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매니저(Product Manager)란?

오라클에서 나의 직함은 Principal Product Manager이다. 내가 하는 일은 자바 개발자들을 위해 우리가 만든 각종 소프트웨어에 추가할 기능을 정의하는 것이다. 회사에 있으면서 “오라클의 프로덕트 매니저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요?” 와 같은 질문을 종종 받는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도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 그래서 여기서 간략하게 하는 일과 자격 조건 등을 설명해보고자 한다.

프로덕트 매니저(Product Manager, PM)는 무슨 일을 하는가?

PM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상품 전략’을 관리하는 것이다. 아주 간략하게 도식화하면, 상품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간략한 상품 개발 프로세스. 실제로는 훨씬 복잡하다.

아이디어가 정교화되어 제품이 되고, 출시된 후 피드백을 받아 업그레이드하고, 출시된 제품을 통해 고객의 피드백을 받는 과정에서 프로덕트 매니저(PM)는 ‘상품 전략’을 세우고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아이디어는 누구에게서든 나올 수 있다. PM은 이 아이디어가 시장의 필요에 맞는지, 그 시장의 마켓이 충분히 큰지, 경쟁 제품과 비교해서 우위가 있는지 등을 먼저 생각해봐야 하고, 그 결과물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제품(product)은 기능(feature)의 집합이다. 예를 들어 얼핏 보기엔 간단하게 보이는 아이폰 하나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기능이 들어가 있다. 예를 들어 앱 실행중에 ‘홈’ 버튼은 한 번 누르면 메뉴 화면으로 나가지만, 메뉴 화면에서 홈 버튼을 누르면 검색 화면으로 간다. ‘최근 통화 목록’에서 오른쪽 화살표를 눌렀을 때, 이미 연락처에 들어있는 번호라면 연락처를 보여주지만, 모르는 번호라면 ‘새로운 연락처 등록’이라는 메뉴가 뜬다. ‘어떤 화면에서 어떤 버튼을 눌렀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는 사실 UX 디자이너(User Experience Designer)가 정의하지만, 그 안에 어떤 기능이 들어가야 할 지 정의하는 것은 PM의 몫이다. 각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우선 순위를 정하고, 이 기능들을 개발자 및 다른 조직과 공유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제품 요구 조건 문서 (Product Requirements Document, PRD)이다. PRD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정의된다.

  1. Requirement (요구 조건)
  2. Problem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점)
  3. Use Case (사용 예)
  4. Background (배경 이유)
  5. Dependencies (다른 요구 조건과의 연관성)
  6. Priority (우선 순위)
  7. Release Version Number (제품 버전)

문서는 파워포인트, 워드, 또는 엑셀로 만들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자주 업데이트하는 문서이다보니 전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Accompa, Access 360, Borland의 CaliberRM등 많은 소프트웨어가 나와 있다.

Accompa 실행 화면 (출처: Accompa.com)

요구 조건은 어떻게 찾아내는가?

요구 조건을 찾아내는 경로는 매우 다양한데, 대략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고객 피드백

가장 중요한 경로이다. 사람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것을 표현한다. 이를 잘 잡아내고, 잡음을 제거하고, 그 중 중요한 것을 추려내어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프로덕트 매니저의 몫이다. ‘고객의 목소리를 어떻게 듣는가?’는 아래에서 다시 설명하겠다.

2. 경쟁 제품 분석

경쟁 제품을 보고 분석하는 것도 물론 당연히 중요한 절차이다. 경쟁 제품의 장점을 보고 따라할 수도 있고, 단점을 개선하여 제품을 만들 수도 있다. 그대로 베껴서는 안되지만, ‘창조적 모방’은 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틱톡은 카카오톡과 비슷하게 생겼고, 기능도 비슷하지만, 사람들이 더 빠른 속도를 원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개발했고, 지금 매우 빠른 속도로 카카오톡을 따라잡고 있다.

카카오톡 실행 화면

틱톡 실행 화면

3. 조직 내부 제안

제안은 어디서든 올 수 있다. 그리고 조직 내에서 그 제안이 오는 경우가 사실 많이 있다. 제품을 개발하는 엔지니어들과, 품질을 테스트하는 QA 부서에 있는 사람들은 제품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좋은 제안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들을 모으고, 명확히 정의하고, 구체화하는 것은 PM의 일 중 하나이다.

4. 직관

PM은 대개 그 제품의 전문가이다. 따라서 무엇이 개선되어야 하는지, 어떤 기능이 추가되면 좋을지 직관적으로 알 가능성이 높다. “It’s really hard to design products by focus groups. A lot of times, people don’t know what they want until you show it to them. (포커스 그룹을 통해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사람들은 보여주기 전까지는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 Businessweek, 1998″ 라고 했던 스티브잡스는, 직관이 가장 훌륭했던 PM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고객의 목소리는 어떻게 듣는가?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이를 분석하는 것이다. 잡다하게 흩어져있는 정보는 그다지 쓸모가 없는데다, 편견을 주기 쉽다. 보통 목소리는 ‘매우 만족스럽다’와 ‘매우 불만족스럽다’의 양 극단으로 갈라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통 불만 있는 사람들이 목소리가 큰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또한 고려해야 한다. 그동안 내가 사용했던 툴이나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제안 및 투표 시스템, UserVoice

UserVoice를 이용하면 고객들이 그들이 원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다른 사람이 이미 비슷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면 그것에 투표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쉽게 만들 수 있다. 가격은 월 $15부터 시작한다. 따로 정리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원하는 아이디어는 자연스럽게 위로 올라오는데다, 그 아이디어에 내가 커멘트를 할 수 있고, 제안한 사람들에게 그 기능이 구현되었다는 것을 알리기도 쉽게 되어 있어서 편리하다.

유저보이스(Uservoice)의 화면. 출처:Crunchbase.com

2. 설문 조사 (SurveyMonkey)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약 20,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일을 한 적이 있다. 효과적인 설문조사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선 생략하겠다. 온라인 설문조사 툴은 Vovici, Survey Methods, QuestionPro, LimeSurvey, Zoomerang, Qualtrics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것 저것 써보고, 가격 비교를 해본 후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SurveyMonkey였다. 간단한 설문이라면 무료 계정으로도 충분히 쓸 만하고, 아니면 월 $17를 내면 된다. 설문조사가 끝난 후, SurveyMonkey가 제공해주는 분석 툴을 이용해도 되고, 결과를 엑셀로 export해서 직접 분석해도 된다. 설문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패널의 질이다. 즉, 의도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설문 조사에 응답하는 사람들이 어느 한 지역, 어느 한 언어, 어느 한 나이대, 또는 어느 한 전문 분야로 치우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과 전체가 쓸모없게 될 수가 있다.

SurveyMonkey 화면

주관식 답변을 효과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어려운 일 중 하나인데, 이런 경우는 Wordle과 같은 Word Cloud 툴을 사용하면 효과적으로 결과를 전달할 수 있다. Wordle은, 많이 등장하는 단어를 더 크게 보이게 해 준다.

Wordle을 써서 만든 결과

3. 웹 로그, 다운로드 및 Usage 분석

모든 웹 서버는 로그를 기록한다. 이 로그에는 누가, 몇 시에 들어왔고, 무엇을 요청했고, 무엇을 받아갔는지에 대한 정보가 있다. 이 웹 로그를 분석하면 아주 많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 직접 분석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툴을 이용하면 편한데, 이 분야의 독보적 1위 회사는 지금은 어도비(Adobe)에 인수된 Omniture이다. Omniture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분석해서 고객 인사이트를 많이 얻을 수 있다. 한편,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구글 웹 분석툴(Google Analytics)도 매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Google Analytics 화면

제품 사용(Usage) 분석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어떤 기능을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지를 알 수 있는데, 중요하거나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기능이 의외로 거의 사용되지 않거나,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넣은 기능이 알고 보니 별로 쓸모가 없다든지 하는 것 등을 알 수 있다. 웹 사이트 분석할 때 히트맵(Heatmap)을 보기도 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의 눈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를 클릭하는지 등을 알 수 있다. CrazyEgg라는 툴이 유용하다. 월 $9부터 시작한다.

히트맵의 예. 출처: crazyegg.com

4. 직접 관찰 (Follow Me Home)

사람들이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직접 관찰하는 것 만큼 많이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를 적극적으로 잘 활용한 회사로는 회계 및 세금 소프트웨어 회사인 인튜잇(Intuit)이 유명하다. 창업자인 스캇 쿡(Scott Cook)은 스토어에서 사람들이 회사 제품을 사기를 기다렸다가 누군가가 제품을 사면 그 사람 집에 따라가서 제품을 설치하고 사용하는 것을 관찰했다고 한다. 하버드 MBA를 졸업하고, P&G에서 브랜드 매니저로 일했던 그는, 제품의 포장을 뜯고 설치하는 과정에서 고객이 혼란을 느끼면 그것은 고객 책임이 아니라 회사 책임이고, 제품의 문제점이라고 믿었다.(주: Inc.com: Scott Cook, Intuit) 이런 관찰을 통해 제품을 끝없이 개선했고, 그 결과 현재 업계 1위가 되었으며 회사 가치는 무려 17조원이 넘는다. 난 연말 세금 보고를 할 때마다 Intuit의 Turbotax 온라인 버전을 사용하는데, 쓰기가 너무 편해서 복잡한 세금 보고는 나에게 전혀 골치거리가 아니다. Intuit의 이 방법은 매우 효과적이어서,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은 고객의 집 또는 사무실에 찾아가서 그들이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관찰하곤 한다고 한다. (주: What is a “Follow Me Home?”, Intuit 블로그)

5. 컨조인트 분석 (Conjoint Analysis)

사람들이 설문 조사에서 진실을 이야기할까?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서, 이런 질문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이 생각하기에 이 제품의 가격은 얼마가 적당할까요?
1) 20달러     2) 10달러     3) 5달러     4) 무료

또는,

저희 제품이 클라우드 자동 백업 기능을 추가한다면 얼마를 더 낼 의향이 있습니까?
1) 20달러     2) 10달러     3) 5달러     4) 추가 지불 의향 없음

사람들은 무엇이라고 대답할까? 대부분 5달러 또는 무료라고 할 것이다. 그 마음은 진실이다. 그러나 이를 듣고 제품 전략에 그대로 반영해서 가격 책정을 한다면 어리석은 것이다. 이런 질문으로는 정확한 ‘지불 의사(Willingness to pay)‘를 찾아낼 수 없다. 실제로 사람들은 물건을 살 때 끊임없이 트레이드 오프(Trade-Off)를 한다. 비싼 게 좋다는 건 누구나 안다. 하지만 성능과 가격을 끊임없이 재 보고, 자신이 생각하기에 최소의 비용으로 가장 좋은 성능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할 때 그들은 지갑을 연다. 아래 예를 보자.

1) 삼성 HDTV, 46인치, LED, 240Hz, 테두리 없는 TV: $1500 at Amazon
VS.

2) 비지오 HDTV, 55인치, LED-backlit LCD, 240Hz: $1560 at Amazon

당신은 어떤 제품을 택할 것인가?  값은 60달러 더 비싸지만 화면이 더 큰 Vizio? 아니면 브랜드와 디자인을 생각해서 크기가 작더라도 삼성? 답은 사람들마다, 그 때의 필요에 따라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화면 크기가 더 중요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디자인이 더 중요하다. 이런 때에 아주 유용한 것이 컨조인트 분석이다. 파라미터를 약간씩 바꾸면서 위와 같은 질문을 반복적으로 하고 나면 사람들이 어떤 기능 또는 어떤 브랜드에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불하기 원하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분석이 끝나면, 시뮬레이션도 할 수 있고, 세그멘테이션(segmentation)도 할 수 있다.

컨조인트(Conjoint) 분석으로 알아낼 수 있는 Part-worth 그래프. 각 기능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유용도(Utility) 함수를 찾아낼 수 있다. 출처: http://www.sawtoothsoftware.com/

그 이후의 절차는 무엇인가?

PRD가 1차적으로 완성되면 PM은 엔지니어 팀과 함께 항목을 하나하나 점검한다. 불분명한 내용은 없는지 보고, 구현가능 여부도 함께 검토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요구 조건을 동결(freeze)시킨다. 이 과정이 끝나면 이 문서는 PM과 엔지니어 사이의 일종의 ‘계약서’가 된다. 이제 이를 구현하는 것은 엔지니어의 몫이다. 이제부터는 PM의 역할은 줄어든다.

제품이 완성될 즈음에는 출시를 준비해야 한다. 이는 주로 마케팅 부서가 담당하지만, PM은 그 제품을 애초에 기획하고 정의했던 사람이므로, 전달해야 할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PM의 몫이다.

어떤 사람들이 프로덕트 매니저가 되는가?

내가 주변에서 관찰하는 가장 일반적인 프로필은 “컴퓨터과학(Computer Science) 학사+MBA” 이다. 실제로, LinkedIn에서 ‘product manager’로 검색해 보면 그런 프로필을 가진 사람들을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다.

구글의 Product Manager로 일하는 한 MBA 동기의 프로필. 버클리에서 컴퓨터 과학(Computer Science)을, UCLA에서 MBA를 전공했다.

한편, Job Requirement를 보면 대부분 MBA가 요구되거나(required) 선호된다고(preferred)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어도비(Adobe)의 product manager 포지션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 Proven track record of defining product requirements on schedule and shipping successful products.
  • MBA required.
  • Leadership experience in Business Intelligence or Customer Intelligence a plus.
  • Excellent verbal and written communication skills.

내가 일을 해 보니 MBA 학위가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이 포지션에 지원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MBA를 마쳤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쪽이 유리하다.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가와 제품을 만드는 일 자체가 재미있는가이다.

그 외 필요한 스킬은?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중요하다. 세상에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겠지만, PM에게는 특히나 더 중요한 것 같다. 엔지니어 조직이 독립적으로 있고, 그 조직에 직접 명령하는 방식이 아닌 영향(influence)을 주는 방식으로 일하려면, 똑똑한 그들이 이해할 수 있고 설득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회사의 경우라면 기술적 배경지식(technical background)이 중요하다. 꼭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컴퓨터 공학의 기본적인 내용, 프로그래밍 언어의 기본적인 내용을 아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담당하는 제품이 개발툴이라서, 실제로 개발툴을 사용하는 방법은 코딩을 해보는 것이 최고인지라 가끔 코딩을 한다. 최근엔 iOS 개발툴인 Xcode를 이해하기 위해 아이폰으로 간단한 개발을 해보기도 했다.

첨언

PM의 정의는 회사마다 다르다. 어떤 회사에서는 PM을 아웃바운드 프로덕트 매니저(Outbound Product Manager) 및 인바운드 프로덕트 매니저(Inbound Product Manager)의 두 가지로 구별하기도 한다. 한편, 프로덕트 마케팅 매니저(Product Marketing Manager, PMM)의 역할은 마케팅에 보다 집중한다는 점에서 사뭇 다르다. 어떤 회사에서는 PM이 손익 (Profit and Loss, P&L)을 관리하기도 한다.

한편, 애자일(Agile) 프로세스가 요구되는 스타트업에서는 위에서 설명했던 것 같은 절차대로 하지는 않는다.  기능을 정의하는 즉시 구현을 시작하고, 구현된 결과를 보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기존 기능을 변경한다.

참고 자료

ValleyInside(밸리인사이드)를 시작하며

제가 이 블로그를 시작한 지 거의 2년이 되어갑니다. 2009년 11월 22일, ‘내가 느끼는 미국과 한국의 문화 차이‘가 블로그의 첫 번째 글이었습니다. 그 전에도 제 개인 홈페이지에 10년간 끄적끄적 글을 남겼었고, 텍스트 큐브를 이용해서 이따금씩 블로그를 쓰기는 했지만, 워드 프레스로 옮긴 후 도메인을 구입하며 본격적으로 블로그를 시작한 건 그 때부터입니다.

그동안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가 올린 글 덕분에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며 의견을 주시는데, 더 많이 배운 쪽은 오히려 저입니다. 블로그를 쓰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면서 아는 것이 늘어났고, 블로그 올린 후 댓글을 통해 제가 생각하지 못한 면들을 알게 되었고, 블로그를 알리는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해 보면서 사이트 트래픽을 늘리는 방법을 깨달았고, 그리고 방문 기록 통계를 보며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글은 인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시들했고, 어떤 글은 별 기대 없이 1시간만에 뚝딱 썼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재미있어 하셨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험이 쌓이다보니 이제 예측력이 생기더군요. 이번 글은 아마 천 명 정도가 볼 것 같다. 이번 글은 만 명에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요. 신기하게도 이제 거의 예측이 들어맞습니다.

이 블로그의 전환점이 된 사건은 2010년 3월에 일어났습니다. 그 날이 사실 제 생일이었습니다. 웬일인지 아무 할 일이 없더군요. 혼자 조용히 방에 있다가 적적해서 그동안 마음에 담아왔던 생각을 글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검색 엔진 시장의 70% 가까이를 장악하고 있는 네이버가 잘못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지적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단순 비난으로 끝나면 안되겠기에 그 전부터 모아왔던 증거를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한국 인터넷에서 잘못 끼워진 첫 단추, 그 이름은 네이버‘라는 글을 포스팅하고, 트윗하고 나서 새벽 2시까지 잠을 못잤습니다. 리트윗과 코멘트가 끝없이 올라왔기 때문이지요. 그 정도로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순식간에 방문자가 늘더니 하루만에 만 명이 넘게 방문했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NHN의 김상헌 대표가 ‘비판을 경청하겠습니다’라는 말로 미투데이에서 이 글에 대한 의견을 올렸습니다(자세한 내용을 후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그 후 며칠이 지나자 오늘의 유머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판 또는 회사 사내게시판 등에 글이 실리기 시작하면서 방문자가 더 늘어났습니다. 3일만에 무려 800명이 넘는 사람이 트윗을 했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람들이 방문해서 이 글을 읽고 있습니다.

블로그의 힘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이후에, 내가 좋은 정보를 접하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면, 또는 그런 것들을 통해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면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는 없는 서비스인 민트 이야기도 쓰고, 넷플릭스 기업 문화 이야기도 쓰고, 아마존의 유저 인터페이스에 대해 느낀 점도  쓰고, ZipCar 이야기도 썼습니다. 제가 얻은 깨달음을 다른 분들과 공유하며 보람을 많이 느꼈습니다.

사실, 가끔 블로깅에 소홀해지고 다른 곳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이따금 댓글을 올려주시는 분들을 통해 다시 힘을 얻고, 새로운 글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라 또 글을 써서 올리곤 했습니다. 저에게 가장 감동을 주고, 힘을 주었던 댓글이 있습니다. 오늘 나를 웃게 만든 글과 울게 만든 글이라는 글 아래에 누군가 붙여주신 글입니다.

아침 사무실에 와 어제 디자인하는 친구가 알려준 네이버 잘못 끼워진 단추… 편을 다시 읽어 보다 이 포스트를 보게 되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펑펑울었습니다.
왜 우는 지도 모르면서 울었습니다.
료마도 만화책으로만 알고, 손정의도 대단한 기업인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내 삶의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한다는…
제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만들어낸 이야기도 아니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보고 제가 감동을 받아서 공유한 것인데, 이렇게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하니 감동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새벽에 일어나고, 아니면 남들보다 늦게 자면서라도 계속 이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것이지요.

아래는 제가 블로그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가장 인기 있었던 10개의 글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총 방문 수가 38만입니다.


Home page 119,091
한국 인터넷에서 잘못 끼워진 첫 단추, 그 이름은 네이버 (NAVER) 47,786
넷플릭스 (Netflix) 성공의 비결은 우수한 기업 문화 16,020
우리나라가 소프트웨어 강국이 되려면 12,770
무엇이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가? (Harvard Business Review) 11,706
내가 영어 공부한 방법 9,580
안철수 교수의 실리콘 밸리 강연 8,537
Who Am I? 8,488
페이스북(Facebook) 창업자 마크, 그에게서 배우는 교훈 7,343
아마존(Amazon) 성공의 비결은 소비자 경험 개선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6,795

이런 통계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특히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제 블로그의 제목도 ‘조성문의 실리콘밸리 이야기‘로 바꿨습니다.

지난 5월의 일입니다. 제가 즐겨 가는 레드락 카페에서 아내와 마주 앉아 안철수 교수님의 강연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손가락이 춤을 추는 듯 움직이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 손가락에서 나오는 글자 하나하나를 통해, 제가 안철수 교수님에게 받았던 감동과 가르침을 보다 많은 분들과 나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정말 신이 났습니다. 5월에 포스팅한 후 지금까지 만 명이 넘는 분들이 이 글을 봤습니다. 그 때 안철수 교수님이 하신 말씀 중 계속해서 되새겼던 것이 있었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앞둘 때면 아래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다고 했습니다.

  • 의미 있는 일인가?
  • 하면서 재미를 느끼는가?
  •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인가?

이 말을 듣고 생각해 봤습니다. 나에게 그런 일이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떠올랐는데, 그 중 가장 위에 올라온 것은 글을 쓰는 일이었습니다. 글을 통해 다른 분들께 감동을 전달하니 의미가 있었고, 쓰면서 스스로도 신나고 재미있었고, 또 오랫 동안 해왔던 일이라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결심을 했습니다. 실리콘밸리 소식을 전해주는 미디어를 만드는 것입니다. 미디어라고 말하니 거창하지만, 어쨌든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블로그보다 조금 더 확장하고 집중해서 실리콘밸리에 특화된 사이트를 만드는 것입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하워드님에게 연락했습니다. 하워드님은 야후에서 비디오 프로덕션 전문가로 계신 분입니다. 실리콘밸리 지역의 엄마들를 위한 ‘베이마미‘라는 잡지도 창간해서 운영했던 경력이 있습니다. 저는 글을 쓰고, 하워드님은 디자인과 영상을 담당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안했더니 너무 좋은 아이디어라며 즉시 수락했습니다.

이름도 정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어감,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의 인사이트 등을 모두 담는 이름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닷컴 도메인도 꼭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ValleyStory, SiliconValley, InsideSiliconValley, ValleyInsider 등등 이것 저것 해봤는데 남는 도메인이 없더군요. 그러다가 찾은 이름이 있습니다.

다행히 아직 도메인 등록이 안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재빨리 .com과 .net 도메인을 구입했습니다. 트위터 계정과 유투브 계정 등도 만들었습니다. 밸리인사이드가 미국인에게 문법적으로 딱 들어맞는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ValleyInsider 또는 InsideValley가 더 정확한 표현이겠죠), 디시인사이드(DCInside)에 익숙한 한국 분들에게는 듣자 마자 감이 오고 외우기도 쉬울 것이라는 생각에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현재 회사에서 일하고 있고, 제 개인 블로그도 그대로 유지할 것이고, 소중한 아내와도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기 때문에 업데이트를 자주 하지는 못하겠지만, 좋은 이야기가 있을 때마다 잊지 않고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 참여하실 분들도 늘어날 것이라고 믿구요.

새로운 블로그에 두 개의 글을 올렸습니다. 하나는 ‘애플 스토어 성공의 비결‘입니다. 애플 스토어에 들어갈 때마다 가시지 않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옮겨가고, 대부분의 전자 제품을 아마존에서 사는 시대에, 왜 애플은 오히려 시대를 역행해서 오프라인 매장을 만드는 것일까. 패션 아이템도 아닌데 오프라인 매장을 넓혀가는 경우는 드물고, 그렇게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방문을 기대하기 힘든데, 왜 유독 애플 스토어에만 가면 항상 사람들이 가득 차 있고,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크리스마스 시즌 같은 경우는 오히려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할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곳의 애플 스토어를 들러 보고, 가서 사용해보고, 지니어스 바(Genius Bar)도 이용해 보고, 또 매장 안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물어보기도 하면서 나름대로 2년동안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이제는 좀 알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페이스북 마케팅 전략팀장, 조용범‘이라는 글입니다. 실리콘밸리에 살아보니 주변에 참 대단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첫 인터뷰 대상으로 저와 가까이 지내는 조용범(Benjamin Joe)을 선정했습니다. 그가 하는 일의 영향이 커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가 살아 온 인생을 통해 제가 많이 배웠고, 다른 분들에게도 그 배움을 전해주고 싶어서였습니다. 밸리인사이드에 가면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블로그는 문을 닫느냐구요? 아닙니다. 여긴 보다 더 개인적인 제 이야기를 쓸 예정입니다. 제 생각 위주의 글은 여기에 계속 올릴 것이고, 밸리인사이드는 인터뷰 위주의 블로그가 될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실리콘밸리 문화 이야기, 그리고 이 근처의 제가 가 본 중 좋았던 숨은 여행지 등에 대한 이야기도 올릴 것입니다. 지금만큼 자주 이 곳에 업데이트를 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 블로그는 제가 평생 운영하겠다고 마음먹은 곳이니 제 삶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담기게 되겠지요.

방문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2011년 10월 16일

조성문 드림

스티브 잡스를 기리며…

스티브 잡스가 죽었다는 소식을 오후 5시쯤 오라클 오픈 월드 전시회장에서 데모를 정리하고 나오면서 들었다. 정말 놀랐고,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최근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었고, 그 때문에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죽게 될 줄은 몰랐다. 2001년 9/11 사태를 처음 보았을 때처럼 믿기지 않는다고 할까. CNN뉴스에서 온통 스티브 잡스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서야 진짜임을 알았고,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집에 돌아오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서 택시를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갑자기 더 이상 스티브 잡스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택시를 타니 택시 기사도 그 이야기고, 기차를 타니 기차 안 사람들도 잡스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인슈타인, 에디슨과 같이 기억될 사람이라고도 하는데, 그런 사람과 동시대에, 그리고 가까운 공간에서 살았다는 것이 아주 특별하게 느껴졌다. 애플에서 일하는 한 친구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2007년,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기 전날, 직원 전체를 모아놓고 스티브 잡스가 했던 말이란다.

당신은 오늘을 기억할 것입니다. 훗날 당신의 아이들에게, 이 순간 당신이 애플의 일원이었음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날이 오게 될 것입니다.

2007년에 미국에 오기 전까지는 사실 애플 제품을 소유해본 적이 없었다. 아이팟조차 사본 적이 없고, MP3 플레이어라면 아이리버를 써본 것이 다였다. 그 때까진 한국에서 애플 제품이 별로 대중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MBA 수업 시작한 후 얼마 안되었을 때의 일이었는데, 교수가 애플 제품 쓰는 사람들 손 들어보라고 하니 70명 중 거의 60명이 손을 든 것을 보고 미국 사람들에게 애플 제품이 얼마나 깊숙히 들어가 있는가를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2008년, 인턴십을 시작했는데 회사에서 맥북을 주길래 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지던 컴퓨터였지만, 몇 달 쓰고 난 후부터는 완전히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고, 이제 다시는 윈도우즈로 돌아갈 수 없다. 한국 인터넷 뱅킹 때문에 억지스레 윈도우즈를 써야 할 때가 있었지만, 아이폰에서 뱅킹을 시작하면서 이제 그마저도 필요 없게 되었다 (여전히 공인인증서 갱신하려면 구닥다리 윈도우즈 PC를 켜야 하긴 하지만).

트위터에선 오늘 오후 내내 잡스 이야기다. 조선 비즈는 이 마당에 삼성의 반사이익 이야기를 꺼내 사람들에게 크게 욕을 먹었다 (정말로 한심한 일이다). 잡스와의 추억을 기리는 월트 모스버그의 일화와, Wired 첫 페이지에서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오바마 대통령, 빌 게이츠, 래리 페이지, 마크 저커버그 등의 추모사를 보면서 그가 얼마나 위대한 영웅이었던가를 깨달으며 또 찡해졌는데, 무엇보다 내게 큰 감동을 주었던 것은 결국 그 자신의 말이었다. All Things D에서 잘 정리해 놓았는데, 여기 몇 가지 번역해 본다.

사람들에게 나이스하게 대하는 것이 내 직업이 아닙니다. 그들이 더 나아지도록 하는 것이 나의 직업입니다.

사람들은 포커스란 집중해야 하는 것들에 ‘예스’라고 대답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수백개의 좋은 아이디어에 ‘노’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주의 깊게 골라야 합니다.

디자인이란 재미있는 말입니다. 몇몇 사람들은 그것이 어떻게 보이는가를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의미합니다. 무언가를 아주 잘 디자인하려면, 당신은 그것을 진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묘지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되는 것은 나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잠자리에 들면서, 우리가 뭔가 멋진 일을 해내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나에게 중요합니다.

당신이 하는 일은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할 것입니다. 진심으로 만족하는 길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멋지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아직 못찾았으면 계속 찾으십시오. 찾고 나면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 때까지 멈추지 마십시오.

17살 때,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매일 매일 그 날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다 보면, 언젠가 당신이 옳은 날이 올 것이다.” 그 후, 지난 33년동안,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나에게 물었습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내가 오늘 하려고 하는 이런 일들을 할 것인가? 만약 며칠 동안 그 대답이 ‘노’이면 나는 뭔가 바꿔야 함을 알았습니다.

당신의 시간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누군가 다른 사람의 삶을 살기 위해 인생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이 생각해서 내린 결론과 함께 살지 마십시오. 당신의 마음과 직관을 따를만한 용기를 가지십시오. 다른 모든 것은 이차적입니다.

내가 곧 죽을 것임을 기억하는 것은, 내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가장 도움이 되었던 도구입니다. 왜냐하면, 외부의 기대, 프라이드, 부끄러움, 실패 등은 죽음 앞에서 모두 무의미해지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당신이 죽을 것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무언가를 잃을까봐 두려워하는 덫에 빠지지 않습니다. 이미 당신은 벌거벗었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인생을 아주 짧은 비디오로 멋지게 편집한 영상이 Wired에 있다.

그는, 40년이 채 되기 전에 미국에서 두 번째로 시가 총액이 높은 회사가 된 Apple의 위대한 역사와 함께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에 의해 1976년에 팔로 알토에서 만들어졌다.)

찡하게 멋진 그림 (via @gjack) by 홍콩에 있는 19세 디자이너 Jonathan Mak
오늘의 애플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 "애플은, 비져너리이자 창조적인 천재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정말 놀라운 한 인간을 잃었습니다. 정말 운이 좋아 스티브와 함께 일했던 우리는, 친구이자 멘토인 사람을 잃었습니다. 스티브는 오직 그만이 만들 수 있었던 회사를 남기고 갑니다. 그리고 그의 정신은 영원히 애플의 근간이 될 것입니다.

업데이트(10/6): 오늘 팔로 알토에 갔다가 애플 스토어 앞에 꽃과 스티브 잡스에게 보내는 메시지들이 잔뜩 있는 것을 발견해서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밤 11시까지도 애플 스토어 앞에 모여 있는 사람들
애플 스토어 앞에 놓인 꽃, 촛불과 메시지들
붙어 있는 메시지 - "스티브, 당신은 세상을 바꾼 대가로 노벨상을 받을 만해요."
"너무 일찍 갔군요. 당신은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어요."
"그의 가장 소중한 선물은 언제까지나 우리와 함께 할 것입니다."
천국의 명부를 살펴보는 천사에게, "저한테 당신을 위한 앱이 있습니다 (I have an App for that!)"
"당신은 세상이 더 행복한 공간이 되도록 하는 것들을 만들었어요."
Thank you, Steve.

링크드인(LinkedIn)이 나에게 주는 가치

오늘 TechCrunch를 보다가 “1~2년 후에, 우리는 모바일 회사가 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견했다. 내용을 보니 페이스북의 모바일 Chief인 Eric Tseng과 인터뷰 중에 나온 말이라고 한다. Eric이 어떤 사람일까 문득 궁금해져 LinkedIn에서 그의 프로필을 찾아보았다. 즉시 그의 프로필이 나온다. 알고 보니 나랑 한 다리 건너 연결되어 있었다.

Erick Tseng의 프로필 중 일부

프로필을 더 자세히 보니, MIT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석사 과정중 마이크로소프트골드만 삭스에서 일했으며, 석사 졸업 후에 맥킨지에서 3년 일한 후에 스탠포드 MBA 과정에 진학했고, 야후에서 인턴십을 했으며, 2006년에 MBA를 마치고 구글에 입사해서 일하다가 약 1년 반 전에 페이스북에 합류했다. 정말 인상적인 회사들은 모두 거쳐갔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97학번이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프로필을 좀 더 자세히 보니, 그가 구글에서 일하는 동안 Tom Moss라는 사람의 추천을 받았길래, 이번에는 Tom의 이름을 클릭했다. 그의 프로필이 나왔다.

Tom Moss의 프로필 중 일부

알고 보니 지금은 구글을 나와 3LM이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지 궁금해져 이번에는 회사 이름을 클릭했다. 회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3LM에 합류한 사람들의 프로필이 주욱 나온다.

링크트인에 등록된 3LM 사람들

이 사람들의 프로필을 보고, 회사 홈페이지를 보니 어떤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이 어떤 제품을 만드는지 웬만큼 파악이 되었고, 그 제품이 내 관심 분야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회사나 사람에 대해 궁금해지면 항상 이렇게 LinkedIn에서 검색해보곤 하는데, 생각지도 않은 재미난 발견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번 넷플릭스 기업 문화에 대한 글을 쓰다가 LinkedIn에서 회사 사람들의 프로필을 확인하고 인재가 정말 많다는 것을 알고 놀란 적이 있다. LinkedIn에서 살펴보다가 가끔 관심이 가면 직접 연락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하다가 정말 좋은 인연을 만들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프로필이 이렇게 공개되면 회사 기밀 유출 가능성이 높다며 부정적으로 보기도 하는데(WSJ: “What’s a Company’s Biggest Security Risk? You.“), 난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한 때 페이스북이 급부상하면서 링크드인은 그대로 죽어버리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리드 호프만이 포지셔닝을 참 잘 했고, 결과적으로 페이스북과는 완전히 분리된, 독립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되었다.

한편,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렇게 프로필을 LinkedIn에 올려둔 경우가 많지 않아 이런 스토킹(?)을 하기 힘들어서 아쉬울 때가 종종 있다. 한국 토종의 링크드인 클론인 ‘링크나우‘라는 서비스가 있기는 하지만, 들어가서 살펴보면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보다는 부동산, 컨설턴트, 헤드헌팅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원하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그나마 네이버에 프로필이 등장하면 다행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본인이 입력한 정보가 아닐 경우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미국 사회가 확실히 네트워킹에 적극적이고 미국 사람들은 보다 본인을 알리고자 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일까?

스티브 잡스의 뒤를 잇는 팀 쿡(Tim Cook)에 대한 짧은 메모

몇 시간 전, 스티브 잡스의 공식 사임이 발표되었다 [WSJ 기사].

팀 쿡 (Tim Cook) (출처: Venture Beat)

최근 스티브 잡스를 대신해서 사실상 애플의 CEO 역할을 하고 있던 Tim Cook. 온 세상에 널리 알려진 스티브 잡스에 비해 그의 삶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알라바마의 한 조선소에서 일하던 아버지와 주부였던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으며, Auburn 대학에서 산업 공학을 전공하고 듀크 대학에서 MBA를 마쳤다. 애플에 합류하기 전에는 컴팩의 VP였으며 그 전에는 12년간 IBM에서 일하기도 했다. 2007년에 애플의 COO로 선임되었다. 그에 대해 정지훈님이 애플의 든든한 지킴이 팀 쿡이라는 글에 더 자세히 정리해 놓았다. 한편, 임정욱님도 블로그에서 ‘훌륭한 아이디어에 매일같이 No를 연발하는 회사‘라는 제목으로 팀 쿡의 말을 인용한 바 있다.

위 비디오는 스티브 잡스 뒤를 잇는 Tim Cook이 2010년 봄에 자신의 출신 대학 Auburn에서 했던 졸업 연설이다. 애플 입사(1998년)가 자기 인생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한다. 스티브잡스를 만나는 순간 5분만에 그를 알아보고 조인하기로 결정했다고 하니 좀 드라마틱하다. 아래에 더 자세한 내용이 있다.

1. 애플 입사 당시 애플 실적 매우 안좋았다. 심지어 당시 델 컴퓨터의 사장 마이클 델이, 자기라면 애플을 팔고 그 돈을 주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했다.
2. 당시에 컴팩을 떠나 애플에 조인했는데, 주변에서 다들 왜 그 좋은 회사를 떠나 애플에 가느냐고 만류했다.
3. 보통 비용(cost)과 이득(benefit)을 보고 결정하는데, 당시엔 그것에 의존하지 않았으며, 대신 ‘직관(intuition)’에 의존해서 결정했다.
4. 당시 직관에 의존해서 그 결정을 하지 않았으면 이 순간 여러분 앞에 서 있지 않았을 것이다.
5. Business School(경영 대학)에 있을 때 25년의 인생 설계를 했다.

가장 큰 꿈을 꾸고, 직관에 의존해서 추진해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주변 상황에 의해 동요되지 말라. 준비하면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다.” 가 그가 지금의 학생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다. 어찌보면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에서 했던 연설 중 마지막 말, “Stay hungry, stay foolish”와 매우 유사한 것 같다. 누구에게나 ‘직관’이 먹히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세상을 바꾼 이 두 위대한 인물들은 자신의 직관을 따랐고, 그 결과로 성공했다.

비즈니스 위크에 의하면, 2010년 연봉은 80만불, 보너스는 5백만불이었으며, 애플 주식을 통한 재산은 총 5천2백만불 (약550억원)에 달한다.

스티브 잡스가 떠나면 애플 주가가 하락할까? 사실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 같다. 애플 내에 이미 너무나 좋은 인재들이 많이 있는데다, Wired에 따르면 팀이 아이팟, 아이폰, 아이튠즈 등을 만드는 모든 과정에 참여해 왔었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의 유전자가 애플 직원 모두에게 이미 전달되어 있는데다 팀이 그 유전자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애플은 앞으로도 계속 좋은 제품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