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을 미국에 알리는 방법 – 비빔밥 유랑단

‘비빔밥 유랑단’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라이코스를 방문한 비빔밥 유랑단‘이라는 임정욱 님의 글을 통해서였다. 당시 라이코스 대표로 있을 때, 비빔밥 유랑단의 강상균 단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사무실에 찾아와서 비빔밥을 만들어주고 홍보하겠다고 하길래 흥미롭다고 생각해서 수락했고, 그 결과 직원들이 매우 만족해했다는 내용이었다.

참 좋은 시도라고 생각했다. 캘리포니아에는 주변에 한식당도 많고, 타문화에 대해 개방적인 사람들이 많아 주변에 한국 음식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비빔밥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흔히 ‘한국 음식’하면 ‘코리안 바베큐’를 가장 먼저 떠올리고, 조금 더 안다고 하면 순두부를 아는 정도였다. LA 코리아타운에 가면 ‘무제한 바베큐’가 골목마다 깔려 있다. 거기에서는 한 명당 20달러면 소고기가 질릴 정도로 먹을 수 있다. 고기 맛도 꽤 괜찮아서 소고기 값이 저렴하고 사람들이 고기를 선호하는 미국에서는 아주 인기다. 주변 친구들이 “한국 음식 정말 끝내줘!” 하면 주로 바베큐 아니면 순두부 이야기다.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으면서도, 그 두 가지 음식이 한국 음식을 대표한다고 할 수 없는데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한국의 위상과 이미지 제고에 별로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생각도 했다. 친구들이 거기 갔다 와서는 ‘온 몸에서 바베큐 냄새가 난다’고 하곤 했다. 한국 사람들은 항상 소고기 바베큐만 먹는줄 아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한국 사람들은 평소에는 나물 반찬 위주에 해산물을 많이 즐기며, 회식할 때나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많이 먹는 정도라고 하면 다들 놀란다.

학교 다닐 때 비즈니스스쿨 친구들을 잔뜩 데리고 갔었던 무제한 바베큐집, 마당쇠. 결코 고습스러운 분위기는 아니다.
학교 다닐 때 비즈니스스쿨 친구들을 잔뜩 데리고 갔었던 무제한 바베큐집, “마당쇠”. 결코 고습스러운 분위기는 아니다.

‘스시’가 미국 사람들에게 ‘고급 음식’으로 자리잡은지는 이미 오래 됐고, P.F. Chang 과 같은 커다란 중식 프렌차이즈가 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한국 음식은 여전히 ‘코리안 바베큐’정도로 알려져 있거나, 뉴욕의 고급 식당을 통해 조금 알려져있는 정도이다. 샌프란시스코에는 고급스러운 한식당 하나가 없고, 산호세 코리아타운에 가야 ‘장수장‘이라는 꽤 괜찮은 한식당이 하나 있을 뿐이다. 한편, LA에는 ‘조선갈비’라는 고급 한식당을 비롯해 괜찮은 곳들이 몇 개 있으며, 학교 친구들과 종종 갔던 ‘계나리’라는 한식당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큰 규모의 공간에 라운지 스타일로 고급스럽게 꾸몄고, 맛도 깔끔하고 환기도 잘 되어서 친구들을 데려갈 때마다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지금 Yelp를 확인해보니 문을 닫았다고 되어 있다. 당시에 손님들이 참 많았는데 왜인지 궁금하다. 결국 고급 한식당은 어려운 걸까?)

실리콘밸리로 이사오면서 처음에 마운틴 뷰(Mountain View)에 살았다. 거기 Xanh(‘썬’이라고 읽는다)이라는 베트남 퓨전 식당이 있었는데, 맛도 좋았지만 특히 분위기가 좋아서 사람들을 만날 일이 있을 때 무척 자주 갔다. 애피타이저가 10달러대, 메인 음식은 20달러 대라 팁과 세금을 포함하면 한 사람당 약 30달러 정도가 드는 괜찮은 식당이었는데, 갈 때마다 엄청 붐벼서 항상 예약을 해야 했고, 항상 미국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하루는 식사하다가 매니저에게 그 식당 참 좋아해서 자주 온다고 했더니, 원래 자기 어머니가 마운틴 뷰에서 오랫동안 베트남 쌀국수 집을 30년 넘게 했었는데, 장소를 옮기면서 자신과 함께 인테리어와 메뉴를 고급스럽게 꾸몄다고 했다. 그 딸의 이름은 아멘다 팜 Amanda Pham, 그리고 그 어머니는 투이 팜 Thuy Pham 이었다.

마운틴 뷰 다운타운에 위치한 베트남 퓨전 레스토랑, Xanh
마운틴 뷰 다운타운에 위치한 베트남 퓨전 레스토랑, Xanh

거기 맨날 앉아서 생각을 했다. ‘왜 한식당 중에 이런 쿨한 곳이 없을까?’ 한국인들만 가는 그런 식당 말고, 또는 값싸서 찾아가는 그런 식당 말고, 미국인들이 비즈니스 미팅을 할 만한 그런 식당이 왜 없을까? 그 동네에 그런 식당을 만든다고 하면 과연 장사가 될까? 아직 그건 잘 모르겠다. 팔로 알토의 유니버시티 거리에 한(Han Korean Cuisine)이라는 한식당이 하나 있기도 했는데, 결국 미국인들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갈 때마다 손님이 없고 한산하더니 몇 달 전 결국 문을 닫았다.

그런 와중에, 마운틴 뷰에 위치한 ‘써니볼(Sunny Bowl)’이라는 비빔밥 전문점의 성공은 매우 고무적이다. 처음 20석의 작은 규모로 시작했지만 사람들이 항상 줄서서 기다려야 할 만큼 성공을 거둔 후 작년에 104석 규모로 확장했는데, 점심시간에 가면 자리가 없을 만큼 사람들이 많다. 근처에 구글, 링크드인 등의 회사가 있는데 회사에서 케이터링도 많이 하며 구글의 공짜 점심을 마다하고 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리뷰 사이트인 옐프 Yelp에는 무려 543개의 리뷰가 있으며, 대부분 별 4개 또는 5개이다. 한국인 또는 동양인들이 위주가 아니라 근처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는 사람들이 아주 다양하게 온다. 그 주인은 다니엘 최(Daniel Choi)라는 분인데, 하와이와 LA에서 오랫동안 한식당을 경영하고 순두부집도 만들어 성공시킨 후에, ‘건강하고 좋은 음식으로 어필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마운틴 뷰에 비빔밥 전문점을 열었다고 한다. 입맛 없을 때마다 아내와 함께 자주 갔었는데, 사장님과도 잘 알게 되어 다양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마운틴 뷰의 비빔밥 전문점 '써니볼'의 옐프 리뷰
마운틴 뷰의 비빔밥 전문점 ‘써니볼’의 옐프 리뷰

파리바게뜨의 성공 또한 고무적이다. 작년에 팔로 알토 애플스토어 바로 맞은 편에 열었는데, 미국인들에게 대 인기다. 주말에 가서 앉아 있으면 끝없이 밀려들어와서 빵을 사서 가는 사람들을 보곤 했다. 물론, 파리바게뜨가 한국 브랜드임을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팔로 알토 중심부에 자리한 파리바게뜨. 갈 때마다 사람들이 붐빈다.
팔로 알토 중심부에 자리한 파리바게뜨. 꽤 큰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갈 때마다 사람들이 붐빈다.

다시 비빔밥 이야기로 돌아가서, 한식하면 코리안 바베큐와 순두부만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맛도 좋고 몸에 좋은 비빔밥을 더 알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했었다. 그러다가 시카고 TEDx Hanriver 행사에 가서 비빔밥 유랑단, 그리고 그 팀을 이끄는 강상균 단장을 만났다. 그를 만나, 그의 진지함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후에 캘리포니아에서 몇 번을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참 고맙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비빔밥을 알려주어서.

언젠가 미국에서 비빔밥이 스시처럼 자리잡고, 한식당이 고급 식당을 상징하게 될까? 언젠가일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날을 앞당기는, 강상균씨와 비빔밥 유랑단같은 팀이 있다는 것이 기분 좋다.

비빔밥 유랑단이 지난 3년간, 4개 대륙, 20여개국을 누비며 총 2만여명의 외국인들에게 비빔밥을 전파했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얼마 전에 보았다. 무려 14분이라 좀 길다고 생각했는데, 편집도 잘 되어 있는데다 재미있고 가슴 뭉클할 만큼 감동적이어서 기분 좋게 끝까지 봤다.

강상균씨가 나에게 항상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비빔밥이 한국 음식이라서가 아니라, 건강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겁니다.

 

세 가지 작은 이야기

이야기 하나. 혼자 애 보느라 고생하는 와이프도 도울 겸 해서 오늘부터 3일간 본딩 타임(bonding time) 휴가를 쓰기로 했다. 지난번 글에서도 설명했지만, 일에 중대한 지장이 있지 않는 한 쉽게 보장되는 휴가이다. 매니저에게 이야기하고, Family Leave를 처리해주는 회사에 전화해서 3일동안 휴가 쓸 거라고 이야기하면 끝이다. 미국의 모든 회사나 상황에서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실리콘밸리에서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는 tech 회사들은 대부분 분위기가 이런 것 같다.

이야기 둘. 아침 회의 시간에 항상 보이던 동료 한 명이 안보여서 어디 갔느냐고 물었더니, 고양이를 입양해서 회사에 못 왔다고 한다. 며칠 전 집 근처에서 길을 잃고 배고픈 채 불쌍하게 앉아 있는 고양이를 발견해서 집에 데려가서 목욕을 시켰는데, 그러고 나니 너무 예뻐서 키우기로 했다는 거다. 이제 8주밖에 안 된 애기 고양이였다. 남편과 아내 둘 중 한 명은 집에서 고양이를 돌봐야 하니까 첫 날은 남편이 집에 있었고, 그 다음엔 아내가 집에 있기로 했다고 했다. 그 일을 이야기하면서 매니저가 이야기했다.

So, I got a call from her and heard about the kitten story. I said, “Oracle is pretty hard noses, but as far as I know, Oracle doesn’t kill kittens.”  (전화를 받고 고양이에 대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얘기했죠. “오라클이 꽤 엄격한 회사이긴 하지만, 내가 아는 한 고양이를 죽이지는 않습니다“)

그 말을 듣고 다 같이 웃었다. 어린 고양이가 새로운 집에서 잘 적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야기 셋. 오늘 Quora에서 재미있는 이야기 두 가지를 발견해서 공유하고 싶다. ‘당신이 봤던 가장 뛰어난 사업 수완(smartest maneuver) 사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누군가 답변을 올린 것인데, 다우 케미컬(Dow Chemical)의 창업 초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허버트 다우(Herbert Dow)가 회사를 세워 브롬(Bromine)을 미국에서 파운드당 36센트에 팔기 시작했는데, 이 때 유럽에서는 독일계 카르텔이 파운드당 49센트에 팔고 있었다. 그렇지만 카르텔의 힘이 세서 유럽에 진출하지는 못했다. 시간이 지나 유럽 진출을 해야만 했고, 유럽에서 36센트에 팔기 시작했다. 당연히 독일계 카르텔은 기분이 좋지 않았고, 다우 케미컬 본사에 찾아와 위협을 했다. 허버트 다우는 계속해서 브롬을 싼 가격에 유럽에 공급했고, 급기야 독일계 카르텔은 미국에서 파운드에 15센트로 덤핑(dumping)을 하기 시작했다. 가격으로 승부해서 다우를 망하게 하자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다우(Dow)는 더 똑똑한 전략을 짜 냈다. 파운드당 15센트에 브롬을 사서, 다우 제품으로 재포장해서, 유럽에 파운드당 27센트에 판 것이다. 독일계 카르텔은 저가로 미국에서 승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우가 망하지 않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가격을 12센트로, 그리고 급기야 10센트로 더 낮추었다. 다우는 그것을 몽땅 사들여서 유럽에 더 많이 팔았다. 결국 독일계 카르텔이 항복했고, 소비자들은 브롬을 더 싼 가격에, 더 많은 공급자들을 통해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카르텔을 만들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려는 기업들을 보기 좋게 한 방 먹인, 속 시원한 사례이다.

두 번째로 Quora에서 본 이야기는 ‘스티브 잡스를 우연히 마주쳤던 재미난 에피소드‘에 대한 것이었는데, 상황도 재미있고 글도 참 잘 써서 읽다 보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주인공인 팀 스미스(Tim Smith)는 스티브 잡스 집 근처에 사는 여자와 데이트를 했는데, 어느 날 차를 몰고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차가 고장나서 스티브 잡스의 집 바로 앞에 차를 세우고 고치려고 애쓰던 와중에, 스티브 잡스의 아내인 로렌(Laurene) 잡스가 와서 무슨 일인지 묻고, 맥주 한 병을 주며 차 수리하는 친구에게 전화해서 그 친구가 나타나서 차를 고치는 동안, 스티브 잡스가 아이들과 함께 나와서 차에 타서 시동 거는 걸 도와준 이야기이다. 차를 고치러 나타난 ‘로렌의 친구’는 턱시도를 입고 길고 검은 차를 입고 나타났고, 차를 결국 수리 못하자 로렌이 집으로 들어오라고 해서 전화를 쓰게 해 주었다.

스티브 잡스와 그의 가족이, 결국은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하는 지극히 평범한 미국의 한 가정이었음을 보여주는 일화이다. 꼭 원문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Stone Soup (돌국) 이야기에서 배우는 교훈

두 달 전에 새로운 팀에서 오퍼를 받아 Oracle Applications Labs로 팀을 옮긴 이후로 아주 새로운 일들을 하고 있다. 여전히 직함은 프로덕트 매니저이지만, 전에는 제품을 개발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엔지니어들과 주로 작업을 했다면, 지금은 제품을 판매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세일즈 팀과 같이 일을 하고 있다. 세일즈라는 것이 항상 전쟁터와 같이 돌아가는 곳인지라 (정말 전쟁터와 비유하면 딱 들어맞는다), 그 사람들과 일하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계속해서 새로운 일이 터지고 다이내믹해서 일이 참 재미있고 배울 것이 많다.

최근 맡은 프로젝트 중 하나는 세일즈 팀을 도와줄 “무기”들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무작정 만들 것이 아니라 ‘전쟁터에서 먹힐 것’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제 갓 팀에 합류한 나보다는 경력 10년차 세일즈 컨설턴트들이 현실에 대해 훨씬 잘 알고 있으므로 그들의 노하우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지난 주와 이번 주는 소개에 소개를 받아 미국, 유럽 지역의 세일즈 담당자들과 통화를 하며 어떤 점이 잘 먹히고, 뭐가 부족한지에 대해 들었다.

이제 할 일은 내가 알게 된 것들을 잘 버무려서 실행에 옮기는 것인데, 내가 모든 것을 다 만들 수는 없으므로 세일즈 팀 사람들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남의 도움을 이용하는 것을 ‘레버리지(leverage)’라고 한다. 그들에게 하나씩 맡아서 해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는데 답이 없었다. 전화로 이야기할 때는 분명 열심히 도와준다고 했지만, 막상 시간을 투입해서 뭔가를 만들어주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다. 쉽지가 않았다.

어제 매니저와 이런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Stone soup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했다.

Stone soup? 돌로 끓인 국?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어 물어보니 한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떤 마을에 배가 고픈 군인들이 머물게 되었다. 허기진 나머지 마을 사람들 집을 돌아다니며 먹을 거리를 달라고 했지만, 아무도 가진 것을 나누어주지 않았다.

다음날, 군인들은 마을 한 복판에 큰 솥단지를 놓고, 돌을 하나 넣고 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마을 사람들이 궁금해서 물었다.

“뭘 끓이는 건가요?”

“돌 국을 끓입니다. 맛이 기가 막히거든요. 근데 양파를 조금만 더 넣으면 훨씬 맛있을 것 같아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양파를 가져왔다. 또 이야기했다.

“훨씬 낫네요, 이제 당근이 조금 더 있으면 완벽할 것 같은데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당근을 가져왔다.

“이제 감자가 조금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해서 온갖 재료가 다 들어가자 아주 훌륭한 국이 만들어져서 군인과 마을 사람 모두 배불리 먹었다.

이것이 이야기이다. 내가 일단 뭔가 만들어 일을 시작하고, 결과가 아주 멋질 것임을 보여주면, 사람들이 재료를 조금씩 던져주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The Stone Soup (출처: http://www.storiesofwisdom.com)
The Stone Soup (출처: http://www.storiesofwisdom.com)

재미도 있지만 정말 의미가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일의 범위가 커질수록 내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야 한다. 일을 분할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편리하게 나누어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미국 회사에서처럼,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있는가’ 보다,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influence)을 발휘하고 있는가’가 리더십의 기준인 경우에는 이런 능력이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나의 역할인 ‘프로덕트 매니저’의 경우엔 더 그러하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엔지니어들과 함께 일하지만 엔지니어링 팀을 관리하지는 않는다. 대신, 내가 ‘정말로 도움이 되는 사람’임을 증명하고, 팀에게 지시(order)하는 것이 아니라 팀을 이끄는(lead)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장면을 Stone soup 이야기보다 잘 묘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참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구글에서 “Stone soup”을 찾아봤다. 줄거리와 유래가 잘 정리된 위키피디아 페이지가 있었다. 포르투갈, 헝가리, 프랑스, 북유럽, 동유럽, 러시아에 각각 조금씩 변형된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북유럽 버전에서는 돌 대신 손톱을 넣고, 동유럽 버전에서는 돌 대신 도끼를 넣는다고 한다. 조금 더 찾아보니 Stone soup 이야기를 아이들이 언제 들어도 좋아한다며, 이야기를 해준 후에 아이들이 가져온 재료를 조금씩 모아 국을 끓인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도 찾았다.

자신이 가진 것이 없어도, 자기가 첫 발음을 내딛어서 먼저 보여준 후에 사람들의 도움을 잘 활용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다는 교훈.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항상 일어난다. 그리고 나서 생각해봤다. 내가 어렸을 때 자라면서 들은 이야기 중에 이런 ‘경영 관념’을 가르쳐준 것이 있었던가?

나는 어렸을 때 전래 동화를 참 좋아했다. 선녀와 나뭇군, 주인을 구한 개, 우렁이 색시, 효성스러운 호랑이, 은혜갚은 까치, 말안듣는 청개구리, … 이러한 전래 동화들에서 공통적으로 흐르는 덕목은 충, 효, 예, 인, 지, 그리고 정직이다. 그러고 보니 모두 유교에서 강조하는 덕목들이지만 경영 관념과는 거리가 있다. 또한, 토끼와 거북이, 개미와 배짱이, 늑대와 양치기 소년,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등의 이솝 우화도 좋아했다. 선과 악이 대립되어 선이 이기는 이야기, 고난과 고통을 겪고 영웅이 되는 이야기도 많았다. 그러나 Stone soup과 같은 이야기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렸을 때 “Stone soup”의 개념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내 아이에게도 이 이야기를 꼭 해줘야겠다. (4주 전에 첫 딸이 태어났습니다!)

존 가드너의 한 단어 격언 (One-word Maxim)

백산씨의 블로그를 통해 존 가드너(John Gardner)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사서 지난 주말에 읽어보았다. 블로그에서 번역해서 소개했던 Personal Renewal이란 글은 내용이 너무 좋아 몇몇 사람들에게 이메일로 원문을 보냈고, How To Tell You’ve Grown Up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 번역) 역시 내용이 참 좋았는데, 책을 읽은 지 일주일이 지나 계속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았던 것은 The Fourth Maxim(네 번째 격언)이라는 짧은 글이었다.

교육가로, 그리고 정부 고위 공무원으로 이름을 날렸던 존 가드너는 많은  글과 책을 남겼고 강연도 무척 많이 했는데, 오랜 기간동안 격언(proverbs)를 많이 모았다고 한다. 아마 글을 쓸 때나 연설할 때 많이 인용을 했기 때문인 듯하다. 어느 날, 짧은 격언들이 주는 매력에 매료되어 네 단어, 세 단어짜리 격언들을 모아봤다고 한다. 아래에 인용한다.

네 단어 격언은 주로 대조법을 사용한다.

  • Soon ripe, soon rotton (빨리 익으면 쉽게 썩는다)
  • Easy come, easy go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는다)
  • Young saint, old sinner (나이가 들면 죄가 많아진다?)

세 단어 격언은 별로 없지만 아주 오래된 것들이 많다.

  • Misery loves company (불행한 사람들은 남도 불행해지길 바란다)
  • Love is blind (사랑은 눈을 멀게 한다)
  • Make haste slowly (급할수록 꼼꼼히)
  • Que sera, sera (될대로 되라?)

두 단어 격언도 있다.

  • Power corrupts (권력은 부패한다)
  • Tempus fugit (Time flies. 시간은 날아간다)
  • Know thyself (자신을 알라)

한 단어 격언은 없을까? 그 때부터 가드너는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Health(건강), Fortune(부), Honor(영예), Veritas(진리)와 같은 좋은 단어들이 있기는 하지만 격언으로서의 가치는 없다. 단어 하나만으로 어떤 가치 전체가 전달되어야 한다.

“서기 2500년을 사는 젊은이에게 단 한 단어만 이용해서 조언해줄 수 있다면 어떤 단어가 될까?”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해 보았다고 한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손꼽은 단어는 무엇이었을까?

책을 여기까지 읽었을 때, 나도 한 번 생각을 해보았다. 하나의 단어로 교훈을 전달할 수 있다면 무슨 단어일까? Make? Inspire? Give? Trust? Lead?

가장 많은 사람들이 꼽은 단어는 다음 세 개로 좁혀졌다고 한다. 그 중 첫째는 다음 단어였다.

“Live!”

아! 이 단어를 보고 감탄했다. 이렇게 함축적으로 모든 것을 하나에 담은 단어가 있을까? 우리가 태어나서, 죽기 전까지 하는 모든 활동, 결국 “Live”를 위한 것이고, “Live”를 잘 하기 위한 것이다. 이 단어에 붙은 느낌표가 색다를 느낌을 준다. 마치 ‘제대로 살아라!’고 외치는 것처럼.

두 번째는 무엇이었을까?

“Learn”

이 단어가 Top 3 중 하나로 꼽혔다는 것이 의외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난 정말 많이 공감했다. Live를 잘 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Learn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암기식으로 공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배우고, 다른 사람에게서 배우고, 실패를 통해서 배우는 모든 과정이 Learn이다. 얼마전 Bay Area K Group 정기 총회를 주최하면서 키노트 스피커로 조나단 리(Jonathan Lee)를 초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지난 26년동안 회사를 7개 만들고, 다른 회사에 투자하고, 지금 전체 직원 수가 600명에 달하는 두 개의 회사를 운영하면서 지금 가장 집중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명령하는 것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것도 아닌 ‘배우는 것’이라고 했다. 철학을 배우고, 심리학을 배우고, 인류학을 배우고. 얼마전에 또 뵈었던, 한국에서 과학계 여성들의 권익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계신 한 의대 교수님은 ‘사람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하시더니, 사람은 ‘배우는 존재다’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했다.

인생의 목적이 배우는 것은 아니겠지만, ‘배움’이라는 것이 정말 큰 부분을 차지함은 부인할 수 없다. 꼭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뭔가를 배우는 것은 그 자체로 즐거움을 제공한다. 누군가를 만나 대화하며 즐거움을 느끼고, 신문을 통해 새로운 소식을 접하고, 유명한 사람의 강연을 들으며 깨달음과 용기를 얻는 것. 그 모든 것은 결국 배움의 과정이다. 아기는 태어나서 첫 몇 달동안 소위 ‘폭풍 지식 흡입’을 한다. 어린 아이가 거의 쓸모 없을 만큼 무능력한 채로 태어나는 이유는 대뇌가 더 발달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다큐멘터리에서 들은 적이 있다. 동물은 살아남기 위해 유전자에 프로그램된대로 먹이를 찾아 해메고 포식자를 피해다니지만,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 배운다.

가드너가 세 번째로 꼽은 것은?

“Love!”

Top 3에 충분히 들어갈 가치가 있는 단어이다. 사랑하고, 사랑받기. 가족에 대한, 친구에 대한, 연인에 대한 모든 종류의 사랑. 사랑은 다른 여러 가지 행동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 다음은 의견이 엇갈렸다고 하는데, 가드너는 다음과 같은 단어들을 선택했다.

“Think”

“Give”

“Laugh”

“Aspire”

단순한 Try  보다는 “Try for something better (더 나은 것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는 어감을 주는 Aspire를 선택했다고 하는데, 그러고보니 이 단어가 참 정감이 간다.

사람마다 우선순위는 다를 것이다. 나는 첫 번째 세 단어의 순서에 공감이 가고, 그 다음에는 Aspire, Give, Think, Laugh 순으로 중요한 것 같다.

당신이 500년 후의 누군가에게 한 단어의 교훈을 전달한다면, 어떤 단어를 선택하겠는가?

2012년 블로그 결산

오늘은 2012년의 마지막 날이다(한국 시간으로는 2013년의 시작). 어제 WordPress로부터 ‘Annual Report’를 받았다. 작년에도 비슷한 보고서를 받았는데, 올해는 훨씬 발전된 모습이다. 업데이트 속도가 더 빨라지고, 더 편리해지고, 더 기능이 많아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워드프레스가 약 2년 전부터 유료화 정책을 적극 시행해서 프리미엄 서비스를 열심히 홍보하더니, 그게 확실히 효과가 있었나보다. 워드프레스는 기본적으로 무료 블로깅 플랫폼이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무료로 쓰고 있지만 나는 이런 저런 프리미엄 서비스들을 쓰다 보니 매년 100달러가 넘는 돈을 내고 있는데, 좋은 서비스에 돈을 내면 그 가치가 나에게 돌아온다는 생각이 확실히 든다 (아직 에버노트와 드랍박스를 무료로 쓰고 있는데, 항상 빚진 느낌이다).

리포트에 따르면, 올 한 해동안 36만 뷰 정도가 나왔다. 대략 그 중 3분의 2가 고유 방문자(unique visitor)이니, 24만 정도가 고유 방문이다. 같은 사람이 여러 번 방문하는 경우도 많이 있을테니, 사람 숫자로는 8만명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8만 명이라니, 생각해보면 아찔한 숫자이다. 매년 5만 5천명이 리히텐슈타인(Liechtenstein)을 방문하는데, 내 블로그 방문자만큼 되려면 7년이 걸린다며 유럽의 작은 나라보다 더 방문자가 많다고 알려준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 날은 2012년 11월 12일. ‘스토리가 중요한 이유‘를 포스팅한 날.

숫자로 보는 블로그의 한 해 성과. 26개 새 글
숫자로 보는 블로그의 한 해 성과. 26개 새 글, 36만 방문.

2012년에 가장 많이 읽힌 글은 아래 다섯 개이다.

  1. 한국 인터넷에서 잘못 끼워진 첫 단추, 그 이름은 네이버 (NAVER)
  2. 내가 영어 공부한 방법
  3. MBA를 준비하는 분들께 드리는 글
  4. 프로덕트 매니저(Product Manager)란?
  5. 스토리가 중요한 이유

사실 이 중 몇 개는 쓴지가 좀 된 글인데 아직도 방문 수가 높다. 첫 번째네이버‘ 글은 블로그 처음 시작할 때 즈음에 쓴 건데 아직도 이렇게 조회수가 높다는 게 좀 의아하다. 이 글을 일부러 찾아온다기 보다는 구글에서 ‘네이버’를 검색했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읽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네이버에서 ‘네이버’로 검색해서는 이 글을 찾을 수 없다).

구글에서 '네이버'로 검색하면, 네이버 관련 글 두 개가 두 번째 페이지에 뜬다'
구글에서 ‘네이버’로 검색하면, 네이버 관련 글 두 개가 두 번째 페이지에 뜬다’

어쨌든, 이 글 덕분에 새로 유입되는 방문자가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올해 8월에 ‘네이버 뉴스캐스트의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하나 더 썼다. 나 말고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문제고, 네이버 측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던지, 그 글을 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언론사들이 제목만 자극적으로 편집해서 경쟁하는 뉴스캐스트 방식을 없애고, 2013년 1월 1일 부터는 언론사 페이지를 직접 보여주는 ‘뉴스 스탠드’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오늘 들어가보니 뉴스 캐스트와 병행해서 뉴스 스탠드가 나타나고 있다. 여전히 트래픽을 끌어오기 위한 ‘충격’, ‘뚝’, ‘알몸 시위’ 등의 자극적인 제목과 사진 위주라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뉴스캐스트에 비해서는 많은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네이버 '뉴스스탠드' 화면
네이버 ‘뉴스스탠드’ 화면

네이버와 언론사 이야기를 하면 또 말이 길어질 수 있으니 이 정도로 줄이기로 하자.

두 번째로 많이 읽힌 글은 ‘내가 영어 공부한 방법‘이다. 이 글을 포스팅하고 나서 ‘영어 공부’라는 주제에 대해 관심이 생각보다 높다는 것을 알게 되어 ‘TED 영상으로 영어 액센트 연습하기‘란 글을 하나 더 포스팅했었다. 영어 교육 사업은 거의 망하는 일이 없다더니, 영어는 누구에게나 골치거리인가보다.

올해 세 번째로 조회수가 높았던 글은 ‘MBA를 준비하는 분들께 드리는 글‘이었는데, 그동안 후배들에게 MBA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아 한 번 정리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쓴 글이었다. 요즈음에 한국에서도 좋은 MBA 과정이 많이 생겨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MBA는 대개의 경우 유학을 의미하므로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접근하게 되기 쉽다. 나 역시 ‘따뜻한 봄, 넓은 대학 캠퍼스의 푸른 잔디에 누워서 책을 읽고 친구들과 토론하는’ 환상을 가지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다. MBA를 생각하기 전에 비용, 영어 말하기/듣기 실력, 졸업 후 진로 등에 대해 좀 더 비판적으로 고민을 해 보고 나서 결정을 해야 할 것 같다.

네 번째는 ‘프로덕트 매니저(Product Manager)란?‘이다. 올해 초에 썼던 글이다. 좀 드라이(dry)한 주제라 인기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공감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순위에 오른 글은 지난 달에 썼던 ‘스토리가 중요한 이유‘이다. ‘Tell to Win’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 감명을 받아 나만의 생각을 정리해본 것이다. 이 글을 쓴 날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고, 가장 많은 ‘Like’ (1000개 이상)를 받았다. 아마 내년에도 순위권에 오르지 않을까 한다.

워드프레스에서 보내 준 또 다른 자료는 방문한 나라별 순위인데, 총 127개국에서 방문을 했다. 물론 한국이 제일 많지만, 미국과 일본에서의 방문도 꽤 된다. 아프리카나 남미의 나라들도 약간씩 보인다.

총 127개국에서 방문했고, 한국, 미국, 일본 순으로 많았다.
총 127개국에서 방문했고, 한국, 미국, 일본 순으로 많았다.

블로그를 쓰면서 느꼈던 보람을 지난번에도 한 번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올 한 해도 지인들을 비롯해 많은 분들로부터 격려와 감사 메시지를 받았고, 새로운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만약 지금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김창원 님이 제안하신대로 가벼운 마음으로 새 해에 블로깅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2013년에도 정성을 쏟은 글들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