얻기 위한 시험이 있기는 하지만 고시와 같이 몇 년이 걸리는 형태는 아니다. 유럽 등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고시 제도는 한국과 일본에 특수하게 자리잡은 형태인 것 같다. 조선시대에 문과 선비를 뽑는 ‘급제’ 제도에서 유래된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왜 대학생들 사이에서 고시가 인기일까? 후배들과 이야기하며 생각을 해 봤다.

첫째, 고등학교 시절의 성공 여부는 오직 ‘내신 성적’과 ‘수능 점수’, 즉 ‘공부’라는 잣대를 통해서만 결정되고, 많은 고등학생들은 공부를 통해 경쟁하는 것이 가장 익숙한 채로 대학에 들어가게 된다. 대학교는 또 다른 경쟁의 터전이다. 그러면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공부’를 통해 경쟁에서 이기는 길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가장 익숙하고 자신있는 길이니까. 그리고 공부라는 경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니까.

둘째, 위에서와 비슷한 이야기인데, 원하는 대학에 성공적으로 들어간 학생들은 고등학교 3년 동안 오로지 ‘공부’에만 몰입한 나머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수가 없다. 너무 당연한 것이, 그런 고민을 하는 순간 ‘내가 왜 이 공부를 해야 하나’하는 회의감을 갖게 되고, 그런 회의감이 생기면 수능 시험을 잘 볼 수가 없다. 난, 고등학교 때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일부러 생각을 안했다. 공부에 방해만 되니까. 일단 좋은 대학에 합격하고 나서 고민해도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셋째,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또 복병이 있다. 남자라면 피해갈 수 없는 ‘군대‘이다. 사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책상에 앉아 생각한다고 찾아지지는 않는다. 뭔가 ‘해봐야’ 자신의 성격에 맞는지, 그리고 잘 할 수 있는 일인지 알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시도해 볼’시간도 없이 유럽 배낭 여행 갔다 오고 나서 군대에 갔다 오고 나면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그리고 나서 많은 남자들이 택하게 되는 길은 ‘고시’이다. 언론 고시, 행정 고시, 사법 고시, 의사 고시,..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훌륭한 선택이고 길일 수 있다. 사법 고시에 합격해서 판사로 일하는 너무나 훌륭한 고등학교 친구와 후배들이 있고, 고급 공무원, 회계사로 멋지게 일하고 있는 선배, 후배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고시에 대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인위적 제한으로 인한 인위적 매력”

온갖 고시와 자격증은 결국 이미 그러한 자격을 취득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제한의 결과이다. 소위 ‘수요’와 ‘공급’의 경제 원리에 의해 수가 정해지지 않는다. 그리고 제한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 관문을 최대한 어렵게 만들고 싶어한다.

흰색 티셔츠를 200개 인쇄하고, 파란색 티셔츠를 하나 인쇄한 후 ‘한정 판매’라고 붙인 후에 이 티셔츠를 경매에 붙이니, 파란색 티셔츠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상승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원래 뭔가 ‘한정’해두면 가치가 높아 보이는 법이다. 고시는 그런 한정 판매가 아닐까?

다행하게도, 고시 제도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2017년까지 사법고시가 사라질 예정이고, 2014년까지 외무고시가 사라진다고 한다. 또한 ‘민간경력자’들이 5급 공무원으로 채용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인위적인 제한도 점차 풀리고 있다.

판사로 일하고 있는 한 친구가 그랬다. 자신의 직업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항상 자기 앞에서 거짓말하는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것이라고. 민사 문제든 형사 문제든 항상 복잡한 이해 관계가 얽혀 있기 마련이다. 범죄를 저질러서 잡혀 온 사람 중 자신의 죄를 바로 자백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한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이 저지른 일이 작아보이게 하거나 은폐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 성격이 악하거나, 거짓말이 나쁘다는 것을 몰라서가 아니다. ‘자기 보호’를 위한 본능의 결과이다.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이 거짓말을 하고 나서 진실이 밝혀지고 나면 그제서야 시인하는 경우가 있다. 진실을 말할 용기가 부족해서, 즉, 진실을 말한 이후 자신에게 다가올 피해가 두려워서 거짓말을 했겠지만, 그들을 비난하는 우리도 같은 상황에 닥치면 거짓말을 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예수님이 “누구든지 죄가 없는 사람이 이 여인을 돌로 치라”고 하자 그 여인을 비난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뿔뿔이 흩어졌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듯, 변호사와 검사가 법정에서 공방을 벌이는 것을 지켜보다가, 법복을 입고 가운데에 앉아 “피고인은 죄질이 안좋으므로 징역 10년에 처한다.”고 선언하는 것은 판사가 하는 전체 일의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대부분의 시간은 책상 위에 한 가득 쌓인 서류를 검토하는 데에 쓰인다.

변호사는 실제로 무슨 일을 할까? 마찬가지로 위에서 소개한 블로그에 아주 사실적으로 정리가 되어 있다.

바로 위 블로그에서 인용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뢰인을 위해 최후변론을 했다. 그러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수십명의 피해자들은 더욱 웅성거렸고 심지어는 ‘거짓말’이라는 목소리까지 터져나왔다.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수습하고 최후변론을 마쳤다. 재판을 마치고 나가려는 순간 방청석에 앉아 있던 수많은 피해자들이 나를 둘러싸고 “변호사님이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할 수 있냐며” 고함을 쳤다. 험악해진 분위기에 나는 법정경위와 피고인과 함께 온 교도관들의 경호??를 받으며 간신히 법정을 빠져 나왔다.

다시 나는 오후 5시에 잡힌 수원재판을 하러 차에 몸을 실었다. 이미 난 지칠때로 지쳐있었다. 운전을 하며 나는 정말 거짓말을 한 것일까? 피해자들의 말이 사실일까? 진실은 존재하는 것일까?를 생각했다….머리속이 복잡….아니 미로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멍청이처럼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수원지방법원에 도착했다. 이 사건 다소 논리적을 빈약한 주장을 해야만 하는 사건이었다. 변호사로서 과연 이런 주장을 해도 되는 것일까…하는 그런 낯뜨거운 사건이랄까.

공인회계사의 경우, 하는 일의 범위가 매우 넓으므로 단순화시켜 말할 수는 없지만, 회계사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기업 회계 장부의 사실성을 검토하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기보다는 만들어진 것을 정리하는 일에 가깝다. 따라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에 더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회계사는 적성에 맞지 않을 지도 모른다. 얼마 전, Earnst & Young의 CPA로 일하다가 현재는 Nika Water라는 사회적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Jeff Church의 스탠포드 강연을 들었는데, 그는 CPA를 다음과 같이 우스개 소리로 표현했다.

I spent 4 years in public accounting, Earnst & Young. I really learned what CPA means. It means Cut, Paste, and Attach. (저는 4년동안 Earns & Young의 공인 회계사로 일했어요. CPA가 정말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죠. 결국 자르고(Cut), 붙이고(Paste), 첨부하는(Attach) 일이에요.)

한편, 고위 공무원의 생활은 어떨까?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경부에서 일하다가 스탠포드 MBA에 진학하고 얼마 전에 에버노트에서 여름 인턴십을 마친 백산씨를 통해 이야기를 많이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5급 이상 공무원의 일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되었다. 공무원이 되면 좋은 점은 뭔지, 어떤 일이 하며 하루를 보내고 무엇이 힘이 드는지 궁금하신 분은 백산씨의 블로그, 특히 ‘한국 정부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평범한 하루 비교‘ 라는 글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앞서도 말했지만 공무원, 회계사, 판사, 변호사, 외교관으로서 훌륭한 일을 하는 분들이 많이 있고, 그 직업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모든 것이 결국 수많은 직업 중 하나일 뿐이고, 어떤 직업이든 장점과 단점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혹시 고시라는 제도가 야기한 인위적 제한 때문에 직업의 단점에 비해 장점이 너무 커보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당시 나에겐, 표면 가치가 분명 실질 가치보다 커보였으니까.

강남 스타일 소고(小考)

싸이 강남 스타일로 한국과 미국이 난리다. 전에 제레미 린 센세이션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번엔 중국계 미국인이 아닌 한국인이 미국을 흔들었다.

지난 8월 28일,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강남 스타일을 배우고 싶다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남긴 것을 계기로 미국의 인기 토크쇼인 Ellen 쇼에 싸이가 등장해서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춤을 직접 가르쳐주었고(이 비디오는 하루만에 100만명 이상이 시청했으며 지금은 뷰가 천만이 넘었다), 오늘은 무려 6백만명이 보는 Today 쇼에 등장하면서 완전히 상승세를 탔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트윗: “이 비디오 너무 좋아요. 정말 재미있네요. 이 춤을 배워야 할 것 같은데요, 누가 가르쳐줄 수 있나요? 하하”

그 결과는 iTunes 전체 싱글 차트 1위. iTunes 뮤직 비디오에서 1위를 한 지는 꽤 지났지만, iTunes 싱글 차트 1위는 오늘이 처음이다. 미국에서 접속했는데 1위에 뜨는 것을 봐서 국가와 상관 없이 전체 1위를 한 것이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 오늘 아이튠스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놀랍다고밖에 할 수 없다. 이제 회사 동료들도 이 노래를 알고, MBA를 같이 다녔던 미국 친구들이 이 춤을 알고 있다.

혹자는 그 전에 엄청난 돈을 들여 미국 진출을 시도하던 K팝 스타들이 실패한 것을, 싸이가 마침내 돈 한푼 안쓰고 미국에서의 성공을 보여줬다고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내가 보기에 JYP의 원더 걸스는 아시아는 물론 미국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SM 엔터테인먼트의 소녀 시대및 슈퍼 주니어 역시 성공했다. 지난번 마운틴 뷰에서 구글 유투브와 MBC가 함께 기획했던 K팝 콘서트에 가서 엄청난 인기를 실감했었다. 그 큰 Shoreline Amphitheater 공연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며 K팝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처럼 CNN, WSJ에 등장할 만큼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K팝은 오랜 기간 동안 미국 사람들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특히 지난번 ValleyInside에 썼던 ‘한국 문화 전도사’ 스테파니 파커와의 인터뷰에서 볼 수 있듯 미국에 한국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 도움이 되었다. 주변 한국 친구들의 권유로 한국 노래와 드라마를 접하게 되고, 거기에 빠지고, 그래서 지금은 K팝 전도사가 되었다는 스토리이다.

이러한 K팝 인기에 한 몫을 더한 것은 한국 드라마이다. 얼마 전 회사 식당에 갔더니 Korean Rice Bowl이라는 메뉴가 새로 생겼길래 셰프에게 물어봤더니 자기가 만든 메뉴라고 했다. 웬일인가 하면, 와이프가 한국 드라마를 워낙 좋아해서 옆에서 같이 보다가 한국 음식 및 문화에 관심이 생겼고, 그래서 나름대로 메뉴를 만들어봤다고 한다. (미국에 있으면서 ‘와이프가 한국 드라마의 열렬한 팬이다.’는 말을 참 많이 듣는다.) 비빔밥 같기도 하면서 아닌 것이 좀 독특한 맛을 내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 “Korean Rice Bowl” 앞에는 매번 사람들이 줄을 서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K팝과 한국 드라마의 인기에 큰 도움을 주고 팬들이 한 곳에 모일 수 있게 해준 것은 커뮤니티 사이트들이다. 그 중 한국계 미국인 Susan Kang이 만든, 2011년에 엔써즈에 인수된 Soompi.com이 대표적이다. 무려 1998년에 처음 생긴 웹사이트이며, K팝을 좋아하는 전 세계 팬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140만명의 팬이 있다. AllKPop도 엄청난 인기다. 페이스북 페이지의 팬이 155만명이나 된다. 한국 드라마를 자신의 언어로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호창성 대표가 만든 Viki가 있다. Viki 페이스북 페이지의 팬은 무려 460만명이다.

K팝 커뮤니티, Soompi.com의 첫 화면

크로싱 더 캐즘(Crossing the chasm)등에도 등장하듯이, 이노베이터(Innovator)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가 대중에게 파고들려면 팔로워(Follower)들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K팝은 그동안 이러한 팔로워들을 엄청나게 모아둔 상태였다.

캐즘 이론

그 때 싸이가 등장했다. 자신의 노래가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 것이라는 것은 예상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은 채.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매우 잘 만든 뮤직 비디오이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요소를 갖추었기에 이렇게 전 세계 사람들의 인기를 끌고 빠르게 미국의 메인 스트림에 침투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투자하고 구축해놓은 인프라와 팬 베이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2000년에는 믿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당연하게 된 사실들

“2000년에는 믿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당연하게 된 사실들은 무엇일까?”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Quora. 페이스북의 초기 멤버이자 CTO였던 Adam D’Angela가 2009년에 만든 ‘지식인’ 사이트이다. 아담은 당시 Quora를 만들게 된 계기를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We thought that Q & A is one of those areas on the internet where there are a lot of sites, but no one had come along and built something that was really good yet. (Q&A 사이트는 인터넷에 정말 많지만, 그 누구도 정말 제대로 된 걸 만든 적이 없어요.)

그가 말한대로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한 Q&A 사이트는 정말로 많았다. 각 분야별로 특화된 웹사이트들이 있었고 사람들은 특별한 불만 없이 쓰고 있었다.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화된 지식은 Wikipedia가 채워주고 있었다. 게다가, 그 전에 구글이 Knol이라는 Q&A 사이트를 만들었다가 보기 좋게 실패한 사례가 있었다 (이 서비스는 결국 2012년 5월에 문을 닫았다). 한편 야후가 만든 Q&A 사이트인 Yahoo! Answers는 그럭저럭 운영되고 있지만 수준 낮은 정보들로 점차 채워지면서 사람들에게 외면당한 상태였다.

그래도, 그는 Quora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랍다. 벤치마크 캐피털, 피터 띠엘 등으로부터 지금까지 $61 million (약 700억원)의 펀딩을 받았으며, 창업한 지 2년만인 2012년 5월에 $400 million (4,400억원)의 회사 가치가 메겨졌다. 포브스지는 Quora에 올라온 질문/답변을 추려서 보여주는데 몇몇 글들은 상당히 인기가 있다. Quora에 몇 명의 회원이 등록되어 있고, 현재 active user 수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KISSmetrics에 올라온 인포그래픽에 따르면 첫 1년동안 무려 37,000% 성장을 했고, 2011년 1월 기준으로 회원 수는 50만명이 넘었다.

Quora 회원 수 성장 곡선 (출처: KISSmetrics)

단순 회원수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안에 얼마나 유용한 정보가 들어있는가이다. Quora에 일부러 들어가진 않지만, 가끔 Quora에서 보내주는 뉴스레터에서 흥미로운 질문이 있으면 들어가서 읽어보곤 하는데, 정말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이 많다. 누군가의 질문에 그토록 정성을 들여 답하는 사람도 대단하고, 그런 사람들이 기꺼이 시간을 쓰도록 동기 부여(incentivize)를 하는 Quora 투표 시스템의 위력도 놀랍다. 그동안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몇 가지 글은 아래와 같다.

1. Gilt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 그들은 어떻게 돈을 벌고 얼마나 이윤을 내는가?

Quora에서 내가 가장 처음 읽었던 글인 것 같다. 이걸 보고 깜짝 놀랐다. 들어가서 보면 놀랄 것이다. 누군가가 엄청난 정성을 들여 그래프까지 그리면서 Gilt의 사업 모델을 설명했고, 이를 읽어보면 겉보기에 이해가 안되는 그들의 사업 모델을 이해할 수 있다. 지금까지 그 답변은 1157개의 표를 얻었다.

2. 구글, 페이스북, 애플, MS의 프로덕트 매니저의 역할은 어떻게 다른가?

이 질문에 대해 Quora의 창업자인 Adam D’Angello가 직접 답변을 달았다. 애플의 PM은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에 집중하는 반면, 구글의 PM은 와이어프레임(Wireframe)을 그려준다고 들었다고 한다.

3. 상위 1%의 프로덕트 매니저가 상위 10%의 프로덕트 매니저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1693개의 투표를 얻은 한 아마존 프로덕트 매니저가 쓴 글은 나한테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3. 좋은 Conversion Optimization (웹사이트 방문자를 고객으로 만드는 것) 전략은 무엇인가?

Andy Johns의 답변이 도움이 많이 되었는데, conversion optimization에 대해 이렇게 잘 정리한 글은 다른 전문 블로그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4. 항공기 조종석에 있는 온갖 장치들은 어디에 쓰는 것인가?

이건 사실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누군가 시뮬레이터의 사진까지 포함시켜 보잉 737 항공기 조종석에 있는 온갖 장치들을 엄청나게 상세하게 답한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개인 항공기 조종사(Private Pilot)인 Tim Morgan의 답변은 아래와 같이 시작한다.

All of them?  If you’re talking about a commercial airliner, then there’s hundreds and hundreds.  There are big, fat manuals describing what they all do.  But, since you asked, buckle up. (전부 다 말입니까? 상업용 항공기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수백가지입니다. 그걸 일일이 설명한 두껍고 뚱뚱한 매뉴얼이 있죠. 어쨌든 물어보셨으니 안전 벨트를 메세요.)

그리고 나서 각 장치를 설명하는 ‘엄청나게’ 긴 글이 시작된다.

5. 사람들이 평소에 잘 듣지 못하는 인생의 중요한 교훈은 무엇인가?

다양한 사람들이 이 질문에 대해 대답했는데, 몇 가지 내 눈에 들어왔던 건 아래와 같다.

  • Marry your best friend 가장 친한 친구와 결혼하라
  • Don’t try to be a “grown up” 어른이 되려 하지 말고 항상 재미를 누려라
  • Don’t stop learning: 배우지 않는다면 남에게 질 것이다
  • If you’re not failing, you’re doing it wrong. 실패하지 않는다면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 Time passes by a lot faster than you’d think 시간은 당신 생각보다 빨리 지나간다
  • The key to happiness is BUILDING stuff, not GETTING stuff. 행복의 비결은 얻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에 있다
  • Flossing teeth is very important. 치실을 이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 Always take action on things. People regret inaction more than action. 항상 행동을 해라. 사람들은 행동해서 후회하기 보다는 행동하지 않아서 후회한다.

6. 에버노트 CEO인 필 리빈(Phil Libin)은 어떻게 그의 에버노트를 정리하는가?

재미난 질문인데, 이 질문에 대해 필 리빈이 직접 상세하게 답변을 달았다. 물론, 그의 답변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7. 지금 회사를 그만두고 옮겨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구글과 Ooyala를 거쳐 현재 Quora에서 일하고 있는 한 엔지니어가 답변을 달았는데,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엔지니어의 시각이긴 하지만 이 질문이 관심이 간다면 한 번 읽어보시길

8. 항공기 조종사들이 말하지 않는 비밀은 무엇인가?

이것도 재미있다. 지역 항공사에 소속된 조종사들은 피자 배달부만큼 정도밖에 못번다는 것, 커피에 화학 물질이 있으므로 마시지 않는다는 것, 현재 위치를 항상 알지는 않는다는 것, 가끔 안전벨트 사인 끄는 것을 있는다는 것, 그리고 총을 소지하기도 한다는 것.

9. 멍청한 사람들이 똑똑하게 보이고 싶을 때 이용하는 트릭은 무엇인가?

답변 중 포브스지의 한 기사를 따온 것이 있는데, 재미있는 비즈니스 영어 표현이 많이 등장하므로 한 번 읽어보면 도움이 된다.

10. 2000년에는 믿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미국에서 당연하게 된 사실들은 무엇일까?

서론이 길었는데,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들이 너무 재미있어 이 글을 시작했다. 이 질문 역시 다양한 사람들이 답을 달았는데, 아래는 그 중 재미있었던 10가지이다. 미국의 상황에 한정된 답변이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1. The US would elect a black president. 미국이 흑인을 대통령으로 선출하게 된다는 것 것
  2. We put a nuclear robot on mars, and it’s shooting lasers at things. 우리가 화성에 핵 로봇을 착륙시켰고, 그 로봇이 레이저를 쏘고 있다는 것
  3. The most pressing social issue in 2012 will be fought mostly over chicken sandwiches: ‘Chick-fil-A’라는 미국 레스토랑 체인의 COO가 동성 결혼을 반대한다고 해서 지난 여름동안 동성간 결혼을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성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사며 2012년의 가장 큰 사회적 이슈가 되리라는 것
  4. Smartphones: half the US carries the freakin’ Internet in their pocket. Back in 2000, this was the coolest in mobile tech: (Nokia flip phone) 미국 사람들의 절반이 주머니 속에 인터넷을 넣고 다닌다는 것. 2000년에는 노키아 플립폰이 가장 쿨했다.
  5. The most successful golfer would become a black guy (Tiger), the most successful rapper a white guy (Eminem). Albeit not for long. 가장 성공적인 골퍼가 흑인이 되고(타이거 우즈), 가장 성공적인 래퍼(rapper)가 백인(에미넴)이 되리라는 것
  6. Google would turn from a 40 employee startup [2] to a global verb. 당시 직원 40명짜리 회사(구글)가 전 세계 사람들의 브랜드가 되리라는 것
  7. The US would come within hours of defaulting on their 14 trillion dollar national debt. In 2000 the US was running a record surplus. 미국이 무려 14조 달러의 빚을 진 나라가 되리라는 것
  8. Apple would recover from near bankruptcy to become the most valued company on Earth; ultimately over twice that of Microsoft. 애플이 파산 직전에서 지구상 가장 가치 있는 회사로 성장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두 배 가치로 올라서리라는 것
  9. Microsoft Windows and Internet Explorer would be losing their format wars.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즈와 인터넷 익스플로러 표준화 전쟁에서 지리라는 것
  10. Michael Jackson and Steve Jobs would be taken from us far too soon. 마이클 잭슨과 스티브 잡스가 그렇게 빨리 우리 곁을 떠나리라리라는 것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지만, 10년 전에 당신에게 물어봤으면 믿기 힘들었을 사실은 무엇인가?

‘쉽게 설명한’ 구글의 페이지 랭크 알고리즘

네이버 검색엔진의 문제점을 처음 지적한 글을 썼던 2년 전부터 이 블로그에 언젠가 한 번 써보고 싶었던 주제가 하나 있었다. 구글의 PageRank 알고리즘을 설명하는 것이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알고리즘을 설명하려고 하면 말이 길어질 것 같고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싶어 블로그에 쓸까 말까 망설였는데, 그냥 한 번 시작해보려고 한다. “Google”이라는 230조원짜리 회사가 처음 시작된 곳이 바로 이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쓴 논문(The Anatomy of a Large-Scale Hypertextual Web Search Engine)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한 번 시간을 들여 배워볼 만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이 논문은 1998년에 쓰여졌으나, 논문에서 소개된 PageRank 알고리즘은 14년이 지난 지금에도 구글 검색 엔진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오늘날의 구글을 만든, 페이지랭크(PageRank) 알고리즘을 소개한 논문에 포함되어 있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의 사진. 참 앳된 두 대학원생의 모습이다.

논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Our main goal is to improve the quality of web search engines. In 1994, some people believed that a complete search index would make it possible to find anything easily. (우리의 주요 목표는 검색 엔진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1994년 당시, 사람들은 검색 인덱스를 완성하고 나면 무엇이든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However, the Web of 1997 is quite different. Anyone who has used a search engine recently, can readily testify that the completeness of the index is not the only factor in the quality of search results. “Junk results” often wash out any results that a user is interested in. (하지만, 1997년의 웹은 사뭇 다릅니다. 최근에 검색 엔진을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덱스를 완성하는 것만으로는 좋은 품질의 검색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쓰레기 정보’가 종종 사용자들이 진정 관심있어하는 정보를 가려버립니다.)

One of the main causes of this problem is that the number of documents in the indices has been increasing by many orders of magnitude, but the user’s ability to look at documents has not. People are still only willing to look at the first few tens of results. (그러한 이유 중 하나는, 인덱스되는 문서의 숫자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그 문서들을 볼 수 있는 능력은 같은 속도로 성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검색 결과중 처음 몇십 개 정도만 살펴볼 뿐입니다.)

Because of this, as the collection size grows, we need tools that have very high precision. Indeed, we want our notion of “relevant” to only include the very best documents since there may be tens of thousands of slightly relevant documents.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이 성장할수록, 우리에게 더 정밀한 도구가 필요합니다. 사실, 우리는 ‘관련 있는 페이지’가 수만 개라도, 그 중 최고의 웹 페이지만을 정확하게 찾아주기를 원합니다.)

There is quite a bit of recent optimism that the use of more hypertextual information can help improve search and other applications. In particular, link structure and link text provide a lot of information for making relevance judgments and quality filtering. Google makes use of both link structure and anchor text. (하이퍼텍스트 정보를 이용하면 검색 결과를 많이 향상할 수 있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특히, 웹 페이지 사이의 연결 관계가 상당히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습니다. 구글은 바로 이러한 링크 구조와 링크 달린 텍스트를 이용합니다.)

그리고, 페이지랭크 알고리즘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Academic citation literature has been applied to the web, largely by counting citations or backlinks to a given page. This gives some approximation of a page’s importance or quality. PageRank extends this idea by not counting links from all pages equally, and by normalizing by the number of links on a page. (학술지 인용 방식은 그동안 웹에 적용되어 왔습니다. 특히, 특정 페이지를 인용하는 다른 페이지가 얼마나 많이 있느냐를 세는 방식으로요. 이렇게 하면 특정 페이지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스니다. PageRank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연장하는데, 즉, 다른 페이지에서 오는 링크를 같은 비중으로 세는 대신에, 그 페이지에 걸린 링크 숫자를 ‘정규화(normalize)’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말이 좀 어려운데, 아래 수식을 한 번 보자.

PR(A) = (1-d) + d (PR(T1)/C(T1) + … + PR(Tn)/C(Tn))

PR은 PageRank의 줄임말이고, PR(A)는 ‘A’라는 웹페이지의 페이지 랭크를 의미한다. T1, T2, … Tn은 그 페이지를 가리키는 다른 페이지들을 의미한다. 그리고  PR(T1)는 당연히 T1이라는 페이지의 페이지 랭크값이다. d는 ‘Damping Factor’라고 하는데, 설명이 길어질 수 있으니 조금 후 설명하겠다. C(T1)는 T1이라는 페이지가 가지고 있는 링크의 총 갯수를 의미한다.

d에 연연하지 않고(즉 d=1이라고 가정하고) 위 수식을 가만히 보면 사실 매우 간단하다. ‘어떤 페이지 A의 페이지 랭크는 그 페이지를 인용하고 있는 다른 페이지 T1, T2, T3, .. 가 가진 페이지 랭크를 정규화시킨 값의 합‘이다. 다시 말해 페이지 A의 페이지 랭크는 A라는 페이지를 가리키고 있는 다른 페이지의 페이지 랭크값이 높을수록 (즉, 더 중요할수록) 더 높아진다. 여기서 ‘정규화시킨 값의 합‘이라는 말을 굳이 쓴 이유는, 페이지 랭크의 단순 합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T1의 페이지 랭크가 높다고 하더라도, 그 페이지에서 링크를 수천 개 달아놓았다면(즉, C(T1)값이 높다면) 그 페이지가 기여하는 비중은 낮아진다.

이 수식을 그림으로 한 번 표현해보겠다.

PageRank 알고리즘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 Dampen Factor가 있기 때문에 이것과 똑같지는 않지만, 간단하게 표현하면 위와 같다.

위 그림에서 웹 페이지 A를 가리키는 페이지는 T1, T2, T3, T4, T5의 다섯 개가 있고, 이들을 정규화해서 합한 값이 0.34이므로, A의 ‘페이지 랭크’는 0.34가 된다. 이 페이지랭크 값은 A가 가리키는 또 다른 페이지의 PageRank를 계산하는 데 쓰일 것이다. 그럼 T1의 페이지 랭크는 어떻게 구했나? 마찬가지로 T1을 가리키는 다른 페이지들의 PageRank값으로부터 구한다. 이렇게 해서 파고 내려가면 무한히 가게 될 것 같은데, ‘제한 조건’을 걸면 언젠가는 계산이 끝이 난다. 이러한 방법으로 계산하는 것을 컴퓨터 과학에서는 ‘recursive(재귀적)‘이라고 한다. 즉, PageRank는 재귀 호출 알고리즘이다.

이제 d, 즉 Damping Factor에 대해 생각해 보자. 위 수식을 다시 한 번 보자.

PR(A) = (1-d) + d (PR(T1)/C(T1) + … + PR(Tn)/C(Tn))

d 값은 0과 1 사이에서 정해지는데, d값이 커져서 1이 되면 앞의 (1-d)는 0이 되고, 뒤 수식의 합이 그대로 A의 PageRank가 된다. 이것이 바로 위 그림에서 가정한 상황이다. 반대로 d값이 작아져서 0이 되면, 뒤 수식의 합은 0이 되고, A의 PageRank는 1이 된다. d가 0이면 모든 페이지의 PageRank는 1이 되므로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d는 실험을 통해 0과 1 사이의 어떤 값에서 정해지는데, 논문에서는 보통 0.85로 설정해놓았다고 되어 있다. 논문에 따르면 damping factor란 ‘어떤 마구잡이로 웹서핑을 하는 사람이 그 페이지에 만족을 못하고 다른 페이지로 가는 링크를 클릭할 확률‘이다. 즉, damping factor가 1이면, 무한히 링크를 클릭한다는 뜻이고, 0이면 처음 방문한 페이지에서 무조건 멈추고 더 이상 클릭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0.85이면, 85%의 확률로 다른 페이지를 클릭해볼 것이라는 뜻이다. 이 경우 15%의 확률에 걸리는 순간 클릭을 멈추고 그 페이지를 살펴본다.

논문에 따르면, 모든 웹페이지의 페이지랭크 값을 합산한 값은 1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수식을 보면 그렇게 되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d가 0이면 PR(A)는 1이 되고, 모든 웹페이지의 PageRank가 1이 되기 때문에 PageRank의 합산은 모든 페이지의 숫자(N)이 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세르게이와 래리가 논문을 쓸 때 실수한 것 같다며, 올바른 수식은 아래와 같다고 한다.

PR(A) = (1-d)/N + d (PR(T1)/C(T1) + … + PR(Tn)/C(Tn))

이렇게 하면 전체 페이지의 PageRank를 합산한 값이 1이 된다.

페이지랭크와 그 관계를 도식화한 그림. A, B, C 등은 페이지를 나타내고, 숫자는 PageRank를 의미한다. C의 경우 B에서 링크를 걸었다는 것만으로도 PageRank값이 높게 책정됨을 볼 수 있다. (출처: Wikipedia)

이게 다이다. 이렇게 해서 온 세상의 모든 페이지를 PageRank 등수에 따라서 미리 정렬을 해 두면, 누군가가 검색어를 입력하는 순간, 그 검색어가 포함된 페이지들을 순위별로 나열하기만 하면 끝이다. 구글의 검색 엔진팀에 있는 지인의 말에 따르면, 지금의 구글 검색 알고리즘은 엄청나게 많은 다른 요소를 고려하고, 튜닝을 했기 때문에 이것보다 훨씬 복잡하다고 한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 ‘영향력 있는 페이지가 인용할수록 페이지랭크가 올라간다‘는 근본적인 알고리즘은 그대로 남아 있다.

구체적 예를 들면 이와 같다. 내 블로그를 인용한 다른 블로그들이 있다. 그 중 아마 가장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고 인기 있는 블로그 중 하나가 ‘에스티마의 인터넷 이야기‘일 것이다. 또한 그 블로그를 상당수의 사람들이 인용했을 것이므로 구글 검색 순위가 높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에스티마의 인터넷 이야기’에서 내 블로그로의 링크를 거는 순간 내 블로그의 PageRank는 많이 올라갈 수 있다. 마찬가지 이유로 인기가 있는 다른 웹사이트에서 내 블로그로 링크를 걸면 PageRank가 올라간다. 그러나 만약 그 사이트에서 나 뿐만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블로그로 링크를 걸고 있다면 (예를 들어, 단순히 수만개의 블로그 주소를 나열한 경우), 그 사이트가 아무리 인기 있다 해도 내 블로그의 검색 순위는 크게 상승되지 않는다.

또 한가지 예로, Stanford.edu와 같은 사이트의 경우 조회수가 엄청나게 높다. 따라서 이 사이트에서 누군가에게 링크를 걸어주면, 구글 검색 순위가 바로 상승할 수 있다. 예전에 Stanford.edu를 관리하는 사람이 돈을 받고 특정 사이트에 링크를 걸어주는 사업을 한 적이 있다고 MBA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물론, 구글이 이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덧붙일 말이 있다. 이렇게 훌륭한 알고리즘이지만, 소위 ‘불펌’이 만연하는 곳에서는 이 알고리즘은 바보가 된다는 사실이다. 글을 ‘퍼가기’ 하면서 원문의 링크를 걸지 않는다면, 이 알고리즘에 따르면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퍼가도 웹사이트의 순위는 올라가지 않는다. 한국 인터넷에서는 싸이월드, 또는 그 이전 시절부터 출처 없이 ‘퍼가기’가 참 유행했다. 네이버 블로그가 생기고, 이렇게 글을 퍼가기 해서 많이 쌓아둘수록 블로그 순위가 올라가자 사람들은 더욱 정신없이 ‘퍼가기’를 했다. 그 결과 인터넷은 지저분해지고, ‘내리와 인성의 IT 이야기‘라는 인기 웹툰에서 밝혔듯 원본 문서는 찾기가 힘들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한국 시장에 진입했으니, 처음에 구글 검색 결과가 네이버에 비해 훨씬 뒤쳐져 있었던 것은 당연하다. 다행히 요즈음엔 이런식의 ‘펌 문화’가 많이 잦아들었고, 원본의 링크를 다는 ‘건전한 문화’가 많이 정착되면서 원글을 찾기도 쉬워졌고, 구글 검색의 품질도 좋아졌다.

PageRank, 구글이 야후보다 월등히 좋은 검색 결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이었고, 결국 야후를 꺾고 검색 엔진의 대명사로 등극한 출발점이었다.

안철수 룸살롱 급상승 검색어 사건과 네이버 뉴스캐스트의 문제점

처음 이 블로그를 만들었을 때는 제목이 그냥 Sungmoon’s Blog였고, 내가 느끼는 대로 생각을 정리해서 쓰곤 했다. 그러나 블로그 이름을 ‘실리콘밸리 이야기’로 바꾸고 나서부터는 실리콘밸리와 별 상관 없는 이야기를 쓰기가 웬지 부담스러워졌고, 그런 내용은 구글 플러스에 짧게 공유하거나 정말 길게 할 말이 있을 때만 이 블로그에 쓰게 되었다. 하지만, ValleyInside와는 달리 이건 내 개인 블로그가 아닌가. “실리콘밸리에 사는 조성문의 이야기”. 그거면 제목을 만족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부담없이 써봐야겠다. 이 글은 ‘실리콘밸리와 상관 없는 이야기’이다. 앞으로도 실리콘밸리나 IT와 별로 상관 없지만 공유하고 싶은 생각들을 여기에 써보려고 한다. 결국 남들을 의식하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할 때 진심이 나오는 것이고, 그럴 때 글도 술술 잘 써지는 것이니까.

때아닌 여름 감기로 고생하다가 며칠만에 TechCrunchTechNeedle, 트위터를 확인했다. 이렇게 오랜만에 소식을 쭉 접할 때면 트위터 타임라인을 살펴보는 것이 효율적이고, 내 타임라인에서 꽤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임정욱(에스티마)님의 트윗을 살펴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미국에 사는 덕분에 따로 몇 번 뵈었고, 얼마 전에도 점심 식사를 같이 했는데, 바쁜 와중에도 거의 매일 수많은 기사와 트윗들을 읽고 유용한 정보를 필터링하여 제공해주시는 것을 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스탠포드의 스타트업 액셀러에이터인 StarX가 Kauffman으로부터 무려 80만 달러의 그랜트를 받았다는 기사를 보고, Kauffman과 같이 훌륭한 비전을 가진 단체에 계속해서 돈이 지원되고, 그런 돈으로 이런 좋은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이라는 나라의 강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WhatsApp 하루 메시지 전송 건수가 10 billion을 돌파했다는 기사를 보고 나만 WhatsApp을 열심히 쓰는 것이 아니구나 싶었다. 또, 페이스북이 iOS 전용 앱을 아예 다시 만들어 출시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반가워 바로 업데이트했다. iPhone 4에서 그동안 페이스북 앱을 쓰려니 너무 느려서 속이 터졌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에는 HTML로 만들어졌고 겉만 껍데기를 씌운 형태였다. 많은 사람들이 HTML이 모바일 앱의 미래라고들 하는데, 나는 HTML(+JavaScript)로 만들어진 모바일 앱을 써 보면 영 느리고 불편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에 관해서는 예전에 앱과 웹에 대해 조사해보고 내 생각을 정리한 적이 있다. 한편, 트윗이 너무 재미있어 얼마 전부터 팔로우하기 시작한 김정은의 패러디 계정이 팔로워 170만명을 돌파했다는 트윗도 있었다. 가끔씩 트위터 보면서 웃고 싶다면 한 번 팔로우 해보시길.

그 외에도 눈길을 끄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 것은 단연 안철수 룸살롱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사건삼성-애플 소송에서 애플이 압승한 소식이었다.

안철수 룸살롱 사건은 사실 구체적으로 다 살펴본 것은 아니고, 안철수가 출연했다는 무릎팍 도사를 본 것도 아니어서 사건의 전말을 다 알지는 못하고, 이게 왜 그렇게 화제가 될 만한 내용인지도 이해가 안되지만, 이로 인해 네이버가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검색 결과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네이버 직원이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콘돔’이 언급되었고, 이로 인해 사건이 더 커지는 바람에 결국 네이버 김상헌 대표가 직접 해명하는 글을 올렸다는 내용을 보았다. 해명의 내용을 보니 어떤 알고리즘으로 운영하고 있고,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이해가 되었지만, 한 가지 갸우뚱하게 만든  단락이 있었다.

오늘 일을 계기로, 관련 부서와 다각도로 정책을 검토한 결과, 청유어의 검색에 대한 성인 인증은 현행과 같이 계속 유지하되, 관련된 ‘뉴스 기사’는 성인 인증과 상관없이 검색 결과로 노출되도록 개편을 하려고 합니다. 생각해 보면, 뉴스 자체를 청유물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고, 무엇보다 뉴스는 취재와 데스킹이 있는, 가장 기본적으로 신뢰할 만한 콘텐츠이기 때문입니다. (김상헌 대표의 글. 출처: 네이버 다이어리)

과연 그런가? ‘뉴스가 가장 신뢰할만한 콘텐츠’인가? 물론 내가 좋아하는 매일 경제, 머니투데이 등을 비롯해서 주요 일간지의 많은 기사들에는 신뢰할 수 있는 좋은 기사가 많다. 하지만 네이버가 검색해서 보여주고, 첫 화면에 ‘뉴스’로 띄우는 기사들이 모두 정말 신뢰할만한 콘텐츠인지는 좀 의아한 생각이 든다. 신뢰성이나 사실성보다는 ‘클릭수’에 초점을 맞춘 제목과 기사들이기 때문이다. 아래는 방금 캡쳐한 네이버 뉴스캐스트의 ‘톱 뉴스’ 섹션이다. 여기에 인용된 데일리안, OSEN, 마이데일리, 스포탈 코리아.. 이들은 네이버가 인정한 ‘신뢰할만한 컨텐츠를 제공하는 언론’이다.

네이버 뉴스캐스트

난 사실 이 ‘언론사’들에 대해 대해 잘 모르고 그 설립 배경도 모르지만, 기사를 클릭해서 들어가보면 도저히 그런 신뢰할만한 곳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네이버 뉴스캐스트를 통해 들어간 OSEN의 초기 화면. 광고 대행사인지 언론사인지 알 수가 없다.
‘마이데일리’의 초기 화면. 신뢰할만한 컨텐츠? 그나저나, 오른쪽 ‘개기름과 피지’ 광고는 정말 혐오스럽다.

이러한 뉴스캐스트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머니투데이 윤미경 부장기자가 2011년 초에 한 마디 한 적이 있다 (아래)

이는 뉴스캐스트 선정 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선정기준이 수시로 바뀌는데다 평가항목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어떤 언론사에는 가입조건이 ‘설립 5년 이상’이라고 했다가 어떤 언론사에는 ‘설립 1년 이상’이라고 했다. 그런데 설립 1년도 안된 언론사가 뉴스캐스트에 포함되는 사례가 발생하자 언론사들은 네이버 뉴스캐스트 선정기준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NHN은 “뉴스캐스트는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선정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식으로 심사위원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렸다.

네이버 뉴스캐스트는 올 2월 또다시 개편됐다. 뉴스캐스트에서 노출되는 기사수가 6개에서 9개로 늘어나면서 네이버 초기화면에는 선정적인 제목의 뉴스가 더 넘쳐난다. 이런 기사가 ‘오픈캐스트’ ‘테마캐스트’로 또다시 포장돼 유통되고 있으니 말초적 기사는 비단 뉴스캐스트에서 끝나지 않고 있다. 이것이 하루 17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네이버의 현재 모습이다.

내가 네이버를 쓰기 싫어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이 뉴스캐스트이다. 도무지 읽을 가치가 없는 엉뚱한 기사들로 내 시간을 낭비하게 하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신문사 하나를 정해 놓고 들어가면 대부분 주요 소식은 다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신문사들간의 편집 방향의 차이도 알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신문사 둘은 Wall Street Journal과 The New York Times이다. 이 두 신문사는 색깔이 분명이 다르고, 기사의 품질도 다르다. 그런데 네이버 뉴스캐스트처럼 이렇게 조각 기사만 화면에 보여주면, 언론사간의 차별성이 사라지고, 자극적 제목만 남게 된다. 주요 일간지의 기자가 되는 것과 신변 잡기 언론사의 기자가 되는 것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고, 따라서 그런 차이가 나는 사람들이 쓰는 기사의 품질에도 차이가 있는데, 네이버 뉴스캐스트 때문에 그 모든 신문사들이 같은 선상에 놓이고 말았다. 기사의 품질보다는 자극적인 제목을 얼마나 잘 다느냐에 기자의 경쟁력이 달려 있으니 이 얼마나 개탄할 상황인가.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주요 언론사의 기자가 된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 대해 얼마나 답답해하고 있을까 싶다.

이야기가 뉴스캐스트쪽으로 샜는데, 이왕 샌 김에 네이버에서 검색 결과를 카테고리별로 보여주는 유저 인터페이스에 대해서도 하나 지적해보고 싶다. 이런 카테고리방식 결과가 예전에는 참 편리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참 안좋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내 블로그에서 ‘내가 영어공부한 방법‘이 지속적으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기에 ‘영어 공부’라는 키워드로 한 번 검색해봤다. ‘영어 공부’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이 뭘까? 영어 공부를 도와주는 사이트를 알고 싶거나, 영어 공부를 잘 하는 노하우를 알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네이버에서 검색해 보았다. 네이버는 카테고리별로 보여준다. 프리미엄 링크, 파워 링크, 비즈사이트, 지식iN, 뉴스, 동영상, 책, 이미지, 전문 정보, 웹문서, 뉴스 라이브러리, 지식쇼핑, 지식백과, 지도 순서이다. 소위 ‘백화점식 나열’인데, 과연 이러한 유저 인터페이스가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가 싶다. 첫째, 이 중 절반이 광고이다 – 프리미엄 링크, 파워 링크, 비즈사이트, 책, 전문 정보, 지식 쇼핑. 이런 광고를 클릭하면 네이버가 돈을 번다. 둘째, 거의 관련이 없더라도 ‘카테고리’이기 때문에 검색 결과에 나오는 것들이 많다. 이제,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섹션. 이건 모두 광고다. 학원에 등록하고 싶은 것이 아니면 그냥 넘어가자.
둘째 섹션. 이것도 광고다. 파워 링크와 비즈사이트의 차이는 아무리 봐도 알 수가 없다.
세 번째 섹션은 지식iN이다. 광고보다는 좀 더 관련이 있어보여 좋다. 그러나 이게 영어 공부와 관련된 과연 가장 좋은 정보일까? 조회수가 6밖에 안되는 글이 14분 전에 올라왔다는 이유만으로 첫 번째 결과로 떴다. 네 번째 글은 클릭해서 확인해보니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올린 질문이다. 답글은 다른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달아놓았다. 이것이 과연 내가 원하는 정보일까?
넷째 섹션은 뉴스 검색 화면이다. 김아중이 영어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는 소식이 화제다. 과연 이게 내가 알고 싶었던 정보일까? 그리고, 검색 결과에서 네 번째 섹션에 놓을 만큼 중요한 정보일까? 김아중 소식이 궁금했으면 ‘김아중’ 또는 ‘김아중 미국’으로 검색하지 않았을까?
다섯 번째 섹션은 동영상이다. 약간 관련이 있는 것 같긴 한데, 유독 ‘네이버 블로그와 네이버 tvcast’만 검색 결과에 보인다.
여섯 번째 섹션은 책 검색 결과인데, 내가 보기엔 그냥 광고다. 100% 네이버 사이트로 링크가 걸려 있다. 책을 사고 싶었다면 애초에 yes24나 알라딘 사이트에 갔을 것이다.
일곱 번째 섹션은 이미지이다. 이것이야말로 정말로 검색 키워드와 관련이 없다. 세 번째에 있는 ‘기성용 &quot’는 왜 검색 결과에 나온 것일까?
여덟 번째 섹션. 이것도 그냥 광고다. 과연 누가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이런 리포트나 독후감을 돈 주고 살까 싶다.
아홉 번째. 책 본문 검색인데, 2006년에 출간된 책이 보이고, 세 번째 결과인 ‘죽이는 한마디’는 영어 공부와 무슨 관련이 있는 책인지 모르겠다.
열번째. ‘마침내!’ 웹사이트가 검색 결과에 떴다. 그러나… 다섯 개 결과 중 네 개가 cafe24.com에서 왔다. 웹에는 cafe24밖에 없나? 들어가보면 내용도 참 시시하다. 두 번째 결과인 ‘신채호 선생 기념관’은 웬 건지 모르겠다. ‘검색 사이트’가 보여주는 결과라고 하기에는 너무 처참하다.
열 한번째. 1955년, 1973년의 기사가 왜 검색 결과에 뜨는지 알 수가 없다. 클릭해보면 모두 네이버 자체 서비스로 연결되는데, 페이지 뷰를 늘리기 위한 것일까?
열 두번째. 다시 광고가 떴다. ‘토이컴퍼니’, ‘버블팝’, ‘G마켓’에서 파는 몇 천원짜리 시시한 물건들이 영어 공부에 관련 있는 상품으로 나와 있다.
열 세번째는 지식 백과인데, 역시 관련성이 거의 없다.
마지막 섹션은 지도이다. 관련이 있는가? 영어 학원을 찾고 싶었다면 ‘영어 공부’가 아니라 ‘영어 학원’을 검색하지 않았을까?

여기까지 총 12개의 섹션. 긴 페이지의 맨 끝까지 내려왔지만 그다지 쓸모 있는 정보는 없었다. 이상하게도 ‘블로그’는 카테고리에서 빠져 있다. 원래 검색 결과 상단에 거의 항상 뜨는 것이 네이버 블로그인데,  ‘영어 공부’라는 키워드에는 블로그가 별로 유용한 내용을 제공해주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일까? 카테고리별로 보여주는 이러한 검색 결과, 과연 최선인가? 이것이 과연 사용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유저 인터페이스인가, 아니면 네이버의 수익을 극대화해주는 유저 인터페이스인가 좀 의구심이 든다. 한편, Naver SE에서는 좀 더 효율적으로 보여주나 싶어서 거기서 찾아봤는데, 검색 결과에 유용한 정보가 없었다.

구글에서 ‘영어 공부’로 검색해봤다(Google.co.kr이 아닌 google.com을 이용했다. Google.co.kr의 검색 결과도 비슷하게 나오지만, 내가 보기엔 한글 검색도 Google.com을 이용하는 것이 검색 품질이 높다). 아래는 그 결과이다.

구글의 검색 결과 – 첫 번째 섹션. 광고가 하나 나오고,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웹사이트들이 그 다음으로 나온다.

첫 두 개의 링크를 클릭해서 들어가봤다. ‘영어 공부 추천사이트 20선‘. 들어가서 확인해보면 왜 이 사이트가 검색 결과 첫 번째에 나왔는지 알 수 있다. 영어 공부에 도움되는 사이트들을 정말 잘 정리해 놓았다. 두 번째 검색 결과는 유명한 고수민씨의 블로그이다. 들어가서 보면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하는 데’ 도움될만한 팁들이 정말 많이 있다.

두 번째 섹션은 이미지 검색 결과이다. 내가 찾는 정보와 별 관련은 없지만 영어 공부라는 검색어와는 관련이 많이 있어 보인다.
세 번째 섹션. 유투브 비디오가 두 개 있다.
네 번째 섹션. 아주 유용하게 보이는 정보가 많이 있다. 무료 podcast 목록이나 TED 활용도 그렇고, 뿌와쨔쨔의 사이트도 그렇고, 땡전 한푼.. 도 그렇다. 들어가보면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잘 정리해 놓았다.
마지막 섹션. 여기도 김아중 이야기가 나와 있다. 하지만 유용한 정보를 모두 위에서 보여준 이후이다.

여기까지 해서 구글 검색 결과의 첫 페이지가 끝이 난다. 검색 결과는 훨씬 짧지만 훨씬 더 유용하다. 왜 더 유용할까? ‘영어 공부’라는 키워드 위주로 검색해서 잡동사니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영어 공부’와 관련해서 정보를 가장 잘 정리해 둔 사이트를 우선해서 결과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구글이 사용하고 있는 PageRank라는 검색 알고리즘 때문인데, 작은 것 같아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큰 차이를 만든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두 검색 결과를 보며, 검색 회사가 가져야 할 원칙과 철학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시면 좋겠다. 난 네이버라는 회사에 대해 개인적 감정을 가질 이유도 없고, 아는 많은 사람들이 네이버에서 일하고 있거나 한때 거기서 일했었기에 이런 글을 쓸 때마다 조심스럽지만,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절약해주기보다는 불필요하게 낭비하도록 하는 뉴스캐스트와 카테고리별 검색 결과를 통해 네이버가 돈을 벌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이 글을 써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