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라디오 쇼인 This American Life의 프로듀서인 사라 퀘닉(Sarah Koenig)과 줄리 스나이더(Julie Snyder)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 작년 가을부터 시작했는데 시즌 1이 종료되어 이제 모두 들을 수 있다. 에피소드 하나당 220만명이 청취하며 팟캐스트 사상 최대의 성공을 거두었다. 1999년에 볼티모어에서 실제 일어났던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이해민(Hae Min Lee)이라는 고등학생이 죽은 채 발견되었는데, 경찰은 당시 친구의 증언에 따라 옛 남자친구인 아드난 사이드(Adnan Syed)를 범인으로 지목했고 배심원단은 종신형을 선고했다. 당시 18세였던 그의 나이는 이제 34세.
이 팟캐스트가 재미있는 이유는, 범인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라는 아드난 사이드가 범인이라는 경찰의 판단에 의심을 품는다. 그리고 그 주변 친구들을 인터뷰하고 당시 증거로 제시되었던 모든 자료를 다시 검토한다. 아드난과 직접 인터뷰도 한다. 감옥에 있는 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매 에피소드마다 조금씩 전개되고 밝혀져가는 사건, 듣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너무 많은 걸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되므로 여기까지만 설명.
2. 스타트업(Startup)
스타트업을 새로 시작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만든 팟캐스트. 시리얼과 마찬가지로 This American Life의 프로듀서였던 알렉스 블룸버그(Alex Blumberg)가 만들었는데, 그가 회사를 나와 독립하여 스타트업을 만들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팟캐스트 앱에서는 물론이고 웹사이트에 가서 직접 들을 수도 있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트위터와 우버에 투자해서 큰 성공을 거둔 전설적 엔젤 투자자인 크리스 사카(Chris Sacca)를 만나 아이디어를 피치(pitch)하는 장면을 ‘억만장자에게 어떻게 피치하면 안되는가(How Not to Pitch a Billionaire)‘라는 제목으로 담았는데, 알렉스가 쩔쩔 매는 장면이 생생하게 녹음되어 안쓰러움을 느끼게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그가 아내와 했던 대화들. 미래가 불확실한 길을 걷는다는 것이 너무나 힘든 일이지만, 그의 아내 나자닌(Nazanin)의 긍정적 웃음소리를 들으면, ‘다 잘 될거야’라는 생각이 든다. 매번 좌충우돌하면서 회사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엿듣는 것이 재미있다.
윤지만(@jiman_yoon)님의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녹색 말풍선이란“이라는 블로그 포스팅을 읽어 보니 재미있고 공감되서 나도 몇 마디 적어본다. 이 블로그에서 인용된 원문은 Paul Ford가 쓴 “It’s Kind of Cheesy Beeing Green”이라는 글인데 요약하면 트위터에서 ‘녹색 말풍선(green bubble)’로 검색을 해보니 부정적인 표현들이 많았다는 것. 무슨 말인가 하면, 아이폰에서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상대방도 아이폰을 사용하면 iMessage임을 표현하기 위해 파란색 말풍선을 보여주고, 아니면 녹색 말풍선을 보여주는데, 아이폰 사용자들은 자연스럽게 ‘푸른 색 = 좋은 것’, ‘녹색 = 열등한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아래는 글에서 인용된 두 그림이다. 왼쪽은 애플 기기 사용자와의 문자 메시지, 오른쪽은 안드로이드 기기 사용자와의 문자 메시지.
아래와 같은 누군가의 재미난 트윗도 있다. 문자 메시지가 녹색 말풍선으로 뜨는 남자와는 절대 데이트를 하지 않겠다는 것 (아마 농담으로 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 욕을 많이 먹고 있다)
I'll never seriously date a guy who texts with green bubbles. I'm sorry. But never.
그러면서 이렇게 녹색을 즉시 부정적인 것과 연관짓게 만드는 현상은 미묘한 제품 결정이 어떻게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한다.
This spontaneous anti-green-bubble brigade is an interesting example of how sometimes very subtle product decisions in technology influence the way culture works. Apple uses a soothing, on-brand blue for messages in its own texting platform, and a green akin to that of the Android robot logo for people texting from outside its ecosystem (as people have pointed out on Twitter, iPhone texts were default green in days before iMessage—but it was shaded and more pleasant to the eye; somewhere along the line things got flat and mean).
그리고 애플이 왜이렇게 짜게 구냐며, 이왕이면 녹색 풍선 말고 좀 예쁜 색깔로 해주지 그러냐고 한 마디 하며 결론을 맺는다. 자신은 여전히 안드로이드를 쓸 것이라고.
I mean, why not let the people who can’t afford your products have a nice shade of green—fern or pear, pickle or pistachio, maybe even sea-foam, instead of something that looks like glow-stick at a rave? They’ll still feel poor, I promise. It’s probably one line of code to change the color, to reduce the tension between the blues and the greens, to make it possible for a broke dude stuck on Android 4.1 Jelly Bean to mack on a rich girl with an iPhone 6 without her knowing that he’s not in the same ecosystem. Why be so petty, Apple? In any case, I’m sticking with Android.
사실, 아이폰에서 문자메시지 색은 원래 모두 녹색이었다. 그러다가 iMessage를 발표하면서 아이폰끼리의 메시지는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그냥 둘을 구별해주기 위해 그랬으려니 했는데, 이 글을 읽고 생각해보니 나 역시 녹색 말풍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어 놀랐다.
상대방이 아이폰이 아닌 경우, 즉, 말풍선이 녹색인 경우에는 문자를 보내기 전부터 타이핑하는 창에 iMessage라고 쓰이는 대신 그냥 Text 라고 표기되고, 보내고 받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분명 문자 메시지 무제한 요금제를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웬지 ‘유료’ 서비스라는 느낌이 들고, 그 느낌이 싫다. iMessage가 뜨면 카톡이나 왓츠앱, 텔레그램, 또는 페이스북 메신저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듯 마음이 가벼운데 녹색 말풍선은 뜨는 순간 무겁고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게다가 iOS 7에서 디자인을 개선하면서 전체적인 UI가 통일되어 파란색이 많이 등장하는데 일반 문자메시지는 여전히 녹색으로 뜨고 있으니 더욱이나 ‘녹색 = 오래되고 낡음’이라는 공식이 생기는 것 같다.
애플이 계획적으로 그랬던 것은 아니었겠지만, 파란색 vs 녹색 말풍선에 대해 생겨난 인식을 애플 홈페이지에서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SMS로 텍스트를 하는 사람들이(즉,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이) 부러워할 것이라며. 경쟁사에 대해 우위 느낌을 주려는 전략으로서는 잘 먹힌 것 같다.
애플의 iMessage 설명 페이지
여기에서 더불어, ‘어차피 요즘 다 카톡이나 왓츠앱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는 세상인데 문자메시지 색이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 것 같은데, 미국에서는 여전히 문자 메시지가 자주 사용된다. 친구들끼리도 그렇고, 회사 동료나 고객과 같은 공적인 관계에서는 더더욱 이메일 또는 문자메시지로만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iMessage 사용자 수도 매우 많고, 그렇기 때문에 메신저 앱이 점유율을 높이기 힘든 시장이 되는 것 같다는 여담을 덧붙인다.
업데이트(2/23): 이 현상에 대해 Eli Schiff가 한 마디 덧붙여 쓴 글을 같이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이렇게 우월주위와 차별을 일으키는 생각을 경계하고 방어해야 한다는 논지.
그동안 블로그를 통해 아마존 이야기를, 그리고 제프 베조스 이야기를 많이 했다. 2010년에 처음 아마존 유저 인터페이스 분석이라는 글을 통해 아마존이 나에게 준 긍정적인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를 설명했고, 이듬해에 아마존(Amazon) 성공의 비결은 소비자 경험 개선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라는 글을 통해 회사의 문화와 제프 베조스의 스타일을 소개했다. 올해에는 아마존에 대항하는 리테일러들의 힘겨운 싸움이라는 글을 통해 아마존이 궁극의 승자로 굳혀져가는 상황에서 다른 리테일러들이 어떻게 대항하고 있는가에 대해 설명했다. 2010년에 150달러이던 아마존 주가는 이제 300달러가 되었고, 직원은 16만명으로 늘었으며, 회사 가치는 150조원이 됐다. 어제는 아마존 프라임 회원 수가 끝없이 증가해 이제 5800만에 이른다는 소식도 들었다. 말이 5800만이지, 매년 90달러를 지불하며 온라인 쇼핑을 주로 아마존에서 하는 ‘충성 회원’의 수가 남한 인구의 합보다 많다는 건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나는 2008년에 가입해서 6년째 쓰고 있는데, 프라임 회원으로서 아마존을 더 쓰기 편한 서비스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오늘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올라온 제프 베조스와의 인터뷰를 참 재미있게 읽었다. 오랫동안 그를 개인적으로 알아온 Henry Blodget이 한 인터뷰였는데, 아는 사이인 덕인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만한 것들을 거침없이 물었고, 그만큼 솔직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최근 큰 실패를 경험한 킨들 파이어 폰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회사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사람들이 대담한 실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킨들도 그랬고, 프라임 회원 서비스도 그랬고 모두 대담한 실험이었지만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 파이어 폰도 그런 실험의 일부라고.
I think it takes more time to analyze something like that. Again, one of my jobs is to encourage people to be bold. It’s incredibly hard. Experiments are, by their very nature, prone to failure. A few big successes compensate for dozens and dozens of things that didn’t work. Bold bets — Amazon Web Services, Kindle, Amazon Prime, our third-party seller business — all of those things are examples of bold bets that did work, and they pay for a lot of experiments.
What really matters is, companies that don’t continue to experiment, companies that don’t embrace failure, they eventually get in a desperate position where the only thing they can do is a Hail Mary bet at the very end of their corporate existence. Whereas companies that are making bets all along, even big bets, but not bet-the-company bets, prevail. I don’t believe in bet-the-company bets. That’s when you’re desperate. That’s the last thing you can do.
책에 대해 가질 가장 중요한 시각은, ‘책은 다른 책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책은 블로그, 뉴스, TV, 게임, 영화 등과 경쟁하고 있는 제품. 그런 면에서 자신은 책이 여전히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며, 그 가격을 내리는 데 공을 들여왔다고. 실제로 킨들 출시 후에 책 가격이 낮아졌고, 책을 사는 과정도 너무 쉬워진 덕에 책을 쉽게 소비하고 있다.
The most important thing to observe is that books don’t just compete against books. Books compete against people reading blogs and news articles and playing video games and watching TV and going to see movies.
Books are the competitive set for leisure time. It takes many hours to read a book. It’s a big commitment. If you narrow your field of view and only think about books competing against books, you make really bad decisions. What we really have to do, if we want a healthy culture of long-form reading, is to make books more accessible.
Part of that is making them less expensive. Books, in my view, are too expensive. Thirty dollars for a book is too expensive. If I’m only competing against other $30 books, then you don’t get there. If you realize that you’re really competing against Candy Crush and everything else, then you start to say, “Gosh, maybe we should really work on reducing friction on long-form reading.” That’s what Kindle has been about from the very beginning.
이제 나이 50이 되었는데, 뭔가 바뀐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인상적이다. “별로 바뀐 게 없어요. 여전히 즐겁게 사무실에 가고, 내 삶을 사랑하죠. 네 명의 아이가 있고, 아내는 여전히 나를 사랑한다고 해요. 사실인지 따지지는 않습니다. 매일 밤에 제가 설겆이를 하는데, 그것 때문에 저를 좋아하는 것 같거든요.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근데요, 그게 제가 하는 일 중 아내가 가장 섹시하게 느끼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웃음).” 그의 여유로운 태도가 보기 좋다.
HB: You turned 50 recently.
JB: Yes.
HB: Any changed outlook on life?
JB: No, not really. I’m still dancing into the office. I love my life. I have four kids. My wife still claims to still like me. I don’t question her aggressively on that. I do the dishes every night, and I can see that actually makes her like me. It’s a very odd thing.
HB: I do that, too.
JB: I’m pretty convinced. It’s like the sexiest thing I do. [Laughter]
그와의 1시간 인터뷰 전체를 비디오로 보면 더 좋다. 요즘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부끄러운 행동으로 떠들석한데, 경영자들의 태도만 문제를 삼을 것이 아니라, 그런 태도를 인정하고 강화하는 분위기도 고쳐야 하지 않나 싶다. 재벌 2세를 미화하는 드라마와, 제왕적 권력을 상기시키는 사극들이 일조를 하는 것은 아닐까.
‘조성문의 실리콘밸리 이야기’라는 블로그를 처음 만든 것이 2009년 11월 22일이었으니, 이 블로그를 시작한 지 벌써 5년이 다 되어갑니다. 가끔 블로그에 방문해서 댓글을 남기는 분들 중에 다른 글들도 찾고 싶은데 검색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카테고리별로 글을 볼 수는 있지만 워드프레스 테마의 특성상 제목만 따로 볼 수는 없고, 시간이 지나다보니 카테고리도 좀 뒤죽박죽이 되어 제가 봐도 쉽지 않더군요. 제목과 날짜만 뽑아주는 플러그인을 쓰면 좋은데 워드프레스 호스팅 서비스를 쓰고 있어서 그것도 여의치 않구요. 그래서 직접 정리해 봤습니다. 이참에 카테고리도 다시 정리했구요.
글 하나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물론 천차만별입니다. 머리 속에 든 생각을 메모하는 건 한 시간만에 할 때도 있는데, 어떤 주제에 대해 상세히 정리하려면 15시간이 걸릴 때도 있습니다. ‘비트코인 경제학‘, ‘주목할만한 실리콘밸리의 빅데이터 스타트업 7개‘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며칠에 나눠서 쓰기도 합니다.
참고로 아래 글들은 시간 순이 아니고 제가 나름대로 순위를 메긴겁니다. 글을 클릭한 후 URL을 보시면 글을 쓴 날짜를 알 수 있습니다.
경영 및 마케팅
MBA 마케팅 수업에서 배웠던 내용, 또는 경영과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들입니다. 언젠가 Bass Diffusion Model, Conjoint Analysis, K-means clustering 등의 주제도 다뤄봐야겠네요.
MBA 다닐 때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공부했는데, 회사의 역사, 경쟁자, 재무 상태, 제품의 경쟁력 등을 면밀히 분석한 글들을 보며 많이 감탄했습니다. 거기에서 영감을 받아 기업이나 서비스를 나만의 시각으로 분석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구요. 그렇게 해서 쓰기 시작한 것이, 제 블로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카테고리가 되었습니다.
가끔,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고 생각될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면 트위터를 통해서나 블로그를 통해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힘으로 여기까지 왔네요. 블로그 덕분에 많은 좋은 분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블로그를 이메일/RSS로 구독하는 분들, 리트윗, 페이스북 공유해주시는 분들, 댓글 남겨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늦게서야 히든 싱어 김광석 편을 봤다(미국에서는 OnDemandKorea.com을 통해 광고와 함께 무료로, 그리고 합법적으로 볼 수 있다). 김광석 노래들, 그러고 보니 나도 참 좋아했었다. 이등병의 편지, 서른 즈음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사랑이 아니었음을, 일어나, .. 어느 하나 빼놓기 힘들 만큼 명곡들이다. 정말 가슴을 울리는 가사와 멜로디, 그리고 음색.
그의 명곡들이 그를 그리워해서 그를 닮고 싶어하는 누군가에 의해 불린다고 하니 참 기대가 되었고, 디지털 음원을 따로 뽑아내어서 한 소절씩 부른다니 그것도 참 신기했다.
당시에 시청률 6.347%로, 같은 시간대의 지상파 방송까지 제쳤다고 하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방송을 본 것 같다. 그럴만 했다는 생각이 든다. 방송이 깔끔하게 잘 만들어졌고, 들으면서 구별하기 힘들만큼 모창자들이 잘 했고, 무엇보다 한 분 한 분의 사연이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 참에 히든 싱어2 다른 편들도 보게 됐다. 왕중왕전까지. 참가자들과 같이 기뻐하고, 같이 놀라고, 그리고 같이 눈물을 흘렸다.
누군가가 자신을 너무 좋아해서 자신의 목소리, 외모, 그리고 표정까지 흉내내고 싶어한다는 것, 정말 감동적인 일이다. 출연한 가수들이 모두 거기에 큰 감동을 느낀 것 같다. 주현미씨가 모창자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안아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김범수씨가 모창자를 ‘자신의 분신’이라고 표현한 것도 신선했다. 정말 어떤 느낌일까 그런 건..
사실, 히든 싱어 이야기를 하려고 이 글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전현무 아나운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 히든 싱어를 보면서 모창자 실력 못지 않게 나를 감탄하게 한 것은 전현무 아나운서의 실력이었다. 방송의 흐름이 엉뚱하게 흘러가지 않도록 잘 주도하는 것 뿐 아니라 어떤 순간에 어떤 사람에게 무슨 질문을 해야 재미가 더해지는지를 파악하고 질문을 참 잘 한다. 한 번은 방송 중 현미 씨가 전현무 아나운서가 진행을 깔끔하게 잘 한다며 다 같이 박수를 쳐 주자고 하기도 했다.
좋은 질문이 실력이다. 그리고 생각을 했다. 이런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진행할 만한 실력 있는 아나운서들이 한국에 또 누가 있을까. 한국 방송을 본 지가 오래 되어 잘 모르지만, 잘은 모르겠다. 그냥 ‘진행’을 할 만한 사람들은 많이 있는데, 감탄할 만한 실력을 가진 사람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강호동과 유재석, 그리고 신동엽. 소위 ‘국민 MC’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10년 전에도 인기 있었던 세 명인데 지금도 그렇게 인기다. 그건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실력이 좋으면 그렇게 장수할 수 있을까.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렇지만 자신을 망가뜨리거나 다른 사람들을 망가뜨려 웃기는 것 말고, 정말 감탄할 만한 실력으로 프로그램을 이끄는 지는.. 잘 모르겠다. 한때 무한 도전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참 많이 웃었는데, 언젠가부터 그냥 유치하고 개그맨들이 안쓰러울 뿐이어서 더 보지 않게 되었다.
나는 리얼리티 쇼를 참 좋아한다. 드라마에는 웬지 ‘작가’의 머리 속에 담긴 단편적인 생각이 담겨 있는 것 같아 긴박감이 들지 않는다. 리얼리티 쇼는 참가자들에 의해 스토리가 전개된다. 그 누구도 어떤 결말이 나올 지 알 수 없다. 마치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처럼, 순간 순간 주인공들이 갈등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을 보며 마치 내가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처럼 빠져 든다.
미국 방송에는 그런 프로그램들이 참 많다. 이전에 블로그에서 언급했던 샤크 탱크나 언더커버 보스, 그리고 서바이버 모두 리얼리티 쇼에 해당한다. 한때는 “You’re fired!”로 유명한 도날트 트럼프의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에 푹 빠져 있었다. 넷 모두 아주 인기가 많은 쇼들인데, 재미있는 것은 샤크탱크, 서바이버, 그리고 어프렌티스 모두 ‘한 사람’이 제작을 맡았다는 것이다. 그의 이름은 마크 버넷(Mark Burnett)이며 그가 내니(nanny)로 시작해 티셔츠 장사를 통해 전설적인 TV 프로듀서가 되게 된 스토리는 이전 블로그에서 설명했으니 참고.
‘서바이버’ 진행자 제프 프롭스트(Jeff Probst)
이런 리얼리티 쇼에서 아주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이 ‘사회자’이다. 특히 서바이버와 같은 쇼에서는 그 역할이 막중하다. 매일 한 사람씩 투표를 통해 제거되는 과정에서, 사회자가 참가자들에게 ‘어떻게 느끼는지’,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질문하는데, 그 질문이 너무나 예리해서 어떤 질문을 하는지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배울 점이 많을 정도이다. 때로는 그의 질문으로 인해 투표되는 탈락자가 바뀌기도 한다. 그의 이름은 제프 프롭스트(Jeff Probst)이며, 서바이버를 통해 대 스타가 되었다. 그의 역할 덕분인지는 몰라도, 2008년부터 에미 상(Emmy Award)에 ‘리얼리티 쇼 최고의 진행자 Outstanding Host for a Reality or Reality-Competition Program’라는 상이 추가되었고, 4년간 그가 1등을 독차지했다.
여기서 한 마디 추가. 사실 전현무 아나운서와 나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명덕외고 영어과.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스스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편은 아니었지만, 누군가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 옆에서 추임새를 넣어 아이들을 웃기는 것을 참 잘했다. 그 친구가 지금과 같은 MC가 될 줄은 상상을 못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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