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쓴 사람은 Roelef Botha로, 벤처 업계에서 매우 유명한 사람인데, 현재는 시콰이어 캐피털의 벤처 캐피털리스트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매킨지 요하네스버그 사무실을 거쳐 스탠포드 MBA를 졸업한 후, 2001년에 페이팔에 조인했고, 곧 CFO가 되었는데 이든 해에 회사가 상장했다. 그 때 그의 나이가 28세였다고 하니 무지하게 운이 좋다(물론 뛰어난 인재여서 잡은 기회이지만). 2003년에 페이팔이 이베이에 $1.5B 에 매각된 후 그는 회사를 떠나 시콰이어 캐피털에 합류했으며 그 이후 좋은 회사들에 많이 투자했다. 유투브는 그가 2007년에 발굴한 대박 회사이며, 그 후 에버노트, 인스타그램, 몽고DB, 스퀘어 등에도 투자했다. 그가 지금까지 투자한 포트폴리오 회사들의 총 가치가 $12B (약 12조원)나 된다고 한다. 이 문서를 보면, 그가 당시에 시장을 어떻게 봤는지, 회사에 투자할 당시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등을 엿볼 수 있다. 아래 요약. 2~8페이지는 2005년에 유투브를 처음 알게 되어 세 명의 창업자들을 만나고 투자를 결심하기로 된 과정을 설명한다. 그리고 유투브 창업자들이 그들의 비전을 뭐라고 설명했는지도. “사람들이 직접 만든 비디오를 인터넷에서 공유하는 가장 주된 장소가 되고 싶다는 것”. 그리고 “비디오를 찍는 기기들의 값이 싸지면서 사람들이 비디오를 더 많이 만들게 될 것이라는 것”
시콰이어 캐피털의 Roelef가 쓴 문서. 유투브 창업자들을 처음 만났을 때 들은 이야기를 설명하고 있다.
그 다음에는, 유투브가 저작권이 있는 컨텐트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의식적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설명한다. 즉, 비아콤이 주장하는대로 유투브가 그런 활동을 도왔다는 증거는 없다는 점과, 유투브가 그런 컨텐트로부터 돈을 벌 의도도 없었다는 점을 주장한다. 다음엔, 유투브 창업자들의 처음 보여줬던 문서의 일부.
유투브를 만들 당시 관찰했던 비디오 공유의 문제점들: 1. 비디오 파일의 크기가 너무 크고, 2. 비디오 파일 형식도 다 다르고, 3. 연관된 비디오들을 연결해주는 서비스가 없다는 것.
당시의 경쟁자들은 구글 비디오와 24 hour laundry, 그리고 DailyMotion과 Vimeo. 난 Vimeo가 유투브를 보고 따라 만든 건줄 알았는데 유투브보다 먼저 만들어진 사이트라는 점에 놀랐다. 당시에는 기술이 별로 안좋았다고 설명. 그리고 Google Video는 개인 비디오가 아닌 할리우드 비디오를 신경쓰고 있었다고.
당시 경쟁자들. 물론 구글 비디오도 그 중 하나였다.
그리고 사업을 설명한다.
여기 설명된 네 가지 모두 훗날 유투브의 가장 주된 수익원이 되었다는 점이 놀랍다. 1. 플레이되고 있는 비디오와 연관성 있는 광고 비디오를 옆에 보여줌. 2. 비디오 상영중에 광고를 오버레이로 보여줌. 3. 비디오 시작전에 짧은 비디오를 보여줌.
그리고 유투브 초기 성장 곡선이 나오는데, 투자자라면 군침을 흘릴 법한 그래프다.
유투브 초기 성장 곡선
그 아래에는 Botha가 직접 작성한 문서가 나온다.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시콰이어 캐피털 내부의 다른 파트너들, 그리고 외부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쓴 것 같다. 시콰이어가 투자하고 싶었던 액수는 $1M + $4M. 그래서 회사의 30%를 소유. 만약 이대로 계약했다고 하면, $5M 투자해서 1년만에 495M를 벌었으니 연 10,000% 수익률인 셈이다. 초대박.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 당시에는 엑싯 가능성이나 액수에 대해 그렇게 크게 보지 않고 있었던 듯. 유투브와 비슷한 회사들이 별로 크지 않은 금액에 매각되었다고 설명함. 예로 든 회사들은 $70M, $50M 정도에 매각. 트립어드바이저는 같은 부류는 아닌데 $100M에 엑싯했다고 설명 (사실 당시엔 이것도 상당히 큰 엑싯으로 생각했을듯). 그 다음엔 비용 추정.
유투브 운영 비용 추정. 비디오 한 개의 평균 크기를 7MB 로 낮게 잡았다. 컴퓨터 한 대당 하드디스크 크기는 320기가로 가정.
마지막엔 유투브 창업자들이 발표에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슬라이드 중 하나. 1년 후 1조 7천억에 팔리게 될 회사의 발표 자료 치고는 참 소박하다는 생각. 🙂
‘조성문의 실리콘밸리 이야기’라는 블로그를 처음 만든 것이 2009년 11월 22일이었으니, 이 블로그를 시작한 지 벌써 5년이 다 되어갑니다. 가끔 블로그에 방문해서 댓글을 남기는 분들 중에 다른 글들도 찾고 싶은데 검색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카테고리별로 글을 볼 수는 있지만 워드프레스 테마의 특성상 제목만 따로 볼 수는 없고, 시간이 지나다보니 카테고리도 좀 뒤죽박죽이 되어 제가 봐도 쉽지 않더군요. 제목과 날짜만 뽑아주는 플러그인을 쓰면 좋은데 워드프레스 호스팅 서비스를 쓰고 있어서 그것도 여의치 않구요. 그래서 직접 정리해 봤습니다. 이참에 카테고리도 다시 정리했구요.
글 하나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물론 천차만별입니다. 머리 속에 든 생각을 메모하는 건 한 시간만에 할 때도 있는데, 어떤 주제에 대해 상세히 정리하려면 15시간이 걸릴 때도 있습니다. ‘비트코인 경제학‘, ‘주목할만한 실리콘밸리의 빅데이터 스타트업 7개‘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며칠에 나눠서 쓰기도 합니다.
참고로 아래 글들은 시간 순이 아니고 제가 나름대로 순위를 메긴겁니다. 글을 클릭한 후 URL을 보시면 글을 쓴 날짜를 알 수 있습니다.
경영 및 마케팅
MBA 마케팅 수업에서 배웠던 내용, 또는 경영과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들입니다. 언젠가 Bass Diffusion Model, Conjoint Analysis, K-means clustering 등의 주제도 다뤄봐야겠네요.
MBA 다닐 때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공부했는데, 회사의 역사, 경쟁자, 재무 상태, 제품의 경쟁력 등을 면밀히 분석한 글들을 보며 많이 감탄했습니다. 거기에서 영감을 받아 기업이나 서비스를 나만의 시각으로 분석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구요. 그렇게 해서 쓰기 시작한 것이, 제 블로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카테고리가 되었습니다.
가끔,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고 생각될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면 트위터를 통해서나 블로그를 통해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힘으로 여기까지 왔네요. 블로그 덕분에 많은 좋은 분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블로그를 이메일/RSS로 구독하는 분들, 리트윗, 페이스북 공유해주시는 분들, 댓글 남겨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아마존이 끝없이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아마존이 온라인 책 서점으로 시작해서 성장하다보니 지금처럼 모든 것을 파는 회사가 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아마존의 초기 이야기를 담은 The Everything Store를 읽어보면, 지금의 모습은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이라는 회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비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아마존은 소비자들의 삶을 정말 편리하게 해주었다. 이제 더 이상 물건을 살 때마다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할 필요가 없어졌고, 전자제품과 아기옷을 각각 다른 곳에서 살 필요가 없어졌고, 물건을 사면서 나중에 반품이 가능할까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고, 금방 필요한 물건인데 배송이 느려 걱정할 필요도 없어졌다. 아마존은 미국인들의 삶에 아주 깊숙하게 침투했고, 아마존 로고가 그려진 박스를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구글 못지 않게 브랜드 파워가 높지 않을까 싶다. 이를 반영하듯이, 아마존의 주가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고, 최근의 나스닥 시장 폭락에도 불구하고 건실히 유지되고 있다. 지난번 블로그에서 아마존에 대해 썼을 때가 2011년 5월이었고, 그 때 주식이 220달러였는데, 지금은 거기서 50% 가까이 더 오른 3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아마존이 잘 나가는 건 좋은데, 문제는 기존의 강자들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전역에 567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던 전자제품 매장 써킷시티(Circuit City)가 파산한 건 옛날이고, 미국 최대의 가전 리테일러인 베스트바이(Best Buy)는 2012년에 휴버트 졸리(Hubert Joly)를 CEO로 영입한 후 작년에 주가가 크게 오르며 턴어라운드(Turnaround)를 하는가 싶더니 2014년 들어서는 실적이 받쳐주지 않아 주가가 35%나 떨어지며 다시 난관에 빠졌다. 베스트바이의 기업가치는 $8.5B(약 9조원)으로 아마존 기업가치의 16분의 1에 불과하다.
베스트 바이 주가 추이. 현재 기업 가치 8.5B, P/E 비율 12.52. (출처: Google Finance)
UCLA 앤더슨 스쿨에 다닐 때 학교 바로 앞에 베스트 바이 매장이 있었다. 처음에는 온갖 가전 제품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이 재미있어서 종종 구경하러 갔었는데 물건을 하나 사고 나서 나중에 알고 보니 너무 비싸게 샀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간 적이 없다. 1) 가격이 더 비싸고, 2) 물건 사기 위해 그 넓은 매장을 헤메며 돌아다녀야 하고, 3) 계산하기 위해 줄에 서서 몇 분간 기다려야 하고, 4) 반품할 때 아무리 무거워도 다시 들고 와야 하고, 더 나아가 5) 캘리포니아에서 구입할 경우 3~5달러나 하는 가전 제품 재활용 요금(Electronic Waste Recycling Fee)이라는 것을 내야 하니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면 베스트 바이에서 살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요즘 베스트 바이 뿐 아니라 오피스맥스(OfficeMax), 스테이플즈(Staples), 시어즈(Sears) 등 대형 리테일러들을 방문해보면 미안할 만큼 한가하다.
베스트 바이 매장 내부
그 와중에서도 잘 하는 곳이 있는데 월마트(Walmart)와 타겟(Target)이다. 월마트는 미국 중소 도시에 많이 있는데다, 워낙 가격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어떤 온라인 쇼핑몰보다도 싸다) 잘 하는 것 같고, 타겟(Target)은 배달시키기 부담스러운 부피가 큰 물건들 및 스포츠 용품, 집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많이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잘 되는 것 같다.
타겟(Target Corporation)의 분기별 실적. 분기마다 1조원($1B)에 가까운 영업 이익을 내며 적자 없이 운영하고 있다. (출처: Google Finance)
어쩌면 아마존 덕분에(?) 게을러진 고객들을 위해 기존 회사들은 온라인 판매 채널을 강화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그 중 눈에 띄는 세 가지는 아래와 같다.
1. 광고 리타게팅(Ad Retargeting)
지난번 블로그, 주목할만한 실리콘밸리의 빅데이터 스타트업 7개에서 설명했었는데, 웹사이트에 방문했던 고객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보내는 방식이다. 텔어파트(TellApart)라는 회사는 니만 마커스(Neiman Marcus), 서 라 테이블(Sur La Table), 브룩스톤(Brookstone) 등의 리테일러들을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애드 리타게팅 후 고객들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리타게팅을 통해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면 수수료로 10~30%를 지불한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으로 남는 것을 보면 그렇게라도 해서 아마존으로부터 고객을 빼앗아올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보노보스(Bonobos)의 타게팅 광고: “진짜로, 우리는 당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2. 어필리에이트(Affiliate) 마케팅
다른 웹사이트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방법이다. 광고주와 어필리에이트 네트워크 (Affliate Network), 그리고 퍼블리셔(Publisher)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퍼블리셔는 어필리에이트 네트워크로부터 광고주들이 올린 링크를 가져와서 달고, 이러한 링크를 통해 제품의 구매가 이루어지면 퍼블리셔가 보상을 받는다. 적게는 1%에서 많게는 20%까지 제품 가격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간략하게 도표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흔히 보는 ‘광고 모델’이다.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아래는 가장 큰 어필리에이트 네트워크 중 하나인 CJ (Commision Junction)에서 캡쳐한 스크린샷이다. GILT의 경우 판매가의 4%를 퍼블리셔에게 지급하며, Garmin은 최대 10%까지 지급함을 볼 수 있다. EPC는 Earnings Per hundred Click의 약자인데, GILT의 경우, 100번 클릭당 퍼블리셔가 3개월 평균 32.41달러, 그리고 지난 7일간 18.62달러를 벌었음을 알 수 있다.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사실 이는 광고를 통해 고객을 유치하고자 하는 수많은 회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전통적인 방식이지만, 아마존에 대항하는 많은 회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많은 회사들이 ‘고객만을 위한’ 명목으로 5%~10%씩 할인을 해주고, 타겟(Target)의 경우 타겟 레드 카드를 만들면 무조건 5% 할인을 해주는데, 이런 할인은 이미 다른 회사들을 통해 물건을 구매할 경우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와 사실상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니까, “다른 웹사이트에서 타겟의 물건을 사는 대신 타겟에 직접 와서 사라, 그러면 그 쪽에 줄 5%를 고객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리테일러들은 5% 정도 할인을 해줘도 수익이 남도록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3. 이베이 나우(eBay Now), 구글 쇼핑 익스프레스(Google Shopping Express)
한 번 써보고 나니 편리함을 알게되어 종종 사용하고 있다. 웹에서 주문하면 당일 또는 익일 아침에 배송해주는 서비스이다. 배송비는 따로 5달러가 드는데, 물건 사러 운전해서 갔다가 고르고 계산하고 나서 운전해서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5달러의 값어치가 충분히 있다. 구글 쇼핑 익스프레스는 한동안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번주부터 뉴욕과 LA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다.가입하면 10달러를 주며 첫 6개월간은 배송료가 면제된다. 한 친구는 진짜인가 싶어서 99센트짜리 캔디 하나를 사 봤는데 집에 배달해줬다고 했다. 자주 쓰게 되는 타겟(Target), 홀푸드(Whole Foods), 월그린(Walgreen) 등의 물건을 살 수 있는데, 특히 코스트코(Costco)가 포함되어 있어 매우 유용하다. 내일 여기서 산 디시워셔 세제와 키친 타올 등이 도착할 예정이다. 사람이 직접 매장에 가서 물건을 골라 집까지 배달해주는 대가로 5달러는 미국 인건비를 생각했을 때 너무 낮다. 아마도 이베이, 구글과 리테일러들 사이에 계약 관계가 있어서, 매출의 일부를 이베이, 구글에게 돌려주는 게 아닐까 싶은데 아직 증거는 찾지 못했다.
구글 쇼핑 익스프레스로 주문하고 나니 당일 저녁에 도착한 쇼핑백
아마존 역시 이런 서비스를 그 전부터 해왔지만 배송료가 비싼데다 조금만 기다리면 배송료 없이 살 수 있다는 옵션이 바로 옆에 있고, 또 당일 배송이 가능한 물건과 아닌 물건 사이 구별이 쉽지 않아 아무래도 불편하고 사용하지 않게 된다. 애초에 아마존에서 검색할 때는 이틀 후에 물건을 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이런 옵션에 더 관심이 없기도 하다.
아마존 웹사이트. 당일 배송이 가능한 물건인 경우 ‘Today’ 옵션이 켜진다. 점심 이전에 주문하면 당일에 배달해주는데 배송료가 5.99달러이다.
4. 샵러너(ShopRunner)
나를 포함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매년 99달러를 내고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을 이용하고 있는 이유는 이틀 무료 배송의 달콤함 때문인데, 중국의 리테일 자이언트인 알리바바(Alibaba)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가 투자한 회사인 샵러너에 가입해서 연 79달러를 내면 니만 마커스(Neiman Marcus), 토미 힐피거(Tommy Hilfiger), 콜 한(Cole Haan), 토아즈아러스(Toys R Us), 팀버랜드(Timberland), 테일러메이드(TalyorMade) 등의 제품을 이틀 무료 배송으로 구매할 수 있다. 또, 아메리칸 익프레스 카드가 있으면 이 연회비가 면제된다. 아마존에서 상대적으로 구하기 어렵거나 검색이 편리하지 않은 패션 브랜드들이 참여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는 듯하다. 앞서 99센트에 구글 쇼핑 익스프레스에서 배송을 시켜봤다는 친구가 이번에 이 회사의 관리자로 들어가게 되어 회사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샵러너(ShopRunner) 홈페이지. 연 79달러의 회비를 내고 가입하면 이틀 무료 배송을 해준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카드 회원은 무료
물론 야심 만만한 아마존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존은 신선 상품을 배송해주는 아마존 프레시(Amazon Fresh)를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 LA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들이 또다시 리테일러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소비 패턴이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고 리테일러들도 힘을 합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므로 힘의 균형이 쉽사리 깨질 것 같지는 않다.
얼마 전, 아내와 아이와 함께 집 근처 반즈 앤 노블(Barnes & Noble) 서점에 가서 한참 시간을 보냈다. 다른 서점 체인인 보더스(Borders)는 망했지만, 그래도 이 체인은 아직 살아 있어서 책을 직접 만져보고 서점 안을 돌아다니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마운 마음에 책과 퍼즐 등을 잔뜩 구매했다.
힐스데일 쇼핑몰 근처의 반즈 앤 노블 매장
매장의 규모에 비해 사람 수가 적어 과연 수익을 내고 있는지는 의심스럽지만, 그래도 망하지 말고 잘 버텨서 가끔씩 가서 휴식할 수 있는 장소로 남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진도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지 일주일이 넘게 지났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에 이어 머리와 가슴 속에 두고 두고 아프게 기억될 사고가 하나 더 늘었다.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생 수백명이 희생되었다는 점에서 더 비극적이고, 더 슬픈 사건이다.
선장의 말을 듣고 끝까지 배 안에 남아 있다가 죽음을 맞은 고등학생들이 너무 불쌍하고, 5살난 여동생을 살리기 위해 구명 조끼를 준 6살 권혁규 군의 이야기를 들으니 눈물이 난다. 자신의 아들과 딸이 결국 죽어 돌아온 것을 보고 오열하는 가족들을 보면서 그 슬픔이 전해졌다.
처음에는 비겁한 선장을 비난했다. 과연 인간이 그럴 수 있나 싶을 만큼 이해할 수가 없는 행동이었다. 그가 무기 징역을 받아도 싸다고 생각했고, 승객들을 내버려둔 채 자기 몸만 빠져나온 선장과 승무원들이 너무나 야속하고 얄미웠다. 사진을 보면 화가 치밀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특히 많은 언론들이 정부를 비난했다. 그런 배를 제대로 검사도 안하고 승인해주었다는 것, 사고 발생 후 신속한 대응을 못해 살릴 수 있었을 사람들을 죽게 했다는 것, 탐승자 수를 제대로 파악 못했다는 것, 일본과 미국이 도와주겠다는데 막았다는 것 등..
많은 젊은 기자들의 취재 수첩을 읽어보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해경 등 정부와 군대가 잘못한 부분이 있고 비난받아 마땅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그 점에서 관련자들은 분명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선장에게 집중하는 동안, 진짜 ‘악마’가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요시노 타이치로 기자가 오늘 허핑턴 포스트에 기고한 “선장 한 명 탓인가, 그래서 세상은 좋아질까” 라는 제목의 글에 공감이 갔다. 일본에서 2005년에 비극적 열차 사고가 있었는데, 23세의 운전자를 욕하고 탓하는 대신, 왜 그 운전자가 그런 상황에 몰렸을까에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운전자도 사망했기 때문에 욕할 수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너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선장과 정부에 쏠려 있는 것 같다.
선장, 선원, 해운사만이 아니라 법규와 정부기관의 책임을 검증하려는 보도가 점점 나오기 시작한다. 늙은 현장 책임자 한 명을 악마로 만든 사이, 정말 나쁜 악마는 숨어서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대통령이 선장의 행위를 “살인 같은 행태”라 비판했다는데 선장을 화풀이 틀로만 소비하지 말고 정말 악마와 오래 시간을 걸쳐 싸워야 할 것이다. (허핑턴포스트 일본판 에디터, 요시노 타이치로)
정부를 탓하는 것의 가장 큰 맹점은, 책임 소재와 책임자를 명확히 구별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가 ‘정부’라고 부른 것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가. 항만청일까, 해군일까, 해양수산부일까, 박근혜 대통령 자신일까.. 아니면 세금으로 보상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 전체일까. 슬프고 화가 나 있는 실종자의 가족들이 ‘대한민국이 나를 위해 해준 게 뭐냐’며 화를 내는 것은 십분 이해하지만, 그들은 누구에게 그 화를 돌릴 지 명확치 않아서 정부에게 화를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한국에서 자라면서 정부 탓, 정부 욕하기에 참 익숙해 있었다. 한국 정권이 도덕적으로 깨끗했던 적이 없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역할에 대해 알게 되면서, 그리고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일을 정부 탓으로만 돌리는 것에는 별 해답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당초 600명 정도가 타는 배였는데 300여명 정도를 더 태우기 위해 배 뒤쪽을 개조했다는 전직 세월호 기관사의 증언이 나왔다고 한다. 또한 객실을 증축하면서 세월호의 무게는 퇴역하기 직전보다 239톤이 증가했다. 또한 이게 첫 개조가 아니였는데 일본에서도 이미 1994년 건조한 지 불과 한달만에 589톤이 증가했었다. 결국 맨 처음 개수했을 당시 5,997톤이였던 선박은 총합 838톤이 늘어서 사고 당시 순수 선박의 무게가 6,835톤에 달했다.
급변침 과정에서 선박이 좌현으로 기울고, 결박이 풀림과 함께 균등하게 배치되어 있던 차량과 화물이 관성에 의해 좌현 쪽으로 쏠리며 무게중심이 급격하게 붕괴되어 배가 서서히 기울다가 사고 신고가 접수된 직후의 시간에 완전히 균형을 잃고 전복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세월호의 차량 결박이 평소에도 허술 했다는 증언까지 나와 급변침이 원인이 되었음을 뒷받침 하고 있다.
문제는 차량과 화물만 제대로 고정시켰더라도 이런 일이 없었다는 점이다. 세월호 측이 화물을 고정시키는 데에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화물을 고정시키지 않은 채 그냥 적재해서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는 관측이 있다. 이로서 세월호 침몰은 인재(人災)가 확정된 상황이다.
이 모든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번 사고는 이미 예정되어 있던 셈이다. 물살이 세고, 물이 혼탁한데다, 선장의 도덕성이 결여되고, 구조가 늦어지면서 모든 일이 더 악화된 것이다.
문제는 한국에 이런 회사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자격이 없는 많은 사람들이 기업의 정상에 올라가버렸다. 그들은 회사라는 것이 뭔지, 주주라는 것이 뭔지, Board of Director의 역할이 뭔지에 대한 개념도 없는 것 같다. 회사를 개인 자산을 불리는 목적으로만 운영하고 있다. 그런 회사들이 만들고 운영하는 수많은 상품 때문에, 이번과 같은 사고는 언제 또 발생할 지 모른다.
미국에 살면서 불편한 것 중 하나는, 때로 지나칠 만큼 안전을 강조해 사회적 비용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고치러 가 보면 느끼는데, 차에 안전에 관한 문제가 하나만 있어도 수천 달러를 메기며 전체를 다 갈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번에는 바퀴에 바람이 좀 빠져 정비소에 가져갔더니 바퀴를 갈아야 한다고 했다. 타이어가 새 것이었고 내가 보기엔 정말 문제가 없어 보여 그냥 좀 고쳐서 써도 될 것 같다고 했더니, 라이어빌리티(liability) 문제가 있어 날 그냥 보낼 수 없단다. 하는 수 없이 바퀴를 새 것으로 갈았다.
이들이 도덕성이 높고 진정으로 내 안전을 걱정해서 이렇게 행동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회사가 져야 할 책임이 워낙 크니 애초에 조심을 하는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소송이 쏟아지는 나라인지라, 뭐라도 잘못해서 책 잡히면 천문학적인 액수의 보상을 해야 하니, 회사의 자산을 책임질 수 있는 직원들을 채용하고, 그들을 철저히 교육하게 될 수밖에 없다.
세모 그룹 유병언 회장 및 그 일가는 정부에게 쏟아지는 비판 뒤에 숨어서, 이번 사건이 잘 마무리되고 선장과 공무원들이 무거운 처벌을 받음과 함께 이번 사고가 사람들에게서 잊혀질 순간을 기대하며 씨익 웃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업데이트(4/23): “학부모의 절규” 기사를 보니 구조를 한다고 말해놓고 실제로는 구조를 제대로 안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 급박한 상황에서 남의 일 대하듯 태연했던 사람들도 있었던 듯. 이해가 안되는 일들이 너무 많군요.
업데이트(4/24): 아래 Iaridae님이 댓글에 남겨주셨는데, 구조를 제대로 안하고 있었다는 주장에 왜곡이 있다고 합니다. 해상 구조 작업에 직접 참여해본 적이 많이 있는데 이번은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던 것이며, 잠수부가 많다고 한꺼번에 투입할 수도 없는 것이라구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 안타까운 상황에, 누구인들 몸을 던져 생명 하나라도 건져내고 싶지 않았을까요.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실적인 이야기이니 한 번 읽어보세요.
업데이트(4/25): 구조대원들의 힘든 상황을 묘사한 국민일보 기사: “초대형 태풍을 뚫고 40층 건물의 34층 화장실을 찾아가시오. 제한 시간은 20분” 이들에게 떨어지는 미션은 이것과 맞먹는다.
업데이트(4/26): 페이스북에서 본 장영준 후배의 글이 많이 공감되어서 여기에 추가: “물론 정부의 대응이나 태도에는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부정하자는 것은 아니야. 그러나 이러한 인재를 통해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기 위한 본질적 문제를 찾으려는 사회 구성원들과 언론의 자세가 좀 아쉽다. 조직도 정부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사람을 만드는 것은 문화이고, 문화는 일반사람들이 만들지. 우리가 보기에 정말 어처구니 없는 안행부장관이나 모 공무원들이 어떤 특별한 제도아래 자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고 일반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문화를 배우며 또는 타협하며 휩쓸려온, 그런 우리 모두와 다를 바 없는 일반 사람들이거든. 더 책임감있고 유능한 정부를 원한다면 그 구성원들을 지배하는 집단지성과 문화를 바꾸어야 하는데, 그건 탓하고 욕한다고 나아지는 것들이 아니야. 만약 단순한 분노표출이 아닌 우리 정부를 더 나은 정부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SNS를 통해 누군가를 욕하고 탓하기 보다(물론 이런 것도 필요하지만), 이 사회의 문화를 만드는 주체인 나부터 스스로에게 “나(우리)는 한배를 탄 사람들을 위해 어떠한 자세로 살고 있나? 나(우리)는 보여주기식 얼렁뚱땅으로 내 책임을 미룬적이 없나? 나(우리)는 자식들에게 리더로서의 권리보다 책임감을 먼저 철저히 가르치고 있나? 나는 책임을 다했을때 더 자랑스러운가, 경쟁에서 이겼을때 더 자랑스러운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여러사람과 공유함으로써 집단지성과 문화의 수준을 높이는데 일조해야 한다고 봐. 그래야 더 나은 일반사람들이 많아지고, 그 일반사람들이 정치인이 되는 것이고, 그러면 현 정치권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것이라고 본다. 살인/절도와 같은 범죄는 비교적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벌어지는것과 달리, 돈이나 권력만 쥐었다 하면 90% 이상이 타락해버리는 정치권을 보면.. 그것은 “그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것이 아닐까.“
업데이트(4/27): 중앙일보 이철호 수석논설위원이 대형 선박 선장 출신 두 사람을 인터뷰한 내용 중 일부: “진짜 살인범은 배 위가 아니라 육지에 숨어 있다. 인천항에서 화물을 과적하고, 만재흘수선을 눈속임하기 위해 평형수에 손을 댄 인물이다. 세월호는 규정보다 화물을 2000t 더 실어 운송비 8000만원을 추가로 챙겼다. 배는 모르면서 돈만 밝힌 인물이 진짜 살인범이다. (중략) 총리나 장관은 바다를 모른다. 현장 보고를 학습하기도 벅찰 것이다. 현장 전문가에게 사령탑을 맡겨야 한다. 9·11 테러엔 뉴욕소방서장이 현장을 장악했고, 빈 라덴 제거 작전에는 대통령·국무·국방장관을 제치고 미 합동특수전 공군준장이 상황을 지휘했다”
업데이트(4/28):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에서 잘못된 리더십의 전형을 여실히 보여준 것 같습니다. 박성미 다큐멘터리 감독이 쓴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되는 이유” 라는 글에 공감이 많이 되네요.
91번의 리트윗에 더해, 많은 분들이 트위터에서 의견을 주셨다. 한국 이름을 어디서나 그대로 밀고 나가야 한다는 분들도 있었고, 한국 이름을 주변 사람들이 발음하기 어려워해서 어쩔 수 없이 결국 영어 이름을 선택했다는 분들도 있었다. 아래에 몇 개 인용해본다 (이해가 쉽게 약간 수정하고, 트위터 프로필을 옆에 썼음).
동감! 영어이름보다 한국어 이름을 부르는게 더 재미있다는 외국친구들의 이야기도 있었어요! 굳이 영어 이름을 만들 필요는 없는 듯 합니더… 요즘 어린 아이들한테 영어이름을 만들어주는 풍습(?)도 생겨나고 있다던걸요.
미국에 와서 이름 문제로 고민을 정말 오래 했다. 나의 영어 이름은 ‘브라이언(Brian)’이었다. 게임빌에 있을 때 영어 강사를 불러 영어 회화 연습을 같이 하곤 했는데, 첫 시간에 각자 영어 이름을 하나 지어보라 하길래 문득 떠오른 이름이 브라이언이라 그걸로 정했다. 내 맘대로 정한 거지만 어감도 마음에 들었고, 사람들이 나를 브라이언이라고 불러주는 것도 좋았다. 나중에 미국, 유럽 회사와 일하게 되면서 나를 브라이언이라고 소개했고, 모두들 그 이름을 불러주었다. 7년간 이 이름을 쓰자 그냥 내 원래 이름처럼 자연스러워졌다.
MBA에 입학하면서, 법적 이름 외에 닉네임(nickname)이 있느냐고 묻길래 Brian이라고 썼고, 학교에 입학했더니 네임 텐트(name tent: 수업 시간에 책상에 올려두어 교수가 이름을 바로 부를 수 있게 하는 것)를 주었는데, 한 면에는 Sungmoon Cho, 다른 면에는 Brian Cho라고 써 있었다. 나는 Brian Cho가 잘 보이게 항상 놓아두었다. 주변을 보니 보니 중국이나 대만에서 온 경우에는 80%가 영어 이름을, 한국에서 온 경우는 절반 정도가 영어 이름을 쓰고 있었다. 흥미롭게도, 일본인 중에서는 영어 이름을 쓰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미국에서 6년 이상 살면서 지금까지, 영어 이름을 가진 일본인은 거의 보지 못했다. 그들은 미국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에게도 일본 이름을 지어주는 경우가 많다.)
비즈니스스쿨에서 쓰던 네임 텐트. 이 때는 Sungmoon Cho가 뒷면에 있었다.
학교 초기에 새로운 친구들을 엄청나게 많이 만났다. 그들 모두에게 ‘브라이언’이라고 소개했더니 즉시 알아듣고, 내 이름도 쉽게 기억해서 참 편했다. 그렇게 6개월간 ‘브라이언 조’로 지냈다.
그러던 중, 한 가지 관찰된 변화가 있었다. Rex라는 이름을 쓰던 중국에서 온 친구가 어느 날부터 Qingbai (칭빠이) 라는 중국 이름이 달린 이름판을 내걸기 시작한 것이다. 쉬는 시간에 가서 물었다.
너 렉스라는 이름을 잘 쓰고 있었잖아. 왜 칭빠이로 쓰기로 결심했어?
칭빠이가 원래 내 이름이야. 나는 그냥 이걸 쓰기로 결정했어.
‘칭빠이’라는 이름이 부르기 어렵고 기억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내 우려와는 달리, 교수와 친구들은 곧 그의 이름을 바꾸어 부르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그 친구가 ‘콜드 콜(cold call: 수업 시간에 교수가 갑자기 질문하는 것)’ 을 적게 당하고 싶어서인가 생각도 해봤지만, 이름이 칭빠이라 해서 덜 불리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이 나서서 대답을 많이 했다. 남들이야 어떻든 중국식 이름에 자부심을 가지는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브라이언? 성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름이라는 게, 한 번 정하면 바꾸기 참 힘든 건데, 앞으로 미국에서 살면서 나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할 지 생각해봐야 했다. 그러던 중 나와 가깝게 지내던 친구 마이클이 한 마디 했다.
난 ‘성문’이란 이름이 좋더라. 부르기 쉽고 어감도 좋아. 난 그냥 ‘성문’으로 부를래.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친구가 편하게 느낀다고 하니 그렇다면 문제가 없는 것 아닐까. 그래도 난 모든 사람들에게 브라이언으로 이미 알려져 있기 때문에 쉽사리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장단점을 적어 보았다.
미국식 이름
한국식 이름
장점
다른 사람들이 외우고 부르기 쉽다.
나만 가지고 있는 내 이름이다.미국에서 Sungmoon Cho라는 철자를 가진 사람은 거의 내가 유일하다.
단점
부모님이 주신 이름이 아닌데 좀 어색하다.’브라이언’은 흔한 이름이라, 나랑 같은 이름과 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상대적으로 외우고 부르기 어렵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가 생겼다. 친구들과 함께 딜로이트에서 주최하는 ‘비즈니스 플랜 컴퍼티션(business plan competition)’에 나갔는데, 각자 나누어 일을 한 후에, 나중에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자신이 맡은 슬라이드를 발표했다. 영어로 발표한다는 것도 긴장되는데, 1등 자리를 놓고 다른 팀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팀의 다른 멤버에게 누가 되면 안된다는 생각에 더 긴장을 했다. 슬라이드에는 Brian Cho라고 내 이름이 선명히 적혀 있었다. 아마 미국에서 태어난 아시아인이라고 나를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내가 발표할 내용을 완벽히 외우지를 못해 결국 할 말을 메모에 적은 후, 발표 시간에 메모를 슬쩍 보면서 이야기했다. 더듬기도 했고, 할 말도 다 못했던 것 같다. 발표가 끝나고 나자 심사를 맡은 2학년 학생과 딜로이트 컨설턴트들이 우리 각자에게 피드백을 주었다. 내 차례가 되었다.
브라이언은.. 내용은 괜찮았는데 종이를 보고 읽는 바람에 집중도가 떨어졌네요. 다음부터는 발표할 때 내용을 다 숙지하고 대화하는 식으로 이야기하면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인 이름을 가진 미국인 ‘브라이언’은, 결국 영어로 유창하게 말을 하지도 못하고 발표할 때 말을 더듬은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생각해 보았다.
앞으로 미국에 살면서 사람들 앞에서 영어로 이야기할 일이 많을텐데, 어느 쪽이 나은걸까? ‘브라이언’이라는 미국 이름을 가지고 말을 시작했는데 듣고 보니 미국인이 아니더라는게 좋은 걸까, 아니면 ‘성문’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듣고 보니 발음이 좋더라고 생각하는게 좋은 걸까.
결론이 분명해졌다. 그래, 나는 영어보다 한국어가 익숙한, ‘성문’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국인이다.
그 때부터 네임 텐트를 바꿔 달았다. Sungmoon Cho. 그리고 나를 브라이언이라고 부르던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줬다. 나는 ‘성문’이라는 이름을 쓰기로 결정했다고. 다들 금방 적응했다.
가만히 보니 내 이름 Sungmoon을 Sun (해) 과 g, 그리고 Moon (달)으로 분리할 수 있었다. 그래서 ‘Sun and the Moon in the sky (하늘의 해와 달)’라고 소개하면 다들 바로 기억했다.
그 이후로 미국에서의 내 이름은 줄곧 Sungmoon Cho이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시키거나 물건을 살 때는 줄여서 ‘Sung’이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캘리포니아에 살면서, 그리고 오라클에서 일하면서 정말 많은 나라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일단 유럽에서 온 사람들은 모두 자기 이름을 그대로 쓴다. 헨릭(Henrik), 니콜라스(Nicholas), 밀코(Milko) 등. 장-프랑소아(Jean-Francois) 처럼 이름이 길 경우에는 J.F. 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름을 바꾸지는 않는다. 러시아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세르게이(Sergei), 알렉산더(Alexander), 바딤(Vadim), 카테리나(Katerina), 올가(Olga) 등 그대로 써도 큰 무리가 없는 이름이 대부분이다. 이스라엘이나 중동, 이집트에서 온 사람들도 이름을 바꾸지 않는다. 무하메드(Muhammad), 자말(Jamal), 오페르(Offer) 등의 이름을 쓰고 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일본 사람들도 거의 일본식 이름을 쓰는 편이다.
인도의 경우가 흥미롭다. 인도 이름은 대부분 길고 발음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영어 이름을 지어 쓰는 경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예를 들어, ‘스티브 바타차야라(Steve Batachayara)’ 같은 이름은 볼 수가 없다. 이름을 줄여서 쓰거나 약간 변형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MBA 때 전략 과목을 가르치던 교수님 이름이 수부라마니암 라마나라야난 (Subramaniam Ramanarayanan) 이었는데, 첫 시간에 들어와서 자신의 이름을 칠판에 쓰면서, 자기보다 ‘n’자가 성과 이름에 더 많이 들어가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해서 모두 웃었다. 그는 앞 세글자를 딴 후 부르기 쉽게 만든 수부(Subbu)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불러달라고 했다. 아무 문제 없이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렀다. 이름이 자이프라카시(Jaiprakash)인 이전 동료는 앞 세글자들 따서 Jai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사람들은 제이라는 발음으로 불렀다.
여기서 예로 나라들이 다 영어 알파벳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을 제외하면, 최초로 알파벳을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는 페니키아의 문자에서 유래된 알파벳을 쓰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자신이 원래 쓰던 이름 스펠링이 1:1로 영어 알파벳으로 대응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원래 이름을 뒤로 하고 미국식 이름을 지어 쓰는 곳은 거의 세 나라로 좁혀진다. 중국, 대만, 그리고 한국이다. 특히 중국인들의 미국식 이름 사랑은 각별하다. 내가 미국에서 만나는 중국인들의 거의 90%가 미국식 이름을 사용한다. 남자중에서는 알렉스(Alex)가 가장 흔하고, 여자중에서는 제니퍼(Jennifer)가 흔하다. 릴리(Lily)와 같이 일반 명사를 이름으로 쓰는 독특한 경우도 봤다. 가끔 이런 재미난 일도 생긴다.
미키 김의 트윗. (2013년 2월 18일)
이들에게 영어 이름을 쓰는 이유를 물어보면, 원래 이름이 발음하고 기억하기 어려워서라고 한다. 과연 쉽지 않은 이름들을 가졌다. 펑리, 후아구오, 바오동, 웨이리아 등.. 게다가 원래 알파벳 형식으로 쓰였던 발음들이 아니기 때문에 알파벳으로 옮겨놓고 나면 한 눈에 잘 안들어오고 기억하기 어렵다.
한국 이름은 그래도 나은 편이지만, 발음이나 철자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희’, ‘혜’, ‘현’, ‘혁’ 과 같이 ‘ㅎ’으로 시작하는 발음이 어렵고, ‘승’ 과 같이 ‘ㅡ’ 모음이 들어가면 역시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닌데 영어 이름을 굳이 쓸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예를 들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기문(Ki-moon)’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쓴 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자리에 있으면서 ‘마이클 반’과 같은 이름을 쓰고 있었다면 느낌이 어땠을까? 지난번 블로그에서 소개했던 강석희 어바인 시장도 한국 이름을 그대로 쓴다. 다만 철자가 ‘Sukhee’라서 사람들이 ‘수키’라고 부른다고 한다.
꼭 발음 때문이 아니더라도, 영어 이름을 지어서 부르면 서로 호칭을 부를 때 직함을 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영어 이름이 편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과 외국인이 섞여 있는 자리에서 외국인에게는 ‘샘’이라고 부르면서 옆에 있는 한국인에게는 ‘김부장님’이라고 부르면 불편할 것이다. 이런 때는 둘 다 샘, 제임스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 편하긴 하다.
또한 다양한 나라 사람들과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경우에도, 영어로 된 닉네임이 있으면 남들이 기억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이름이 미국 뿐 아니라 온 나라에서 더 널리 알려지고, 그래서 다른 이들이 한국 이름을 기억하고 익숙해지면 좋겠다. 인도 이름이 그렇게 어려워도, 인도 사람들이 하도 많으니 사람들이 이제 인도 이름에 참 익숙해진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름만 들어도 ‘아 한국 사람이구나’하고 알 수 있게 되면 좋겠다. 한편,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나중에 외국에서 이름 문제로 고민하지 않도록 ‘상민, 수민, 지아, 유나’처럼 조금 쉬운 발음으로 된 이름을 주는 것은 어떨까도 생각해 본다.
업데이트 (4/7): 몇달 전 미국에서 만난 한 일본계 미국인 가족. 그들은 자신을 ‘타’ 패밀리라고 소개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남편의 이름은 타다시, 아내의 이름은 타미카, 첫째는 타키코, 둘째는 타로. 그들은 부모님 세대에 미국에 이민왔으므로 자신은 이민 2세, 그리고 자녀는 이민 3세가 된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랐으므로 일본어는 거의 익숙하지 않고 일본에 가본 적도 몇 번 없다. 그래도 그들이 미국에서 태어난 3세 자녀들에게 일본 이름을 지어주고, 일본인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며 미국에서 즐겁게 살고 있는 것을 보니 좋아보였다.
업데이트 (4/7): 중학교 때부터 캐나다에서 자란 후 싱가폴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하고 현재는 투자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Hyuk-Tae Kwon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나도 캐나다에서 살았던 중, 고, 대학교까지는 영어이름 David으로 살아왔다. (중략) ‘한국이름이 어려워 외국인이 발음을 못할듯해서 바꿔야해!’ 라고 주입식으로 말했던 사람들에겐 이제 자신있게 말한다 1) 내 이름조차 외우려는 노력을 안하는 사람은 상대할 가치가 없다는 생각 2) 오히려 교양이 있는 외국인들은 나의 한국이름을 더 알고 싶어한다 3) 특히 일본친구들이 “중국친구들이나 한국친구들은 왜 영어이름을 하는지 모르겠어..”할때의 기분이란… 100년 전 일본은 우리나라에게 창씨 개명을 종용했고 우리의 조상들은 이를 거부하였지만 지금은 어른들이, 영어선생님들이 나서서 이름을 바꾸라고 하는 상황. 개인적인 거라 문제 될건없지만 한번 생각해봐야할 일.”
업데이트 (4/7): ‘에스티마’ 임정욱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나를 포함해서 우리 가족은 모두 영어원어민에게 발음이 어려운 한국이름을 쓰는데 무슨 철학이나 사명감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게을러서… 그렇다고 바꿀 생각도 없고 사회생활, 학교생활 잘 하고 있음. 다름을 존중해주는 문화이기에 우스운 이름만 아니라면 자기 본래이름을 쓰는 것이 맞다고 생각.”
업데이트 (4/8): 위에서 놓친 나라가 있는데, 홍콩은 90% 이상이 영어 이름을 쓰고 있다고 많은 분들이 알려주셨습니다. 영국 식민 통치의 영향이라고 하네요.
업데이트 (4/8): 2012년에 다니엘 튜더 이코노미스트 특파원이 ‘진짜 이름을 부르고 싶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중앙일보에 기고했었네요.’한국: 불가능한 나라‘ 책의 저자이지요. 자기가 한국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브래드, 제니퍼 등으로 불러달라고 하는데, 자기는 그렇게 부르기 싫다고. 남들이 자기를 철수라고 부르기를 원하지 않듯, 자기도 한국 친구를 브래드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고. 진짜 이름을 부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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