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스타일 소고(小考)

싸이 강남 스타일로 한국과 미국이 난리다. 전에 제레미 린 센세이션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번엔 중국계 미국인이 아닌 한국인이 미국을 흔들었다.

지난 8월 28일,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강남 스타일을 배우고 싶다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남긴 것을 계기로 미국의 인기 토크쇼인 Ellen 쇼에 싸이가 등장해서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춤을 직접 가르쳐주었고(이 비디오는 하루만에 100만명 이상이 시청했으며 지금은 뷰가 천만이 넘었다), 오늘은 무려 6백만명이 보는 Today 쇼에 등장하면서 완전히 상승세를 탔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트윗: “이 비디오 너무 좋아요. 정말 재미있네요. 이 춤을 배워야 할 것 같은데요, 누가 가르쳐줄 수 있나요? 하하”

그 결과는 iTunes 전체 싱글 차트 1위. iTunes 뮤직 비디오에서 1위를 한 지는 꽤 지났지만, iTunes 싱글 차트 1위는 오늘이 처음이다. 미국에서 접속했는데 1위에 뜨는 것을 봐서 국가와 상관 없이 전체 1위를 한 것이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 오늘 아이튠스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놀랍다고밖에 할 수 없다. 이제 회사 동료들도 이 노래를 알고, MBA를 같이 다녔던 미국 친구들이 이 춤을 알고 있다.

혹자는 그 전에 엄청난 돈을 들여 미국 진출을 시도하던 K팝 스타들이 실패한 것을, 싸이가 마침내 돈 한푼 안쓰고 미국에서의 성공을 보여줬다고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내가 보기에 JYP의 원더 걸스는 아시아는 물론 미국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SM 엔터테인먼트의 소녀 시대및 슈퍼 주니어 역시 성공했다. 지난번 마운틴 뷰에서 구글 유투브와 MBC가 함께 기획했던 K팝 콘서트에 가서 엄청난 인기를 실감했었다. 그 큰 Shoreline Amphitheater 공연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며 K팝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처럼 CNN, WSJ에 등장할 만큼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K팝은 오랜 기간 동안 미국 사람들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특히 지난번 ValleyInside에 썼던 ‘한국 문화 전도사’ 스테파니 파커와의 인터뷰에서 볼 수 있듯 미국에 한국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 도움이 되었다. 주변 한국 친구들의 권유로 한국 노래와 드라마를 접하게 되고, 거기에 빠지고, 그래서 지금은 K팝 전도사가 되었다는 스토리이다.

이러한 K팝 인기에 한 몫을 더한 것은 한국 드라마이다. 얼마 전 회사 식당에 갔더니 Korean Rice Bowl이라는 메뉴가 새로 생겼길래 셰프에게 물어봤더니 자기가 만든 메뉴라고 했다. 웬일인가 하면, 와이프가 한국 드라마를 워낙 좋아해서 옆에서 같이 보다가 한국 음식 및 문화에 관심이 생겼고, 그래서 나름대로 메뉴를 만들어봤다고 한다. (미국에 있으면서 ‘와이프가 한국 드라마의 열렬한 팬이다.’는 말을 참 많이 듣는다.) 비빔밥 같기도 하면서 아닌 것이 좀 독특한 맛을 내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 “Korean Rice Bowl” 앞에는 매번 사람들이 줄을 서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K팝과 한국 드라마의 인기에 큰 도움을 주고 팬들이 한 곳에 모일 수 있게 해준 것은 커뮤니티 사이트들이다. 그 중 한국계 미국인 Susan Kang이 만든, 2011년에 엔써즈에 인수된 Soompi.com이 대표적이다. 무려 1998년에 처음 생긴 웹사이트이며, K팝을 좋아하는 전 세계 팬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140만명의 팬이 있다. AllKPop도 엄청난 인기다. 페이스북 페이지의 팬이 155만명이나 된다. 한국 드라마를 자신의 언어로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호창성 대표가 만든 Viki가 있다. Viki 페이스북 페이지의 팬은 무려 460만명이다.

K팝 커뮤니티, Soompi.com의 첫 화면

크로싱 더 캐즘(Crossing the chasm)등에도 등장하듯이, 이노베이터(Innovator)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가 대중에게 파고들려면 팔로워(Follower)들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K팝은 그동안 이러한 팔로워들을 엄청나게 모아둔 상태였다.

캐즘 이론

그 때 싸이가 등장했다. 자신의 노래가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 것이라는 것은 예상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은 채.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매우 잘 만든 뮤직 비디오이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요소를 갖추었기에 이렇게 전 세계 사람들의 인기를 끌고 빠르게 미국의 메인 스트림에 침투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투자하고 구축해놓은 인프라와 팬 베이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2000년에는 믿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당연하게 된 사실들

“2000년에는 믿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당연하게 된 사실들은 무엇일까?”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Quora. 페이스북의 초기 멤버이자 CTO였던 Adam D’Angela가 2009년에 만든 ‘지식인’ 사이트이다. 아담은 당시 Quora를 만들게 된 계기를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We thought that Q & A is one of those areas on the internet where there are a lot of sites, but no one had come along and built something that was really good yet. (Q&A 사이트는 인터넷에 정말 많지만, 그 누구도 정말 제대로 된 걸 만든 적이 없어요.)

그가 말한대로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한 Q&A 사이트는 정말로 많았다. 각 분야별로 특화된 웹사이트들이 있었고 사람들은 특별한 불만 없이 쓰고 있었다.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화된 지식은 Wikipedia가 채워주고 있었다. 게다가, 그 전에 구글이 Knol이라는 Q&A 사이트를 만들었다가 보기 좋게 실패한 사례가 있었다 (이 서비스는 결국 2012년 5월에 문을 닫았다). 한편 야후가 만든 Q&A 사이트인 Yahoo! Answers는 그럭저럭 운영되고 있지만 수준 낮은 정보들로 점차 채워지면서 사람들에게 외면당한 상태였다.

그래도, 그는 Quora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랍다. 벤치마크 캐피털, 피터 띠엘 등으로부터 지금까지 $61 million (약 700억원)의 펀딩을 받았으며, 창업한 지 2년만인 2012년 5월에 $400 million (4,400억원)의 회사 가치가 메겨졌다. 포브스지는 Quora에 올라온 질문/답변을 추려서 보여주는데 몇몇 글들은 상당히 인기가 있다. Quora에 몇 명의 회원이 등록되어 있고, 현재 active user 수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KISSmetrics에 올라온 인포그래픽에 따르면 첫 1년동안 무려 37,000% 성장을 했고, 2011년 1월 기준으로 회원 수는 50만명이 넘었다.

Quora 회원 수 성장 곡선 (출처: KISSmetrics)

단순 회원수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안에 얼마나 유용한 정보가 들어있는가이다. Quora에 일부러 들어가진 않지만, 가끔 Quora에서 보내주는 뉴스레터에서 흥미로운 질문이 있으면 들어가서 읽어보곤 하는데, 정말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이 많다. 누군가의 질문에 그토록 정성을 들여 답하는 사람도 대단하고, 그런 사람들이 기꺼이 시간을 쓰도록 동기 부여(incentivize)를 하는 Quora 투표 시스템의 위력도 놀랍다. 그동안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몇 가지 글은 아래와 같다.

1. Gilt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 그들은 어떻게 돈을 벌고 얼마나 이윤을 내는가?

Quora에서 내가 가장 처음 읽었던 글인 것 같다. 이걸 보고 깜짝 놀랐다. 들어가서 보면 놀랄 것이다. 누군가가 엄청난 정성을 들여 그래프까지 그리면서 Gilt의 사업 모델을 설명했고, 이를 읽어보면 겉보기에 이해가 안되는 그들의 사업 모델을 이해할 수 있다. 지금까지 그 답변은 1157개의 표를 얻었다.

2. 구글, 페이스북, 애플, MS의 프로덕트 매니저의 역할은 어떻게 다른가?

이 질문에 대해 Quora의 창업자인 Adam D’Angello가 직접 답변을 달았다. 애플의 PM은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에 집중하는 반면, 구글의 PM은 와이어프레임(Wireframe)을 그려준다고 들었다고 한다.

3. 상위 1%의 프로덕트 매니저가 상위 10%의 프로덕트 매니저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1693개의 투표를 얻은 한 아마존 프로덕트 매니저가 쓴 글은 나한테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3. 좋은 Conversion Optimization (웹사이트 방문자를 고객으로 만드는 것) 전략은 무엇인가?

Andy Johns의 답변이 도움이 많이 되었는데, conversion optimization에 대해 이렇게 잘 정리한 글은 다른 전문 블로그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4. 항공기 조종석에 있는 온갖 장치들은 어디에 쓰는 것인가?

이건 사실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누군가 시뮬레이터의 사진까지 포함시켜 보잉 737 항공기 조종석에 있는 온갖 장치들을 엄청나게 상세하게 답한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개인 항공기 조종사(Private Pilot)인 Tim Morgan의 답변은 아래와 같이 시작한다.

All of them?  If you’re talking about a commercial airliner, then there’s hundreds and hundreds.  There are big, fat manuals describing what they all do.  But, since you asked, buckle up. (전부 다 말입니까? 상업용 항공기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수백가지입니다. 그걸 일일이 설명한 두껍고 뚱뚱한 매뉴얼이 있죠. 어쨌든 물어보셨으니 안전 벨트를 메세요.)

그리고 나서 각 장치를 설명하는 ‘엄청나게’ 긴 글이 시작된다.

5. 사람들이 평소에 잘 듣지 못하는 인생의 중요한 교훈은 무엇인가?

다양한 사람들이 이 질문에 대해 대답했는데, 몇 가지 내 눈에 들어왔던 건 아래와 같다.

  • Marry your best friend 가장 친한 친구와 결혼하라
  • Don’t try to be a “grown up” 어른이 되려 하지 말고 항상 재미를 누려라
  • Don’t stop learning: 배우지 않는다면 남에게 질 것이다
  • If you’re not failing, you’re doing it wrong. 실패하지 않는다면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 Time passes by a lot faster than you’d think 시간은 당신 생각보다 빨리 지나간다
  • The key to happiness is BUILDING stuff, not GETTING stuff. 행복의 비결은 얻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에 있다
  • Flossing teeth is very important. 치실을 이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 Always take action on things. People regret inaction more than action. 항상 행동을 해라. 사람들은 행동해서 후회하기 보다는 행동하지 않아서 후회한다.

6. 에버노트 CEO인 필 리빈(Phil Libin)은 어떻게 그의 에버노트를 정리하는가?

재미난 질문인데, 이 질문에 대해 필 리빈이 직접 상세하게 답변을 달았다. 물론, 그의 답변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7. 지금 회사를 그만두고 옮겨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구글과 Ooyala를 거쳐 현재 Quora에서 일하고 있는 한 엔지니어가 답변을 달았는데,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엔지니어의 시각이긴 하지만 이 질문이 관심이 간다면 한 번 읽어보시길

8. 항공기 조종사들이 말하지 않는 비밀은 무엇인가?

이것도 재미있다. 지역 항공사에 소속된 조종사들은 피자 배달부만큼 정도밖에 못번다는 것, 커피에 화학 물질이 있으므로 마시지 않는다는 것, 현재 위치를 항상 알지는 않는다는 것, 가끔 안전벨트 사인 끄는 것을 있는다는 것, 그리고 총을 소지하기도 한다는 것.

9. 멍청한 사람들이 똑똑하게 보이고 싶을 때 이용하는 트릭은 무엇인가?

답변 중 포브스지의 한 기사를 따온 것이 있는데, 재미있는 비즈니스 영어 표현이 많이 등장하므로 한 번 읽어보면 도움이 된다.

10. 2000년에는 믿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미국에서 당연하게 된 사실들은 무엇일까?

서론이 길었는데,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들이 너무 재미있어 이 글을 시작했다. 이 질문 역시 다양한 사람들이 답을 달았는데, 아래는 그 중 재미있었던 10가지이다. 미국의 상황에 한정된 답변이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1. The US would elect a black president. 미국이 흑인을 대통령으로 선출하게 된다는 것 것
  2. We put a nuclear robot on mars, and it’s shooting lasers at things. 우리가 화성에 핵 로봇을 착륙시켰고, 그 로봇이 레이저를 쏘고 있다는 것
  3. The most pressing social issue in 2012 will be fought mostly over chicken sandwiches: ‘Chick-fil-A’라는 미국 레스토랑 체인의 COO가 동성 결혼을 반대한다고 해서 지난 여름동안 동성간 결혼을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성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사며 2012년의 가장 큰 사회적 이슈가 되리라는 것
  4. Smartphones: half the US carries the freakin’ Internet in their pocket. Back in 2000, this was the coolest in mobile tech: (Nokia flip phone) 미국 사람들의 절반이 주머니 속에 인터넷을 넣고 다닌다는 것. 2000년에는 노키아 플립폰이 가장 쿨했다.
  5. The most successful golfer would become a black guy (Tiger), the most successful rapper a white guy (Eminem). Albeit not for long. 가장 성공적인 골퍼가 흑인이 되고(타이거 우즈), 가장 성공적인 래퍼(rapper)가 백인(에미넴)이 되리라는 것
  6. Google would turn from a 40 employee startup [2] to a global verb. 당시 직원 40명짜리 회사(구글)가 전 세계 사람들의 브랜드가 되리라는 것
  7. The US would come within hours of defaulting on their 14 trillion dollar national debt. In 2000 the US was running a record surplus. 미국이 무려 14조 달러의 빚을 진 나라가 되리라는 것
  8. Apple would recover from near bankruptcy to become the most valued company on Earth; ultimately over twice that of Microsoft. 애플이 파산 직전에서 지구상 가장 가치 있는 회사로 성장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두 배 가치로 올라서리라는 것
  9. Microsoft Windows and Internet Explorer would be losing their format wars.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즈와 인터넷 익스플로러 표준화 전쟁에서 지리라는 것
  10. Michael Jackson and Steve Jobs would be taken from us far too soon. 마이클 잭슨과 스티브 잡스가 그렇게 빨리 우리 곁을 떠나리라리라는 것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지만, 10년 전에 당신에게 물어봤으면 믿기 힘들었을 사실은 무엇인가?

안철수 룸살롱 급상승 검색어 사건과 네이버 뉴스캐스트의 문제점

처음 이 블로그를 만들었을 때는 제목이 그냥 Sungmoon’s Blog였고, 내가 느끼는 대로 생각을 정리해서 쓰곤 했다. 그러나 블로그 이름을 ‘실리콘밸리 이야기’로 바꾸고 나서부터는 실리콘밸리와 별 상관 없는 이야기를 쓰기가 웬지 부담스러워졌고, 그런 내용은 구글 플러스에 짧게 공유하거나 정말 길게 할 말이 있을 때만 이 블로그에 쓰게 되었다. 하지만, ValleyInside와는 달리 이건 내 개인 블로그가 아닌가. “실리콘밸리에 사는 조성문의 이야기”. 그거면 제목을 만족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부담없이 써봐야겠다. 이 글은 ‘실리콘밸리와 상관 없는 이야기’이다. 앞으로도 실리콘밸리나 IT와 별로 상관 없지만 공유하고 싶은 생각들을 여기에 써보려고 한다. 결국 남들을 의식하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할 때 진심이 나오는 것이고, 그럴 때 글도 술술 잘 써지는 것이니까.

때아닌 여름 감기로 고생하다가 며칠만에 TechCrunchTechNeedle, 트위터를 확인했다. 이렇게 오랜만에 소식을 쭉 접할 때면 트위터 타임라인을 살펴보는 것이 효율적이고, 내 타임라인에서 꽤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임정욱(에스티마)님의 트윗을 살펴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미국에 사는 덕분에 따로 몇 번 뵈었고, 얼마 전에도 점심 식사를 같이 했는데, 바쁜 와중에도 거의 매일 수많은 기사와 트윗들을 읽고 유용한 정보를 필터링하여 제공해주시는 것을 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스탠포드의 스타트업 액셀러에이터인 StarX가 Kauffman으로부터 무려 80만 달러의 그랜트를 받았다는 기사를 보고, Kauffman과 같이 훌륭한 비전을 가진 단체에 계속해서 돈이 지원되고, 그런 돈으로 이런 좋은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이라는 나라의 강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WhatsApp 하루 메시지 전송 건수가 10 billion을 돌파했다는 기사를 보고 나만 WhatsApp을 열심히 쓰는 것이 아니구나 싶었다. 또, 페이스북이 iOS 전용 앱을 아예 다시 만들어 출시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반가워 바로 업데이트했다. iPhone 4에서 그동안 페이스북 앱을 쓰려니 너무 느려서 속이 터졌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에는 HTML로 만들어졌고 겉만 껍데기를 씌운 형태였다. 많은 사람들이 HTML이 모바일 앱의 미래라고들 하는데, 나는 HTML(+JavaScript)로 만들어진 모바일 앱을 써 보면 영 느리고 불편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에 관해서는 예전에 앱과 웹에 대해 조사해보고 내 생각을 정리한 적이 있다. 한편, 트윗이 너무 재미있어 얼마 전부터 팔로우하기 시작한 김정은의 패러디 계정이 팔로워 170만명을 돌파했다는 트윗도 있었다. 가끔씩 트위터 보면서 웃고 싶다면 한 번 팔로우 해보시길.

그 외에도 눈길을 끄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 것은 단연 안철수 룸살롱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사건삼성-애플 소송에서 애플이 압승한 소식이었다.

안철수 룸살롱 사건은 사실 구체적으로 다 살펴본 것은 아니고, 안철수가 출연했다는 무릎팍 도사를 본 것도 아니어서 사건의 전말을 다 알지는 못하고, 이게 왜 그렇게 화제가 될 만한 내용인지도 이해가 안되지만, 이로 인해 네이버가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검색 결과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네이버 직원이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콘돔’이 언급되었고, 이로 인해 사건이 더 커지는 바람에 결국 네이버 김상헌 대표가 직접 해명하는 글을 올렸다는 내용을 보았다. 해명의 내용을 보니 어떤 알고리즘으로 운영하고 있고,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이해가 되었지만, 한 가지 갸우뚱하게 만든  단락이 있었다.

오늘 일을 계기로, 관련 부서와 다각도로 정책을 검토한 결과, 청유어의 검색에 대한 성인 인증은 현행과 같이 계속 유지하되, 관련된 ‘뉴스 기사’는 성인 인증과 상관없이 검색 결과로 노출되도록 개편을 하려고 합니다. 생각해 보면, 뉴스 자체를 청유물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고, 무엇보다 뉴스는 취재와 데스킹이 있는, 가장 기본적으로 신뢰할 만한 콘텐츠이기 때문입니다. (김상헌 대표의 글. 출처: 네이버 다이어리)

과연 그런가? ‘뉴스가 가장 신뢰할만한 콘텐츠’인가? 물론 내가 좋아하는 매일 경제, 머니투데이 등을 비롯해서 주요 일간지의 많은 기사들에는 신뢰할 수 있는 좋은 기사가 많다. 하지만 네이버가 검색해서 보여주고, 첫 화면에 ‘뉴스’로 띄우는 기사들이 모두 정말 신뢰할만한 콘텐츠인지는 좀 의아한 생각이 든다. 신뢰성이나 사실성보다는 ‘클릭수’에 초점을 맞춘 제목과 기사들이기 때문이다. 아래는 방금 캡쳐한 네이버 뉴스캐스트의 ‘톱 뉴스’ 섹션이다. 여기에 인용된 데일리안, OSEN, 마이데일리, 스포탈 코리아.. 이들은 네이버가 인정한 ‘신뢰할만한 컨텐츠를 제공하는 언론’이다.

네이버 뉴스캐스트

난 사실 이 ‘언론사’들에 대해 대해 잘 모르고 그 설립 배경도 모르지만, 기사를 클릭해서 들어가보면 도저히 그런 신뢰할만한 곳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네이버 뉴스캐스트를 통해 들어간 OSEN의 초기 화면. 광고 대행사인지 언론사인지 알 수가 없다.
‘마이데일리’의 초기 화면. 신뢰할만한 컨텐츠? 그나저나, 오른쪽 ‘개기름과 피지’ 광고는 정말 혐오스럽다.

이러한 뉴스캐스트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머니투데이 윤미경 부장기자가 2011년 초에 한 마디 한 적이 있다 (아래)

이는 뉴스캐스트 선정 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선정기준이 수시로 바뀌는데다 평가항목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어떤 언론사에는 가입조건이 ‘설립 5년 이상’이라고 했다가 어떤 언론사에는 ‘설립 1년 이상’이라고 했다. 그런데 설립 1년도 안된 언론사가 뉴스캐스트에 포함되는 사례가 발생하자 언론사들은 네이버 뉴스캐스트 선정기준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NHN은 “뉴스캐스트는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선정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식으로 심사위원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렸다.

네이버 뉴스캐스트는 올 2월 또다시 개편됐다. 뉴스캐스트에서 노출되는 기사수가 6개에서 9개로 늘어나면서 네이버 초기화면에는 선정적인 제목의 뉴스가 더 넘쳐난다. 이런 기사가 ‘오픈캐스트’ ‘테마캐스트’로 또다시 포장돼 유통되고 있으니 말초적 기사는 비단 뉴스캐스트에서 끝나지 않고 있다. 이것이 하루 17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네이버의 현재 모습이다.

내가 네이버를 쓰기 싫어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이 뉴스캐스트이다. 도무지 읽을 가치가 없는 엉뚱한 기사들로 내 시간을 낭비하게 하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신문사 하나를 정해 놓고 들어가면 대부분 주요 소식은 다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신문사들간의 편집 방향의 차이도 알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신문사 둘은 Wall Street Journal과 The New York Times이다. 이 두 신문사는 색깔이 분명이 다르고, 기사의 품질도 다르다. 그런데 네이버 뉴스캐스트처럼 이렇게 조각 기사만 화면에 보여주면, 언론사간의 차별성이 사라지고, 자극적 제목만 남게 된다. 주요 일간지의 기자가 되는 것과 신변 잡기 언론사의 기자가 되는 것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고, 따라서 그런 차이가 나는 사람들이 쓰는 기사의 품질에도 차이가 있는데, 네이버 뉴스캐스트 때문에 그 모든 신문사들이 같은 선상에 놓이고 말았다. 기사의 품질보다는 자극적인 제목을 얼마나 잘 다느냐에 기자의 경쟁력이 달려 있으니 이 얼마나 개탄할 상황인가.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주요 언론사의 기자가 된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 대해 얼마나 답답해하고 있을까 싶다.

이야기가 뉴스캐스트쪽으로 샜는데, 이왕 샌 김에 네이버에서 검색 결과를 카테고리별로 보여주는 유저 인터페이스에 대해서도 하나 지적해보고 싶다. 이런 카테고리방식 결과가 예전에는 참 편리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참 안좋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내 블로그에서 ‘내가 영어공부한 방법‘이 지속적으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기에 ‘영어 공부’라는 키워드로 한 번 검색해봤다. ‘영어 공부’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이 뭘까? 영어 공부를 도와주는 사이트를 알고 싶거나, 영어 공부를 잘 하는 노하우를 알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네이버에서 검색해 보았다. 네이버는 카테고리별로 보여준다. 프리미엄 링크, 파워 링크, 비즈사이트, 지식iN, 뉴스, 동영상, 책, 이미지, 전문 정보, 웹문서, 뉴스 라이브러리, 지식쇼핑, 지식백과, 지도 순서이다. 소위 ‘백화점식 나열’인데, 과연 이러한 유저 인터페이스가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가 싶다. 첫째, 이 중 절반이 광고이다 – 프리미엄 링크, 파워 링크, 비즈사이트, 책, 전문 정보, 지식 쇼핑. 이런 광고를 클릭하면 네이버가 돈을 번다. 둘째, 거의 관련이 없더라도 ‘카테고리’이기 때문에 검색 결과에 나오는 것들이 많다. 이제,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섹션. 이건 모두 광고다. 학원에 등록하고 싶은 것이 아니면 그냥 넘어가자.
둘째 섹션. 이것도 광고다. 파워 링크와 비즈사이트의 차이는 아무리 봐도 알 수가 없다.
세 번째 섹션은 지식iN이다. 광고보다는 좀 더 관련이 있어보여 좋다. 그러나 이게 영어 공부와 관련된 과연 가장 좋은 정보일까? 조회수가 6밖에 안되는 글이 14분 전에 올라왔다는 이유만으로 첫 번째 결과로 떴다. 네 번째 글은 클릭해서 확인해보니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올린 질문이다. 답글은 다른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달아놓았다. 이것이 과연 내가 원하는 정보일까?
넷째 섹션은 뉴스 검색 화면이다. 김아중이 영어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는 소식이 화제다. 과연 이게 내가 알고 싶었던 정보일까? 그리고, 검색 결과에서 네 번째 섹션에 놓을 만큼 중요한 정보일까? 김아중 소식이 궁금했으면 ‘김아중’ 또는 ‘김아중 미국’으로 검색하지 않았을까?
다섯 번째 섹션은 동영상이다. 약간 관련이 있는 것 같긴 한데, 유독 ‘네이버 블로그와 네이버 tvcast’만 검색 결과에 보인다.
여섯 번째 섹션은 책 검색 결과인데, 내가 보기엔 그냥 광고다. 100% 네이버 사이트로 링크가 걸려 있다. 책을 사고 싶었다면 애초에 yes24나 알라딘 사이트에 갔을 것이다.
일곱 번째 섹션은 이미지이다. 이것이야말로 정말로 검색 키워드와 관련이 없다. 세 번째에 있는 ‘기성용 &quot’는 왜 검색 결과에 나온 것일까?
여덟 번째 섹션. 이것도 그냥 광고다. 과연 누가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이런 리포트나 독후감을 돈 주고 살까 싶다.
아홉 번째. 책 본문 검색인데, 2006년에 출간된 책이 보이고, 세 번째 결과인 ‘죽이는 한마디’는 영어 공부와 무슨 관련이 있는 책인지 모르겠다.
열번째. ‘마침내!’ 웹사이트가 검색 결과에 떴다. 그러나… 다섯 개 결과 중 네 개가 cafe24.com에서 왔다. 웹에는 cafe24밖에 없나? 들어가보면 내용도 참 시시하다. 두 번째 결과인 ‘신채호 선생 기념관’은 웬 건지 모르겠다. ‘검색 사이트’가 보여주는 결과라고 하기에는 너무 처참하다.
열 한번째. 1955년, 1973년의 기사가 왜 검색 결과에 뜨는지 알 수가 없다. 클릭해보면 모두 네이버 자체 서비스로 연결되는데, 페이지 뷰를 늘리기 위한 것일까?
열 두번째. 다시 광고가 떴다. ‘토이컴퍼니’, ‘버블팝’, ‘G마켓’에서 파는 몇 천원짜리 시시한 물건들이 영어 공부에 관련 있는 상품으로 나와 있다.
열 세번째는 지식 백과인데, 역시 관련성이 거의 없다.
마지막 섹션은 지도이다. 관련이 있는가? 영어 학원을 찾고 싶었다면 ‘영어 공부’가 아니라 ‘영어 학원’을 검색하지 않았을까?

여기까지 총 12개의 섹션. 긴 페이지의 맨 끝까지 내려왔지만 그다지 쓸모 있는 정보는 없었다. 이상하게도 ‘블로그’는 카테고리에서 빠져 있다. 원래 검색 결과 상단에 거의 항상 뜨는 것이 네이버 블로그인데,  ‘영어 공부’라는 키워드에는 블로그가 별로 유용한 내용을 제공해주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일까? 카테고리별로 보여주는 이러한 검색 결과, 과연 최선인가? 이것이 과연 사용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유저 인터페이스인가, 아니면 네이버의 수익을 극대화해주는 유저 인터페이스인가 좀 의구심이 든다. 한편, Naver SE에서는 좀 더 효율적으로 보여주나 싶어서 거기서 찾아봤는데, 검색 결과에 유용한 정보가 없었다.

구글에서 ‘영어 공부’로 검색해봤다(Google.co.kr이 아닌 google.com을 이용했다. Google.co.kr의 검색 결과도 비슷하게 나오지만, 내가 보기엔 한글 검색도 Google.com을 이용하는 것이 검색 품질이 높다). 아래는 그 결과이다.

구글의 검색 결과 – 첫 번째 섹션. 광고가 하나 나오고,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웹사이트들이 그 다음으로 나온다.

첫 두 개의 링크를 클릭해서 들어가봤다. ‘영어 공부 추천사이트 20선‘. 들어가서 확인해보면 왜 이 사이트가 검색 결과 첫 번째에 나왔는지 알 수 있다. 영어 공부에 도움되는 사이트들을 정말 잘 정리해 놓았다. 두 번째 검색 결과는 유명한 고수민씨의 블로그이다. 들어가서 보면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하는 데’ 도움될만한 팁들이 정말 많이 있다.

두 번째 섹션은 이미지 검색 결과이다. 내가 찾는 정보와 별 관련은 없지만 영어 공부라는 검색어와는 관련이 많이 있어 보인다.
세 번째 섹션. 유투브 비디오가 두 개 있다.
네 번째 섹션. 아주 유용하게 보이는 정보가 많이 있다. 무료 podcast 목록이나 TED 활용도 그렇고, 뿌와쨔쨔의 사이트도 그렇고, 땡전 한푼.. 도 그렇다. 들어가보면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잘 정리해 놓았다.
마지막 섹션. 여기도 김아중 이야기가 나와 있다. 하지만 유용한 정보를 모두 위에서 보여준 이후이다.

여기까지 해서 구글 검색 결과의 첫 페이지가 끝이 난다. 검색 결과는 훨씬 짧지만 훨씬 더 유용하다. 왜 더 유용할까? ‘영어 공부’라는 키워드 위주로 검색해서 잡동사니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영어 공부’와 관련해서 정보를 가장 잘 정리해 둔 사이트를 우선해서 결과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구글이 사용하고 있는 PageRank라는 검색 알고리즘 때문인데, 작은 것 같아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큰 차이를 만든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두 검색 결과를 보며, 검색 회사가 가져야 할 원칙과 철학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시면 좋겠다. 난 네이버라는 회사에 대해 개인적 감정을 가질 이유도 없고, 아는 많은 사람들이 네이버에서 일하고 있거나 한때 거기서 일했었기에 이런 글을 쓸 때마다 조심스럽지만,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절약해주기보다는 불필요하게 낭비하도록 하는 뉴스캐스트와 카테고리별 검색 결과를 통해 네이버가 돈을 벌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이 글을 써봤다.

백악관 브리핑 행사에 다녀 와서

지난 6월 7일, 미국내 한인들을 위한 백악관 브리핑 행사에 다녀왔다. The White House Office of Public Engagement (OPE)의 도움을 받아 마이클 양과 권율 씨등이 보드 멤버로 있는 CKA(Council of Korean Americans)에서 주최하는 행사였는데, 나는 이 단체의 회장인 Michael Yang으로부터 초대를 받아, 실리콘밸리 한인 커뮤니티인 베이 에어리어 케이 그룹 (Bay Area K Group)의 대표로 가게 되었다.

Bay Area K Group의 대표로 참석

미국 전역에서 170명 정도가 참석했는데, 행사에 대한 내용은 “백악관, 한인만을 위한 첫 국정 브리핑“이라는 매일경제 기사에 잘 정리되어 있다. 백악관에서 미국에 있는 한국인들만을 위해 이런 브리핑을 하는 것이 처음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번 행사의 의미가 있었다. 몇 가지 느낀 점만 간략히 정리해 본다.

1. 한국의 위상

CKA의 회장이며, 이번 행사를 주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마이클 양(Michael Yang)의 인사말에 이어, 오바마 행정부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아시아인으로 인용되기도 하는 Chris Lu 대통령 보좌관의 발표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어제 밤에 말도 안되게 멋진 파티 ridiculously great party 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며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룬 업적들에 대해 간략히 발표했다. 백악관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의 새로운 서비스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는데, 자신은 6개월 전까지도 트위터를 몰랐지만 지금은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chrislu44 를 팔로우 해달라고도 했다.

이어서 미국 행정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등장해 현재 하고 있는 일과 앞으로의 방향 등을 이야기했는데, 미국 정부의 각 부처에서 일하고 있는 한인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 크리스 강(Chris Kang)은 오바마 대통령이 연방 법원 판사들을 선정하는 일을 돕고 있는데, 특히 최근 아시아인들을 많이 선정한 것이 고무적이라고 했다. 백악관 법률 고문으로 있는 고흥주(Herold Koh)씨도 패널리스트로 나왔는데, 유머 감각이 워낙 뛰어 나서 듣는 내내 즐거웠다. 아버지가 제주도 출신인데, 최근 만나는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에 대해 알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고 했다. 예일대 법대의 학장이었고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을 고객으로 둔 그는, 200명의 변호사를 포함한 350명의 직원들이 일하는 로펌의 대표이기도 하다.

이 날 오지는 않았지만 Lucy Koh도 유명하다. 한국인 여성으로서 최초로 미국 연방 법원의 판사 된 분인데 얼마 전 다른 행사를 통해 직접 만나고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연방 법원 판사로 선정되는 과정이 정말 길고 까다로워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권율 Yul Kwon 씨도 만났다. 지난번에 블로그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데, 그는 방송인이자 CKA의 공동 회장으로서, 미국 내 아시아인, 특히 한인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날 행사에 참석한 서바이버 우승자이자 방송인 권율 Yul Kwon 씨

점심을 먹으면서 백악관에서 일하는 몇몇 직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종종 백악관에서 이런 브리핑 행사를 열어 왔지만 오늘 미국 전역에서 정말 많은 한국인들이 참석한 것이 고무적이라고 했다.

2. 실리콘밸리 vs 워싱턴 DC

두 지역의 너무 대조적인 모습이 나에겐 인상적이었다. 백악관과 의회 주변이니 더 그렇겠지만, 27도의 더운 날씨에도 불과하고 대부분 정장을 입고 있었고, 손에 든 블랙베리를 든 사람들도 꽤 보였다. ‘기술’과 ‘정치’의 차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아주 간단하게 생각하면, 워싱턴 DC에 있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하는 일들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법칙을 정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다. 다양한 회사와 이익 집단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한정된 국가 자원을 어떻게 하면 자신의 조직에서 더 많이 가져갈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래서 한 집단의 이익은 다른 집단의 손해가 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기술과는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기술에도 역기능은 있지만, 대개 기술은 그것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의 삶의 질을 높여준다. 기술의 도움으로 사람들은 더 쉽게 다른 곳에 도달하고, 더 빨리 사람들과 소통하고, 귀찮은 일에 시간을 덜 허비하게 된다. 젊은 스티브 잡스가 전자 제품에 대해 열광하고, 그것이 어떻게 세상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놓을 것인지 상상하며 기뻐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인터넷도 결국은 전자 제품에 의해, 전자 제품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다. 워싱턴 사람들은 실리콘밸리에서 만든 제품을 이용하고,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워싱턴에서 만든 법칙 위에서 움직인다.

3. 워싱턴 DC, 매력적인 도시

잠깐 구경했지만, 워싱턴 DC가 아주 매력적인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옛 모습과 현대의 모습을 모두 가졌지만 서로 조화되가 잘 되고, 전체적으로 도시가 깨끗해서 걷기에 좋다. 사진 몇 장으로 말을 대신한다.

다운타운의 모습
백악관 정면
워싱턴 마뉴먼트. 이런 탑이 도시 한 가운데 있어, 멀리서 보면 정말 멋있다.
미국 의회 건물, 즉 국회의사당.
링컨 메모리얼. 이 안에 거대한 링컨의 동상이 있다.
링컨 메모리얼에서 워싱턴 마뉴먼트쪽을 바라본 모습. 그 사이에 있는 것은 거대한 호수인데, 지금은 막혀 있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은 곳은 백악관과 의회 건물 근처이다. 이 지역을 내셔널 몰(National Mall)이라고 부르는데, 그 안에는 스미소니언 Smithsonian 박물관들이 모여 있다. 미국 역사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국립 미술 갤러리, 홀로코스트 박물관, 우주항공 박물관 등이 모여 있는 이 곳은 관광객과 학생들로 항상 붐빈다. 이 박물관들은 모두 무료이다.

내셔널 몰 조감도 (출처: http://urbanplacesandspaces.blogspot.com/)

시간이 없어 박물관을 다 둘러보지는 못했는데,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곳은 자연사 박물관 Natural History Museum 이었다. 마침 얼마 전 ‘바다 거북의 놀라운 여행‘을 보고 나서 동물에 대해 경외심을 가지게 된 터라 더 인상적이기도 했던 것 같다. 항상 미술이나 조각 작품들만 보았지, 자연의 역사를 이렇게 잘 정리한 박물관을 구경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오래 전에 지구에 살았던 동식물의 화석이 잘 보관되어 있어 볼거리가 아주 많았다. 꼭 방문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아이들에게 아주 좋은 교육이 될 듯하다.

자연사 박물관 Natural History Museum 의 거대한 공룡 화석

나의 일과 삶에 없어서는 안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8개

얼마 전에 썼던 글, ‘나의 일과 삶에 없어서는 안될 데스크탑 애플리케이션 9개‘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다. 워드프레스에서 제공해주는 통계를 보니, 지난 열흘간 10,000명 이상이 이 글을 읽었다. 그만큼 소프트웨어가 우리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증거인 듯하다. 이번에는 나에게 필수적인 아이폰, 아이패드 앱을 정리해보았다.

1. 월 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 | iPad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이패드 앱

내가 가장 선호하는 신문은 WSJ이다. 주중에는 테크크런치, 트위터, 블로그 등에 묻혀 사실 읽을 틈이 없지만, 주말 아침에 아이패드를 손에 집으면 가장 먼저 WSJ 주말 버전을 읽는다. 한 때 종이 느낌이 좋아 종이 신문도 구독해봤지만 집에 종이가 자꾸 쌓여서 불편한데다 잉크가 손에 묻는 듯한 느낌이 싫어 아이패드로 완전히 갈아 탔다. 비디오와 사진이 적절하게 섞여 있다는 것도 아이패드 버전의 큰 장점이다. 첫째 해에는 1년에 약 260달러이고 둘째 해부터는 연 500달러로 올라간다[].

2. 유버전 성경 (YouVersion Holy Bible) | iPad

유버전 성경 (YouVersion Holy Bible)

지난 5월 10일, 무려 누적 5천만 건이 다운로드 되었다고 발표해서 TechCrunch에 소개되었다. 이 앱을 만든 주인공은 바로 Bobby Gruenewald 목사이다. 트위터에서 무려 2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그는, LifeChurch.tv라는 인터넷 교회의 이노베이션 리더(Innovation Leader)를 맡고 있으며, FastCompany가 선정한 2011년의 가장 창의적인 사람 100명 중 한 명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LifeChurch.tv에 합류하기 전에는 테크놀로지 회사를 두 번 매각했으며 스타트업 컨설팅을 하기도 했다[].

유버전 성경을 만든 Bobby Gruenewald 목사 (출처: TechCrunch TV)

앱스토에서 ‘Bible’로 검색하면 많은 성경 앱들이 뜬다. 유료 버전도 있고 무료 버전도 있는데, 처음엔 어느 앱이 좋은 지 몰라 세 개쯤 깔아놓고 비교해보면서 쓰곤 했다. Olive Tree의 Bible Reader도 매우 잘 만들어서 한동안 썼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에는, 끊임없이 업데이트를 해서 다른 앱들보다 월등히 좋아진 YouVersion만 살아남았다. 이 정도수준의 소프트웨어를 만들려면 돈이 꽤 많이 들텐데, 이 앱은 완전히 무료이고 광고도 없다. 즉, non-profit 앱이다.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LifeChurch.tv의 헌금으로 비용을 충당한다고 한다. 무려 100 가지가 넘는 언어로 제공하는데, 한국어 버전만 세 가지라는 것이 놀랍다. 그 중 많은 버전은 다운로드해서 오프라인에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추가된 Parallel 기능이 마음에 든다. 위 그림에서 보듯, 두 가지 다른 버전의 성경을 나란히 놓고 볼 수 있게 하는 기능인데, 영어와 한글 버전을 이렇게 나란히 놓고 보면 이해에 도움이 많이 된다.

3. 스트라바 (Strava) | iPhone

스트라바 (Strava)

요즘 Quantified Self (계량화된 나) 라는 말이 유행이다. 우리가 항상 들고 다니는 있는 파워풀한 스마트폰 덕분에 무엇을 얼마나 먹는지,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는지, 운동을 얼마나 하는지 등을 기록해두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기가 쉬워졌다. Strava는 사이클링에 빠진 사람들이 직접 만든 앱이다. 앱을 시작시키고 난 후 자전거를 타면 경로를 지도에 표시하고 평균 속도와 최고 속도를 기록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에 더해 자전거를 타고 여기 저기 다니기만 하면 구간별로 그 자리를 지나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여 순위를 보여준다.

스트라바(Strava) 웹사이트에 가면 내가 달린 구간의 고도를 알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앱이 광고도 없이 공짜라니 거의 믿기 힘들다. 프리미엄 버전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굳이 필요하지 않다. 한편, 안드로이드에서는 Noom의 Cardio Trainer를 추천한다.

4. 오더블 (Audible) | iPhone

오더블 (Audible) 앱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는 앱이다. 이 회사는 2008년 1월에 아마존에 $300M(약 3300억원)에 인수되었다. 오디오북이라 하면 구세대 상품 같지만 사실 이동할 때 아주 유용하다. 스티브 잡스 전기, 짐 콜린스의 Great By Choice, 그리고 헝거 게임 등을 오디오북으로 들었는데 아주 좋았다. 짐 콜린스의 책은 저자가 직접 읽어준다. 스티브 잡스 전기나 헝거 게임은 킨들로도 사서, 이동할 때는 오디오북으로, 앉아 있을 때는 책으로 읽었다. 책마다 따로 구입할 수 있고, 또는  회원 가입해서 월 16달러 정도를 내면 한 달에 한 권씩 다운로드할 수 있다.

5. 아마존 (Amazon) | iPhone

아마존 앱

이 앱 없이 살 수 있을까? 아마존 아이폰 앱으로 1년에 100개가 넘는 물건을 주문한다. 데스크탑에서도 정말 쓰기 편하지만, 난 어디서나 클릭 몇 번이면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만든 이 아이폰 앱이 정말 좋다.

‘3M 스카치 테이프가 필요하다’ -> ‘아마존 아이폰 앱을 실행한다’ -> ‘물건을 확인하고 ‘Two-Day-FREE’를 눌러 구매한다.’ ‘원 클릭 쇼핑’ 덕분에 이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불과 60초이다. 내 신용카드 정보와 집 주소가 이미 아마존 서버에 저장되어 있고 내가 원클릭 쇼핑을 미리 승인해두었기 때문에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거나 공인인증서 암호를 입력하는 등의 과정이 없다. 이 경험에 대해서는 전에 썼던 아마존 유저 인터페이스 분석에서 더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6. 트립잇 (TripIt) | iPhone

트립잇(TripIt)

지금 뉴욕에서 출발해서 프라하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TripIt은 이런 여행에서 유용하게 쓰는 필수 아이템이다. 아이폰을 쓰기 전엔 여행할 때 스케줄을 인쇄해서 들고 다녔다. TripIt이 있기 전에는 비행기 시간과 편명을 구글 캘린더에 미리 입력한 후 출발했다. 지금은 비행기 구매 확약 및 호텔 예약 이메일을 나에게 할당된 TripIt 이메일 계정으로 포워드하면 끝이다. TripIt에 깔끔하게 정리되어서 웹 또는 아이폰에서 볼 수 있다.

유료 버전을 구매하면 앱으로 체크인을 할 수 있고, 항공 지연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SeatExpert에서 제공되는 정보를 통해 비행기를 타기 전에 비행기 안 좌석이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자주 여행한다면 당연히 돈을 주고 샀을 앱이다.

7. 인스타그랩 (Instagram) | iPhone

프라하 성에서 내려다 본 도시의 모습. 인스타그램 필터 적용 전(좌)과 적용 후(우)

사실 한동안 사용을 안하다가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했다는 소식을 듣고 최근에 다시  쓰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필터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쓰기 시작해보니 꽤 강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이폰에서 찍은 사진의 경우 해상도가 낮거나 노출이 잘 안맞아 너무 어둡거나 밝게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인스타그램 필터를 적용하면 사진의 느낌이 좋아진다. 그래서, 페이스북에서 사진을 공유하고 싶을 때 인스타그램 필터를 적용한 후 올리는 때가 많다.

8. 판도라 라디오 (Pandora Radio) | iPhone

판도라 (Pandora)

데스크탑에서도 유용하지만, 사실 모바일에서 더 유용한 판도라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앱에 대해서는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판도라가 생소하신 분은 에스티마님이 쓰신 ‘인터넷 라디오 판도라의 가능성‘과 ‘10년만에 첫 분기 흑자 낸 판도라 창업자 이야기‘를 참고하시기를.

이렇게 정리해보고 나니 내가 자주 쓰는 데스크탑 앱과 별로 겹치지 않는다. 또한,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즐겨 사용하는 앱도 많이 다르다. 한때 ‘원소스 멀티 유즈’라는 말이 유행이었지만 지금은 크게 식상해졌다. 원소스 멀티 유즈도 좋지만, 각 디바이스의 특성을 파악하여 거기에 맞는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